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속에서 감사함 느끼는 순간, 하느님 발견했죠”

‘도전’마저 아름답게 추억하는 젊은이다운 굳센 마음은 어디서 주어진 걸까. 어쩌면 도전이야말로 영혼이라는 나무를 자라게 하는 ‘물’(양분)이 아닐까? 예수회 마지스청년센터(책임 김정현 요셉 신부, 이하 마지스)는 8월 13일부터 20일까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서울 WYD)와 국제 마지스 대회를 준비하는 첫걸음으로 참가 청년 20여 명과 함께 ‘2024 제주마지스대회’(이하 마지스 대회)를 펼쳤다. 일상 속 놓치고 있던 영적 성장을 찾아 순례자가 된 청년들은 일상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낯설고 다양한 도전을 마주했다. 한여름 뙤약볕마저 불사한 7박8일 여정을 통해, 메말랐던 영혼을 ‘물’(도전)로 촉촉이 적시고 왔다. 예수회는 선교 역사 안에서 뿌리내려 온 본회 영성을 청년들에게 체험하게 하는 장으로 마지스 대회를 열어오고 있다. 올해도 청년들은 이냐시오 영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매일의 기도 루틴을 따르고, 매일 20㎞씩 걷는 고된 일정을 소화했다. 대회의 꽃은 중간에 3박4일간 체험지로 파견돼 낯선 상황 속에서 도전을 받는 ‘체험’ 기간이었다. 각각의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소규모로 흩어져 그곳에 몰입해 살아남는 일종의 서바이벌 체험과 같았다. 이번 대회 참가 청년들은 각각 ‘순례팀’과 ‘생태팀’으로 나뉘어 현장에 투입됐다. 생태팀 청년들은 생태적 삶을 고민하는 농부의 농장에 가서, 농막에서 지내며 밭일을 돕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음식을 해 먹는 지속적이고 생태적인 생활문화를 경험했다. 일상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도전은 ‘결핍’이 돼 청년들에게 다가왔다. 참가 청년들은 30℃가 넘는 폭염 속에 행군하며 낡은 순례자 숙소로 잠자리를 옮겨 다녔다. 농가의 창고에서 다 함께 지내며 일손을 도울 때는 흙바닥 위에서 잠을 자야 했다. 물도 부족하고 식량도 부족한 채로 모든 순간을 함께 맞닥뜨리고 헤쳐 나가야만 하는 체험이었다. 모든 체험은 청년 코어팀 봉사자들이 이끌었고, 이들은 같은 도전 속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식별하고 결정하는 소명을 수행했다. 결핍은 청년들이 진정 삶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묵상하도록 이끌었다. ‘공동체’였다. 청년들은 자신이 바라는 자기 역할과 실제 능력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고민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순례자들’이라고 부르며 다독이는 가운데 ‘함께’라는 아름다운 가르침이 아로새겨졌다고 입을 모았다. 순례팀 리더 안유주(로사리아) 씨는 “순례자로서, 그리고 함께 걷는 벗들을 이끄는 길잡이로서 친구들 발의 무게를 제가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이 미안했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애틋해진 그 모든 순간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공동 리더 조민수(클라로) 씨는 “무더위 속에서 오히려 자신에 집중하며 그간 놓쳤던 것들을 숙고하게 됐다”며 “모두가 이렇게 변화하고 새로운 힘을 얻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생태팀 리더 백가영 씨는 “비신자인 자신을 있는 그대로 환대해 준 공동체가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자연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친구에게도 빚지며 살듯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고민하는 충만한 시간을 선물받았다”며 웃었다. 이번 마지스 대회는 국내 체험이었지만, 참가 청년들에게 낯선 외국에서의 체험만큼 깊이 있는 체험이 됐다. 지난해 포르투갈 마지스 대회 참가자였던 유선재(미쉘) 씨는 “함께 자고 먹으며 공유하는 감정과 마음이 곧 서로에게 위로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핍 속에서 더 감사하게 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하느님을 발견했다”며 “그때 우리가 비로소 하느님 영광을 위해 매 순간 자신을 투신하는 청년 사도로 거듭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 예수회 마지스청년센터는 마지스청년센터는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라는 예수회 모토에 따라, 이냐시오 영성을 따라 사는 청년 사도직을 ‘더욱 더’(라틴어 Magis) 넓혀가고자 2013년 설립됐다. 젊은이 침묵피정, ‘모하기’(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 프로그램, 청년 토크 등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냐시오 영성을 소개하는 활동을 해왔다. 마지스는 2019년 예수회 보편적 사도적 선택 중 하나가 ‘젊은이들의 희망찬 미래여정 동반하기’로 결정되면서 보다 더 영신수련을 기반으로 한 활동에 집중해 청년들을 동반하고 있다. 가장 큰 활동 두 가지는 젊은이 침묵피정과 ‘마지스서클’이다. 젊은이 침묵피정은 청년들이 한 단기간 침묵 피정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하느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동반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며, 교구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 ‘가톨릭 청년 침묵 피정’이라는 이름으로 위탁 진행하기도 한다. 마지스서클 참가자들은 6개월~1년간의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양성을 통해 이냐시오 영성 요소를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직접 체험한다. 개별 영적 동반을 받고 자기성찰 습관을 들이며, 자연스럽게 이냐시오 영성에 맛을 들이고 다함께 체험을 떠난다. 현실 속 다양한 상황에서의 영적 식별이 무엇인지 부딪히며 배운다. 올해 진행된 마지스서클 2기는 이냐시오 영성 배움터부터 활동 봉사, 2024 제주마지스대회와 체험까지 모든 과정을 청년 봉사자들인 코어팀과 함께 기획·진행했다. 청년들이 직접 미리 양성받은 내용을 토대로 이냐시오 영성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마지스 사목자들은 팀을 정기적으로 만나 개인 영적 면담, 매달 공동체 나눔 등을 꾸준히 동반했다. 마지스에는 청년 사목자가 3명 있다. 책임 김정현 신부, 정다운(안젤라) 씨, 홍찬미(글로리아) 씨다. 이들은 각자의 특색을 살린 고유한 소그룹 모임 운영, 사목에 대한 의견 교환, 수다를 나누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며 ‘함께 걷는’ 신앙 공동체의 예시를 선사한다. 청년들은 젊은 평신도 청년 사목자들이 영적 동반, 신앙프로그램 운영 등을 주체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 경험이나 의견을 개진하는데 자신감을 얻는다. 김미소진(마리아) 씨는 “‘마지스 공동체 안에서 터득한 시선의 변화가 나도 모르게 평범한 일상에도 물들어 간다”며 “일상 모든 순간이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관상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배기현(카타리나) 씨는 ‘각자의 영적 성장과 고유한 하느님 체험에 마지스 공동체가 깊은 관심을 갖고 개별적으로 동반하기에, 약함이나 부족함 속에서 하느님의 온전함을 체험한다“며 웃었다. 김 신부는 ‘마지스는 청년들 삶에 맞닿은 하느님을 발견하는 ‘영신수련의 일상화’를 전하고자 한다”며 “마음속 어떤 움직임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 모호해 두려움과 압박감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큰 영적 해방, 평화의 체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9-08

