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곽진상 주교, 지동본당 공동체와 미사 봉헌

수원교구 곽진상(제르마노) 주교는 2월 15일 지동본당(주임 이재열 안토니오 신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2월 11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서품식에서 보좌주교로 서품된 곽 주교는 첫 공식 일정으로 출신 본당인 지동본당을 찾았다. 곽 주교와 본당 출신 사제들이 공동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본당 신자들과 성당 인근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수도자들이 참례해 새 주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렸다. 곽 주교는 미사를 시작하며 “지동본당은 할아버지께서 공소회장을 지내셨고, 큰아버지는 연령회장으로 봉사하셨으며, 사랑하는 제 어머니가 매일 미사를 봉헌했던 제 신앙의 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교로 서품되고 봉헌하는 첫 미사를, 당시 본당 신부님이셨던 김영옥(가브리엘) 신부님, 본당 출신 사제들과 함께 봉헌하게 되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미사 성찬의 전례 후 열린 축하식에서는 주일학교 학생 20명과 본당 신학생이 축가를, 김영옥 신부와 최규화(요한 세례자) 신부가 축사를 전했다. 김영옥 신부는 “곽진상 주교는 라틴어의 ‘S’로 시작하는 세 가지 덕목 즉 건강과 지식(학문), 성덕을 모두 갖췄다”면서, “주교직을 수행하시기에 필요한 덕목을 갖추고 준비된 분이시니, 앞으로 교회와 신자들을 위해 큰일을 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곽 주교는 답사에서 “사제수품 때 많은 분이 기도해 주시고 도움도 주셨다. 시간이 흘러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곳에 오니 여러분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지금의 내가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됐다”며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주교의 축복을 드리니, 충만히 받고자 하는 자유 의지를 갖고 축복받으시길 바란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중부대로125번길 23-3에 자리한 지동본당은 1970년 6월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18명의 사제를 배출했다. 마산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도 지동본당 출신이다.

교황 사순 담화 “사순 시기, 경청과 단식으로 주님 따르는 기쁜 여정”

