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탈핵 위한 한·일 연대

매년 10월이면 한국과 일본교회의 탈핵운동 활동가들은 양국을 오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가 아니었다. 핵발전소와 가까운 접근금지구역 인근이거나 핵발전소 사고로 사람들이 떠난 황폐화된 마을이었다. 도시에서 ‘탈핵’을 외치는 그들을 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편안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핵발전을 도시 사람들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일 탈핵 평화순례 10년은 어려움을 견뎌내는 고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10일, 10번째 순례를 시작한 순례단의 표정은 아름답고 결연했다. 하느님이 주신 나침반을 따라 옳은 길을 가는 이들의 여정에는 희망의 빛이 따랐기 때문이다. ■ 한일 교회 탈핵운동 10년의 시작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인근 마을의 시간을 멈추게 했다. 젊은이들이 떠난 도시에는 남은 생을 고향에서 보내려는 노인들만 남았다. 천혜의 어장이었던 후쿠시마현 해변은 고기를 낚을 수도, 해수욕을 즐길 수도 없는 죽음의 바다가 됐다. 사고 이후, 더 많은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핵발전소에서 일하거나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물었으나 “문제가 없다”며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기업과 정부의 잔인한 모습을 목격해야 했다. 가족과 이웃의 죽음, 그리고 내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은 없었다. 같은 해 일본 센다이교구에서 열린 한일 주교 교류모임에서 주교들은 핵발전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다. 그리고 일본주교단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지키고 후손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핵발전소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교회는 탈핵운동을 위한 교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파괴하고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위협하는 핵발전소를 유지하는 것은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2014년 한국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합류하면서 탈핵평화운동의 형태로 한국과 일본의 활동가들이 순례하는 ‘한일 탈핵 평화순례’가 시작됐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핵발전소는 세워질 때부터 시민들 특히 해당지역의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시작될 뿐 아니라 전기를 편하게 쓰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핵발전소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피폭문제가 숨겨지고 있다”며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힘없는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이러한 문제들은 하느님께서 원하는 세상과는 정반대인 모습이기에 신앙인들은 탈핵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핵발전으로 고통당하는 사람 위해 동행할 것 격년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0년간 이어진 순례. 지난해에는 일본 센다이교구 안에 있는 핵발전소와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을 둘러봤다. 올해 한국으로 넘어온 순례단은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경주의 월성핵발전소와 부산의 고리핵발전소를 순례했다. 11일 경주에 도착한 순례단은 월성원자력홍보관 앞에서 10년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을 만났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5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인 가운데, 남은 핵발전소의 수명연장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 황분희씨는 “핵발전소 인근에서 미세하게 공기로 방사능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환경에서 몇십 년간 살면서 내 자식, 손주들의 건강이 위험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 등 핵발전소와 관계있는 모든 곳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방사능으로부터 위험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집이 매매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아리를 떠날 수 없는 이들의 심정은 막막하기만 하다. 원전제한구역 914m 기준 대상에서 빠진 원전 1km 안 3개 마을 주민들은 10년째 “이주대책 마련과 노후원전 폐쇄”를 촉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순례에 참여한 노리코 히루마 씨는 “몇 년째 월성핵발전소에 와서 주민들을 만났지만 이분들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며 “신앙은 인권과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 편에 서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에 저항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석 신부는 순례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10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핵발전소 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을 수없이 많이 만났고 진실을 은폐하는 거대한 벽을 마주했다”며 “이것을 깨기 위해 10년간 노력을 했듯이, 앞으로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10-20

기도하며 아껴 쓰는 작은 손길 한데 모아 “주님 주신 지구 지켜요”

