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늘 미안하다」…말씀 실천은 한 걸음 용기와 정성으로 충분

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 국장 김용태(마태오) 신부가 월간 ‘생활성서’에 여섯 해 동안 연재한 ‘지금 여기, 복음의 온도’ 칼럼 중, 우리 도움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 이야기를 추려내 실은 책이다. 여기에는 저자가 다양한 사목 현장에서 느꼈던 심정이 드러난다. 본당 사목을 하며 경험했던 이야기, 정의와 평화의 메시지를 사회에 던질 때 경험했던 이야기에 더해 지금 이 자리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과 사고 상황에 예수님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행동하셨을지를 복음 말씀으로 해석했다. 성경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있는 것을 알지만, 누군가는 돈이 부족하고, 시간이 없고, 그럴만한 힘이 없다는 말로 외면하곤 한다. 저자는 “하지만 적어도 천주교 신자라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잘못된 정책을 펴는 정부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관습을 없애려 노력하는 등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 하나 열심히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어?’, ‘그런다고 별 수 있겠어?’, ‘겨우 이걸로 뭘 할 수 있겠어?’, ‘어느 세월에?’, ‘그러다 말걸?’ 그런 말 앞에서 기죽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자. 주님께서는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의 용기와 우리가 봉헌하는 한 줌의 정성으로 당신의 뜻을 이루시리라!”(201~202쪽) 예수님 말씀을 따르고, 복음의 가치를 지키고, 주변 어려운 이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지키기는 어렵기에 자칫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부드러운 어조와 다정다감한 설명으로 하느님 사랑을 알기 쉽게 전달해 준다. 때로는 동네 형처럼, 때로는 엄격한 아버지처럼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자상하면서도 단호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토닥인다. 무엇보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함께했던 예수님처럼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자고 독려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어느 순간 가난한 공장 노동자, 사회 편견에 지친 사람, 몸이 좋지 않은 사람,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사람 모습의 예수님을 보게 된다. 그리고 사랑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책은 예수님의 사랑 앞에서 늘 죄송하고 가난한 이웃 앞에서 늘 미안하지만, 그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에서 비롯한 겨자씨 한 알만 한 다짐과 실천이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의 글이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방계 4대손인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신앙의 맛’도 음미해 볼 수 있다.

2024-07-14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펴낸 의정부교구장 손희송 주교

구약의 창세기 중 첫 번째 창조 이야기(창세 1,1~2,4)는 성경 처음에 나오지만, 사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쓰였다. 약속의 보증이라 할 수 있는 다윗 왕조가 바빌론 침공으로 멸망하고 성전도 파괴됐다. 그리고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쫓겨난 상황이 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질문을 던진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완전히 버리셨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버리고 강력한 바빌론 신을 믿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회의적인 물음에 당시 백성의 지도자이며 신앙의 스승이던 사제들은 창세기 1장의 창조 이야기로 답한다. “해와 달과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언젠가 당신의 전능하신 손을 펼쳐서 우리를 어둠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고 다시 빛 속에서 살게 하실 것이다.”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이런 창조 이야기의 배경을 바탕으로 세상과 인간의 창조, 첫 인간과 낙원, 아담과 하와의 범죄, 카인과 아벨의 비극, 노아의 홍수, 바벨탑의 붕괴,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희망’이란 끈으로 엮었다. 4개의 장에 걸쳐서 진정한 행복이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는 태도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한다.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240쪽/1만6000원/가톨릭출판사)는 손 주교가 제3대 의정부교구장 임명 이후 발간한 첫 책이다. 여기서 손 주교는 창세기를 ‘희망’의 관점으로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낸다. 제목은 손 주교가 직접 선정했다. 바오로 사도가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손 주교는 “인간의 눈으로 볼 때는 ‘우리가 끝난 것 같지만, 결코 끝난 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해줬기에 창세기 1장이 주는 메시지는 매우 크다”고 했다. “사실 지금 사회와 세상이 참 희망이 없는 그런 시기예요. 우리 그리스도교는 희망의 종교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일수록 어떤 희망을 제시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목적 필요성을 생각했어요.” 창세기 주요 내용 바탕 ‘진정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 구·신약 넘나드는 설명 통해 하느님 약속의 실현 알려줘 책은 이전에 출간했던 「신앙인」(1999)과 「나에게 희망이 있다」(2001)를 합쳐 새롭게 내놓은 것이다. 큰 틀은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내용을 보태거나 빼고 수정했다. 두 책 모두 1995년부터 지도했던 청년성서모임 연수 강의록이 토대가 됐다. 손 주교는 주요 이야기를 설명하면서도 성경의 큰 그림을 그리며 하느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책과 성인들 이야기, 예화를 곁들이고, 구약과 신약을 넘나들며 하느님 약속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관련 부분을 성경에서 찾아보는 것도 내용에 더 잘 공감하며 읽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손 주교는 조언을 덧붙였다. 출판을 준비하는 기간에 손 주교는 의정부교구 제3대 교구장으로 임명됐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서울대교구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의미와 더불어 의정부교구민에게 바치는 선물이 됐다. 손 주교는 특별히 청년들이 성경 말씀을 맛들이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했다. “믿음을 갖게 되고 그 믿음이 성장하게 되면 기쁨을 가질 수 있는데, 그 길이 바로 말씀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 10장 17절에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읽고 마음에 새겨서 신앙 안의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2024-07-14

