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이 가톨릭교회에 주는 5가지 시사점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데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선거 전,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두 대선 후보의 정치적 입장을 비판하며 미국 가톨릭신자 유권자들에게 ‘더 작은 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심각한 죄’로 간주해 비판했고, 해리스의 낙태 지지 역시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교황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고 각자의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지는 대선 직후인 11월 6일자 보도에서 이번 대선 결과가 가톨릭교회와 신자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를 5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의 문제다. 그는 이전 대선 캠페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한 단속 정책을 강조했고, 이번에는 불법 이민자 1000만 명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심지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이웃의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들의 폭력 사건을 부각시키기도 했지만, 이민자들을 북반구로 이동하게 만드는 원인과 그들이 미국 사회에 기여하는 점들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수십 년 동안 이민자들을 위한 사목 활동에 힘써왔다. 주교회의의 ‘이민자들을 위한 정의’‘(Justice for Immigrants) 캠페인은 모든 이민자들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환대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두 번째는, 기후 위기에 대한 트럼프의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2009년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지지했지만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던 2014년에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값비싼 사기’라고 비난했다. 해리스와의 토론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이를 무시하고 대신 제조업 일자리 문제에 집중했다. 3시간에 걸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인정했지만 곧바로 입장을 바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교황은 선의의 모든 사람들이 “현재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자기 파괴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세 번째는, 낙태와 체외 수정을 둘러싼 인간 생명의 존엄성 수호다.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대법원에 3명의 보수적 입장의 판사를 임명했고, 이들은 낙태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은 위헌이라는 로 대 웨이드 판결(Roe vs. Wade)을 51년 만에 뒤집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그는 이전의 친생명적 입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예컨대, 2024년 공화당 강령은 낙태 문제를 단 한 번 언급했을 뿐이고, 낙태 반대는 임신 후반기 낙태에 국한하며, 체외 수정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은 수정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믿으며, 따라서 모든 낙태와 체외 수정을 반대한다. 네 번째는, 가톨릭신자 부통령 당선인과 관련된다. 트럼프는 오하이오주 상원위원 제이디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30대에 가톨릭으로 개종한 밴스는 이전에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고 2022년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밴스는 자신이 가톨릭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지만 이민자와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의 입장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이전에는 낙태를 반대했지만 지금은 체외 수정과 먹는 낙태약 허용을 지지한다. 다섯 번째, 가톨릭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에 대한 문제다. 출구 조사는 불완전하지만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번 대선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가톨릭신자 유권자들은 56% 대 41%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라틴계 유권자들은 54%가 해리스를, 45%가 트럼프를 지지했는데, 성별로 차이를 보여 남성은 54%가 트럼프를, 여성은 61%가 해리스를 지지했다. 낙태 합법화 지지자들은 해리스를, 낙태 불법화 찬성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백인 가톨릭신자 유권자들의 60%에 이르는 강력한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라틴계와 흑인 가톨릭 유권자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백인 가톨릭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가 트럼프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인도 출신 쿠바카드 추기경, “말과 행동으로 예수님 향기 퍼뜨리길”

[외신종합] 인도 케랄라주 출신으로 오는 12월 7일 추기경에 서임되는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은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세상에 풍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기경으로 임명되며 사목표어를 ‘그리스도 사랑의 향기를 퍼뜨리기 위해’로 정한 쿠바카드 추기경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예수님에게서 나와야 한다”면서 “우리의 사명은 교회 안과 세상 속에서 주님의 존재가 풍기는 달콤한 향기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기경에 서임되기 위해서는 주교품을 받아야 한다. 임명 당시 사제였던 쿠바카드 추기경은 11월 24일 찬가나체리대성당에서 주교품을 받는다. 이어 “우리의 인간적인 약점에도 우리는 말과 행동으로 예수님의 향기를 드러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가 이웃에게 봉사하도록 이끌고 계시며, 이를 위해서는 안전지대를 넘어서 밖으로 나아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사목표어를 정했다고 밝혔다. 교황청 국무원 교황 사목방문 담당인 쿠바카드 추기경은 교황의 사목방문 일종을 조율한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목방문 중 항상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신다”면서 “교황께서는 여러 곳을 방문하시는데, 교황의 관심을 끄는 것은 군중이 아니라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휠체어에 앉은 가난한 사람이나 길을 잃은 아이들이 그분의 시선을 사로잡는다”고 덧붙였다. 교황이 자신을 추기경으로 임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자주 보는 교황의 눈이 저를 발견한 것”이라고 전했다. 2006년 로마 교황청립 성 십자가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같은 해 교황청 외교관으로 일하기 시작한 쿠바카드 추기경은 알제리와 한국, 베네수엘라 등 7개 나라의 교황청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2021년부터는 교황의 사목방문 일정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올해 51세로, 이번에 임명된 새로운 추기경 중 두 번째로 젊다. 그는 “추기경이 되면 교황님을 더 가까이 섬기는 추가적인 책임이 생기겠지만, 저는 이 직무로 저를 부르신 주님을 믿는다”면서 “교회에서는 개인보다 사명이 더 중요하고, 제 역할은 베드로의 후계자를 섬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추기경들의 출신지는 교회의 보편성을 표현하며 온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새 추기경들은 사도좌와 전 세계에 있는 개별교회 사이의 유대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2024-11-17

