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는 7월 5일부터 12일까지 ‘제22기 청년도보성지순례’(이하 도보순례)를 개최했다.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시편 130,2) 주제로 열린 도보순례에는 봉사자 21명을 포함해 69명의 청년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교구 내 성지를 순례하면서 그 걸음을 주님께 봉헌하고,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을 기원했으며, 신앙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5일 교구청 지하 강의실에서 봉헌된 발대미사 강론에서 허현 신부는 “오늘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축일에 시작하는 도보순례는 김대건 성인으로 말미암아 퍼진 하느님의 씨앗인 우리들의 신앙을 확인하는 여정”이라며 “뙤약볕 아래 기도하며 걷는 도보순례가 여러분에게 기쁨과 은총,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보순례 둘째 날인 7월 6일 정오경, 청년들은 양근성지에 도착해 성지 전담 권일수(요셉) 신부와 순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청년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상 앞에서 권일수 신부의 축복을 받으며 각자의 신앙을 풍요롭게 채워나가길 기도했다. 권일수 신부는 도보순례자들에게 “순례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가운데 여러분 자신도 알아갈 것”을 권고하고 “예수님의 의연함과 성모님의 인내를 배울 것”을 당부했다. 무더위 속에서도 길 위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은 청년들에게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고, 지친 동료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여정은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번 도보순례는 수원교구청에서 시작해 양근성지, 마재성지, 구산성지, 남한산성성지, 수리산성지, 수원화성순교성지 등을 7박8일간 순례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청년들은 도보순례 여정 중 교구 내 20여 개 성당을 경유하며 정의·평화·사랑을 위해 기도했다. 특히 성당과 성지 곳곳을 순례하면서 순교자들의 신앙 열정을 이어받아 교회의 미래를 위해 믿음을 이어 나가며 기여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오는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간 열리는 단기 도보순례에는 40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교구 영성교육원에서 봉헌되는 발대미사를 시작으로 은이성지, 죽산성지, 미리내성지, 어농성지 등을 순례할 예정이다. 성기화 명예기자
수원교구 제1대리구 청소년국은 청소년들이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정기 희년을 맞아, 청소년들이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희망의 순례를 함께 걸어가도록 돕기 위한 ‘따로, 또 같이(가치)’ 프로젝트가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프로젝트는 청소년국이 제안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인증사진을 제출하면, 건수마다 기부금이 적립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모인 기부금은 성요한의 집, 성야고보의 집, 생명의 집, 모성의 집 등에 전달됐다. 3월에는 ‘성요셉 성월’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미션들이 제시됐다. 가족과 성지순례를 다녀오거나,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발을 씻겨드리는 등 가족과 함께하는 미션을 39명이 실천했으며, 이를 통해 200만 원이 기부됐다. 5월에는 성모 성월을 기념하며 새 생명과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미션이 이어졌다. 자연을 보고 하느님께 찬미 드리기, 환경 보호 실천, 감사 편지 쓰기, 부모님과 하트 모양 만들기, 장미꽃 선물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신앙 성장을 위한 미션도 동시에 진행됐다. 평일미사 후 십자고상 앞에서 사진 찍기, 감실 앞 성체조배, 성모상 앞 묵주기도 등이다. 이 기간 총 498명의 청소년이 참여해 500만 원이 기부됐다. 청소년국은 프로젝트 종료를 기념해 6월 22일 고등동성당에서 파견미사를 봉헌됐다. 