[이달의 잡지] 2024년 7월

■ 경향잡지 이번 호 ‘경향 돋보기’ 주제는 ‘교회의 모세혈관, 공소’다. 한국교회 구석구석에 복음을 전하고 신앙 공동체를 싹틔운 공소의 발자취와 의미를 공소에서 생활한 이들에게서 들어 본다. ‘함께하는 교회’에서는 예수님을 업고 강을 건넌 성인처럼, 주일마다 운전대를 잡고 어르신들의 성당 오가는 길을 책임지는 청주 용암동본당 차량 봉사단 ‘크리스토폴회’를 소개한다. ‘김숨의 순례 노트’에서는 속초 바닷가 작은 언덕에 자리한 춘천교구 동명동성당에서 ‘사랑’에 관한 묵상을 나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모두가 ‘바쁜 것’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요즘, ‘쉼’이란 어떤 의미인가. ‘친교의 해를 위한 생태영성’에서 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아우구스티노) 신부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존재도 쉬게 할 수 있는 ‘쉼의 영성’을 강조한다. ‘신약으로 배우는 분석심리학’에서는 이나미 교수가 ‘광야의 유혹’ 주제로 우리가 모두 살면서 부딪히는 내적인, 혹은 외적인 유혹과 난관에 대해 말한다. 또 결혼과 출산 비율이 심각할 정도로 낮은 세태를 조명하며 신혼부부 인터뷰를 통해 ‘책임지는 사랑’에 대해 알아본다. <대구대교구/1800원> ■ 생활성서 7월호의 Special Theme은 ‘말씀의 창가에서’다. 말씀의 향기에 푹 젖어 사는 한 달이 되기를 바라며, 우크라이나에 무료 성경을 보내는 수도회 이야기와 신앙을 그림에 담아내는 화가의 고백 등을 소개한다. 7월 전례에 따른 독서와 복음 말씀 중심의 성경 문제 게재가 눈길을 끈다. 성경을 앞에 놓고 차분에게 문제를 풀며 하느님 사랑을 느끼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유럽 신앙 유산 답사기’에서는 카이저돔 성 바르톨로메오 성당을 소개했고, ‘구약의 성지와 다섯 번째 복음’에서는 이스라엘 예리코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생활성서사/4800원> ■ 월간 꿈CUM ‘테마로 읽는 성경’에서는 성경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아버지의 온유함’에 대해 밝힌다. 하느님 아버지의 온유함을 그대로 품은 예수님 눈에 당신을 배신하고 떠난 제자들은 무섭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서 도망친 가련한 어린아이와 다름없었다. 그렇게 하느님은 온유한 우리의 아버지이심을 전한다. ‘신약이 내게 말을 건넨다’에서는 ‘야고보 서간’에 대해 쓰며 저자와 수신인, 집필 동기, 교훈 등을 말한다. ‘건강한 영성생활’에서는 ‘갈등의 의미’에 대해 나눈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함께 생활하면 한 식구’를 특집으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 사회복지관에서 위기 가족을 지원하고 이웃을 조직하는 사연, 여성 자립 기관과 그룹홈의 뒷얘기들이 펼쳐진다. ‘깨소금 신앙’은 대구대교구 양남본당 감포공소 허연구(모세) 신부를 만나 인터뷰했다. 공소 활성화를 위해 사제서품 60년차의 사제가 공소사목을 지원한 내용이 따듯하게 이어진다. ‘일을 억지로 하지 말고 내가 책임을 진다는 주인의식을 갖고 하면 하느님께서 모든 일에 함께하시고 도와주신다’는 노 사제의 당부가 인상 깊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 사목정보 7·8월 특집 주제는 ‘우리는 한 형제’다. 세계화의 시대, 낯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징표인 세태에서 이들을 교회 공동체가 어떻게 환대해야 할지 다양한 의견을 담았다. ‘특별 인터뷰’에서는 천안모이세 대표 방영훈(도미니코 사비오) 신부를 만났다. ‘성음악의 숨결’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미사 집전 전례 음악 준비 과정 현장 보고서’가 소개됐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본당 공동체’ 주제의 제10차 미래사목연구소 학술발표회 내용도 실렸다. <미래목연구소/1만 원>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2024-07-07