읽고 나누며 ‘영적 사랑’ 키우고, 참여와 실천으로 ‘희망 씨앗’ 뿌려요

하느님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갈망으로 영적 독서에 빠져드는 청년이 많다. 주님께서 인간에게 당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주신 선물 ‘이성’의 빛을 따라 청년들은 책 속에서 영적 자유로움을 발견한다. 하지만 묵상을 삶에 녹여내는 과정은 개인에게 달려있고, 독서 시간과 장소를 벗어날수록 그 의미도 퇴색한다. 살레시오회 영성을 따라 살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움직임 ‘살레시오청소년운동’(지도 성하윤 도미니코 사비오 신부) 그룹 중 하나인 청년신앙연구회(회장 허은빈 마르시아, 이하 청신연)는 함께 영적 독서와 나눔을 하고 그에 따른 사회참여로 머리(지성)와 가슴(실천)이 하나 되는 영적 독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읽고 나눈 글로부터 사랑의 의미를 체화하고, 그 결과를 직접 목격함으로써 신앙적 독서를 의미 있는 것으로 완성해 내는 청신연을 소개한다. ■ 중요한 것은 사회참여 청신연은 신앙에 관련된 책이나 말씀을 읽고, 서로 읽은 바를 나누고 공부하며, 나눔으로 깨달은 것들을 바탕으로 사회참여를 펼치는 그룹으로 2008년 결성됐다. 함께 책을 선정해 매주 정해진 분량을 읽고, 주 1회 평일에 온라인으로 만나 나눔을 한다. 어려운 책일 경우 회원들이 돌아가며 요약하고 발표한다. 이후 동반 사제에게 모르는 점을 질문하거나 깨달은 점을 나눈다. 주일에는 동반 사제가 주례하는 미사에 참례하고, 6호 보호처분을 받은 남자 청소년들이 머무는 돈보스코청소년센터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하고, 한강이나 공원 등 함께 외출해 시간을 보낸다. 가정환경이 좋지 못하고 나쁜 어른이 더 익숙한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전한다. 살레시오회 영성다운 사회참여를 즉각적으로, 옆의 청년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독서 모임들과의 차이다. 삶의 구체적 현실과 만나지 못하면 겉돌 수도 있는 앎이,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위해 행동하는 요한 보스코 성인의 영성으로 실체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경험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결정적으로 신앙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은 회원 모두가 입을 모으는 청신연만의 매력이다. 허은빈 회장은 “책에서 느낀 예수님의 숨결이, 매주 아이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분이 진짜로 들이쉬고 내쉬는 움직임으로 울려 퍼진다”고 고백했다. “공부한 바를 기억에 훨씬 잘 남게 하는 것은 바로 실천임을 여실히 느낀다”는 허 회장은 “또 그를 청년들끼리 또 나누면서 독서 및 나눔→실천→나눔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눔을 통해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점도 알게 되고, 사랑받는 경험의 행복함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 그것이 결국 신앙적 독서의 완성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앙 서적 읽으며 영성 나누고 청소년센터에서 봉사활동 매진 사회 나아가 사랑 전했던 요한 보스코 성인 영성 실천 ■ 나눔의 유익함 청신연은 유익한 영적 나눔에 기여할 수 있는 폭넓은 책을 선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성경 관련 서적, 살레시안(Salesian)으로서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내용이 담긴 ‘살레시오 가족 생활지표 해설서’ 등 다양한 책을 읽는다. 회원들이 각자 읽고 싶었던 책들, 이 시점 자신들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얘기해 보고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최근에는 돈보스코청소년센터 활동을 더욱 심도 있게 하고 싶은 마음에 ‘돈보스코 오라토리오’(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요한 보스코 성인이 마련해 준 교육 공간, 또 그 교육 정신과 방법론을 총칭하는 말)에 관련된 서적을 함께 읽고 나눴다. 직업과 나이가 다양한 청년들이 함께 나눔을 하기에, 저마다 다양한 삶의 카리스마가 일상에서 발현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은 회원들이 손꼽는 가장 감사한 점이다. 똑같은 부분을 읽었는데도 각각 다른 부분에서 감동하고, 그 말씀을 본인의 삶에 녹아낸 나눔을 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고 반성해야 할 점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한 주 동안 삶 속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며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나누고, 청년들 앞에서 다짐하노라면 앞으로의 한 주를 준비하는 자세를 다잡게 된다는 것이다. 김예은(율리아 빌리아르) 회원은 “글을 읽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과정에는 한 사람의 삶과 행적이 묻어나기 마련”이라며 “자신만의 해석과 고민 등을 서로 나누는 포맷으로 운영되다 보니 자연스레, 빠르게 끈끈한 친교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사회참여를 병행하면서는 그동안 서로 나누며 성숙하게 키운 신앙이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으로 뿌려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자기 행동을 성찰하고 반성한 후에 아이들을 만나기에, 보다 성숙한 자세로 아이들과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씀으로 정화하고, 아이들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그의 표현대로다. ■ 실천하는 기쁨 청신연의 ‘함께하는’ 사회참여는 돈보스코청소년센터 아이들과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과의 ‘라포르’(믿음의 관계) 형성에 걸리는 시간이 가장 적고, 또한 깊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평일에 센터에서 아이들의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주거나,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돌봐주거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등 각자의 삶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각자의 삶에서도 사회참여를 계속하는 이유는 모종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머리(지성)로 닿은 사랑에 가슴(실천)이 따라붙었을 때 솟는 기쁨 때문이다. 한 회원은 센터 아이의 견진성사 대부가 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중 올해 살레시오회 생활지표해설서의 내용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9살의 요한 보스코 성인에게 “주먹다짐으로 하지 말고 온유와 사랑으로 아이들을 네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성모님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아이에게 “그동안 주먹다짐, 폭력에 에너지를 썼다면 이제는 그 에너지를 남을 위하는 데 써보라”고 얘기해주는 과정에서 벅찬 감정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어떤 부분에서는 실천이나 나눔이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회원들은 “혼자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옆에 있는 신부, 수사, 청년들과 함께하며 용기를 가지고 시도할 수 있다”고, “이러한 시도 끝에 실천하는 나눔과 사회참여기에 우리에게 더욱 값지다”고 고백한다. 그 경험이 다시금 의지를 고무시키고,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키우며, 또 다른 나눔과 실천을 시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성하윤 신부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책을 읽고 사회참여를 하는 것은 회원들이 가족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한 보스코 성인의 카리스마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천으로 책 너머의 영성을 실현하고 싶은 청년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전했다. ◆ ‘살레시오청소년운동’은 살레시오청소년운동(Salesian Youth Movement, SYM)은 다양한 경유로 남녀 살레시오회를 알고 그 안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청년들이 요한 보스코 성인의 영성과 교육방침에 따른 영적 성화의 길을 걷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영성운동이다. 청신연을 비롯해 SYM 아래 청년 그룹들은 해당 영성을 통해 자신들의 삶 안에서 공동체로 말씀, 성사, 친교, 사회참여를 살아가며 정직한 시민, 선량한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다. ▲ 마고네프렌즈: 살레시오 대림동 수도원에 적을 두고 있는 SYM 그룹으로, 아동 보호 치료 시설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서 청소년들의 종교적, 교육적, 전례적 동반의 사도직을 수행한다. ▲ 아프레사누아: 온라인 기반 SYM 그룹으로,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에 살레시오회 소속으로 참여했던 청년들이 주를 이루어 구성됐다. 청년들이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는 특성에 따라 주 1회 온라인 모임으로 강의 나눔 및 서적 나눔, 생활 나눔이 주를 이룬다. 그 외에도 월 1회 모임, 분기별 모임을 통해 소속감을 고취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도직을 실행한다. ▲ 탈리타쿰: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수녀회 관구관에 적을 두고 있는 여성 SYM 그룹으로, 월 2회 모임을 가지며, 6호 보호처분 여자 청소년 치료 시설 ‘마자렐로센터’에서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FGPS(Friend Give Peace with Sisters): 살레시오수녀회 관구관에 적을 두고 있는 10대 초중반 청소년으로 구성된 SYM 그룹으로, 토요일 격주로 모임을 가지며 영어로 살레시오 영성을 학습하고 심화해 스스로 봉사활동을 구성·실행한다. ※ 문의 010-9630-1988, symkorea@sdb.kr 성하윤 신부

2024-08-25

어르신의 추억에 청년 재능 녹이니…"세대공감 샘 솟아요!"

