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중심에 있는 생태 환경」…자연 세계에 관한 신학적 관점 종합

그리스도론, 성령론, 삼위일체론, 종말론, 성찬례 등 신앙의 여러 주제를 생태적 시각에서 두루 다루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칸 신학자인 성 보나벤투라 신학의 관점에서 생물 다양성을 살펴보는 부분이 새롭다. 호주 애들레이드대교구 소속 사제였던 저자 데니스 에드워즈 신부는 신학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과학 지식의 대화 그리고 생태 신학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신학자였다. 자신을 ‘자연 세계의 신학자’라고 말했던 그는 1980년대 초부터 세상을 떠난 2019년까지 생태 신학에 관한 저술에 전념했다. 특별히 교회의 교의 전통에 깊숙이 몰두한 특징이 있다. “창조의 의미에만 초점을 두는 생태 신학은 불충분하며 오히려 하느님의 창조 활동과 구원을 위한 육화 활동 모두를 포괄하는 전체 이야기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런 배경에서 에드워즈 신부는 자연주의에 관한 신학에서 삼위일체, 성령, 지혜, 그리스도론에 관한 교의들에 주목했다. 초창기에는 칼 라너의 작품들이 큰 영향을 주었지만, 이 외에 이레네우스, 오리게네스, 카이사리아의 바실리우스, 아타나시우스, 보나벤투라, 토마스 아퀴나스, 또 50년 친구인 엘리자베스 존슨을 포함한 현대 여성 신학자들도 신학과 관련한 중요한 대화 상대로 삼았다. 이 책은 자연 세계에 관한 그리스도론적, 성령론적 관점을 종합한 것이다. 에드워즈 신부는 책을 저술한 의도에 대해 “나는 생태 환경이라는 주제가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비본질적이며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그 중심에 있는지, 어떻게 그리스도교 신앙의 삼위일체적 깊이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 바 있다. 「찬미받으소서」는 앞서 저자가 제시했던 과제를 받아들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대학 수준 입문 강좌에서 사용됐던 책은 성찬례, 그리스도교 영성, 생태적 행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실생활에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다. 생태 신학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그것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활발해지도록 영감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옮긴이의 글에서 이다한 신부(스테파노,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프란치스칸 신학자인 성 보나벤투라 신학의 관점에서 생물 다양성을 살펴본 부분은 박사 학위 논문 주제를 선정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 신부는 “이 책을 통해 한국 교회 안에서 생태 신학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가 더 커지고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변화, 교회와 사회와 세상의 변화, 곧 생태적 회심이라는 결실을 보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2024-11-10

“은총 앞에서 침묵하십시오”…성 에디트 슈타인의 메시지

현대인의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숨 가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해야 할 일들과 온갖 걱정거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일과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피로에 지친다. 잠시 시간을 내어 묵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에디트 슈타인 성인(십자가의 성 데레사 베네딕타)은 이런 이들에게, 일상을 거룩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아주 잠깐이라도 침묵하며 마음 깊은 곳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했을 때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유다인 집안에서 태어나 무신론자이자 철학자로 살다가 예수의 데레사 성녀 자서전을 읽고 가톨릭으로 개종했던 에디트 슈타인은 이후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했으나 게슈타포에 체포돼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에서 눈을 감았다. 성인은 이런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여러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이 책은 그 안에서 중요 내용을 발췌한 「내적 침묵으로 향하는 길」의 개정판이다. 진리 탐구와 이웃 사랑, 인간 존재의 의미, 교회 생활, 고통과 죽음 등에 대한 통찰을 포함해서 성인의 핵심 사상이 모두 담겼다. 무엇보다 하루를 어떻게 주님의 은총 안에서 보낼 수 있는지를 성인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묵상하도록 이끈다. 매일의 삶을 통해 자기 내면을 돌아보며 영적 성장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아닐 수 없다. 성인은 “깊은 영성, 겸손, 경청, 온유, 지혜 등의 덕목을 갖추려면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은총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은 은총을 향해 우리 자신을 활짝 여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내려놓고 오로지 하느님 뜻에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 영혼 전체가 하느님 손안에 받아들여질 준비가 필요하다. ‘자기 비움’과 ‘침묵’은 그렇기에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각 글은 짧고 간결하다. 쉽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음에도 글 하나하나에 담긴 메시지에서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랑의 가장 내적인 본질은 ‘내어놓음’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사랑을 위해 창조하신 피조물들에게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십니다. 기도는 인간의 영이 담당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과업입니다.”(48쪽) “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분께서 내 곁에 계시다는 것을 압니다. 이 사실은 나에게 평온함과 힘을 줍니다.”(62쪽) 성인은 ‘영원하신 하느님과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좋은 방법’에 대해 ‘매일 묵상과 영적 독서를 하고, 미사에 참례하며 신실한 신앙생활을 이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모두에게 이 방법이 유익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최대한 실천하는 것’이다. 글을 엮은 뱅상 오캉트는 “성인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영성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며 “그 길은 우리가 매일 ‘주님 안에서 사는 것’이며, 그분께서 우리 마음 안에 사시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4-11-10