2024년 창조시기를 보내며 '창조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할 것'을 다짐했던 교회. “작은 일상적 행동으로 피조물 보호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참으로 고결한 일”(「찬미받으소서」 211항)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창조시기가 끝난 뒤에도 피조물 보호는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 창조시기의 다짐을 이어갈 수 있는 교회 공동체의 실천들을 살펴본다. 이렇게 실천해요 9월 8일 대전교구 전민동본당(주임 변윤철 다미아노 신부)에서는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입지 않는 옷들을 가져와 교환하고 수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21% 파티’다. 지속가능한 의생활 인식 제고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와 전민동본당 공동주관으로 열린 21% 파티에는 신자뿐 아니라 지역주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의류산업의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의 비율 21%에서 착안한 21% 파티에서는 단순히 입지 않는 옷을 교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옷을 오래 입어야 할 이유를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이날 행사를 담당한 박윤미(헬레나) 씨는 “금액에 구애받지 않고 의류끼리 교환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선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옷을 오래 입자는 취지를 잘 전달할 수 있었던 행사였다”며 “비신자들도 참여해, 피조물 보호를 위해 교회공동체가 지역사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을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피조물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가게를 성당 안에 마련한 본당도 있다. 대전교구 천안불당동본당(주임 진윤기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의 알맹이 상점은 불필요한 포장 없이 알맹이만 파는 가게다. 성당 내 북카페 안에 마련된 알맹이 상점에는 삼베 수세미와 삼베 행주, 천연 밀랍 다용도 랩, 고체 치약과 비누 등 친환경 용품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양만큼 담아서 사가는 리필스테이션 코너도 마련, 주방세제, 세탁세제, 구연산, 베이킹소다 등도 구입할 수 있다. 인천교구 작전2동본당(주임 조용수 베드로 신부)도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는 초록가게를 지난 4월 열었다. 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본당(주임 이기수 비오 신부)은 연도실(장례식장)에서 접시와 컵, 수저로 쓰이던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바꿨다. 장례식장에서 대량으로 쓰이는 일회용품을 줄여 환경을 지키고자 한 것이다. 매번 세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다회용기로 바꾸면서 오히려 음식물을 남기는 사례가 줄었다는 게 계상수(요한) 연도실장의 설명이다. 주교좌계산본당 연도실은 다회용품을 제공하면서 쓰레기 배출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렇게 배워요 피조물 보호를 위한 실천에 있어서 선행돼야 하는 것은 교육이다. 복음이 전하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을 사는 신앙인들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구파발본당(주임 차동욱 시몬 신부)은 2022년부터 유년부 주일학교에서 환경교리를 시행하고 있다. 분리배출, 쓰레기 줍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육뿐 아니라 환경골든벨, 환경동화 낭독극 만들기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할수 있는 교리를 구성해 교회 안에서 피조물 보호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에코 3개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수원교구 동탄송동본당(주임 이상훈 바오로 신부)은 초등부 4~5학년을 생태반으로 편성해 생태수업으로 교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에는 ‘의류 쓰레기와 기후 정의’를 주제로 은총나눔 잔치를 개최,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생태환경체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온 우주의 창조주 하느님’ 특강과 천연비누를 만들어보는 생태체험학교도 운영해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는 중요성을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대전교구 첫 탄소중립본당으로 선정된 갈마동본당(주임 김동규 미카엘 신부)은 전 신자를 대상으로 교육활동에 매진했다. 본당 행사에 다회용기 사용, 94.4kW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냉난방기 최소한 사용 등 본당의 변화에 신자들이 기꺼이 동참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갈마동본당은 2017년 설립된 생태분과를 중심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구체적으로는 교구생태환경위원회의 생태영성교육과 생태피정을 실시하고 사회복음화분과위원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진행했다. 아울러 환경 관련 영화 관람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의식전환을 꾀했다. 이렇게 기도해요 피조물 보호를 위한 실천에 가장 큰 동력을 모을 수 있는 것이 기도다. 기도를 통해 생태영성을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본당을 소개한다. 서울대교구 대치2동본당(주임 최철영 베드로 신부) 하늘땅물벗 단체인 '못자리벗'은 자연과 함께하는 기도모임을 만들어 자연을 생각하며 함께 기도하고 있다. 기도를 통해 자연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벗들이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피조물 보호를 위해 실천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대교구 홍은2동본당(주임 강재흥 요셉 신부)은 청년연합회가 자발적으로 우리의 지구를 위한 미사를 제안했다. 복음 선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사를 통해 본당 신자들과 함께 교회가 가르치는 생태 영성에 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했기 때문이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청년 미사에 거행되는 우리의 지구를 위한 미사는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문’을 바치며 시작된다. 보편 지향 기도 첫 번째인 ‘교회를 위하여’는 생태 영성과 관련한 내용으로 바치고 미사 강론 역시 생태 영성과 관련된 교회의 가르침으로 구성한다. 미사의 마침 예식 전 공지 시간에는 오늘날 생태환경과 관련된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신자들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을 공지하며 미사를 마무리한다.