두 달간 함께하며 더불어 사는 기쁨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이날 미사를 통해 하느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1국장 이재혁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는 피로하고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가 삶의 여정에서 ‘순례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면 ‘따로 또 같이’ 살아갈 수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홀로 그러나 함께’라는 신앙의 가치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파견미사에 함께한 모든 이가 상상력 넘치는 꿈을 품고,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어떤 인생의 순례길을 걸을 것인가’를 예수님의 꿈을 통해 바라보길 바란다”며 “비록 고되고 험한 길일지라도 그 여정 안에서 ‘희망’을 꼭 발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원교구 공도본당(주임 조남구 마르코 신부)은 7월 6일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본당 설립 25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본당 역대 주임신부들과 신자들이 함께해 본당 설립 25년을 축하했다. 미사 중에는 신자들이 1년간 바친 묵주기도 105만4644단을 봉헌했다. 신자들은 설립 25주년을 준비하고 새 성전 건립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정성스레 바친 묵주기도를 성모님께 봉헌했다. 본당은 2017년 설립한 역사 기록 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성당 역사를 정리한 본당 25년사도 미사 중 봉헌했다. 경기 안성시 공도읍에 자리한 공도본당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를 주보로 2000년 1월 25일 설립됐으며 현재 2044명의 신자가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고(故) 김봉기(마태오) 신부가 초대 주임 신부로 부임한 이후 현재 조남구(마르코) 신부가 10대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다.
“성지 해설사는 오래전 돌아가신 순교자와 현재의 순례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지 해설을 할 때면 늘 설레고 기쁩니다.” 이창원(바오로·수원교구 지동성당) 수원화성순교성지 순례해설단 단장은 성지 해설을 통해 순교자들의 영성을 전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3년째 해설 봉사를 하고 있다. “부인 직장과 가까워 7년 전에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미사를 드리고는 순교자 영성이 깃든 성지에 매료돼 매주 미사 참례를 왔어요. 저를 눈여겨보신 성지위원장 자매님이 독서를 권했고, 그 인연이 성지 해설까지 이어졌죠.” 수원화성순교성지는 수원유수부의 토포청(중영)이 있던 곳으로, 80여 명이 순교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서울과 가깝고 교통도 편리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관광하며 성지순례를 할 수 있다는 특색도 있다. “5월 한 달 동안 1200여 명의 순례객이 수원화성순교성지에 오셨어요. 바쁠 때는 하루에 5번 해설을 한 적도 있죠.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달빛 순례는 밤 10시에 끝나는 강행군이지만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순례자와 순교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죠.” 순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성지인 만큼 이 단장은 양질의 해설을 위해 교회사 공부에도 열심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 동인회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주관 교육에 참여하며 순교사와 신앙 선조들에 관해 배우고 있다. “순교자에 대한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그 영성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꾸준히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순례 해설을 하며 중간중간 순교자와 관련된 시나 노래를 함께 불러보기도 하죠. 고령 신자나 어린이, 예비신자 등 순례객에 맞춘 해설을 제공한다는 점도 차별점입니다.” 순례객들은 해설사의 입을 통해 신앙 선조의 신앙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단장은 해설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고 무게감 있게 뱉어낸다. 좋은 해설을 하기 위해 그가 빼놓지 않는 것은 기도다. “해설을 하고 1년이 지났을 때 제가 잘한다는 자만에 빠진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신부님께 해설을 더 잘할 방법을 묻자 ‘기도하라’는 조언을 들었죠. 그때부터 순례 해설은 제 힘이 아닌 영성의 힘으로 하는 것임을 깨달았고 순례 전 꼭 기도하는 습관을 갖게 됐습니다. 성모님이 함께해주시길 청하면서요.” 순교자를 순례객들과 함께 기억하는 여정은 이창원 단장에게는 기쁨이다. 그래서 그의 매일은 신앙의 기쁨으로 가득하다. “예수님을 기억하고 기도해야 우리 안에 현존하시듯 순교자들의 신앙도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순례객들이 순교자의 신앙을 기억할 수 있도록 저는 겸손하게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신앙 선조들이 박해를 받으며 고초를 당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마을, 경기도 용인의 ‘고초골.’ 