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 바오로 대성당 찾아 바오로 무덤 앞에서 기도

[로마 CNS] 레오 14세 교황이 5월 20일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을 방문해 사도 바오로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다. 교황은 이날 성소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황의 성소를 포함해 모든 성소는 하느님의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이 성 바오로 대성당을 방문한 것은 교황으로 선출된 후 로마 시내 교황 대성당(major papal basilicas) 연속 방문 일정 중 하나로 이뤄졌다. 교황은 강론에서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를 전파할 수 있고 서로에게 진실된 이웃이 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자”고 말한 뒤 성소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모든 성소의 근저에는 자비하시고 선하신 모습 안에 계신 하느님이 현존한다”며 “하느님의 자비는 몸으로 고생하며 어린 아기를 먹이고 키우는 어머니의 그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 사도 바오로의 성소와 관련해 “사도 바오로는 자신이 그리스도를 만나 선교에 나서게 된 것이 먼저 베풀어진 하느님 사랑의 열매라고 시인했다”며 “하느님의 사랑은 바오로가 복음에서 멀리 떨어져 교회를 박해하고 있을 때에도 새로운 삶을 살도록 그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우리가 사도 바오로의 삶을 변화시킨 하느님의 부르심에 감사하는 한편, 하느님께서 우리 역시 같은 방식으로 당신의 자비에 응답하고 성령을 통해 우리 마음에 부어지는 하느님 사랑의 증인이 될 수 있도록 청하자”고 당부했다. 또 “신앙은 우리가 이와 같은 사랑의 신비에 마음을 열고, 하느님께 사랑을 받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남자와 여자로 살도록 이끌어 준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어 “여기서 우리는 모든 선교의 기초는 단순성과 고유성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자 사도 바오로의 선교 열정의 계승자인 나 자신의 사명도 마찬가지”라며 “하느님께서 당신의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할 수 있는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교황은 “복음 선포의 원천인 사랑을 이야기하자면, 베네딕토 성인이 수도회 규칙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형제적 자비와 모든 이를 향한 관대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성 바오로 대성당을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수 세기 동안 관리하고 있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그리스도인들, 레오 14세 교황 선출 환영

정치적·지역적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그리스도인들이 레오 14세 교황 선출 소식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으로 재임하던 2003년 수도회의 인도네시아 진출 50주년을 맞아 파푸아주를 방문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파푸아주를 방문했을 때 찍은 수녀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파푸아 고유 음식을 먹고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여러 장의 사진들이 소셜 미디어에 널리 공유되며 네티즌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인도네시아에서 신학교를 포함한 여러 학교들을 운영하며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파푸아주 그리스도인들이 레오 14세 교황 선출을 특히 기뻐하는 이유는 파푸아주가 인도네시아에서 그리스도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지만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곳이기 때문이다. 파푸아주 전체 인구 430만 명 중 약 85%가 그리스도인이며, 그 중 가톨릭은 30% 정도다. 인도네시아 동부에 위치한 파푸아는 본래 네덜란드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다 독립을 선언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암암리에 파푸아를 병합했다. 1960년대부터 파푸아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세력과 인도네시아 정부군 사이에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충돌의 결과로 수천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고,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금을 포함해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전락한 상태다. 파푸아주 그리스도인 등 주민들은 파푸아를 방문했던 새 교황이 지역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하고 있다. 파푸아주와 인도네시아 정부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 조직과 학자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대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2024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도 가톨릭 신자들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파푸아주 갈등이 평화롭게 해소되기를 기원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티미카교구장 보피트워스 바루 주교는 “레오 14세 교황님은 파푸아 주민들이 매일 겪고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회원들로부터 전해 듣고 있다”며 “교황님이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만큼 파푸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 활동가이면서 가톨릭 신자인 솔레만 이틀라이 씨는 “가톨릭교회는 파푸아가 겪는 고통을 외면해 왔지만 레오 14세 교황님은 교회의 무관심을 끝내 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7면

[글로벌칼럼] 레오 14세 교황은 시카고 컵스 팬일까?