2024-10-06

기후위기, 50년 경력 유기농민도 좌절시킬 만큼 생계 위협

“올해는 추석 때까지 폭염이 기승이네.” 도시 사람들이 지난해보다 길고 온도가 높아진 여름으로 지구온난화를 체감할 때, 농부들은 무서운 자연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당장의 더위는 에어컨 온도를 높여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바뀐 자연 생태계는 인간이 버틸 수 없는 환경을 점차 확산시키고 있다. 이제 농부들에게 ‘하늘이 짓는 농사’는 옛말이 됐다. 절기에 따라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고, 가지를 다듬고, 수확했던 농사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농부의 경고는 결코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다. ■ 사과, 한국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 지난해 수확량이 적어 ‘금값’이었던 사과가 올해 추석에는 색이 들지 않아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사과는 밤과 낮의 일교차가 있어야 당도가 올라오고 색이 빨갛게 드는데, 올해는 여름철에 기록적인 고온이 지속되면서 야간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착색이 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에 따르면, “올해 사과는 태풍 피해가 없어 생육상황은 전년 대비 양호하지만 홍로의 경우 여름철 고온으로 일소 피해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사과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봄이다. 4월에 꽃이 풍성하게 잘 피어야 꽃이 진 곳에 질 좋은 열매가 달린다. 5월부터 이 열매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후 나무에 남아있는 ‘착과수’는 그해 생산량의 주요한 지표가 된다. 지난해 사과 수확량이 적었던 이유는 봄이 이례적으로 따뜻했기 때문이다. 보통 4월 이후에 피는 사과꽃이 기온이 높아져 1주일 이상 빨리 핀데다, 꽃샘추위가 찾아오면서 만개한 꽃들이 얼어버렸다. 꽃이 제때 떨어지지 못한 자리에 사과가 열리지 않아 수확량이 감소하는 원인이 됐다. 게다가 길고 강한 장맛비도 탄저병을 확산시켜 수확량에 영향을 미쳤다. 이상기후로 사과 농사에 피해 빨랐던 봄과 이어진 꽃샘추위 길고 강한 장맛비도 수확 영향 농촌진흥청은 연평균 기온이 1℃ 오를 때 농작물 재배 가능 지역은 81km 북상하고, 해발고도는 154m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여름철(6~8월) 평균 기온은 2022년 24.5℃로 2002년(22.9℃)보다 1.6℃ 높아졌다. 지난 20년간 농작물 적정 재배지의 위도는 129.6km 북상하고, 해발고도는 246.4m 높아진 셈이다. 사과의 경우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 크기도 작고 당도도 떨어진다.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안 함량도 낮아져 품질도 떨어진다. 2022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6대 과일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사과는 2070년대에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지금과 같은 맛을 내는 고품질 사과는 2090년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 하늘이 도와줬던 농사, 인간을 외면하다 “내가 아무리 기술이 좋고 노력을 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농사입니다. 10년 전부터 급속도로 달라진 날씨는 50년 이어온 사과 농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게 될 만큼 생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충북 단양에서 50여 년간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남원식(비오) 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수확량에 시름이 깊다.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자 20년 전부터는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날씨는 병충해와 냉해, 잎이 빨리 져버리는 황화현상 등을 발생시켜 50년 경력 농부가 사과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꿔놨다. 유기농업 농민 의지 꺾일 만큼 자연의 도움 받을 수 없는 상황 “급격한 자연 변화에 큰 위기감” 길게는 몇십 년간 키운 자식과 같은 사과나무. 수확량이 적어지자 5년 전 어린나무를 새로 심었지만 올봄, 이상기온으로 갑자기 날이 추워지자 동해를 입어 몇 그루의 나무가 죽었다. “한국의 날씨는 원래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갈 때 기온이 천천이 올라갔다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기온이 급격히 변하는 양상이 됐죠. 5년 전부터 이러한 변화가 느껴진 것 같아요. 사과나무는 한겨울 이상 고온으로 땅이 일찍 녹으면 나무도 봄 준비를 하기 위해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리는데 이때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면서 나무가 얼어버린 것이죠.” 올여름, 전보다 많이 내린 장맛비도 내년 작황에 걸림돌이다. “물을 싫어하면서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이 사과나무입니다. 적정한 수분이 있어야 잘 자라죠. 비가 많이 내려 뿌리가 젖어있으면 잎이 떨어지는 황화현상으로 인해 열매에 맛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장마가 길어지면 내년에 꽃을 피울 수 있는 꽃눈을 만들지 못해 내년 농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땅을 살리고자 화학비료,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남원식 씨에게 기후변화는 뚝심 있게 지켜 온 농부의 50년 고집을 꺽을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천연재료로 만든 농약과 비료는 화학농약만큼 살충력이 덜하기에 더욱 정성 들여 사과를 돌보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관행농으로 수확한 사과의 크기와 색을 따라가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남원식 씨는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어려운 작물이 사과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도시의 사람들은 자연의 직접적인 변화들을 잘 모르겠지만 우리 농부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를 보며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24-09-15

“생산과 소비 속도 줄이면 유익한 진보와 발전 이끌 수 있어"

핵발전, 4대강 개발, 신공항 건설, 케이블카 설치 등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여러 사업에 교회는 매번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개발로 인해 당장은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누릴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파괴된 자연은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한 채 결국 더욱 많은 것들을 빼앗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인상적이고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룩했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되었으며 많은 생명체의 생명과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간이 기술과 힘으로 자연을 착취한다면 “괴물을 만들어낸 뒤 우리를 배반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자연을 착취한 발전, 괴물을 낳다 서울시는 8월 9일 개발제한구역 일부를 해제해 신혼부부 주택공급을 늘리고,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세대의 시급한 주택문제 해결 등 미래세대의 주거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서울환경연합은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 공원 녹지 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남산의 곤돌라 사업, 탄천파크골프장 개발, 하천 제방의 나무를 베어내고 카페를 만드는 수변감성도시 사업 등을 지적하며 “오세훈 시장은 공원 녹지를 꾸준히 파괴해 왔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월 9일 서울시청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미래세대를 위해 서울 근교에 녹지공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지만, 저출생 문제, 주거문제가 자연환경 보존만큼이나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며 “그린벨트 중 이미 훼손된 곳, 녹색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한 곳에 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무는 지구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그린벨트를 확대해 녹색도시로 탈바꿈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1979년 29㎢였던 그린벨트를 2020년 415㎢로 확대했다. 그 결과 여름 기온이 최대 4도까지 낮아졌다. 반면 한국의 산지는 위기에 처했다. 1974년 이후 바다를 매립해 국토를 1650㎢ 늘리는 동안 각종 개발로 인해 산림 3430㎢가 사라졌다. 67.2%였던 산림률은 62.7%로 떨어졌다.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괴물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집이 없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주택개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부흥할 수 있는 케이블카 설치, 싼값에 편리하게 전기를 만들어 내는 핵발전. 인간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개발논리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힘 그리고 그 의미와 한계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 지속가능한 발전, 어떻게 가능할까? 꾸준히 핵발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 온 한국교회는 2013년 10월,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발간하고 핵기술에 대한 입장을 집대성했다. 당시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베드로) 주교는 ‘우리는 생명을 선택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 “우리나라도 자손들의 생명권 문제라는 각도에서 핵 문제를 논의한다면 근본적으로 탈핵, 비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주교는 “핵발전은 예를 들어 도시인들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농어촌인들이 생명권을 짓밟히는 등 불의와 비윤리적인 문제점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하고 인간을 죽이고 퇴보시키는 것은 결코 발전이 아니라고 밝혔다. 아울러 “끊임없는 이윤추구의 구조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새로운 문명의 출발을 이어가야할 때”라며 현대사회의 최대 과제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강조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과도 연결된다. 교황은 “더 나은 세상과 전체적으로 더 높은 삶의 질을 이뤄 내지 못하는 기술과 경제 개발은 발전으로 볼 수 없다”며 발전의 개념을 새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산과 소비의 속도를 줄이면 개발이 뒤처지는 것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진보와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 교황은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기적으로 볼 때 또 다른 경제적 이익을 낳을 수 있는 투자가 된다”며 “시야를 넓혀서 보면 혁신적이고 환경에 덜 영향을 미치는 다양화된 생산 방식이 유익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191항)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황은 삶의 질이라는 더욱 폭넓은 의미에서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발전 방식을 찾으려는 용기와 책임, 지성을 발휘하는 것이 더 고귀하다고 강조하며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길 권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는 것은 강생의 믿음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2024-09-01