이곳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직접 연관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성인이 사목하던 시절 방문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용인특례시는 고초골공소와 성인이 유년기를 보낸 은이성지 등 다섯 곳의 명소를 잇는 스탬프 투어 ‘청년 김대건의 길을 걷다’을 마련했다. 김대건의 길을 따라 걷기 위한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수원교구 제1대리구 원삼본당(주임 송영오 베네딕토 신부) 관할 고초골공소와 피정의 집을 찾았다. 되찾은 초가지붕으로 더 뚜렷해진 신앙 선조 숨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좁은 골목과 둔덕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고초골공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돌담 사이로 향토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마치 전래동화에 나오는 작은 마을 공동체에 들어선 듯 정겹다. 대부분 기와지붕을 얹은 집들이지만 그중 초가집 한 채가 눈에 띈다. 바로 옛 고초골공소다. 현존하는 수원교구 공소 중 한옥으로 지어진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공소로 현재는 경당으로 쓰인다. 최근 연 1회 있는 초가 복원을 막 마친 말끔하고 풍성한 지붕 아래로 세월의 흔적이 담긴 ‘고초천주교회(枯草天主敎會)’ 현판이 걸려 있다. 전통 가옥이지만 자세히 보면 한지 문에는 유리가 덧대어 있고 벽에는 소화 설비가 설치돼 있다. 대들보와 서까래에는 형광등도 달려 있는 등 실용성을 더해 개량된 모습이다. 이는 1891년 세워진 후 기와와 팔작지붕 등으로 개조되며 오랫동안 실제 교회 시설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이후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08호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교구와 용인특례시는 2023년 공소의 원형 모습을 최대한 살려 복원했다. 내부 제단의 감실대 등은 고가구로 갖춰 세월의 손길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둥마다 걸린 은색 주석 십자가의 길이 고풍스러운 나무와 어우러진다. 경당 바깥 왼쪽으로는 검은색 철제 종탑이 눈에 띈다. 인근 용암(용바위)공소가 폐쇄되면서 약 12년 전 이곳으로 옮겨진 것으로 지금은 공소의 명물이 됐다. 경당 오른편에는 청보라색 수국과 노란 나리꽃 사이로 루르드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마당 구석구석에 놓인 항아리들은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더한다. 정기적 피정 이어가며 옛 교우촌 구현 고초골공소와 피정의 집에는 교육관, 개인 피정의 집, 수도자·선교사 쉼터, ‘순교자 신안드레아의 집’, 관리동 등 각 용도에 맞는 공간들이 오밀조밀 마련돼 있다. 민가를 개량한 ‘라자로·마르타·마리아의 집’은 순례자들의 식사 준비 공간으로 썼다가 현재는 다른 용도로의 활용을 준비 중이다. ‘순교자 유군심 치릴로의 집’, ‘순교자 박바르바라의 집’이라는 이름의 정자는 순례자 쉼터로 쓰인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안내를 시작으로, 바위와 소나무에 기대어 있는 십자가의 길도 이색적이다. 2003년 원삼본당이 설립되며 피정의 집으로 용도가 변경된 고초골공소에는 전임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머물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 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2024년부터 송영오 신부의 특강을 재개했다. 현재 송 신부의 봄·가을 피정 프로그램은 교육관 혹은 경당에서 열린다. 올 하반기 가을 피정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9월 9일) ▲‘하느님은 어디 계십니까?’(9월 25일)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10월 14일) 등의 주제로 11월까지 이어진다. 피정은 오전 11시 미사로 시작해 점심 식사 후 특강으로 마무리된다. 개인 피정은 운영 준비 중이다. 순교자들의 덕, 마침내 공소로 꽃 피다 고초골은 1820년경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산중에 모여들면서 생긴 교우촌이다. 그러나 1866년 병인박해 때 이곳에 숨어 살던 신자들이 붙잡혀 순교하고 마을은 불타 없어졌다. 이때 끌려간 신자들 중 박 바르바라, 신 안드레아, 유군심(치릴로) 등 다섯 순교자의 기록은 「병인사적 박순집 증언록」, 「치명일기」, 「병인치명사적」에 수록돼 있다. 1886년 조선에 선교의 자유가 허락되자 이곳에 다시 신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1891년 기도와 집회 장소로 사용할 공소가 세워졌다. 고초골 교우촌 규모는 문헌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수원교회사연구소의 「상교우서」에 따르면, 공소 신자 수는 1900년 78명, 1924년 226명, 1937년 242명이다. 고초골공소에 대한 기록은 몇몇 사료에 남아 있다. 제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1854~1933)가 쓴 「뮈텔주교일기」의 서울 남부지역 사목 순방 기록(1902년 11월 11~17일)에 고초골공소가 등장한다. 뮈텔 주교는 이곳에서 신자들로부터 국수 대접을 받았다고 적었다. 또한 우리나라 세 번째 사제 강도영 신부(마르코·1863~1929)는 「서한집」 중 <주교님(뮈텔)께 쓴 편지>(1916년 2월 16일) 등 여러 서한에서 고초골공소를 언급했다.
