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처럼 학교같은 제도권 교육이 맞지 않는 청소년이 많아요. 그러면 학교에서만큼 쉽게 친구를 사귀거나 다양한 체험을 할 기회가 드물거든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제게 맞는 분야도 탐색하고, 꿈도 꿔보고, 또래들과 교류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고 있어요.” 3월 25일, 서울 동교동에 있는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 청소년문화공간JU(관장 양재모 안드레아 신부, 이하 JU)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포토샵, 바리스타, 일본어, 토론·글쓰기 등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토론·글쓰기 수업을 들은 전요한(17) 군은 “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이 맞지 않아 대안학교에 다니던 전 군은 “한참 진로를 찾는 나이인데, 작가가 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며 자기만의 글을 매끄럽게 완성해 보였다. 이처럼 JU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권 보장과 자기 계발,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를 주고 사회진입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3월부터 11월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이 스스로 주인이 돼 배움을 선택하고, 미래를 주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공교육을 벗어난 청소년들은 3월 17일부터 월~토요일 JU에서 전문 강사들이 주마다 1회(2~3시간) 펼치는 수업을 통해 꿈과 진로를 찾고 자신을 계발하고 있다. 요리, 제과, 바리스타, 사진, 포토샵 등 희망 진로를 계발하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는 수업들은 물론 필라테스, 원어민 영어 대화, 영상, 작곡 등 자기 계발을 위한 문화 수업들도 마련됐다. 사업은 흔히 ‘자퇴생’이라는 부정적 시선 등으로 자기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고립될 수 있는 청소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무사히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데서 의미를 지닌다. 박현우(율리안나) 사업팀장은 “이 청소년들은 더구나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판단·결정하고 스스로 움직여야 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불안함보다도 현재의 불안함을 더 크게 느낄 친구들에게 배움을 돕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돼 학교에 다니지 않게 된 김예영(16) 양은 바리스타, 필라테스 등 수업뿐 아니라 4월 개강하는 제과 수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개신교 신자인 김 양은 “제과 기능사 자격증을 딸 것”이라며 “한때 아팠던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치유하는 것을 만들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이웃에게 하느님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시 교육청 등록 대안교육기관인 JU는 문화 프로그램뿐 아니라 검정고시, 대입 준비를 위한 학습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과목을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1대 1 멘토링 수업으로 진행해 학습 기초부터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과정까지 함께 한다. 청소년들의 문화 감수성과 유대감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문화체험도 진행되며, 연 1회 청소년들이 스스로 기획·진행하는 여행도 떠난다. “모든 청소년들이 어른들이 만든 체제 안에서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는 당연함을 이해하고,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귀함을,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면서 함께할 때 우리 또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장 양재모 신부는 “이렇듯 본당 주일학교 청소년이 아닌 교회 울타리 너머의 청소년들, 그것도 저마다 다양한 아픔이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들을 지원하는 JU의 역할에 각별한 관심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태어날 예쁜 아기와 함께 성가정 꼭 이룰래요”

“또복아, 주님 은총 많이 받고 쑥쑥 커서 건강하게 엄마, 아빠랑 만나자.” 임신부와 태아의 희년을 맞아 임신 중인 여성 100여 명이 태아 축복을 받았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3월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2025년 태아 축복식’을 거행했다. 이날 미사 중 진행된 축복식에는 배우자와 가족들이 함께하며 축하했다. 축복식에 참석한 박혜정(체칠리아·인천교구 연희동본당) 씨는 “신앙을 물려주신 양가 부모님들이 지난 혼배미사 후 다시 한데 모여 배 속의 아기와 함께 축복 미사를 드려 기쁘다”며 태명 ‘또복’이의 건강을 기도했다. 울산에서 비신자인 남편과 함께 축복식에 온 송성영(안젤라·부산교구 무거본당) 씨는 “태아의 상태가 조금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도하러 왔다”고 전했으며, 임신 19주 차인 김나혜(소화 데레사·서울대교구 잠원동본당) 씨는 “태어날 아기에게 축복을 주는 특별한 미사에 우리 부부와 아기가 모두 함께해 성가정을 이루는 은총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태명 ‘오복’이를 임신한 부인과 축복식을 찾은 조유세(대건 안드레아·수원교구 동판교본당) 씨는 “첫 아이와 부부가 소중한 추억을 쌓고 오복이가 주님 안에서 밝고 행복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례했다”고 말했다. 축복식은 초저출산 시대에 하느님의 선물인 아기를 교회와 사회가 환대하고 건강한 출산을 도우며, 새 생명을 맞이하는 성가정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에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새 생명의 은총에 감사드리면서 그분의 창조 사업에 함께 이바지하는 자부심과 감사, 기쁨을 이 미사를 통해 함께 가져달라”며 “아기가 하느님의 총애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도록 아기를 하느님과 교회의 품에 맡기고 신앙으로 잘 양육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축복식에서 모든 임신부에게 안수하며 태아들의 보호와 임신부의 건강을 간구했다. 또한 이날 참가 가정에는 정 대주교 명의의 ‘가정 축복장’과 배냇저고리 등 소정의 선물이 전달됐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3면