아! 이러니 생태계 죽어가네…아이러니한 기후대응 논리

‘새만금 해창갯벌 밤에 와서 보니/갯내음이 예전 같지 않다/온갖 것들이 와 죽는 거대한 무덤… 동진강과 만경강의 물이 만나 밤새도록 울고 있다.’(이승하 시인 ‘해창갯벌에 와서 바다를 보며’ 중에서) 물결이 멈춘 강에 선 시인은 자연의 울부짖음을 떠올렸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멈출 수밖에 없는 강은 시인의 말처럼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그곳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자리를 잃어야 하는 자연이 인간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새만금 갯벌과 4대강 현장이 그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환경 단체, 댐 신설 계획 철회 촉구 교회도 강물 흐름 막는 개발 반대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느님의 섭리” ■ 기후대응댐 건설에 담수 생태계 파괴 우려 환경부는 7월 10일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발표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기후대응댐 후보지(안)는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으로, 권역별로는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 3곳이다. 한강권역에는 강원 양구군 수입천 다목적댐 등 4곳, 낙동강권역은 경북 예천군 용두천 홍수조절댐 등 6곳, 금강권역은 충남 청양군 지천 다목적댐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에는 전남 화순군 동복천 용수전용댐 등 3곳을 발표했다. 신규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환경 시민 단체는 “댐은 기후 대응이 될 수 없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 남한강도민회의,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금강유역환경회의, 낙동강네트워크,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 섬진강유역환경협의회, 한국환경회의는 8월 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댐 신설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환경부의 주장과는 달리 그간의 홍수 피해는 제방의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내수 배제 불량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받아 왔으며, 용수 부족의 근거가 되는 분석 결과가 서로 상충하여 그 진위마저 의심스러운 등 환경부의 계획은 댐 건설의 목적인 홍수·가뭄의 원인 진단부터 잘못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계적으로 담수 생태계의 붕괴가 다른 서식처보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환경부는 기후위기를 대응한다며 댐 건설로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계획에 따라 예정지로 선정된 양구의 수입천댐 상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수입천댐이 지어질 경우 수몰되어 서식처를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울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흐르는 강물은 하느님의 섭리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교회는 4대강 개발부터 시작해 새만금 개발과 금강 세종보 재가동 등 강물의 흐름을 막는 개발 논리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다. 2010년 3월에 한국 주교단 이름으로 발표한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 성명에서 4대강 개발을 반대한다고 밝혔던 교회는 2018년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를 꾸려 4대강 환경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교회가 4대강 반대에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생명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려는 의도다. 아울러 경제 우선주의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죽음의 문화’를 고발하고 개선하기 위한 예언자적 소명도 이러한 실천에 힘을 실었다. 하느님의 섭리대로 흐르지 못하는 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세종보 재가동이 논의되고 있는 금강 유역에서 5월 9일 미사를 봉헌한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대건 베드로 신부)는 “세종보 재가동 중단 및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대건(베드로) 신부는 이날 환경단체 농성장을 찾아 “세종보를 담수하는 것보다 개방하거나 철거하는 게 하느님의 창조세계를 지키는 일”이라며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서 자연을 개발하고 파괴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전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길성환 베드로 신부)도 7월 22일 새만금 상시 해수 유통을 촉구하는 월요미사를 시작했다.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강론에서 “우리 신앙인의 관점에서 새만금 문제는 정치와 경제를 떠나 무엇보다도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사안”이라며 “2006년 완성된 방조제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값진 갯벌 사라졌으며 그곳에 서식하는 많은 야생 생물과 철새들이 보금자리 잃었고, 담수의 물이 심각하게 썩어가 인근 어민은 악취와 오염으로 큰 고통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장의 경제적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근시안적 태도를 멀리하고 서로 어우러져서 존중하고 나누며 사는 삶이 진정한 발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4-08-18

폭우 몰아쳐도 ‘멈출 권리’ 없는 노동자들…"생명권 보장하라"