새 교황이 시카고 출신이라는 발표가 나자마자, 친구로부터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컵스 팬이야, 화이트삭스 팬이야?” 교황의 고향인 미국 시카고에는 두 개의 프로 야구팀이 있다. 하나는 컵스로, 100년 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컵스 팬은 ‘약자를 지지하는 사람들’(infracaninophile)로 여겨진다. 따라서 친구의 질문은 단순한 스포츠에 관한 질문을 넘어선 것이었다. 레오 14세 교황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중시하는 인물일까, 아니면 권력자나 승자들의 친구일까? 첫 번째 힌트는 그가 군중 앞에 나와 인사하기 전부터 나왔다. 교황 선출을 알린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레오 14세로 정했습니다”라고 발표했을 때였다. 그가 택한 이름이 시사하듯, 역사상 레오라는 이름의 교황은 13명 있었다. 첫 번째는 5세기의 교황으로, ‘대’(大, 위대한)라는 수식어가 붙은 최초의 교황이었다. 하지만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 이름으로 ‘레오’를 택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16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다. 훨씬 최근의 인물인 교황 레오 13세가 그의 마음속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1878년부터 1903년까지 재임한 레오 13세 교황은 가톨릭 사회 교리와 사회 정의를 교회의 사명 속에 통합하는 길을 연 인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의 1891년 회칙 「새로운 사태」는 ‘자본과 노동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다루며 노동자가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와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와 방임적 자본주의 모두에 반대했다. 이 회칙에서 레오 13세 교황은 다음과 같이 썼다. “노동자들은 점차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으며, 인정머리 없는 고용주들의 무절제한 경쟁의 탐욕에 무참히 희생되어 왔다. 교회가 수차례 엄중히 금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고리 대금업은 여전히 성행하고 파렴치한 모리배들로 말미암아 또 다른 형태로 그러한 불의가 자행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산과 상업이 소수에 의해 독점 장악되어 극소수의 탐욕스런 부자들이 가난하고도 무수한 노동자 대중들에게 노예의 처지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멍에를 뒤집어씌우고 있다.”(1항) 요컨대, 레오 13세 교황은 ‘약자를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새 교황이 자신의 이름으로 ‘레오’를 선택한 것은 가난하고 억압받고 목소리 없는 이들을 돌보는 데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황 선출 발표 이후 직접 발언에 나선 레오 14세 교황은 다양한 방식으로 레오 13세 교황 그리고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을 베드로의 후계자로 선택해 준 추기경단에 감사를 표하며 “우리는 언제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면서,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사가 되고자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사람들로서 언제나 노력하는 하나 된 교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교회에 바라는 첫 번째 소망은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데 일치하는 것이다. 많은 이에게 이는 급진적인 요구로 여겨질 수 있다. 왜냐하면 평화와 정의에 대한 요구를 정치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교회의 사명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사명은 교회 내부가 아닌 외부, 곧 세상을 향한 선교적 사명임을 분명히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명을 이어받아 복음적 존재로서 세상에 새롭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며 레오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걸어 나가는 교회, 언제나 평화를 구하는 교회, 언제나 애덕을 추구하는 교회, 특히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언제나 가까이 있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즉, 우리는 주님과 서로와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길이다. 우리는 이 여정을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소식으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약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로 계속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참 후, 내 친구는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어떤 팀을 더 좋아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찾았다고 전해왔다. 교황이 진짜로 컵스 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이미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셈이다. 추신: 한 인터뷰에서 레오 14세 교황의 형 존 프레보스트는 “그는 절대 컵스 팬이 아니었다. 도대체 그 얘기는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그는 언제나 화이트삭스 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교황의 어머니는 컵스 팬이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레오 14세 교황은 컵스 팬은 아니지만, 약자를 지지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글 _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 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7면

파키스탄 의회, ‘소수 종교 권리 보호’ 법 제정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 의회가 5월 13일 소수 종파 신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소수자 권리를 위한 국가위원회 법’(National Commission for Minority Rights Bill) 취지문에는 “파키스탄은 종교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증진해야 하고 모든 종교인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파키스탄 의회 의원들 중 일부는 ‘소수자 권리를 위한 국가위원회 법’에 반대했지만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이 법은 1973년 파키스탄 헌법에 규정된 대로 소수 종파 신자들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가톨릭 인권 단체 활동가인 피터 제이콥 씨는 “파키스탄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이 법은 파키스탄 내 인권 기구들이 권한과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소수 종파 신자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국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 잠재력을 지니게 됐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020년에도 소수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실제로는 운영하지 못했다. 2024년 6월에는 파키스탄 대법원이 헌법 규정대로 소수 종파 신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법적 기구를 설립하라고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은 “‘소수자 권리를 위한 국가위원회’가 독립기구로 설립되는 것은 진일보한 모습이지만 정부 당국이 이 위원회를 실질화하지 않는다면 정치 지도자들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7면

“정신질환 치료에 ‘신앙·영성’ 도입해야”

