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오르가니스트연합회 이은주 회장

“악기가 화려하든 소박하든 저의 오르간 반주에 맞춰 신자분들이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 반대로 오롯이 십자가와 저만 있는 성당에서 하느님과의 교감 속에 제 오르간 연주를 기도로 봉헌할 때 벅찬 감동을 느껴요.” 교구 성음악위원회 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연합회(지도 이호재 베네딕토 신부) 이은주 회장(소화데레사·제1대리구 인계동본당)은 오르간을 통해 하느님과 일치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 회장에게 오르간은 하느님과의 중요한 소통 방법이 됐지만, 이화여대 종교음악과 오르간 전공으로 진학했던 처음엔 전례 속 오르간 음악이 신앙 안에서 충분히 녹아나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유학 후 서울대교구 혜화동본당에서 오르간 반주를 하며 깨달았어요. 전례와 관련된 오르간 음악은 직접 거행되는 전례 안에서 그 참 의미가 되살아난다는 것을요. 또 사순 시기, 부활 시기 등 각 전례력에 맞춰 만들어진 곡들의 제목과 작곡 의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먼저 그것을 잘 이해하고 묵상해야 하죠.” 이 회장은 미사 오르간 반주자들에게 그날의 말씀을 먼저 읽고 그에 따라 선곡된 곡을 살펴본 뒤 전례에 맞는 영성체 묵상곡과 파견 후속곡을 정할 것을 추천했다. “오르간 반주자와 연주자는 아주 다르다”는 이 회장은 “반주자는 연주자로서의 기교나 예술성을 발휘하기보다 미사 전례의 흐름에 맞춰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례 오르간 음악을 위한 단체가 2011년 교구에서 출범했다. 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연합회는 정기연주회와 분기마다 상설 오르간 교육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보통 매년 개최하는 정기연주회는 오르간 연주자로서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무대이다. 이 회장은 “교구에서 마련해주는 이 귀한 자리를 위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열심히 준비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 전례음악원 외래교수와 소화오르가니스트 지도교수로 있는 등 지도자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는 이 회장은 “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연합회 교육에는 아주 기초 단계인 사람이 오르간 반주를 하고 싶다는 의지와 열정만으로 찾아오기도 한다”면서 “그분들과 함께 노력해서 반주를 시작하게 됐을 때가 제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이 오르간 음악을 할 수 있는 것 자체에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는 이 회장은 독자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중요한 건 전례에 맞춰 작곡된 원곡의 의도를 잘 살려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연합회는 전례 오르간 음악을 위한 교육, 세미나, 음악회 등 많은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024-09-01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꾸르실료 박창웅 자문위원

“한 번의 꾸르실료 체험 참가를 통해 그동안 오랜 신앙생활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큰 감명을 받았어요. 그때 꾸르실료에 나 자신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죠.” 교구 꾸르실료 사무국 박창웅 자문위원(라우렌시오·제1대리구 용인본당)은 1975년 교구 남성 제3차 꾸르실료 체험을 시작으로 차수 회장, 강사 등을 거쳐 지금까지 약 50년째 교구 꾸르실료에 몸담고 있다. 박 위원은 “꾸르실료 주보 성인인 바오로가 사울에서 변했듯이 나도 꾸르실료 체험에서 자기반성 속에 느낀 하느님의 현존을 통해 자신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며 “봉사자로 임할 때도 참가자들이 하루하루 변화하는 모습에서 성령의 역사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꾸르실료 활동 중에는 보람 있는 일이 많았다. “옛날에 한 시간에 한 대 있던 버스를 기다려 2시간여 비포장도로를 달려가 기쁘게 봉사자 학교에 참석하곤 했다”고 말한 박 위원은 “또 교구 교육원을 자비로 수리해 꾸르실료 교육을 처음으로 시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회장이자 교구 주간으로 봉사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은혜로운 시간을 경험했다. “부인과의 이혼을 합의하고 꾸르실료를 받으러 온 참가자가 있었는데 성체 앞에서 많은 눈물을 흘리더니 체험 마지막 날 부인의 손을 잡고 우리에게 와 남은 생을 부부로서 계속 함께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고 회상했다. 예순즈음에는 꾸르실료의 발상지인 스페인 마요르카섬 성 호노라토 수도원을 방문했다. 수리 중이었던 팔마대성당 옆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고 꾸르실료 제1차 참가자까지 만나는 기회를 가져 감회가 새로웠다. 박 위원은 “산티아고 순례길 지도자 교육으로 시작된 꾸르실료의 산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였다”며 “미국에서 꾸르실료를 만들 때 나는 원조인 스페인식을 고집했었는데 결국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던 기억이 났다”고 말했다. 교구 꾸르실료는 어느덧 남녀 체험 모두 200차를 훌쩍 넘겼다. 이에 박 위원 등 교구 꾸르실료의 초석을 마련한 원로 꾸르실리스타들에 대한 감사 미사가 8월 10일 용인성당에서 봉헌됐다. 박 위원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영광이었다”며 “그 자리는 꾸르실료 운동을 함께 해온 형제들 모두에게 베푸신 은총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은 봉사 지도자 양성으로서의 꾸르실료를 강조했다. “평신도가 먼저 하느님을 찾아 시작된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성지 천진암을 지닌 교구답게 평신도 지도자의 덕목을 기를 수 있는 장으로서 꾸르실료가 발전하길 기도합니다.”