7월 9일 경북 경산에서 쿠팡 새벽 배송을 하던 40대 여성 노동자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폭우로 자동차가 물에 잠기자 급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변을 당한 것이다. 쿠팡의 물류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이와 관련해 “기상악화로 인해 배송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경우 배송 기사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없기 때문에 배송 기사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박상호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롯데본부 본부장은 7월 17일 기후위기 비상행동 기자회견에서 “기록적인 폭우에도 쿠팡은 배송을 중단시키지 않았고 해당 노동자에겐 업무인 배송을 중단할 권리인 작업중지권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기후위기로 한반도의 날씨가 달라지고 있다. 여름철 비의 양은 많아졌고 기온은 올라가고 있다. 이는 폭우로 인해 더 많은 배송 기사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폭염으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기후재난은 뿌리 깊은 불평등의 경계선을 따라 약한 생명부터 무너뜨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생각보다 가까이 와닿고 있는 기후재난. 매일 생명을 걸고 일하는 이들은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기후재난이 무너뜨린 가장 약한 생명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7.7일이던 폭염일수는 지난해 14.2일로 3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강수량 또한 평년 평균 보다 124.3% 증가해 재해의 횟수도 늘어났다. 단순한 기상이변으로 여기기엔 꾸준히 증가하는 수치가 공통적인 원인이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2020년 ‘재난의 인적 비용: 지난 20년(2000~2019년)의 개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7348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홍수 3254건, 태풍 2043건, 지진 552건으로 전체의 90.9%가 기후와 관련된 재난이었다. 이는 20세기 말(1980~1999년)에 발생한 재난(4212건)의 1.7배에 이르는 수치다. UNDRR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1℃ 올랐고, 그 영향으로 폭염·홍수·산불 등의 극한기후 현상의 빈도수가 증가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미 올라간 지구 온도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뜨거워진 지구가 내 가족과 이웃의 목숨을 위협한다면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7월 1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재난 속에서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배달플랫폼 노동자, 에어컨 서비스 노동자, 건설노동자, 가스점검원, 오송참사유가족 등 기후재난을 겪는 시민과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폭염과 폭우로 위험이 닥칠 때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작업을 멈출 권리, 참사의 피해자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고 실현할 권리가 보장돼야 하며 시간에 쫓기고 인원이 부족해서 위험한 노동환경을 감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이 기후재난 앞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고 국가가 응답해야 할 시민들의 권리”라고 밝혔다. 배달플랫폼과 건설 노동자 등 폭염·폭설 등 노출 환경에서 안전권조차 보장 못 받아 인간 누구나 지닌 생명·행복권 위험앞에서 일 멈출 수 있고 생계 위협 없는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 기후위기 속,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생명 여름철 건설 현장은 한증막 안에 있는 것과 같다. 건설기계를 비롯한 장비, 철근, 망치 등 햇빛에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들이 건설노동자의 손에 쥐어진다.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박세중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고용노동부는 물, 그늘, 휴식 3대 원칙을 잘 지키면 폭염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휴식도, 작업 중지도 지켜지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작업중지, 제대로 된 휴게시설 설치, 제대로 된 세척시설이 현장에 시급히 필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파와 폭우에 속수무책인 것은 배달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김지수 사무국장은 “극한의 기후일수록 추가 배달 운임과 프로모션을 통해 우리를 재해의 위험으로 유인하는 배달플랫폼 기업의 정책, 안전하게 일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AI 알고리즘,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책과 제도의 부재로 우리는 매일 생명을 걸고 일하고 있다”며 “기후재난으로 인해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호할 수 있는 기후실업급여 제도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방문노동자인 가스점검원의 시름도 기후변화와 함께 깊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도시가스분회 허보기 분회장은 “가스 안전 점검원들은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도시가스 사고 예방을 위해 가가호호 가스 누출 여부 등을 점검한다”면서 “그런데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폭설, 한파, 장마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점검원들의 안전은 누구도 책임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후위기 속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 폭염, 폭우, 한랭, 한파 시 작업 중지 실질화를 위한 법제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제한적인 고열작업 기준 확대 ▲ 악천후가 발생해 건설노동자가 일하지 못해 소득이 감소할 경우 건설노동자 생계 보장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 인간의 존엄성을 기억하다 헌법 제34조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해 국민의 권리가 온전하게 보장되지 못하는 가운데,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헌법재판소에서 병합 심리 중인 기후 헌법 소원의 판결을 촉구했다. 기후헌법소송 청구인인 기후위기 비상행동 김은정 공동운영위원장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들 그 어느 하나, 기후위기로 인해 온전하게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로 더 이상 아까운 삶들이 스러지지 않도록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의 기본권 보호책무를 인정하는 기후헌법소원 판결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간 기본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에 교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인간도 생명권과 행복권을 누리며 고유한 존엄성을 지닌 이 세상의 피조물”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환경 훼손, 현재의 개발 방식, 버리는 문화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4~5월 청소년 환경 단체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의 공개 변론을 두 차례 진행했으며 2020년 3월 청소년 환경 단체 ‘청소년 기후 행동’이 낸 사건과 시민, 영유아 부모 등이 낸 비슷한 사건 3건을 합쳐 한꺼번에 심리 중이다.