수원교구는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을 맞아 6월 27일 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사제 성화의 날 행사’를 열었다. 앙상블 올랑의 현악 4중주 공연으로 시작한 행사는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의 강의와 성시간으로 진행됐다.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회칙인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 안에서 사제직 수행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회칙은 1장에서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 주교는 심장과 속마음 모두를 의미하는 ‘Heart’를 우리말 ‘얼’, 즉 참된 마음의 속살로 해석할 것을 권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을 통해 우리 현대인들은 우리의 이성적, 기술적 측면을 과장하거나 우리의 본능적 측면을 과장하는 행동 유형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심장을 위한 자리가 남아있지 않다고 지적한다”며 “그 원인으로 헬레니즘과 합리주의 그리고 관념주의, 물질주의를 지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와 오락,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삶은 심장의 자리가 사라진, 얼이 빠진 상태라는 게 강 주교의 설명이다. 강 주교는 “이런 시대일수록 예수 그리스도의 뜨거운 사랑과 온기를 전해 받을 수 있다면 우리 얼에 생기와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교황님은 말씀하신다”며 “그 방법으로 목요일마다 성체조배 시간을 갖는 것을 충실히 실천한다면 성체 안에서 우리는 육화된 말씀의 심장을 통해 인류를 극진히 사랑하셨던 하느님 사랑을 맛보고 흠숭하게 된다고 회칙을 통해 권고하신다”고 설명했다. 세속화된 교회에 대한 성찰도 당부했다. 강 주교는 “해마다 연말 연초가 되면 사목계획을 세울 때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 행사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왁자지껄하게 뭔가 바쁘게 돌아가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면 우리 본당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사업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착각”이라며 “오늘날 세상을 주름잡는 공리주의적 가치관이나 눈에 보이는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적 트렌드에 교회도 중독돼 세속화되는 경향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매우 우려하며 경고하신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강 주교는 사제 성화의 날을 보내는 교구 사제단에게 “예수 성심께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 강의에 이어 사제단은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거행된 ‘성시간’에 함께하면서 예수님의 인류를 향한 사랑과 수난 전날 밤의 고통을 기리며 성체 앞에서 깊이 묵상했다. 한국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에 따라 1995년부터 매년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을 ‘사제 성화의 날’로 지내고 있다. 이날은 사제들이 대사제인 그리스도를 본받아 복음 선포의 직무를 더욱 훌륭히 수행하는 가운데 완전한 성덕으로 나아가고자 다짐하는 날이다. 또한 교회의 모든 사람이 사제직의 존귀함을 깨닫고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水原華城)방화수류정 아래에는 아름다운 연못 용연(龍淵)이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7월, 버드나무와 연꽃잎의 푸른빛은 용연을 찾는 방문객에게 자연 속 휴식을 선물한다. 해가 지면 용연의 풍경에는 운치가 더해진다. 연못에 비친 달이 떠오르는 ‘용지대월(龍池待月)’은 화성의 절경으로 꼽힌다. 어둠이 깊기에 달빛은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기우제를 지냈던 용연에서 박해시기 신자들은 달을 보며 신앙의 자유를 간절히 빌었다. 어둠에 가려진 신앙이 달빛에 비쳐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랐던 기도는 2025년에 와 닿았다. 수원화성순교성지(전담 김승호 요셉 신부)의 ‘달빛순례’를 통해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기도는 신앙에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순교자와 함께 걷다 “내가 평소에는 진실되게 천주를 공경하지 못했는데, 오늘 주님께서 나를 부르셨으니, 이번에 끌려가 죽게 된다면 우리 주님과 성모님께로 가서 살겠소.” 6월 27일 오후 7시30분. 