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이 품으시는 하느님 사랑, 서로를 통해 배우고 느끼죠”

다름을 불편해하는 공동체는 끼리끼리 어울리게 마련이다. 그 폐쇄성은 어쩌면 ‘열린 교회 닫힘’이라는 농담처럼 교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 202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2000여 명 응답자 중 33.1%가 교회에서 가장 변해야 하는 문화 중 하나로 ‘신자들 간 끼리끼리 문화’를 꼽았다. 서울대교구 수유동본당(주임 장광재 요아킴 신부)에는 그 닫힌 분위기를 유쾌하게 깨뜨리는 청년 공동체가 있다.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답게 장애, 국적, 신앙, 나이 등 상관없이 누구나 환영하는 청년 공동체 ‘종들의 종’(단장 신명덕 에스텔·지도 신웅 바오로 신부)이다. 다름을 포용할 줄 아는 것만큼 청년다운 열린 감수성은 없지 않을까. 그 감수성을 간직한 단원들은 아무런 불편함 없이 돈독한 친교를 나누고 있었다. 국적·장애·나이 등 장벽 넘어 다양한 청년들 어우러지는 공동체 성경 공부·묵상 나눔으로 믿음 다져 “고유성 포용받는 기쁨 커” ■ 종들의 종 “열린 감수성을 지닌 청년들에게, 성당마저 갈등을 피해 끼리끼리 모이는 공간이 되면 안 되잖아요. 우리가 결국 하나라는 기쁨을 안겨주는 공동체가, 성당에서일수록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갈수록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 시대다. 그만큼 갈등의 소지가 되는 것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주임 신웅 신부는 바로 이러한 사목적 문제의식에서 2023년 11월 종들의 종을 창단했다. 그해 9월 본당에 부임한 지 2달 만이었다. 학력, 소득, 세대, 장애·비장애, 인종, 종교 등 사회적 갈등들을 경험하는 서로 다른 청년들이 조건 없이 함께하며, 두루 품으시는 하느님 사랑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게 이끌어주려는 진심이었다. 20대부터 40대까지 26명 단원 중에는 장애를 지닌 청년들, 한국어 소통이 어렵고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도 있다. 신앙이 없어도 종들의 종부터 들어와 교리교육을 받게 된 청년도 8명이나 된다. 단원들은 매 주일 청년미사(오후 6시) 전 다 같이 모여 성경을 함께 읽고 기도를 봉헌한다. 첫째 주는 미사 1시간 전 모여 묵주 기도를 바친다. 둘째 주와 넷째 주는 2시간 전 모여 신 신부와 함께 성경 공부를 하고 이어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셋째 주에는 단원들이 각자 작은 정성을 모아, 청년미사에 참례하는 모든 신자를 위해 말씀 사탕과 함께 선물을 준비한다. 올해 3월(성 요셉 성월)에는 성가정상 키링을, 6월(예수 성심 성월)에는 예수 성심 그림 편지지를, 10월(묵주 기도 성월)에는 참례자 모두를 위해 봉헌 초 140개를 만들어 봉헌했다. 단원들이 돈독한 친교를 맺는 핵심은 무엇보다도 신앙의 근본인 성경을 다 같이 읽고 그 배경을 함께 공부하며, 묵상한 내용을 서로 나누는 데 있다. 말씀을 따라 살고자 노력할수록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핵심인 ‘조건 없는 사랑’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두 차례 떠나는 피정은 서로 사랑과 용기를 심어 주는 장이 된다. 그 안에서 싹트는 마음은 “우리는 하느님의 종이면서 서로를 섬기는 종이기도 해”라는 사랑이다. 그렇기에 종들의 종은 단체에서 직함을 가진 청년들 위주로 움직이지 않는 평등함이 매력이다. 신앙 지식이 적은 예비 신자도,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도 상관없이 모든 단원이 같은 발언권으로 의논하고 공동체를 함께 움직인다. 신명덕 단장은 “누구에게나 부족함이 있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부족함을 서로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청년들은 이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 구별 없이 품는 하느님 “나를 있는 그대로 품으시는 하느님의 숨결이 단원들 덕에 와닿아요.” 황은규(그라시아) 씨에게 청각 장애 3급이라는 ‘개성’은 종들의 종 활동에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 종들의 종 총무로 소임하는 그는 “편견 없이 나를 믿어주는 단원들 덕분에 단체 활동에도 신앙생활에도 더욱 열심해진다”고 고백했다. 황 씨가 요즘 고백하는 통찰은 “어쩌면 내가 가진 ‘특별함’은 내가 하느님 안에서 나와 다른 청년들과 친교를 맺는 문이 될 수 있겠다”는 묵상이다. 이렇듯 다름이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 종들의 종만의 조건 없는 사랑 때문에 단원들은 매 주일 청년미사 전 모임을 손꼽아 기다린다. 단원들은 “구별 없이 품으시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서로가 서로에게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모은다. 누구나 특정 기준에서는 소수자가 되기 마련임을 알기에 단원들은 묵상 나눔 시간이면 서로 자신감을 갖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다름 때문에 소극적이었던 장애인 단원들도 종들의 종에 들어오자 모두 활발해지고 취직에도 성공했다. 신 단장은 “회식 때 ‘첫 월급을 탄 기념으로 제가 한턱냅니다’ 하던 한 친구의 꽃다발 같은 미소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웃었다. 개신교 신자였다가 가톨릭교회로 입교를 준비 중인 조성재 씨는 “함께 성경 나눔, 묵주 기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실천할 기회가 주어지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랑을 실천하는 기회는 삶에서 많지 않으니 종들의 종이 존재가 더욱 값진 것 아니겠느냐”면서 조 씨는 묵주를 들어보였다. ■ 너와 나의 고유성을 위하여 다름을 존중하기는커녕 배려조차 피곤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종들의 종은 어떤 답을 던져줄 수 있을까. 이탈리아인 단원 에스텔 주앙(Esther Joao) 씨는 “‘너’와 ‘나’의 고유성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앙 씨는 피부색이 검고 한국어 소통이 어렵지만 “벽을 넘어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그리스도 말씀대로 포용하고 또 포용받는 기쁨이 무진장하다”며 웃었다. 브라질에서 온 마리아 빅토리아(Maria Victoria) 씨가 종들의 종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다름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편안한 분위기다. 빅토리아 씨는 “브라질에서는 한국과 달리 다 함께 성체조배를 자주 하는데, 한국 청년들도 다 같이 해봐도 좋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렇듯 다름은 단원들의 친교에 장벽이 아니라 다리로 역할하고 있다. 예비신자 진연욱 씨는 통신교리를 이미 마쳤음에도 자청해서 종들의 종에서 교리교육을 다시 받고 있다. 진 씨는 “다른 성당에서 세례를 받을 수 있지만, 본당에서 단원들이 축하해 주는 가운데서 입교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진 씨는 ‘아우구스티노’를 세례명으로 할 것을 고민 중이다. “존재론적으로 깊은 고찰을 했던 성인의 면모가 너와 참 닮은 것 같아”라며 단원들이 추천해 줬기 때문이다. 그는 “모로 가든 내가 하느님을 만난 건 여러분 덕분인 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씽긋 웃었다. 신 신부는 “이렇듯 ‘다름 안에서의 함께’라는 가치에 목마른 청년들 갈망에 귀 기울이고 그 여정을 동반한다면, 지금도 길 잃고 헤매는 수많은 청년이 가톨릭교회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2024-11-24

