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화합 위한 숨가쁜 7일의 여정

한국 주교단은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로마 교황청에서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Apostolorum, 앗 리미나)를 진행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은 교회법(제399조 1항)에 따라 지역 교회 주교들이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와 바오로 묘소 순례, 교황 면담, 교황청 부서 방문 등을 진행하는 행사다.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은 지난 2022년 예정돼있던 사도좌 정기방문이 연기되면서 2015년 3월 이후 9년 만에 열린 행사다. 이에 2015년 9월 주교로 서품된 교구장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가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에 처음 참가하면서 교구 주교 3명이 모두 참가한 첫 사도좌 정기방문으로 의미를 더했다. 주교들은 이번 방문 중 20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아울러 16일부터 21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와 성직자부, 시성부, 복음화부(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 부서), 평신도가정생명부 등을 방문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의 주요 일정 외에도 17일 주교황청 대한민국대사관 방문, 20일 바티칸 정원에서 열린 ‘한국의 성모 성화(모자이크)’ 축복식, 22일 로마 한인본당 미사 등에 함께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에 참가한 교구 주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한다.

2024-10-13

바람 살랑이는 가을…성음악의 깊은 울림에 빠져볼까

온갖 곡식과 과실도 익어가는 가을은 문화의 계절이기도 하다. 문화(Culture)의 어원이 경작(Cultura)이란 뜻의 라틴어에서 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 단풍이 물드는 풍경으로, 가을은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교구 성음악위원회(위원장 김태완 바오로 신부) 산하 단체들은 다채로운 성 음악 공연으로 이 가을을 채워나간다. 10~11월 성음악 단체들이 펼치는 공연들을 소개한다. ■ 수원가톨릭그레고리오합창단 제3회 정기연주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헌장은 “교회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로마 전례의 고유한 성가로 인식하고, 따라서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전례 행위 안에서 첫 자리를 부여한다”고 그레고리오 성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원가톨릭그레고리오합창단(영성지도 조성경 프란치스코 신부)은 이런 그레고리오 성가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2019년 창단한 혼성합창단이다. 합창단은 10월 9일 오후 7시30분 동백성요셉성당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를 펼친다. 이번 공연에는 그레고리오 성가 ‘로사리오의 성모님 기념 미사곡’를 선보인다. 또 다성음악으로는 시편과 아가서를 담은 음악과 테 데움(Te deum) 찬송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 콘체르토 안티코 제3회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 그레고리오 성가가 교회음악의 옛 전통을 이어오는 음악이라면, 고음악은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옛 음악의 전통을 되살리는 음악이다. 수원가톨릭고음악협의회 콘체르토 안티코(영성지도 현영민 루도비코 신부)는 특별히 바로크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바로크 음악을 표현한다. 특히 악기를 중심으로 한 기악과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성악이 어우러져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깊이 있게 전하는 단체다. 콘체르토 안티코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남양성모성지 성모마리아 소성당에서 ‘바로크 노래하다-건축 안에서 음악을 어우르다’를 주제로 제3회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 중에서도 종교음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공연으로, 이번 공연도 전석 매진될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연합회 제12회 정기연주회 교회 음악의 악기라면 오르간을 빠뜨릴 수 없다. 교회는 “전례 거행에 가장 어울리는 악기는 오르간”(「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93항)이라고 전례 음악 안에서 오르간의 특별한 위상을 강조한다. 2011년 설립된 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연합회(영성지도 이호재 베네딕토 신부)는 교구 내 전문 오르가니스트의 연합회로 교구 내 반주자들을 위한 오르간 교육뿐 아니라 정기 연주회를 통해 연주자로서의 기량도 펼치고 있다. 연합회는 10월 16일 오후 3시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에서 제12회 정기연주회를 실시한다. 연주회에서는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을 설계한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디자인하고 독일 후고 마이어사에서 제작한 파이프 오르간의 음색으로 연합회 오르가니스트 4의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 수원가톨릭합창단 창단 10주년 기념 음악회 우리가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교회음악은 역시 성가다. 2014년 창단한 수원가톨릭합창단(영성지도 김동우 바오로 신부)은 교구 전례를 담당하는 합창단이다. 아울러 본당이나 지역사회 등에서 교회음악과 일반음악의 크고 작은 작품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거나 격년으로 정기연주회를 실시하고 있다. 특별히 창단 10주년을 맞은 합창단은 10월 19일 오후 5시 남양성모성지에서 창단 10주년 기념 음악회 ‘GRATIAS’를 공연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2코린 9,15)를 주제로 한 이번 공연에서는 그동안 합창단에 관심과 사랑을 준 모든 이들을 기억하면서 3부에 걸쳐 교회음악과 일반음악 등 풍성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 관람신청 : naver.me/F6bel4yt ■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제5회 정기연주회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영성지도 박경환 바오로 신부)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로 성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2016년 창단한 성음악 단체다. 특히 지난 2023년 12월 28일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제44회 세계 푸에리 칸토레스 합창제(Congressus Internationalis Pueri Cantores)에 참가, 갈라콘서트 등에서 공연하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단체다. 합창단은 11월 1일 오후 7시30분 제2대리구 중앙성당에서 제5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합창단은 이날 모든 성인 대축일 전례성가를 비롯해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성체찬미가’, 성 데레사의 ‘아무것도 너를’,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위한 기도’, 김대건 신부의 편지 등 성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노래들을 연주한다. ■ 수원가톨릭청년합창단 제4회 정기연주회 소년소녀합창단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면, 수원가톨릭청년합창단(영성지도 이규성 요셉 신부)은 젊은이들의 성가를 보여준다. 2016년 창단한 합창단은 20~30대 청년으로 구성, 교구 전례와 행사에 참여해 성가를 통해 신앙생활을 고양시키고자 활동하는 단체다. 특히 수준 있는 연주로 다양한 문화를 생산하고 전파함으로써 특별히 이 시대의 고단한 청년들을 서로 격려하고 선교에 앞장서고나 노력하고 있다. 합창단은 11월 15일 오후 7시30분 제1대리구 입북동성당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4-09-29

