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기도를] 가톨릭푸름터 설립자 양 수산나 여사

사도직 협조자이며 대구대교구 가톨릭푸름터 설립자인 양 수산나(Susannah Mary Younger) 여사가 9월 10일 선종했다. 향년 88세. 고인의 장례미사는 9월 12일 오전 10시 대구대교구 대봉성당에서 봉헌됐다. 장지는 가톨릭 군위묘원. 1936년 6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출생한 양 수산나 여사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신앙에 따라 가난한 이웃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한 여사는 한국SOS어린이마을 초대원장 하 마리아(Maria Heissenberger·1930~2020) 여사와의 인연으로 1959년 당시 대구대교구장 서정길 대주교(요한·1911~1987)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입국했다. 사도직 협조자로서 교구의 목적에 따라 봉사하며, 특히 대구지역 여성 사회복지의 효시로 꼽히는 가톨릭여자기술원(현 가톨릭푸름터)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또 1964년에는 가난한 하양 지역 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무학산 중턱 100만㎡를 개간해 유럽식 목장인 무학농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후 여사는 가톨릭푸름터 고문으로 활동하며 2010년 4월 대한민국 영주권을 취득했고, 이듬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구광역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2020년에는 정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대구대교구는 2019년 12월 여사의 한국 도착 60주년을 기념해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감사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헌혈유공장 금장 받은 군종교구 이현선 신부

“대가 없는 나눔의 기쁨을 느껴보면, 분명 그 따뜻한 나눔은 더 많은 사람에게 기쁨이 되어 전해질 것입니다.” 이렇듯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나눔이 사람들에게 더 큰 기쁨으로 울려 퍼지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무려 50회 헌혈해 온 군종교구 해군 동해본당 주임 이현선(데니스) 신부는 9월 2일 그 공로로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금장을 받았다. 이런저런 조건 때문에 생각보다 헌혈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 이 신부는 “꾸준히 헌혈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많은 손길 덕분에 많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따뜻한 나눔을 할 기회가 주어졌음에 자신이 오히려 특별한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 신부는 고등학생 시절 헌혈 버스를 통해 헌헐을 시작했다. 체중 및 건강 상태 때문에 헌혈하고 싶어도 못 하는 친구가 많았지만, 당시 건강했던 이 신부는 헌혈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첫 헌혈을 했다. 실천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학교 졸업 후 신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이 신부에게 피를 나누는 것이란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가는 실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매일 바치는 미사 속에서 당신 몸과 피를 나눠 주시는 주님을 어떻게 닮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외출 중 우연히 헌혈의 집을 발견해 헌혈하게 됐고, 그 실천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예수님처럼 ‘나눠지는’ 실천은 이 신부를 더욱 열의로 불타오르게 했다. 언제든 피를 내어줄 수 있도록 몸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신경 쓰게 됐다. 그 노력으로 2017년에는 조혈모세포 기증을 할 수 있었다. “기증받는 사람과 기증자가 극적으로 이어지더라도 기증자의 건강이 허락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된다는 걸 알게 돼 더욱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고 이 신부는 고백했다. 이 신부는 “헌혈뿐 아니라 나눔은 그 무엇이든 실천하는 데 본질이 있다”고 말했다. “머리숱이 많고 모발이 굵은 편”이라는 그는 “상황이 허락된다면 소아함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도 실천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같은 의미에서 군종사제가 되기 전 기증을 위해 머리를 조금 기르던 때도 있었다. “나눔은 실천과 함께 물꼬를 튼다”는 이 신부. 그는 끝으로 “대가를 바라며 나눔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괜찮다”며 “그 실천이 씨앗이 되어 삶에서 앞으로도 자신도 모르게 기쁜 마음으로 나누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가를 받기 위해 헌혈하는 장병도 있을 테지만, 그 시작이 어떻든 영혼은 나눔을 행했을 때의 기쁨을 기억한답니다. 그 기억이 전역 후에도 헌혈 등 여러 나눔에 기꺼이 나설 원동력이 되리라고 믿어요.”

