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란 일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과 함께하는 것”

“평소 어렵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순교’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이제 저에게 순교란 ‘일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과 함께하는 것’으로 가깝게 느껴져요.” 한국순교자 시복 10주년, 시성 40주년을 맞이해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대전관구(관구장 김영숙 안나 수녀)가 주최한 ‘동행순례피정: 청년, 순교자의 길을 걷다! 청순길’(이하 청순길)이 10월 5~6일 전주교구에서 진행됐다. 청순길 덕분에 ‘순교’에 대해 재고하게 됐다는 이윤희(율리아·의정부교구 풍동본당) 씨 등 남녀 청년 40명은 ‘그가 네 앞에서 너의 길을 닦아 놓으리라.’(루카 7,27)를 주제로 치명자산성지, 전동성당, 숲정이 성지, 초남이 성지 등의 코스를 순례했다. 이어 청년들은 천호성지 피정의 집에 머물며 떼제 찬양, 성무일도 외에도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고유의 ‘희생 묵주 만들기’, 순교자 묘역 앞에서의 순교자 체험 ‘나는 천주교인이오’ 등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순교자 체험을 한 김용덕(바오로·서울대교구 가락동본당) 씨는 “순교자들이 감옥에 갇혀 목에 썼던 칼을 내가 실제로 썼을 때, 눈에 보인 칼의 나뭇결이 꼭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관구장 김영숙 수녀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움과 한계 없는 에너지와 힘, 개방성과 포용력은 하느님께로 향하는 여정의 원동력”이라며 “이번 청순길은 하느님께 모든 열정과 사랑을 다했던 순교자들을 함께 현양하며, 하느님께로 향하는 여정에 순교자적인 사랑을 더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2024-10-20

한국 외방 선교회 50주년 표어 ‘밖으로 나가라’…선교사 양성에 변화 시도

한국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국 외방 선교회(총장 정두영 보나벤투라 신부, 이하 선교회)가 다가오는 2025년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선교 사명을 재확인했다. 한국 외방 선교회는 10월 4일 서울 성북동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0년간 활동을 평가하고, 새로 정한 슬로건 ‘밖으로 나가라’를 실천하는 방안으로 교구 협력 선교 사제 활성화와 평신도 선교사 양성 비전, 50주년 기념행사 계획 등을 밝혔다. 선교회는 인구 감소와 물가 상승 등 요인으로 사제 성소와 후원회원이 감소함에 따라 해외선교 사제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선교사 양성 방법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부총장 최강(스테파노) 신부는 간담회에서 “지금도 여러 교구의 소속 사제 5명이 몇 년간 선교회 일원으로 해외에 나가고 있다”며 “선교 사제 성소가 급감하는 현실 속에서 각 교구와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교 기간 물적 자원은 선교회가 지원하고, 선교 후에는 원소속으로 복귀한다. 평신도 선교사 양성 프로그램도 강조했다. 최강 신부는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중 하나는 평신도 선교사 역할의 중요성”이라며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던 평신도들의 풍부한 경험은 한국교회가 선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부터 시작되는 50주년 기념행사들을 소개하며 교회 공동체의 관심을 요청했다. 선교회는 50주년 기념행사로 10월 19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한국 외방 선교회 설립 50주년, 해외선교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이어 2025년 2월 26일엔 설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50주년 기념 책자를 발행한다. 10월엔 선교회 파견지의 주교 9명을 초청해 후원회원들과 감사 미사를 봉헌하고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 외방 선교회는 6·25전쟁이 끝난 지 20여 년밖에 안 된 1975년 2월 고(故) 최재선(요한) 주교의 요청으로 주교회의 인준을 받아 설립됐다. ‘선교하는 교회’의 정신을 기초로 ‘감사와 보은’이라는 카리스마를 지향한다. 선교회에는 현재 85명의 선교 사제와 평신도 선교사 2명 총 87명이 활동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대만, 중국 등 9개 국가에서 선교한다. 총장 정두영 신부는 “부족한 물적 상황에서도 외국에 선교사를 파견해 온 한국교회의 ‘함께 나누는’ 모습은 세계 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다만 저출산, 종교에 대한 무관심 경향 등 여러 사회적 상황이 맞물려 선교사 양성이 주춤한 만큼 후원회원과 교회 공동체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024-10-13

