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칭대교구 ‘성 베드로 성당’ 봉헌

[UCAN] 말레이시아 쿠칭대교구 ‘성 베드로 성당’(St. Peter’s Church)이 6월 29일 봉헌된 후 지역사회 종교·사회 지도자들로부터 종교적 다양성과 조화를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칭대교구는 말레이시아에서 그리스도인이 다수를 이루는 사라와크주에 위치한다. 아방 조하리 툰 오펭 사라와크주지사는 아마르 더글러스 우가 엠바스 부지사가 대독한 성 베드로 성당 봉헌 축하 메시지에서 “성당은 다종족, 다종교가 조화를 이루는 사라와크주의 고유성을 반영해 살아 숨 쉬는 일치를 드러낸다”며 “기도와 묵상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사라와크 주민들의 포용성과 비전, 깊은 신앙을 보여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라와크주에서는 상호 존중과 평화로운 공존은 단순한 슬로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면서 “성 베드로 성당은 사라와크주의 전통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틀림없이 몇 년 안에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봉헌식을 주례한 쿠칭대교구장 포훈셍 대주교는 “성당은 이미 주변 종교적 랜드마크와 함께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쿠칭 지역의 종교적인 조화와 우정, 선의를 더욱 돈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 베드로 성당은 이슬람 모스크, 힌두교 사원, 성공회 성당, 중국 불교 법당과 나란히 위치해 있다. 포 대주교는 “성 베드로 성당은 종교 간 일치의 기둥으로서 가톨릭 공동체를 상징하고, 미래 세대에게도 축복이 된다”면서 “사라와크주 정부가 종교 간 협력을 증진하는 기구인 ‘타 종교들을 위한 연합체’(The Unit for Other Religions, UNIFOR)를 만들고 지원해 주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7년 설립된 ‘타 종교들을 위한 연합체’는 말레이시아에서 주 정부가 이슬람 이외의 종교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유일한 기구다. 포 대주교는 “연합체는 행정적인 조직체를 뛰어넘어 사라와크주의 윤리적 리더십과 평화를 위한 헌신을 상징한다”며 “다른 지역에서 종교적인 갈등이 분열로까지 이어질 위험성이 있을 때, 연합체의 존재는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고 말했다. 성 베드로 성당 건축에는 총 3800만 링깃(미화 900만 달러)이 들었다. 건축비는 기부금과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련했고, 타 종교들을 위한 연합체는 300만 링깃을 지원했다.

美 생명운동 단체, ‘임신중절’ 예산 철회 촉구

[외신종합] 수천 명의 미국 생명운동가들이 6월 28일 미국 전역에서 낙태 관련 예산의 전면 철회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생명운동 단체 ‘라이브 액션’(Live Action)이 ‘예산 철회의 날’(Defund Day)이라는 이름으로 주도했다. 단체 설립자 릴라 로즈는 “이번 시위는 풀뿌리 운동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국민 세금 8억 달러가 투입되는 연방 차원의 낙태 지원 예산을 삭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즈는 “낙태 예산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미국 48개 주에서 평화로운 방식으로 200군데 이상의 시위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낙태 지원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을 철회시키는 것은 국가적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년 수십만 건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용한 뒤 “의회는 낙태 지원 예산을 철회할 기회를 맞이했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하원과 상원의 다수 공화당 의원들과 행정부가 낙태 지원 예산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상황을 전했다. 미국 생명운동가들은 낙태 예산 지원이 궁극적으로 철회된다면 단지 1년 동안만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철회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즈는 “예산 철회가 낙태 건수를 감소시킬 것이지만 우리의 주된 목표는 낙태를 종식시키고, 태아를 법적으로 완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라며 “낙태 종식을 위한 정치적 합의구조를 형성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라도, 우리는 10년 안에 이 목표를 이룰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7면

