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

교황청 시성부가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시복 추진에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승인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장애 없음’ 승인은 교황청 시성부가 검토한 결과 지역교회가 시복 대상자를 시복 추진하는 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김수환 추기경은 ‘하느님의 종’으로 불리게 된다. ‘장애 없음’ 승인으로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 추진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순교자가 아닌 김수환 추기경이 시복되기 위해서는 그의 영웅적 성덕을 인정받아 ‘가경자’가 돼야 한다.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 성덕의 명성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복 추진은 교회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지만, 교회 전문가들은 평신도들의 시복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복시성이 그 대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세에 있는 신자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황청 시성부도 ‘시성절차법’이 정한 절차의 이행 여부뿐만 아니라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교회 공동체의 열의도 시복시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에서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실천하고 널리 확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랑으로 용서하며 가장 가난한 이웃을 돌봤던 김수환 추기경. 그가 한 일은 교회의 사명이자 우리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나서야 할 일이었다.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이 보여준 성덕과 영성을 우리의 구체적인 삶으로 보여주고 끊임없는 기도로 그의 시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4-07-14

저출생 위기, 생명 문화로 풀어야

전 세계적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기를 꺼리는 추세를 고려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저출생 위기 상황은 극단적으로 심각한 지경이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이 돼야 함에도,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에 불과했다. 저출생이 가져오는 사회적 문제는 경제와 교육을 포함해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정부와 기업을 포함, 전사회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효과적인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약한다면 그 원인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 너무나 척박한 우리 사회 현실이 그 하나요, 생명 문화의 터인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다른 하나가 될 것이다. 자녀 출산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고 해도 양육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면 출산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생명을 낳아 기르는 일의 존엄함과 소중함을 소홀히 여긴다면 그 역시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기피할 것이다. 교회는 생명의 못자리로서 혼인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생명 문화를 진작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긴다. 우리가 고백하는 하느님은 생명의 하느님이시다. 따라서 가정 안에서 생명을 낳아 양육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은총의 선물이자 고귀한 의무다. 교회는 이러한 생명 문화를 일깨우는 일을 통해서 저출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교회의 모든 시설과 인력들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살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24-07-14

여름 더위를 신앙 열기로 이기자

예년에 비해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린 6월에 이어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는 7월이다. 기상 관측에 의하면 올여름은 더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매년 여름철마다 폭염이 더해가고 집중호우로 인한 비 피해도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함께 스스로의 신앙생활도 느슨해지지 않도록 다져야 할 것이다. 사실 여름은 신앙생활에 다소 소홀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갈수록 더해가는 무더위가 일상생활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지친 심신으로 게을러지기도 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더위를 피해 휴가를 즐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신앙인들은 여름철을 영성적으로 충실하게 지낼 수 있는 나름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신앙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기쁨인 주일 미사를 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과 들, 바다로 휴가를 떠나서도 인근 성지나 사적지들을 둘러보고 주일이 끼어 있다면 빠지지 않고 참례하는 것은 기본적인 의무다. 아울러 여건이 허락된다면 오히려 평일미사에도 한 번쯤 참례하는 열의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곧 시작되는 여름휴가 시기를 신앙생활에 더 충실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자. 조금은 여유로워진 시간 속에서, 느슨해진 기도 생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평소에 잘 접하지 못하던 성경이나 영성 서적 읽기에 더 관심을 기울여도 좋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 일상을 떠나 쉼을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은총이지만, 그 속에서도 열렬한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역시 은총이다.

2024-07-07

젊은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세계청년대회 준비 여정 되길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개최지 선정 이후 준비위원회를 꾸려 대회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어 지역조직위원회와 산하 사무국을 구성했다. 기초연구팀은 10차례 모임을 통해 대회가 구현할 젊은이 사목 방향과 핵심 가치를 제안했다. 기도 운동도 힘을 보탰다. ‘묵주기도 10억단 봉헌운동’은 7월 초 3300만 단을 넘어섰다. 본 대회 전 열릴 교구 대회 또한 주교회의 차원에서의 준비가 시작됐다. 서울 WYD 지역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최지 선정 후 1년을 ‘씨를 심어놓은 기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제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고 건강히 자라 2027년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한다. 특별히 준비 여정에 있어 대회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보다 충실히 담을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WYD 지역조직위원회가 지난 6월 28일 서울 명동 주교좌대성당에서 마련한 첫 참여형 행사 ‘CAMP at the Cathedral’은 교회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젊은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믿는 이들의 기쁨을 공감하며 소통한 자리로 의미가 깊다. 신앙 자체에 회의를 품고 교회와 거리를 두고 있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사회 현실에서, 세계청년대회는 한국교회가 맞닥뜨린 도전이자 기회다. 묵주기도 10억 단 봉헌운동을 시작하며 서울대교구가 밝혔듯, 앞으로 3년의 준비 여정 그리고 2027년 세계청년대회가 미래 교회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서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 구성원 모두 역량을 모아야 한다.