북향민 자녀 공동생활가정 ‘베타니아’ 설립 10주년 기념미사 봉헌

북향민 자녀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 ‘베타니아’(시설장 이선중 로마나 수녀)는 3월 30일 서울 정릉동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본원 성당에서 전 의정부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 주례로 설립 1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베타니아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가 2015년 3월 30일 설립했다. 미사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정수용(이냐시오) 신부를 비롯한 민족화해 분야 사제단이 공동집전했으며, 베타니아 은인과 후원자 등 150여 명이 참례해 지난 10년간 북향민 자녀들을 헌신적으로 돌봐 온 베타니아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이기헌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북한에서 태어난 저는 지난 50년 동안 사제 생활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북향민들과 함께했을 때”라며 “세상에 지쳐 방황할 때 여러분들을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세상의 성공이 아니라 하느님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신다”면서 “10년 동안 베타니아를 거쳐 간 이들과 은인들, 후원자들, 베타니아를 위해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1932년 북한 평양에서 설립된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는 6·25전쟁 중 남한으로 내려와 민족 분단의 아픔을 품고 있어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북향민 부모의 자립과 그 자녀들의 안정적 성장을 모두 돕는 것이 베타니아의 설립 목적이다. 이선중 수녀는 미사 후 이어진 기념식 인사말에서 “은인들 덕분으로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어 감사하다”며 “베타니아가 민족화해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3면

‘환대와 화해’ 모임…이주민·난민 현실 나눠

예수회 동아시아태평양지구 이주민과 난민 네트워크가 ‘환대와 화해’를 주제로 서울 예수회센터에서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모임을 개최하고, 활동가 초빙 강의와 현장 방문으로 이주민과 난민의 현실을 되짚었다. 회의에는 약 30명의 예수회 사제와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28일에 ‘환대’에 대해 강의한 NARI 대표 김종호 목사는 “환대는 손님이나 방문객, 낯선 사람을 친절하고 관대하게 맞이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숙식을 제공하고 개인이 환영받고 소중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느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포함된다”며 “미국에 아내와 함께 살 때 겪은 환대의 모습, 또 우리 부부가 막내를 입양해 한 가족이 되며 알게 된 것은 ‘환대’는 우리 자신의 삶도 바꿔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세계는 난민, 이주민, 유학생부터 여행객까지 전보다 더 많은 이주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다르게 난민에 대해 부정적이고 일부 국민들도 무슬림 등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배척 감정이 있지만, 하느님은 우리를 타인을 향해 환대하도록 부르고 계신다”고 말했다. 모임 일정 중에는 손건웅 이주민 활동가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가 국내 이주민과 난민의 실태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DMZ 지역 투어를 통해 남북분단 현장을 방문하고, 김포 이웃살이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등 각지에서 온 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4면