책으로 만나는 성 베네딕토

7월 11일은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이다. 베네딕도 수도회의 창설자인 성인은 「성 베네딕도 규칙」(이하 성규)을 저술해 서방 수도 생활의 기초를 다졌다. 그의 영적 가르침이 담긴 규칙서는 고유의 탁월성과 여러 이유로 중세 유럽의 수도 생활을 위한 유일한 규칙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현존하는 수도 규칙들의 모태가 됐다. 성인과 그의 수도회들은 중세 유럽과 이후 그리스도교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많은 유럽 도시가 베네딕도회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그들의 성가는 교회 음악의 뿌리가 됐다. 베네딕도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1964년 성 베네딕토를 유럽 전체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다. 성인의 축일을 앞두고 그의 삶과 영성, 가르침을 접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베네딕도 수도회의 역할과 활동이 깊이 있게 기록돼 전해진 것과 달리 성인의 사실적 모습은 불투명하다. 그 삶과 인품을 담은 책이 「성 베네딕도 규칙」과 성 그레고리오 교황이 쓴 「대화집」 정도로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성 베네딕도 규칙」은 수도 규칙이지만, 하느님을 찾는 삶의 지침을 각각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한 것이어서, 그 정신을 살펴보면 안에 담긴 풍요로운 가르침과 이면에 배인 베네딕토 성인의 인격적 면모를 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성규의 첫 우리말 주해서인 「성 베네딕도 규칙:번역·주해」(들숨날숨)는 성규 공부하려는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책은 제1부에서 성규 전반의 이해를 돕는 내용을 담고 있고, 제2부는 본문에 대한 주해로서, 각 장이나 부분별로 해당하는 본문을 먼저 소개하고 해설을 달았다. 이 시대의 영성가 안셀름 그륀 신부가 쓴 「베네딕도 이야기」(분도출판사)는 성규의 구절 하나하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그리스도를 찾는 성인의 여정을 현재 우리의 일상 안에 깊숙이 모셔 왔다. ‘겸손’과 ‘기도’와 ‘노동’의 참뜻에서부터 조직 관리와 경영윤리에 이르기까지 오늘을 사는 이들이 알아야 할 덕목들을 성규에 비춰 들려준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장 ‘삶을 보면 뜻을 안다’는 성인의 삶과 그 영적 상징성을 되새긴다. 둘째 장 ‘이룬 것과 가르친 것’은 활동과 가르침에 대한 것이고, 셋째 장 ‘베네딕도가 현대인에게’는 영성의 현대적 의미를 성찰한 것이다. 이 장은 마치 성인이 오늘을 사는 우리 귀에 대고 말하는 듯 일상과 가정, 교회와 직장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중용의 사부, 베네딕도의 영성」(분도출판사)은 성규에 드러난 영적 가르침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성인의 영성과 인격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수 있게 한다. 여기서는 베네딕도 영성의 특성을 ▲공동체 영성 ▲자아 포기의 영성 ▲중용의 영성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 네 가지로 종합한다. 성규 전체는 그리스도로 수렴된다. 특별히 ‘아무것도 그리스도보다 선호하지 말라’(72,11)는 구절은 베네딕도 영성의 백미다. 책은 “베네딕토의 영적 가르침은 그리스도를 통해 사랑으로 나아가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힌다. “성경과 규칙을 많이 읽고 공부해도 모든 것의 지향점인 사랑을 놓쳐 버리면 죄다 무의미하다. 이제 우리가 들어와야 하는 곳은 일상이다. 일상은 우리가 그리스도와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다. "(188쪽)