거룩한 순교자 유해 앞에서, 부활의 영광 주시는 주님께 감사를

순교자 성월, 우리는 특별히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순교자들에게 전구를 청하고, 순교자들이 보여준 신앙을 따르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교회는 특별히 순교자들의 유해를 공경함으로써 더욱 각별하게 순교자들에게 전구를 청하고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고자 하고 있다. 이번 순교자 성월, 교구 내 성지를 순례하며 순교자들의 유해 앞에서 기도하면 어떨까. ■ 성인 유해 공경 초대 교회 시절부터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르다 목숨을 바친 그리스도인, 순교자들을 성인을 공경했다. 신자들은 순교자들의 무덤을 찾아 미사를 봉헌했고, 기도와 더불어 순교자들의 행적을 낭독하며 순교자들의 증거를 되새겼다. 특히 신자들은 순교자들이 순교한 날을 거룩한 예루살렘에 들어가는 참된 탄생의 날로 여겨 순교자를 기념하는 날로 삼았다. 순교자를 공경하기 시작하면서 순교자들이 유해도 공경의 대상이 됐다. 성인들의 유물과 유해에 대한 공경은 성경에도 바오로의 살갗에 닿았던 수건(사도 19,12), 승천한 엘리야의 옷(2열왕 2,14), 엘리사의 뼈(2열왕 13,21)를 통해 일어난 기적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성 예로니모는 “고통을 받아 순교한 거룩한 몸”이라고 성인의 유해를 설명하기도 했다. 순교자 공경이 확산되면서 교회는 유해를 성당에 모시기 시작했다. 유해를 성당에 안치함으로써 신자들이 순교자들을 더 가까이서 공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유해를 그대로 보존했지만, 신자들은 점차 유해를 나눠 모시기 시작했고, 7~8세기 무렵에는 유해를 분할해 안치하는 일이 허용됐다. 787년 제2차 니케아공의회 교부들은 모든 교회가 반드시 성인의 유해를 모신 뒤 축성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성인들의 유해 공경은 오랜 역사 속에 이뤄져왔지만, 성인들의 유해 공경에 관한 규정은 1563년 트리엔트공의회를 통해 확정됐다. 트리엔트공의회 「성인들의 유해와 성화상에 관한 교령」에 따르면 “거룩한 순교자들의 거룩한 유해와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지체이자 성령의 궁전이었으며 그리스도에 의해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하여 영광을 받게 될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이들의 성해 역시 신자들에게 존경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들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더 가까이서 순교자 공경하기 위해 성당에 유해 모시기 시작 구산성지·남양성모성지·남한산성순교성지 등 교구 내 성지들 성인·복자들 외에도 무명 순교자 묘역 등 곳곳에서 유해 공경 ■ 교구의 성인 유해 공경 박해 시기 수많은 신앙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해 온 순교자들의 땅인 교구에서도 성인 유해를 공경하는 많은 활동이 있어 왔다. 신자들은 자신의 목숨도 위태로운 박해 속에서도 순교자들의 유해를 찾아 수습하며 순교자의 유해를 지켜 왔다. 특별히 신앙선조들은 회장직을 수행하던 순교자들, 사제 순교자 등 교회의 모범이 된 순교자들의 유해를 수습하고 대대로 지켜오며 그들의 모범을 기억하는 일을 끊임없이 이어 왔다. 그래서 교구 곳곳에는 순교자들의 유해가 묻힌 땅도 많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한 미리내 교우촌 신자들의 노력은 유명하다. 미리내 교우촌의 이민식(빈첸시오)은 김대건 신부 순교 40일 만에 포졸들의 눈을 피해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한강 새남터 모래밭에서 빼어냈고,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5일 동안 험한 산길로 시신을 옮겨 미리내에 김대건 신부를 안장할 수 있었다. 각각 수리산과 구산에 교우촌을 일구고 회장으로 일해온 성 최경환(프란치스코)과 성 김성우(안토니오)도 마찬가지다. 교우촌 신자들은 순교한 자신들의 회장의 시신을 각각 수리산과 구산에 안장하고 유해를 지켜왔다. 파평 윤씨의 선산인 어농성지에는 복자 윤유오(야고보)의 무덤이, 단내 교우촌이 있던 단내성지에는 하느님의 종 정은(바오로)의 무덤이 있다. 오랜 시간 속에서도 순교자의 유해를 지키기 위해 교구로 이장한 일들도 있었다.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의 유해는 순교 후 그의 고향인 마재 인근의 윗배알미 검단산 기슭에 묻혔다가, 100여 년이 흐른 후 정약종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안산 사사동의 선산(안산시 상록구 사사동 61)에 이장됐다.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진 묘소를 더 정성껏 돌보기 위해 이장했던 것이다. 현재 정약종의 묘는 천진암성지에 자리하고 있다. 대구 관덕정에서 순교한 성 이윤일(요한)의 유해도 1900년대 경부선 철도가 착공되면서 묘지가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이윤일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먹방이(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묵리 산 32-1)로 유해를 옮겨 묻었다. 성인·복자들 외에도 순교자들의 무덤은 곳곳에 있다. 양근성지에는 순교자 권복(프란치스코)의 묘소가 있고, 미리내성지와 손골성지에는 무명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신 무명 순교자 묘역이 있다. 교구 내 성지들은 순교자들의 유해를 성지에 모시고 성지를 순례하는 이들이 유해 앞에서 기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구 내 성지에 안치된 순교자들의 유해는 ▲구산성지에는 성 김성우 ▲남양성모성지에는 성 모방 신부, 성 다블뤼 주교 ▲남한산성순교성지에는 성 최경환, 성 김성우 ▲단내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미리내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성 페르페투아 ▲손골성지에는 성 오메트르 신부, 성 다블뤼 주교 ▲수리산성지에는 성 최경환, 성 김성우 ▲수원화성순교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성 최경환, 성 김성우,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 ▲어농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요당리성지에는 성 장주기(요셉) ▲은이·골배마실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죽산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 ▲천진암성지에는 성 정하상(바오로) 등이다.