2024-08-25

[우리 이웃 이야기] 카페 ‘우물가’ 김소영 대표

“카페를 이끄셨던 신부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이 뜻깊은 카페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 덕에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네요. 운영이 녹록지 않지만,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날까지 이어갈 생각입니다.” 커피 원두의 공정무역을 지지하고 건강한 커피를 모토로 판매 수익금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부하는 카페 ‘우물가’ 대표 김소영(세레나·제2대리구 호평본당) 씨는 카페를 기획하고 지도하던 고(故) 이호권(바르나바) 신부가 선종한 후에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우물가’는 2013년 이호권 신부가 주임 신부로 있던 수원교구 제2대리구 호평성당에서 신자들을 위해 커피를 내리던 것에서 시작했다. 김 대표는 “그러던 중 신부님의 추진으로 신자 몇 명과 함께 영업허가를 얻어 수익금을 기부하는 카페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5년 법인 ‘우물가’가 탄생했다. 뜻깊은 일을 한다는 소식에 많은 신자들이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에서 영업장을 마련해줬고, 신자들도 후원금을 쾌척하시는 등 많은 분이 물심양면으로 카페를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그 뒤로 수익금은 모두 수도회를 통해 아프리카 혹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됐다. 김 대표는 “규모가 크지는 않아 수익이 크진 않지만, 한국보다 물가가 낮은 아프리카에 기부금으로 아이들을 위한 자그마한 학교도 지어졌다”고 말했다. 2018년 즈음 ‘우물가’ 총괄자이자 영적 지도자였던 이호권 신부에게 암이 발병했다. 이듬해 카페도 이 신부가 투병하던 교구 라자로마을로 옮겼다. 김 대표는 “지도자셨던 신부님이 투병 생활을 시작한 뒤로 카페 운영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신부는 2020년 선종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카페의 미래에 대해 함께 일하던 두 명의 동료와 여러 차례 이야기 하며 고민을 나눴다”고 회상했다. 이후 이 신부의 친척이 카페 취지에 공감해 세종시 전동면에 새 장소를 마련해줬다. 현재 손님들을 맞을 공간 없이 커피 제조시설만 운영되는 데다가 수익도 많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부님과 함께할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고 커피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처음 카페를 열었던 당시 신부님과 저희의 꿈은 큰 로스팅 공장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비록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소외된 이웃을 돕는 마음으로 계속할 겁니다. 그럼 언젠가는 하느님이 기회를 주시지 않을까요?”