레오 14세 교황은 사순 시기를 맞아 ‘경청과 단식: 회개의 때인 사순 시기’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고, “사순 여정은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그리스도를 따르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며, 그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가 완성될 장소인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그분과 함께 걸어가는 기쁜 때”라고 전했다. 교황은 먼저 ‘경청’이 사순 시기의 중요한 실천임을 강조했다. 그는 “하느님께서는 고통받는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시는 분이시며, 전례 안에서 말씀을 경청하는 일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 속에서 약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게 한다"며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처럼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응답하도록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교황은 “사순 시기가 경청의 때라면, 단식은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도록 우리 자신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길”이라고 설명하고, 종종 간과되곤 하는 절제의 한 형태 곧, 우리 이웃을 불쾌하게 하고 상처 주는 말을 삼가는 것을 제안했다. 교황은 “우리의 가정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일터에서, 소셜 미디어에서, 정치적 담론에서, 매체와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말을 헤아려 보고 친절과 존중을 기르도록 노력하자”며 “이렇게 함으로써 증오의 말들은 희망과 평화의 말들로 대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함께’라는 시선으로 사순 시기를 바라보자고 권고했다. 교황은 “본당, 가정, 교회 단체, 수도 공동체의 공동 여정에서는,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가난한 이들과 땅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 우리 공동체 삶의 일부가 되고, 단식이 진실한 참회의 바탕이 된다”며 “우리 공동체들이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리가 되고, 경청을 통하여 해방의 길들이 열리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청했다. 다음은 레오 14세 교황의 사순 시기 담화 전문 레오 14세 교황 성하의 2026년 사순 시기 담화 경청과 단식: 회개의 때인 사순 시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순 시기는 교회가 모성적 돌봄의 마음으로, 하느님 신비를 다시 한번 우리 삶의 중심으로 삼도록 초대하는 때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믿음을 새롭게 하고 일상생활의 불안과 분심이 우리 마음을 잠식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회개로 향하는 모든 길은, 우리가 하느님 말씀의 자리를 마련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일 때 시작됩니다. 따라서 하느님 말씀의 선물과 우리가 그 말씀에 내어 드리는 환대의 자리, 그리고 그 말씀이 불러오는 변화는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사순 여정은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그리스도를 따르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며, 그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가 완성될 장소인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그분과 함께 걸어가는 기쁜 때입니다. 경청 올해 저는 우선 경청을 통하여 말씀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성찰하고자 합니다. 기꺼이 경청하려는 자세는 다른 이와 관계를 시작하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을 드러내는 첫 번째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불타는 떨기 속에서 당신 자신을 모세에게 계시하시면서 경청이 당신을 정의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임을 몸소 일러 주십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탈출 3,7). 주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그를 보내시어 종살이하던 당신 자녀들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신 해방 이야기는 바로 억눌린 이들의 울부짖음을 귀여겨들으신 데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당신 마음속 생각들을 우리와 나누십니다. 그러한 까닭에,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말씀의 경청은 우리에게 현실 속 진실에도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성경의 도움으로 우리는 저마다의 삶과 사회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목소리 가운데에서도 고통과 고난을 겪는 이들의 울부짖음을 알아듣고 이에 응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경청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가짐을 기르려면, 하느님께서 당신처럼 경청하는 법을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시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처지는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우리의 삶과 사회, 정치 경제 체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회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외침”1)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단식 사순 시기가 경청의 때라면, 단식은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도록 우리 자신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길입니다. 음식의 절제는 고대의 수덕(修德) 실천이었으며, 회개의 여정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식은 바로 육체와 연관되기에 우리가 무엇에 ‘굶주리는지’ 그리고 우리가 생명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인식하게 해 줍니다. 더 나아가 단식은 우리가 정의에 대한 굶주림과 목마름을 생생히 느끼게 하고 안주하지 않게 하며 우리의 ‘욕구’를 인식하고 조절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러하기에 단식은 이웃을 위하여 기도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우리를 가르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영적 통찰을 통하여, 마음을 지키는 이 방식을 특징짓는 것, 곧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성취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이해하게 해 줍니다. 성인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인간은 지상 삶의 여정 안에서 정의에 대한 굶주림과 목마름을 느끼게 되지만, 그 충족은 내세에 속합니다. 천사들은 이 빵, 이 양식으로 만족합니다. 반면에 인류는 이에 대한 굶주림을 느끼기에, 우리 모두는 갈망하면서 이에 이끌립니다. 이처럼 갈망하며 나아가는 것은 영혼을 확장시키고 그 능력을 키워 줍니다.”2) 이러한 방식으로 이해되는 단식은 우리의 욕구를 다스리고 정화하며 자유롭게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장하여 하느님과 선행을 향하게 합니다. 그러나 복음의 진리에 따라 단식을 실천하고, 단식이 자만심으로 이어지는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를 믿음과 겸손 안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단식은 주님과 이루는 친교에 뿌리를 두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자기 자신을 살찌우지 못하는 이들은 올바르게 단식하지 않는 것이기”3) 때문입니다. 단식은 은총에 힘입어 죄와 악에서 돌아서겠다는 우리의 내적 다짐의 가시적 표지로서, 더 검소한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또 다른 형태의 자기 절제를 수반해야 합니다. “절제만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강하고 참되게 만들기”4)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점에서 더욱 구체적이면서도 종종 간과되곤 하는 절제의 한 형태를 여러분에게 제안합니다. 곧, 우리 이웃을 불쾌하게 하고 상처 주는 말을 삼가는 것입니다. 같은 자리에 없어 자신을 변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한 거친 말과 성급한 판단을 피하고 비방과 험담을 삼감으로써, 우리의 언어를 무장 해제하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우리의 가정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일터에서, 소셜 미디어에서, 정치적 담론에서, 매체와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말을 헤아려 보고 친절과 존중을 기르도록 노력합시다. 이렇게 함으로써 증오의 말들은 희망과 평화의 말들로 대체될 것입니다. 함께 마지막으로, 사순 시기는 말씀 경청과 단식의 공동체적 측면을 강조합니다. 성경도 여러 방식으로 이 차원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느헤미야서는 백성들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새롭게 하려고 모여서 함께 율법서 봉독을 듣고 단식에 참여함으로써 신앙 고백과 하느님 경배를 준비하던 모습을 이야기합니다(느헤 9,1-3 참조). 우리 본당, 가정, 교회 단체, 수도 공동체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순 시기 동안 공동의 여정에 나서도록 부름받습니다. 이 공동 여정에서는,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가난한 이들과 땅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 우리 공동체 삶의 일부가 되고, 단식이 진실한 참회의 바탕이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회개는 개인의 양심만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와 대화의 질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가 기꺼이 현실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개는 우리 교회 공동체들 안에서뿐만 아니라 정의와 화해에 대한 인류의 목마름과 관련해서도 무엇이 참으로 우리의 갈망을 이끄는지 깨닫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 여러분, 우리가 하느님께 그리고 우리 가운데 가장 작은 이들에게 더욱 귀 기울이게 해 주는 사순 시기의 은총을 청합시다. 우리의 언어 사용도 아우르는 그러한 단식의 힘을 청합시다. 그리하여 상처 주는 말이 줄어들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더 넓은 자리를 만들어 나갑시다. 우리 공동체들이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리가 되고, 경청을 통하여 해방의 길들이 열리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준비된 마음과 열정으로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에 이바지합시다. 여러분 모두와 여러분의 사순 여정에 진심으로 저의 교황 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2026년 2월 5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레오 14세 교황