교황청, 트럼프 당선인에 지혜 기원

[외신종합]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우리는 그가 많은 지혜를 갖기를 바란다”며 “성경에 의하면 지혜는 통치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라고 11월 7일 말했다. ‘바티칸 뉴스’ 11월 7일자 보도에 따르면, 파롤린 추기경은 트럼프가 “분열을 극복하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현재 세계의 분쟁을 완화하고 평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희망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특히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끝낼 것”이라고 약속한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해, “(약속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또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많은 겸손과 의지가 필요하고 한 쪽의 이익보다 인류 전체의 선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롤린 추기경은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수백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교황과 교황청의 이민 문제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며 “극단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명한 이민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정책들이 교황청과 다르지만 낙태 반대 등은 교회의 가르침과 일치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는 “생명 수호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면서도 ‘공통된 정책’이 필요하고 “이 문제가 다시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합의를 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본질적으로 교회적”이므로 정치적 관점의 평가는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20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주교 임명에 대한 교황청과 중국 정부의 잠정 협정을 비판, 협정 갱신이 교황청의 도덕적 권위를 잃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추기경은 “우리는 협정을 4년 더 갱신했다”며 “미국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과의 대화를 계속하며 이러한 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주교들은 트럼프의 재선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도 우려와 함께 통합의 노력을 강조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는 성명에서 “교회는 어느 정당과도 분리돼 있으며 그리스도인이자 시민으로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과 존중, 예의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은 “진리, 정의, 평화를 추구하며 우리 가정, 지역 사회, 국가에서 협력해야 한다”며 “어떤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어떤 이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우려했다.

2024-11-17

교황청, 희년 마스코트 ‘루체(Luce)’ 공개

[바티칸 CNS] 2025년 희년을 앞두고 교황청이 공식 마스코트를 공개했다. 다가오는 희년의 기쁜 얼굴을 담은 마스코트의 이름은 이탈리아어 ‘루체’(Luce)로, 빛을 의미한다. 루체는 교회가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희년 동안 순례자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희년을 관장하는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대행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는 10월 28일 기자회견에서 “루체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문화와의 소통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루체는 10월 마지막 주간에 로마에서 열린 ‘루카 만화 게임 전람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교황청 복음화부는 이 전람회에서 ‘루체와 친구들’이라는 부스를 개설했다. 교황청 부서가 이 전람회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전람회 참가를 통해 교회가 젊은 세대와 희망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희망은 복음적 메시지의 가장 중심에 있다”고 전했다. 루체는 노란색 우비를 입고, 진흙에 더럽혀진 부츠를 신고 있으며, 순례자의 십자가를 착용하고 있다. 루체는 충실한 개 산티노(Santino)와 함께 젊은 순례자들을 희망과 신앙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루체의 눈에서 빛나는 조개껍질은 순례 여행의 상징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조개껍질을 떠올리게 한다. 루체의 피규어를 옆에 두고 기자회견장에 나선 피지켈라 대주교는 “루체의 빛나는 눈은 마음 속 희망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이어 “루체는 내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엑스포 2025의 교황청 전시장의 얼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청 전시장에는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도 전시된다. 루체의 노란 우비는 바티칸시국의 국기와 삶의 폭풍을 헤쳐 나가는 여정을 상징한다. 또 부츠에 묻은 진흙은 길고 어려운 여정을, 루체가 들고 있는 지팡이는 영원으로 향하는 순례를 나타낸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은총과 순례의 성년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25년에 한 번씩 열린다. 다만 교황이 특별 희년을 선포하기도 한다. 2013년 신앙의 해와 2016년 자비의 해가 그 예다. 희년은 올해 12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을 열면서 시작되며, 교황청은 희년이 끝나는 2026년 1월 6일까지 약 3000만 명이 로마를 순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11-10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첫 연례보고서 발표