「현실 인식과 시대정신」…20주기 맞은 구상 시인 색다른 문학 세계 첫 선

고(故) 구상 시인(요한 세례자·1919~2004) 20주기 기념사업으로, 그가 쓴 글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미발굴 작품들이 세상으로 나왔다. 기존에 발간된 구상 시인 전집이나 총서에 묶여 있지 않은 산문과 사설 등 그가 초기 활동에 남긴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담겨 있다. 책에 실린 내용은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한명수(미카엘) 씨가 십수 년 동안 수집해온 작업 결과의 일부다.(본지 2024년 1월 14일자 21면 보도) 책에는 구상 시인의 미발굴 시와 산문, 평문, 사설, 대담 등이 구분 지어 실려 있다. 각 작품 앞에는 발표 배경과 관련 내용, 작품 뒤에는 한 시인이 쓴 평론 등이 첨부돼 있다. 1948년 ‘상화시비’(尙火詩碑) 제막식에서 헌시를 낭독하는 구상 시인의 모습, 구상 시인의 친구였던 화가 이중섭(1916~1956)이 담배 은지에 그린 그림 등 색다른 장면도 만날 수 있다. 한 시인이 구상 시인의 미발굴 작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구상 전집’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훗날 구상 시인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이뤄진다면 그 작업에 필요한 기본 자료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한 시인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한 시인은 “저보다 구상 선생님을 더 좋아하시는 학자들이 제가 발굴한 자료들을 토대로 그 의미와 가치를 현재에 되살릴 수 있는 작업들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저는 그저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데에는 구상 시인의 제자 이진훈 시인(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의 공로가 크다. 한명수 시인의 작업을 알게 된 이 시인은 구상 시인으로부터 함께 배웠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76학번 동기들과 선후배들의 힘을 모아 발간 기금을 마련했다. 이 시인은 발간사를 통해 “구상 은사님은 1976년부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강의를 시작하셨고, 76학번 제자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쏟으셨다”며 “이 책이 구상 시인의 문학과 사상은 물론 영성(靈性)을 연구하는 데 큰 보탬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2024-11-03

