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이재민에 희망 전하는 그리스도인

지난 3월 21일부터 경남과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산불 주불이 모두 진화됐다. 지금까지 최대 규모였던 3년 전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산불보다 더 큰 피해를 준 역대 최대 규모다. 더군다나 상당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해 안타까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강풍 탓에 대형산불로 확산했고, 기후변화 때문에 산불이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난다고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과도한 산지 개발과 벌목, 침엽수 위주의 숲 조성 등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두지 않은 인간의 욕심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눈부신 기술의 발전은 지구환경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파괴하기까지 이르렀지만, 커다란 자연재해를 마주할 때면 자연 앞에서 한낱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만든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피해 지역 주민들을 돕는 일에도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하다. 삶의 터전을 잃은 수많은 이재민들이 망연자실한 상태로 막막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에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전국 각 교구를 비롯한 여러 기관·단체들은 이미 피해 지역을 위해 긴급구호 기금을 지원하고, 성금을 모으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별히 사순 시기를 지내고 있는 지금, 실의에 빠진 이들을 위한 교회의 나눔 실천에 적극 참여하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피워내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증거하고 보여줄 때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23면

시노드 교회 실현 노력 일상화 돼야

시노드 교회 실현을 위한 노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는 최근 열린 2025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시노드 교회 실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들을 모색, 구체화하기로 했다. 주교회의를 통해 이뤄진 한국교회 전체 차원의 방안들이 각 교구와 본당을 중심으로 일상의 문화로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주교회의는 총회에서 우선 주교회의와 교구별로 시노드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 시노드팀은 한국교회 전체 안에서 시노드 교회를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이를 사목 현장 안에서 구현할 방안들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평신도와 수도자, 성직자 등 교회의 모든 계층이 참여하는 시노드 모임을 교구 차원에서 우선 진행해 활성화한 뒤 전국 단위의 시노드 모임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노드 교회 건설은 어느 한 분야나 과업의 추진으로 이뤄질 수 없다. 교회와 신앙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시노달리타스 문화가 정착되고 그것이 신자 생활 전반을 이끄는, 교회의 운영 원리로 정착돼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과업이 단기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성급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노드 교회 실현을 위한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점검할 수 있는 단계적인 조치들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 및 각 교구 차원의 기구와 조직들을 운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교회법과 규범, 제도의 수정과 보완을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이제 본격화된 시노드 교회 건설의 이행 단계가 그 원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돼 시노드 교회 실현 노력이 일상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23면

단식과 금육은 적극적 사랑 실천

어느덧 주님의 수난과 희생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가 4주째를 맞았다. 그리스도인들은 매년 사순 시기마다 주님 수난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기 삶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회는 이 뜻깊은 시기를 신앙인답게 지내도록 하기 위해서 기도, 금식과 금육, 자선의 실천을 권고한다. 교회의 규정에 의하면, 신앙인들은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단식을 지켜야 하고, 재의 수요일과 사순 시기의 모든 금요일마다 금육재를 지켜야 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고 단식하던 것을 본받아 자발적인 희생을 통해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본지가 최근 단식과 금육재 준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65%의 응답자가 매주 금육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의 수요일에 단식재를 준수한 응답자는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7%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단식과 금육의 실천이 신앙에 도움이 되고, 기도와 같은 것이며, 이웃을 위한 사랑 실천의 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늘날 단식과 금육의 실천은 과거처럼 엄격하게 의무로 강조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교회는 남을 위한 자기희생과 자선이라는, 단식과 금육의 참된 의미와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일러준다. 건강을 해치는 과도한 수준의 단식과 금육이 아닌,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이라는 적극적 사랑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단식과 금육은 소중한 신앙 실천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랑 나눔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발행일 2025-03-30 제3435호 23면

청년은 교회의 희망이다

교회의 역사 속에서 청년들은 언제나 변화와 쇄신의 주역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젊은 제자들은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교회 또한 박해와 격동의 혼란 속에서 청년 신앙인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성장해 왔다. 오늘날 우리가 신앙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용기와 열정 덕분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신앙 문제만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신앙이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이는 교회가 청년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단순한 수동적 신자가 아니라, 교회의 사명에 함께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과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교회는 청년들이 신앙을 현실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의 영적 목마름을 해소하는 다양한 노력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청년들 스스로도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때, 교회는 더욱 활력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앞으로 다가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그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교회는 청년들을 성숙한 동반자로 환대하고, 이들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이끌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청년들이 교회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교회는 더욱 열린 마음으로 청년들을 맞이하고, 청년들은 신앙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발행일 2025-03-30 제3435호 23면

