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물벗’ 생태사도직 활성화를 기대한다

기후위기 극복은 인류 최대의 과제다. 우리나라도 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 태풍, 홍수, 산불 등을 통해 극심해지는 기후위기의 영향을 체험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교회 역시 인간의 생태환경 훼손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창조질서의 보전이 신앙적 소명에 속함을 가르쳐왔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자연생태계의 보호가 인간과 사회 생태계의 보호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통합적 생태론을 선포했다. 생태사도직 단체인 ‘하늘땅물벗’ 한국협의회는 10월 9일 서울 명동에서 제1회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59개 본당 89개 단체가 참여한 이날 대회는 처음으로 전국의 모든 하늘땅물벗 ‘벗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생태사도직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하늘땅물벗’은 그 유래가 깊다. 교회 환경운동이 처음 태동한 90년대 초 생태적 회개를 바탕으로 창조질서 회복을 지향하며 결성된 이 단체는 창립 이후 다소간의 침체기를 거쳤지만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다시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모든 사도직 활동이 그러하듯, 생태사도직 역시 교회의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본당에서의 활동이 관건이다. 보편교회의 창조질서 보전에 대한 굳건한 의지는 본당에서의 왕성하고 적극적인 생태사도직 활동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이번 전국대회가 본당은 물론 교회 내 기관 단체, 수도회와 교육 기관 등 모든 영역에서 생태사도직 활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4-10-20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선포하라

전교 주일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복음을 선포하라’며 부여하신 선교 사명을 되새기고, 이 숭고한 사명에 투신하고 있는 선교사와 선교 지역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돕기 위해 마련된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제98차 전교 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가서 모든 사람을 잔치에 초대하여라’(마태 22,9 참조)는 성경 말씀을 주제로 모든 사람에게 ‘가서’ 그들을 ‘초대하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또 시노드 정신은 본질적으로 선교적이며 선교 또한 항상 시노드적이라며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적 교회가 되기를 권고했다. 복음 선포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수님께 직접 수여받은 본질적인 사명이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복음 선포는 자랑거리도 아니며,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행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전교를 압박이나 강요, 개종의 방식으로 잘못 이해하지는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전교 주일 담화에서 인용한 성경 말씀에서, 임금은 종들에게 모든 사람에게 가서 그들을 혼인잔치에 ‘초대하라’고 명령했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강요하지 않고 초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대로,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준다.”(「복음의 기쁨」 1항 참조) 우리는 우리 안에 복음의 기쁨을 가득 채워 흘러넘치게 해야 비로소 이웃에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교 주일을 맞아 우리 안에 복음을 채우고 이를 이웃에게 선포해야 하는 신앙인의 소명을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2024-10-20

군종교구의 활동에 기도와 관심을

군일 주일이다. 한국교회는 1968년부터 해마다 10월 첫 주일을 ‘군인 주일’로 지내오다 2023년부터는 10월 둘째 주일에 군인 주일을 지내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관심과 지원으로 군종 사제들은 종교를 초월해 모든 군인들의 영혼을 돌보며, 특히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군종교구는 ‘선교의 황금 어장’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청년 영세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 20대 초중반 남성 영세자의 90%가 군대에 입대해 신자가 됐다. 하지만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군종교구는 어느 교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고, 병영 문화 선진화로 군인들의 휴대전화 사용 및 병영 내 다양한 문화생활이 허용되자 종교활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군종 사제들은 전국에 흩어진 군성당을 다니며 병사들을 만나고 미사와 성사를 집전하는 등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군인 주일 담화에서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가 성경에서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고,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3,6)라는 구절을 인용한 대로, 전역 후 각 본당으로 돌아갈 신앙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군종교구가 뿌린 신앙의 씨앗이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온 교회의 책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서 주교는 무엇보다도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한국교회에 젊은 피를 공급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사목활동을 하는 군종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자. 그리고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청년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하자.

