[이달의 잡지] 2025년 4월

■ 경향잡지 ‘경향 돋보기’는 ‘상처 너머의 약속’을 제목으로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다리며 아파하는 세상 속에서 신앙이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 ‘청년, 어떻게 지내니?’에서는 교회가 청년들에게 신앙의 ‘맛집’이 되기를 바라는 살레시오청년운동 회원 오혜원(소피아) 씨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성경 과외’는 남유다 왕국 폭군 므나쎄의 악행과 회개, 그 손자인 성군 요시야의 종교개혁 여정을 다뤘다. ‘시로 걷는 하늘 길’은 밥 딜런의 노래 ‘걷다가 죽게 해 주소서’를 통해, 매일의 말과 걸음 안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정태우 신부(아우구스티노·대구대교구 대덕본당 주임)의 ‘신앙칼럼’은 냉담 교우가 된 옛 친구와의 만남에서 깨달은 부활 신앙에 관해 이야기한다. 박태훈 신부(마르티노·대구대교구 성김대건본당 보좌)는 본당 주일학교의 위기를 주제로 생각을 나눈다. 이번 호 ‘만나고 싶었습니다’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효성유치원 원장 홍명희(루갈다) 수녀와 함께한다. <대구대교구/1800원> ■ 생활성서 하느님 말씀을 땅 위에 심고 사람들 마음 밭에서 사랑을 길어 나누는 거룩한 여정들을 이번 호 ‘Special Theme’에서 다뤘다. ‘말씀을 심는 사람’을 주제로 ‘성경 과외 해주는 신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대구대교구 허진혁 신부(바오로·일심 재활원 원장), 일주일에 네 번 새벽 5시30분에 ‘새벽 줌 성경 읽기 프로젝트’를 하는 권순아(세레나) 씨 등의 사연을 들려준다. ‘「생활성서」를 만드는 사람들의 수다-생·수·다’에서는 「생활성서」 통권 500호를 맞아 제작진 7명이 한데 모여 잡지를 만들며 울고 웃었던 이야기들을 속 편히 풀어놓는다. <생활성서/4800원> ■ 월간 꿈CUM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환경칼럼’에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제2부 해설을 시작했다. 손용환 신부(요셉·원주교구 북평본당 주임)는 묵상 안에서 예수님과 대화한 내용을 담은 ‘맹신부의 복음 톡talk’을 새롭게 연재한다. 이창영 신부(바오로·대구대교구 안식년)가 ‘나비가 된 예수님’을 주제로 부활의 의미를 묵상했으며, ‘바오로 사도의 발자취를 따라서 : 튀르키예, 그리스 성지 순례기’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의 배경을 따라갔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부활, 그 삶의 자리에서’를 특집 주제로 했다. 이를 통해 각자의 일상에서 매일매일 작은 부활을 통해 기쁜 삶을 사는 이상주(라파엘) 씨, 캄보디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김상집(라파엘) 씨 등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은 아무도 찾지 않던 골목을 살아 있는 골목으로 만들며 삶의 자리를 아름답고 정성스럽게 가꾸어 나가는 ‘루치아의 뜰’ 석미경(루치아) 대표를 만났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15면