부당한 법·정책 맞서 이주민 권리 보장 힘써야

한국 내 이주민은 2024년 말 기준 265만 명에 이르며, 이는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한다. 그러나 법적·정책적 보호는 여전히 미흡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취지를 거스른다. 인권 보호가 아닌 통제를 우선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임시 구제책 또한 추가 대책 없이 오는 31일 종료된다. 법의 테두리 밖 이주민, 그리고 한국이 모국이나 다름없는 미성년 아동을 추방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 교회는 이주민과 소외된 이들을 위한 돌봄과 연대의 정신을 줄곧 강조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여러 차례 이주민을 향한 환대와 사랑을 촉구하며, “이주민과 난민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존재이며, 그들을 환영하는 것은 복음의 요구”라고 했다.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교회는 이주민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올 2월 국내 각 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을 위해 네트워크를 꾸렸다. 한 수도회가 운영하는 경기도 광주 ‘까리따스 이주민 초월센터’는 이주민을 위한 기본적인 지원활동과 더불어 본당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연대의 공동체 구현의 중심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이주민 사목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포괄적인 접근과 사목이 필요하다. 정부의 부당한 법과 정책에 대응하며, 이주민의 권리 보장에 앞장서야 한다. 이주민 사목은 선택이 아니라 본질적 사명임을 다시금 되새길 때다.

발행일 2025-03-23 제3434호 23면

교황과 세상을 위한 기도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심각한 호흡기 질환으로 로마 제멜리병원에 입원한지 벌써 한 달째다. 다행스럽게도 교황청은 다소간 건강을 회복한 교황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3월 16일 공개했다. 그간 교황은 여러 차례 호흡 곤란을 겪으며 고비를 맞아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여전히 상당 기간의 치료를 요하지만 큰 위기는 넘은 듯하여 반가운 마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교황 선출 12주년을 맞았다. 교황은 지난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에 선출돼 수많은 도전에 직면한 가톨릭교회의 면모를 일신해 왔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면서, 교회가 완고함에서 벗어나 자비와 사랑을 향하게 이끌었다. 불의에 단호하면서도 공감 어린 유머를 잃지 않는 소박한 모습의 교황에 모든 이들이 매료됐다. 교황은 특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참되게 시노드적인 교회로의 변모를 이끌고 있다. 비록 어떤 이들은 여전히 돌처럼 굳은 마음으로 변화에 저항하고 있지만 그러한 논란마저도 시노드 교회의 특징임을 우리는 깨닫고 있다. 동시에 그는 세상의 가난한 이들에게 항상 가장 먼저 눈길을 돌리고 교회와 세상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교황의 건강 악화로 인해 일각에서는 사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교황은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결단처럼,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로 교황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에는 사임의 길을 열어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교회와 세상은 그의 헌신을 필요로 한다. 주님의 섭리가 마침내 온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이끌 것임을 믿으며, 종들의 종인 교황을 위한 기도,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에 더욱 힘쓸 때다.

발행일 2025-03-23 제3434호 23면

청년 대상 영성 프로그램 계발 강화돼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영성 프로그램 계발이 필요하다. 최근 한 본당 사목자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기도와 묵상, 피정 등 영신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과 열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젊은이들이 오로지 재미와 흥미에만 몰두한다는 인식이 선입견이나 편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젊은이들이 초월적이고 진지한 주제와 활동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단지 이를 지루해할 뿐이라는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실 젊은이들과 조금만 깊게 대화를 하게 되면 이들이 사실은 삶의 참된 의미와 영원한 가치에 대한 관심과 영적 목마름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은이들이 가볍고 피상적인 흥미와 재미에만 이끌린다는 편견은 자칫 잘못된 사목적 접근을 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청년들의 즉각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발랄한 활동과 쾌활한 프로그램들은 청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직접적이고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반드시 초월적인 하느님 체험, 내면의 깊은 영적 갈망에 연결되는 신앙적 의미와 연결되지 못할 경우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청년들의 영적 갈망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다양한 영성 프로그램의 계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반드시 시류에 영합하는 흥미와 재미로만 이뤄질 필요는 없다. 그들의 영적 갈증을 이해하고 삶의 희망과 보람을 일깨우려는 배려와 고민이 깃든 영신 수련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청년들을 관심과 참여로 이끌어줄 것이다.

