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이 시카고 출신이라는 발표가 나자마자, 친구로부터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컵스 팬이야, 화이트삭스 팬이야?”
교황의 고향인 미국 시카고에는 두 개의 프로 야구팀이 있다. 하나는 컵스로, 100년 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컵스 팬은 ‘약자를 지지하는 사람들’(infracaninophile)로 여겨진다.
따라서 친구의 질문은 단순한 스포츠에 관한 질문을 넘어선 것이었다. 레오 14세 교황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중시하는 인물일까, 아니면 권력자나 승자들의 친구일까?
첫 번째 힌트는 그가 군중 앞에 나와 인사하기 전부터 나왔다. 교황 선출을 알린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레오 14세로 정했습니다”라고 발표했을 때였다.
그가 택한 이름이 시사하듯, 역사상 레오라는 이름의 교황은 13명 있었다. 첫 번째는 5세기의 교황으로, ‘대’(大, 위대한)라는 수식어가 붙은 최초의 교황이었다. 하지만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 이름으로 ‘레오’를 택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16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다. 훨씬 최근의 인물인 교황 레오 13세가 그의 마음속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1878년부터 1903년까지 재임한 레오 13세 교황은 가톨릭 사회 교리와 사회 정의를 교회의 사명 속에 통합하는 길을 연 인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의 1891년 회칙 「새로운 사태」는 ‘자본과 노동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다루며 노동자가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와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와 방임적 자본주의 모두에 반대했다.
이 회칙에서 레오 13세 교황은 다음과 같이 썼다.
“노동자들은 점차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으며, 인정머리 없는 고용주들의 무절제한 경쟁의 탐욕에 무참히 희생되어 왔다. 교회가 수차례 엄중히 금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고리 대금업은 여전히 성행하고 파렴치한 모리배들로 말미암아 또 다른 형태로 그러한 불의가 자행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산과 상업이 소수에 의해 독점 장악되어 극소수의 탐욕스런 부자들이 가난하고도 무수한 노동자 대중들에게 노예의 처지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멍에를 뒤집어씌우고 있다.”(1항)
요컨대, 레오 13세 교황은 ‘약자를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새 교황이 자신의 이름으로 ‘레오’를 선택한 것은 가난하고 억압받고 목소리 없는 이들을 돌보는 데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황 선출 발표 이후 직접 발언에 나선 레오 14세 교황은 다양한 방식으로 레오 13세 교황 그리고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을 베드로의 후계자로 선택해 준 추기경단에 감사를 표하며 “우리는 언제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면서,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사가 되고자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사람들로서 언제나 노력하는 하나 된 교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교회에 바라는 첫 번째 소망은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데 일치하는 것이다. 많은 이에게 이는 급진적인 요구로 여겨질 수 있다. 왜냐하면 평화와 정의에 대한 요구를 정치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교회의 사명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사명은 교회 내부가 아닌 외부, 곧 세상을 향한 선교적 사명임을 분명히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명을 이어받아 복음적 존재로서 세상에 새롭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며 레오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걸어 나가는 교회, 언제나 평화를 구하는 교회, 언제나 애덕을 추구하는 교회, 특히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언제나 가까이 있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즉, 우리는 주님과 서로와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길이다. 우리는 이 여정을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소식으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약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로 계속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참 후, 내 친구는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어떤 팀을 더 좋아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찾았다고 전해왔다. 교황이 진짜로 컵스 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이미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셈이다.
추신: 한 인터뷰에서 레오 14세 교황의 형 존 프레보스트는 “그는 절대 컵스 팬이 아니었다. 도대체 그 얘기는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그는 언제나 화이트삭스 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교황의 어머니는 컵스 팬이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레오 14세 교황은 컵스 팬은 아니지만, 약자를 지지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글 _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 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