“제가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건 단순한 열정만이 아니라, 누구나 삶에서 부단히 겪는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인생 선배들 이야기에 공감하고 싶다는 ‘열망’이었나 봐요.” 작가, 미술가, 일러스트레이터, 칼럼니스트… 글과 그림에 장래까지 꿈꿀 만큼 ‘진심’인 청년이 많은 건 이렇듯 글과 그림이 ‘누군가의 삶에 가장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장치기 때문이다. 청년밥상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이하 청년문간)은 이렇듯 글과 그림에 재능도 관심도 풍부한 청년들이 어르신들의 그림책과 자서전을 직접 쓰고 그려 선사하는 ‘세대공감잇다’ 프로그램을 2020년부터 매해 펼쳐오고 있다. 올해 참가 청년들은 세대 간 장벽을 뛰어넘는 ‘공감’을 어떻게 체험했을까. 사업 소개와 함께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세대’를 공동체로 ‘잇다’ 청년문간은 청년들이 창의적 도전을 멈추지 않게 디딤돌이 되어주려는 취지로, 어르신 자서전 만들기 활동을 먼저 해왔던 잇다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허현주 마리아 막달레나, 이하 잇다)과 함께 ‘세대공감잇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학업과 취업, 자기 계발에 쫓겨 윗세대와 소통할 일 없던 청년들은 어르신의 추억을 그림책으로 만들며, 경험해 보지 못한 어르신 세대 이야기를 접하며 공감할 수 있다. 또 어르신은 청년 세대에게 자기 삶을 나눔으로써 서로 마음으로부터 이해하며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청년(20~30대)과 어르신(70~80대) 사이의 세대도 함께하는 3세대 프로그램이다. 3~7월 매주 금요일 어르신과 청년, 마을활동가(중년)가 고루 섞여 어르신 인터뷰, 미니게임 등 함께 웃고 어울리는 통합활동, 그림책을 쓰고 그리는 작업에 함께했다. 이렇듯 세대 간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일까. “윗집에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가 아는 아이면 층간 소음이 덜 시끄럽게 느껴진다는 연구가 있어요.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가 뛰어다니기에 신경이 곤두서죠.” ‘요즘 것들’, ‘꼰대’ 등 표현으로 대변되는 세대 간 불협화음은, 서로 다가가 관계를 맺었을 때 싹트는 공동체 정신만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잇다 안혜영 사무국장은 “경청의 과정에서 ‘소통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소통하지 않았을 뿐이었구나’ 하는 희망적인 경험을 많이 만들어 가면 세대 간의 어려움은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문간 오현아 매니저는 “이렇듯 서로 다른 세대가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경험에 청년들이 구심점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일”이라고 전했다. ■ 만남이 피워낸 ‘공감’이라는 꽃 “사람과 사람이 벽을 넘어 이루는 만남에서라면, 주인공까지 감동시키는 글과 그림을 창작할 수 있을지 몰라.” 감수성이 영그는 청춘, 유독 많아지는 생각 속에 실마리를 찾아가고자 학창 시절부터 글쓰기에 맛 들인 청년이 많다. 자꾸 내면의 문을 두드리는 ‘나조차 설명하기 벅찬 무언가’를 형상화해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갈망에 사로잡힌 청년들은 미술인의 길을 걷는다. 먹고사는 걱정이 앞서지만, 이들이 펜과 붓을 놓지 않는 건 글과 그림이 곧 ‘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굳이 문인·미술인 진로를 택하지 않아도 “중학생 시절부터 하루 마무리는 그림일기 쓰기”라며 글과 그림에 애정을 표현하는 청년도 많다. SNS 부계정을 열어 작품을 선보이고 의뢰을 받아 그림을 그려주는 건 사람들을 웃게 할 뿐 아니라 참된 자아의 목소리를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처럼 자아실현에 충실할 수 있는 글과 그림 솜씨를, 어르신 그림책 자서전 7권을 손수 펴내 드리는 ‘나눔’에 어떻게 선뜻 공헌할 수 있었을까. 참가 청년들은 “사람 사이의 경계, 심지어 나 자신이라는 담장 밖을 넘는 ‘공감’이 무언가를 쓰고 그리게 이끄는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준달 어르신의 자서전 「세상 모든 꽃들에게」 창작에 함께한 최어진(세라피나·24) 씨는 “만날 길 없던 어르신들과의 교류 속에 새로운 작품 세계를 찾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회화를 전공하는 최 씨는 본질을 탐구하는 암울한 느낌의 그림을 많이 그려 작품 세계도 다소 그로테스크했지만, 어르신 삶의 이야기 그대로를 담아내려는 노력에서 밝고 예쁜 그림체가 나왔다. 최 씨는 어르신이 손주와 돗자리를 깔고 앉아 꽃을 탐구했던 추억 속 장면을 그렸던 것을 손꼽았다. 명절에나 뵙던 조부모님과 계곡에서 놀던 그의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작품에 몰두하느라 우울했던 최 씨의 그림체가 밝아질 수 있었던 건 이렇듯 어르신과 이뤘던 마법 같은 공감 덕분이었다. 길거리에서도 늘 마주치는 어르신들이지만 그전에는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졸업 전시처럼 ‘현생’(현재의 삶)에 집중하느라 정작 돌보지 못하던 존재들에게서 얼마나 깊이 있는 소통이 가능한지 눈떴다”고 말했다. 그런 최 씨가 가장 소중하게 뽑은 경험은 여느 참가 청년과 다르지 않다.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졌을 때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인간의 새로운 본질을 찾았다는”는 고백처럼, 벽을 넘어서 공감하자 찾아온 성장이다. ■ 공감 속 샘솟은 애정 처음에 청년들은 ‘라포르’(믿음의 관계)를 쌓는 데 집중했다. 청년들은 ‘너희 삶은 우리와 많이 달라 불편할 거야’라는 걱정으로 되려 어르신들이 거리를 뒀다고 추억했다. 그런 어르신들이 내밀한 이야기까지 털어놓기 시작한 건, 매주 함께 울고 웃으며 간식을 나눈, 자신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청년들 진심을 확인하면서였다. 박부례 어르신의 자서전 「오색 빛깔 추억 이야기」 창작에 함께한 이은수(22) 씨는 “고생의 상처 외에는 너무나 친숙한 삶이라 오히려 먹먹했다”고 회상했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식을 올렸던 이야기, 늦깎이로 야학에 다니다가 관둬야 했던 사연…. “익숙하지만 멀게만 느꼈던 일화들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자 소소한 희소식에도 경이로움이, 작은 굴곡에도 눈물진 아픔이 일렁였다”는 이 씨 표현대로다. 출판 분야에 꿈이 있고 “노년에 자서전을 쓰는 게 버킷리스트”라는 이 씨지만, 기나긴 삶을 원고지 15장 안팎의 소박한 문장으로 녹여 내는 일은 지난했다. 그런 청년들을 격려한 것도 어르신들이 선사하는 공감의 위로였다. 이 씨는 “배우지 못해도 글쓰기에 도전하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너희도 할 수 있어’라며 생기를 불어넣는 진심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도 모르게 예전과 달라졌다”는 공통된 고백대로 참가 청년들 마음에는 다름을 뛰어넘은 공감의 가치가 심어졌다. 한 청년은 자서전을 쓰던 추억을 떠올리면 “그냥 지나가던 어르신들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버스 행선지를 묻는 어르신에게는 ‘앱을 켜면 될 텐데’ 하기보다 온 맘으로 안내해 드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사장 이문수 신부(글라렛 선교 수도회)는 “이렇듯 청년들의 청년다운 재능과 개성이 세상에 공감의 가치로 기여할 수 있도록 청년문간은 다양한 사업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8-11