2024-08-18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가톨릭청년합창단 우재훈 단장

“저희는 음악 선교를 지향합니다. 선교는 비신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이미 세례를 받은 사람이라도 신앙 활동을 조금 소극적으로 하거나 쉬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분들이 저희를 통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끔 하고 싶습니다.” 수원가톨릭청년합창단(영성 지도 한용민 그레고리오 신부, 이하 청년합창단) 우재훈(다니엘) 단장은 음악이 듣는 이에게 울림을 주는 매우 힘 있는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교회에서 음악은 전례를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저희 청년합창단은 맑고 고운 음색이 장점이에요. 크고 웅장하진 않지만 고요하고 은혜로운 목소리로 기도와 묵상을 도와드리죠. 본당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교구 단체랍니다.” 청년합창단은 ‘이 시대의 고단한 청년들을 위해’라는 표어대로 청년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격려하는 자리이다. 2016년 교구 성음악위원회 소속으로 창단했으며 현재 약 30명의 젊은이가 모여 매월 마지막 주마다 정자동주교좌본당 교중미사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매주 주일 오후 1시30분부터 4시까지는 연습을 통해 하느님을 찬양하며, 매년 정기연주회도 열어 실력과 친목을 다진다. 청년합창단 활동 연령은 39세까지이며 37세까지 입단 가능하다. “제2대리구 금정본당에 초청돼서 노래를 몇 곡 불렀을 때 신자분들과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았어요. 반짝이던 휴대전화 플래시의 응원 물결도 잊히지 않아요. 이처럼 언제 누가 어떤 자리에서 저희 노래로 감동을 받으실 지 모르기 때문에 꼭 정기연주회에서만이 아니라 성가를 부르는 모든 순간마다 진심을 다하고 싶어요.” 그래도 정기연주회는 청년합창단을 도와주는 은인분들에게 가장 잘할 수 있는 노래를 선물하는 값진 자리이며, 단원들의 연습과 노력에 동기를 부여하는 좋은 기회라고 우 단장은 덧붙였다. “옆 사람하고 사이가 안 좋은데 합창 소리가 잘 맞을 리 없어요.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 특징이나 차이를 잘 알고 맞춰갔을 때 비로소 그 합이 잘 맞아떨어져 좋은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우 단장은 마지막으로 교회 단체로서의 기본을 강조했다. “각자 방법과 수단이 다를 뿐이지 결국 우리 모두는 신앙인으로서 완전함을 추구해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저희 청년합창단도 뛰어난 음악 이론과 정확한 음정·박자보다 중요한, 기도와 사랑을 밑바탕으로 예수님을 닮아가는 단체가 되고 싶습니다.”

2024-08-11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노인대학연합회 오현주 회장

“어르신들과 만나면서 드린 것은 많지 않은데, 받은 것은 너무 많아요. 교회 공동체에서 적극적으로 어르신들과 젊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세대 간에 유대를 형성했으면 좋겠습니다.” 교구 노인대학연합회 오현주 회장(카리타스·64·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은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통해 젊은 세대가 신앙과 사랑을 전하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봉사는 제 삶이나 다름없어요. 25년 동안 봉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은총 아닐까요? 봉사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너무 감사합니다.” 오 회장은 2001년 본당 어르신 모임인 안나회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했다. 그 봉사를 시작으로 본당에 노인대학을 설립하며 실무를 하다 학장을 맡았고, 2022년부터는 교구 노인대학연합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오 회장이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한 햇수로만 25년에 달한다. “어르신들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의 기도를 해주시는 분들이에요. 본당에서 기도나 봉사도 그렇고, 재정적으로도 많은 부분 함께하시죠. 이런 분들을 교회의 모든 부분에 안배하는 것이 필요해요.” 특히 오 회장은 어르신들이 본당에서 활동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물품판매와 기도만 했던 안나회가 본당행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본당에 어르신 성가대인 ‘카리타스성가대’를 창단해 어르신들이 전례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또 2010년 본당 노인대학인 바오로대학 개교부터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다. 본당 활동의 주인공이 된 어르신들은 본당활동에 자부심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오 회장은 “어르신들이 선종하실 때 유가족분들께서 우리 어머님·아버님이 마지막에 노인대학에서 행복하게 사시다가 가신다고 행복해하셨다면서 감사인사를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게 이 봉사의 가장 큰 은총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어르신들이 행복해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오 회장은 연합회 회장을 맡으면서도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실이 본당 노인대학 설립 지침서다. 지침서에는 노인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절차가 충실히 담겨 있어 벌써 4개 본당이 이 지침서를 활용해 노인대학을 설립했다. 또 노인대학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사 풀을 공유하고, 노인대학 설립을 원하는 본당은 연합회 차원에서 방문해 설립과정도 컨설팅하고 있다. 오 회장은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위해 활동해 나갈 계획이다. “노년은 먼일이 아니에요. 저도 곧 있으면 65세가 되고 누구나 노년이 돼요. 우리가 노년의 삶을 잘 갖춰드리는 것은 또한 우리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2024-07-28