가르멜 영성 실천 50년, 새 사명 다짐

한국 남자 가르멜 수도회가 50주년을 기념하는 1년 여정을 성대하게 마무리하며 새로운 50년을 맞이했다. 한국 가르멜 수도회(관구장 이용석 야고보 신부)는 10월 5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대강당에서 ‘가르멜 수도회 한국 진출 50주년 폐막 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이날은 가르멜 수도회 로마 총본부 총장 미겔(Miguel) 신부가 미사를 주례하며 경사를 맞이한 수도회를 직접 축하했다. 미겔 신부는 강론에서 “예수님 부활을 가장 먼저 맞이한 이들이 여자들이었던 것처럼, 한국 남자 가르멜 수도회가 50주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건 먼저 들어와 기반을 닦은 가르멜 수녀님들의 노력이 큰 도움이 됐다”며 “수도회를 위해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50주년을 맞아 이 자리에 한국의 가르멜 가족이 함께 모여 기쁘다”고 전했다. 미겔 신부는 이어 “우리의 기초가 되는 예수의 성 데레사 영성을 기억하며 예수님을 사랑하듯이 서로 사랑하고 겸손함을 잃지 말고 복음을 전하자”고 제안했다. 미사에는 미겔 신부와 부총장 크리스티아누스 신부, 한국관구장 이용석 신부 등 가르멜 수도회 소속 사제, 가르멜 수녀회, 가르멜 재속회원 등 16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또 가르멜 영성에 관심 있는 중국 교구 사제들도 참석했다. 관구장 이용석 신부는 참례자들에게 감사를 전한 뒤 “50년 동안 우리를 돌봐주신 하느님 사랑에 감사드리며 오늘을 다른 50년을 향해 나아가는 내적 여정의 기쁜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전했다. 미사 후에는 50주년 축하식이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온 재속회원과 사제, 수도자들은 각자 준비한 축하 무대를 선보이며 잔치를 즐겼다. 한국 가르멜 수도회는 1974년 한국에 진출했다. 한국에 자리 잡은 뒤 수십년간 수도회 영성에 대해 한국교회는 물론 수도회 내에서도 은수자, 봉쇄 수도회라는 인식이 강했다. 수도회는 50주년을 기점으로 ‘맨발 가르멜 수도회 영성’이 역사적으로 침묵과 관상기도뿐 아니라 적극적인 복음 선포 사명을 지님을 자각하고 활동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회는 올해 기념 음악회와 전시회는 물론이고 수도회 영성을 공유하는 50주년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폐막 미사에 참석한 가르멜 마산 수도원 김광서(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는 “50주년 행사가 흥겨운 잔치는 물론이고 수도회의 존재 방식을 교회 안에 새롭게 자리매김하기 위해 반성하고 또 전망을 살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4-10-13

미국 성 베네딕도회 뉴튼수도원, 설립 100주년 기념미사 봉헌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뉴튼수도원(원장 김동권 사무엘 신부)이 설립 100주년을 맞아 10월 6일 현지에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뉴튼수도원은 왜관수도원의 분원이다. 미사에서 박 아빠스는 “이곳에서 한국 수도형제들이 생활하고, 미국의 한인 공동체와 미국 가톨릭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100년 동안 우리를 돌봐주신 하느님 섭리와 안배를 느낀다”고 말했다. 뉴튼수도원은 왜관수도원의 모원이기도 한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아 연합회가 1924년 미국 뉴저지주 뉴튼에 농장을 매입하고 설립한 수도 공동체로 출발했다. 뉴튼수도원은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 등에 수도자를 파견하고, 1950년대에는 80여 명 수도자가 정주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성소자가 급감하면서 점차 수도원 운영이 어려워졌고, 1999년에는 오틸리아 연합회에 폐쇄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연합회는 한국교회의 역동성과 뉴욕, 뉴저지에 있는 많은 한국 신자들을 고려해 왜관수도원에서 뉴튼수도원을 인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왜관수도원은 2001년 10월 19일 뉴튼수도원 인수를 결정하고, 김구인(요한 보스코) 신부를 원장으로 파견하면서 뉴튼수도원은 왜관수도원 분원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한국과 뉴튼수도원은 인수 전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 서울 백동(혜화동)수도원 시절 카시안 니바우어 원장 신부가 미국에 파견돼 뉴튼수도원 설립 기반을 닦는 데 역할을 했다. 뉴튼수도원 수도자였던 고(故) 마리너스 수사(1914~2001)는 입회 전 6·25전쟁 때 흥남부두에서 1만4000명의 피란민을 거제도까지 안전하게 피란시켰던 선장으로 유명하다. 전쟁으로 인해 북한 덕원수도원이 1952년 경북 왜관으로 이주했을 때 티모테오 비테를리 신부가 뉴튼수도원에서 파견돼 왜관수도원 정착을 돕고 초대 원장을 맡았다. 왜관과 뉴튼 수도공동체 역사에 대해 소개한 박현동 아빠스는 “참으로 우리가 하느님 안에 머무를 때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열매와 결실을 거두게 됨을 지난 100년의 우리 역사를 돌아보며 깨닫는다”고 밝혔다. 현재 뉴튼수도원에는 원장 김동권 신부를 포함한 한국인 수도자 6명과 탄자니아 수도자 1명, 뉴튼수도원 전임 수도원장인 저스틴 지코비츠 아빠스와 조엘 마쿨 아빠스가 ‘기도하고 일하라’를 실천하며 수도승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2024-10-13