[외신종합] 교회 내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설치한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Pontifical 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Minors)가 첫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설립 이후 10년간에 걸쳐 5개 대륙에 걸친 광범위한 연구 결과와 함께 관련 데이터 수집의 투명성 강화, 지역교회의 아동 학대 현황 보고 및 피해자 지원 서비스의 제공 확대 등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교회 내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위원회를 설립했고, 2022년 4월 전체회의에서 ‘미성년자와 취약한 성인 보호를 위한 교회 내 활동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10월 29일 첫 연례 아동보호 정책 및 절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4부로 구성, 대륙별 교회와 다양한 종교 기관, 수도회, 교황청에서 수집한 자료를 담았다. 특히 보고서는 관련 절차와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위원회는 보고서 제1부에서 아동 학대를 인간 존엄성의 침해로 규정하고 교회의 아동보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강조했다. 특히 학대를 경험한 생존자들의 추가적 트라우마를 방지하기 위해서 교회가 확보한 모든 관련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에 회부된 학대 사건은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고, 관련 책임자의 해임 절차를 간소화하고 피해 배상 절차도 효율화할 것을 제안했다. 2부에서는 지역교회 활동에 초점을 맞춰, 매년 15~20개 지역교회 사례를 분석, 5~6년에 걸쳐 전체 교회 사례를 모두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보고서는 지역별로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 및 구조, 인력의 편차를 보임에 따라 주교회의간 연대 강화와 피해자 지원센터 설립 등의 방안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3부에서는 교황청의 아동 학대 방지 임무에 주목, 교황청이 지역교회에 아동보호 모범 사례를 공유하는 중심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청은 아동 학대 사건의 절차와 실제 사례, 판례에 대한 정보 접근을 확대하도록 했다. 4부에서는 국제카리타스와 오세아니아, 칠레, 나이로비 등 지역과 교구 차원의 카리타스에서의 아동보호 관련 사례 연구와 함께 ‘메모라레 이니셔티브’의 중요성과 역할도 강조했다. 메모라레 이니셔티브는 아동보호 관련 자원이 제한된 교회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각국 주교회의와 수도회 등의 기금을 모았다.

2024-11-10

[글로벌칼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을 찾은 이유

일본 원폭 생존자 단체 ‘니혼 히단쿄’가 202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이 단체가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로 회원들이 증언을 통해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니혼 히단쿄가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됐던 10월 11일, 5년 전인 2019년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본 사목방문이 다시 생각났다. 당시 일본주교회의는 필자에게 교황의 일본 방문길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고, 교황이 로마에서 일본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인인 필자를 일본 주교단 대표라고 소개해 교황을 놀라게 했다. 물론 나도 놀랐다. 교황과 동행하면서 교황이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하려는지 그 목적이 궁금했다. 교황은 보통 아시아 지역 사목방문 동안 하는 교회일치 기도회나 종교간 대화의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또 일본의 문화 수도라고 알려진 교토에도 가지 않았다. 교황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하면서 원폭을 기억하는 박물관에도 가질 않았다. 다만 두 군데에서 핵무기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히로시마에 있을 때 그제서야 교황의 일본 방문 이유를 알게 됐다. 교황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일본에 왔다. 교황은 히로시마 땅을 밟고 서서 자신이 2년 전 했던 말을 되새겼다. “원자력 에너지를 전쟁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비도덕적이고,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비도덕적입니다.” 2017년 교황이 이런 말을 했을 때, 핵무기 보유를 비난하는 교황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들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핵무기 사용을 저지한다며, 핵무기를 사용하면 핵 공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교황은 히로시마 원폭 돔이 보이는 곳에 서서 자신의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런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교황은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핵무기 보유의 비도덕성에 대한 교리를 넣고 싶다고도 밝혔다.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 국방연구센터의 크리스천 니콜라스 브라운은 ‘군대윤리’(Journal of Military Ethics)에 이런 글을 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전임자들이 지닌 입장에서 벗어나, 핵무기의 사용을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할 뿐만 아니라, 억제 목적을 위한 핵무기 보유의 도덕성도 부인한다. 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러한 교리 변경이 진심 어린 신념에 근거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여기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정치적 차원에서 핵무기 보유에 대한 비판은 핵 군축의 약속이 실패한 데 대한 환멸과 냉전 이후의 국제 안보 환경에서 핵무기가 초래하는 증가된 위협에 근거하고 있다. 신학적 차원에서 교황은 예언자의 목소리로 국제 사회에 대담하게 나서서 본질적으로 비도덕적인 무기로부터 세상을 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1만2000개 이상의 핵무기가 존재한다. 러시아와 미국, 북한, 영국, 인도, 파키스탄, 프랑스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황의 발언이 이들 나라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 국가 중에 가톨릭신자나 그리스도인이 정치적 힘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정도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주교회의가 여러 차례 군축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기념일마다 주기적으로 이런 성명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런 성명은 주교회의의 이름이 아닌 주교회의 위원회의 이름으로 나온다. 미국에서는 「평화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주교회의 차원의 성명이 나온 적이 있지만 1983년의 일이다. 물론 핵전쟁의 위협을 줄이고,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악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치 않다. 아마도 핵무기 보유국의 주교가 정부와 사회, 가톨릭신자들에게 자신의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말하는 데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이 이것을 이해할까? 적어도 대부분의 신자들과 성직자들에게 ‘비도덕적’이라는 범주는 거의 배꼽과 무릎 사이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골반 신학’으로 오해되고 있다. 사회 정의나 전쟁, 평화와 관련된 도덕적 문제에 관해 가르치는 주교와 사제, 부제들은 동료들에게 거의 지지받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높은 사람들에게 고자질을 당할 게 뻔하다. 따라서 교황이 단순한 핵무기 보유를 비도덕적이라고 선언해도 하느님의 백성이 이 불편한 가르침에서 고립된 것은 놀랍지도 않다. 단순한 핵무기의 비도덕성에 관한 선언은 세계의 무기고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다. 만약 이뤄진다고 해도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긴 시간도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안주하는 것에 조금 더 불편을 느끼고, 교회가 우리의 두려움에 대해 할 말이 있는지 의심하는 이들을 좀 더 위로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핵무기의 비사용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갔다. 이제 집에 남아 있는 동료 그리스도인이 그의 선언을 알리기 위해 나서야 할 때다. 글_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 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2024-11-10