[특별기고] 교회와 함께 걸으며 오늘을 살고 내일을 희망하는 청년 그리스도인

모든 세대의 청년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이 처한 사회·경제적 현실에서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거기서 형성되는 가치관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찾고, 삶의 방향을 탐구한다. 한국교회 청년들도 자신들이 앞으로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희망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한국교회사 안에서 청년들이 펼쳐온 역동적인 활동 모습을 살펴보고, 보편교회가 추구하는 청년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분석하고자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이진옥(페트라) 선임연구원이 기고를 보내왔다. 변방으로 나아가는 진취성 한국교회 역사 안에서 가톨릭 청년들은 언제나 교회의 중심에 존재하며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모든 사물을 온전한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평가하고 해석”(「사목 헌장」 62항)해 “현세의 시민 생활에 하느님의 법”(「사목 헌장」 43항)을 새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서로 연대하며 “보편적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모든 형제들」 142항)를 세상 안에서 실현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러한 한국교회 역사 안에서 가톨릭 청년의 역동적인 모습은 ‘한국 가톨릭 청년 운동’과 ‘한국 가톨릭 노동 청년회(JOC)’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가톨릭 청년은 이 두 가지 활동을 통해 “무기력하게 근근히 살아가거나 마치 구경꾼처럼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진취적”이고 “활기차게” 사회와 교회를 위해 살았다.(「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43항) 한국 가톨릭 청년 운동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본당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스스로 모여 애국 청년 운동을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경성교구 청년연합회’와 ‘남방천주공교청년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청년 운동 단체가 결성되어 교육·문화·사회 활동을 펼치면서 청년들의 의식을 고취했다. 1945년 광복 이후에 청년들은 문화활동을 통해 가톨릭 문화 발전에 이바지했다. 6·25전쟁 이후 청년들은 본당별로 주일학교나 야학을 설립해 교회 재건 사업에 동참했다. 이는 본당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1950년대 후반, 한국 가톨릭 청년 운동은 가톨릭노동청년회가 한국에도 결성되면서 다시 활기를 보였다. 이 활동은 청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가톨릭 청년 운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가톨릭 운동은 교회 내에서 봉사활동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가톨릭 노동 청년회의 출현으로 자기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의 활동은 빈민촌 무료 진료, 불우 청소년 선도, 영세민과 가난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 경영, 노동자 문제 해결 등 이때까지 교회의 활동과는 다른 실천적 변화를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노동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 특히 17~18세 어린 노동자들의 생활 실태를 파악해 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두 단체의 활동이 특별한 이유는 활동 주체가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청년들은 두 활동을 통해 “직접 만나는 첫째 사도”가 되어 “자기들이 살고 있는 사회 환경을 고려해 자기 자신들 가운데에서 자기 자신들을 통해 사도직을 수행”했다.(「평신도 교령」 12항) 이는 1965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폐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남긴 메시지에서 드러나는 교회 쇄신과 사회발전을 위한 청년들에게 바라는 희망과 일치한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청년들에게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앞선 세대가 살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이룩”(공의회 폐막 메시지 ‘젊은이들에게’)할 것을 권고했다. 청년들은 “모두 자신의 안위를 떠나 용기를 갖고 복음의 빛이 필요한 모든 ‘변방’으로 가라는 부르심”(「복음의 기쁨」 20항)에 응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 활발한 사회 참여는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른 이들을 향하는”(「모든 형제들」 88항) 삶을 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세상과 교회의 성화를 위한 충실한 실천으로 볼 수 있다. 