2024-07-28

에너지 절약 가능한 주거시설 전환으로 피조물 지킨다

‘모두를 위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의생활과 식생활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아봤다면 마지막은 주거생활이다. 옷과 먹거리는 환경을 위해 능동적으로 선택이 가능하지만, 이미 조성돼 있는 주거환경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해법은 친환경 의·식생활과 연결된다. 절약하고 재활용 하는 것. 「2024년 찬미받으소서 주간 기념안내서」와 환경단체가 추천하는 지속가능한 주거생활에 대해 소개한다. ■ 에너지와 물 절약 전기제품은 전원이 꺼져 있더라도 콘센트에 연결돼 있으면 일정 부분 전력이 소모된다. 대기시간에 버려지는 에너지비용은 우리나라 가정 상업부문 전력사용량의 10%가 넘는다. 쓰지 않을 때 전기제품의 콘센트를 빼놓거나 대기전력저감을 위한 기준에 만족하는 대기전력저감우수제품을 사용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우수제품은 에너지절약마크로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사용하면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다. 전기제품에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에너지소비효율, 1시간 사용 시 CO₂ 배출량, 월간 또는 연간에너지비용, 소비효율등급 등이 표시된다. 이밖에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는 26℃로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에어컨 필터를 청소(2주 마다)하는 것도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에어컨은 강풍 대신 약풍에 맞추고 선풍기를 함께 틀면 20~30% 가정전력량을 절감할 수 있다. 안 쓰는 조명은 끄고 LED 등 고효율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샤워 시간을 1분 줄이면 한 달에 1333원이, 비누칠을 할 때 물을 잠그면 4000원이 절약된다. 장마철을 활용해 물 절약을 실천할 수 있다. 빗물을 모아 식물에 환경친화적인 관개원을 제공하고 실외 공간을 청소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집의 파이프, 수도꼭지, 변기, 관개 시스템에 누수가 있는지 점검하고 절수형 샤워 헤드, 수도꼭지 등 에너지 절약 장치를 설치하고 식기세척기와 세탁기는 가득 채운 상태에서만 사용한다. 주택에 태양광 패널 설치하면 전력사용량 줄이고 탄소 절감 소비효율 좋은 전기제품 사용 에너지 절약에 도움되는 방법 ■ 재생에너지 사용 태양열,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를 설치하면 전력사용량이 줄어들어 전기요금과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 「2024년 찬미받으소서 주간 기념안내서」에는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조사하고 홍보할 것을 권한다. 태양열,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등 거주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해 알아보고 가정이나 직장에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한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는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에너지 등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주택에 설치하려는 경우 설치비의 일부를 국가가 보조금으로 지원해 주는 주택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택지원사업 신청은 단독주택의 소유자 또는 입주자 대표, 공동주택의 소유자 또는 입주자 대표 등이 할 수 있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도 가정의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고 교회기관 중에는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신청할 수 있다. ■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이용 도시에서는 대개 짧은 거리를 이동한다. 혼잡한 도시에서 운전자 한 사람이 차량을 끌고 다니는 것은 효율적인 이동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2024년 찬미받으소서 주간 기념안내서」에서는 도보나 자전거, 효율적인 대중교통 이용, 이동수단 공유 등을 추천한다.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면 전기 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이 친환경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월 6만9010원, 고효율인 1등급 전기차를 타면 월 6만8672원이 절약된다. 아울러 적정공기압을 유지하고 1등급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 피조물 경험하고 생각하기 우리가 왜 지구를 위해 절약하고 재활용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피조물과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피조물과 지구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느낄 때 우리의 실천은 번거로운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 될 수 있다. 주변에 식물들을 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작은 텃밭에 토종 식물을 심어 직접 농산물을 재배함으로써 상점에서 구입하는 품목의 필요성을 줄일 수도 있다. 통합생태론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추천한다. 자녀들과 함께 하느님의 창조물을 돌보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우리의 행동이 환경과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본다. ◆ “EM 등 함께 만들고 우유팩 재활용해요” 본당의 친환경 생활은 이렇게! 공동의 집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있다는 점에서 본당에서 친환경 생활은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먼저 생태환경 관련 조직을 구성해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생태영성 교육이나 생태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생태탐방이나 숲체험도 추천할 만하다. 기금을 모으기 위한 행사 때 직접 만든 EM 제품이나 수세미 등 친환경 물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본당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피조물 보호 활동이 될 수 있다. 우유팩이나 아이스팩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본당도 늘어나고 있다. 조금만 신경 쓴다면 본당 행사 때 쓰이는 먹거리 재료를 우리농이나 지역 물품으로 우선 구입할 수 있다. 교육과 단체활동을 통해 공동의 집을 보호해야 한다는 합의가 도출된다면 본당 내에 태양광발전소 설치도 고려할 수 있다. 생태 사도직 단체인 하늘땅물벗을 만들어 함께 참여하는 것도 친환경 생활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2024-07-14