2024-09-08

맑고 밝은 청년들…말씀으로 이끌며 기쁜 삶 선물

하느님 말씀에 목마른 청년들이 마음껏 성경을 배우고, 성경을 통해 얻은 묵상을 나누며, 성경 말씀을 삶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온 교구 청년성서모임(대표 강수정 나탈리아, 영성지도 이헌우 마태오 신부)이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펼쳐왔을까. 교구 청년성서모임이 25년간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본다. ■ 교구에 첫 발 내디딘 청년성서모임 “청년성서부를 신설하고, 청년성서모임을 발족하는 것은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는 교구 공동체에 청년 신앙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1999년 7월 27일 교구 청소년국 산하에 신설된 청년성서부 전담으로 임명된 전합수(가브리엘) 신부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구에서 청년성서모임을 시작하는 의미에 관해 전했다. 청년성서모임은 1972년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가 시작한 가톨릭성서모임을 모태로 하는 성경 프로그램이다. 수도회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세기와 탈출기 모임을 시작해, 1973년부터 본당, 대학교 등으로 성서모임을 확장시켰고, 1988년에는 서울대교구 청년사목에 함께해 청년성서모임을 창립해 운영해왔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교구의 5대 사목중점의 하나로 ‘성경중심사목’을 내세운 교구는 청년사목에서도 성경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청년성서모임을 교구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성서모임을 통해 교구 내 본당과 대학의 청년사목을 지원하고 청년 신앙생활을 활성화해 나가고자 한 것이다. 당시 이미 서울대교구 청년성서모임을 통해 성서모임을 수료한 교구 내 청년이 약 1000명, 그룹봉사 경험이 있는 청년이 30여 명가량 있을 정도로 교구 청년들에게도 청년성서모임은 낯설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청년성서부는 1999년 9월 5일 서울대교구 청년성서모임에 속했던 교구 청년들을 이관받아 11월 6일 창립미사와 봉사자 파견을 진행했다. 청년성서부 1999년 11월 6일 창립 이듬해 첫 창세기 연수 수료자 배출 코로나19 땐 온라인으로 맥 이어 “젊은이들, 말씀의 힘으로 거듭나길” ■ 청년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나누다 청년성서모임은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기도하고, 생활하면서 기쁜 소식을 선포한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청년 신자들이 성경을 자주 배우고 묵상하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능동적으로 접하고 자신의 삶을 복음화해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말씀의 봉사자가 되도록 이끌어왔다. 특히 청년성서모임의 운영방식인 그룹나눔은 청년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청년성서모임의 성경공부는 일방적인 강의 형태의 교육이나 성경에 관한 지식을 쌓기만 하는 공부가 아니다. 선배 봉사자와 4~8명가량의 그룹원이 매주 함께 성경을 공부하면서 성경에 관한 주제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이를 서로 이야기하고 경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청년들은 이런 나눔을 통해 하느님께서 자신의 삶에 어떻게 함께하고 계시는 지를 알아차리고, 청년성서모임을 자기 생활 안에서 말씀대로 살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게 됐다. 그러나 청년성서모임은 단순히 청년들이 친교를 나누는 소그룹 모임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들은 나눔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해설서와 문제집을 통해 충실히 공부ㅎㄴ다. 창세기를 시작으로 탈출기, 마르코, 요한에 이르는 각 단계가 마무리될 때마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이 마련한 연수를 통해 그동안의 성경공부를 심화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렇게 2000년 제1차 창세기 연수에서 9명의 수료자가 탄생했고, 해를 거듭하면서 청년들의 호응을 얻어 점차 연수 참여자 수가 늘어나 올해 열린 제73차 창세기 연수까지 516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창세기 연수를 수료했다. 또한 지금까지 40차까지 열린 탈출기 연수에는 1959명이, 16차까지 열린 마르코 연수에는 573명이, 6차까지 열린 요한 연수에는 126명이 수료하는 등 많은 청년들이 청년성서모임을 통해 성경을 공부하고 있다. ■ 말씀을 퍼뜨리는 봉사자들 말씀의 봉사자와 함께 성경공부를 하면서 연수를 통해 그동안의 성경공부를 갈무리한 청년들은 또 다른 그룹을 이끌 수 있는 말씀의 봉사자로 거듭난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은 그룹봉사자를 위한 교육과 연수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각 그룹 안에서 말씀의 봉사자들이 청년성서모임을 잘 이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이런 봉사자들이 각 그룹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청년 봉사자들이다. 교구에서 활동하는 청년 봉사자들은 교구 청년성서모임에서 실시하는 연수와 만남의 잔치, 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봉사하고 있다. 현재 60명의 청년들이 교구 봉사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룹으로 모여 활동해야 하는 특성상 2020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을 때는 어려움도 컸다. 모든 연수와 교육, 모임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구 청년성서모임은 온라인을 활용해 성경공부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했다. 매월 온라인 월례미사와 강의를 진행했고,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그룹봉사자 교육을 실시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22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더 많은 청년들이 연수에 참여하며 청년들 사이에 말씀을 퍼뜨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은 오는 9월 7일 교구청에서 가을 만남의 잔치를 열면서 아울러 설립 25주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교구 청년성서모임 담당 김은희(휠리아) 수녀는 “말씀을 중심으로 말씀으로 함께 모인 젊은이들의 교회를 지향하는 교구 청년성서모임이 하느님의 크신 보살핌 속에 25주년의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말씀 선포자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젊은이들과 함께하며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더 많은 젊은이들이 말씀의 힘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2024-08-25

수원교구 주보성인 ‘평화의 모후’는?