시노드, 성소수자 사목에 긍정적 변화 이끌어

[외신종합] 3년간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통해 성 소수자(LGBTQ)에 대한 시노드 대의원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변화됐다고 제임스 마틴 신부가 말했다. 저명한 강연자이자 영성가인 예수회 제임스 마틴 신부는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지 10월 28일자 기고를 통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놀라울 만큼 긍정적인 변화가 시노드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2023년 제1회기에 비해 제2회기에는 “LGBTQ 가톨릭신자에 관한 대화가 훨씬 더 친근하고, 훨씬 더 편안하며 개방적인 분위기라는 점에 놀랐다”며 시노드를 통해 성소수자와 동성애에 대해 변화가 일어난 이유를 분석했다. 마틴 신부는 이러한 변화의 이유를 7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먼저 교황이 성소수자 문제를 시노드 의안에서 제외하고 별도 연구그룹에 맡김에 따라 논쟁 없이 개방적인 대화를 나누기 쉬웠다고 지적했다. 둘째, 이번 시노드가 성소수자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회의였기에 초반의 충격과 혼란은 당연했고, 셋째로 많은 사람들에게 저항감을 주는 LGBTQ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됐다. 넷째, 교황청이 특정 조건 아래에서 동성 커플의 축복을 허용하고, 지역교회별로 이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반응이 이미 충분히 표현됐기 때문에 오히려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와 대화가 좀 더 유연해졌다는 것이다. 다섯째, 아프리카 등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지역에 대한 사목적 접근의 사례가 성소수자 사목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는 점이다. 여섯째, 제1회기에 비해 대의원들의 상호 친밀감과 열린 마음이 더 열린 대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일곱째, 성소수자에 대한 ‘회심’이 대의원들 사이에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틴 신부는 이러한 변화와 그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분명히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교회 안에서의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했다. 특히 그는 최종문서가 “혼인 상태, 정체성, 성적 지향으로 인해 배제되고 판단받는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시노드 대의원들의 승인을 받고 교황으로부터 3년간의 시노드 여정을 결산하는 마지막 공식 문서로 인정된 문서가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부정했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시노드를 통해 교회는 공식적으로 성소수자 사람들에게 교회가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전 세계에서 온 350명 이상의 교회 지도자들, 추기경과 대주교, 주교, 사제, 남녀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들은 지난 2년간의 정기총회 본회의 기간 성소수자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과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식별의 과정을 체험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를 통해, 시노드 여정 전체를 통해 성소수자의 주제는 보편교회 안에서 더 깊은 ‘논의가 가능한 주제’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2024-11-10