“성 프란치스코, 죽음의 고통 받아들이면서 하느님 신비 체험”

작은 형제회(관구장 김상욱 요셉 신부)가 설립자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영성에 대해 깊이 나누고 공유하며 성인의 ‘오상’ 800주년을 기념했다. 작은 형제회는 9월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성 프란치스코 오상 8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25일까지 제25차 프란치스칸 영성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미사를 주례한 김상욱 신부는 “성인은 전투에 참여한 경험, 그리고 나병환자와의 체험을 통해 죽음을 피하거나 멀리하는 삶이 아닌 죽음으로 들어가는 삶을 살았고 또 죽음과 함께하는 하느님 신비를 살아갔다”면서 “오상 축일을 지내며 단순히 성인을 받들고 추앙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자기 삶으로 살아낸 성인 프란치스코를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영성 학술발표회에서 발표자들은 교회사 속 오상 은총을 입은 사례와 현대 신앙인에게 오상이 주는 의미를 공유하고, 이에 더해 오상을 철학·신학적으로 조명했다. 학술발표회 첫날인 23일에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발표가 있었다. 1부는 ▲오상을 받은 성인들(광주가톨릭대 김명철 요셉 신부) ▲성 프란치스코의 오상과 현대인의 신앙생활(작은 형제회 이재성 보나벤투라 수사), 2부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른 신에 관한 인식과 진술’(가톨릭대 박승찬 교수)였다. 특히 김명철 신부는 교회사 속 성 프란치스코처럼 오상을 받은 이들을 소개하고 “오상 표징을 일으키신 성령께서는 우리가 새로운 삶,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도록 이끄신다”고 했다. 이어 “성령께서 예수님이 십자가 수난을 받아들이도록 이끄신 것처럼, 우리 인생 여정 가운데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도록 우리 삶을 예수 그리스도의 삶으로 변화시켜 가시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24일부터 25일까지는 중세 신학자 요한 둔스 스코투스의 철학과 신비 신학을 통해 성 프란치스코 오상을 이해했다. 24일엔 에르네스토 데짜(Ernesto Dezza·작은 형제회) 신부가 ‘복자 요한 둔스 스코투스의 하느님 존재 의식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25일엔 레오나르도 실레오(Leonardo Sileo·작은 형제회) 신부가 ‘복자 요한 둔스 스코투스의 신비 신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25일 통역과 논평을 한 작은 형제회 고계영(바오로) 신부는 둔스 스코투스를 오상 800주년 학술발표회에서 다루는 것에 대해 “프란치스코 성인이 ‘오상’을 통해 하느님과 사랑으로 완전히 일치했을 때, 성인의 의지와 지성이 그 일치 안에서 어떻게 완전하게 보존되고 조화를 이루었을까에 대해 둔스 스코투스의 신비 신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800년 전인 1224년 라베르나산에서 홀로 수련하던 중 환시를 보고 오상 은총을 입었다. 교회사에서 오상을 받은 건 성인이 처음이다.

