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

교황청 시성부가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시복 추진에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승인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장애 없음’ 승인은 교황청 시성부가 검토한 결과 지역교회가 시복 대상자를 시복 추진하는 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김수환 추기경은 ‘하느님의 종’으로 불리게 된다. ‘장애 없음’ 승인으로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 추진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순교자가 아닌 김수환 추기경이 시복되기 위해서는 그의 영웅적 성덕을 인정받아 ‘가경자’가 돼야 한다.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 성덕의 명성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복 추진은 교회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지만, 교회 전문가들은 평신도들의 시복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복시성이 그 대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세에 있는 신자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황청 시성부도 ‘시성절차법’이 정한 절차의 이행 여부뿐만 아니라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교회 공동체의 열의도 시복시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에서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실천하고 널리 확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랑으로 용서하며 가장 가난한 이웃을 돌봤던 김수환 추기경. 그가 한 일은 교회의 사명이자 우리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나서야 할 일이었다.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이 보여준 성덕과 영성을 우리의 구체적인 삶으로 보여주고 끊임없는 기도로 그의 시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저출생 위기, 생명 문화로 풀어야

전 세계적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기를 꺼리는 추세를 고려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저출생 위기 상황은 극단적으로 심각한 지경이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이 돼야 함에도,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에 불과했다. 저출생이 가져오는 사회적 문제는 경제와 교육을 포함해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정부와 기업을 포함, 전사회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효과적인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약한다면 그 원인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 너무나 척박한 우리 사회 현실이 그 하나요, 생명 문화의 터인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다른 하나가 될 것이다. 자녀 출산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고 해도 양육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면 출산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생명을 낳아 기르는 일의 존엄함과 소중함을 소홀히 여긴다면 그 역시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기피할 것이다. 교회는 생명의 못자리로서 혼인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생명 문화를 진작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긴다. 우리가 고백하는 하느님은 생명의 하느님이시다. 따라서 가정 안에서 생명을 낳아 양육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은총의 선물이자 고귀한 의무다. 교회는 이러한 생명 문화를 일깨우는 일을 통해서 저출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교회의 모든 시설과 인력들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살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설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

교황청 시성부가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시복 추진에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승인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장애 없음’ 승인은 교황청 시성부가 검토한 결과 지역교회가 시복 대상자를 시복 추진하는 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김수환 추기경은 ‘하느님의 종’으로 불리게 된다. ‘장애 없음’ 승인으로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 추진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순교자가 아닌 김수환 추기경이 시복되기 위해서는 그의 영웅적 성덕을 인정받아 ‘가경자’가 돼야 한다.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 성덕의 명성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복 추진은 교회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지만, 교회 전문가들은 평신도들의 시복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복시성이 그 대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세에 있는 신자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황청 시성부도 ‘시성절차법’이 정한 절차의 이행 여부뿐만 아니라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교회 공동체의 열의도 시복시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에서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실천하고 널리 확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랑으로 용서하며 가장 가난한 이웃을 돌봤던 김수환 추기경. 그가 한 일은 교회의 사명이자 우리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나서야 할 일이었다.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이 보여준 성덕과 영성을 우리의 구체적인 삶으로 보여주고 끊임없는 기도로 그의 시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4-07-14
일요한담