[토마스빌, 조지아 OSV] 정신질환 치료에 종교와 영성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가톨릭심리치료협회(Catholic Psychotherapy Association) 새넌 물렌 대표는 “정신적인 질환을 치료하면서 가톨릭 심리치료사의 협력을 얻은 환자들은 확실히 치료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높았다”며 “이것은 환자의 신앙과 영성을 치료 계획에 통합시켰을 때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장벽이 낮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본부를 둔 가톨릭심리치료협회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인간 존재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제공하면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물렌 대표는 “특히 가톨릭신자들은 누군가 자신을 올바로 이해해 준다고 느끼면 안정된 심리상태에서 치료 효과를 보기 쉽다”며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심리치료사가 신앙적인 요소를 치료 계획에 반영하면 그 효과는 더욱 분명해진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 ‘미국 정신 건강’(Mental Health America)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24년 미국 전체 인구 중 23.08%에 해당하는 약 6000만 명이 정신적 질병을 앓았고, 성인 중 1300만 명이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가톨릭 신자의 약 20%도 정신적 질병을 체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치료사이자 ‘마르티노통합센터’(The Martin Center for Integration) 공동설립자인 케나 밀레아는 “전통적으로 정신질환 치료에서 신앙적 요소가 고려되지 않았지만 심리치료사로 일하는 동안 신앙의 개념을 고려하지 않으면 의뢰인들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창조됐는지에 대한 믿음이 정신질환 치료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7면

유엔 총회 대표단,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외신종합] 유엔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자들이 4월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고 세계 평화와 무기 감축을 호소했던 교황의 정신을 실현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4월 2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7차 유엔 총회는 회의 중 교황 추모식을 열고 모든 대표단이 기립한 채로 교황을 위해 묵념했다. 추모식에는 가톨릭교회를 대표해 유엔 주재 교황청 대사 겸 상임 옵서버 가브리엘 카치아 대주교가 참석해 연설했다. 카치아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남긴 유지를 가장 잘 따르는 방법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결과로 만들어진 유엔의 창립 정신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라며 “교황님을 추모하는 우리들은 핵무기 확산을 종식시키고, 서로 힘을 모아 세계 평화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67차 유엔 총회 개최 목적 중 하나는 교황 선종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카치아 대주교는 “교황님은 세계 평화를 이루는 수단으로서 다자간 공동정책(multilateralism)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셨고, 유엔이 그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며 “교황께서는 유엔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시면서도 유엔의 변혁과 적응의 필요성을 밝히는 것 역시 두려워하지 않으셨다”고 덧붙였다. 카치아 대주교는 국제적인 분쟁과 갈등, 군비 지출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호 파괴에 대한 위협, 군사 강대국 간의 깨지기 쉬운 균형으로 인해 국제적인 평화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교황의 인식을 전한 뒤 “유엔 회원국들은 핵무기 확산에 반대하는 유엔 협정을 채택할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록 전쟁을 원하는 세력의 힘이 더욱 커지고, 평화와 형제애가 위협을 받고 있지만 핵무기 없는 세상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치아 대주교는 이전에도 유엔 총회나 총회 산하 군축위원회에 참석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고, 국제사회를 지속가능한 평화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장을 대변해 왔다. 교황은 향년 88세를 일기로 선종한 4월 21일 바로 전날에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 담화(Urbi et Orbi)를 발표하면서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가자지구 분쟁, 콩고와 수단 등에서 이어지고 있는 군사적 충돌이 멈추기를 기원했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7면

