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져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4일 오전 11시 30분경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바라보는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 대하여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서 일련의 사태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주교는 아울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이루어왔고 한국 교회는 지난 세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한국 교회와 국민의 요구에 진심을 다하여 응답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10시 25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발표하고,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령 발표 1시간 만에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11시경 ‘국회·의희·정당 등의 일체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발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즉시 국회 본회의를 소집했고, 의원들은 국회에 집결하며 계엄령 해제를 위한 긴급 대응에 나섰다. 헌법 제77조 5항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 시도가 이어졌으나 의원들은 4일 오전 1시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했고, 결의안은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우 의장은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에 따라 계엄령 선포가 무효화됐다”고 선언했다. 이어 오전 4시30분 무렵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 요구를 수용해 비상계엄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담화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됨에 따라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다. 아래는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 전문 <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바라보는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 > 지난밤에 있었던 비상계엄 사태로 많은 국민께서 놀란 마음에 밤잠을 설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국가의 통치 행위와 행정 절차는 시급성이 있지 않는 한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알려져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국회 의결에 따라 비상계엄이 해제되었지만 불과 6시간 만에 해제할 상황이라면 애초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입니다. 군사 정권 시절에나 선포되었던 계엄령이 2024년 오늘 대한민국에 선포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결정이었는지, 외부의 적이 침략하거나 전쟁의 위협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도 않은 현실에서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최고 통수권자로서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많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묻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 대하여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서 일련의 사태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이루어왔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세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한국 천주교회와 국민의 요구에 진심을 다하여 응답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4년 12월 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우리신학연구소 창립 30년…신자 대중과 함께해 온 평신도 신학 요람

평신도 신학운동을 지향하며 평신도들이 시작한 우리신학연구소(소장 박문수 프란치스코)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11월 30일 기념 세미나 및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지난 30년 활동을 돌아보는 한편 향후 우리신학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살폈다. 이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행사를 마련한 우리신학연구소(이하 우신연)는 ‘우신연의 조사 연구결과를 통해 본 한국천주교회’(박문수 소장), ‘평신도 신학운동 30년, 또 한 번의 30년을 내다본다’(황경훈 바오로 선임연구원), ‘우리신학운동의 전망과 과제-제2의 신동을 꿈꾸며’(이미영 발비나 선임연구원) 등의 발제를 마련하고 질의응답을 통한 나눔 시간을 가졌다. 박문수 소장은 발제에서 우신연이 진행한 조사 연구 결과를 보며 “신생 연구소의 경제적 자립 기반 마련과 교회 안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시작한 조사 연구는 당대 교회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였고, 신학자 사제들이 흔히 결여한 사회과학적 태도를 보완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런 신학과 상호보완적 역할을 통해 한국천주교회사 사료 축적 및 사목 방향과 과제 설정 기능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그동안의 조사 연구 결과를 활용해 현대 한국교회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물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경훈 연구원은 ‘교회개혁으로서 평신도 신학운동’과 ‘전례 개혁과 평신도 사회운동’, ‘평신도 양성과 영성’ 등에 대해 밝히고 “우신연은 개인과 집단이 영적 또는 물리적으로 필요한 공부와 교육을 신자 대중과 함께함으로써 그 희망을 현실의 삶 속에서 구현해 내기 위해 ‘일신우일신’하며 힘써왔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덧붙여 “이는 성공 여부와 별개로 우신연이 지켜온 ‘평신도 정신’이요 평신도 운동의 골갱이며, 그런 의미에서 지난 30년간 평신도 신학운동은 ‘신자 대중과 함께해온 교육 운동’이었다”고 했다. 이미영 연구원은 “세례 이후 지속적으로 신앙을 공부하는 체계나 이를 돕는 일꾼이 거의 없는 실정에서, 평신도 신학운동의 지향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학함을 앞장서며 북돋우는 운동이라면 그 필요성을 계속 설득하고 실제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콘텐츠 제공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아울러 “한국 사회 현실에 맞는 상황신학으로서 우리신학을 탐색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하느님 체험을 쉬운 말로 풀어내며 이를 신앙의 삶으로 확장하는 사회운동으로서의 우리신학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연구소가 지향하는 ‘공동체 운동’으로서 공동의 신학 작업이 이뤄질 방안으로 정기적인 신학의 공론장을 만들어 내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냈다. ‘한국교회 평신도 신학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우신연은 교계 제도의 지원 없이 평신도들이 신학을 전공하고 교회 안에서 담대하게 30년 동안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특별히 평신도가 스스로 세운 한국교회 역사를 이어가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충실하게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4-12-08

청소년들 맑은 영혼으로 수놓은 ‘천상의 하모니’