풋풋함 넘치는 찬양 열정, 공동체 ‘세대 공감’ 이끌다

“젊은 친구들과 우리 어른들이 서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함께 주님을 찬양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늘 차분하게 바치던 교중미사에 청년들만의 ‘활기’라는 빛깔이 더해졌달까요.” 주일인 7월 14일, 언제나처럼 오전 10시 인천 도화동본당(주임 양주용 바오로 신부) 교중미사에 참례한 윤경옥(사비나·64)씨는 “청년들이 전례에 동참하고 노래 찬양을 한 오늘 주일미사 덕분에 ‘다시 젊어진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는 열정’을 선물 받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교중미사는 청년 전례단과 밴드가 해설, 독서, 보편지향기도와 찬양을 맡는 ‘찬양미사’로 봉헌됐다. 정형화한 일반 교중미사 전례와 다른 청년들의 활기찬 찬양법이 분심을 일으키지는 않았을까. 우려와 달리 윤씨 등 참례자들은 “오히려 청년들과 덩달아 뜨겁게 하느님을 찬양하고 한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본당은 이렇듯 ‘젊은이다운 뜨거움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청년들의 미사를 더 많은 신자와 나누고자 이날 교중미사 노래 찬양에 청년들을 동참시켰다. 저녁 6시에 따로 청년미사를 봉헌하는 그들이 단절을 넘어 어른들과 신앙 안에 소통을 이루게 하는 취지다. “고령화하는 교회에서 가려져 있는 청년들에게 우리(어른)들이 얼마나 응원하는지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세대 간 단절 봉합의 첫걸음”이라는 주임 양주용 신부의 뜻대로다. ‘교중미사는 엄숙해야 한다’는 일각의 편견에도, 본당은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청년들과 어른들이 만나는 미사를 준비했다. 공동체 화합에는 청년들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26일 교중미사는 엄마와 딸이 반주를 하고 아빠와 아들이 복사를 하는 ‘가족 미사’로 봉헌했다. 그날 교중미사를 찾은 많은 신자가 “성가정의 훈훈한 사랑을 통해 본당 교우들의 소중함도 되새기게 되고, 오히려 상투적인 미사 참례 습관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늘의 태양은 못 돼도, 밤하늘 달은 못 돼도,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등불 되리라.”(생활성가 ‘하늘의 태양은 못 되더라도’) 청년들은 세대와 무관하게 많이 알려진 곡들로 찬양 노래들을 선곡했다. 배민우(노엘) 청년회장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하게 하느님을 찾는지 어른들께서 잘 이해하실 수 있는 메시지가 내포된 곡들”이라고 밝혔다. 화답송은 기도문 낭독이 아니라 “내가 너와 함께 항상 있단다, 두려움에 떨지 마라”하는 가사의 생활성가 ‘임마누엘’을 불렀다. 영성체 후 묵상곡으로는 갓등중창단의 ‘눈물이 흘러도’를 불렀다. 파견 성가 뒤에는 특별히 퇴장 성가로 “어느 곳에 있든지 나는 주를 향하리라”는 가사의 ‘주만 바라볼찌라’가 울려 펴졌다. 성당을 나서던 신자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찬양에 집중하고 환호 섞인 박수를 보냈다. 포용해 주기보다 분심부터 호소하는 어른들에 대한 경험은 청년들을 주눅들게도 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드럼, 키보드, 기타가 곁들여진 청년 밴드의 소리가 미사에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배민우 청년회장은 “이번 미사를 준비하면서도 ‘혹시라도 역효과를 가져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지해 주는 어른들이 더 많다는 걸 알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몇 년 만의 교중미사 준비로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본당 분과장들은 “늘 보여주던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청년들의 찬양은 언제나 기대된다”고 도닥였다. 김상수(요한 사도) 청년부회장은 “청년미사 후 신부님께서 ‘어떤 어른께서 너희를 도와주셨다’면서 ‘끝나고 저녁이라도 사 먹으라’고 쌈짓돈을 건네주시기도 했다”며 “액수가 아니라 그 마음에서 늘 묵직한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조부모가 손주들의 재롱을 좋아하듯, 갈라진 세대들이 하나가 되는 우리 본당의 미사는 오히려 어르신 신자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특별히 준비하는 율동 찬양처럼 새로운 형태의 세대 공감 미사도 펼쳐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2024-07-21

[가톨릭 청년 단체를 찾아서(9)]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생활성가 밴드 ‘유빌라떼’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생활성가 밴드 ‘유빌라떼’(단장 이인호 미카엘·지도 홍웅기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그 이름대로 ‘찬양’(Jubilate)을 통해 하느님을 전하고자 1998년 결성됐다. 보컬,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을 맡은 청년 단원 7명은 바쁜 일상에도 한자리에 모여 청년부 주최 행사, 지구 연합 미사, 본당 미사 등 찬양이 필요한 어디든 찾아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말씀을 전달하고 있다. 주로 청년 생활성가집 수록곡들을 선곡하지만 유빌라떼만의 스타일로 편곡한다. 매해 연말은 직접 콘서트를 기획하고 펼친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전공자들, 취미로 하는 비전공자들이 하느님 찬양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모여 서로 존중·배려하는 분위기는 유빌라떼만의 강점이다. 전공자들은 답답한 점을 지적하기보다 자상하게 가르쳐 주고 비전공자들은 그 진심에 힘입어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또 오히려 전공자들이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 음악 전공자인 건반 담당 이예나(로사) 단원은 “통통 튀는 반주, 매력적 음색을 가진 보컬들의 하모니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고, 소름 돋을 만큼 매력적인 음악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공과 상관없이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갖추고 우리만의 특별한 음악을 만들고자 서로 경청하는 단원들이 너무 멋지다”며 웃었다. “음악만을 연주하는 게 아닌,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유빌라떼”라는 활동 정신은 단원들의 신앙을 더욱 두텁게 한다. 보컬 담당 천송이(안나 로사) 단원은 “늘 성호경으로 시작하는 수요일 저녁 8시 합주처럼, 각자 본업을 마치고 돌아와 하나가 되는 소소한 기도의 순간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위로로 메아리쳐 돌아온다”고 고백했다. 올해로 27년째를 맞이한 유빌라떼는 악보대로 반주하기보다 신선한 코드 진행, 장르 전환으로 성가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밴드로 성장했다. 단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생활성가 보편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이인호 단장은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성가로 청년들에게 성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감동, 위안을 주는 단체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홍웅기 지도신부는 “유빌라떼는 오랫동안 청년 성가 공연, 연구 등 활동으로 더 기쁘고 새롭게 생활성가로 주님께 나아가는 밴드”라고 말했다. 이어 “미사와 공연 안에서 2배의 기도를 하는 단원들은 언제나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한다”며 많은 청년의 관심을 부탁했다.