[우리 이웃 이야기] ‘라 파밀리아’ 단장 김정현씨

“‘라 파밀리아’는 아마추어 밴드에 불과하지만 연습하고 연주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습니다. 가정미사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훌륭한 신앙적 자산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죠.” 평일에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아버지가 주일이면 청바지를 입고 베이스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멋있는 밴드 단원으로 변신한다. 평범한 아버지, 어머니가 변신하는 공연장은 다름 아닌 제2대리구 분당야탑동본당 ‘완두콩 가정미사’다. 매월 셋째 주일 오후 4시에 봉헌되는 완두콩 가정미사에서는 초·중·고등부 학생들과 부모들이 함께한다. 부모들의 나이대는 40대에서 50대 초반. 청년도 장년도 아닌 ‘끼인세대’인 이들은 성당에서 주역이 되기보다 중등부 00이 아빠, 초등부 00이 엄마로 불렸다. 라 파밀리아 단장 김정현(안토니오·45)씨도 청년 시절 성가대 지휘도 하며 활발히 본당 활동을 했지만 세 아이를 낳고 미사 참례하는 게 전부인 신자가 됐다. 공동체 뒤로 물러나 있던 이들을 중심으로 이끈 것은 주임 김진우(베드로) 신부였다. “2022년쯤 주임 신부님께서 주일학교 학생들과 부모가 함께 미사를 하니 부모들이 미사 반주를 하면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하지만 본당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자매님들이기에 남자 단원을 구하기가 힘들었죠. 세 달간 지원자가 없자 아내가 제게 밴드 활동을 권했고, 드럼과 기타를 칠 수 있는 형제까지 3명이 모여 우여곡절 끝에 밴드가 꾸려졌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밴드의 이름은 ‘라 파밀리아’. 3명에 불과했던 단원은 보컬 2명과 건반, 일렉기타를 치는 신자가 추가돼 7명으로 완성됐다. 라틴어로 ‘가족’이라는 뜻의 밴드는 완두콩 가정미사 반주뿐 아니라 본당 공동체가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번은 신부님이 본당 신자들이 전부 모이는 체육대회 때 미사 반주를 부탁하셨어요. 오래되고 숙련된 성가대가 있음에도 저희에게 기회를 주신 거죠. 그때를 계기로 더욱 책임감을 갖고 밴드 활동에 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3년차인 라 파밀리아는 벌써 두 차례의 단독공연을 치렀다. 이제 중등부 00이 아빠가 아닌 밴드 단장, 밴드 연주자로 본당에서 얼굴이 알려진 라 파밀리아 단원들에게 가장 뜻깊은 것은 신앙 안에서 자녀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밴드 활동의 기쁨만큼 신앙생활의 기쁨도 커진 것이다. “사춘기인 아들들은 아빠의 밴드 활동에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지만 딸은 미사 때 연주를 하는 아빠를 내심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엄마, 아빠와 성당에서 보낸 추억들이 나중에 어른이 돼서 신앙을 잊어버린 순간, 다시 성당에 돌아오게 하는 원동력이 될 거라 믿어요. 아이들에게 그것을 남겨준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나 만족합니다.”