[이달의 잡지] 2024년 11월

■ 경향잡지 이번 호 ‘경향 돋보기’에서는 ‘인플루언서’ 현상을 분석했다.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 풀이되는 이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모습으로 대중의 마음을 얻고 사회적 흐름을 만든다. 여기에서는 복음의 기쁨을 전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톨릭 인플루언서의 면모에 대해 살폈다. ‘교부들의 신앙’에서는 이방인 가정의 자녀로 태어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기’를 강조한 페르시아의 현자, 아프라하트가 소개됐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지난 3월 제25대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한 박윤경(체칠리아) 회장을 인터뷰했다.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겸 ‘빛’ 편집부장 이재근(레오) 신부가 ‘예수님의 경제학’에 대해 설명하며,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장 겸 ‘빛’ 편집주간 박병규(요한 보스코) 신부는 ‘여는 글’에서 바깥세상의 노력과 성공 논리와는 다른 우리 신앙생활에 관해 이야기했다. 1984년 창간한 월간 「빛」은 다음 달 통권 제500호를 발행한다. <대구대교구/1800원> ■ 생활성서 ‘Special Theme’은 주제를 ‘사별 후애’로 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연들을 담았다. 사별 가족들을 돌보는 수도자, 사별의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 등 사별의 아픔과 상처를 다양한 방식으로 치유해 가는 이들을 통해 내 사랑의 흔적을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매 순간 그 사랑에 감사할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순례 스케치’에서는 경북 ‘가실성당’이 실렸다. <생활성서사/4800원> ■ 월간 꿈CUM 이탈리아 토리노 산 조반니 바티스타 대성당(토리노 대성당)의 예수님 장례에 사용된 수의(壽衣)를 표지로 한 이번 호는 노성호 신부(요한 보스코, 수원교구 명학본당 주임)가 ‘사제의 길'에서 ‘빨간 내복을 선물한다는 것은’을 주제로 글을 썼다. ‘꿈CUM 수필’에서는 소설가 안영(실비아) 씨가 자신의 세례명 뿌리를 찾아보는 내용을 글로 펼쳤다. ‘건강한 꿈 CUM’은 비만의 약물치료를 다뤘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를 특집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동행으로, 봉사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에 힘쓰는 이들을 만났다. 말씀의 선교 수도회 사제이자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천안모이세 필리핀 공동체 담당인 준준 빅터 신부, 안양 소망의 집 교정 봉사자 김영선(실비아) 씨, 대전가톨릭대 하상신학원 김경희(데레사) 씨 등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에서는 예수님 사랑을 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정영화(요셉) 선교사를 찾았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 사목정보 11·12월의 특집 주제는 ‘가톨릭 학교 교육의 정체성 구현’이다. 오늘날 한국의 학교 교육은 경쟁 위주 입시와 취업 위주 분위기 속에서 학생 부모 교육자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가톨릭 학교 교육이 나아갈 바를 살폈다. 한국 가톨릭 교양 공유대학 학장 구본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를 만나 공유대학의 현황과 비전에 대해 들었고, 가톨릭 학교 일선에 있는 사제들이 가톨릭 학교 정체성 구현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미래목연구소/1만 원>

2024-11-03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의 첫 만남」…위대한 신학자에게 큰 울림 전한 기도 영성 조명

20세기 가톨릭교회 신학에 큰 획을 그은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추기경(Hans Urs von Balthasar, 1905~1988)은 1945년 예수회를 탈퇴하고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재속 수도회 ‘요한공동체’를 설립한다. 여기에는 그의 삶에서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스위스의 내과 의사이자 현대 신비가인 ‘하느님의 종’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Adrienne von Speyr, 1902~1967)와의 만남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 책은 발타사르 추기경이 27년 동안 긴밀히 협력했던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생애와 영성을 소개한다. 아드리엔과 나눈 이야기와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됐다. 개신교 신자였던 아드리엔은 어린 시절, 성모 마리아와 이냐시오 성인을 만나는 신비 체험을 했다. 이후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신비가로서 새로운 길을 걸었다. 많은 현시를 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술한 다양한 작품을 남기고 선종했다. 지인의 소개로 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아드리엔을 알게 된 발타사르 추기경은 그의 영적 지도자로 동반하며 그가 가톨릭 신앙 안에서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발타사르 추기경도 아드리엔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여러 기회를 통해 발타사르 추기경은 아드리엔에게서 영향받은 신학적 영성적 전망을 언급하고, 자신이 쓴 작품들의 신학적 원천이 아드리엔의 영성에 있다고 고백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도 “아드리엔이 제게서 받은 것 보다 아드리엔에게서 훨씬 더 많은 신학적인 가르침을 받았다”며 “27년 동안 고해 사제이자 영적 지도자로서 아드리엔의 내적인 삶을 세밀하게 관찰했지만, 아드리엔의 소명이 참되다는 것과 그가 자신의 소명을 실천하며 보여 준 겸손함과 순수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으며, 1부는 3개 장에 걸쳐 아드리엔의 생애, 중요한 신학적 과제와 은사, 모든 작품에 대한 개요를 담았다. 2부는 아드리엔이 자신에 대해 남긴 진술을 모았다. 이 진술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아드리엔의 외적 삶과 숨겨진 내적 삶을 조명한다. 3부는 아드리엔이 썼거나 제3자가 받아 적은 기도문들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독자들은 아드리엔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발타사르 추기경은 특히 3부에 소개한 기도문에 대해 ‘아드리엔의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언급했다.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깊고도 의미 있는지 보여주는 책은 아드리엔의 신학과 영성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깨닫는 데 도움을 주며, 그 가르침을 오늘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도록 한다. 발타사르 추기경의 신학은 ‘교회의 정통 가르침과 현대적인 감각이 더할 나위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늘 무릎 꿇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신학에 임했다는 그의 사상에서는 ‘영성적인 전망’을 살펴볼 수 있다. 윤주현 신부는 “발타사르 추기경과 그의 영성적인 전망 이면에 자리했던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작품들은 신학적 내용이 확실히 보장된 동시에 깊은 영성적 전망이 스며있는 보화"라고 말했다.