서울 오류동본당, 사순 시기 ‘찾아가는 음악회’ 개최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주임 이기헌 요한 사도 신부)은 3월 29일 성당에서 사순 시기를 은혜롭게 보내기 위해 사단법인 전례예술원(원장 우상헌 요한 세례자) 주관으로 ‘찾아가는 음악회 Obediens(순종하시다)’를 개최했다. 전례예술원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복음환호송 내용인 ‘순종하시다’를 주제로, 하느님께 순종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찬미를 드리는 음악을 선사했다. 이번 음악회는 모든 전례예술을 보전하고 정리하는 전례예술원 전속 교회음악 중창단 ‘칼 스콜라’(CAL Schola, 단장 이은숙 클라라, 지도 박원주 요셉 신부)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공연은 그레고리오 성가 입당송 <즐거워하여라, 예루살렘아>로 시작해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의 <어머니 서 계시네>(Stabat Mater), 고스(John Goss)의 <오 우리 구세주>, 루터(John Rutter)의 <아름다운 이 세상>, 마누엘(Ralph Manuel)의 <알렐루야> 등으로 꾸며졌다. 전례예술원은 신자들이 미사 전례의 거룩함과 부활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선곡했다. 칼 스콜라 단원들은 마지막 곡으로 <사랑의 송가>를 오류동본당 신자들과 함께 불렀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전례예술원 김자영(베아트릭스) 운영본부장은 “순종하신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는 은총의 시간이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님 영광을 노래하는 기쁨을 많은 신자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더 자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5면

청년들, 고해 안에서 주님과 화해…서울대교구 ‘주님을 위한 24시간’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며 400여 명 청년들이 WYD 십자가와 성화를 앞에 두고 성체조배와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나’를 마주하고 화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냉담 청년들과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많은 청년도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했다. 3월 28일 오후 7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일대에서는 ‘주님을 위한 24시간’ 예식이 거행됐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지역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가 주최·주관한 주님을 위한 24시간은 ‘주 하느님, 당신만이 저의 희망이시고 제 어릴 때부터 저의 신뢰이십니다(시편 71,5)’를 주제로 ▲양심성찰과 묵상 ▲고해성사 ▲봉헌과 성체 강복 순으로 진행됐다. 이 예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정한 것으로, 2014년부터 해마다 사순시기 제4주일을 앞둔 금요일과 토요일에 전 세계 모든 가톨릭신자가 회개와 참회의 시간을 갖도록 마련됐다. 특별히 교황은 2027 서울 WYD를 앞둔 상황에서 2025년 희년 선포와 함께 주님을 위한 24시간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본래 24시간 동안 본당을 개방하고 신자들이 화해의 성사(고해성사)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이이지만, 한국교회는 각 본당 사정을 고려해 긴 예식과 성시간만을 혹 짧은 예식을 준비해 거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날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양심 성찰과 묵상에 앞서 기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주교는 “성체조배와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나, 그리고 냉담 청년들과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청년들이 하느님과 화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하느님 은총이 우리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시도록 자신을 내어 맡기자”고 당부했다. 양심 성찰은 배부된 팸플릿의 '십계명 양심 성찰’ 내용을 읽고 함께 묵상하는 방법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는 고해성사가 대면·비대면·산책 형식으로 명동대성당 마당, 성모동산 등에서 이뤄졌다. 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와 이경상 주교도 20여 명의 사제단과 함께 고해성사를 집전했다. 두 주교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성당 마당에서 대면 형식 고해성사로 청년들과 마주 앉았다. 대성전 안에서는 떼제기도와 생활성가가 울려 퍼졌고, 성사를 마친 청년들은 고해사제로부터 받은 활동지에 다짐과 실천 사항을 적었다. 또 미리 배부된 이쑤시개를 각각 고해소 옆에 배치된 가시관에 꽂았다. 가시관은 성체 강복 시간에 ‘가시관 봉헌 예식’을 통해 봉헌됐다. 참석자들은 사순 시기에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고 청년들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뜻깊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성민영(베로니카·서울대교구 신도림동본당) 씨는 “대면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 안에 있던 잘못된 것들을 하느님께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런 자리 자체가 의미 있다는 생각인데, 아름다운 성가를 들으며 많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 기획사무국장 이영제 신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청년들이 신앙생활의 중심에 하느님 자비가 있음을 깨닫고, 그 자비와 하느님의 현존을 삶 속에서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이번 기회로 청년들이 용서와 자비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다가오는 WYD를 함께 준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2면