2024-07-14

[우리 이웃 이야기]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 저자 장선용씨

“식물도 물이 필요한지 아닌지 잘 살피면서 물을 잘 주고 사랑한다 말해주면 꽃이 펴요. 하물며 아이들에게는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 넣고, 사랑을 넣은 제대로 된 음식을 줘야하지 않겠어요?”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의 저자 장선용(체칠리아·85·미국 샌프란시스코 산호세본당)씨는 “아이들에게 주는 음식은 사랑이고 정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씨는 “맵고 짠 것만 먹어도 성질이 사나워지는데, 공장에서 기계로 만든 간편식이 피가 되고 살이 되겠느냐”며 “깍두기를 하더라도 네모반듯하게 정성을 들여 만들어 먹어야 아이도 잘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며느리 주려고 쓴 거니까 알기 쉽게 썼지요. 그걸 책으로 만들자 해서 냈는데 날개 돋친 듯 팔렸어요. 미국에 오니 집집마다 이 책을 들고 있어서 놀라기도 했어요.” 1993년 장씨가 펴낸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도 이런 마음으로 쓴 책이다. 시작은 이민가서도 매번 국제전화로 음식 만드는 법을 물어오는 며느리를 위해서 한 장, 한 장 써 내려간 조리법 편지였다. 장씨는 정확한 계량과 조리시간을 적어 며느리가 전화로 따로 묻지 않고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조리법을 적었다. 그걸 주변에서 보고는 서로 달라며 아우성이기에 책을 냈다. 그렇게 낸 책이 오랜 시간 많은 엄마들의 사랑을 받는 요리책이 됐다. 벌써 30만 부가 팔렸고, 영어·중국어로도 번역돼 지금도 팔리고 있다. 이후로도 장씨는 EBS에서 요리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미주 중앙일보에 7년 8개월 동안 조리법을 연재해 「장선용의 평생 요리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요리를 말로만 가르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음식을 해서 다 먹이면서 가르쳐요. 아무렇게나 하면 맛이 없어요. 다 정성이 들어가야 해요.” 이렇게 장씨가 요리를 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성을 들인 음식을 잘 먹이려고’다. 본당에서도 아빠들을 위한 요리 교실을 열면서 음식을 나누고, 본당행사가 있으면 음식을 한가득 해갔다. 심지어는 북콘서트를 하는 데도 음식을 잔뜩 해가서 모두를 배 불렸다. 매번 이렇게 음식 하는 일이 고단하지는 않을지 묻자 장씨는 “먹는 게 제일 중요하지!”라며 웃었다. 장씨에게 먹이는 일은 신앙으로도 이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정성 담은 음식을 먹이는 장씨에게 하느님은 우리를 더 잘 먹이시는 분이다. 그래서 장씨는 “신자들이 죄책감에 걱정하지 말고 영성체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집안에 우리 애들이 왔다고 생각해 봐요. 애들 밥상 차려놓은 엄마가 엄마한테 맨날 인사 안 했다고 ‘너 밥 먹지마’ 하면서 내쫓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하느님은 더, 더 좋은 분인데 밥 먹지 말라고 하실 리가 없어요.”

2024-06-30

[우리 이웃 이야기] 라경숙 안젤라 플루티스트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라는 구절처럼 주님께서 나를 쓰고자 하신다면 뭐든지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고 믿어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하는 독주회 시리즈’라는 제목의 본당 후원 독주회를 열고 있는 라경숙(안젤라·44·제1대리구 보정본당) 플루티스트는 프랑스 젠빌리에 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국내외 다수의 콩쿠르에서 음악적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은 플루트 연주자다. 지금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살려 1년에 두 번 교구 내 본당에서 후원 플루트 독주회를 연다. 첫 본당 독주회는 2014년 말경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 요청으로 시작됐다. 라씨는 “다른 연주회 일정도 바빠 고민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 힘이 될 수 있는 후원 독주회가 전부터 하고 싶어서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5년 5월 첫 후원 독주회를 열었다. 독주회 제목인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하는 독주회 시리즈’에 대해선 “연주회 중간에 들어가는 곡 해설을 본당 신부님께 부탁하는데, 이 구성에 딱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신부님이 곡 해설을 하시면 신자들이 더 집중하고 좋아하더라고요. 아무리 음악 전공자가 와도 ‘우리 신부님’이 하시는 친근한 해설을 따라잡을 수 없죠.”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보정본당을 비롯해 세 번의 후원 독주회를 열었다. 라씨는 “후원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독주회가 열린 본당의 부족한 살림을 채우는 데에 쓰였다”고 설명했다. 4년 만인 올해 5월 수지본당에서 팬데믹 이후 첫 후원 독주회를 열었다. 라씨는 “도심의 큰 홀에서 하는 독주회와 똑같은 구성으로 양질의 음악을 교구 본당 신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벌써 올해 9월에는 동탄본당, 내년에는 신갈본당이 예정돼 있다. 라씨는 가톨릭 음악인으로서 사는 것을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릴 적 매주 중고등부 미사 때 플루트로 영성체 묵상곡을 연주한 기억, 음악인을 준비하는 내게 신부님들이 하신 소중한 말씀들이 잊히지 않는다”며 “플루트를 전공한 것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이 하느님이 나를 도구로 쓰시기 위해 계획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독주회 외에도 성가 편곡, 각종 연주회, 레슨까지 병행하고 있지만 라씨는 힘든 기색 없이 앞으로도 후원 독주회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랐다. “요즘은 주말을 가리지 않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자녀도 키우다 보니 몸이 남아나질 않지만,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도구가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2024-06-16