「나를 힘들게 하는 습관」…반복되는 관계의 불편함 ‘영적 전통’에 해법 있다

상처 없는 삶이 있을까. 우리는 크고 작은 여러 일들로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자신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측면을 다른 이에게 투사하곤 한다. 열등 콤플렉스로 힘들어하며, 경계를 설정하는 문제로 고군분투하고, 누군가 우리 경계를 침범하면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책의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와 우신루 박사는 강좌와 피정으로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관계’를 방해하고 불편하게 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관계가 어그러졌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한 상처를 고통스럽게 경험할 뿐이었다. 책은 심리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관계를 방해하는 메커니즘을 ▲죄책감 ▲수동적 공격성 ▲투사 ▲열등 콤플렉스 ▲잘못된 경계 짓기 ▲상처 주기 등 여섯 가지 유형으로 제시한다. 이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도 상처 받게 하는 것들이다. 저자들은 “우리 안에서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알아야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예를 들어 메커니즘들을 설명하고, 심리학적 통찰과 성경 등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해결할 방안을 찾는다. 무엇보다 중점을 둔 것은 성경적 치료법이다.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주제인 ‘죄책감’의 경우, 창세기 선악과(창세 3,7) 관련 내용과 카인과 아벨(창세 4,1-16), 또 집사의 비유(루카 16,1-8)를 통해 죄책감을 살핀다. 그러면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용서하는 사랑을 바라보면 모든 자기 비난과 자기 단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럴 때 용서에 대한 내면의 모든 저항이 사라지고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꼼꼼하게 살폈다. 상담하며 경험하고 배운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치료 방법도 상세히 다뤘다. 관계를 어렵게 하는 메커니즘의 힘을 잃게 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건강한 자존감’이다. 저자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나를 용서하고 나와 화해하여 건강한 자존감을 기른다면, 관계에서 상처받을 때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여기서 겸손과 화해는 중요한 태도다. ‘겸손’은 죄책감이나 수동적 공격성, 투사, 열등 콤플렉스, 잘못된 경계 짓기, 상처 주기 등이 우리 안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화해는 우리의 상처들을 바라보고 자유로워지게 한다. 저자들은 “자기 자신과 화해한 사람은 자신의 참자기, 자신 안의 중심을 발견할 수 있다”며 “그 중심에서 자신의 삶은 혼자가 아니며, 자기 안에 살고 계시는 하느님이 그 중심에서 불가침의 존엄성을 만나게 해 주신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삶에서 삶을 방해하는 메커니즘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용기를 내기를 바랍니다. 영적 전통은 우리에게 이러한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충만한 삶을 살고 서로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제시합니다. 공동체와 평화 그리고 화해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체를 위협하고 방해하는 메커니즘을 직시해야 합니다.”(167~168쪽)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15면

「비안네, 성당에 가다」…유쾌한 만화로 보는 ‘신자가 된 이유’

“왜 가톨릭인데?” 해외 선교사로 파송될 만큼 열정적인 개신교 신자였던 저자가 가톨릭교회로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그때마다 그의 대답은 “가톨릭교회를 사랑하게 됐기 때문에…”였다. 새벽에 별을 바라보다가 처음 하느님 존재를 느껴 개신교회를 찾아갔던 저자 비안네 씨. 그는 적극적인 활동으로 개신교회에 깊게 젖어 들었고, 멀고 먼 팔레스타인까지 선교하러 갔다. 하지만 이제는 ‘비안네’라는 세례명을 지닌 가톨릭신자다. 도대체 그사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책은 저자가 개종을 향한 확신과 결심이 서기까지 겪은 고민과 갈등, 의심과 혼란의 반복 등을 거치며 가톨릭신자가 된 여정을 만화로 기록한 것이다. 첫 장을 펼치면 뿔 달린 빨간 도깨비가 등장하는데, 바로 작가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20년 넘게 응원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Red Devils’를 한국식으로 그린 캐릭터다. 본문은 개신교 신자 시절을 담은 1부 ‘개신교 해외 선교사’, 가톨릭으로 오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2부 ‘가톨릭교회로’, 하느님 뜻을 찾아가는 길을 담은 3부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로 구성됐다. 군대에서 새벽에 별을 바라보다 하느님의 존재를 느껴 교회를 찾아간 군인, 제대 후에는 지역 교회에서 다양한 청년 활동을 하다가 팔레스타인까지 파송 간 개신교 선교사, 다음에는 여러 계기를 통해 가톨릭교회의 보물을 발견하는 과정이 솔직 담백하고 익살스럽게 그려졌다. 가톨릭으로 개종해서는 사제를 꿈꾸던 예비 신학생이기도 했다.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가정을 이룬 상태다.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가톨릭교회를 사랑하는 이유를 자랑하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작가의 말을 통해 “교회에 대한 열심이 식어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 만나 큰 감동을 느꼈고, 지난날 하느님께서 제게 하신 일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가톨릭교회로 오기까지의 여정을 그리며, 거룩한 성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는다”고 했다. “만화를 본 독자들이 감실 앞으로 달려가고 싶어지거나,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에 깊이 감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도 남겼다.