수원교구는 지난 6월 5일 공문을 통해 올해부터 매년 7월 9일에 교구 주보 성인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교구의 주보 성인인 ‘평화의 모후’에 대해 알아본다. ■ 평화의 모후이신 마리아 우리가 하루 3번 삼종기도를 통해 되새기듯이 성모 마리아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으리라는 잉태 예고를 받았을 때,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해 예수님의 어머니가 됐다. 성모 마리아는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구원 의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평생 동정이고, 원죄 없이 잉태됐으며, 하늘로 불림을 받았음을 믿으며 특별히 공경한다. 이런 믿음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우리 신앙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역할을 한다. 성모 마리아가 ‘평화의 모후’라 불리는 것도 마리아가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어머니가 됐기 때문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권고 「마리아 공경」을 통해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기도 한 1월 1일이 ‘세계 평화의 날’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은 갓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천사가 전해 준 기쁜 소식을 다시 한번 들으며, 평화의 모후를 통해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바로 교회가 성모 마리아를 평화의 모후로 여기는 이유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라고 하시며 우리가 평화의 사도가 되어 주님의 평화를 선포하도록 했다.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왕인 예수님을 잉태해 낳음으로써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올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예수님이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신 십자가 아래 서 있었고, 스스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평화의 사도로 살아갔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이 가져온 혼란과 폐허를 딛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성모호칭기도에 ‘평화의 모후여’를 추가해 신자들이 평화의 모후에게 전구를 청하며 기도하도록 하기도 했다. 성모 마리아는 승천 이후에도 세계 여러 곳에 발현해 ‘평화의 모후’로서 사람들을 가르쳤다. 특히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모후’로서 사람들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고 요청했다. 성모 마리아는 5~10월 6차례에 걸쳐 발현하면서 세계 평화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죄인을 위해 희생하며, 성모성심을 공경하라고 전했다. ■ 교구의 주보 성인인 평화의 모후 교구는 1977년 5월 18일 조원동주교좌성당을 신축·봉헌하면서 교구의 주보를 평화의 모후로 정했다. 당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현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아넬로 로씨 추기경은 7월 9일 평화의 모후 축일에 「수원교구 새 주교좌 및 준주교좌성당 인준 포고문」을 발표,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수호자로 모신 새 성당에 주교좌를 두도록” 인준했다. 교구 새 주교좌의 주보 성인을 ‘평화의 모후’로 삼으면서 교구의 주보도 ‘평화의 모후’로 정해졌다. 1969년 2월 14일 「전례력의 보편규범과 세계 교회의 새 축일표」를 승인하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자의교서에서 평화의 모후 축일은 사라졌지만, 교구는 7월 9일을 공식적인 교구 주보 축일로 지내왔다. 교구는 정자동주교좌성당을 새 주교좌로 삼고, 조원동주교좌성당을 공동주교좌성당으로 정하면서도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조원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해 왔다. 교구는 1990년 시행공문을 통해 “수원교구의 수호자이시며 조원동공동주교좌성당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축제를 조원동공동주교좌성당에서 이날을 대축일로, 이 외의 수원교구 각 본당과 수도회 및 기관에서 축일로 지내기로” 했다. 또한 교구는 2006년 5월 1일 심순화(가타리나) 작가의 작품 ‘평화의 모후’(2006·수원교구 소장)를 교구 주보인 ‘평화의 모후’의 성화상으로 공식 인준하기도 했다. 현재 교구청 2층에 걸려있는 작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 얻은 부활의 생명으로 평화를 표현했다. 성화 속에 둥글게 그려진 십자나무는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새 생명(평화)이 태어나고 하늘과 땅이 하나 됐음을 강조했다. ‘평화의 모후’인 성모 마리아는 이 평화와 새 생명을 인류에게 전하고 호소하는 역할로 묘사된다. 성모 마리아의 좌우로 자리하고 있는 12천사는 12사도를 의미하며, 동시에 십자가에서 흘러나온,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상징한다. 또한 기도하는 천사와 아이들은 평화를 염원하는 전 인류의 심정을 표현한다. 교구는 해마다 7월 9일에 교구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해 왔지만, 2014년부터 7월 9일의 대축일 미사를 중단했다. 대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자 평화의 날인 1월 1일에 ‘평화의 모후’의 의미를 담아 미사를 거행했다. 따라서 이번 재개된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는 10년 만에 열리는 교구 주보 ‘평화의 모후’를 기념하는 축제다. 교구는 ‘평화의 모후’ 미사를 올해부터 교구 내 전체 본당에서 7월 9일 당일에 봉헌하기로 결정했다. ‘전례력과 축일표에 관한 규범’에 따르면 ‘교구 수호자(주보)의 축제’는 ‘대축일’로 지낼 수 있다.(전례력 규범 52항, 59항 참조; 전례일의 등급순위 4항, 8항 참조)