2024-07-21

“습관처럼 이어 온 신앙, 배울수록 깊이 와닿아요”

“습관처럼 다니는 성당 너머로 신앙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았어요. 그 궁금증을 달래주는 청년 주일학교가 본당에 있다는 건 행운 같아요.” 6월 22일 서울 이문동성당(주임 이준호 미카엘 신부)에서는 ‘포센티 청년주일학교’(이하 청년학교) 제3기 종강미사가 열렸다. 부슬비 내리는 주말 저녁에도 삼삼오오 모인 청년들은 부주임 이준혁(바오로) 신부로부터 수료증을 받으며 기뻐했다. 4개월간의 교육을 마친 그들은 “호기심은 많은데 배울 길이 없었던 신앙 주제들을 청년학교 덕에 배울 수 있었다”면서 “4기에는 다른 청년들도 데려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학교는 “청년들을 위한 교리·신앙 배움터가 필요하다”는 이준혁 신부의 판단으로 지난해 5월부터 열려왔다. 중·고등부 주일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이후 스스로 정보를 모으거나 멀리까지 찾아다니지 않는 한 교리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잘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배움 기회 적은 청년층 신앙적 갈증 달래는 교육 마련 젊은이들 주목하는 주제, 교회 가르침 따른 사회교리 강의 새 신자 청년들에게도 큰 도움 본당 청년 사목을 두루 맡으며 청년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이 신부는 “정의와 평등에 민감한 요즘 청년들이라 사회교리 등 교회의 가르침에 특히 관심이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학업, 취업 생활에 쫓겨 여유가 없는 청년들이 가까운 본당에서 신앙적 갈증을 달랠 수 있도록 동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교육 내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청년들이 주목하는 주제들로 채워진다. 지난해는 윤리신학, 사형제도, 낙태, 한반도 평화, 핵발전소 등을 폭넓게 배웠다. ‘인간 생명은 어떻게 존엄한가’, ‘인간은 같은 하느님 자녀인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청년들이 주제를 추천했다. 그에 따라 이 신부가 초빙한 각 분야 전문가 사제·수도자들이 특강을 펼쳤다. 청년학교는 자칫 타성에 젖은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실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올해 3기 과정에서는 전례와 성음악을 주제로 한 특강이 큰 호응을 받았다. 청년학교 대표 임효현(안젤라·26)씨는 “그냥 당연히 참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던 미사에 있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그 속에 어떤 아름다운 의미가 담겨 있는지 눈을 뜬 계기였다”고 말했다. 청년학교가 지향하는 가치는 틀에 박힌 이론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와닿는 교육이다. 4월에는 서울 아현동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을 방문하는 현장 체험도 이뤄졌다. 청년들은 “막상 가볼 일 없는 이웃 교회를 방문한 덕분에 그들의 신앙 전통에서 좋은 것을 배워갈 수 있었다”는 후기를 전했다. 이렇듯 청년들이 진정 궁금해하는 것들을 알려주는 배움터의 존재는 신앙을 깊이 있게 접한 적 없는 새 신자 청년들에게도 좋은 인도자 역할을 한다. 이성적 이해가 중요한 젊은이들이 무턱대고 수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교회적 가르침과 신비를 ‘내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학교 3기 수료생이자 예비신자인 이연호(36)씨는 “단순 지식에서 그칠 수 있었던 교리와 다양한 궁금증을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3월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이씨는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미사 전례나 하루 세 번 바치는 삼종기도처럼 예비신자 입장에서는 많은 것이 낯설고 복잡한 형식으로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와 달리 내가 선택한 신앙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싹텄다”고 전했다.

2024-07-07

[가톨릭 청년 단체를 찾아서(8)]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 찬양율동팀 ‘MRI’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 찬양율동팀 ‘MRI’(팀장 김희민 마리아, 지도 이창훈 베드로 신부)는 교구 각 본당 청소년들이 율동 찬양으로 더욱 신나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몸으로’(M) ‘뢀리(난리)치는’(R) ‘아이들’(I)이라는 이름대로, 8개 본당 8명 팀원이 “춤추듯 신나게 찬양할 수 있는 율동만의 매력을 전파하고자” 하는 취지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MRI는 교구 행사마다 율동 찬양을 펼치고 해마다 율동을 제작하는 등, 교구 전담 율동 찬양 사도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본당 교리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율동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 연수에 참석해 설명하기도 한다. 연수에 부득이 불참한 본당도 율동을 익힐 수 있도록 청소년사목국 유튜브에 율동 영상을 올리고 있다. 가사를 재치 있게 표현할 동작,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연령에 맞는 안무 아이디어를 모으고자 팀원들은 언제든 의기투합한다. 행사 준비 기간에는 수시로 함께 모여 연습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필수다. 팀원들은 발랄하게 움직이는 율동만이 가능케 하는 즐거운 신앙생활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에 늘 열정적으로 봉사한다. 김희민 팀장은 “신앙생활을 지루하게 느끼는 친구들이 우리를 따라 움직이며 ‘신바람’이 들길 바란다”고 전했다. 팀원들도 타성적이었던 신앙생활에 즐기는 마음이 싹트는 활력을 체험한다. 정보경 팀원(알비나·광주 두암동본당)은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미사에 가고 성가를 불렀지만 이제는 미사 참례가 즐겁다”며 “팀에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며 웃었다. 하느님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김민우 팀원(빅토리오·광주 운남동본당)은 “단순히 기도와 성가뿐이던 신앙생활을 넘어 주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율동이 처음에는 쑥스럽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지듯, 삶에서 어느덧 친근해지신 주님을 마주하는 기쁨이 크다”는 고백대로다. 앞으로 더 다양한 연령층이 따라 출 수 있는 율동을 만드는 것이 MRI의 꿈이다. 박시하 팀원(바오로·광주 오치동본당)은 “율동으로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창훈 신부는 “팀원들은 율동 봉사만 하는 게 아니라 팀 모임에서 청년성서 공부와 나눔을 통해 신앙적으로도 성숙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율동의 즐거움으로 주님 사랑을 전하는 팀원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2024-07-07

