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놓인 민주주의, 향후 방향은?’ 제25회 가톨릭포럼 열려

12·3 비상계엄 사태는 특정 정권의 돌발적 결정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 통치관과 제도적 허점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회장 강무성 티모테오, 지도 최광희 마태오 신부)는 6월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5회 가톨릭포럼을 열고 ‘다시 쓰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포럼에서는 민주주의의 퇴행과 파시즘화, 언론의 책임, 교회의 사회적 사명 등 다양한 시각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짚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은 민주주의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가?’ 제목의 발제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은 국민주권에 대한 부정이자 명백한 공격”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권력욕과 시대착오적인 대통령관이 빚어낸 퇴행”이라며 “낡은 사고와 관습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민주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직자는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무적 존재'로 보며 공적 복무의 정신으로 마인드를 전환해 새 정부의 ‘국민주권정부’를 완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후기 파시즘 사회를 넘어, 대한민국 대전환’ 제목의 발제에서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한국 사회가 ‘후기 파시즘’에 가깝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6개월의 침묵 속에서 확인된 것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파시스트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구조는 전형적인 파시즘의 형태로 이는 한국 교육의 현실과도 일치한다”며 “교육 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잠재적 파시스트만 길러내는 길”이라고 우려했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치닫게 된 데에는 언론의 보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김창숙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언론은 정치인 간 싸움을 중계하거나 자극적인 발언만을 보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시민 사회의 갈등이 격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과 정당 정치를 다루는 정치 보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 과정과 방식을 바꾸는 주체로서의 언론이 대통령, 정당, 정치인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시민을 취재의 중심에 둔다면 민주주의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동호(안드레아) 신부도 토론에서 “교회의 사회적 사명은 카리타스 실현"이라며 “교회는 민주주의를 존중하지만 무비판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와 정쟁을 구별하지 못하는 현실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회옥 명지대학교 교수는 계엄의 구조적 원인을 “제도정치가 조율하지 못한 정치의 실패”로 분석했다. 정 교수는 “안정적 다당제가 되도록 선거제도와 정당·국회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든 계엄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편하고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당 등록 요건을 완화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후(프란치스코) KBS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이날 포럼에는 주교회의 홍보국장 임민균(그레고리오) 신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최광희(마태오) 신부, 부국장 진슬기(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안재홍(베다) 회장 등이 참석했다.

‘딸 없는 딸의 생일상’ 이태원 참사 故 이상은 씨 가족, 특별한 생일잔치 열어

“상은이가 이 세상에 있었다면 올해도 또래들과 즐겁게 생일잔치를 하지 않았을까요?”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로 하늘의 별이 된 고(故) 이상은 씨(당시 23세)를 기억하며, 그를 위한 조용한 생일잔치가 열렸다. 천주교 신자가 되기를 꿈꾸던 딸을 기리기 위해, 강선이(로즈마리)·이성환(요한 마르코) 부부는 매년 특별한 방식으로 딸의 생일을 기념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서울 대현동 ‘청년밥상 문간’ 이대점. 부부는 딸의 생일을 이틀 앞두고 또래 청년들에게 따뜻한 김치찌개를 무료로 대접하며 생일상을 차렸다. 상은 씨의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이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을 안고 있던 부부는 3년 전, 글라렛 선교 수도회 이문수(가브리엘) 신부가 청년들의 한 끼를 위해 설립한 청년밥상 문간의 이야기를 접했다. 청년밥상의 취지에 공감한 부부는 2023년부터 딸의 생일을 즈음해 청년 159명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생일잔치를 시작했다. 159명은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숫자다. 2024년부터는 인원수 제한 없이 문간을 찾는 이 모두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리고 있다. 점심시간이 채 되기 전부터 청년들과 시민들이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문간 입구에는 마치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듯한 상은 씨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이 걸려 손님을 반겼다. 강 씨 부부는 찾아온 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오를 넘기자 식당은 이내 북적이기 시작했다. 잔칫상으로 준비된 김치찌개는 소박하지만 넉넉했다. 상은 씨의 부모뿐 아니라 다른 유가족들도 자원봉사자로 함께하며, 손님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식탁을 수시로 살폈다. 식사 후에는 생일 축하식이 이어졌다. 강 씨 부부는 케이크의 촛불을 함께 불며, 딸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마음으로 축하했다. 강 씨는 “상은이가 살아 있었더라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즐겁게 생일을 보냈을 것"이라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상은이 또래의 청년들에게 든든한 밥 한 끼를 챙겨주면 그만큼 의미도 크고 딸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싶어 생일잔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의 조촐한 식사 자리는 상은 씨의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를 넘어, 시민들이 10·29 이태원 참사를 다시 떠올리고 함께 기억하는 연대의 시간이었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부부의 마음에 공감하는 시민과 수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에서 활동하는 이상민 씨는 “청년 혹은 일반 시민들도 찾아와 상은 씨의 사진을 직접 보며 기억에서 잊혀가던 참사를 다시 기억하고 연대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가소비녀회 정 대철 베드로 수녀는 “이렇게 상은 씨를 기억하며 생일을 함께 기뻐하는 것처럼,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이 하늘나라에서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거예요”라며 부부의 손을 잡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면