2024-10-06

[특별기고] 생명의 친교로, 세상과 함께 걸어가는 길

의사 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사태가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수도자로서 질병 치료에 전념해온 이정림(임마꿀라타) 수녀로부터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제언을 듣는다. 의료사태 이후 의료 현장의 현실은 절박하다. 단기적으로는 본격적인 의료 붕괴가 언제 시작될 것인지 전전긍긍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의료 질의 심각한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그들이 현장으로 돌아올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35년 동안 한 병원, 한 분야에서 봉직의로 일하면서 지역 암환자 치유에 집중해 왔던 필자는 우리 의료시스템에 감사와 자부심을 느껴왔다. 특히 국민개보험 제도 덕분에 경제적 부담 없이 의료의 질 향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의료사태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의료 환경이 불확실해질 것으로 보여서 안타깝다. 의료사태가 우리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질병 치유에 심각한 저해 요소이고, 사회에 분열과 불신을 조장해 의료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이 된다. 더욱이 젊은 전공의들을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좌절감으로 선한 치유자로서 사회에 공헌할 가능성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의 고리에 대한 감각을 외면하고 원초적 이익만 강조하는 그릇된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는 기성세대의 모습도 참담하다. 의료계 역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환자들을 치유할 거룩한 직분과 공동선에 충실하기보다는 집단 이익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의료계는 변해야 한다. 올바른 의료개혁에 대한 의료계와 국민의 컨센서스 정립에 대한 설득력과 리더십의 부족은 물론, 의협과 전공의 단체의 갈등을 여과 없이 노출하는 미숙함 등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 적어도 국민에게는 의료계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료는 전문분야다. 의료인들은 국민에게 올바른 의료 지식을 전달해 합리적 의료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동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 의료계 내부 성찰은 물론 다양한 의료 그룹들이 각자 위치에서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할 방법을 모색할 때다. 종교계의 중재도 중요하다. 세상의 빛과 소금인 교회는 의료사태에 대한 바른 방향과 사회교리에 입각한 의료재정 분배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난제에 대해 국민에게 말(Logos)하고, 국민은 성숙하게 생각하고 대화(Dialogos)해야 한다. 여기서 소통과 친교(Koinonia)가 이뤄진다. 더 많은 국민이 더 보편적으로 의료 혜택을 누리고, 특히 필수 의료와 소외 계층이 우선시되는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고통스러운 식별 과정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최선을 다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국민은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과 의료계 간의 정보 교환 및 대화가 필수적이며, 정보 및 대화의 장(場)과 창(窓)을 열어야 한다. 더 많이 공감하고 동참할수록,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진정한 의료 선진국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생명의 봉사자인 우리가 그런 과제를 성실하게 실행할 때, 하느님 모상대로 빚어진 그분 백성이 개화될 수 있는 보편적인 길을 세상과 함께 걸어가게 될 것이다. 글 _ 이정림 임마꿀라따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토수녀회 대구수녀원, 대구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2024-10-06

성 골롬반 외방 선교 수녀회 100주년 기념미사

전 세계 고통받는 지역을 찾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 수녀회가 설립 100주년을 맞이해 9월 28일 서울 돈암동 본원 경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아일랜드에서 공동창립자 존 블로윅 신부와 매리 패트릭 수녀에 의해 시작된 수녀회는 1924년 9월 29일 입회자들의 첫 서원으로 공식 창립됐다. 수녀회는 1955년 당시 광주지목구장 현 하롤드 대주교의 초대로 한국에 진출해 목포에서 성 골롬반 병원 등을 운영했으며, 현재 중국, 페루, 파키스탄 등 12개국에서 선교 활동 중이다. 기념미사를 주례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한국지부장 서경희(스테파노) 신부는 미사 전 “오늘 미사는 단지 지나온 과거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성령의 은혜 안에서 성령님께 온전히 취한 채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 여정의 축복이 되길 기도하고 경축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수녀회 한국지부 대표 이현경(베르나데트) 수녀는 감사 인사에서 “저희 골롬반 수녀들은 앞으로도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듣지 못한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과 은총을 따라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선교 사명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론 시간에는 수녀회 역사 설명과 전 세계 수녀회 활동을 담은 영상 시청이 마련됐다. 진행을 맡은 수녀회의 100주년 준비위원 이 애리사 수녀는 “우리가 이웃들과 함께해온 모습에서 수녀회 공동창립자 존 블로윅 신부님께서 강조하신 요한복음 13장 35절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이 저희 안에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례자들은 말씀의 전례 중 화답송으로 ‘Here I am Lord(주님 제가 여기 있사오니)’를 영어로 다 함께 불렀으며, 회헌 ▲34항인 선교 사명과 ▲37항인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신앙 공동체에 대한 내용도 낭독했다. 이어진 성찬의 전례에서 수녀들은 성경, 회헌, 심벌을 봉헌했다. 성경은 주님의 말씀을 나침반으로 삼겠다는 의미이며, 회헌은 수녀회 설립자들과 초창기 수녀들의 정신을 이어 복음적 정결·청빈·순명으로 삶을 투신하겠다는 다짐이고, 심벌은 세계 고통받는 곳에 하느님 나라를 전파하겠다는 뜻이다. 미사 후에는 100주년 축하연과 케이크 커팅식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사제들과 주한 아일랜드 대사 미셀 윈트럽, 돈암동본당 주임 전민배(미카엘) 신부 등 약 80명이 함께했다. ※ 선교 후원: 농협 026-01-093436 재성골롬반수녀회

2024-10-06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