[글로벌칼럼] 성직자들에게 다정하고 단호한 레오 14세 교황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앞두고 교황청은 주교와 사제, 신학생들을 위한 특별 희년 행사를 마련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들과 직접 만나 각자의 성소를 격려했으며,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에는 새 사제들을 서품하기도 했다. 사제의 길을 준비하는 젊은 신학생들이 진정으로 ‘성직’에 참여하도록 돕는 일은 교회에 있어 매우 복잡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레오 14세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종종 낙담하고 소외감을 느껴온 신학생들과 젊은 사제들의 세대를 이어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성직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젊은 남성 성직자들에게 가혹한 비판을 가하곤 했으며, 때때로 그 언행은 무자비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주의를 교회의 ‘암’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옳은 지적이었다. 그는 ‘섬김’의 소명을 받은 이들이 하느님의 백성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꾸짖고 고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는 의도만큼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는 이들이 고집스러워서라기보다, 그런 질책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오늘날 교회에는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성적으로 건강한 사제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들은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존재들이다. 하지만 만약 교황과 성직자들 특히 젊은 세대 간에 불화가 존재한다면, 이는 교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하나의 도전이자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이어진 신학생 및 젊은 사제들과의 만남에서, 그는 이러한 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탁월한 감수성과 진심 어린 태도로 이를 풀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록 재위 초반에 불과하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12년간 추진해 온 교회의 사목적 비전을 되돌릴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임자와 같은 길을 걷되, 훨씬 덜 극적이고 덜 충격적인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새 교황은 교회를 보다 선교적이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을 중심에 두고, 더 시노드적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 교회 지도자들에게는 겸손과 가난의 삶을 요구하는 그의 기조 역시 변함이 없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내용이기도 하다. 다만 눈에 띄는 차이는 어조, 리듬, 언어의 스타일이다. 이것이 젊은 성직자들을 협력자로 이끄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비록 성직자들이 하느님의 백성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지만, 그들은 교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이다. 교황이 제시하는 비전과 사목적 우선순위는, 성직자들이 존중받고 격려받는다고 느낄 때 더 잘 뿌리내릴 수 있다. 반대로, 그러한 관계가 결여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한 시노달리타스 프로젝트는 젊은 성직자들과의 긴장된 관계로 인해 큰 제약을 받았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들과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 신뢰를 조성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를 한층 더 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만남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많은 신학생과 젊은 사제가 여전히 여러 면에서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들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젊은 세대가 감정적으로 성숙하고 자기 절제력을 갖춘 남성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전임 교황과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훨씬 부드럽고 공감 가는 언어로 위선과 이중생활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세대가 연약하고, 연민과 이해, 부드러운 말에 더 마음을 여는 이들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전임 교황 못지않은 단호함을 갖고 있으며, 아마도 더 체계적이고 질서 있게 그 단호함을 드러낼 것이다. 긍정적인 징후는, 전통주의 성향의 젊은 성직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레오 14세 교황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임 교황이 교회의 오랜 전통과 의전을 무시했다고 느꼈다. 반면 새 교황은 프란치스코가 배제했던 일부 의전과 복식을 다시 도입했으며, 이에 젊은 사제들은 기쁨을 표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따뜻하고 소박한 성품을 지녔지만, 교황직의 권위와 형식을 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가 프렌치 커프스 셔츠를 입거나 고전적인 디자인의 십자가를 착용하는 단순한 행위조차, 젊은 사제들에게는 위로와 안정감을 주고 있다. 이는 아마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진 개혁의 공을, 조금 더 멀리 나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8면