2024-07-07

[2023 교구 통계 분석] 신자 수 늘었지만 젊은 층 비율 낮고 냉담교우 증가

「2023 수원교구 통계」가 6월 5일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됐다. 교구 통계에는 2023년 한 해 동안 신자 수와 성사사목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는 통계들이 담겼다. 「2023 교구 통계」 내용을 살펴본다. ▶ 2023 수원교구 통계 바로보기 ■ 교구 개황 2023년 교구 신자 수는 95만3150명으로 집계됐다. 신자 수는 전년에 비해 8343명 증가했지만, 인구 대비 신자비율은 10.75%로 전년보다 0.24%p 감소했다. 교구 성직자 수는 주교 4명, 교구 소속 신부 573명, 봉헌생활회 소속 신부 77명, 사도생활단 소속 신부 3명이다. 수도자는 수사는 69명, 수녀는 1185명이다. 교구 내 본당은 222곳, 공소는 18곳이다. ■ 신자 수 교구 신자 수는 50~60대가 가장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대 미만 청소년·청년층은 여전히 그 수가 적었다. 5세 단위로 연령별 신자를 살폈을 때 수가 가장 많은 세대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60~64세(8만8051명)였다. 그 다음으로 50~54세(8만6360명), 55~59세(8만3637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0~44세가 7만9095명, 45~49세가 7만4178명으로 수가 많아 50~60대 다음으로는 40대가 많았다. 반면 0~4세 신자 수는 90~94세 신자 수(9229명)의 절반 수준인 4525명으로, 80세 미만 신자 중에서 신자 수가 가장 적었다. 0~4세 다음으로는 5~9세(1만5436명), 10~14세(2만7189명), 15~19세(3만2696명)가 차례로 적은 수를 보였다. 증감면에서는 8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전년도에 비해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단 이 수치는 「2022 교구 통계」에서 생긴 연령 오차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 교구 통계」에서는 차세대 본당양업시스템 도입에 따른 전산상 오류로 ‘신자 구분’에서 신자들이 연령이 한 살씩 증가하는 오차가 발생한 바 있다. 성별에 따른 신자 수는 여성 신자가 54만1022명이고, 남성 신자가 41만2128명이었다. 교구 성직자의 경우 40~44세(87명), 30~34세(83명), 45~49세(69명), 35~39세(68명)으로 30~40대의 수가 많았다. ■ 성사 2023년 세례성사를 받은 이는 8190명으로 전년도보다 1470명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만296명에 비하면 적은 수다. 세례자를 연령별로 봤을 때 2613명이 유아세례를 받으면서, 0~4세(1486명), 5~9세(1117명)가 가장 수가 많았고, 일부가 유아세례자에 해당하는 10~14세(552명)가 뒤를 이었다. 어린이를 제외한 세대에서는 40~44세(473명), 50~54세(466명), 55~59세(433명) 순으로 세례자 수가 많았다. 혼인은 성사혼이 603건, 관면혼이 1170건으로 전체 혼인은 지난해(1520건)보다 253건 증가했다. 그러나 관면혼율이 65.99%에 달했다. 관면혼율은 2020년 62.85%에서 2021년 63.14%, 2022년 63.52%로 꾸준히 늘어나다, 지난해 크게 늘었다. 견진성사는 5207명, 병자성사는 2855명, 첫영성체는 3241명를 받아 전반적으로 성사 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견진성사의 경우 팬데믹 이전인 2019년(9945명)의 절반을 조금 넘어선 수준이었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평균 14만970명으로 마찬가지로 전년도(11만8059명)보다 증가했다. 주일미사 참례율은 11.80%다. 그러나 2019년 주일미사 참례자 평균(18만5981명)에 비하면 63%정도에 그쳤다. 한 해 동안 영성체를 한 신자의 연인원은 991만3555명이고, 고해성사를 한 신자의 연인원은 54만8173명이었다. 판공성사는 부활에 13만1954명, 성탄에 13만1387명으로 집계됐다. 판공성사 대상자에 대한 참여 비율은 각각 부활 22.69%, 성탄 23.23%다. 전년도 부활 10만2591명(19.95%), 성탄 11만477명(21.32%)보다 회복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2019년 판공성사 참여 비율은 부활 33.80%, 성탄 31.67%였다. 냉담 교우의 수는 주소 확인 23만4998명, 거주 미상 32만9967명이었다. 신자 총수에 비하면 각각 25.33%, 36.26%다. 여러 성사 참례자 수가 늘어나는 모습이 보이는 것과는 달리, 냉담 교우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 신자 단체·주일학교·사업 교구 내 단체 현황은 레지오 마리애가 4만458명, 마리아사업회 207명, 성빈첸시오아바오로회 482명, 성령쇄신봉사자협의회 850명, 지속적인성체조배회 1637명으로 집계됐다. 또 꾸르실료에는 321명, 성령쇄신운동 연수에는 1628명, 성서사도직에는 3만3057명이, 교구나 공식기관이 운영한 신앙강좌에는 5만2794명이, 피정에는 1만8344명이, 혼인강좌에는 1384명이, 매리지엔카운터에는 242명이 참여했고, 교회 기관에서 주최한 강연·연수·심포지엄 등에는 6만5331명이 참석했다. 교구 내 본당에서 주일학교에 등록한 청소년은 초등부 1만1830명, 중등부 3905명, 고등부 1992명이었다. 주일학교 등록인원은 팬데믹이 시작돼 등록인원이 급감한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23년은 전년도(초등부 1만1681명, 중등부 4043명, 고등부 2495명)에 비해 중등부와 고등부 등록인원이 감소했다. 주일학교 교사 수는 초등부 1389명, 중등부 575명, 고등부 335명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교구 내 3곳의 병·의원과 1곳의 종합병원에서는 91만2760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9개 상담소에서는 3639명의 상담이 진행됐다. 교구 내 37개 본당이 운영하는 노인대학에는 2395명이 참여했다. 또 교구 내 139개 사회복지시설 생활자 및 이용자는 85만9145명이었다.