2024-09-15

정순택 대주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접견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9월 6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접견하고 환담했다. 정 대주교는 “지난 1월, 비대위원장이실 때 인사를 나눴고, 당대표로 다시 뵈니 반갑다”면서 “큰 책임을 맡게 되셔서 어깨가 무거우시겠지만 잘 해내시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이어 “지난 9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시고 ‘정쟁 중단을 대국적으로 선언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정치개혁 비전에 대해서 합의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신 걸로 들었다”면서 “국민 모두가 협력과 대화의 정치를 기대하고 있어 좋은 발걸음을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많이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면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양당이 대화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 대주교는 또 “의정 갈등이 오래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고 여러 가지 구체적인 희생이 발생하면서 어떤 형태의 새로운 타협과 모색이 필요한데 ‘여야의정 4자 협의체’ 제안은 새로운 물꼬를 트는 방법이며 국민 모두 기대감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고 “국익을 생각하는, 당파적인 갈등과 대립은 지양하고 (양당이) 협력하고 대화하는 정치를 펼치길 기대하고 또 기도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매달 기도지향 주제를 정하시는데, 지난 8월에는 정치 지도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청하시고 ‘정치가 모두의 공동선을 지향하는 것이고 가장 고귀한 형태의 사랑 중 하나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여야 간 대립이 아니라 양보하고 합의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대표님께서도 ‘국민의 마음을 더 헤아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면에서 국민 모두의 선익을 지향하는 정치를 펼쳐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 대표는 “그런 정치인들이 없던 것 같은데, 그만큼 (선익을 지향하는 정치가) 목표가 아니었던 적도 없는 것 같다”면서 “부족하지만 말씀 주신대로 한 발 한 발 가보겠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아울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함께 요청했다.

2024-09-15

정순택 대주교,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 접견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9월 4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을 만나 20여 분 환담했다. 정 대주교는 “지난 3월 서울경찰청장으로서 만나 뵙고 6개월 만에 다시 뵙게 돼 더 반갑다”면서 “더욱 막중한 임무를 맡아 부담이 크시겠지만, 많은 일들을 잘 해내시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정 대주교는 “세계청년대회는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청년들도 함께할 수 있는 전 국민적인 축제의 장”이라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경찰 측의 긴밀한 협조와 관심을 요청했다. 이어 “2027년 여름, 전 세계 100만 명 젊은이들이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에서 ‘교구 대회’에 참가한 뒤, ‘본대회’ 참여를 위해 서울에 모일 예정”이라고 말하고 많은 인원이 밀집할 것을 대비한 안전 계획 수립을 제안했다. 조 청장은 “경찰에서도 세계청년대회를 대비해 요청하신 것 이외에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경찰의 친근한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는 교구 사무처장 정영진(도미니코)신부, 경찰사목위원장 김형균(스테파노) 신부, 경찰청 김병우 경무인사기획관, 김준석 경무과장 등이 배석했다.

2024-09-15

“어린이들도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어요”

아이돌 가수 ‘스트레이 키즈’의 노래를 듣고 춤을 따라 추며 친구들과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는 12살 한제아(클라라) 양. 여느 초등학생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던 제아 양은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으로 참여해 지난 5월 기후 헌법소원 최후진술문을 들고 헌법재판소 앞에 섰다. 친구들과 노는 대신 헌법재판소와 기자회견을 쫓아다녀야 했던 시간이 12살 아이에게 버겁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제아 양은 “사촌동생 아윤이가 나중에 컸을 때 좋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소송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기후변화를 겪으며 어른들은 “이제 어쩔 수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때, 제아 양은 자신보다 더 작고 어린 동생을 위해 실천하길 택했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 19명에서 시작된 기후소송에는 시민단체, 정당을 비롯해 2017년 이후 출생한 아기와 20주차 태아, 6~10세 어린이로 구성된 아기기후소송단도 함께했다. 이들은 정부의 탄소중립기본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청소년, 어린이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2022년 당시 10살이었던 제아 양은 아기기후소송단의 맏이로 동생들을 대신해 탄소중립기본법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알렸다. “저는 10살 때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줄어들고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면 알수록 제 미래가 위험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이 소송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른들은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지만 어린이들은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이 소송에 참여한 것이 미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유일한 행동이었습니다.” 기후대응에 있어서 나 하나의 노력은 무의미하다는 비관적인 목소리 속에서 제아 양은 희망을 찾고자 노력했다. 희망이 있다는 믿음은 아이가 “함께 지구를 살리자”고 세상에 나오는 원동력이 됐다. “한 영화제에서 ‘기후재판 3.0’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힘을 모아 탄소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면 지구 온도를 천천히 올라가게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내버려두면 7℃가 더 올라간다는 내용이었어요. 함께 노력하면 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8월 29일 헌법재판소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8조 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제아양 을 비롯해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탄이 됐다. “판결을 듣고 제일 먼저 사촌동생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여태까지 노력했던 게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소송을 청구한 뒤, 매일 밤 성호경을 긋고 “기후소송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는 제아 양은 “하느님이 소송에서 이기도록 도와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며 “가족, 친구, 동물 등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고자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9-15