꽁꽁 얼어붙은 땅 깨우며 “건강한 지구를 부탁해”

식목일을 앞두고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 신자들이 150여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자연 생태계 보존의 의미를 되새겼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는 교구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실천 중 하나로 3월 29일 경기도 안성 미리내성지에서 식목행사 ‘나무야 부탁해’를 개최했다. 모집인원은 100명이었지만 관심 있는 신자들이 몰려 초·중고등부 주일학교, 단체, 가족, 수도자 등 150여 명이 넘게 참가했다. 행사는 성지가 나무를 심기 위해 미리 준비한 부지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에메랄드 블루애로우, 플라밍고 셀릭스, 황금회화나무, 계수나무 등 150여 그루를 심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삽을 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나무 심기에 알맞은 깊이로 파 내려갔다. 나이가 어린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모종삽이라도 들고 교사, 부모님을 따라 힘을 보탰다. 크기가 성인 남성 덩치만 한 계수나무 묘목은 굴삭기로 파 놓은 더 깊은 구덩이에 심었다. 묘목을 옮기는 데만 두세 명이 달려들었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임에도 나무 심기가 반 정도 흘렀을 때 참가자들은 어느새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청소년 참가자 중에는 나무 심기가 처음인 학생들도 많았다. 제1대리구 권선동본당 임채민(바오로) 군은 “나무를 직접 심어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흙을 파고 물을 뿌린 뒤 나무를 심는 생각보다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나무가 자리를 잡는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오늘 두세 그루를 심어봤는데 앞으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임 군의 아버지 임경택(베드로) 씨는 “최근 전국적으로 산불이 많이 나 이재민이 많이 발생하고 나무도 많이 불에 탄 만큼 오늘 행사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릴 적에는 나무를 심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자연 생태계에 보탬이 되는 경험을 가족과 함께하게 돼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식목행사가 마무리되자 전체 부지의 4분의 1이 참가자들의 정성이 담긴 묘목들로 채워졌다. 특히 이날 심은 나무들 앞에는 참가자 청소년들의 이름을 새긴 표지판이 세워진다. 올해로 4번째 식목행사를 해 오고 있는 생태환경위는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부지를 모두 나무로 채울 계획이다. 위원장 양기석 신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의 하나는 탄소중립으로, 일반인이 탄소중립에 참여할 수 있는 쉬운 실천이 바로 나무를 심는 것”이라며 “특히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뒤 에덴동산을 잘 일구고 돌보라고 명령하셨듯이(창세기 2,15 참조) 지구의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고 사람도 쉴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식목행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2면