日 주교단, “핵무기 완전 폐기 요청” 성명서 발표

[UCAN] 일본 주교단이 성명을 내고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호소했다. 일본 주교단은 전 세계 핵무기의 완전 폐기를 요청하며, 자국에 투하된 핵무기 피해 생존자들이 겪은 고통을 환기시켰다. 6월 17일 자로 작성된 성명서는 20일 일본 주교회의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일본 주교회의는 “우리가 핵무기 폐기를 강력히 요청하는 이유는, 전쟁에서 실제로 핵무기를 경험한 유일한 나라의 주교들이기 때문”이라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주민들, 그리고 피해 생존자들이 겪은 고통과 무거운 역사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약 14만 명이 사망했고, 사흘 뒤 나가사키에 떨어진 또 다른 원자폭탄으로 7만4000명가량이 희생됐다. 일본 정부는 올해 이 비극의 80주년을 맞아 관련 행사를 기념하고 있다. 국제핵무기폐지캠페인(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 ICAN)에 의하면, 핵무기 피해 생존자들이 받는 고통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고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일본 주교단은 “많은 이가 여전히 후유증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모든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인간의 존엄성과 하느님께서 선한 뜻으로 창조하신 세계를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핵실험과 우라늄 채굴로 인한 피해자들의 존재도 기억해야 한다”며 “이들의 존재는 핵 피해를 바라보는 보다 넓은 시야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보유, 사용은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단언하고, “핵 억지력 개념은 효과적인 분쟁 해결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세상을 핵전쟁 위험으로 몰아넣는다”고 비판했다. “무력을 국가 간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고 전한 일본 주교단은 “대화를 통한 평화 정착과 모든 사람의 생명과 존엄성 존중을 위해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요청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 주교단은 핵무기 폐기를 위해 네 가지 방향에서 활동을 이어갈 것도 약속했다. 첫째, 핵무기의 비인간성을 세계에 알리고, 둘째, 폐기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활동에 협력하며, 셋째,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지지하고 일본 정부에 비준을 요청하고, 넷째, 평화 교육과 인식 개선을 통해 다음 세대에 평화의 가치를 전하겠다는 내용이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8면

교황, 사제들에게 “예수님을 친구로 받아들이며 기쁘게 살라” 당부

[로마 CNS] 레오 14세 교황이 사제들에게 기쁘게 살면서 예수님을 친구로 받아들일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6월 26일 로마 교황청 인근 ‘화해의 강당(The Conciliazione Auditorium)’에서 열린 사제들을 위한 희년 행사에 참석해, “사제가 예수님을 진심으로 믿고 친구로 받아들이는 기쁨을 체험한다면, 그 기쁨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는 말씀을 바탕으로 ‘행복한 사제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를 주제로 열렸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은 교황을 환영하며 “진정으로 행복한 사제야말로 최고의 복음 선포자임을 알기에,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에 교황은 사제들의 박수에 화답하며 “희년의 정신 안에서, 행복한 사제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함께 증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제의 기쁨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친구로 부르시고 그렇게 여겨주시는 데서 비롯되며, 이는 우리가 감사와 책임감으로 받아들여야 할 은총”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사제직을 이해하는 열쇠”라며 “사제는 주님의 친구로서 인간적이고 신앙적인 관계 안에서 주님과 함께 살아가도록 부름받았고, 말씀과 성사, 일상의 기도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교감은 성직 수행과 독신 생활의 영적 기반이며,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힘의 원천”이라며 “그리스도와의 친교를 통해 고난의 시기를 견디고, 처음 성소에 응답했던 ‘예’를 날마다 새롭게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발표한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우리의 성소는 예수 그리스도의 열렬한 사랑에서 시작되며, 우리가 변화되기를 바라는 그 열망 또한 은총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또한 “신앙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들, 특히 젊은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도 무한함과 구원에 대한 갈망이 있다”며 “우리는 예수님의 복음을 용기 있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전하는 사명을 통해 선교의 원동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목 활동 중에도 주님의 양 떼를 돌보고 흩어진 이들을 모으며, 상처 입은 이들 앞에 무릎 꿇고, 용기를 잃은 이들을 돕는 이는 바로 주님이시다”라고 전하며, “그분의 모범을 따라 살아갈 때, 우리는 신앙적으로 성장하고 우리의 성소를 충실히 증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감사하며, 사제가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고, 주님의 모든 요청은 우리를 그분의 기쁨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격려했다. 또 “우리 모두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리스도의 친구이며 서로에게 형제이고, 성모 마리아의 아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사제들에게 강복을 내리기에 앞서 “외딴 곳에서 사목하더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고, 영적인 삶은 양육이 필요하므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좋은 동료와 영적 지도자, 신뢰할 수 있는 고해 사제를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끝으로 교황은 “진정한 친구이자 형제가 되어야 하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자주 강조하신 것처럼 주님과의 친밀함, 주교나 수도회 장상들과의 친밀함,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친밀함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우리가 주님의 제자로 부름받았음을 깨닫고 함께 걸어가는 아름다움을 체험하자”면서, “우리는 함께 수행할 위대한 사명을 지녔으며, 하느님의 은총과 교황인 나와의 친밀함에 의지한다면 세상 안에서 친밀한 목소리가 될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7면