2024-10-13

가톨릭학술상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가톨릭학술상 수상작들이 발표됐다. 올해로 제28회를 맞은 가톨릭학술상은 척박한 한국교회의 학문 연구 풍토 속에서도 교회 학문의 발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는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학술상 본상 수상의 영광은 「교부학 사전」을 번역해서 펴낸 노성기 신부와 하성수, 최원오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간행된 「교부학 사전」은 교부들과 연구 주제들, 관련 연구서 등에 관한 문헌학적 정보를 사전식으로 묶은 것이다. 1283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교부들의 가르침을 쉽게 접하도록 한 공로가 크다. 본상 외에 연구상과 번역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토빗기」와 「마르코가 전하는 기쁜 소식」 역시 그 학술적 가치와 문체의 유려함 등으로 학술상 수상작으로서 부끄럼이 없는 역작들이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공로상을 수상한 정달영 신부의 업적도 눈길을 끈다. 다시 한 번 수상자들에게 그 노고에 대한 심심한 감사와 축하의 뜻을 전한다. 학술 연구는 비록 직접적인 실용성으로 가늠할 수 없는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리스도교 교회의 발전은 신앙과 함께, 복음의 진리를 탐구하는 인간 지성의 활동으로서 학술 연구에 그 바탕을 둔다고 할 수 있다. 당대의 학술과 학문 연구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신앙뿐만 아니라 인류 문화와 문명의 발전과 성숙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톨릭학술상 수상자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전하며 가톨릭학술상이 한국교회 학물 발전에 더 큰 자극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4-10-13

세계청년대회는 청년사목의 기회다

교황청과 한국교회는 9월 24일 로마에서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주제가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라고 발표했다. 이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죽음을 이기고 생명과 사랑의 은총을 누릴 것이라는 희망을 젊은이들에게 전하려는 뜻을 담았다. 이제 한국교회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가 희망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우리는 이 대회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깊은 고민의 과제였던 청년사목의 획기적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때마침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가 9월 27일과 28일 개최한 ‘WYD와 한국청년’ 심포지엄은 한국교회 청년사목의 쇄신 방향을 적절하게 짚어주었다. 다양한 의견들이 피력됐지만 요지는 기성세대의 시대착오적인 패러다임을 청년들에게 강요하지 말자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장주의가 초래한 청년들의 문제에 대해 성장주의로 대응하려는 안이함, 수직적인 하향식 권위주의에 기댄 사목, 청년들이 종교적 열망에 소홀하다는 편견 등은 청년들에 대한 큰 오해다.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청년들이 신앙을 고백하는 자리이기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차질 없이 치러져야 할 대규모 행사다. 동시에 우리 모든 젊은이들이 참으로 예수님을 자기 삶 안에 모시는 신앙의 삶을 다지도록 이끌어야 하는 소중한 기회다. 청년사목의 문제들을 진단하고 쇄신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대회의 가장 풍성한 결실이 될 것이다.

2024-10-06

AI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주교회의와 한국정교회대교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AI, 봉사자인가 지배자인가?’를 주제로 9월 27일 공동으로 개최한 심포지엄은 매우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AI의 발전과 관련해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방향성에 대해 올바르게 제시했다. AI는 인류 문명의 가장 큰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AI는 산업혁명, 영화와 라디오 및 TV의 발명, 그리고 획기적인 정보처리기술과 전달수단의 발달에 따른 PC와 인터넷의 대중화 등 이전의 기술 문명 발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위험성이다. AI가 가져올 편리와 편의, 새로운 가능성이 큰 만큼 예견하거나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악용도 우려된다. 실제로 딥페이크의 만연 등 그 우려는 현실화됐다. 그런 의미에서 심포지엄에서는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AI는 봉사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배자인가를 물었다. 가톨릭교회는 이미 AI가 인간 존엄성의 원리에 부합하고 공동선을 지향하며, 사회적 연대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의 유혹은 자칫 이러한 원칙에 벗어나는 오용의 위험성을 드러냄에 따라 국제적인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별히 교회는 큰 잠재력을 지닌 AI가 참되게 인류에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서 깊은 사목적 관심을 갖고 선의의 전문가들 및 시민들과 함께 이 기술이 효율성에 매몰되지 않고 봉사자의 역할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이끌어야 할 것이다.

2024-10-06

이주민과 난민은 그리스도를 만날 기회다

교회는 매년 9월 마지막 주일을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로 정해 그들을 향한 형제적 사랑을 호소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8년 1월 1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세계 이민의 날 기념미사에서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도 이해되지만 그것이 환대의 정신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존중과 관대함으로 이주민과 난민들을 받아들일 것을 요청했다.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전 세계의 이주민 인구는 2억28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3.5%를 넘어선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이주민 수가 이미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결국 오늘날 이주민과 난민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이주민과 난민은 바로 우리 이웃에서 살아가는 형제자매라고 할 수 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올해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를 통해 이주민들에 대한 환영과 우려가 공존한다고 지적하면서 하느님 백성이야말로 순례자, 곧 이주민의 정체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길 위에서 이뤄지는 모든 만남은 바로 그리스도와의 만남이라며 나그네, 즉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존중과 환대는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이라고 당부했다. 교회 공동체는 하느님 나라를 향한 ‘이주’의 길을 걷는 이주민과 난민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 대해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성과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 자칫 편견과 선입견으로 우리 곁의 이주민과 난민들을 대하지는 않는지 우리 모두 깊이 성찰해 봐야 할 일이다.