2024-07-07

사제 양성의 쇄신을 위한 노력

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와 한국가톨릭신학학회가 6월 24~25일 사제 양성이 지닌 다양한 측면과 주제들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사제 양성에 관한 국가 지침인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을 바탕으로 양성 예비 과정과 지속 양성, 입학과 양성 과정에서의 정신건강 문제, 양성자들의 역할과 한계, 다양성 안에서 통합을 지향하는 사제 양성의 특징 등을 두루 성찰했다. 올바른 사제 양성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교회의 막중한 책무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본받아, 양 냄새를 풍기는 사제들은 그 존재 자체로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하는 교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사제의 몫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사제의 존재와 직무 수행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자주 표시된다. 시노드 여정 안에서 빠지지 않는 성직주의에 대한 지적이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를 토대로 한 광범위하고 깊은 사제 양성에 대한 성찰은 큰 의미가 있다. 이 지침은 특히 한국교회의 모든 신학교와 양성자들이 함께 이뤄낸 작업 성과다. 따라서 모든 신학교와 양성자들은 지침서가 제시하는 사제 양성 지침들을 실제 양성 현장에서 충실하게 실천하리라는 각오를 이미 다졌다. 새 지침서는 사제 양성에 관한 보편교회의 지침들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국이라는 지역교회의 현실과 현대 사회의 요청에 대한 민감한 식별에 바탕을 둔 양성 과정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지침서를 더욱 깊이 성찰하고 적용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지적이고 영성적 소양을 갖춘 사제를 양성하는 일이다.

2024-06-30

시노드 여정, 본당 사제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가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제2회기는 2021년부터 시작된 시노드 여정의 절정이자 마무리 단계다. 이번 회기를 마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정의 기간 후 관련 문헌을 발표하고, 시노드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교회를 건설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여정에 나서게 된다. 우리는 이 여정에서 특별히 모든 지역교회의 본당 사목자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국내에서도 제2회기 준비를 위한 시노드 본당 사제 모임을 열기로 했다는 소식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 이 모임은 지난 4월 28~5월2일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하기 위한 것으로 교황에 의해 요청된 것이기도 하다. 시노드 본당 사제 모임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하느님 백성의 최일선 사목 현장이 바로 본당이기 때문이다. 시노드 정신이 교회 안에 뿌리내리고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본당에서의 시노드 여정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되며, 이는 본당 사제들의 관심과 열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본당의 하느님 백성이 시노달리타스, 경청과 대화, 공동 식별을 체험하지 못한다면 시노드 교회는 불가능하다. 특히 제1회기 후 한국 교회 안에서는 시노드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열기가 크게 식었다. 시노드 여정의 나머지는 로마의 일로 여기는 듯하다. 이러한 때 본당 사제들이 함께 모여 동료 사제들과 함께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체험하고 시노드 교회의 전망을 나눈다면 이는 본당을 중심으로 한국 교회 전체에서의 시노드에 대한 열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2024-06-30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날 명분은 없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집단 휴진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월부터 4개월 동안 점입가경으로 악화돼온 작금의 의료 사태로 인한 피해자는 결국 환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주교회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를 향해 각자 자신의 존재 의의를 묻고 그 진실에서 출발할 것을 촉구했다. 호소문이 말하듯이 정부는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그 첫 번째이고, 의사들은 환자들을 치유할 고귀한 사명을 부여받았다. 결국 양측은 같은 목적을 그 존재 의의로 한다. 현재 의료 사태에 대해 어느 한 쪽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상대를 비판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보다 문제를 키우기만 할 뿐”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의사가 결코 환자 곁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머지 과정과 절차는 그 다음에 논의할 일이다. 집단 휴진은 벼랑 끝에 선 환자들의 등을 떠미는 일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17일 서울대병원이 휴진에 들어가면서 외래 진료와 수술실 가동률이 뚝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실과 중증 환자 치료는 차질 없을 거라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으면서, 진료 거부를 거부하는 의사들도 나서 현재 사태를 비판하고 있다. 만약 집단 휴진이 확산되고 의료 체계 자체가 대란을 맞는다면 그 책임을 묻는 화살은 결정적으로 의사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사태를 야기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정부 역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 최선을 다해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2024-06-23