대구 왜관본당, 설립 100주년 앞두고 ‘왜관 영성학당’ 개설

대구대교구 왜관본당(주임 허성석 로무알도 신부)은 오는 2028년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인 ‘왜관 영성학당’을 개설한다. 강좌는 2025년 7월 17일부터 2028년 12월까지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열리며, 본당 신자뿐 아니라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본당은 3년 앞으로 다가온 설립 100주년을 준비하며 ‘복음의 정신을 삶으로 드러내는 신앙 공동체’라는 본당 사목의 근본 목표에 따라 ▲본당 구조와 운영 방식 변화 ▲신자 재교육 ▲역사 정리와 기록이라는 세 가지 역점 과제를 설정했다. 역점 과제 가운데 신자 재교육 차원에서 진행하게 될 왜관 영성학당은 영성 심화를 통해 신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게 하면서,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 강화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강의는 7월 17일 ‘전례란?’을 주제로 허성석 신부가 직접 강의한다. 9월 18일 ‘순교와 순교성월의 의미’, 10월 16일 ‘전례와 신심행위’, 11월 20일 ‘그리스도교적 죽음’ 주제 강의도 허 신부가 맡는다. 12월 4일에는 대림특강을 겸해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윤종식(티모테오) 신부가 ‘전례와 영성생활’을 주제로 강의한다. 왜관 영성학당은 매달 셋째 주 목요일 강의 이외에도 매 주일 오전 6시30분과 10시30분 미사 강론 후 5분 교리, 사순 및 대림 특강, 기타 주제별 특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례와 영성 생활, 순교 영성, 기도 입문, 렉시오 디비나 등 폭넓은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허 신부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꿈꾸는 것에 주년의 의미를 두고, 구체적으로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구현하는 공동체의 모범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이라며 “단순히 일회적 행사로 끝나지 않고 우리 본당 공동체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의 : 054-971-0226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5면

“소공동체, 시노달리타스 구현의 터전”

소공동체가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는 구체적 공동체이자 터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소공동체소위원회(위원장 장신호 요한 보스코 주교)는 6월 23부터 25일까지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에서 ’언제나 주님과 함께 걷는(시노달리타스) 소공동체’ 주제로 제23차 소공동체 전국모임을 개최했다. 이번 전국모임은 소공동체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기초(뿌리) 공동체임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의와 묵상, 미사와 성체조배, 성령 안에서 대화와 공동응답 실습을 통해 소공동체가 일상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살아내는 공동체이며, 하느님의 친교와 참여, 사명의 씨앗을 싹틔우는 못자리임을 재조명했다. 전국 10개 교구에서 참석한 91명은 선언문을 발표하고 “성령 안에서 대화가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방법이자 영적 기초임을 확인했다”면서 “성체조배 체험을 통해 성령 안에서 대화가 단순한 인간적 의견 교환이 아니라, 그리스도 중심의 영적 식별과 공동체 일치의 여정임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성령 안에서 대화와 공동응답 방식을 지속적으로 배우는 ‘소공동체 시노달리타스 봉사자’ 양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소공동체 시노달리타스 봉사자는 성령 안에서 대화와 공동응답 방식을 배우고 실습하면서 하느님과의 친교, 사랑의 관계, 참된 경청과 대화, 식별의 씨앗을 심어주셨음을 체험한 이들로, 이번 전국모임 참석자들은 파견미사를 통해 봉사자로 파견됐다. 소공동체소위원회 총무 최윤복 신부(야고보·광주대교구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원장)는 “성체조배와 공동응답, 경청과 대화, 침묵과 식별의 과정을 통해 성령께서 우리의 식별과 결정에 함께 임하셨음을 깊이 체험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2면

서울 자양동본당, “손 글씨로 쓴 우리집 ‘성가훈’ 전시해요”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6월 28일부터 이틀간 서울대교구 자양동성당(주임 임재민 벤자민 신부) 로비에는 손 글씨로 쓴 성경 구절들이 크고 작은 액자에 담겨 전시됐다. 본당 성가정회(회장 김해주 엘리사벳)가 주최한 ‘성가훈 액자 전시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전시회에는 첫영성체 어린이와 청소년의 작품을 비롯해 총 30점의 성가훈이 전시됐다. 성경 말씀을 가족의 ‘가훈’으로 정하고 손 글씨로 써 내려간 작품들은 단순한 꾸밈을 넘어, 말씀을 중심에 둔 가정의 지향을 드러냈다. ‘성가정 만들기’를 취지로 마련된 행사는, 가족이 함께 본당에서 제시한 성경 예시문을 읽고 묵상한 뒤 기도 안에서 자신들의 성가훈을 정하는 과정을 통해 말씀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각 가정이 말씀을 선택한 배경과 동기 등도 함께 소개하면서, 행사는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말씀을 나누는 공동체의 장으로도 의미를 더했다. 김해주 회장은 “말씀 안에서 내가 변하고 가정이 변화돼 성가정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시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5면