배고픈 청춘 없도록 든든한 한 끼로 용기 북돋워

‘혼자’가 일상이 돼버린 시대, 1인 가구 청년들은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그마저도 거르기 일쑤다. “귀찮아서”라는 괜찮은 척과 달리 곧 “세 끼 모두 잘 챙겨 먹을 만큼 여유가 없어서”라고 말해 온다. 치솟는 물가에 기성세대가 한숨을 내쉴 때 사회초년생,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생활자, 구직자인 청년 세대는 체념을 내쉰다. 건강에 나쁜 줄 아는데 별수 없이 즉석식품으로 손을 뻗으며 “집밥을 먹고 싶어도 혼자 먹자고 한 끼 차리는 데 드는 품과 비용이 얼마나 큰지” 이해를 바랄 뿐이다. 평신도 공동체 한국 CLC(Christian Life Community)를 중심으로 한마음인 사람들이 세운 사회복지법인 ‘사랑의힘’(이사장 김연경 마리안나)은 주말일수록 부실하게 식사하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자 지난해 6월 청년 주말 식당 ‘청년공간 모락모락’(공간지기 신광식 알로이시오, 이하 청년공간)을 열었다. 8일 청년공간 첫 생일을 맞아, 청년들을 있는 그대로 환대하는 무료 식사 나눔 현장을 찾아갔다. ■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환대 서울 곳곳에 시도 때도 없이 소나기가 내리던 8일 정오 무렵. 초여름 불청객 비가 말리는 주말 외출이지만 청년공간은 점심을 먹으러 온 청년들로 가득 찼다. 설거지, 반찬 채워넣기, 테이블 닦기로 여념이 없는 봉사자들은 “1시간도 채 안 돼 벌써 60명 넘게 다녀갔어요”라며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만면엔 미소가 넘쳤다. “늘 맛난 집밥이지만 오늘은 더더욱 풍성하고 맛있었어요!” 메뉴는 언제나처럼 김치찌개 백반이지만 이날은 청년공간의 생일인 만큼 정성 담긴 반찬들이 곁들여졌다. 청년들은 김치찌개의 단짝 계란말이, 잔치날 빠질 수 없는 잡채, 열무, 오이, 무, 양파가 골고루 들어간 비타민 가득한 장아찌를 담아 가며 연신 “맛있어요”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봉사자들은 “많이 준비했으니 눈치 볼 것 없이 얼마든지 가져가세요”라며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후식으로 마련된 한입 크기 수박은 청년들이 여름을 반갑게 맞게 해주는 세심한 배려가 깃들었다. 봉사자들이 직접 구운 바나나 초콜릿 머핀도 잊지 않고 하나씩 챙겨줬다. 이렇듯 청년공간은 그 이름대로 환대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자리다. 따스하고 든든한 밥으로 사랑이 피어나는 즐거운 자리, 청년들 마음 안에 일어나는 좋은 생각들이 세상으로 ‘모락모락’ 퍼지길 바라는 진심이 가득 담겼다. 한국 CLC 회원들과 ‘사랑의힘’이 청년들과 동반하고자 3000원 김치찌개 식당을 연 것은 늘어나는 1인 가구 청년들이 마주한 식사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해서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끼니 당 평균 8537.1원, 독립 가구의 경우 9238원을 지출했다. 올해 적용 최저임금(9860원)을 고려하면 하루 3끼를 제대로 갖춰 먹기 위해 매일 3시간치 급여를 소모하는 셈이기에, 청년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봉사자들은 “청년들이 밥을 굶는 일은 없더라도 다양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조사에서는 음식의 양과 질에서 충분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청년들이 50.3%를 차지했다. 물가 상승 때문에 식비 지출을 줄이고자 저렴한 구내식당, 편의점 간편식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가격이 몇백 원씩 올랐다. 주말은 특히 구내식당이 문을 닫을뿐더러 청년들이 함께 식사할 동료가 없어 더더욱 식사를 거르게 된다. 봉사자들은 이렇듯 절박한 식사 문제에서 청년들이 미안해하거나 고마워하지 않길 바라며 토요일과 주일 점심•저녁 4끼 ‘환대’의 문을 열고 있다. 신광식 공간지기는 “식사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 위로의 힘이 있다”며 “청년들이 마음 편히 와서 따뜻한 밥을 통해 위로받고 어려운 조건들을 이겨갈 힘이 돼주고 싶다”고 전했다. ■ 교류할 수 있는 공간 청년공간의 취지는 단순한 주말 밥집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관계망을 맺는 거점이 되는 것이다. 1인 가구 청년들이 고시원, 원룸 등 고립된 공간을 벗어나 사람의 온기를 나눌 수 있도록 청년프로그램 ‘집밥클래쓰’, 자원 재순환 코너 ‘당근코너’를 열고 있다. 집밥클래쓰는 청년들이 직접 요리에 참여하고 함께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강사의 시연 후 청년들은 3인 1조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다. 돼지고기 토마토스튜와 두부 카프레제(카프리풍 샐러드), 가지덮밥과 가지새싹말이처럼 건강하면서 일상적이고 세련되기까지 한 요리를 가르쳐 준다. 청년들은 ‘나는 이렇듯 존중하고 대접할 만한 소중한 사람’임을 느끼고 생활에서 쉽게 영양 균형을 챙기면서 동시에 소통하고 나누게 된다. 집밥클래쓰 1기에 참가했던 정정은(34)씨는 “건강하고 정성 담긴 요리를 배우는 것도 즐겁지만, 얼굴만 알던 단골 청년들과 말꼬를 트니 ‘혼자’를 수월히 극복해 낸 기분”이라며 “무기력하게 보내기 쉽던 주말이 즐거움으로 가득해졌다”며 웃어 보였다. 평신도 공동체 주축으로 뜻모아 고물가에 식비 부담 덜어주고자 인근 구내식당 문닫는 주말에 운영 요리 함께 배우며 소통하는 시간도 청년들만의 공유공간으로도 활용 당근코너는 청년들이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와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해 가는 코너다. 치약, 비누 등 생활용품, 햇반과 통조림 등 식재료처럼 여러 개로 묶어서만 팔아 1인 가구 입장에서는 곤란한 물품을 서로 나누면서 청년들은 “‘혼자’인 줄만 알았던 자신들이 얼마나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우리’였는지” 눈뜨게 된다. 김진희(베로니카) 총괄 매니저는 “주말에 진행되는 청년 프로그램은 적고 식사 관련 프로그램은 더욱 없다”며 “주말마다 상시 운영하는 청년공간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청년공간 모락모락은 서울 시흥동에 있는 청년 주말 식당 및 공유공간 ‘청년공간 모락모락’은 여느 청년식당처럼 고기, 두부가 들어간 김치찌개 단품 메뉴를 재료 값에 준하는 최소 비용 3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콩나물무침과 계절 반찬으로 이뤄진 밑반찬 2개가 곁들여지고 공기밥은 무한 리필이다. 토·일요일 점심(오전 11시~오후 2시30분)과 저녁(오후 5시~8시30분) 총 네 끼를 제공한다.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청년들은 카페 등 공유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청년공간은 청년들의 욕구 파악에 중점을 두고 ‘테마가 있는 식사’와 밑반찬 만들기 강좌, 도시 텃밭 가꾸기 등 청년들이 관심을 갖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계획 중이다. 또 생태가 청년에게 갖는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 그들이 지역학교, 지자체, 복지기관 등에 강사로 파견될 수도 있는 ‘청년 생태환경 강사 양성과정’ 등 다양한 생태 청년 관련 양성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후원 계좌 국민 752601-04-336102 예금주 사회복지법인사랑의힘 (후원회)