기쿠치 추기경, 日정부에 핵무기금지조약 가입 촉구

일본 도쿄대교구장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이 일본 정부에 원폭 희생자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실에 영감을 받아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할 것을 요청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임명됐다. 기쿠치 추기경은 10월 30일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핵무기 철폐를 위해 다른 나라들과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니혼 히단쿄의 노력을 인정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니혼 히단쿄(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는 1958년 설립됐다. 기쿠치 추기경은 앞으로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지 “일본은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금지조약은 유엔 주도 아래 핵무기의 완전한 철폐를 목표로 핵무기의 포괄적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73개 국가가 가입했으며, 바티칸 시국은 이 조약에 가입한 첫 번째 나라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국은 대부분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일본 가톨릭교회는 매년 8월 평화를 위한 10일 기도회 기간 동안 핵무기 철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기도회는 히로시아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8월 6일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일인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기쿠치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1년 역사적인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평화를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주셨다”면서 “이 10일 동안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평화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가사키대교구와 히로시마교구는 물론 일본의 모든 가톨릭 공동체가 핵무기 철폐는 물론 평화 구축을 위해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일본교회는 일본과 한국, 미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함께 포럼을 열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화해를 요청하는 ‘나가사키 평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나가사키 평화 포럼’에는 일본과 한국, 미국의 주교뿐만 아니라 청년 40여 명이 참가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일본교회는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세상의 지도자들에게 핵무기를 철폐해 영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도록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4-11-10

“극단주의 대신 다양성 안의 조화 증진하자”

[외신종합]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메길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이 10월 31일 열린 인도 최대의 힌두교 축제인 디왈리를 맞아 메시지를 발표하고, 다양성 안의 조화를 당부했다. 기소 추기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양성을 성장과 배움, 풍요의 원천으로 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조화에 대한 잠재적 위협, 심지어 갈등의 원인으로 여겨져 거부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소 추기경은 “종교적 근본주의와 극단주의, 광신주의, 인종차별, 과도한 민족주의 등은 조화를 파괴하고 의심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디왈리는 힌두교 달력으로 여덟 번째 달 초승달이 뜨는 날을 중심으로 닷새 동안 집과 사원 등에 등불을 밝히고 힌두교의 신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전통 축제다. 올해는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됐다. 기소 추기경은 “그리스도인과 힌두교인이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화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면서 “개인과 가족, 교육 기관, 미디어, 지역 사회, 국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고정관념을 깨고 공감과 민감성, 그리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기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기소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그리스도인과 힌두교인에게 "다른 종교 전통의 사람들과 선의의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책임감과 형제애 및 포용의 정신으로 다양성과 차이 속에서 조화를 증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촉구했다. 다양성 속의 조화를 증진하자는 교황청의 메시지는 인도에서 그리스도인에 대한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나왔다. 인도에서 그리스도인은 인구 14억4000만 명 중 2.3%를 차지하며, 80%가 힌두교인이다. 인도에서 그리스도인에 대한 폭력을 모니터링하는 그리스도인연합포럼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그리스도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행위가 585건이었다. 지난해는 모두 733건으로, 올해 약 9%가량 늘고 있다.

2024-11-10

前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마르티노 추기경 선종

[외신종합] 이탈리아의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이 10월 28일 91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그는 16년 동안 교황청을 대표해 뉴욕 유엔본부에서 상임 옵서버로 활동했고 교황청이주사목평의회와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르티노 추기경의 유족에게 전문을 보내 애도하고 “열정적인 목자의 오랜 헌신적 협력”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와 유엔에서 교황대사로 활동한 것과 관련해 “교황의 인류에 대한 아버지 같은 관심을 증언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장례 미사는 10월 30일 수요일 오후 3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추기경단 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주례로 봉헌됐다. 미사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 고별 예식을 집전했다. 마르티노 추기경의 선종으로 추기경단은 총 233명이 됐고, 이 중 121명이 선거권을 갖고 있다. 마르티노 추기경은 1932년 11월 23일 이탈리아 살레르노에서 태어나 1957년 사제품을 받고 교회법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2년부터 교황청 외교관으로 니카라과, 필리핀, 레바논, 캐나다, 브라질의 교황대사관에서 근무했다. 1970년에서 1975년 사이에는 교황청 국무원 국제기구 담당 부서를 이끌었고, 1986년 뉴욕 유엔 주재 교황청 상임 옵서버로 임명됐다. 16년간의 유엔 근무를 마친 그는 2002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으로 임명됐고 2003년 추기경에 서임됐다. 그는 인류학과 문화, 그리고 평화로운 민족 관계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으로 수많은 명예 학위와 훈장을 수여받았다.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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