청년은 언제나 교회 중심에 존재…사회·교회 위한 역동적 활동 펼쳐 교회 내 봉사에만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사회 건설 위해 나서길 ‘주인공’인 청년들을 위한 동반 이러한 선배 청년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 그리스도인에게 신앙의 모범이 돼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국교회 역사 안에서 드러난 가톨릭 청년의 주체성은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의 주제로 개최된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젊은이 시노드)의 가르침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젊은이 시노드는 교회와 청년의 상호작용 안에서 세상의 복음화라는 공동책임이 부여됨을 강조했다. 젊은이 시노드는 “교회가 부패하지 않도록, 갈 길을 멈추지 않도록, 교만해지지 않도록, 분파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막고, “교회가 젊은 모습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데 청년의 역할을 강조했다.(「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37항) 또한 젊은이 시노드는 청년이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삶에서 구경꾼”이 되지 않고 정의롭고 형제애로 가득찬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회 “변화의 주인공”이자 “미래의 주인공”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74항) 따라서 젊은이 시노드는 청년의 역할이 독서자, 복사, 교리교사와 같이 교회 내 봉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쇄신과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앞장서는 것임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젊은이 시노드는 청년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그들의 성소의 삶을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성소는 사제, 수도자, 혼인 성소와 같은 신원적인 구분을 포함해 “생명으로 부르심, 주님과 나누는 우정으로 부르심, 성덕으로 부르심 등을 다 아우르는 하느님의 부르심”(「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248항)을 말한다. 이를 통해 청년은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고, 또한 우리가 받은 은사들을 활용해 공동선에 이바지”(「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253항)하라는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은 곧 다른 이들을 향한 선교 봉사의 부르심으로 이어진다. 청년이 선교 봉사에 참여하는 일은 성소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년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고, 자신에게 다른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청년이 선교사로서 친구나 이웃들을 초대하는 경험은 새로운 신앙 체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청년은 자신 안에만 머무르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타인을 향해 개방하도록 도와준다. 이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교회(Chiesa in uscita)를 몸소 실천하는 길이 된다. 젊은이 시노드가 강조하는 교회의 역할은 청년의 성소 식별 여정을 동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동반은 그저 청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교회의 동반은 청년이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고 식별하는 과정에서 자기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젊은이 시노드는 교회 안에 성소의 문화를 형성해 청년이 자연스럽게 신앙 안에서 성소를 발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함께 살 것을, 교회가 온 마음을 다해 청년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을 권고한다. 이러한 교회의 동반을 통해 청년은 교회와 함께 오늘을 살고 내일을 희망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글_이진옥 페트라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선임연구원 교황청립 살레시오 대학교(로마) 신학 박사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2024-11-10

숲 속 모든 자연물은 놀잇감…“자연과 친구가 되었어요”

아이들(피조물)끼리 서로 사랑하는 모습만큼 부모님(하느님)의 마음을 뿌듯함으로 적셔 놓는 광경이 있을까. 인간을 넘어 인간이 아닌 것까지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아이들의 올된 영육은 어쩌면 깊은 생태 감수성에서 비롯하는 게 아닐까.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선임대표 최진형 미카엘·지도 오병수 스테파노 신부, 이하 환경연대)는 유·청소년의 생태 감수성을 효과적으로 심어주고자 ‘민들레·푸르니’ 환경탐사단(이하 탐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탐사단은 10월 20일 인천 청량산으로 생태탐사를 떠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익히고 왔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자연 속에 뛰어놀며 생태 감수성을 익히고 온 현장을 전한다. 유·청소년 생태 감수성 함양 위해 자연물 활용 놀이 비롯 생태 교육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 높이며 ‘환경 보호’ 의식도 일깨워 ■ 생명의 신비를 품은 한가을 속으로 찬 이슬이 내리는 절기 한로(寒露)를 어느새 2주 가까이 지나 보낸 10월 20일. 아침 최저 기온 8℃에 이르는 추위에도 탐사단원 22명이 청량산 입구에 모여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와 사이좋게 발맞춰 무르익어 가는 단풍 속으로 단원들은 발길을 옮겼다. 수확을 앞둔 곡식과 닮은 금빛으로 일렁이는 햇살이 산길 곳곳의 나무, 덤불, 연못, 풀꽃의 무리를 따사롭게 비추고 있었다. 파르르 날갯짓하는 곤충도, 인기척에 사부작사부작 숨는 작은 동물도,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식물도, 한복판을 걸어가는 사람의 무리도, 이 모든 걸 생동하게 한 햇살은 마치 부모님처럼 모두를 골고루 덥히고 있었다. “선생님, 단풍은 왜 드는 거예요?” 노란색, 빨간색, 곧 짙은 갈색까지 바싹 말라 떨어진 낙엽을 그러모으던 7살 꼬마 단원이 물었다. 