한국 최초 그레고리오 성가와 무반주 합창 전문 청소년합창단으로 창단했던 ‘뿌에리 깐또레스’(Pueri Cantores)가 30주년을 맞아 세계가 감동했던 솜씨를 다시 한번 선보였다. 대구대교구 가톨릭음악원(담당 김현섭 요셉 신부)은 소속 합창단 뿌에리 깐또레스의 창단 30주년을 기념하는 제34회 성음악 발표회를 12월 1일 대구대교구 대봉성당에서 열었다. 현재 단원과 졸업생들이 나란히 무대에 선 이번 공연은 뿌에리 깐또레스의 어제와 오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뿌에리 깐또레스 현 단원들의 합창에 이어 졸업생 음악인들의 독주와 독창, 졸업생들로 구성된 합창단 ‘뿌엘레 깐또레스’의 합창이 이어졌다. 창단 당시부터 뿌에리 깐또레스를 이끌어오고 있는 김정선 수녀(가타리나·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가 지휘를 맡은 가운데, 졸업생 음악인들도 지휘에 나섰다. 공연의 백미는 뿌에리 깐또레스와 뿌엘레 깐또레스가 합동으로 선보인 핸드벨 연주였다. 공연은 가톨릭음악원 합창단을 포함한 모든 출연자들이 이번 공연 주제이기도 한 곡 <Te Deum>(사은 찬미가)과 가톨릭성가 <주 천주의 권능과>를 합창하면서 마무리됐다. 김현섭 신부는 “맑은 영혼과 순수한 음성으로 부르는 우리 어린이들의 노래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천사들의 노래를 닮은 것이 아닐까 싶다”며 “가톨릭음악원과 뿌에리 깐또레스를 위해서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뿌에리 깐또레스는 1994년 당시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바울로·1935~2021)의 권고를 받아들인 김정선 수녀가 청소년 단원들을 조직하면서 시작됐다. 1997년 서울과 대구에서 개최한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대구 지하철 참사 1주년 추모제 전곡 연주, KBS 열린음악회 성탄 특집 공연, 대구대교구 사제서품식과 주교서품식, 교구장 착좌식과 같은 교구 주요 미사의 전례음악을 담당하는 등 교회 안팎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또 교황청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등 3명의 교황 앞에서 공연을 펼쳤으며, 벨기에와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여러 차례 초청연주회를 열었다.

2024-12-08

“등불과 같은 60년 역사는 교회사 연구 새 도약의 바탕”

올해 환갑을 맞은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가 한국교회의 참된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세계 속의 한국천주교회사를 써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11월 29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 주례로 설립 6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사 중 열린 기념식에서는 모범사원 표창장 및 감사장과 특별공로패를 수여했다. 연구소 설립 60주년 기념준비위원회 위원장 강병규(프란치스코) 재단이사는 “그동안 연구소는 많은 연구자들을 양성, 배출하고 교회의 역사에 관한 자료발굴과 함께 주목할 만한 연구 업적을 쌓아 왔다”며 “이처럼 연구소는 단순히 과거 기록을 넘어서 우리 신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불과 같은 존재로 60년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과 함께 한국교회 발전에 학술적인 뒷받침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더욱 적극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요비 주교는 강론에서 “한국교회사연구소는 교회의 보물과 같은 소중한 신앙의 역사와 유산들을 발굴하고 수집, 연구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며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만이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이 땅에 뿌리 내리고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앞으로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964년 8월 17일 가톨릭대학교 부설연구기관으로 첫발을 내디딘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교회사 연구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 활동에 전념했다. 그 결과 1985년 3월에는 한국 최초로 부록편을 포함하여 세 권으로 된 「한국가톨릭대사전」을 간행했으며 1988년 3월 25일 사단법인으로 거듭났다. 이후 본격적으로 연구 발표회와 심포지엄을 개최해 그 결과들을 정기 학술 간행물인 「교회사연구」와 월간지 「교회와 역사」를 통하여 널리 알리는 한편, 각종 교회사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간행함으로써 교회사 연구의 내실을 다지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 1991년 발족한 ‘한국교회사연구동인회’도 평신도들에게 교회사 연구 참여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996년 12월 10일 재단법인을 설립한 이후 교회사 연구의 수준을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으며,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보다 많은 자료들을 수집해 정리했다. 1994년부터 「가톨릭대사전」을 발간하기 시작해 2006년 4월 총 12권을 완간했다. 또한 근대사 연구에 꼭 필요한 「뮈텔 주교 일기」를 모두 번역하여 8권으로 간행했다. 6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사연구소는 60주년 기념 논문 공모사업을 비롯해 지난 10월에는 한국교회사 최초 통사인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의 의의를 돌아보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아울러 올해는 「한국천주교회사」 개정판을 발간할 계획이다.