2024-06-23

땀의 순교자 발자취 따라 가경자 시복 시성 기원

6월 15일은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선종 163주기이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올해부터 최양업 신부의 선종일을 ‘전구 기도의 날’로 지내기로 정하고,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 시성을 위해 전구 기도를 바치자고 권고했다. 전구 기도의 날을 맞아 최양업 신부를 기억할 수 있는 순례지들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교구 내 최양업 신부 관련 순례지들을 소개한다. ■ 수리산성지 - 아버지 최경환 성인이 만든 교우촌 수리산성지는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이 이주해 교우촌을 형성한 곳이자, 최경환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충남 청양군 농암리 다락골에 살던 최경환의 가족은 신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신앙생활을 하기 좋은 서울 벙거지골로 이주했다. 그러나 박해가 심해지자, 강원도와 경기도 내 곳곳을 전전하다 최양업 신부가 신학생으로 선발돼 유학길에 오를 무렵, 수리산에 정착했다. 최경환이 이곳에 정착하자 여러 신자들도 함께 수리산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교우촌이 형성됐다. 최경환은 교우촌 회장을 맡으면서 신자들과 함께 담배를 재배하며 생계를 꾸리고, 활발한 선교활동과 신앙생활을 이어 나갔다. 최양업 신부의 서한에 따르면 최경환은 흉년이 들면 주변에 사는 가난한 이들을 백방으로 도와주고, 과일을 추수할 때가 되면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눴다. 뿐만 아니라 남들이 탄복할 만큼 형제들과 화목하게 살았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가장 다정한 효도로 섬겼으며, 아랫사람들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보살펴 주었으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바쁜 날이라도 신심 독서를 중단하지 않았고, 아침·저녁기도를 가족 모두와 함께했다고 한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포졸들이 수리산을 찾아 40여 명의 신자들을 체포했다. 당시 최경환의 아내 복자 이성례(마리아)는 포졸들에게 줄 밥상을 차리고 최경환은 포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고 한다. 붙잡힌 최경환은 모진 고문 끝에 1839년 9월 12일 옥사로, 이성례는 1840년 1월 31일 당고개에서 참수로 순교했다. 사제품을 받고 조선에 입국한 최양업 신부는 수리산을 방문할 때마다 최경환의 묘소에서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병목안로 408 ■ 손골성지 - 선교사들과 공감하며 긴밀히 친교 손골성지는 박해시기 교우촌이 있던 곳으로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의 언어와 풍습을 익히던 성지로, 최양업 신부도 선교사들과 함께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손골에 교우촌이 형성된 것은 1839년 기해박해 무렵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교우촌은 당시 조선에 파견되던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들이 조선의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고 선교준비를 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성 다블뤼 주교를 비롯해 성 도리 헨리코 신부, 성 오메트르 베드로 신부 등 많은 선교사들이 손골을 거쳤다. 선교사들이 상주하고 있던 만큼, 사목의 중심지기도 했다. 성 베르뇌 주교는 오메트르 신부에게 “손골과 가까운 고을 4곳을 사목하라”고 명했고, 오메트르 신부는 손골을 중심으로 미리내, 무량골, 소내실 등 교우촌을 사목했다. 손골은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들과 긴밀한 친교를 이루던 최양업 신부도 머물던 곳이다. 최양업 신부는 조선 입국 후 손골에 묵고 있던 페롱 신부를 만나 조선에서 사목활동을 펼치는 데 따르는 어려움과 외로움에 대해 서로 공감했다. 최양업 신부는 1857년 9월 14일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두 번이나 페롱 신부님을 찾아가서 여러 날 묵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신부님이 미리 알려주신 덕분으로 페롱 신부님을 잘 알고 있었고, 페롱 신부님도 저의 외로운 처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서로 우정을 느꼈다”며 “또 우리가 인연으로 함께 묶여있음을 미리 맛보고 있는 터였기에 우리는 주님 안에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고 손골에서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손골은 30년 가까이 신자들과 선교사들의 터전이 된 곳이었지만 1866년 병인박해로 스러지고 만다. 병인박해 당시 손골을 사목하던 도리 신부는 교우촌 신자들을 모두 떠나게 한 뒤 홀로 손골에 남아있다 체포돼 순고했다.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로437번길 67 ■ 한덕골 사적지 - 형제들과 해후하고 성사 집전한 장소 한덕골 사적지는 인근에 자리한 미리내성지, 은이성지 등과 마찬가지로 박해를 피해 산속으로 숨어든 신자들이 모여 만든 교우촌이었다. 한덕골은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은이공소에 정착하기 전에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솔뫼에 살던 김대건 신부의 가족은 정해박해 당시 박해를 피해 서울 청파동으로 갔다가 한덕골에 머물렀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 일가의 족보에 따르면 김대건 신부의 조부 김택현과 숙부 김제철의 묘가 한덕동에 있다고 기록돼있다. 또한 한덕골 교우촌은 최양업 신부가 머무르며 형제들과 해후한 곳이기도 하다. 최양업 신부의 둘째 큰아버지인 최영겸(베드로)은 가족들과 함께 1837년부터 정착해 살았다. 기해박해로 최양업 신부의 부모인 최경환과 이성례가 순교하자 최양업 신부의 막냇동생 최신정은 큰아버지가 살고 있는 이 한덕골로 와서 생활했다. 1849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귀국한 최양업 신부는 한덕골을 찾아 동생과 상봉하고, 이후에도 이곳에 들러 성사를 집전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묵리 619-1

2024-06-09

마음껏 뛰놀며 말씀 매력에 푹 빠진 ‘축제’

수원교구는 5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 평택시 송탄로 51 효명중학교 교정에서 ‘아이들아 와서 내 말을 들어라’(시편 34,12)를 주제로 제3회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을 열었다.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38개 본당 어린이 1100여명 참가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축제 진행 세계 어린이의 날 함께 기념하며 다양한 체험 학습장·놀이시설 운영 ■ 역대 가장 큰 축제 이번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그동안 열린 어린이 성경 행사 중에서 가장 크고 성대한 축제였다.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2019년 6월 제1회 어린이 성경 잔치로 시작됐다. 제1회는 제2대리구 차원에서 열린 행사로 제2대리구 관할 본당인 21개 본당에서 400여 명의 어린이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2020~2022년은 어린이 성경 잔치를 열지 못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교구는 교구설정 60주년을 맞아 제2회 어린이 성경 잔치를 교구 차원으로 확대해 진행했다. 참가 어린이도 2배 이상인 900명으로 늘었다. 특별히 올해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보편교회의 제1회 세계 어린이 날을 함께 기념하는 축제로 마련됐다. 세계 어린이 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 기쁨을 어린이들과 나누기 위해 제정했다. 교황청은 5월 25~26일 로마에서 열리는 대회에 세계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하길 바라는 한편, 각 교구 차원에서도 세계 어린이 날을 거행하길 요청한 바 있다. 세계 어린이 날을 기념하는 만큼, 어린이들의 호응도 역대 최대로 컸다. 이번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에는 38개 본당에서 참가 어린이 수만 1100여 명이었다. 축제 장소의 공간적 제약으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다 보니 참가하고 싶었지만 아쉽게 참가하지 못한 본당들도 있었다. ■ 성경공부에 열정적인 어린이들 이번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에서는 성경공부를 향한 어린이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공부한 성경에 관해 실력을 뽐내는 성경골든벨의 열기가 뜨거웠다. 교구 청소년국은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을 앞두고 지난 3월부터 예상문제집을 공유하고 어린이들이 성경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올해 성경공부 범위는 마르코복음과 요한복음으로 각 본당에서 치러진 예선을 통해 444명의 어린이들이 성경골든벨 현장 예선에 참여했다. 현장 예선에서는 OX퀴즈로 진행, 본선에 진출할 91명의 어린이를 선발했다. 성경골든벨은 예상문제집에 실린 200여 문제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성경공부 수준이 높아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을 주관한 제2대리구 청소년2국장 조성경(프란치스코) 신부는 “아이들이 성경을 통으로 외운 것 같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깜짝 놀랐다”면서 “우리 아이들 공부 좀 적당히 시키라”며 농담 섞인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성경골든벨 결과 이윤호(유스티노·10·제1대리구 영통영덕본당)군이 1등을, 윤채령(에스테르·12·제1대리구 동탄반송동본당)양이 2등을, 이준성(요한 사도·12·제1대리구 매탄동본당)군이 3등을 차지했다. 성경골든벨 1등을 차지한 이윤호군은 “엄마와 함께 성경을 공부한 덕분에 성경골든벨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하느님 말씀을 소중하게 보물처럼 생각하고, 성경을 늘 곁에 두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 자유롭게 체험하고 즐기는 어린이들의 잔치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다채로운 체험 학습장을 마련해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체험 학습장을 방문하며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어린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체험 학습장에 참여하면서 ‘탈렌트’를 얻고, 이 ‘탈렌트’로 놀이시설과 먹거리를 이용할 수 있었다. 체험학습장에는 기도 체험과 말씀 체험을 비롯해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생애가 담긴 ‘김대건 카드 놀이’, 미니골든벨 등 신앙 공부를 위한 프로그램 이외에도 이웃을 생각하고 사랑 실천을 고민할 수 있도록 장애 공감, 노인 체험, 생태환경 체험 프로그램 등도 운영됐다. 또 레트로 감성 놀이 체험, 흡연 예방 카드 놀이, 스포츠 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체험학습장에서 ‘탈렌트’를 획득한 어린이들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통해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교구 청소년국은 어린이들을 위해 바이킹, 회전그네, 다람쥐통, 트램블린 등 놀이기구를 준비했을 뿐 아니라 뽑기, 미니 은총잔치를 통해 어린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또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인생4컷, 페이스페인팅 등도 운영했다. 그리고 먹거리 차량에서는 슬러시, 아이스크림, 소떡소떡, 닭꼬치, 닭강정, 음료 등을 받을 수 있었다. 조성경 신부는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교구 어린이들이 성경을 주제로 즐기면서 배우고, 또 신앙생활 안에서 놀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라면서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예수님의 말씀에 아주 푹 젖어들 수 있는 그런 경험이 될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피드백을 통해 내년에는 더 풍성하고 풍요로운, 더 유익한 시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024-05-26