2024-06-23

미래 이끌 신앙인 위한 열정·친교·희망 자리…'3色'으로 물들다

언젠가부터 성당은 청소년·청년들에게 마음 편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저 환대받는 분위기를 원할 뿐인데, 어른들은 자꾸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한다”며 발길을 끊은 젊은이는 팬데믹 전부터 많았다. 그런 젊은이들이 머물 수 있도록 교회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교구들은 그들이 일상적으로 찾아와 신앙문화를 만들고 확산시킬 ‘공간’을 제공할 필요를 느꼈다. 공간은 ‘경험’이 일어나는 장(場)이자, 젊은이들이 아무 부담 없이 쉬며 신앙의 의미를 발견해 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통찰에서다. 그렇게 마련된 한국교회의 청년 사목 공간들은 어떻게 청년들 신앙에 일상성을 확보해 주고 있을까. 젊은이가 가장 붐비는 수도권 교회(서울·의정부·인천교구) 청년 사목 공간들을 통해 알아본다. ■ 공감하며 신앙 열정발산하고 - 서울대교구 ‘청년문화공간JU’ 공연기반 청년복합문화공간 ‘JU콘서트’ 등 프로그램 다양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 청년문화공간JU(관장 피승윤 바울리노 신부, 이하 JU)는 2010년 청년들의 주 활동 장소인 홍대(동교동)에 만들어졌다. 청년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며 신앙의 활력과 좋은 만남을 체험해 그 에너지를 본당에서 발산할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매년 두 차례 진행되는 핸드메이드 성물 프리마켓은 기존 성물방에서 만날 기회가 없던 가톨릭 청년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청년 누구나 창작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 작가들 판매 금액의 10%는 취약 계층 청소년 가정에 기부된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음악피정과 마지막 주 목요일 성가 콘서트로 열리는 ‘JU콘서트’는 현실에 지친 청년들이 나’를 격려하며 ‘너’에 공감하는 연대를 통해 ‘우리’가 되는 세상을 희망하는 위로의 공연이 된다. “성당에 갈 틈이 없어도 목요일 퇴근길에 꼭 콘서트를 가서 힘을 얻는다”는 청년이 많다. JU는 공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청년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젊은이들이 신앙 안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다리소극장에서는 매년 서울청소년가톨릭연극제가 열린다. 소극장에서 청소년들은 공동체적 삶과 예술을 나누는 과정 중심의 연극제를 통해, 성당·학교에서는 나누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펼친다. 또 ‘청소년문화공간JU’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사자격증, 바리스타, 토론·글쓰기, 코딩, 원어민 영어 대화 등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신앙이 없거나 성당에 가게 되지 않는 청소년·청년들은 이렇듯 JU에서 신앙과 꿈을 키우고 있다. 관장 피승윤 신부는 “언제나 열렸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JU에서 많은 친구들이 신앙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활기를 얻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기도와 쉼으로 친교나누며 - 의정부교구 청년센터 ‘에피파니아’ 청년 일상과 신앙 공간 조화 카페 느낌 라운지 등 마련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홍석정 가시미로 신부)이 운영하는 청년센터 에피파니아는 ‘청년을 환대하는 공간, 청년이 세상을 환대하는 공간’으로 2021년 일산 호수공원 로데오거리에 개관했다. ‘Epiphania’(라틴어로 그리스도의 공현이라는 뜻)라는 이름대로, 신앙의 깊이가 서로 다른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머물면서 삶의 메시아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넓은 지역에 비해 교통수단이 취약해 한곳에 모이기 힘든 교구 특성상 교회가 청년들을 찾아가 환영한다는 상징도 품었다. 센터는 청년들이 언제든 편하게 머무르며 휴식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카페 같은 분위기의 라운지는 미사, 강의, 그룹 모임, 피정, 공연장, 오픈마켓 등 온갖 용도에 맞춰 변신한다. 청년의 일상 공간과 신앙 공간을 연결해 주려는 개관 취지대로다. 음료가 제조·제공되는 바(Bar)는 이용 청년과 사제, 스태프 간 편안한 대화가 오가는 장소다. 가벼운 일상 대화로 시작하지만 늘 깊은 대화로 나아간다. 후속 면담과 고해성사를 요청하는 청년도 많다. 센터 상주 사제와 실무자도 운영 중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며 청년들을 맞이하고 환대한다. 만나 바스켓(Manna Basket)은 청년을 위한 다양한 쉼과 기도의 도구가 마련된 공간이다. 신앙·인문 도서, 기도 및 대화 카드 등 셰어링(Sharing) 도구, 보드게임도 비치됐다. 자유롭게 들러 도구를 고르는 청년들은 마치 본당에 있듯 편히 쉬며 자기도 모르게 신앙에 젖는다. 균형 있는 프로그램들은 청소년·청년의 건강한 일상과 신앙생활을 함께 돕는다. 퇴근길 미사, 작은 떼제 모임은 청년들이 영성을 일상처럼 실천하는 기회가 된다. 사회교리, 성경, 신학 등 신앙 클래스와 인문학 살롱, 비폭력대화 등을 주제로 한 성찰 클럽은 삶과 신앙이 일치되는 교육의 장이다. 개인 상담, 집단 심리 상담, 미술·음악 치료로 마음의 건강도 챙기고 영상 제작, 밴드 활동, 청년 문인회 등 활동 욕구도 채운다. 홍석정 신부는 “센터는 청년들이 자신들만의 언어로 신앙생활을 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당에서 청년들이 안 보일지라도 그들의 신앙이 죽은 것은 아니”라며 “센터를 찾으며 본당에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청년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소통과 나눔으로 희망찾아요 - 인천교구 청년공간 ‘엘피스’ 교구와 본당 연결하는 모임 생활 속 ‘친근한 공간’ 제공 인천교구 시흥·안산지구 청년공간 엘피스(센터장 정희채 안셀모 신부)는 그리스어로 ‘희망’이라는 그 이름처럼, 청년들에게 일상적 쉼과 위로가 돼주는 공간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경기 시흥 대야동에 개관했다. 엘피스는 지구 중심의 청년 사목을 목표로 둔 교구의 의지에 따라 지구 사목의 거점으로 역할을 한다. 청년 사목을 교구 중심으로 펼치면 소통 부재, 물리적 거리감으로 청년들이 오히려 고립되며, 개별 본당 중심으로 펼치면 청년들이 적은 인원으로 봉사에 허덕이느라 신앙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센터는 교구와 본당을 연결하는 교두보인 지구 청년들의 모임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설들을 갖췄다. 홀은 청년들의 필요에 따라 카페, 독서실, 보드게임장, 찬양 무대, 강의실, 성당으로 탈바꿈한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을 위한 공간도 함께 마련돼 있어 매달 한 번 성경 특강이 펼쳐진다. 청년들이 평일 저녁에 모이는 시간이 많음을 고려해 ‘나눔식당’도 만들어졌다. 그간 청년들은 회의와 봉사를 위해 저녁을 굶고 모임에 참석해야 했다. 누구나 쉽게 요리하고 밥을 먹는 공간인 식당을 통해 청년들은 식사 중 나눔을 한다. 신앙 안에서 친교를 맺는 일은 센터를 찾는 청년들에게 생활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개관한 지 1년 채 안 돼 본격적 시설 활용은 아직이지만, 실무자들은 교회를 언젠가부터 낯설어하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집이자 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청년들을 다시 교회로 초대하는 하루 피정, 청년 반주팀 양성 프로그램, 사제와 청년들의 대화 식사 프로그램인 ‘사제의 식탁’도 계획 중이다. 옥상도 청년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조성해 주고자 디자인 공모전을 펼쳤다. 출퇴근길에 들르는 청년도 점점 늘고 있다. 정희채 신부는 “사람은 장소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교회의 ‘아침’인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내어주는 배려가 청년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다”고 전했다.