환경연대 교육실 교사가 답했다. “나무들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이란다. 우리 사람들은 참 행복하지? 봄에 봤던 꽃의 모습을 나뭇잎으로 또 볼 수 있잖아.” 도심 한복판의 자연에서 마주한 단풍은 말로 할 수 없는 온갖 천연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탐사단은 오늘 그것을 보고 즐기기 위해 청량산에 왔다. 단풍이 들고 곡식과 열매가 맺히는 한가을이야말로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오늘 마주친 신비한 생명들을 모아 나만의 꽃바구니를 꾸며 볼까요~?” 산길 곳곳에는 백합나무와 플라타너스의 큼직한 낙엽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교육실 교사들은 “낙엽으로 바구니를 만들어 산을 거닐며 찾은 나만의 꽃과 열매, 이파리, 씨앗 모음을 만들어 보자”고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초등학생 단원들 고사리손보다 위아래로 한 뼘씩은 큰 나뭇잎을 고이 접었더니, 천연을 담는 천연 꽃바구니 완성이다. ■ “생명이란 건 참으로 신비해” 청량산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었다. 열매에도 갈고리 같은 두꺼운 털이 난 도꼬마리, 익으면 콩깍지가 살포시 비틀어지다가 ‘와르르’ 콩알들을 퍼뜨려 내보내는 돌콩, 빨간 그 빛깔만큼 새콤달콤한 산수유 열매…. 한가을 청량산에는 이 모든 것이 한철이었다. “우와~ ‘탕후루’(糖葫芦) 나무다!” 단원들이 너도나도 계수나무 이파리를 꽃바구니에 담으며 말했다. 아이들은 “하교 후 사 먹는 탕후루와 똑같은 냄새가 난다”며 키득거렸다. 과연 이파리에서는 설탕과 물엿을 녹인 듯한 달콤한 향이 났다. 계수나무 잎은 노랗게 물들어 떨어질 때, 잎에 남아있던 당분이 휘발해 날아가며 단내를 내뿜는다. 이는 자신을 방어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해발 172m 정도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중턱에 이르자 다른 나무들이 보였다. 단풍나무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붉은빛으로 물들어 이름이 붙은 붉나무 군락으로 탐사단은 향했다. 전라도에서는 ‘불타는 것처럼 붉다’는 뜻에서 ‘불나무’라고도 부른다. 붉나무에는 후추알 같은 희끄무레한 작은 열매들이 송골송골 열려 있었다. “열매를 먹어 볼까요?”하는 교사의 제안에 아이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손을 뻗었다. “시고 짭짜름해요!” 붉나무 열매에는 사과산나트륨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사과산나트륨은 과실산의 일종으로 젓갈을 담글 때 소금을 일부 대체해 염분 섭취를 줄여주기도 한다. 옛날 소금이 부족했던 강원도 산간에서는 붉나무 열매를 간수 대신 써서 두부를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리기만 했던 신비로운 것들이, 그것도 도심 한복판의 작은 산에도 가득하다는 건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민들레’ 단원 안우진(베드로·초6) 군은 “백두산 같은 큰 산이 아니어도 산속에는 상상했던 것들이 잔뜩 있었다”며 “제각기 신기한 개성을 띤 동식물 친구들이 저마다 색다른 우리 반 친구들처럼 사랑스럽게 다가온다”며 웃었다. ■ 순환의 신비 산에는 보기 좋은 것들 일색인 것만은 아니었다. 단원들은 썩은 나무와 그루터기 무리도 마주쳤다. 하얀 곰팡이, 버섯이 잔뜩 피어 있었다. “곰팡이는 더러우니까 쓸모없는 애들이에요?” “자연 속에서 쓸모없는 존재는 없단다. 그건 우리가 함께 살기 때문이야. 저마다 자기도 모르게 쓰임 받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교육실 이선혜 교사(체칠리아·활동명 ‘무지개 물고기’)가 “버섯과 곰팡이는 숲속의 청소부와 같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썩고 죽은 나무 위에 자라는 버섯과 곰팡이는 긴 세월 잔해를 분해해 흙으로 돌려보낸다. 그 흙은 다시 새로운 동식물을 태동시키는 이부자리가 된다. “자연에는 ‘순환의 신비’가 있거든.” 순환의 신비는 생태환경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공생하기에 가능해진다. 불필요해 보이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할 수 있다. 이렇듯 “낙엽도 땅에 떨어져 쓸모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이 교사가 말을 이었다. 애벌레들의 이불이 되고, 겨울에도 날아다니는 네발나비 등 곤충들의 먹이도 된다. 산언저리에 굴러다니는 도토리를 들어 보이며 이 교사가 말을 이었다. “청설모가 땅속에 묻어놓고 그만 깜빡해 버린 도토리들도 그저 ‘버려진 음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란다. 싹이 터서 참나무로 자라나면 숲의 일부가 되고, 청설모들이 먹을 더 많은 도토리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단 하나도 빚어놓지 않으신 창조주의 사랑 어린 숨결…. 무채색의 일상을 떠나 산과 숲에서 그 숨결을 한껏 들이쉬고 내쉰 단원들도 순환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사람이 혼자 잘사는 게 아니라 피조물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눈떴다. ‘푸르니’ 단원 최지웅(안티모·고1)·최리안(리타·중1) 남매는 “이 생명들을 사랑하고 있으며, 또 생명으로서 사랑받고 있고, 앞으로도 사랑하고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2024-10-27

“수도 성소를 넘어 청년들 삶의 성소를 동반하다”

‘야전 병원’ 같은 교회에서 삶의 위로를 얻는 오늘날 청년들에게는 어떤 성소 동반이 필요할까. 사제나 수도자 성소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건 팍팍한 삶에 간신히 틈을 내 신앙생활을 하는 청년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9월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청년 사목 관련 심포지엄 사전 조사에서도 ‘성소 등 헌신에 대한 일방적 권유가 조금은 부담처럼 느껴진다’고 말한 청년이 응답자 중 60%가량이었다. 이에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이하 베네딕도 수녀회)은 지난해 1월부터 성소자 모임을 ‘베네딕틴 청년 모임’(담당 정경미 하상 수녀, 이하 베네딕틴 모임)으로 명명하고 청년들에게 고유한 카리스마를 전달하고 있다. 성소의 꿈을 꾸지 않더라도 기도, 공동체, 선교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삶’을 배우고 실천하는 베네딕틴 모임을 소개한다. 기존의 수도 성소 모임 형식 벗어나 청년들의 ‘동반자’로 청년 모임 운영 월 1회 모여 먹고 기도하며 일상 보내 ■ 길잡이처럼, 동반자처럼 교회 안의 모든 단체 활동이 중단되거나 저조한 활동을 보이던 코로나19 시기, 수도회들 경우 감염 확산 위험과 성소자 감소로 젊은이들 모임을 거의 할 수가 없었다. 이에 수도회들은 성소 개발을 수도 성소에만 국한하지 않고 더 넓은 지평으로 교회 안 청년들이 각자 성소 찾아가도록 동반해 보자는 방향성으로 나아갔다. 