찬양 사도들, “현 성가 저작권 규정 개선 필요”

주교회의가 2016년부터 개정해 시행해 오고 있는 성가 관련 저작권 사용 규정이 “생활성가 작곡가 등 창작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성경 등’을 인용할 경우 일부든 전체든 관계없이 창작자가 아닌 주교회의가 저작권을 소유하게 되며, 등록 절차 또한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되는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찬양 성가 창작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주교회의가 국내 저작권법과 관련 판례를 반영해 규정을 재정비하고, 전문적인 저작권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같은 문제 제기와 개선 제안은 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가 주최하고 가톨릭찬양사도협회가 주관한 가운데 6월 28일 열린 ‘찬양 문화 생태계, 길을 묻다’ 포럼에서 나왔다. 포럼에서 김정식(로제) 작곡가는 “비영리 목적의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성경 구절을 가사로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복잡한 가사 저작권 협의, 불분명한 정산 기준 등은 실질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며 “교회 출판물에 곡이 실릴 때 창작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심지어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포기하게 되는 구조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 영성지도 유상우(광헌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현재 주교회의의 규정을 종합하면 성가 창작자가 성경을 인용한 가사를 쓸 경우 저작권과 관련한 모든 복잡한 과정을 개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게다가 승인 주체를 ‘교회 권위’, 표기 기준을 ‘적절하게 표기’라고 하는 등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포럼에서는 2023년부터 생활성가 등의 작사 저작권이 작사한 창작자에서 ‘CCK’(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변경됐으나, 이 사실이 창작자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찬양 창작자들이 성가책이나 악보집을 발행할 때 복잡한 저작권 문제와 유통 등을 일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기관이 현재로서는 없는 현실, 각 교구가 고육지책으로 통일성 없이 개별 성가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현실적 어려움으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복잡한 문제가 교회 내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부족함에도 무리하게 규정을 적용한 결과라고 봤다. 생활성가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과 반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찬양 사도직 전반에 대한 교회의 깊은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 강훈(바오로) 협회장은 “발제에서 다뤘듯이 찬양 사도 선배들이 대중 성가 작곡을 시작한 지 50여 년이 지났음에도 찬양 성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아직도 다수의 개신교 성가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작곡가는 “교회가 저작권과 관련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정당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수립하고, 신학적·전례적 검토는 신뢰와 애정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교회가 더 많은 음악적 실험과 표현의 여지를 열어주고 전례 정신 안에서 감성적 깊이와 영적 울림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음악 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6면

로마에 울려펴진 ‘제주 4·3 레퀴엠’

보편 교회의 심장 로마에서 ‘제주 4·3’의 아픔이 기도와 예술, 학술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로 승화됐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6월 24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에서 제주 4·3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제주 4·3을 단지 한 지역의 비극이 아닌 인류 보편의 고통으로 성찰하는 선언적 의미를 지녔다. 특히 문창우 주교가 로마 현지를 직접 찾아 미사를 주례함으로써, 교회가 제주의 역사적 아픔을 방관하지 않고 함께 짊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제주교구가 지역을 넘어 정의와 평화를 향한 보편 교회의 선교 사명에 동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사에 이어 열린 ‘제주 4·3 평화 레퀴엠' 공연은 제주 4·3 평화 레퀴엠 추진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공동 주최로열렸다. 제주교구는 추진위원회를 후원하며 신앙인을 넘어 시민과 문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레퀴엠은 제주 출신 작곡가 문효진이 작곡했으며, 제주 여성의 애환이 담긴 자장가 ‘웡이자랑’과 제주 바다, 집단적 상실의 기억을 장례미사 구조 안에 녹여냈다. 이탈리아 복스 인 아르떼(Vox in Arte) 협회 회장 미카엘 마르투시엘로가 총기획을 맡았고, 제주 4·3 유족이자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오페라극장 성악가인 부종배 씨가 연출을 맡았다. 한편 문창우 주교는 6월 25일 로마 빌라 알티예리 박물관에서 열린 ‘제4회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4·3 운동과 평화운동: 평화운동으로서 종교의 역할’ 주제로 발표한 문 주교는 희년 정신과 제주 4·3의 메시지를 연결하며, “이번 공연과 미사, 포럼은 제주 4·3을 단순한 지역 사건이 아닌 전 세계인과 공감·연대·기억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문화·외교적 도전"이라며 “오늘의 역사적 회복이 앞으로의 평화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겸 김기량 순교 기념관 관장 현요안(요한) 신부는 “미사 봉헌과 레퀴엠 공연으로 제주의 고통이 ‘교회 전체의 기도’로 승화됐다”며 “이는 신앙이 단지 영적 위안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역사와 현실의 치유에도 응답하는 신앙임을 드러낸 예언자적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구민들에게 ‘기억을 넘어 책임으로’, ‘추모를 넘어 평화를 위한 실천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3면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4) 서울대교구 한남동본당 이웃 돕기 사업