2024-11-03

“산티아고 순례길, 나를 살게 하는 또 하나의 심장”

2011년 도예가 김소영(체칠리아·서울대교구 방학동본당) 씨는 첫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 대학 시절 파올로 코엘료의 책 속 주인공이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는 장면을 읽고 막연히 꿈꿨던 길이었다. 바쁜 대학 생활과 아르바이트, 직장 생활로 꿈만 꾸다가 직장을 그만두고서야 순례에 나설 수 있었다. 항공료는 밤새 도자기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아 겨우 마련했고, 나머지 경비는 순례길 동안 도자기를 팔아 충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해서는 경비를 마련하느라 정작 중요한 체력 준비를 못 해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맛봐야 했다. 그런데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근심을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걷기에만 집중하면 되는 그 단순함에서 오는 즐거움을 체험했다. 너무 힘들어 매일 묵주기도를 하고 매일 성당에 들러 미사에 참례하며 하느님도 더 깊이 만났다. “하느님은 언제나 내 옆에 계시는구나, 그냥 계시는 거구나”라는 강렬한 느낌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면서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아홉 차례 다녀왔다. 그는 자주 “내게는 두 개의 심장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 심장이란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힘이다. 하나는 ‘도자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이 둘은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그의 꿈을 시들지 않게 해준다. 특히 산티아고 순례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더 멀리 흐르는 원천이 되게 한다. 상당히 지쳐 있었을 때,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주었던 길이다. 이 길을 통해 그는 어떤 것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됐고 꿈과 이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현실로 만들게 됐다. 「나는 여전히 걸어가는 중입니다」는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젊은 청년이 생계를 위해 숱한 시련과 좌절을 마주했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 도자기로 먹고살기로 했지만, 작업실을 찾지 못해 4년 동안 해발 700미터 고지 강원도 산속에서 홀로 귀촌 생활을 했던 경험도 녹아있다. 이곳에서는 당연하게 누려왔던 편리함 안락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난방도 제대로 안 돼 찬물로 세수하는 등 생활 속에서 도시의 여유로움과 바쁘게 지나치며 간과했던 많은 것들을 되찾았다. 김 씨는 앞으로도 가능하면 “매년 걸으러 가겠다”고 했다. 이유는 그저 한 줄로 얘기 하자면 ‘수행’을 위해서다. “제 유통 기한이 1년이더라구요. 좋은 것은 계속해야 좋잖아요. 운동도 꾸준히 해야 좋듯이,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길이기에 계속 가는 것 같습니다.” 책은 짧은 묵상 글처럼 쉽게 읽히지만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꿈과 도전을 잃지 않는 청춘의 피땀 나는 절실함이 배어있다. 그래서 지치고 주저앉고 싶은 모두에게도 일어나라고 등을 떠미는 듯 힘을 준다. 그는 “책을 읽고 20대 청년들과 신앙인들이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랜 시간 신자들이 순례했던 길입니다. 그 안에 녹아있는 하느님께 대한 기도를 깨닫는 깊은 체험을 하실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꿈이라는 김소영 씨. “'부엔 카미노'(Buen Camino)라는 순례길 인사말처럼 함께 걷는 세상 여정에서 ‘힘내서 걸어보자’고 응원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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