교황, “오늘날 교회는 다양성 안의 일치 필요” 강조

[바티칸 CNS] 레오 14세 교황은 6월 29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에서 전 세계 대주교들에게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형제애와 다양성 속의 일치이며, 대주교들은 그 모범을 보여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 중에는 전통에 따라 교황이 팔리움을 축복하고 직접 대주교들에게 수여했다. 팔리움은 대주교들이 제의 위로 둘러 걸치는 띠로 교황과 대주교의 일치, 교황이 대주교에게 맡긴 양떼를 돌볼 권한과 책임을 상징한다. 교황청에 따르면, 이번에 팔리움을 받은 이는 지난 1년간 임명된 20여 개국 54명의 대주교들이다. 교황이 대주교들에게 팔리움을 수여하는 전통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1983년 시작됐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이 전통을 바꿔 대주교의 교구에서 신자들과 이웃 교구 주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교황대사가 수여하도록 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올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에서 팔리움을 직접 수여하는 방식을 되살렸다. 대주교들은 교황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거나 머리를 숙였고 교황은 축복한 팔리움을 대주교들의 어깨에 걸쳐 주며 포옹했다. 미사 강론에서 교황은 “교회는 평신도와 사제, 사제와 주교, 주교와 교황 사이 등 우리의 모든 관계에서 현존해야 하는 우애를 요청한다”며 “우애는 사목적 돌봄, 교회일치 대화, 교회가 세상과 유지하기 원하는 우호적 관계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차이점을 일치와 친교, 우애와 화해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저마다 자기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교회 안 모든 이가 나란히 걸어가는 법을 배우자”고 당부했다. 또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는 서로 다른 배경과 신앙 여정 그리고 서로 다른 선교 방식을 가지고 있는 매우 다른 인물들”이라면서 “그러나 두 사도는 성령 안에서 형제였기에 순교라는 같은 운명을 공유했고 그럼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에게 확실하게 결합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베드로와 바오로의 생애는 누구의 자유도 손상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목소리와 성품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주님의 요청임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우리의 주보 성인들인 두 분은 서로 다른 길과 서로 다른 생각을 따랐고 가끔 진솔하게 논쟁하기도 했지만, 성령 안에서 일치하고 다양성 속에서 조화로운 열매를 맺는 일에 방해받지는 않았다”며 “우리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방식으로 친교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하나의 신앙 고백 안에서 결합된 다양한 은총이 복음 선포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오랜 전통을 지키며 동방정교회 사절단이 참례했고,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시노드 위원들도 함께했다. 교황은 미사 중 올해 희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신약성경은 우리가 위대한 사도로 존경하는 이들의 과오와 갈등, 죄를 숨기지 않는다”며 “그들의 위대함은 용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사도들을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해 그들에게 손을 뻗으시고 절대 한 번만 부르시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것이 우리가 항상 희망할 수 있는 이유이고, 희년은 이 사실을 일깨워 준다”는 말로 희년 정신을 부각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7면

‘캄보디아-태국’ 국경 분쟁…주민 고통 극심

[UCAN] 캄보디아 바탐방지목구장 엔리크 피가레도 알바르곤살레스 주교는 최근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으로 교역과 이동이 제한되자, “국경 분쟁이 평범한 주민들에게 고통과 불편을 주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알바르곤살레스 주교는 6월 24일 보도된 교황청 복음화부 선교 소식지 ‘피데스’(Fides)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들은 양국 간 갈등에 실망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국경이 봉쇄되면서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차단돼 사회, 경제, 문화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심지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인 주민도 수백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번 갈등은 5월 28일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심화됐다. 이후 태국 군은 6월 23일, 학생과 병원 치료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경 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이에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에서 일하거나 공부 중인 자국민에게 귀국을 촉구했고, 하루 평균 5000~6000명이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돌아오고 있다. 태국 내 공식 등록된 캄보디아 노동자는 약 45만 명에 달한다. 알바르곤잘레스 주교는 “국경 분쟁은 1세기 이상 지속되고 있고, 프랑스 식민 통치 시기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며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배하던 시기에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 국경선을 설정했지만, 태국은 이 국경선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8면

교황청, 세계 박람회 첫 참가 ‘눈길’