베네딕도 수녀회도 오랜 기도와 숙고 끝에, 교회 안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그들 각자의 성소를 찾아가는 데 동반하는 것이 교회에 새로운 기여 방식이 될 수 있겠다는 데 의견을 모아 베네딕틴 모임을 새롭게 출발시켰다. 본당에서의 단체 활동과는 다른 방법으로, 베네딕도 수녀회가 지닌 고유 카리스마를 통해 청년들 영성과 신앙생활을 동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생활과 영성이 일치된 삶을 사는 수도자들이 만나 온 하느님을 소개해 준다면, 청년들이 험난한 현실에서 그래도 하느님의 손을 꼭 붙들고 순항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베네딕틴 모임은 청년들에게 길잡이와도 같은 동반자처럼 다가간다. 참가자들은 수녀원 일상 안에서의 공동체 전례에 함께 참여하고, 매달 수녀들을 초빙해 관련 강의를 듣는다. 베네딕틴 영성과 성경 속 인물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소명의식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확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성경통독 피정을 통해서는 청년들이 말씀 안에 힘을 받고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를 생활화하도록 이끌고 있다. 이렇게 시작한 모임은 꾸준히 진행돼 7명 청년이 꾸준히 참석하고 피정에는 15명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 ‘혼자’가 아닌 ‘함께’로의 초대 “개인화해 가는 사회적 상황에서 청년들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협력해 더불어 사는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함께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 무엇인지, 그 기쁨을 누리는 기회도 과거에 비해 많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소외와 외로움이 크지만 함께하는 법을 모르는 정서적, 영적 위기가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모든 시간이 돈으로 계산되는 물질만능주의, 심각한 경쟁, 너무나 빠른 삶의 속도….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디고 사는 청년들에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보며 살아가기도 벅찬 시대다. 일상화하는 긴장과 갈등에 대응할 영적 역량을 키울 시간이 없어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자포자기하는 청년이 많다. 한국 청년 자살률은 2022년 기준 OECD 1위(22.6명)로 평균(10.6명)의 2배가 넘는다. 베네딕도 수녀회 공동체 영성과 환대의 영성이라면 청년들의 열병 같은 현실에 해열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베네딕도 수녀회 카리스마는 지금 여기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 주님의 현존을 사는 삶이다. 그렇기에 베네딕틴 모임의 취지는 특별한 모임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가운데 ‘혼자’가 아니라 ‘함께’ 그리스도를 만나며 기쁨을 같이 누리는 데 있다. “라틴어 ‘베네딕투스’(Benedictus)는 ‘축복받은 자’라는 뜻이에요. 베네딕틴 모임은 혼란한 세상 한가운데서 말씀과 함께 하느님을 깊이 체험하며 나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고자 하는 ‘축복받은 청년’들과 동행하는 모임이죠.” 담당 정경미 수녀는 “수도 성소가 아니더라도 하느님께서 청년들 각자에게 불어넣어 주신 삶의 성소가 얼마나 반짝이는지 모른다”며 “그 길에 묵묵히 함께해주는 것만으로도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도, 공동체, 선교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삶’을 사는 베네딕틴 영성이 더 많은 청년에게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다면 한다”고 덧붙였다. ■ 평범함이 안겨주는 위로 베네딕틴 모임에서 주로 보내는 시간은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함께 기도하고, 먹고, 나누고, 노래하는 일이다. 복음서를 정해 며칠 밤 피정을 하고 다른 수도회나 수도회 활동지를 방문하기도 하지만 주된 일과는 ‘함께하는’ 일상에 닿아 있다. “우리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함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가 베네딕틴 모임에서 느끼는 색다른 점이에요.” 사회에서 요구된 교육을 받고 자라 구성원으로 바로 서기까지, 성실하게 이곳까지 왔다고 여겼지만 실은 잘못된 자기강화를 해온 건 아닐까. 비교와 경쟁으로 소란한 주변에 더욱 정신없이 살아온 건 아닐까. 갈피를 잃게 하는 상념들은 수녀원에서 드리는 미사와 기도, 따뜻한 분위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특별한 부름보다는 우연한 기회, 부모님의 권유로 베네딕틴 모임에 합류한 청년이 많지만, 이렇듯 모임에 자연스럽게 이끄신 하느님의 숨결 덕에 오히려 무기력을 이겨낼 신앙의 빛을 찾는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소박한 밥 한 끼와 함께 영적 이야기를 나누고, 수도자들의 사려 깊은 조언을 듣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치유가 찾아든다. 전한기쁨(제르트루다) 씨는 “사회 안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많은 시선, ‘현실적으로 이 정도는 필요한 것 아닌가’ 하고 받아들였던 요소들을 베네딕틴 모임에서 많이 덜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씨는 “현실을 살면서 가톨릭 영성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지’ 하고 주저앉을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수녀님들을 보며 ‘그래도 괜찮구나’ 하는 마음의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일상적인 만남이라는 이름의 가랑비에 내면의 옷이 촉촉이 젖는 베네딕틴 모임 청년들. 그들은 한목소리로 “내면의 평안,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회복했다”고 말한다. “공허함이라는 풍랑이 또 엄습하더라도 하느님과 수녀들과, 청년 벗들과 함께라면 순항하리라”는 믿음이 싹튼 것이다. 민예빈(루피나) 씨는 “수녀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영적으로 냉담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모임이 내게 주는 긍정적인 마음은 한 달을 의미 있게 살아갈 힘이 된다”며 미소 지었다.