발행일 2025-03-30 제3435호 16면

유럽 수도원·성당 순례하며 엿보는 교회 이야기

중세 이탈리아 교회사 속으로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낼 현미경 같은 역할을 한 이탈리아 수도원의 역사와 현재’, ‘‘교회의 맏딸’ 프랑스 성당 스무 곳에 담긴 감동적인 이야기’.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특별한 지상 순례를 이끄는 책들이 나왔다. 「이탈리아 수도원 기행 1·2」와 「프랑스 성당」이다. 「이탈리아 수도원 기행 1·2」을 쓴 저자 이관술(요한 마리아 비안네) 씨는 신학도로, 성지 순례 전문 가이드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30년 넘게 머물며 길 위에서 하느님을 향한 여정을 걷고 있다. 이런 삶의 경력을 토대로 책을 통해 수도원 역사에 대한 자료뿐만 아니라, 중세와 교회사를 넘나드는 자료를 제공한다. 순례 가이드의 관록이 배인 수려한 설명과 생생한 사진이 돋보인다. 지적 충만함과 보는 이를 압도하는 숨은 경치를 만날 수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라는 뿌리에서 시작한 오늘날 서양 문명 역사가 절대 왕정과 산업 혁명을 거쳐 근현대 사회에 이를 수 있었던 데에는 중세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세의 사회·문화는 교회와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그들이 만나는 지점에 수도회가 있다. 수도회의 출현과 발전은 교회사나 문화사적으로도 매우 큰 가치가 있다. 그런 면에서 그 주요 무대인 이탈리아의 수도원 기행은 이탈리아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방법이다. 교황과 황제의 대립으로 불거진 경제와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은 수도회의 쇠퇴와 개혁이 반복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1권에서는 그런 변화를 자세하게 살핀다. 2권은 길 위의 순례자 영성과 성 프란치스코의 탁발 수도회와 성 클라라회의 등장, 몬테 올리베토 성모 마리아회의 탄생 등을 소개한다. 프랑스 성당 20곳 순례의 매력 「프랑스 성당」은 ‘교회의 맏딸’ 프랑스의 성당 스무 곳에 담긴 이야기다. 필자는 신자 비신자 관계 없이 일반 대중들에게 성당의 매력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프랑스 가톨릭교회 초청으로 엑상 프로방스 생뤼크 신학연구대학에서 5년간 신학과 철학을 공부한 이주현(그레고리오) 씨는 성당의 건축적 의미나 미술적 가치를 알려주기보다, 성당을 짓고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 또 종교적인 의미에 더 집중한다. 그가 프랑스에서 순례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보다 프랑스교회가 ‘교회의 맏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교황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유럽 가톨릭교회의 중심 국가로 군림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 성당인 파리 노트르담 주교좌성당을 비롯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주교좌성당인 생소뵈르 주교좌성당 등 수많은 주교좌성당이 곳곳에 세워졌다. 이 씨는 직접 가서 보고 듣고 공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각 성당이 지어진 이유와 종교적인 가치에 관해 설명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성당을 보게 되면 이전에 알았던 성당이 아니라, 살아 숨 쉬며 말을 걸어오는 성당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성당을 느낄 수 있다. 책에는 ‘파리 기적의 메달 성모 경당’ 등 네 곳의 성모 발현 성지 성당과 한국과 인연이 깊은 성당, 인상파 화가들이 사랑한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성당 등이 꼼꼼하게 안내된다. 각 장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찍어 제작한 숏폼들을 QR코드로 게재해 독자들이 더욱 생생하게 성당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책 모두 흔히 ‘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한 발 한 발 진정 하느님께 나아가는 순례로 이끌어 준다.

발행일 2025-03-30 제3435호 16면

영성 전문잡지 「코이노니아」 발행 50년 맞아

한국 베네딕도 협의회(회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이하 협의회)가 매년 발행하는 연간 수도 생활·영성 전문잡지 「코이노니아」(편집장 허성석 로무알도 신부)가 50집을 발행했다. 1977년 창간돼 반세기 이상 한국교회 내에 수도 생활과 베네딕도회 영성을 깊이 있게 소개해 온 의미 있는 족적이다. 이번 50집의 주제는 특별히 희년과 연계해 ‘희망의 베네딕도회’로 준비됐다. 성경에서 희망의 의미를 살피고, 수도승 전통 안에서 희망의 요소를 알아보는 한편 베네딕도회가 당면한 도전을 식별하는 취지다. 또 이 도전의 시대에 베네딕도회는 어떤 희망의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성과 역할 등을 성찰해 보자는 기획 의도다. 이에 따른 특집으로 네 개의 글이 실렸다. 이현미 수녀(보나벤뚜라·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가 ‘회복과 희망 살아내기: 수도공동체를 위한 희년 맞이 제언’ 제목으로 성경에 나온 ‘희년’을 고찰하고, 그 의미가 오늘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인도할지 방향을 제시했다. 정혜영 수녀(에우카리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는 ‘수도승 전통과 성규에 나오는 희망의 요소’ 글을 통해 수도승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의 길에서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낫게 여기지 않는 희망의 증거자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 안혜진 수녀(마리루시·툿찡 포교베네딕도회 서울수녀원)는 ‘오늘날 한국 수도생활에서의 도전과 대응’ 주제로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 속에 성소자 감소와 고령화 도전에 직면한, 특히 여자수도회의 당면 과제들을 짚고 방안을 모색했다. 최종근 신부(파코미오·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는 ‘베네딕도회의 희망’ 주제 글에서 희망의 희년을 선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람을 따라 베네딕도회의 희망의 의미를 고찰했다. 이외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에는 미국 성 빈센트 대학교 신학과 조교수 루카스 브리올라의 ‘「찬미받으소서」는 베네딕도회적 회칙인가?’를 비롯해 세 개의 글이 실렸다. ‘수도생활 일반’은 허성준 신부(가브리엘·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가 연재한 여덟 가지 악덕 중 마지막인 교만에 대한 글 등이 소개됐다. ‘수도생활 고전’은 바실리우스 계통의 익명 저자가 쓴 「금욕 규정」 21~24장이 이어서 소개됐다. 협의회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등 한국교회에서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을 따르는 9개 공동체로 구성됐다.