[UCAN] 교황청이 세계 박람회(World Expo)에 처음 참가해 많은 관객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2025 오사카·간사이 세계 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10월 13일까지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열리는 가운데, 교황청이 세계 박람회 역사상 처음으로 전시관을 마련했다. 이탈리아관 내 교황청 전시관(Holy See Pavilion)의 주제는 ‘아름다움은 희망을 가져다준다’(Beauty Brings Hope)이다. 교황청은 “오사카 엑스포 전시는 신앙과 쇄신을 깨우쳐 주는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는 기회이며, 아름다움은 희망으로 향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람객들은 특히 성화 <그리스도의 매장>(The Entombment of Christ)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성화는 이탈리아 출신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작품으로, 작품의 일본 전시 역시 처음이다. 바티칸 박물관은 이번 세계 박람회를 위해 교황청 전시관에 이 작품을 대여했다. 작품은 비그리스도교 국가인 일본에서 단순한 그림 이상으로 교황청의 의도를 제대로 알리고 있다. 6월 16일 교황청 전시관 앞에는 더위를 피하려 한 손에 부채와 양산을 든 관객들이 긴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전시관을 찾은 한 일본 여성은 “몇 년 전 이탈리아에 갔을 때 <그리스도의 매장>을 관람한 적이 있지만 오늘 다시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들 역시 “예수님은 잘 모르지만 성화는 아름답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어두운 조명이 설치된 전시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며 “경이롭다”는 감탄사를 쏟아 내고 있다. 전시관을 관리하는 유타로 갈린드리 씨는 “이 작품은 ‘아름다움은 희망을 가져다준다’는 교황청 전시관의 주제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면서 “작품이 관객 눈높이에 맞춰 전시되는 것도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린드리 씨는 “<그리스도의 매장>은 보통 제단화(altarpiece)로 전시되는 경우가 많아 지금처럼 관객이 작품을 세밀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무척 특별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1600년에서 1604년 사이에 그려진 <그리스도의 매장>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져 돌 위에 놓이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으며, 니코데모와 요한 사도, 성모 마리아, 마리아 막달레나 등이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둘러싸고 있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암시한다. 필리핀 가톨릭신자로 도쿄에 살고 있는 준 하라노 씨는 작품을 관람한 뒤 “이 작품은 더위에 긴 줄을 서서 관람을 기다릴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며 “그리스도가 인류 구원을 위해 당한 고통의 크기를 알려 주는,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러운 명화”라고 평가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6면

미국교회, ‘노예 해방일’ 160주년 기념

[갈베스턴, 미국 OSV] 미국교회 본당과 교구들이 6월 19일 ‘노예 해방일’(Juneteenth) 160주년을 기념했다. 보스턴대교구, 신시내티대교구, 오클랜드교구 등 많은 교구와 본당에서 ‘노예 해방일’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했고, 사목자들은 노예 해방일의 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교구장 티모시 시니어 주교는 노예 해방일 메시지에서 “노예제도는 160년 전에 끝났지만, 슬프게도 인종차별의 악행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노예 해방일을 지키면서 우리 마음에 사랑과 해방의 정신을 키우고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과 증오를 종식시키기 위해 하나가 되자”고 당부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유일하게 신자의 다수를 이루는 버지니아주 노포크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도 노예 해방일을 경축했다. 본당 주임 제임스 커란 신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자유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때도 노예제도는 그대로였기에 노예 해방일이 노예들에게는 진정한 독립기념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가톨릭신자들은 미국의 노예 해방이 미국 역사에서 의미가 큰 성취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노예 해방일은 인종차별과 불의를 끝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무국(African American Affairs at the U. 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 안셀 오거스틴 부국장은 “가톨릭적 시각에서 볼 때, 노예 해방일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불의에는 맞서 싸우고 정의를 지향해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럼으로써 지금의 세상에서 모든 이들이 존엄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완전한 노예 해방은 1865년 6월 19일 이뤄졌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한 지 2년 반, 남북전쟁이 끝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연합군 2000명을 이끌고 이날 텍사스 갈베스턴에 도착해 노예제도가 끝났다고 선언했고, 25만 명이 넘는 노예들이 해방됐다. ‘Juneteenth’는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친 말이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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