시노달리타스를 ‘문화’로…“주교·사제·수도자·평신도 자주 만나 대화하고 경청해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 문서」 이행단계에 들어선 한국교회 안에서 시노달리타스가 ‘문화’로 정착하려면 ‘성령 안에서 대화’ 등 교회 구성원 모두가 자주 만나 대화하는 장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구현하는 전례의 정착과 평신도의 주체성을 높이기 위한 교회의 법과 규범·제도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할 한국교회 사목 환경을 돌아보며 최종 문서의 적용 가능성을 성찰하기 위해 3월 2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이행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안동교구 가톨릭 문화와 신학연구소 담당 정희완(요한 사도) 신부는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담론이 교회 안에서 공적으로 자주 언급된다면 시노달리타스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며 “‘성령 안에서 대화’처럼 주교,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자주 만나 대화하는 장이 한국교회와 교구, 본당 차원에서 얼마나 많이 이뤄지고 있는지가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신부는 이와 함께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장인 성체성사가 더욱 시노달리타스적 방식으로 거행되기 위해 전례 규범에 대한 교도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종 문서 27항을 인용해 “시노달리타스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전례 거행 방법에 대한 성찰을 맡을 연구 그룹의 설립이 요청된다”고 전했다. 평신도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인식의 전환과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알렉산데르) 신부는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본질을 새롭게 형성하는 과정이라면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백성을 ‘위계 속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교계 구조가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을 교회의 ‘진정한 주체’로서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평신도는 세례의 본질적 성격에 따라 ‘진정한 주체’가 되고, 세례성사는 교회에서 단순히 의무만이 아니라 권리를 부여한다”며 “교회가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평신도와 서품 성직자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 모델을 반영하는 제도적 교회 모델에 머물게 되고 ‘참여와 공동 책임’의 교회는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최종문서의 이행 단계에 들어서며 한국교회가 마련한 시노드 관련 모임이 지나치게 사제 중심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선임연구원은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로 임명된 이들을 비롯해 현재 교회가 ‘성령 안에서 대화’ 모임을 경험하도록 추진하는 우선 대상은 주로 사제”라며 “시노드 정신이 하느님 백성의 친교를 강조하고 성령 안에서 대화 역시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나누는 대화임에도 한국교회는 여전히 사제 중심, 사제 우선으로 소개하고 확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사제들이 먼저 경험하고 그 사제들을 통해 다른 구성원에게 확산하는 방식은 여전히 ‘가르치는 교회’와 ‘배우는 교회’의 구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힌 이 선임연구원은 “수도자와 평신도가 단순히 시노드 여정에 초대된 손님이 아니라 그 직무를 책임지고 전문성을 높여갈 일꾼으로 함께 양성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제1발제에서 최종문서가 어떤 신학적 전망 안에 있는지, 시노달리타스 실현 과정(Synodal process)은 어떤 신학적 기초를 갖는지 살펴본 서강대학교 최현순(데레사) 교수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이기 위해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 공동체가 ‘교회적’ 공동체라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 다른 공동체와의 올바른 관계성을 정립하는 일”이라며 “이런 기초 위에서라야 식별, 결정, 수행, 책임 있는 설명과 평가라는 시노달리타스의 전 과정이 ‘교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주교시노드의 가장 큰 열매는 시노드 자체가 보여준 ‘방법론’일 것”이라며 “「최종 문서」가 제안한 이 과정들을 한국교회, 각 교구와 본당이 마주한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목자와 신자들이 함께 작업해야 하며 이것이 보편교회가 제안한 시노달리타스 개념의 일종의 ‘토착화’ 작업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김정용(베드로) 신부도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지지되는 핵심적인 지향의 하나는 시노달리타스의 토착화와 관련되어 있다”며 본당, 교구, 한국교회 차원의 토착화 방법을 소개했다. 김 신부는 본당 사제 대상 체험 연수 등을 열어 본당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과 문화가 수용되고 확산되도록 여건을 우선 마련하고, 교구의 사목 현안에 따른 대화·식별의 과정을 갖는 교구 시노드 개최를 교구 차원의 토착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최종 문서 과제 이행을 위한 연구와 기획, 시노달리타스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전례 거행 방법에 대한 연구는 주교회의 등 한국교회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3면