달빛순례는 수원 관아에서 순교한 하느님의 종 박원서 마르코의 신앙 고백을 들으며 시작됐다. 적색·백색·녹색순교를 상징하는 붉은색, 하얀색, 녹색 초를 봉헌한 22명의 순례객은 이날의 여정이 단지 순교자의 신앙을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임을 마음에 새겼다. 성지를 출발해 300여m 걸어 도착한 곳은 행궁동 마을정원. 정원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이 직접 디자인해 조성했다. 순교자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도착한 이곳에서 순례객들은 녹색순교의 의미를 생각하며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순례를 이어갔다. 장안문 순교터를 지나 화홍문, 용연, 방화수류정, 형옥터, 팔달문 순교터에 이르기까지 4km가량을 걸으며 순례객들은 곳곳에서 순교자들의 신앙과 마주했다. 장안문과 팔달문 순교터는 각각 하느님의 종 지 타대오, 심원경 스테파노가 순교한 장소다. 순례객들은 수원화성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이곳이 왜 순교터가 됐는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당시 모습을 회상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장안문과 팔달문에서는 수많은 신자가 공개 처형되어 순교했다. 천주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세상에 알리는 장소로 활용된 것이다. 달빛 머금은 용연에서 봉헌하는 ‘무명 순교자’ 위한 기도 오후 9시, 짙은 어둠 속에서 달빛이 드리운 용연은 그 아름다움만큼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복을 빌었던 이곳에서 신앙 선조들은 신앙의 자유를 빌었다. 지금처럼 밝은 조명이 없었던 당시에는 어렴풋한 달빛에 의지해 몰래 손을 모으고 한 손에 묵주를 들고 기도했을 신앙 선조들. 신앙을 지키기 위한 안타까운 노력을 기억하며 순례객들은 무명 순교자를 위한 기도와 사향가를 부르며 가장 오래 이곳에 머물렀다. 9시30분을 넘은 시간, 낮에는 사람들로 붐볐던 팔달문 시장은 적막하기만 하다. 시장 골목 끝에 모인 순례객들은 팔달문 밖 장터에서 모진 매질로 순교한 하느님의 종 심원경 스테파노·심봉학 부자를 기억하며 기도했다. 달빛에 의지해 화성의 성곽길을 오르고 개천을 건너는 여정은 녹록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길을 밝혀준 덕분에, 순례객들은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수원화성의 성곽길을 걷는 순례객들이 신기한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말을 걸거나 함께 해설에 귀 기울이기도 했다.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라 순례 중이에요”라는 말은 천주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순교자’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 이날 순례에 참여한 이수정(사비나·제1대리구 고색동본당) 씨는 “순교자들이 지나셨던 길을 함께 걸으면서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사형장으로 가셨을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며 “밤에 하는 순례라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감성적으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어서 더 뜻깊었다”고 말했다. ■ 수원화성순교성지 ‘달빛순례’는 수원화성순교성지는 수원화성의 중심에 자리한 순교성지다. 이곳은 조선 후기, 수원 유수부의 토포청이 있었던 군사적 요충지로 병인박해(1866~1873) 당시 순교기록에 남겨진 80여 명 외에도 무명의 많은 순교자가 토포청, 옥터, 성문 밖 장터 등에서 참수, 교수, 장살, 백지사, 옥사 등으로 순교했다. 2009년 9월 20일 순교성지로 공식 선포된 성지에는 조선 후기 순교자 17위와 근현대 순교자 3위 등 하느님의 종 20위의 시복시성과 무명 순교자를 위한 현양미사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봉헌되고 있다. 전국적인 박해가 시작되며 수원 유수부 관할 지역에서 붙잡힌 신자들은 수원화성에서 처형됐다. 순교자의 가족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이 되면 용연을 찾아와, 숨죽인 기도 속에 순교자를 기억하고 신앙을 기렸다. 이러한 역사를 기리기 위해 성지에서는 2008년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달빛 아래 신앙의 자유를 위해 기도했던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달빛순례를 이어오고 있다. 순례에 동행한 김승호 신부는 “2주 전 부임한 후 처음으로 달빛순례에 참여했는데, 순교가 단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해설사님의 말씀이 깊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봉헌하며 스스로를 포기하는 삶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순교로 이어졌듯이, 우리 역시 일상에서 순교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며 “주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오늘날의 순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창립 246주년을 기념하는 제47회 한국천주교회 창립 경축 미사가 6월 24일 수원교구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천진암성지(전담 양형권 바오로 신부)에서 봉헌됐다. 