오늘도 하느님 감사합니다

“넌 연기자로 안 돼. 다른 일을 선택해 봐.” 11살에 MBC 어린이 합창단을 시작으로 단역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20살에 KBS 드라마 ‘학교3’의 주인공을 맡을 때까지 내가 꾸준하게 듣던 말이다. “예술가는 술도 마시고 놀아보기도 하는 경험이 많아야 하는데, 넌 너무 모범생 마인드야.” “네가 엄청 이쁜 얼굴도 아니잖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하느님 도와주세요’라고 외칠 뿐이었다. 나는 연기가 좋았다. 한없이 못나 보이는 실제 내 모습을 숨기고 또 다른 내 안의 모습을 연기로 당당히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다들 내게 연기자는 안 된다고 하니 늘 속상하고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과 고민을 안고 꾸역꾸역 버티며 연기자 활동을 이어오던 어느 날, cpbc 라디오에서 연락이 왔다. “인혜씨,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시간 어떠세요? 어려운 이웃의 사연을 소개하고 청취자분들께 기부받는 프로그램 진행을 부탁드리려고요.” 지금 내 마음도 힘든데 힘든 이웃을 도와주는 프로그램 진행자라니…. 너무도 거절하고 싶었다. 그런데 불현듯 내 마음속 외침이 생각났다. ‘하느님 도와주세요.’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했던 내 괴로운 마음을 달래주시려는 하느님의 사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아름다운 사랑 아름다운 나눔’은 토·일요일 이틀 꼬박 진행해도 총 기부액이 몇백만 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이 나에게는 부담이 없게 다가왔다. 덕분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주어지는 사연에 진심만을 담아 내 방식대로 프로그램 진행을 할 수 있었다. 제작진들은 연기자라는 나의 장점을 살려 사연자의 감정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내레이션 파트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사연을 읽다 보면 때때로 목이 메이고 울먹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기부액이 2배, 3배, 5배까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다들 그만하라고 했던 내 연기를 이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하느님께서 내게 연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하신 이유가 여기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연기자로서 적합한 성격도, 뛰어난 외모도, 다양한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하느님은 내게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더 많이 이해하고 잘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특별하게 내려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보람과 감사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시작한 지도 벌써 6년이 흘렀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어려운 이웃들의 사연이 너무 기구하다 보니 진행하면서 우울해질 텐데 왜 임신해서도, 9개월된 갓난아기를 키우면서도 이 프로그램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지 말이다. 가정폭력, 심각한 화상 환자, 미혼모. 기구한 이들의 삶의 이야기가 내게 전혀 우울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 말 한마디, 내 내레이션 한번이 이들에게 또 다른 희망의 날을 불러오게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보이기 때문이다. 연기자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이제 더는 없다. 내 연기가 이렇게 좋은 일에 쓰일 수 있음에도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재능을 직업으로 주신 하느님께 오늘도 감사드린다. 글 _ 이인혜 데레사(배우)

2024-07-14
방주의 창

고통이 무엇이지?

한 수도자는 몸의 이상으로 몇 년째 요양 중이고, 한 사제는 치통을 심하게 앓고 있다. 한 자매는 석화된 쓸개 제거 후 회복기에 있고, 한 형제는 척추가 휘어서 치료 중이다. 이들을 동반하는 의사들은 의과대학 정원과 관련해 정부와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한스 가다머는 1900년에 독일에서 나서 2002년에 죽은 철학자다. 그는 100세 때 하이델베르크 의대에서 ‘고통’을 주제로 발표했다. 가다머는 4살 때 여읜 어머니 요한나의 예술적 열정과 종교적 연대를 물려받았는데, 화학자이자 약학자였던 그의 부친 요한네스 가다머는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61세에 폐암으로 죽기 직전, 22세 어린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고 하이데거를 스승으로 택해 교수자격 과정에 있던 아들을 염려했다. 그는 자기가 입원한 병원으로 하이데거를 오게 해서 물었다. “그 애가 이런 공부를 해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이데거는 답했다. “당신의 아들은 매우 탁월하며··· 그는 벌써 교수자격 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철학이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지 않은 그의 부친은 하이데거가 떠나기 직전에 다시 물었다. “당신은 진실로 철학이 삶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충분하다고 믿습니까?” 하지만 가다머는 그의 부친이 택한 자연과학 세계와는 다른 철학계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통합해 열어 간 해석학의 대가로서 수많은 사람에게 삶의 지혜와 충만을 매개했다. 1960년에 낸 「진리와 방법」은 존재 기반 해석학의 지평을 연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가다머가 100세에 이르러 신체적 ‘고통’과 관련해 의학자들 앞에서 말했다. “고통은 내게 나타나서 나를 덮치는 그러한 감정으로 우선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항상 이겨내야 하는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그 어떤 것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통은 마침내 우리에게 부과된 그 어떤 것을 해결하기 위한 아마도 아주 대단한 기회다. 인생의 가장 고유한 차원은 자신이 극복하지 못한 바로 그 고통 속에서 예감될 수 있다.” 이어서 그는 현대 의학이 주기 어려운, 고통 과정이 주는 명약에 관해 말한다. “여기서 또한 나는 기술시대의 가장 위험한 것을 본다. 즉, 기술은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해서 우리가 더 이상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반해 잘 해내서 이겨냈다는 기쁨, 그리고 결국 다시 건강한 느낌을 갖게 됐다는 기쁨이 있다. 잘 이겨내서 깨어 있고, 그 깨어 있음에 몰두했다는 기쁨은 자연이 우리의 손에 쥐여 준 가장 훌륭한 약품이다.”(「가다머 고통에 대해 말하다」, 공병혜 역, 현문사, 2019, 33쪽) 이 기술시대에 의학계는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고통을 경감시키거나 없애는 데 주력하는 면이 있다. 이것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그 엄청난 능력을 완전히 발휘해 다시 건강한 느낌을 갖게 되는 기쁨, 곧 ‘자연이 우리의 손에 쥐여 준 가장 훌륭한 약품’을 제거하는 결과를 낳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술 지배 패러다임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에서 우리를 고립시키고 온 세상이 하나의 ‘접촉 지대’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한다”(「하느님을 찬미하여라」 66항)고 말한 것과 상통한다. 가다머에게 고통은 자기가 자기를 살 수 있는 기회다. 고통은 삶을 건강하게 하는, ‘할 수 있다’는 생동감과 자신의 고유한 성취 능력을 다시 경험하게 하는 어떤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엄청난 힘들을 의식화하여 고통을 넘어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동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가다머 고통에 대해 말하다」 40쪽)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글 _ 황종열 레오(가톨릭꽃동네대학교 석좌교수)