[특집] 성인들이 말하는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

‘하느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복음을 선포하면서 제일 먼저 선포하신 주제다. ‘이미 와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이 통치하는 나라’다. 성경에서는 이 나라가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로마 14,17)이라고 했다. 한자로 옮겼을 때 ‘천국’(天國) 또는 ‘천당’(天堂)인 하느님 나라는 시대를 넘어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한편 하느님을 찾는 방법이기도 했다. 성인들 역시 하느님 뜻에 따라 살려는 노력을 열망했다. 사순 시기의 막바지를 보내면서 성인들을 비롯한 교회 역사 안의 저명 신학자들이 제시했던 천국에 이르는 길, 하느님을 찾기 위한 명언들을 찾아본다. 하느님을 찾아서 성 베르나르도, ‘당신 자신을 향해 가세요’ 사상과 영성 면에서 교회 생활에 가장 깊은 영향을 주었던 성인 중 한 명인 시토 수도회 수도승, 클레르보 수도원의 원장 베르나르도 성인(1090~1153)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당신 자신을 향해 가라”고 했다. 수도자들에게 관상 기도에 전념하도록 고무했던 성인은 “당신에게 제시된 길은 멀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당신 자신을 향해 가면 됩니다. 말씀은 당신 가까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은 당신의 입속과 마음속에 있습니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신학의 원천 자료는 원칙적으로 성경, 그다음이 「베네딕도 규칙서」였는데, 평소 ‘말씀’에 바탕을 두었던 면모를 비춰볼 수 있다. 성 보나벤투라, ‘모든 계시가 내려오는 태초’ 보나벤투라 성인(1217~1274)은 중세의 대표적인 스콜라 신학자로 꼽힌다. 1588년 식스토 5세 교황(1585~1590)에 의해 ‘교회 학자’로 선포된 성인은 철학과 신학의 영역을 분명히 구분했고 신앙 진리에 있어서 철학 자체의 한계를 분명히 밝힌 학자다. 신앙의 빛이 없는, 즉 신학에서 분리된 철학은 하느님의 신비, 인간의 신비, 양쪽의 관계, 인류의 구원 문제에 대해서 올바로 규명할 수 없다고 했다. “세상에는 계시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진리도 있다”고 했던 성인은 “가장 먼저 나는 영원의 아버지께 간청합니다. 그분은 모든 계시가 내려오는 태초이고, 훌륭하고 완벽한 선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빛의 아버지입니다”라고 했다. 아빌라의 성 데레사, ‘하느님 아버지를 대하듯이’ 가르멜 수도원 개혁가로서, 신비가 이자 교회 학자인 아빌라의 데레사 성인(1515~1582)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고독을 얻기 위해 자신의 내부 세계로 몰입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자아 속에서 거치는 기도의 여정을 묵상의 기도·고요의 기도·합일 기도의 여정으로 묘사한바 있다. 인간의 영혼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 즉 신적인 인간 영혼의 깊이를 세밀하면서도 단순하게 설명했던 그는 하느님을, 아버지를 대하듯이 찾으라고 한다. “우리는 그토록 친절한 손님을 낯설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성인는 “아버지를 대하듯이 우리는 그분과 겸허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밝힌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하느님을 찾는 시간은 현세’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1567~ 1622)은 하느님을 찾는 시간은 ‘현세’에 있다고 언급했다. 17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영성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이들 중 한 명으로, 그리스도교의 완덕이 하느님과 이웃 사랑에 있음을 재차 강조했던 그는 “하느님을 찾는 시간은 현세입니다. 하느님을 발견하는 시간은 죽음입니다. 하느님을 나의 것으로 하는 시간은 영원입니다”라고 했다. 성인은 ‘현대 영성의 아버지’라 불리며, 성 마리아 방문 수도회를 직접 세웠다. 성 에디트 슈타인, ‘자신에게 도달하는 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1999년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된 십자가의 성 베네딕타 성인(에디트 슈타인·1891~1942)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가르멜회 소속 유다인 수녀로 독일 현대 철학과 여성론 그리고 그리스도교 사상을 연구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가르멜의 삶이란 ‘세상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백성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사랑을 실현하기 고독을 선택한 삶이었다. 그런 삶 속에서 성인은 “하느님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도달하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가경자 마들렌 델브렐, ‘영혼의 바닥까지 내려가라’ 20세기 프랑스 여성 선교사 마들렌 델브렐 가경자(1904~1964)는 파리 교외 가난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30년여를 살았다.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자기 자신을 내맡겼던 그녀는 바오로 사도 말씀을 인용하며 “복음을 전하면서 나 자신이 복음화되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행할 것”이라며 “복음을 전하면서 우리 자신이 복음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느님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내려가고 세상 끝까지 나아가라고 조언한 것이다. 그는 “이 세상 끝까지 간다면 당신은 하느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 영혼의 바닥까지 내려간다면 그곳에서도 당신은 하느님을 찾을 것입니다”고 전했다.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 성 루도비코 마리아 그리뇽 ‘마리아는 주님께 가는 지름길’ 수도회 설립자이자 증거자인 루도비코 마리아 그리뇽 성인(1673~1716)은 마리아와 로사리오(묵주기도)가 주요 신심이었다. 이 신심을 전파하기 위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이란 책을 저술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클레멘스 1세 교황에게 교황청 선교사로 임명된 뒤, 프랑스 서쪽 지역을 다니며 그리스도를 전했고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께 이르는 성덕의 길을 가르쳤다. 생전에 마리아 영성에 대해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그런 업적처럼 「황금전설」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가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께 가는 가장 손쉬운 지름길이자 완전한 길이다.” 성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하느님 나라 가려면 예수 성심 기도를’ 프랑스 파레이르모니알(Paray-le-Monial)에 있는 ‘성모 방문 수녀회’(Ordo Visitationis Beatae Mariae Virginis) 수녀로 네 차례 예수의 발현과 환시를 체험했던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성인(1647~1690)은 예수 성심 신심을 전파하는 데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특별히 예수 성심의 환시를 체험한 것 중 네 번째에서 예수가 성인에게 한 말씀은 유명하다. 여기서 예수는 성체 축일 일주일 후 금요일을 성심을 공경하는 축일로 정하고, 그날 영성체하는 것은 물론 제대 위에 성체를 현시함으로써 성심이 받은 불경을 배상하기 위하여 엄숙히 보상 행위 등을 하도록 명령했다. 이런 배경에서 성인은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위해 예수 성심 기도를 추천한다. “짧은 시간에 영혼을 최고의 완전함으로 드높이는 경건한 방법으로 나는 예수 성심 기도 외에 다른 것은 알지 못한다.” 성 소화 데레사, ‘작은 길이라는 영성의 길 찾아’ 비오 11세 교황이 “성덕의 으뜸이며 기적의 천재”라 부르며 사후 28년 만에 성인으로 선포한 리지외의 데레사(소화데레사) 성인(1873~1897)은 24세 나이로 죽기까지 ‘작은 길’이라 하는 영성의 길을 걸었다. 「한 영혼의 이야기」라는 자서전에서 성녀는 “나는 천국에 가는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했다. 곧고 아주 짧으며 작은 길을 찾으려고 했다. … 내가 열망하는 그 길이 성경에 암시되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때 영원한 지혜의 입에서 나온 말씀, 아주 작은 사람이 내게 올 수 있다는 말씀을 읽었다”며 ‘작은 길’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적었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10면