2024-10-13

[YOUTH] “하느님 자녀로 함께하니 장애는 장벽이 되지 않죠"

‘청년’이라고 하면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마음속에 늘 어린이, 청소년, 청년을 간직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발달장애인들이다. 발달장애인은 바로 우리 곁에(등록 인구 약 26만 명) 있으나 그들이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 서울·의정부교구만 해도 장애인 주일학교가 17곳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모든 이에게 평등한 주님의 사랑에 장애가 과연 장벽이 될까. 발달장애인 신자들은 비장애인 청년들과 어떻게 경계를 넘어 함께 찬양하고 어울리는 ‘진정한 젊음’을 보여주고 있을까.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장애인 주일학교인 무지개주일학교(교감 이경선 스텔라·지도 정성원 루치오 신부, 이하 무지개) 수업 현장, 장애인 학생들과 비장애인 청년들이 함께하는 청년 미사 현장에서 그 답을 찾았다. ■ 우리 성당에 늘 떠 있는 무지개 주일인 9월 8일 오후 5시30분 오류동성당으로 발길을 향했다. 추분(秋分)을 기다리는 여름의 막바지라 그런지 아직 저녁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하늘빛은 침침하고, 햇볕은 초가을 저물녘에나 볼 법한 거무스름한 금빛으로 사뭇 어둑했다. 성당은 다소 인내심을 가져야 오를 수 있을 만큼 봉긋한 언덕에 있었다. 저녁 7시 청년 미사까지 한참 남은 이 시간에 성당으로 향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날도 더운데 가파른 길을 걷기 싫어 볼멘소리로 터덜터덜 발을 구르는 동네 아이 두어 명만 저만치서 보였다. “그래도 일요일이면 성당에 일찍 오는 이 시간이 제일 기다려져요. 친구들, 동생들과 함께 예수님 공부도 하고 같이 미사에도 참례하니까요.” 이윽고 발달장애인 학생 10여 명이 성당 2층 무지개 교리 수업 공간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오늘의 주제는 ‘아브라함과 이사악’. 하느님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시고자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라고 했던 성경 속 이야기를 배웠다. ‘야훼이레’(하느님께서 마련하신다)가 무슨 뜻인지 맞히는 등 가로세로 낱말 퀴즈도 풀고, 천사가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는 것을 말리는 장면도 붙임 딱지(스티커)를 붙여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렇듯 매 주일 청년 미사 전 열리는 무지개는 발달장애인 학생들 신앙 교육의 장이다. 본당 인근에 특수학교 2곳이 있어 발달장애인 학생이 많기도 했다. 무지개가 생기기 전에는 부모들의 자조 모임이 있었다. 당시 발달장애인 자녀들은 부모들이 미사에 참례하는 동안 교리실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종이접기 등을 했다. 그런 그들을 그냥 두지 말고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과 성호경이라도 제대로 알려주자는 취지에 사목자와 신자들이 한마음이 돼 무지개의 문을 열었다. 17~42세 학생 17명이 무지개에 다니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장애인신앙교육부에서 교육을 수료한 교리교사 3명이 동반한다. 매주 교리 수업에 이어 비장애인 청년들과 같이 청년 미사를 참례하고, 한 달에 한 번 성지순례 및 야외 활동도 같이 간다. 이처럼 무지개는 장애인 학생들의 신앙 배움터를 넘어 비장애인 청년들과도 장벽 없이 친교를 맺는 기회가 되고 있다. 금방 사라지는 무지개와 달리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경선 교감은 “무지개는 청년들이 하느님을 믿고 친교를 이루는 데 장애가 결코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늘 새롭게 체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 무지개의 색깔에는 경계선이 없으니까 “자비로우신 주님,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구하시고 우리가 이웃의 정신으로 당신의 참사랑을 이루게 하소서.” 이날 수업 후 청년 미사 보편지향기도 낭송 청년 4명 중에는 발달장애인 청년이 1명 있었다. 그는 실수 없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매끄럽게 기도 지향을 읽었다. ‘하느님의 어린양’을 부를 때는 발달장애인 청년 2명이 율동 찬양을 펼쳤다. 비장애인과 아무 차이 없이 크고 명료한 동작에 신자들은 헤매지 않고 따라 움직였다. 이렇듯 무지개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수업 후 청년 미사에서 비장애인 청년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전례에도 동참한다. 예물 봉헌, 독서까지 모두가 차별 없이 함께하는 광경이 매주 펼쳐진다. 어디까지가 빨강이고 노랑이고 초록인지 나눠놓는 경계선 따위 없는 무지개의 스펙트럼처럼, 서로가 허물없이 손을 맞대고 하느님을 한마음으로 찬양할 뿐이다. 장애 때문에 발음이 약간 어눌하게 들리거나 더듬거리고 실수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전례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은 신자들에게 진심을 느끼게 한다. 기도 지향 낭송, 독서를 막힘없이 해내고 싶어 한 주 내내 연습해 오는 학생도 있다. 비장애인 청년들은 장애인 학생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찬양하는 기쁨으로 매 미사 때 힘을 얻고 있다. 오히려 매주 미사 때 전례에 대한 부담을 장애인 학생들이 나눠서 들어줘서 고맙다는 마음뿐이라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표현한다. “주말에 시간 내어 성당을 찾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하느님만이 가능케 하는 ‘장벽 없는 어울림’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만큼 청년들은 오히려 더욱 서로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무지개 학생들이 청년 성가대나 전례부에도 참여할 수 있길, 진입장벽을 낮추길 희망하는 청년도 많다. 정은경(크리스티나) 청년회장은 “같이 해온 청년 성서 공부 외에도 함께 어울릴 프로그램을 넓혀 가고 싶다”며 “모두가 어려움 없이 다름을 극복할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로 포개질수록 오히려 밝아지는 빛 “빛은 포개질수록 밝아지잖아요.” 무지개 학생들도 비장애인 청년들도, 주일이면 다른 곳이 아니라 성당으로 향하게 하는 매력은 ‘함께하는 모두를 이롭게 하는 포용’이다. 특히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무지개 덕분에 안정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장애인 주일학교가 없는 성당에서는 자녀가 미사 중 소리를 내거나 돌발행동을 했을 때 장애인식 부족으로 비난당하는 일이 많아 학생들도 부모들도 상처와 소외감을 토로했었다. 