입력일 2026-02-15

원주교구, 2027 WYD 향해 첫발 “모든 교구민과 함께”

원주교구는 2월 7일 배론성지 최양업 신부 기념 대성당에서 2027 WYD 원주 교구대회 발대미사를 봉헌하고 WYD 여정을 본격화했다. 이날 미사는 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가 주례하고 2027 WYD 원주 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김정하(야누아리오) 신부 등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미사에는 교구 청년 등 600여 명이 참례했다. 미사 봉헌에 앞서 교구는 신자들을 위해 WYD의 의미와 역사 등을 소개하는 부스와 포토존을 운영했다. 청년들은 ‘2027 WYD’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적으며 행사에 참여했고, 올해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한 교구대회 홍보 찬양밴드 ‘스프레드(Spread)’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였다. 이어 청년들은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들고 행렬을 이루며 제대 앞으로 나아가, 상징물을 모신 가운데 미사를 봉헌했다. 조규만 주교는 강론에서 “WYD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도 되지만 먼저 개최한 다른 나라 젊은이들처럼 우리 청년들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피부와 언어, 국적이 다르지만 다른 나라 청년들을 만나 같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같은 신앙을 지니고, 같은 길을 걷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는 주님의 말씀을 빛으로 삼아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우리의 신앙 선조인 젊은이 이벽(요한 세례자), 이승훈(베드로) 등의 길을 따라 세상에 복음을 전하자”고 당부했다. 김정하 신부는 교구대회 준비 상황에 대해 “우리 교구는 2027 WYD 교구대회 주제를 ‘증인(Witness)’으로 정하고, 증인의 삶을 사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며 “WYD 여정에서 모든 교구민이 참여하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2-15 제3479호 3면

제주교구 중문성당 “상처 치유하는 평화의 성전으로”