발행일 2025-03-16 제3433호 23면

어린이 생태 사도들을 응원한다

‘하늘땅물벗’ 어린이 단체가 처음으로 창단돼 눈길을 끈다. 최근 서울대교구 구파발본당은 초등부 어린이 29명으로 구성된 하늘땅물벗인 ‘탄소포집벗’ 창단 미사를 봉헌하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앞으로 플로깅을 비롯해 숲 생태교란종 제거 활동, 자원순환센터 견학, 분리배출 등 일상 속에서 다양한 실천들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하늘땅물벗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전하기 위해 생태 보호의 책임을 실천하는 생태사도직 단체다. 그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하늘과 땅과 물을 살리는 벗들의 모임을 통해 소비 지향적 생활양식을 지양하고, 소박하고 단순한 생태적 삶을 살아감으로써 보시니 좋았던 세상을 가꾸어 나가는 노력을 펼친다. 생태적인 삶이 오늘날 반드시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직접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듯하다. 이미 물질적 풍요와 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많은 불편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괜히 ‘녹색 순교’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등학생들이 생태적 삶을 실천하면서 창조질서 보전에 함께하는 사도가 되고자 나섰으니, 그 모습이 무척 대견스럽고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 생태 사도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지지와 동참이 필요하다. 생태적 삶은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할 때 세상과 교회가 변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탄소포집벗을 시작으로 더 많은 어린이 생태 사도들이 탄생하게 되길 기대하며 응원과 기도를 보낸다.

발행일 2025-03-16 제3433호 23면

한국 외방 선교회 설립 50주년을 축하하며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교회의 사명인 선교와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설립한 최초의 ‘해외 선교 전문 공동체’인 한국 외방 선교회의 설립 50주년을 축하한다. 한국 외방 선교회는 한국교회의 사정이 녹록지 않았던 1975년, 선교 사제 및 재원 부족 등에 대한 많은 우려를 무릅쓰고 그 시작을 알렸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전파된 이래 파리 외방 전교회를 비롯해 외국 선교사들의 도움과 지원으로 성장한 한국교회가 ‘나누는 교회’로 성장하게 된 첫걸음이었다. 한국 외방 선교회는 외국 선교사들의 복음 선포에 대한 열정, 헌신적인 나눔과 봉사 정신을 이어받으며 세계 복음화를 위해서 노력해 왔다. 선교회는 1981년 파푸아뉴기니에 첫 해외선교사를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9개 나라에서 87명의 선교사가 복음을 전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한국 외방 선교회가 뿌린 해외선교의 씨앗은 설립 초기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국교회의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한국인 선교사는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또한 한국교회가 우리만의 ‘울타리’를 벗어나 해외의 열악한 상황에 놓인 선교지로 시선을 확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아울러 선교 사제와 평신도 선교사 발굴에 큰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선교 사명은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게 해주었다. 한국 외방 선교회는 50주년 표어를 ‘밖으로 나가라’로 정했다. 전 세계 복음화를 지향하는 선교회 정신과 맞닿아 있다. 한국 외방 선교회가 표어대로 교회의 선교 사명을 재확인하고 기쁘게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가 되길 한국교회 모든 신자들과 함께 응원한다.

발행일 2025-03-09 제3432호 23면

희망으로 함께 걷는 사순시기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이어지는 부활의 영광을 희망하는 사순시기다. 매년 그리스도인들은 아기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와 함께, 이 뜻깊은 사순시기에 하느님 나라가 세상에 임하시기를 염원하고 희망하며 지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순 담화에서 모두가 “희망 안에서 함께 길을 걸어가자”고 권고했다. 우리는 아버지의 집을 향해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다. 그 길은 홀로 가는 외로운 여정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가는 시노드 교회 공동체의 길이다. 무엇보다 그 길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리라는 약속의 길이기에 희망 안에서 걷는 길이기도 하다. 고령과 건강으로 고통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사순 시기를 맞아 우리가 모두 형제자매로서 희망을 잃지 말고 이웃을 사랑하며 함께 나아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국가와 사회적으로 지극한 고통과 번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법과 질서와 국민의 뜻으로써만 유지되는 우리 사회와 국가가 심각한 고통과 좌절의 순간들을 경험했다. 봉사의 직분을 받아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지도자들이 자신과 당파의 이익에 매몰되기 일쑤고 사람들은 둘로 나뉘어 혼란과 분열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혜로운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다시금 자긍심과 형제애로 지난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갈 것을 믿는다. 특별히 이 사순 시기는 그간의 고통을 교훈 삼아 각자 참회와 보속을 통해 새로운 부활의 영광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될 것을 믿는다.

발행일 2025-03-09 제343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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