발행일 2025-03-23 제3434호 15면

「희망의 순례」…교회에 ‘시노달리타스’ 적용 위한 제안

2024년 10월 27일 3년에 걸쳐 진행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폐막됐다. 시노드가 진행되는 동안 ‘시노달리타스’는 한국교회를 비롯한 전 교회가 가장 큰 관심사로 대두된 주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폐막 미사에서 시노드 정신이 ‘열린 교회’를 지향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분위기는 과거에 한 번 다뤘던 이야기 정도로 치부되는 면도 없지 않다. 관심과 열정이 시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고, 이제 그만하자고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시노드 여정 안에서 신앙인들은 무엇을 깨달아야 하며, 시노드의 지향점을 어떻게 삶 안에 적용해야 할까. 열린 교회와 신학을 지향하는 수원가톨릭대 교수 한민택(바오로) 신부가 펴낸 이 책은 그간 교회 잡지에 기고했던 글과 미발표 원고를 ‘시노달리타스’라는 주제로 묶은 것이다. 저자는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교회의 희망을 보았다”고 고백하면서, “시노달리타스가 단순히 하나의 ‘현상’이 아닌, 그리스도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자, 살아내야 할 중요한 화두”라는 것을 일깨운다. 이번 책은 신학 분야와 사목 현장에서 필자가 접한 다양한 주제를 시노달리타스를 중심으로 재구성했기에, 시노드 이후 시노드 과제들을 일상화하고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그 의미가 돋보인다. 신흥-유사종교, 교회 내 소통, 청소년 신앙, 유아세례, 소공동체, 코로나19 감염병, 복음선교 등 오늘날 사목 현장에서 고민하는 현실적이고 시급한 문제들을 기초신학자의 시각에서 교회 정통 가르침에 따라 시의적절한 언어로 설명했다. 저자는 시노달리타스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적용하고 실천할 여러 제안을 제시한다.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신앙생활에 주목하면서, “이전부터 지적돼 온 신앙의 위기 속에 ‘새로운 복음화’를 통해 교회 존재의 새로운 방식을 추구한 보편 교회는 이제 ‘시노달리타스’에서 새로운 해법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아울러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교회가 세상 속에서 선교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있으며, 교회의 각 구성원이 하나 되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열쇠라고 강조한다. 또 “그리스도교가 인간의 구체적인 삶에 봉사하기 위해서는 복음화의 장소, 신학의 장소가 교회만이 아닌 세상 한가운데에, 삶의 현실이어야 한다”고 밝힌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재 교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공의회 이전의 가르치는 교회-배우는 교회의 구분, 상명하달식의 일방적 신앙 전달에서 벗어나 세상 한가운데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현실은 교회에서 배운 교리와 지킬 계명을 적용하고 실천할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이 펼쳐지는 창조의 자리, 창조의 시간”임을 언급한 저자는 “이러한 방향 전환이 없다면 시노달리타스, 신앙 감각, 보편 사제직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제목처럼 이 책은 시노드를 통해 본 희망의 이야기다. 저자는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아 순례를 떠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희망 그 자체”라고 말한다. 교회 쇄신을 위한 희망과 열정을 찾으며, 교회 안팎으로 복음화를 전하는 모든 이에게 시사점을 던져주는 책이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교적 쇄신 의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며 “한국교회에 새로운 선교 열정이 불타오르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3-23 제343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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