성지 대성당 건립 터 야외 제대에서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와 전임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를 비롯해 성사전담사제 김학렬(요한 사도) 신부 등 50여 명의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미사에는 15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미사 참례자들은 1779년 순수한 열정으로 진리를 탐구하며 이 땅에 신앙의 뿌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애썼던 창립 선조들의 모습을 되새기고, 그들이 보여준 교회 정신과 순교 정신을 마음에 아로 새기며 교회를 위해 살아가는 신앙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이용훈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우리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거룩한 땅은 246년 전 젊은 학자들이 강학을 통해 스스로 신앙 공동체로 발전시킨 한국천주교회의 발상지이며 탄생지”라며 “창립 선조들과 순교자들의 믿음으로 주님 구원의 신비를 이 땅에 드러내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순교자 정신으로 주님을 증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자”고 말했다. 또 “저는 교회법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교황님께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오늘 이 미사에 참석한 여러분에게 특별히 전대사를 수여한다”며 “고결한 믿음의 삶으로 주님을 알도록 이끌어 주신 창립 선조들을 현양하자”고 말했다. 성기화 명예기자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6월 25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됐다.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가 주관한 이날 미사는 6·25전쟁 75주년을 맞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평화의 순례길을 함께 걸어갑시다’를 주제로 마련됐다.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미사에는 민족화해위원회 봉사자를 비롯해, 민족화해 활동을 하는 시설·단체 관계자,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파티마의 세계사도직 회원, 북한에 고향을 둔 북향민 등 5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특히 이날 미사 중에는 북향민들이 독서, 예물 봉헌, 보편 지향 기도 등 전례봉사자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미사 중에는 6·25전쟁 당시 군종사제로 사목하다 수용소에서 세상을 떠난 하느님의 종 에밀 카폰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한국 전쟁의 예수, 에밀 카폰 신부를 아시나요?>를 시청했다. 참례자들은 영상을 통해 처참한 전쟁터 속에서도 온 삶을 다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에밀 카폰 신부의 일화를 되새기며 평화의 도구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문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시몬) 주교가의 ‘202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를 낭독하고 참례자들과 함께 묵상했다. 문 주교는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은 그 자체로 비극이었고, 폭력이었고, 파괴였고, 죽음이었다”면서 “악마들은 인간과 인간,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분열을 원하지만,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화해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신자들에게 “평화의 도구가 되자”며 “증오, 적개심을 버리고 용서와 화해를 통해 평화를 샘솟게 하고 평화의 강물이 흘러가도록 우리가 먼저 우리 삶 속에서 이러한 노력을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허현 신부는 “평화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에밀 카폰 신부님처럼 자신의 목숨을 바치며 평화를 위해 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서 “평화를 위해 이 미사에 함께 모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매일 오후 9시 주모경을 바치는 기도 운동에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북향민 허영희(알레나·제2대리구 와동본당) 씨는 “해마다 봉헌하는 미사지만, 이 미사 때의 기도가 여느 때의 기도보다 더 큰 힘이 되는 것 같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렇게 많은 분이 함께 기도하는 걸 보면서 언젠가 한반도가 하나 되고 평화를 이루는 날이 오리라 기대하게 된다”고 밝혔다.