그런데 무지개라는 소속이 생기자 교우들은 이해해 주고, 학생들도 미사 안에서 자기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한 발달장애인 학생은 “미사 때 자유롭게 노래도 부르고, 익숙한 곳에서 변치 않는 친구·동생들과 기도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비장애인 청년들의 내면도 자기도 모르게 성장한다. 전례를 방해하기는커녕 묵묵히 역할을 해내는 무지개 학생들을 보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걸 눈 뜨게 된다. “무지개가 없었고 이들과 한자리에서 만날 일조차 없었다면 지금처럼 그들을 위해 화살기도를 바칠 일이 있었을까” 하며 기도의 불꽃도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함께 나들이를 가고 친교를 나누며 “우리는 하나였구나” 하는 감동을 맛보기도 한다. 비장애인 청년 김수지(수산나) 씨는 “어색함은 잠시, 금방 장난치고 농담을 주고받았던 소소한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평범하지만 특별한 추억이 다음 한 주를 살아낼 원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2024-09-29

“결핍 속에서 감사함 느끼는 순간, 하느님 발견했죠”

‘도전’마저 아름답게 추억하는 젊은이다운 굳센 마음은 어디서 주어진 걸까. 어쩌면 도전이야말로 영혼이라는 나무를 자라게 하는 ‘물’(양분)이 아닐까? 예수회 마지스청년센터(책임 김정현 요셉 신부, 이하 마지스)는 8월 13일부터 20일까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서울 WYD)와 국제 마지스 대회를 준비하는 첫걸음으로 참가 청년 20여 명과 함께 ‘2024 제주마지스대회’(이하 마지스 대회)를 펼쳤다. 일상 속 놓치고 있던 영적 성장을 찾아 순례자가 된 청년들은 일상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낯설고 다양한 도전을 마주했다. 한여름 뙤약볕마저 불사한 7박8일 여정을 통해, 메말랐던 영혼을 ‘물’(도전)로 촉촉이 적시고 왔다. 예수회는 선교 역사 안에서 뿌리내려 온 본회 영성을 청년들에게 체험하게 하는 장으로 마지스 대회를 열어오고 있다. 올해도 청년들은 이냐시오 영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매일의 기도 루틴을 따르고, 매일 20㎞씩 걷는 고된 일정을 소화했다. 대회의 꽃은 중간에 3박4일간 체험지로 파견돼 낯선 상황 속에서 도전을 받는 ‘체험’ 기간이었다. 각각의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소규모로 흩어져 그곳에 몰입해 살아남는 일종의 서바이벌 체험과 같았다. 이번 대회 참가 청년들은 각각 ‘순례팀’과 ‘생태팀’으로 나뉘어 현장에 투입됐다. 생태팀 청년들은 생태적 삶을 고민하는 농부의 농장에 가서, 농막에서 지내며 밭일을 돕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음식을 해 먹는 지속적이고 생태적인 생활문화를 경험했다. 일상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도전은 ‘결핍’이 돼 청년들에게 다가왔다. 참가 청년들은 30℃가 넘는 폭염 속에 행군하며 낡은 순례자 숙소로 잠자리를 옮겨 다녔다. 농가의 창고에서 다 함께 지내며 일손을 도울 때는 흙바닥 위에서 잠을 자야 했다. 물도 부족하고 식량도 부족한 채로 모든 순간을 함께 맞닥뜨리고 헤쳐 나가야만 하는 체험이었다. 모든 체험은 청년 코어팀 봉사자들이 이끌었고, 이들은 같은 도전 속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식별하고 결정하는 소명을 수행했다. 결핍은 청년들이 진정 삶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묵상하도록 이끌었다. ‘공동체’였다. 청년들은 자신이 바라는 자기 역할과 실제 능력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고민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순례자들’이라고 부르며 다독이는 가운데 ‘함께’라는 아름다운 가르침이 아로새겨졌다고 입을 모았다. 순례팀 리더 안유주(로사리아) 씨는 “순례자로서, 그리고 함께 걷는 벗들을 이끄는 길잡이로서 친구들 발의 무게를 제가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이 미안했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애틋해진 그 모든 순간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공동 리더 조민수(클라로) 씨는 “무더위 속에서 오히려 자신에 집중하며 그간 놓쳤던 것들을 숙고하게 됐다”며 “모두가 이렇게 변화하고 새로운 힘을 얻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생태팀 리더 백가영 씨는 “비신자인 자신을 있는 그대로 환대해 준 공동체가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자연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친구에게도 빚지며 살듯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고민하는 충만한 시간을 선물받았다”며 웃었다. 이번 마지스 대회는 국내 체험이었지만, 참가 청년들에게 낯선 외국에서의 체험만큼 깊이 있는 체험이 됐다. 지난해 포르투갈 마지스 대회 참가자였던 유선재(미쉘) 씨는 “함께 자고 먹으며 공유하는 감정과 마음이 곧 서로에게 위로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핍 속에서 더 감사하게 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하느님을 발견했다”며 “그때 우리가 비로소 하느님 영광을 위해 매 순간 자신을 투신하는 청년 사도로 거듭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 예수회 마지스청년센터는 마지스청년센터는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라는 예수회 모토에 따라, 이냐시오 영성을 따라 사는 청년 사도직을 ‘더욱 더’(라틴어 Magis) 넓혀가고자 2013년 설립됐다. 젊은이 침묵피정, ‘모하기’(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 프로그램, 청년 토크 등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냐시오 영성을 소개하는 활동을 해왔다. 마지스는 2019년 예수회 보편적 사도적 선택 중 하나가 ‘젊은이들의 희망찬 미래여정 동반하기’로 결정되면서 보다 더 영신수련을 기반으로 한 활동에 집중해 청년들을 동반하고 있다. 가장 큰 활동 두 가지는 젊은이 침묵피정과 ‘마지스서클’이다. 젊은이 침묵피정은 청년들이 한 단기간 침묵 피정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하느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동반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며, 교구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 ‘가톨릭 청년 침묵 피정’이라는 이름으로 위탁 진행하기도 한다. 