은평성모병원 호스피스 환자의 조금 특별한 콘서트

“내가 보살피던 아이가 이제 나를 보살피는구나. 고맙다. 이제 점점 잠자는 시간이 많아질 테지.” 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와 눈물 닦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한부 엄마는 자작시를 낭송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미소 지으며 경청했다. 조금 특별한 콘서트 ‘엄마와 아들이 함께하는 세상을 향한 고백’이 3월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병원장 배시현 프란치스코 교수, 이하 병원) 로비에서 열렸다. 호스피스 환자 박지수(루치아) 씨의 첫째 아들 임현민(라파엘) 씨는 출판을 앞두고 있는 박 씨의 자작시 50여 편 중 <치유의 숲>을 낭송했다. 박 씨는 2019년 위암 선고를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가 한 달 전 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이하 센터)에 입원했다. 호스피스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센터의 ‘심청이’ 코너를 통해 성사된 이번 콘서트에 박 씨는 자신이 직접 장만한 순백의 수의를 입고 등장했다. 통증 속에서도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함께한 박 씨는 “센터는 천국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아주 귀한 자리”라며 “슬기롭게 여러 가지를 정리하면서 평화롭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분들께 센터가 가족과 본인을 되돌아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임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jtbc ‘팬텀싱어 4’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인 둘째 아들 임현준(미카엘) 씨는 어머니와 <여정>, <태양의 찬가> 등을 함께 불러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노래를 부르는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한 임 씨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이런 무대를 꼭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기회가 정말 좋은 선물이 됐다”고 밝혔다. 콘서트를 주최한 센터 팀장 조은경 수녀(마리아·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는 “호스피스 센터가 어둡고 두려운 죽음이 아닌, 부활이라는 밝고 희망찬 순간을 맞이하는 곳임을 알리고 싶은 박 씨의 순수한 취지를 살려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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