제주 4·3 학살터 위에 세워진 제주교구 중문성당(주임 고병수 요한 신부)이 ‘치유와 평화의 새 성전’으로 다시 태어난다. 중문본당은 2월 28일 오후 2시 제주도 서귀포시 천제연로 149 현지에서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주례로 ‘제주교구 중문 치유와 평화성당 기공식'을 개최한다. 새 성당은 약 1322㎡ 규모로 건립되며 2027년 7월 초순 완공 예정이다. 기존 성당은 122㎡ 규모의 ‘치유와 평화의 기억관’으로 새롭게 활용되며, 성모 경당과 기념탑도 함께 조성된다. 중문성당 자리는 4·3 당시 도내 주요 학살터 가운데 한 곳이다. 2018년 10월 전임 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가 ‘4·3 기념성당’으로 지정한 후, 매년 4월 3일 기념미사가 봉헌되며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품어왔다. 새 성당 건립은 지난해 1월 고병수 신부가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본격화했다. 고 신부는 교구와 관련 논의를 거쳐 기금 조성과 건립 준비에 나섰고, 특히 수원교구 황창연 신부(베네딕토·성필립보생태마을 원장)가 약 30억 원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황 신부는 앞서 중문성당 사제관 건립에도 기여한 바 있다. 새 성당 설계는 단국대 명예교수인 김정신(스테파노) 건축가가 맡았다. 김 교수는 중문성당과 한라산, 제주4·3평화공원이 한라산을 가운데 두고 남서-북동 축에 위치한 점에 주목해, 성당 건물을 대지의 남북축에서 45도 꺾인 동북-남서 축으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성당 내부축 길이를 1.4배 확장하고 전면 광장을 확보했다. 또 제단과 세례대를 잇는 축을 중심으로 한라산과 4·3평화공원이 성당 내부로 스며들도록 제단 후면은 유리로 마감할 예정이다. 광장은 미로, 즉 만다라 패턴으로 포장해 ‘깨달음을 향한 내면의 길’을 드러낸다. ‘치유와 평화의 탑’으로 불릴 기념탑은 높이 13~15m 높이의 4개의 기둥과 3개의 길, 상중하 세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둥 옆벽에는 동판 부조로 4·3 관련 기록과 추모 시가 새겨지며, 상중하 공간은 삼위일체 하느님이 머무시며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를 주시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이번 새 성당 건립은 ‘기억하는 교회’에서 더 나아가 ‘치유하는 교회’로 향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아울러 단순한 건축 사업을 넘어 교구가 걸어온 아픔의 역사와 앞으로의 사명을 함께 담아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신학적으로는 신앙의 역사적 구현, ‘부활 신앙’의 역사적 실천, 참회하는 교회의 표징, 화해의 성사로서의 공간이라는 의의를 담는다”며 “시대의 아픔이 서린 중문성당 터에 새 성당이 건립됨으로써, 이곳을 치유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4·3 희생자와 그 가족, 외국인 사제들 그리고 교회의 노력이 널리 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이어 “폭력으로 찢어진 역사를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안에서 화해와 희망의 이야기로 다시 쓰는 공동체적 신앙 고백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침묵의 장소를 기억의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자, 보복이 아니라 ‘관계 회복’을 선택한 공동체의 선언이며, 지역 공동체를 다시 잇는 ‘연결의 성소’”라고 의미를 부연했다.

발행일 2026-02-15 제3479호 3면

‘15년 만에 또 덮친 화마’…청주교구 황간본당 큰 피해

청주교구 황간성당(주임 최인섭 바오로 신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이던 카페와 경당이 소실됐다. 2011년 성당이 방화로 전소된 데 이어 공동체는 또다시 화재로 인한 깊은 아픔을 겪고 있어, 복구를 위한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1월 31일 오후 8시 35분경 발생한 화재로 성당 내 카페 루아(RUAH) 등 총 344㎡가 불에 탔다. 불길은 약 1시간20분 만에 진화됐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서 추산 재산 피해는 약 9800만 원. 경찰과 소방당국은 건물 내부의 화목 보일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루아는 과거 본당 유치원으로 사용되던 프란치스코관을 2019년 개조해 운영해 온 공간이다. 건물 내에는 경당과 사무실, 교육관 등도 있다. 본당은 카페 수익으로 정기 음악회를 개최하며 지역 주민의 문화생활에 기여해 왔다. 특히 경당은 겨울철 미사와 성사가 거행되는 장소이자, 누구나 자유롭게 들러 기도할 수 있는 소중한 영적 공간이었다. 복구를 위해서는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불가피하지만, 상당한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당에 따르면, 리모델링에는 3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1957년 건립된 노후 목조 건물 특성상 보험 보상액도 제한적이어서, 최대한 보상을 받더라도 전체 복구 비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본당은 부족한 복구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최인섭 신부는 “갑작스러운 화재로 기도와 친교의 공간을 잃은 신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다”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본당 공동체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 후원 계좌 신협 131-014-651704 황간천주교회 ※ 문의 010-3106-2365 청주교구 황간본당 사무장