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수원역으로 예수님을 만나러 가요.” 매달 한 차례 수원역을 찾는 본당 공동체가 있다. 수원구 영통영덕본당(주임 백윤현 시몬 신부)은 지난 3년 동안 역 인근 노숙인을 위한 물품 나눔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 활동은 2021년 12월,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시작됐다. 당시 본당 전교 수녀의 제안으로 수원역 노숙인들에게 선물을 전하자는 취지였다. 현장 조사를 통해 약 50명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첫 나눔이 이뤄졌고, 현재는 70여 명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활동은 본당 사회복지분과(분과장 강혜숙 골롬바)의 주관으로 진행되며, 평일 미사 후 주임신부와 수녀, 신자 15명 내외가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검은색 바구니에 물품을 담아 차량에 싣고 수원역 일대 노숙인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바구니에는 “내가 너의 힘을 북돋우고 너를 도와주리라”(이사 41,10)라는 성경 구절이 적혀 있고, 안에는 속옷과 양말, 양치 도구, 컵라면 3개, 커피믹스 6개 등 간편식과 생활용품이 담긴다. 계절에 따라 담요, 쿨매트, 상비약 등을 추가로 준비하며, 물품 구입 비용은 매월 130만 원 규모의 본당 사회복지 예산과 신자들의 기부금으로 마련된다. 봉사자들은 수원역에서 만난 노숙인들과 날씨나 일상에 관한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필요한 물품이 있는지 직접 묻는다.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을 넘어, 사랑을 나누고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통해 자신들 또한 성장하고 있음을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가장 오랫동안 이 활동에 참여해 온 본당 사회복지분과 배도희(토마스 아퀴나스) 위원은 “개신교 단체들도 도시락을 나누고, 지자체에서도 관련 시설을 마련하는 등 물리적 지원은 예전보다 다양해졌지만 3년 전보다 삶의 의지와 자존감을 잃은 노숙인들이 많아진 점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백윤현 신부는 “우리 사회 구조나 행정 체계상,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지 않으면 만나기도,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며 “지역사회가 미처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찾아가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 역시 공동체의 일원이며, 그들을 수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당은 노숙인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꾸준히 찾아 다양한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달 한 차례 독거노인을 방문해 밑반찬을 전하며 위로하고, 예수의 카리타스 수녀회가 운영하는 ‘애덕이네’에는 반찬을, 우만동의 어려운 이웃에게는 기저귀 등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저는 성우회 활동을 봉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신부님들을 만나며 제가 받은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죠.” 6월 19일 열린 성우회 40주년 기념 미사 후 감사장을 받은 서한숙(소화데레사·71·수원교구 서둔동본당) 씨는 “38년간의 성우회 활동은 제게 큰 기쁨이었다”고 전했다. 교구 원로 사목자들을 후원하고 있는 성우회는 1985년 6월 10일 설립됐다. 당시 교구는 사제가 많지 않아 사제 양성을 돕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이후에는 원로 사목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로 자리를 잡았다. 서 씨는 1987년 무렵, 이순자 성우회장과의 인연으로 회원이 됐다. “1980년대 당시 은퇴 신부님은 네다섯 분 정도였지만, 회장님께서는 앞으로 사목 일선에서 물러나시는 신부님이 많아지면 그분들을 돌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고민할 것도 없이 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30여 년을 활동하게 되었죠." 서 씨가 흔쾌히 성우회원이 된 것은 어린 시절 만난 신부님에 대한 따뜻한 기억 때문이었다. “안동교구의 작은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했을 때 주임이셨던 나성도(아르멜) 신부님께서 늘 제 손을 잡고 딸처럼 데리고 다니셨어요. 아버지를 일찍 여읜 제게 신부님은 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사랑을 주셨습니다.” 현재 교구 원로 사목자는 53명. 