2024-07-07

노을빛 인생 여정에서 건져낸 작은 기쁨…이해인 수녀 「소중한 보물들」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수도회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은 1964년이다. 인생의 노을빛 여정에서 올해 수도회 입회 60년을 맞은 이 수녀가 마음으로 간직했던 그간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펼쳐놓았다. ‘이것저것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며 쓴 일기, 메모, 칼럼 그리고 신작 시 열 편이 공글려 엮여있다. 5부로 나뉜 책은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서간문, 법정 스님과의 일화, 신영복 선생의 붓글씨 등 지금은 하늘나라로 떠난 인연에서부터 초등학생에서 90대 할아버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나눈 덕담, 편지와 수많은 작은 선물들에 얽힌 사연들을 담고 있다. “Suscipe me, Domine(주님, 저를 받아 주소서). 오월의 그 찬란한 바다 물결. 장미 속에 파묻힌 사랑의 여인들. 바들바들 떨려오는 환희의 오늘. 주여 당신은 제게 이렇게도 크게 갚아주시는 것입니까? 이제부터 나는 클라우디아라고 불린다. 내 생애 최고의 생일. 제일 기쁜 날.”(177쪽) 1968년 5월 23일 첫 서원 날에 쓴 일기에서는 하느님께 삶을 봉헌하는 떨림이 느껴지고 “나도 수녀님처럼 생각을 아름다운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이 주신 특은이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167쪽)라고 김 추기경이 보낸 엽서 글은 그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이외에도 이 수녀는 고(故) 장영희(마리아) 교수가 강의실에서 쓰던 하트 모양 시계를 소개하며 ‘사랑’과 ‘시간’에 대한 상념을 나누고, 종신서원을 기념해 수녀회 내부용으로 인쇄했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이야기도 들려준다. 각 사연에는 정멜멜 사진작가가 2022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이 수녀와 동행하며 찍은 사진이 곁들여져 있다. ‘시인’으로서의 몫에 대해 이 수녀는 “좋은 시인은 삶에 시를 채워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언어의 천사다. 사제처럼 아름다운 노력을 하는 삶 속 예술인이다. 남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예민하게 관찰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나는 성당에서, 침방에서, 정원에서 그리고 글방에서 시를 빚는다. 나는 한 편의 시처럼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끝말’을 통해 “어느 날, 이 세상을 떠나면 ‘민들레, 흰 구름, 흰 나비, 바다를 좋아한 한 수녀가 부산 광안리 어딘가에 해인 글방을 차려놓고 시를 쓰며 문서선교를 했지. 종파를 초월해 많은 이와 교류하고 우정을 나누며 사랑을 받았지’ 정도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한 이 수녀는 “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수행하듯 꾸준히 시를 쓰다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될 작은 수녀! 그 수녀가 바로 나였으면 한다”고 했다. 「소중한 보물들」은 인생의 사계절이 오롯이 느껴지는 글을 읽으며 사람과 사랑이 무엇인지 곱씹어 볼 수 있게 한다. ‘작은 위로와 작은 사랑’이 얼마나 귀한지, 또 흘러간 사람의 흔적이 얼마나 보배로운지 느껴보는 일임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에게 그리고 세상에 소중한 것은 무엇일지 되물어 보게 하는 책이다.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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