발행일 2026-02-15 제3479호 5면

“제주교구 성장 토대 구축”…현 하롤드 대주교, 선종 50주기 맞아

1976년 3월 1일 아침, 제주지목구장 현 하롤드 대주교(Henry W. Harold·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는 평소처럼 미사를 봉헌하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주교관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그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향년 66세. 막 태동하던 제주교회 현장 한 가운데서 생을 마친 이 미국인 선교사는, 작은 지목구에 불과하던 섬 교회가 교계제도 안의 하나의 교구로 서기까지 기초를 놓은 인물이었다. 현 대주교 50주기를 맞아 제주교구는 3월 1일 오후 2시 신성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서 ‘현 하롤드 대주교 선종 50주기 추도식’을 거행한다. 신성학원 애국지사 3인을 기억하는 3·1절 기념식과 함께 진행되는 행사는 현 대주교를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교회와 한국교회의 역사와 신앙, 그리고 양심을 성찰하는 자리다. 1909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난 현 하롤드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에 입회해 1930년대 한국에 파견됐다. 전남 농촌 본당에서 사목하다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됐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군 군종신부로 유럽 전선에 나갔다. 전쟁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광주지목구장·교구장·대목구장·대교구장을 역임하며 광주대건신학교 설립, 본당 신설, 학교·병원 설립, 레지오 마리애 도입 등으로 호남 교회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처럼 광주에서 교구 기틀을 다지는 일을 이미 경험한 그는, 1971년 제주지목구 초대 지목구장으로 부임하면서 본당 신설과 사제 인사, 교구 행정 정비에 힘쓰며 섬 전역에서 사목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여러 수도회와 단체들이 제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고, 광주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육·의료·사회복지 영역을 선교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이시돌 목장 일대를 중심으로 한 농촌 개발·사회사업과 결합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사도직을 뒷받침했다. 이렇듯 현 대주교는 1977년 교계제도 안에서 제주가 하나의 교구로 서기 직전 마지막 시기에, 행정·사목·인적 기반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제주교구는 현 대주교의 업적을 기려 2016년 제주교구 서문성당 내에 흉상을 세우고, 옛 지목구청과 주교관이 있던 이 성당을 ‘현 하롤드 대주교 기념성당’으로 명명했다.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현 대주교의 가장 큰 자취를 “제주교구를 ‘선교지 교회’에서 ‘자립하는 지역 교회’로 성장시킨 영적·사목적 토대 구축”으로 꼽으며, “이날 추도식과 행사를 통해 제주교구는 희생 위에 세워졌고, 역사를 책임졌으며 약자와 함께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그 정신을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유념하면서 과거를 기념하는 교회가 아니라, 그 정신을 오늘 살아내는 교회가 되자”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6-02-15 제3479호 2면

“돈 보스코를 완성해가는 우리”…살레시오회 청년들, 신학원 성당 외벽에 성인 벽화 그려

살레시오회 청년 회원들이 광주광역시 신안동 신학원 성당 엘리베이터 외벽을 돈 보스코(요한 보스코) 성인의 벽화로 꾸며 눈길을 끈다. ‘돈 보스코를 완성해가는 우리’ 제목의 벽화에는 소년, 소녀들이 붓을 들고 돈 보스코 성인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벽화 축복식은 돈 보스코 사제 기념일인 1월 31일 열렸다. 신학원은 2018년 주일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당을 찾아오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성당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덕분에 어르신들의 이동은 한결 편해졌지만, 밋밋하고 각진 엘리베이터 외벽이 마음에 걸렸다. 이에 수도회 공동체는 “엘리베이터 외벽을 돈 보스코의 사랑을 담은 벽화로 채우자”고 마음을 모았고, 2025년 11월부터 신학원 부원장 김형식(루피치노) 신부가 구도를 잡아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업은 한겨울 추위 속에서 진행됐지만, 청년들의 꾸준한 참여와 헌신 덕분에 3개월 만에 벽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바쁜 학업과 일상 중에도 시간을 내어 채색 등 주요 작업에 힘을 보탰고, 그 정성이 작품 곳곳에 담겼다. 벽화 작업에 참여한 김예훈(요한 사도) 군은 “그동안 사실 돈 보스코 성인의 얼굴을 자세히 몰랐는데, 벽화를 함께 그리며 성인을 깊이 알아갈 수 있어 좋았다”며 “수도원을 찾는 많은 분이 저희가 그린 성인의 벽화를 보며 기뻐하실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진선(소화 데레사) 양도 “겨울 추위로 힘들었지만 신부님, 수사님, 어르신들의 격려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벽화 속 아이들처럼 저도 주위 사람들을 잘 돌보고 함께하는 돈 보스코 성인의 마음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살레시오회 허득진(다니엘) 신부는 “벽화는 단순히 페인트로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청년들의 사랑과 형제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라며 “벽화를 대하는 모든 사람이 성인이 물려준 정신을 일상에 실천하는 것으로 그 남겨진 부분을 완성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2-15 제3479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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