서 씨가 성우회에서 하는 주요한 활동은 수시로 신부들에게 안부를 묻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오히려 신부님들이 저희에게 더 많은 것을 주십니다. 안부 전화를 드리면 늘 기쁜 목소리로 저희를 반겨주시고, 좋은 곳 함께 가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저희에게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 주십니다.” 성우회 활동을 하며 만난 신부들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삶은 서 씨가 신앙을 다잡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사목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교구민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사랑을 아끼지 않고 있는 원로 사목자들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목하실 때는 많은 신자와 활발히 교류하셨던 분들이 은퇴 후 외롭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우회 활동을 그만둘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더 많은 신자가 원로 사목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성우회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우회에서 반평생 봉사하며 서 씨가 얻은 은총은 감사함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우회 활동을 했던 제 38년은 감사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미사 중 아기 울음소리가 성전 안에 퍼졌다. 제대 앞자리에 앉은 엄마는 아기띠로 아이를 안은 채 조심스레 달랬고, 아이가 성전 한쪽 통로를 자유롭게 오가자 아빠는 조용히 뒤따르며 아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제지하거나 눈치를 주는 이 하나 없이,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받아들였다. 성전 맨 앞에는 유모차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수원교구 제1대리구 원천동본당(주임 김창해 요한세례자 신부)은 6월 21일 두 번째 ‘어부바미사’를 봉헌했다. 어부바미사는 5월 처음 시작됐으며, 이후 매달 한 차례 토요일 청년미사를 이 미사로 대체해 봉헌하고 있다. 미사는 영유아를 둔 청장년 세대가 유아실이 아닌 성전 앞자리에서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간이다. 청년회에서 활동하던 한 신자가 결혼과 육아로 인해 미사 참석이 어려워진 현실을 겪으면서 직접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로 본당의 30·40세대 청장년층은 청년회 활동에서는 물러났지만 아직 사목회나 본당 단체 참여에는 거리감을 느끼는 이른바 ‘낀세대’로, 결혼과 육아, 생계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신앙 활동이 단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규영(대건 안드레아·41) 청장년회장은 “30대부터 청년회에서 활동했지만, 40대가 되니 20대 청년들과는 자연스레 거리감이 생겼다”며 “결혼을 했거나 아이가 있는 이들, 혹은 미혼인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청장년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 후 성당에 잘 나오지 못하거나 육아로 미사 참례가 어려운 청장년층이 마음 편히 올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이 특별한 미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어부바미사라는 이름조차 필요 없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미사에 참례한 하용현(가브리엘) 씨는 “청년회에서 활동하다 결혼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성당에 나오기 어려웠고, 주로 유아실에서 조용히 미사를 드렸다”며 “이제는 성전 앞 가까이에서 아이와 함께 미사에 참례할 수 있어 좋고, 본당 공동체가 함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본당 보좌 김준교(스테파노) 신부는 “어부바미사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아지면서, 청장년층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이 미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그들만의 찬미 방식이라 생각하며, 공동체가 함께 이해하고 품어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원천동본당 사례처럼, 영유아를 동반한 신자들이 성전 안에서 함께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배려하거나 낀세대 맞춤 사목을 시도하는 본당은 차츰 늘고 있다. 제1대리구 동탄송동본당은 2024년 12월부터 어부바미사를 매달 마련하고 있으며, 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 ‘마루’와 서울대교구 묵동본당 ‘요셉회’ 등의 단체들은 청장년 사목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