“나를 내어줌, 군인이자 사제라는 사명감으로 한 일”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를 위해 나를 조금이라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군종교구 화랑본당 주임 박현진(마르코) 신부는 이렇듯 “자신의 건강을 나눠줌으로써 생명이 위태로운 이웃이 희망을 찾게 된다면 오히려 자신에게 축복”이라는 마음을 고백하며 8월 22일 한 혈액암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5월 유전자 형질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는데 그에게 기증하겠느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 박 신부는 주저하지 않고 응낙했다. 박 신부는 신학생이었던 2015년 일찍이 서울대교구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에 동참해 기증을 서약했다. 그동안 헌혈에도 30회 이상 동참했다. 현재의 박 신부는 군인의 일과에 따라 매일 체력 단련을 하는 건강한 군종사제이지만, 건강하지 못한 어려움이 어떤 건지 알기 때문에 기꺼이 마음이 움직였다. “입학 후 꾸준히 운동하며 지금처럼 건강해지기 전에는 나도 큰 키에 비해 적은 체중, 갑상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박 신부는 고백했다. 다른 기증자가 나타나길 바라며 손을 뿌리칠 수 있지는 않았을까. 채취 과정에 대해 퍼져 있는 부정적 선입견에 대해 박 신부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전자 형질이 일치하는 기증자가 나타날 확률이 대략 2만분의 1에 남짓함을 알기에 그는 용감해졌다. “그 환자분은 하느님께서 제가 도와줄 수 있도록 보내 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인이자 사제로서의 사명감이었습니다.” 먼저 기증을 위해 4일간 하루 한 차례씩 두 팔에 조혈모세포 증식 주사를 맞아야 했다. 그에 따라 몸살 비슷한 증상이 와 불편감에 진통제를 먹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1주일 후 병원 침상에 5시간30분가량 꼬박 누워 채혈해야 했다. “제 경우에는 피가 잘 나오게 하기 위해 계속 팔에 힘을 줬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해야 했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다”고 박 신부는 말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 그렇게 힘든 노력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또 사활의 문제 앞에 절박한 누군가를 때마침 내가 도울 수 있는 경우를 우리가 과연 살면서 얼마나 마주치겠어요. 나의 믿음이 곧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기쁨만으로도 감내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말이 아닌 몸으로 실천해 보일 수 있었던 이 경험은 박 신부에게 성장을 안겨주기도 했다. “어떤 삶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묻어나는 삶인지, 장병과 신자들에게 실천의 용기를 줄 수 있는 사제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지 가슴에 와닿았다”는 고백대로다. 사람들에게 ‘영’(마음)을 나눠주는 군종사제의 역할을 넘어 ‘육’(건강)까지 나눠준 박 신부. 그는 끝으로 “다음에도 기증 기회가 있으면 기꺼이 화답할 것”이라며 “건강한 사람이라면 편견을 버리고 기증에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제로서 보여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모범이 됐길 바랄 뿐입니다. 크든 작든 희생으로써 누군가에게 생명을 주는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희망으로 울려 퍼지는지 체험할 수 있을 거예요.“

202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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