서울대교구 한남동본당(주임 김종호 야고보 신부)은 2011년부터 지역사회 내 고립된 이웃들을 돕기 위한 사회복지 사업 ‘한남동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섬김’을 꾸준히 펼쳐왔다. 올해부터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본당 사회사목분과(분과장 정혜란 카타리나, 담당 김민숙 요세파 수녀)가 독거노인, 여성 노숙인, 이주노동자 가정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업은 특히, ‘가난한 이들 가운데 가장 고립된 이웃에게 공동체의 손길을 전한다’는 취지를 중심에 둔다. 올해 본당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 24명에게 매주 고기와 생선이 포함된 반찬을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한 후원자의 기부로 마련한, 매번 반찬 구성이 달라지는 도시락도 매주 지원 대상자당 2개씩 제공한다. 성당에 직접 오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신자들이 직접 방문해 반찬을 전한다. 설과 추석 명절에는 따뜻한 명절 음식도 나눈다. 사업은 독거노인들이 마음을 열고 일상 속 활력을 되찾도록 돕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매주 성당에 음식을 받으러 오는 길은 이들에게 외출의 동기를 부여하며, 자연스럽게 본당 봉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산책하거나 이웃을 방문하는 기회로 이어진다. 배달 봉사자들도 방문 시 말벗이 되어주며, 이는 고립으로 인한 우울감 해소와 고독사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지지해 주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위로가 된다. 본당은 또한 4년 전부터 부활·성탄 대축일마다 여성 노숙인 쉼터 ‘디딤센터’의 30여 명과 이주노동자 가정 아동들이 다니는 ‘열국학교’ 학생 10여 명에게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여성 노숙인들에게는 화장품, 실내복, 슬리퍼 등 스스로 마련할 수 없거나 다른 입소자가 쓰던 것을 물려 쓰던 물품들을 선물한다. 이주노동자 아이들에게는 과일과 과자 등 간식을 주로 전한다. 출근한 부모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성장기 특유의 배고픔과 정서적 허기를 채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아이들은 올 여름방학 때 본당 신자들과 함께 서울시티투어도 떠날 예정이다. 과거 자신이 돌보던 독거노인과 해마다 한 번씩 노래방을 함께 가곤 했다는 사회사목분과 임영주(아가타) 씨는 “지상에서 우리와 함께하셨던 그리스도처럼, 단절된 이웃에게 마음을 터놓을 벗이 돼주는 것이야말로 가톨릭 사회복지의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신부는 “마음을 둘 곳 없는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약자”라며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사회교리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본당 봉사자들을 앞으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5면

전국 신학생들, 노동 현장 목소리 ‘경청’

한국 사회 노동문제에 관심 있는 전국 각 교구 신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노동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과 연대하며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을 몸소 체험했다.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는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교육관에서 노동사목 전국 신학생 연수 ‘죽은 지구에는 일자리도 없다’를 개최했다. 이번 연수는 노동 문제뿐 아니라, 기후 위기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까지 조망하고 성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연수 둘째 날인 25일 신학생들은 세종호텔을 상대로 고공농성 중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지부장을 비롯해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최철한 사무국장,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 등을 만났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부당한 정리해고, 노조 가입자에 대한 차별, 고용 불안 등 구체적인 현실을 증언하며 입장을 생생히 전달했다. 신학생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농성이 노동자의 요구를 사회에 알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더 널리 연대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며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만남 후, 이들은 롤링 페이퍼에 연대의 메시지를 담아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며 응원했다. 최철한 사무국장은 “신학생들이 농성의 의미와 노동자들의 고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국 사회의 기억 속에 잊히고 만다는 절박함을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토크콘서트’에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조합 임원들이 방문해 노동자들이 받는 비인권적 대우와 그러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의 경영·구조적 실태를 알렸다. 특히 2020년대 이후 새로운 노동·인권 문제로 떠오른 배달 노동자,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등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았다. 노동자들과의 만남 외에도 이번 연수에서는 ▲기후 위기 시대의 노동과 정의로운 전환 ▲사회교리 관점에서 본 기후위기와 노동의 미래 주제 전문가 강의도 마련됐다. 올해 연수는 인천, 부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함께 준비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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