활기찬 사목현장 격려하고 현지 언어로 미사 봉헌 감동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아프리카 남수단과 잠비아의 교구 선교지를 사목방문하고 5월 1일 귀국했다. 남수단 룸벡교구, 잠비아 솔웨지교구·은돌라교구 등지에서 이뤄진 사목방문의 모습을 전한다. ■ 남수단 룸벡교구 방문, 쉐벳본당 성당 봉헌식 거행 4월 13일 출국한 이 주교는 15~19일 남수단 룸벡교구 아강그리알본당과 쉐벳본당을 방문했다. 아강그리알과 쉐벳은 2008년 교구가 처음으로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한 선교지다. 특히 교구 선교사제들의 활동으로 2013년 본당으로 승격된 쉐벳본당은 4월 17일 이 주교 주례로 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쉐벳본당은 설립 이후 교구 선교사제와 한국에서 파견된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2016년 400여 명의 신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새 성당을 마련했다. 그러나 본당은 남수단 내전과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주교가 방문할 수 없는 시기가 이어지면서 봉헌식을 하지 못한 채 성당을 사용해왔다. 본당은 성당이 노후됨에 따라 성당 벽면을 벽돌에서 건축용 패널로 교체하는 개보수 공사를 진행해 지난 2월 완공했다. 이 주교 주례로 봉헌된 미사에는 룸벡교구장 크리스티안 칼라사레 주교를 비롯해 남수단 사제단이, 교구에서는 선교사제로 파견 중인 김기성(미카엘)·손명준(마르코) 신부와 이 주교와 동행한 해외선교실장 김동우(바오로) 신부, 교구 비서실장 문석훈(베드로) 신부가 함께했다. 이 주교는 아강그리알본당과 쉐벳본당 신자들뿐 아니라, 룸벡교구 사제단과 수도자들을 만나고, 관할지역 내 학교 학생들과도 만났다. 또 쉐벳 지역에 새롭게 건축되고 있는 성 유스티나 초등학교 공사 현장도 방문해 선교지의 교육사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 잠비아 마냐마본당 방문 미사 주례…솔웨이지교구장 등 만나 친교 다져 이 주교는 4월 26일 잠비아 솔웨지교구 마냐마본당을 방문, 마냐마본당이 운영하는 학교를 둘러보고 마냐마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했다. 현지 신자들은 평일 미사임에도 불구하고 600여 명이 미사에 참례해 성당을 가득 채웠다. 본당 신자들은 미사 중 염소, 닭 등 가축과 파인애플, 바나나 등 과일과 곡식을 봉헌하는 등 이 주교를 환영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 주교는 미사 후 본당이 마냐마 지역의 위생을 위해 새로 지은 수세식 화장실 축복식을 집전하기도 했다. 마냐마본당은 원로사목자인 한상호(마르코) 신부의 선교를 계기로 2013년부터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한 선교지다. 현재 신동호(다윗) 신부가 선교하고 있다. 이어 이 주교는 솔웨지교구청에서 솔웨지교구장 찰스 조셉 삼파 카손데 주교를, 은돌라교구청에서 은돌라교구장 벤자민 피리 주교를 만나 교구 간의 친교를 더욱 돈독하게 했다. 또 은돌라교구 카사리아 생태 마을에서는 생태마을에 조성된 베네딕토 신학교를 비롯해 세인트존 공소, 도서관, 에코마을의 도움으로 건축된 도미닉병원 등에서 사목방문이 이뤄졌다. 카사리아 생태 마을은 성필립보생태마을(관장 황창연 베네딕토 신부)을 통해 ‘생태 마을 프로젝트’ 이뤄지는 곳으로, 교구는 2022년부터 선교사제를 파견해 카사리아 생태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주교는 카사리아 생태마을에 건립된 베네딕토 신학교를 방문해 현지 신학생들을 격려하고, 생태마을에서 진행되는 무료급식 현장도 찾아 직접 현지 어린이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기도 했다. 또 이 주교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교육여건이 좋지 않아 영어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현지 신자들을 위해 세인트 존 공소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벰바어로 미사를 봉헌해 신자들에게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잠비아 은돌라교구에는 천세영(임마누엘)·신종태(라우렌시오) 신부가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로 활동하고 있다. 이 주교는 “선교활동을 통해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고,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였던 이곳에 또 하나의 기적이 이뤄지는 모습을 봤다”면서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감사하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고 이번 사목방문의 소감을 전했다. 또 이 주교는 “해외선교지에는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어 도움이 필요한데 “해외선교지를 사랑해 주시는 여러 은인과 후원자들께 너무 감사하다”며 해외선교에 영적·물적으로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 후원 계좌: 신협 03227-12-004926(예금주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 문의: 031-268-2310(수원교구 사무처 해외선교실)