지구적 재앙된 의류 폐기물…덜 버리고 오래 입는 것이 해결책

전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버렸다는 탄식 너머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직 모든 것을 잃지 않았다”며 “인간은 최악의 것을 자행할 수 있지만 또한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정신적, 사회적 제약을 극복해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시 선을 선택하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찬미받으소서」 205항)이라고 설명한다. 절망을 만든 것이 인간이라면 다시 희망을 만드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신념, 자세, 생활양식 등 우리 삶의 방향을 재정립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衣)생활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본다. ■ 한 벌의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2000년대 중반, 패스트 패션으로 한국에 소개된 몇몇 의류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과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만 원대 티셔츠는 한해를 입고 나면 구멍이 나거나 금세 늘어났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이 싸니 또 사면 되지”라며 쉽게 옷을 소비했다. 옷의 생산부터 판매, 폐기가 빠르게 돌아가는 패스트 패션이 현대인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빠르게 소비한 옷들은 인간의 삶을 불편하게 하는 존재가 됐다. SPA(제조·직매형 의류,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시장 규모가 2010년 1조2000억 원에서 2018년 5조 원으로 성장하는 동안 섬유 폐기물도 112만여 톤에서 451만여 톤으로 증가했다. 빠르게 생산되고 판매되기 때문에 팔리지 못한 옷들은 금세 버려지기 때문이다. 가격 저렴하고 유행에 민감한 패스트 패션 인기 계속되지만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면서 의류 폐기물 문제 점차 심각 옷의 소재도 환경에 유해하다. 싸게 팔기 위해서는 저렴한 소재인 합성섬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생산을 위해 막대한 탄소를 배출, 전 세계 의류산업에서 해마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수질오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단 1톤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데 쓰이는 물은 최대 200톤. 게다가 가공하고 염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 간다. 패션산업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0%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물이 약 7000리터,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약 2700리터가 필요하다. 짧게 입다 버려진 옷들은 어떻게 될까?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 버려진 섬유폐기물은 37만 664톤으로, 그중 재활용된 양은 2만1433톤, 단 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버린 옷들은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을 훼손하는 불평등도 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헌 옷 수출량은 세계 5위를 기록, 중고 의류 가운데 70%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 지구를 위한 옷장 패스트 패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이다.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까지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패션 아이템을 일컫는다. 사회적으로 친환경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패션업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다량의 섬유폐기물을 양산했던 SPA 브랜드들이 앞다퉈 재활용 섬유를 사용한 제품들을 선보이기 시작, 컨셔스 패션 시장은 2019년 전 세계 약 63억5000만 달러(7조6100억 원)에서 2023년 약 82억5000만 달러(1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린 워싱(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 환경에 악영향 끼치는 제품 생산) 문제도 불거졌다. 의류산업 배출 탄소 전체의 10% 폐수 배출량도 전체의 20% 해당 친환경 옷 생산 늘리기보다는 생산량 자체 줄이는 노력 필요 친환경 캠페인 기구인 변화하는 시장재단(CMF·Changing Markets Foundation)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브랜드 H&M이 지속가능한 패션을 표방하며 출시한 컨셔스 컬렉션의 원재료 가운데 72%가 합성성분으로 조사됐다. 브랜드 ASOS의 친환경 의류에도 재활용이 가능한 합성물이 9%만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장섬유(의류)를 생산하는 대안도 각광받고 있지만, 이 방식도 완전한 친환경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페트병 티셔츠를 만들려면 각종 공정과 탄소배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의(衣)생활을 실천하는 이들은 “친환경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옷을 생산하기 보다 생산량 자체를 줄이고, 수중에 있는 물건을 되도록 여러 번 오랫동안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제로웨이스트”라고 설명했다. ◆ ‘다시 입다 연구소’ 선정 패션 탄소발자국 줄이는 방법 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 입다 연구소’에 소개된 패션 탄소발자국 줄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1. 중고 의류 구입하기 2. 공기 중 자연 건조 3. 지속 가능한 브랜드 이용(폐자원 활용한 국내 브랜드: 큐클리프, 누깍, 119REO, 수미애) 4. 산 옷은 적어도 12번 착용 5. 찬물로 세탁 6. 배송 이용시 빠른 배송보다 보통 배송 7. 한 시즌에 한 옷씩 수선해서 입기 8. 드라이클리닝은 건너뛰기 9. 특별한 날 특별한 옷은 대여해서 입기 이 밖에 옷이 눈에 보이도록 색상별, 용도에 따라 정리하거나 평소에 옷 관리를 꼼꼼하게 해두는 것도 지속가능한 의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2024-06-30

무탄소에너지 계획에 ‘핵’ 포함? “약자 희생으로 얻는 전기는 그만!”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3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향후 15년(2024~2038년)의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소 건설 계획 등을 담고 있는 실무안은 2038년 최대 전력수요를 129.3GW로 전망하면서 설비를 157.8GW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 안에는 대형 원전 3기·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등 4기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실무안이 발표된 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사회교리실천네트워크 등이 포함된 223개 시민·환경단체는 밀양 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10년을 맞아 지난 6월 8일 ‘다시 타는 밀양희망버스’를 출발시켰다. 행사에 모인 1500명의 시민들은 ‘신규핵발전소 건설,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석탄화력발전소 등 초고압 송전탑을 확대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폐기’를 촉구했다. 전기를 전달하기 위한 송전탑 건설로 희생된 밀양주민들을 아픔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 무탄소에너지 70% 달성의 이면 전기본은 2038년 최대 전력수요를 반도체 산업과 AI 데이터센터, 전기화 수요 등의 증가 요인을 반영해 129.3GW로 산정하고 있다. 설비는 157.8GW까지 늘리겠다는 게 실무안의 요지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8년 추산되는 확정설비 147.2GW에 10.6GW가 추가로 필요하다. 전기본 실무안에는 “첨단산업,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 변화요인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검증 가능한 수요관리 수단을 도입함으로써 미래 수요를 최대한 과학적으로 전망했다”며 “공급에 있어서는 무탄소전원의 큰 축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늘린다고 밝힌 가운데, 구체적으로 태양광은 2022년 21.1GW에서 2038년 74.8GW로, 풍력은 1.9GW에서 40.7GW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석탄 발전량은 2030년 111.9TWh(17.4%)에서 2038년 72TWh(10.3%)로 줄어든다. 전기본은 “2038년에는 신규원전이 진입하고 수소발전이 보다 확대되는 한편,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도 대폭 증가하면서 23년 40%에 못 미쳤던 무탄소에너지(CFE)의 비중이 70%에 달하여 본격적인 무탄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석탄 줄이고 재생에너지 늘려 무탄소에너지 70% 약속했지만 핵발전소 확대도 포함돼 논란 무탄소에너지가 확대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에 핵발전소가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것에 환경시민단체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핵발전은 이미 건설계획이 확정된 4기(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 외에 SMR 실증 원전(0.7GW) 1기와 최대 3기(4.2GW)의 대형 핵발전소 건설이 제시됐다. 계획대로라면 핵발전 비중은 2030년 31.8%에서 2038년 35.6%로 상승한다. 이밖에 2038년에는 신재생 32.9%, LNG 11.1%, 석탄 10.3%, 수소·암모니아 4.4% 등의 전력믹스를 예상하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장인 정동욱 중앙대 교수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무탄소 전원 중 가장 경제적이라고 평가되는 대형 핵발전으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개된 실무안을 바탕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포함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마련하고, 전기사업법에 따른 공청회, 국회상임위원회 보고 등을 진행한 후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통해 제11차 전기본을 확정할 계획이다. ■ 누군가의 눈물로 만들어진 전기 제11차 전기본을 규탄하는 밀양희망버스는 송전탑이 줄지어 있는 밀양과 청도 일대를 달렸다. 이들은 “국가폭력에 대한 반성 없이 핵발전소와 초고압 송전선로 인근 주민들의 희생을 계속해서 강요하는 전력수급 시스템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며 “에너지 생산, 수송, 소비에 걸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핵발전소 확대로 무탄소에너지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의 이면에는 과연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일까? 주교회의가 발간한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에서는 핵기술이 생명권과 환경권을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지 밝히고 있다. 특히 핵연료 냉각을 위한 온배수 다량 방출, 남는 전기 발생으로 인한 에너지 과소비와 낭비, 대형 송전탑 세우는 과정에서의 환경훼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환경유해물질 등이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핵발전소를 세우고 전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한 구조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핵기술, 생명권과 환경권 침해 핵연료 처리 과정서 공해 발생 외곽서 도심으로 전기 옮기며 가난한 이들 오롯이 피해 입어 “핵발전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또 그 풍요로움이 자본과 결합한 일부 사람들의 권리를 실현시켜 줄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인류와 더 나아가 미래의 세대는 그 풍요로움에서 배제돼 있다.”(120항) “핵산업과 관련된 법률은 발전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시장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독점 사업에 가까우며 사법 체계는 이익과 공통의 공정한 분배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죄의 구조로 전환될 위험성이 높다”(141항) 월성핵발전소 제한구역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주민 황분희씨는 “피해를 주는 사람도 피해를 주는 회사도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도 책임지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며 “다른 지역에서 쓸 전기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희생과 우리의 목소리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황망할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2024-06-16