2024-09-29

보편교회와의 일치 보여준 사도좌 정기방문

한국 주교단이 9월 16~22일 사도좌(교황청) 정기방문을 마침으로써 보편교회와의 일치를 드러내고 더욱 열정적인 복음 선포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랑을 다짐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은 교회법에 따라 5년마다 진행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됐다가 9년 만인 올해 이뤄졌다.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은 성 베드로와 바오로 묘소 순례, 교황 알현, 교황청 각 부서 방문으로 이뤄졌다. 특히 주교들은 예년보다 알찬 일정으로 진행된 교황청 부서 방문을 통해 보편교회와 지역교회로서 한국교회와 사회의 중요한 사목 현안들을 공유하고 깊이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한 세계 주교단의 단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한국교회에 대한 깊은 관심을 확인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더욱 깊은 관심과 사랑을 당부받았다. 올해 한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1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이뤄지는 방문이기도 하다. 또한 나라 간의 분쟁이 전세계적으로 빈발하는 가운데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불화와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며,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때이기도 하다. 한국교회에는 제삼천년기 세계 복음화의 주역으로서의 기대와 역할이 주어졌다. 한국교회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대륙의 복음화에 크게 이바지해야 할 사명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사명감에 바탕을 두고 한국교회는 교황과 교황청, 보편교회와의 일치와 친교를 다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2024-09-29

변방으로 나서는 교황에게 응원과 기도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4개 나라를 사목방문했다. 9월 2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 이번 사목방문은 이동거리만 3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선 가장 오랫동안 가장 먼 거리를 여행하는 고된 일정이었다. 하지만 교황은 이번 사목방문에서도 대화를 통해 형제애와 일치를 추구하며 변방으로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려는 그의 의지를 내비쳤다. 교황은 인도네시아에서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스티크랄 선언’을 통해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이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기로 약속한 것은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대화로 종교간 평화 공존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교황은 파푸아뉴기니에서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번에 방문한 4개 나라 중 유일하게 가톨릭 신자가 다수인 동티모르에서는 수많은 군중이 참례한 가운데 미사를 봉헌하고, 인도네시아의 통치 아래에서 고통받았던 동티모르 국민들을 위로했다. 여러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싱가포르에서는 청년들에게 형제애와 평화의 사도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변방, 즉 교회의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소외되어 온 지역에 하느님의 위로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리스도교가 소수인 아시아 지역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스리랑카와 필리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태국과 일본, 몽골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교황의 바람대로 아시아 지역이 미래 교회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기도로 동참하자.

2024-09-15

본당 사제들, 시노드 교회 이끌어야

시노달리타스가 구현된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등 하느님 백성 모든 계층의 온전한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을 통해서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성령 안에서의 대화’라는 것도 깨달았다. 따라서 시노드 교회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지해 서로 경청하고 소통함으로써만 건설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모든 이들이 이 여정에 참여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특별히 본당 사제들의 역할이 실제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황청에서 지난 4월에 열린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서, 수백 명의 본당 사제들이 시노달리타스와 관련해 서로 경청하고 대화하는 체험의 기회를 마련한 것도 그 이유다. 한국에서도 9월 2~4일까지 사흘 동안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이 열렸다. 전국에서 43명의 본당 사제가 참석한 이 모임을 통해 사제들은 다시 한번 경청과 대화의 소중함을 체험함으로써 각자의 사목 현장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해 나갈 의지와 각오를 다졌다. 교회는 보편적이지만 사목은 구체적인 현장의 삶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의 현장은 가장 기초적으로는 가정이다. 또한 신앙과 삶이 구체적으로 교류하고 공동체적으로 실현되는 곳은 바로 본당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당을 이끌고 본당의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는 사제들이 얼마나 시노달리타스를 이해하고 익히며 구현하고자 하는지가 시노드 여정에서 가장 관건이 된다. 이번 사제 모임이 이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되어 자칫 논의만으로 그칠 수 있는 시노드 여정이 구체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202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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