2024-05-12

'쓱싹쓱싹' 소외된 보금자리 쓰다듬고 주님 사랑 함께 나눠요

이른 아침 작업복을 맞춰 입은 이들이 수원역 인근의 낡은 옛 교회 건물에 삼삼오오 모였다. 최근 노숙인쉼터로 개소한 ‘요한의 집’을 쉼터에 알맞게 개조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수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쉬고 싶은 주말, 부슬비를 맞으며 장비를 옮기고 작업 중 떨어지는 먼지를 마셔도 불평 하나 없다. 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주임 전삼용 요셉 신부)의 집수리 재능봉사단체 ‘사랑나눔봉사단’(단장 양진규 토마스)이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난해 1월 창단돼 사정이 어려운 본당 교우들을 대상으로 집을 고쳐주고 있다. 동시에 지역사회 전반을 위한 봉사단으로 확장을 꾀하며 외부단체의 집수리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번 노숙인쉼터 집수리를 통해 창단 후 처음으로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도 이바지하는 봉사단체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봉사는 일반 봉사단체인 ‘나눔인테리어 협의회’와 ‘쟁이들 봉사단’도 참여했다. 사랑나눔봉사단이 SNS를 통해 함께 봉사할 기술자들을 모집했고, 이에 응답한 단체를 합쳐 총 25명이 모였다. 이 중에는 비신자 봉사자도 몇 있었다. 노숙인쉼터와 봉사단을 연결해 준 도시변방위원회 위원장 이준섭(도미니코) 신부도 봉사에 참여했다. 양진규 단장은 지원 나온 단체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감사를 전했다. 양 단장이 사전 브리핑에서 유의할 사항을 검토하고 역할을 분배했다. 이어서 이준섭 신부의 기도와 강복으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봉사자 중에는 인테리어나 도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인원도 많았다. 이날 봉사도 도배, 칠, 전기, 장판, 칸막이 설치 등으로 봉사자들은 각자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다. 먼저 기존의 장판을 들어내고 곰팡이가 핀 벽지를 뜯어낸 뒤, 필요한 부분을 칠하고 도배했다. 한쪽에선 각종 장비로 천장 타일을 뜯어내 전기선을 새로 연결하기도 했다. 동시에 화장실 타일의 묵은 때도 비누칠을 해가며 벗겨냈다. 외부 복도는 물청소로 쌓인 먼지를 씻어내고, 내부와 연결된 문틀의 녹슨 부분과 각종 스티커 자국을 지우는 작업이 이뤄졌다. 작업하는 내내 단원들끼리는 물론이고 처음 만난 봉사자들끼리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 기술자가 아닌 봉사자들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오후에는 장판을 다시 깔고, 사무실처럼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칸막이를 설치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벽을 청소하고 손이 안 닿는 부분은 호스를 이용해 물로 씻어냈다. 이날 보수한 건물은 현재 ‘노숙인쉼터’로 쓰이고 있다. 수원역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밥 나눔 봉사에 참여하던 센터장 박상길(요한)씨는 인근에 방치돼 있던 낡은 교회 건물을 매입해 ‘요한의 집’으로 정하고 3개월 전부터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 끼에 20여 명의 노숙인이 센터에서 식사를 받아 간다. 박상길 센터장은 “고쳐야 할 부분은 많은데 비용 면에서 엄두를 못 내던 중 교구 도시변방위원회가 봉사단을 소개해 줬다”며 “아직 후원자도, 전담하는 봉사자도 없이 힘든 상황에서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변방위원회 이준섭 신부는 “지역 내 비신자 집수리 봉사단체는 주변에 꽤 있지만 본당에 소속된 봉사단체는 처음 본다”면서 “노숙인센터 수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하던 중 조원동본당에 ‘사랑나눔봉사단’이 있다는 것을 듣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집수리는 대부분 주말에 이뤄지는 데다가 이날의 경우 몸 쓸 일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지치기 쉬웠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자신이 맡은 부분이 끝나도 빈 곳이 없는지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일하는 중간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봉사자들은 몸은 고돼도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김이자(위비나) 부단장은 “처음 봉사를 시작했던 때는 너무 힘들어 작업이 끝나고 한 걸음도 못 뗄 정도였다”며 “그런데 바로 다음 모임 때 웬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아 지금까지 계속하게 됐고, 꾸준하게 봉사하는 우리를 보며 동참하고 싶다는 신자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부단장은 이어 “봉사는 물질적이고 일시적인 행복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활동하는 데에 본당의 도움도 컸다. 봉사단 창단은 신자들의 아이디어였지만 대사회 활동을 장려하는 교구 사목 방침과도 일치해 본당 주임 신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후원금으로 유지하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봉사를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준섭 신부는 “사목 현장에 나가면 곰팡이 문제나 낡은 수도관 등 어르신들 건강과 직결된 문제가 있는 집을 많이 본다”며 “그런 면에서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사회적 필요성을 인식하고 봉사단을 결성한 것이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집수리가 아니라도 단원들의 다양한 재능을 활용해 본당과 지역사회에 봉사할 예정이다. 또 봉사활동 범위를 다양화해 본당 청소년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사랑나눔봉사단 봉사 문의 010-5578-5237 양진규 단장 ※ 요한의 집 봉사 및 후원 문의 010-7385-8953 박상길 센터장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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