2024-07-14
현장에서

희망을 찾는 방법

대전교구 관저동본당은 주일미사 참례자가 300여 명인 작은 본당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나마 있던 신자들도 돌아오지 않게 된 성당은 활력을 잃었다. 주임 박찬인(마태오) 신부의 사목적 목표는 신자 ‘숫자’의 회복이 아니었다. 복음이 주는 기쁨을 체험하는 곳을 만들고자 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가장 먼저 사제관 문을 열었고, 신자들이 본당 일에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게시판에 수입과 지출 현황을 공개했고 성당 내 시설 교체도 신자들의 투표로 결정했다. 미사 때는 복음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이미지를 첨부한 파워포인트로 강론을 진행했다. 본당의 모든 활동은 신자들을 향해 있었다. 취재를 위해 관저동성당을 찾은 날에도 미사가 끝난 뒤 몇몇 신자들이 사제관에 모여 있었다. 함께 점심을 먹고 주임 신부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평범한 일상 같지만, 그 시간 속에는 기쁨과 희망이 존재했다. 즐길 거리가 많아진 현대사회에서 종교를 찾을 이유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앙이 회복되지 않은 현실 앞에서, 교회가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고민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교회는 변해야 할까? 관저동본당은 변화를 꾀한 것 같아 보이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변화의 중심에 복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롭고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복음이 전하는 대로 실천했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하느님 나라를, 누군가는 예수님을 만났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복음이 기쁨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가치들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 지도 이미 알고 있다.

2024-07-14
사설

저출생 위기, 생명 문화로 풀어야

전 세계적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기를 꺼리는 추세를 고려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저출생 위기 상황은 극단적으로 심각한 지경이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이 돼야 함에도,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에 불과했다. 저출생이 가져오는 사회적 문제는 경제와 교육을 포함해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정부와 기업을 포함, 전사회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효과적인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약한다면 그 원인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 너무나 척박한 우리 사회 현실이 그 하나요, 생명 문화의 터인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다른 하나가 될 것이다. 자녀 출산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고 해도 양육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면 출산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생명을 낳아 기르는 일의 존엄함과 소중함을 소홀히 여긴다면 그 역시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기피할 것이다. 교회는 생명의 못자리로서 혼인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생명 문화를 진작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긴다. 우리가 고백하는 하느님은 생명의 하느님이시다. 따라서 가정 안에서 생명을 낳아 양육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은총의 선물이자 고귀한 의무다. 교회는 이러한 생명 문화를 일깨우는 일을 통해서 저출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교회의 모든 시설과 인력들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살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24-07-14
일요한담