교황청, 전 세계 장애인 위한 희년 행사 개최

[바티칸 CNS] 전 세계 지체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위한 희년 행사가 4월 29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개최됐다. 교황청 복음화부 세계복음화부서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과 다양한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신자들이 간병인과 복지기관 종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기도회와 장애 인식에 대한 교리교육에 참석하고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체험한 신앙의 힘을 고백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행사에서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성모 찬송) 기도를 바치며 이 기도가 여러 중증 장애를 지녔던 헤르만(Hermann) 복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배웠다. 교황청 복음화부 세계복음화부서 장관 직무대행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는 장애인들을 환영하면서 “살베 레지나는 1014년에 독일 알트샤우젠에서 구개열과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난 복자 헤르만이 지었다”며 “헤르만 복자의 부모는 그를 돌볼 수 없어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 양육을 맡겼다”고 소개했다. 이어 “헤르만 복자는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 처음 왔을 때는 말하거나 쓸 수 없었지만 수사들이 정성을 다해 가르치자 라틴어와 그리스어, 아라비아어, 수학, 음악 등을 익힐 수 있었다”면서 “내가 헤르만 복자의 생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가 ‘살베 레지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헤르만 복자는 성장하면서 여러 언어 중 특히 라틴어에 정통했고,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드러내며 ‘살베 레지나’를 비롯해 많은 성가들을 작사, 작곡했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중증 장애를 안고 살았던 헤르만 복자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그가 체험했던 진실한 신앙과 믿음은 자비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이라면서 “장애를 지닌 여러분들도 교회의 중심이고, 교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서 교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희년 행사에 참석한 장애인들은 피지켈라 대주교로부터 장애인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들으면서, 약함 안에서 교회를 향한 소명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과 약하기 때문에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장애인들에게 “여러분들의 장애를 사랑의 힘으로 승화시키고 다른 이들에게 더욱 많은 것들을 베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희년 행사 참석자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서로 손을 맞잡은 채 기도를 바쳤고, 교황청은 참석자들의 출신 국가를 고려해 여러 언어로 동시통역을 제공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해서도 수어 통역이 동시에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희망의 순례자들'(Pilgrims of Hope)이라는 주제로 선포한 2025년 희년은 2024년 12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聖門, Holy Door) 개방으로 시작했으며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 이어진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7면

필리핀 교회, 성주간 맞아 ‘정쟁’ 중단 호소

5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점차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필리핀 정치계가 성주간을 맞아 냉각기를 가졌다. 필리핀교회와 시민단체들은 5월 12일 열리는 중간선거 후보자들에게 성주간 동안만큼은 정쟁을 멈추고 묵상의 시간을 갖자고 호소했다. 상원과 하원 의원, 주지사와 시장 등을 선출하는 필리핀 중간선거는 향후 필리핀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거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분위기가 과열되고 폭력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특히 올해 필리핀 중간선거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필리핀 카리타스 의장 호세 콜린 바가포로 주교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인 13일 성명을 내고 “모든 후보자들이 성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 상대 후보자를 포용하고 분별과 숙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며 “성주간은 단지 영적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시기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의미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후보자들이 국가를 위해 어떤 선익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필리핀 국민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이타적인 봉사에 나서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바가포로 주교는 또한 “선거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5월 중간선거가 필리핀의 진정한 민주주의와 정의의 축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부정선거 방지단체 출범을 제안한 다닐로 아라오 씨 역시 “성주간 동안 선거운동을 중단함으로써 후보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부정 선거운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선거에 참여하는 이들은 깨끗한 선거를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은 물론 선거 부정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중간선거 운동과 관련해 2월 11일 이후 다수의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폭력 사건을 비롯해 반대 후보자에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4월 11일 기준 필리핀 전역에서는 733건의 선거법 위반행위가 신고됐다. 진보 성향 청년단체 ‘스파크’(Spark)의 알시어 마태오 대변인은 14일 “중간선거가 여성과 청년들을 차별하지 않고 폭력을 배제한 상황에서 치러져야 한다”며 “어떤 후보라도 여성 노동자들의 지위를 낮추기 위해 이번 선거를 활용한다면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는 학생과 청년의 권익을 높이는 논의의 장이 돼야 하고, 이에 반하는 사고를 가진 후보자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반드시 반대 입장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6면

스리랑카 ‘주님 부활 대축일’ 폭탄 테러 조사 6년째 제자리

스리랑카 교회가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을 보내며 정부에 6년 전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의 진상규명을 재차 촉구했다. 2019년 4월 21일 주님 부활 대축일 스리랑카 이슬람 극단주의 소속 자살폭탄 테러범들이 교회와 호텔 등을 공격해 270여 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참극이 발생했지만 아직까지도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콜롬보에 소재한 ‘사회와 종교를 위한 오블라띠 센터’(The Oblate Centre for Society and Religion) 대표 로한 실바 신부는 4월 16일 “그동안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희생자 가족들은 지금도 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는 조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실바 신부는 이어 “간과된 증거를 자세히 다룬 13쪽 분량 서류가 공공안전부에 접수됐고, 그 복사본이 경찰청과 법무부에도 제출됐다”면서 “지체 없이 희생자들을 위한 정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누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은 최근 “주님 부활 대축일 폭탄테러 사건 조사는 체계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면서 “범죄 수사 당국에서 주동자를 특정하려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사건 연루자들 일부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보대교구 공보 담당 치릴로 가미니 신부는 이에 대해 “정부의 약속을 믿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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