2024-06-09

“아이들은 인류의 희망, 차별 없는 세상에서 자립할 역량 키워요”

학교에 다니고 사춘기를 겪는 평범한 우리 주변 청소년에 다들 익숙해졌다. 하지만 가깝게는 아시아, 멀게는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로 가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고통받는 아동·청소년들이 있다. 교육조차 못 받는 아이들은 자기 상황을 개선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한국교회는 그런 지구촌 아동·청소년들을 어떻게 돕고 있을까.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국제협력센터는 올해 중점 사업 분야로 교육을 내세운다. 다양한 원인으로 충분히 배우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센터의 아동 및 청소년 교육 분야 개발협력사업은 아프리카 및 아시아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청소년 주일을 맞아 존엄을 잃은 지구촌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해방’할 역량을 심어주는 센터의 활동을 알아본다. ■ 교육 소외의 원인 빈곤과 재해·재난은 아이들을 교육에서 소외시키는 대표적 원인이다. 마다가스카르 피아나란초아주에서는 빈부격차가 뚜렷하고 가뭄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라우라 바꾸냐 학교 학생들은 지역에서도 최빈곤 가정의 자녀들이다. 대부분 영양실조를 앓고 고아와 장애 아동도 많은 현실에서 학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지속적 교육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케냐에서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이시올로주도 마찬가지다. 만성적 빈곤, 높은 실업률, 부실한 지역 기반 시설로 인해 주민 71%가 극빈층이다. 이런 상황에 지속되는 가뭄은 식량 위기를 가중시킨다. 탄자니아 이링가주에서는 청년이 전체 인구 75%를 차지하며 인구 70%가 국제 빈곤선 이하 수준의 수입(하루 약 1.25달러)으로 생활한다. 대다수 주민의 생계 수단은 농업이지만, 기후변화로 농업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배움은 꿈도 못 꾼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우기마다 농업이 타격을 받아 사람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 캄보디아 푸삿주는 58%가 숲이고 다수 주민이 농민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경제적 불안정에서 아이들 학습에 우호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학습권, 성평등, 신체적 다름에 대한 인식 부족은 지구촌 아이들의 교육을 더욱 방해한다. 스리랑카 푸탈람구·라트나푸라구 차농장 및 해안 지역의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학교에 가지 말고 노동해 생계비를 벌도록 강권한다. 오랜 내전으로 전쟁 과부, 미혼모가 많은 우간다 오모로구에서는 여성 문맹률이 특히 높다. 여성들은 어린 나이에 일찍 결혼하고 4~7명의 자녀를 키우며 가사와 농사를 병행한다. 읽고 쓰지 못해 교육 기회는 더 제한돼 자립적인 삶을 꾸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탄자니아 므완자주 알비노 아이들은 신체적 다름 때문에 교육 기회를 뺏긴다. ‘선천성 색소결핍증’으로 알려진 알비노는 피부와 머리 색이 유독 밝아 아프리카 사람들 가운데 눈에 띈다. 아프리카에서 알비노가 가장 많은 탄자니아에서는 알비노의 신체 일부를 지니고 있으면 부와 행운이 찾아온다는 미신이 존재한다. 알비노 아이들은 늘 외상이나 폭행 위험에 노출돼 있어 정상적 학교생활이 불가능하다. ■ ‘해방’의 역량을 위하여 “한 자루의 연필, 한 권의 책, 그리고 헌신적인 교사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기에 경험하는 성장 환경과 교육 수준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과 최빈국 아이들은 대물림되는 가난과 제한된 교육 기회로 인해 ‘한계지어진 삶’을 살아간다. 센터는 그들에게 변화를 만들어 갈 역량을 키울 기초를 마련해 주고자 교육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은 가난한 아동과 청소년이 전인적 발전을 이뤄 대물림되는 사슬을 끊고, 자신과 자기 공동체의 삶을 해방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먼저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학습 환경을 마련하고, 체감하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여주는 것이 목표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살레시오 수녀회와 협력해 라우라 비꾸냐 학교 빈곤층 학생들에게 급식과 학비를 지원한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급식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돈이 없어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취약계층 학생 130명에게는 1년치 학비를 지원한다. 케냐에서는 케냐 카리타스와 협력해 이시올로주 3개 농촌 초등학교에 교실 증축, 교실 내 개인 사물함 및 의자 구비, 학생 90명의 교복 구입을 위한 자금을 지원한다. 탄자니아 이링가주에서는 살레시오회와 협력해 돈보스코 직업 기술 학교(DBYTC, Don Bosco Youth Training Centre)를 통해 지역 청년 대상 농업 기술 교육을 제공한다. 학교에서는 농업 기술뿐 아니라 인쇄, 재봉, 전기공학, 용접 등 기술 교육도 이뤄진다. 농업 및 기술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캄보디아 푸삿주에서는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와 협력해 ‘안나스쿨’ 교직원 급여, 학생들의 급식 및 간식 구입비, 예체능 교육비, 문화 체험 활동비, 도서 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안나스쿨은 수녀회가 2013년부터 지역 성당에서 아이들의 방과 후 제공하는 학교다. 그 부근 깜뽕루엉 수상마을 언어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크메르어(캄보디아 국어)와 베트남어 수업이 진행된다. 도농 격차가 큰 스리랑카에서는 착한 목자 수녀회와 협력해 푸탈람구·라트나푸라구 차농장 및 해안 지역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안전하고 교육적인 가정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한다. 아이들에게는 학습 동기 부여 프로그램과 리더십 강화 활동을 제공, 학부모에게는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성 불평등으로 제약받는 우간다 여성들도 존엄하고 자유로운 삶의 실현할 수 있도록 센터의 도움을 받는다. 센터는 올해부터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와 협력해 오모로 지역 여성들에게 문해·기술·위생 교육을 지원한다. 더 많은 여성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수녀회가 운영하는 여성센터의 시설 확장 공사 자금도 지원한다. 지역 여성들은 이곳에서 아촐리어(부족어)를 배우고 재봉, 미용, 요리와 같은 실용적인 기술을 익혀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한다. 센터는 탄자니아에서는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이 만연하는 현지 상황을 고려해, 지역 주민과 아동 및 청소년의 ‘인식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알비노 인식 개선과 알비노 관련 미신의 타파가 핵심 목표다. 북동부 아루샤와 킬리만자로 지역에서는 아동 청소년들에게 알비노 인식 개선 교육을 펼치고, 정부 및 지역 행정 기관과 함께 ‘국제 알비노 인식 개선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므완자주에서는 아프리카 선교회(Society of African Missions, SMA)와 협력해 주민 인식 개선뿐 아니라 알비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준다. 선교회가 설립한 알비노 보호 시설 ‘탕가 하우스’의 교육 장비 구입 및 기숙사 내부 시설 구축, 알비노 아동 및 청소년 교육과 정기 건강 검진·치료 등을 지원한다. 센터 실무자 김다해(아녜스)씨는 “우리는 생각하지 못한 수많은 어려움을 가진 아동 청소년이 지구촌에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 가려진 청소년들 또한 인류의 희망이기에, 그들이 교육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기억해 달라”고 전했다.

202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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