[우리 이웃 이야기] 어린이 찬양 사도 제리아 양

“제가 노래하는 하느님은 실수나 잘못을 해도 용서해 주시는 따뜻한 분이세요.” ‘아이들의 마음으로’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자는 노래를 발표했던 제리아(안나·10·제1대리구 서정동본당)양은 그 마음을 꼭 닮은 어린이 찬양 사도다. “노래를 연습해서 녹음하고, 발매된 노래를 들으면 보람을 느껴요. 듣는 분들도 제가 부르는 성가를 통해 기쁘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당차게 말하는 제리아양은 타고난 찬양 사도다. 제리아양이 처음 찬양을 시작한 건 6살 때. 현재 첫째, 둘째 토요일에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관장 피승윤 바울리노 신부)와 교구 용인성당(주임 박정배 베네딕토 신부)에서 교차로 열리는 ‘은혜의 뜰’(단장 이형진 가브리엘) 음악 피정에서 아빠 제치원(암브로시오)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자작곡인 ‘아이와 함께 바치는 기도’를 딸과 함께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제리아양이 흔쾌히 함께 했다. “처음이라서 많이 긴장했지만 관객들 반응이 좋은 것을 보고 첫 공연치고 괜찮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어요.” 첫 공연부터 좋았다는 제리아양은 먼저 찬양 사도의 길을 걷고 있던 아빠 제치원씨의 끼를 물려받아서인지 어릴 때부터 아빠가 부르는 성가들을 곧잘 따라했다. “본당에서는 어린이 미사 때 독서를 맡거나 반주를 하고 있어요. 나중에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고 싶어요.” 이렇게 음악적 재능이 넘치는 제리아양의 꿈은 댄서와 아이돌 가수이다. 장래희망을 정하지 못하거나 부모와 의견이 달라 고민하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벌써부터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제리아양은 부모의 전폭적인 이끎과 지지까지 받고 있는 셈이다. “…….” 제리아양은 부모님께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눈물이 차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제리아양은 이번 어버이날 선물로 용돈을 모아 아빠에겐 옷을, 엄마에겐 매니큐어를 선물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선물도 있었다. 어버이날에 ‘부모를 위한 기도’ 음원을 발표한 것이다. “엄마 아빠, 그동안 잘 키워주신 것 정말 감사드려요. 영원히 평생 함께 지내고 싶어요.” 겨우 입을 뗀 제리아양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름다운 노래들을 계속 부르고 싶어요”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2024-05-12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가톨릭연극인회 설립 추진 최주봉 회장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연극은 다른 연극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닌 힘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힘으로 연극을 하게 되거든요. 교구의 넓은 지역에서 가톨릭 연극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더 풍성해질지 기대됩니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이하 서가연)를 이끌고 있는 최주봉(요셉·78) 회장은 수원가톨릭연극인회(가칭, 이하 수원연극인회) 창립을 준비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창립까지는 아직 남았지만, 시작이 반이라 하듯 이미 절반 이상이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수원연극인회의 활동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수원연극인회는 지회가 아니라 서가연과 동등한 입장에서 운영되는 단체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교구와 서울대교구, 나아가 전국의 많은 가톨릭 연극인들이 유대감을 가지고 함께하길 바랍니다.” 최 회장은 서가연의 회장이고, 수원연극인회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원연극인회의 공식 설립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지만, “수원연극인회는 서가연의 지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의 목표는 서가연의 확장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가톨릭 연극인들이 연극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함께하는 장을 열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서가연 설립 초기부터 전국 어느 교구든지 가톨릭연극인단체 설립을 도우려고 준비해왔다”면서 “지난해 이용훈(마티아) 주교님을 뵙고, 교구 홍보국과 만나면서 교구에 설립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설립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원연극인회는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단체가 되길 희망합니다. 앞으로는 젊은이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줘야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 회장은 수원연극인회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청소년·청년을 위한 활동에 주목했다. 최 회장은 청소년·청년을 위한 공연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청년 연극인들이 재능을 펼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최 회장은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서기 어려운 젊은 연극인들이 많다”면서 “교구에서 젊은 연극인들도 함께할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앙을 통해 연기하면서 신앙의 신비를 많이 느꼈어요. 같은 물건이라도 더 세련되고 가치 있는 물건이 있듯이, 신앙은 내 가치를 높여줍니다. 앞으로 수원연극인회와 서가연의 연극을 통해 많은 분들도 그 가치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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