참된 회심으로 민족의 화해에 나서자

6월 25일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남북분단이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한국교회는 1965년부터 6월 25일에 가까운 주일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기념해 왔으며, 1992년에는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2017년부터는 6월 25일에 이날을 기념하며, 남북의 진정한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남북한 현실은 평화나 화해와는 거리가 멀다. 대화는 실종됐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9·19 군사 합의는 무력화됐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상대를 위협하는 군사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남북 관계를 같은 민족이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군사력이라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에 확성기를 통한 대북 선전으로 대응하고, 한미일 공조라는 이름으로 북중러와 냉전적인 대결에 나서고 있다. ‘힘을 통한 평화’를 외치는 소리에 남북이 서로 공존하며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당위성마저 부인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파탄의 지경에 빠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종강 주교는 우리의 ’회심‘을 강조했다. 적대적 분단 구조 안에서 우리가 과연 북한을 진정으로 ‘동포’로 대했는지 반성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겸손한 마음과 진솔한 회심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변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때 참된 일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24-06-23

한국심리학회,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해야

종교 상담 단체를 비전문적이고 비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신뢰할 수 없는 단체라고 매도한 한국심리학회는 즉각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애정을 바탕으로 고도의 영성과 철학, 인문학적 훈련을 통해 양성된 종교계 상담가들이 국민들의 마음 건강에 쏟은 헌신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폄훼하는 것이다. 한국심리학회는 지난 4월 회원들에게 보낸 공지 ‘한국심리학회의 전 국민 마음투자지원 사업 진행 상황’에서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상담을 비과학적 유사상담으로 매도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을 비롯해 개신교와 불교, 원불교 등 상담 활동을 통한 봉사와 헌신에 이바지하는 종교계 상담단체들은 성명과 시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를 요청했지만 한국심리학회는 면담 요청마저 회피하면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상담 활동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학문적으로 인정을 받아왔기에 이에 대한 논의는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한국심리학회 역시 이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심리학회의 종교 상담에 대한 매도가 약 5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민 건강 사업의 상담 서비스 제공 권리를 독점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처는 한국심리학회의 사과 및 재발 방지와 함께 관계 당국의 전문상담사 국가 자격증 및 상담 서비스 법제화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2024-06-16

핵발전만큼 ‘절대 위험’을 낳는 기술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5월 3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했다. 향후 늘어날 전력 수요에 대비해 핵발전소를 추가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석탄 발전량은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 무탄소 에너지 비중을 높였다곤 하지만 핵심에 핵발전소 증설이 자리하고 있음은 크게 우려된다. 핵발전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중요 에너지원이라는 이면에는 ‘암’이 분명 존재한다. 핵연료 냉각을 위한 온배수는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 핵발전소와 대도시를 잇는 대형 송전탑 건설에는 환경 훼손이 뒤따른다. 10년 전 ‘밀양 송전탑 행정 대집행’,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를 우리는 지근거리에서 경험했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환경 유해 물질은 지구온난화의 요인이다. 무엇보다 핵발전소와 송전탑 인근 거주 주민들의 생존권 침해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핵발전에 대한 교회의 반대 입장은 단호하다. 주교회의가 2013년 발행한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은 “핵발전만큼 ‘절대 위험’을 낳는 기술은 없다”(35항)고 못 박는다. 이어 핵발전은 “일부 과학 기술자의 맹목과 소수의 경제적 이익과 권력에 대한 욕망의 결합일 뿐”이라며 “여기에 편리함에 익숙한 대중의 무관심과 무감각이 더해져 처리 불가능한 영구적 쓰레기를 무책임하게 양산한다”(107항)고 지적한다.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이다. 이에 거스르는 정부 정책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생태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하며 안전한 세상을 미래세대에 전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과 현장에서의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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