2024-12-08

한국 그리스도교 지도자들, 교황에게 ‘평화’ 서한 전달

천주교를 비롯한 국내 그리스도교 교단 대표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와 평양 방문을 통해 남북관계의 평화적 중재를 요청했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김종생 목사, 이하 신앙과직제)는 11월 27일 ‘생명과 평화의 길’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순례 중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반알현에 초대를 받았다. 신앙과직제 대표단은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와 평화 중재 요청의 내용이 담긴 서한을 교황에게 전달했다. 신앙과직제 대표단은 교황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고백하는 우리는 특별히 6·25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우리는 지금의 북·중·러 - 한·미·일 사이의 긴장 고조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되지 않고,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정착되기를 간구하고 있다”며 “이 뜻깊은 모임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 ▲적절한 시기 평양 방문 통한 남북관계 평화적 중재를 요청했다. 신앙과직제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2014년 5월 창립, 여러 그리스도교 사이에 신앙적 친교를 이루고, 공동선을 지향하는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특별히 일치순례는 그리스도교의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인류 공동의 과제에 관해 세계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연대를 이어나가는 자리다. 이번 일치순례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내전, 한반도의 긴장상황, 정치경제의 양극화, 기후위기에 이르기까지 현시대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에 관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과 또한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이 일치와 연대로 평화를 가꿔나가고자 마련됐다. 신앙과직제는 26일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 차관 플라비오 파체 대주교와 간담회를 열고 ‘일치 화합의 의미와 위기 시대 교회의 사회적 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앙과직제는 앞으로 스위스 제네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튀르키예 이스탄불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청을 방문, 여러 주제에 관해 논의하고 WCC 제리 필레이 총무와 정교회 바르톨로메오 세계총대주교에게도 평화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신앙과직제는 현재 천주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구세군한국군국, 한국정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2024-12-08

사형제도 대체하는 ‘상대적 종신형’ 도입안 제시

사형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형벌로 가석방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는 상대적 종신형이 제시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11월 2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인권에 기반한 사형제도의 대체형벌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대체형벌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자로 나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주현경 교수는 가석방을 불허하는 종신형에 대해 “인간의 자유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는 물론이고 자유를 잃은 자의 공포가 끝없이 지속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인간존엄에 반한다”며 “또한 범죄자의 재사회화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형벌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 교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무기징역형의 경우 최소 형집행기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할 수 있다”며 “현행제도를 유지하되 가석방 절차를 강화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 생각되며 만약 새로운 대체형벌제도로서 반드시 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최소 형집행기간은 유기징역의 상한인 30년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도 형벌에 대한 국제 원칙을 토대로 상대적 종신형에 힘을 싣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장박가람 본부장은 “수감의 목표는 사회복귀를 포함해야 하고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벌은 금지돼야 한다고 규정하는 국제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이를 대체할 형벌 체계로서 정기적인 심사를 통해 가석방 가능성을 부여하는 상대적 종신형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선태 주교는 이번 세미나를 주관하며 “첨예한 찬반논쟁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도를 폐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권적으로 옳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논의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대신하는 형벌제도는 어떻게 마련돼야 할지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12-08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죽음

홍콩 한인본당(주임 김종호 요셉 신부)은 12월 1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를 초청해 ‘우리가 생각하는 생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요?’를 주제로 대림 피정을 열었다. 오 신부는 ‘생의 말기와 연명의료’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존엄한 죽음이란 안락사도 아니고 치료 집착도 아닌, 생의 말기 환자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할 생명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어진 ‘영적 돌봄’ 강의에서 “단순한 의료행위를 넘어 인간적·영적·사회적 연대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돌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본당 신자 정미숙(레지나) 씨는 피정을 통해 세간에서 ‘존엄사’라고 왜곡해 부르는 안락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씨는 “안락사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강의를 듣고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언제나 주님께 의탁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김은희(클라라) 씨는 “평소 아무래도 해외에서 거주하면서 느끼게 되는 생의 말기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영적 돌봄의 중요성에 대해 나와 같은 상황인 본당 신자들과 나눔 시간에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종호 신부는 “대림은 한 해를 시작하는 시기이자 예수님의 탄생과 재림을 기다리는 시기”라며 “죽음을 기피하고 두려워하기보다 날마다 새로이 죽음을 직면하고, 그리스도교적인 종말론의 의미를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신앙인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피정을 준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본당은 지난 4월 생명 교육 일환으로 주일학교 교사 대상 한국틴스타 주관 성교육을 마련했다.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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