김대건 신부, 한국의 성인을 넘어 세계의 성인이 되다

돌이 좋아 오로지 돌조각만 고집하며 50년이 넘도록 돌과 함께 살아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업장에 간다. 그곳에 가면 돌조각을 할 수 있어 즐겁기 때문이다. 1972년, 명지고등학교 1학년 때 유영교 선생님을 만나면서 망치질을 배우기 시작해 1975년부터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전뢰진 교수님께 돌조각을 배웠다. 이후 대리석 조각의 본고장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유학을 하면서 다양한 대리석을 공부하게 되었다. 조각의 재료는 돌, 철, 나무, 테라코타, 브론즈 등 다양하지만 작가와 특별히 궁합이 맞는 재료가 있는 것 같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조각이 탄생하려면 조각가와 재료, 작품의 형태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돌조각을 하는 작가는 참을성이 많고 끈기있고 성실해야 한다. 반면에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면이 있다. 성질이 급하거나 역동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는 돌 보다는 철이 잘 어울린다. 돌은 진솔하고 정직한 재료여서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한번 망치질하면 한번 망치질한 효과만 나타난다. 조각용 돌은 대리석, 화강석, 현무암 등 다양하고 대리석 종류만 수백 가지가 된다. 신경질적인 성격(Nero Belgium), 맑고 고귀한 느낌(Statuario), 텁텁하고 서민적인 성격(Traveritino), 귀티가 나는(Rosso Portugal),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은(Carrara Bianco), 자유분방한 아줌마 같은(Rosso Verona), 따뜻하고 화사한(giallo Siena) 느낌 등으로 분류된다. 돌을 조각하려면 조각하기 전에 돌을 완전히 파악해 돌의 결을 읽어내야 하며 돌과 대화하면서 타이르고 구슬러야 한다. 돌과 싸워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작업을 할 때는 먼저 머릿속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구상된 형태를 다양하게 스케치해 본다. 스케치한 것 중에서 하나를 골라 점토로 제작하고 완성된 점토가 마음에 들면 석고나 폴리로 캐스팅을 한다. 그에 어울리는 크기와 색상의 대리석을 찾아 조각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다. 대리석 조각을 하다 보면 무늬와 크랙이 대리석 속에서 나타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돌조각을 하는 작가들은 “사람의 속마음도 알 수가 없지만 대리석의 속은 더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얼굴이나 손과 같은 중요한 부분에 이상한 크랙이 나타나면 작업을 중단하고 다른 대리석을 찾아서 처음부터 다시 조각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런데 김대건 신부님 성상은 완성될 때까지 이상한 크랙이나 무늬가 나타나지 않았다. 완벽한 대리석이었던 것이었다. 미켈란젤로가 피에타를 제작할 때 사용한 대리석(Statuario)보다 더 좋은 대리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상의 대리석을 찾아서 성상을 무사히 완성하고 안전하게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기도와 김대건 신부님이 옆에서 항상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김대건 신부님 성상은 성 베드로 대성당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님 성상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를 가이드가 “갓”이라고 설명하면 외국인들은 “GOD?”이라고 되묻는다고 한다. 이제 김대건 신부님은 한국의 성인을 넘어서 세계의 성인이 되셨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하는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김대건 신부님의 담대하고 배짱 있으며 겸손하고 너그러운 심성을 배우고 본받기를 희망한다. 글 _ 한진섭 요셉(조각가)

2024-07-07
방주의 창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들

얼마 전 지역 내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부적응 청소년을 만났다. 현재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에 관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에도 은둔형 외톨이가 10만 명에 이른다는 KBS의 보도가 있었으며, 실제 학업중단 청소년의 15% 정도가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은둔 유경험자 중에서 약 40%가 ‘청소년기’에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는 수치를 통해(광주광역시, 2020) 잠재적인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 주변에도 일상생활에서 의욕을 잃거나 때로는 사회생활을 단념한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 중에서도 실제 위기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음에도 개인 상담 등을 통해 다양한 어려움(학교 폭력, 따돌림, 보호체계의 이상 및 부재 등)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은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기피 현상을 보이며, 심할 경우 연락이 두절되거나 회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분명한 이유 없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타인과 대화도 꺼리며, 인간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은 학업중단이나, 고립을 선택하는 등의 단계까지 이른다. 청소년기가 성인기에 요구되는 다양한 관계훈련을 하는 시기인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세상, 그리고 나를 마주하기에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이들이다. 그래서 은둔형 외톨이들에 대한 지원이 간절하다. 보건복지부가 고립·은둔 청년 8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 조사 내용 중 유의미한 것은 고립·은둔 청년 및 청소년 대다수는 ‘탈고립’ 의사를 뚜렷하게 드러냈으며, 적극적인 탈고립 시도를 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탈고립 시도 이후 다시 고립되는 비율은 45.6%다. 그 이유는 ‘돈과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고 지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가 가장 많았으며, 탈고립을 시도하지 않은 응답자 중에서는 ‘정보가 없어서’의 이유가 가장 많았다. 청소년기는 아동기 부모와의 의존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동등하고 상호적인 친구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을 배우는 시기다. 특히 다양한 측면에서, 급격하게 많은 변화를 겪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당면하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청소년기의 또래 관계와 사회적 관계, 경험은 앞으로 건전한 성인으로 성장하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은둔형 외톨이의 징후를 보이는 청소년을 초기에 발굴 및 개입했을 때 은둔의 장기화를 막고 성공적인 사회 복귀가 가능하지 않을까? 다행인 것은, 최근 정부는 위기 청소년 지원사업의 대상에 은둔형 청소년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청소년복지 지원법 시행령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결심을 하고 나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클 것이다. 이와 같은 불안감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안전한 지지체계와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 프로그램은 가장 필요하다. 은둔형 외톨이의 발생은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적 원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은둔 생활을 하는 이들, 은둔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이들을 조기에 발견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신앙인과 사회의 의무일 것이다. 우리 주위를 살펴 혹시라도 가까이에 있는 은둔 청소년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 되겠다. 글 _ 강성숙 레지나 수녀(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회)

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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