“밥상의 변화만으로도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작은 일상적 행동으로 피조물 보호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참으로 고결한 일”(211항)이라고 강조한다. 일상의 작은 변화를 통해 복음적 삶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피조물과 공존하기 위해 어떤 지속 가능한 습관을 가져야 할까? 지속 가능한 식습관에 대해 대해 알아본다. ■ 어떻게 구입할까? 가톨릭기후행동은 2024년 찬미받으소서 주간 중 하루를 지속가능한 식단을 실천하길 권했다. 식품을 구입할 때 라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라벨을 확인해 한 제품에 다섯 가지 이상의 성분이 들어 있다면 구매하지 않고, 저탄소인증·유기농인증 제품을 구매할 것을 제안했다. 비료, 농약, 농자재 및 에너지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영농방법 및 기술을 통해 재배된 농산물은 저탄소인증을 받을 수 있다. 저탄소인증 대상 농산물은 식량작물, 채소, 과수, 특용작물(쌀, 쌈채, 복숭아, 참깨 등 41종)로, 2023년까지 9085농가가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석유에서 추출한 농약과 합성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으로 재배된 농산물은 자연에 덜 해로울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부패하기 쉬운 음식은 소비할 만큼만 구입하고 한 끼에 먹을 만큼만 준비해 낭비하지 않는 습관도 중요하다. 다만 부패하지 않는 식품은 때때로 대량으로 구매, 비용을 절약하고 포장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입할 때 개인 장바구니 사용도 필수다. ■ 무엇을 먹을까? 식품 생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축산과 어업은 배출량의 31%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축산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축의 장내발효와 분뇨처리, 삼림벌채 등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4.6kg으로, 세계 평균 대비 1.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즐겨 먹지만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물보다 많은 환경적인 부담이 따른다. 전 세계 농경지 면적 중 축산에 사용되는 면적은 77%인 반면 칼로리 공급은 축산물 18%, 작물 28% 수준으로 곡물 대비 환경부하 크기 때문이다. 동물성 대신 식물성 식품 먹는 것이 나와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식습관 실천 등 작은 노력으로 기후위기 대응 저탄소·유기농 제품 구입하고 육류 줄이거나 대체육 소비 남은 음식물 퇴비로 활용 가능 대체육에는 콩, 밀, 해조류, 버섯 등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한 식물성 대체육, 식용곤충 단백질로 제조한 식용곤충, 동물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해 증식시키는 방식으로 조직을 배양하는 배양육이 있다. 대체육은 온실가스 배출량 최대 90%, 에너지 사용량은 30%가 감소되며, 전 세계적으로 대체육 시장은 2040년까지 기존 육류의 50% 이상을 대체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도 식물성 대체육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식물성 고기뿐 아니라 치즈, 달걀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을 먹는 것도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긴 유통과정을 겪지 않기 때문에 과대 포장 없이 장바구니에 바로 담아올 수 있는 이점도 있다. ■ 먹고 난 뒤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퇴비를 비축할 수 있다면 감자 껍질, 사과 속, 채소 쓰레기 등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먹고 남은 병이나 캔은 재활용할 수 있게 헹궈서 분리한다. 야채 등을 헹군 물은 저장해 뒀다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사소하지만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실천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농작물을 생산한 생산자를 지원하는 것도 선을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식사 전후에 잠시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이러한 관습을 내면화할 수 있다”(「찬미받으소서」 227항)고 조언했다. 이 짧은 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의 생명을 하느님께 의존하고 있음을 상기하고 피조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202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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