마지스서클 참가자들은 6개월~1년간의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양성을 통해 이냐시오 영성 요소를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직접 체험한다. 개별 영적 동반을 받고 자기성찰 습관을 들이며, 자연스럽게 이냐시오 영성에 맛을 들이고 다함께 체험을 떠난다. 현실 속 다양한 상황에서의 영적 식별이 무엇인지 부딪히며 배운다. 올해 진행된 마지스서클 2기는 이냐시오 영성 배움터부터 활동 봉사, 2024 제주마지스대회와 체험까지 모든 과정을 청년 봉사자들인 코어팀과 함께 기획·진행했다. 청년들이 직접 미리 양성받은 내용을 토대로 이냐시오 영성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마지스 사목자들은 팀을 정기적으로 만나 개인 영적 면담, 매달 공동체 나눔 등을 꾸준히 동반했다. 마지스에는 청년 사목자가 3명 있다. 책임 김정현 신부, 정다운(안젤라) 씨, 홍찬미(글로리아) 씨다. 이들은 각자의 특색을 살린 고유한 소그룹 모임 운영, 사목에 대한 의견 교환, 수다를 나누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며 ‘함께 걷는’ 신앙 공동체의 예시를 선사한다. 청년들은 젊은 평신도 청년 사목자들이 영적 동반, 신앙프로그램 운영 등을 주체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 경험이나 의견을 개진하는데 자신감을 얻는다. 김미소진(마리아) 씨는 “‘마지스 공동체 안에서 터득한 시선의 변화가 나도 모르게 평범한 일상에도 물들어 간다”며 “일상 모든 순간이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관상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배기현(카타리나) 씨는 ‘각자의 영적 성장과 고유한 하느님 체험에 마지스 공동체가 깊은 관심을 갖고 개별적으로 동반하기에, 약함이나 부족함 속에서 하느님의 온전함을 체험한다“며 웃었다. 김 신부는 ‘마지스는 청년들 삶에 맞닿은 하느님을 발견하는 ‘영신수련의 일상화’를 전하고자 한다”며 “마음속 어떤 움직임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 모호해 두려움과 압박감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큰 영적 해방, 평화의 체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9-08

읽고 나누며 ‘영적 사랑’ 키우고, 참여와 실천으로 ‘희망 씨앗’ 뿌려요

하느님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갈망으로 영적 독서에 빠져드는 청년이 많다. 주님께서 인간에게 당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주신 선물 ‘이성’의 빛을 따라 청년들은 책 속에서 영적 자유로움을 발견한다. 하지만 묵상을 삶에 녹여내는 과정은 개인에게 달려있고, 독서 시간과 장소를 벗어날수록 그 의미도 퇴색한다. 살레시오회 영성을 따라 살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움직임 ‘살레시오청소년운동’(지도 성하윤 도미니코 사비오 신부) 그룹 중 하나인 청년신앙연구회(회장 허은빈 마르시아, 이하 청신연)는 함께 영적 독서와 나눔을 하고 그에 따른 사회참여로 머리(지성)와 가슴(실천)이 하나 되는 영적 독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읽고 나눈 글로부터 사랑의 의미를 체화하고, 그 결과를 직접 목격함으로써 신앙적 독서를 의미 있는 것으로 완성해 내는 청신연을 소개한다. ■ 중요한 것은 사회참여 청신연은 신앙에 관련된 책이나 말씀을 읽고, 서로 읽은 바를 나누고 공부하며, 나눔으로 깨달은 것들을 바탕으로 사회참여를 펼치는 그룹으로 2008년 결성됐다. 함께 책을 선정해 매주 정해진 분량을 읽고, 주 1회 평일에 온라인으로 만나 나눔을 한다. 어려운 책일 경우 회원들이 돌아가며 요약하고 발표한다. 이후 동반 사제에게 모르는 점을 질문하거나 깨달은 점을 나눈다. 주일에는 동반 사제가 주례하는 미사에 참례하고, 6호 보호처분을 받은 남자 청소년들이 머무는 돈보스코청소년센터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하고, 한강이나 공원 등 함께 외출해 시간을 보낸다. 가정환경이 좋지 못하고 나쁜 어른이 더 익숙한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전한다. 살레시오회 영성다운 사회참여를 즉각적으로, 옆의 청년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독서 모임들과의 차이다. 삶의 구체적 현실과 만나지 못하면 겉돌 수도 있는 앎이,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위해 행동하는 요한 보스코 성인의 영성으로 실체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경험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결정적으로 신앙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은 회원 모두가 입을 모으는 청신연만의 매력이다. 허은빈 회장은 “책에서 느낀 예수님의 숨결이, 매주 아이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분이 진짜로 들이쉬고 내쉬는 움직임으로 울려 퍼진다”고 고백했다. “공부한 바를 기억에 훨씬 잘 남게 하는 것은 바로 실천임을 여실히 느낀다”는 허 회장은 “또 그를 청년들끼리 또 나누면서 독서 및 나눔→실천→나눔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눔을 통해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점도 알게 되고, 사랑받는 경험의 행복함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 그것이 결국 신앙적 독서의 완성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앙 서적 읽으며 영성 나누고 청소년센터에서 봉사활동 매진 사회 나아가 사랑 전했던 요한 보스코 성인 영성 실천 ■ 나눔의 유익함 청신연은 유익한 영적 나눔에 기여할 수 있는 폭넓은 책을 선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성경 관련 서적, 살레시안(Salesian)으로서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내용이 담긴 ‘살레시오 가족 생활지표 해설서’ 등 다양한 책을 읽는다. 회원들이 각자 읽고 싶었던 책들, 이 시점 자신들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얘기해 보고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최근에는 돈보스코청소년센터 활동을 더욱 심도 있게 하고 싶은 마음에 ‘돈보스코 오라토리오’(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요한 보스코 성인이 마련해 준 교육 공간, 또 그 교육 정신과 방법론을 총칭하는 말)에 관련된 서적을 함께 읽고 나눴다. 직업과 나이가 다양한 청년들이 함께 나눔을 하기에, 저마다 다양한 삶의 카리스마가 일상에서 발현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은 회원들이 손꼽는 가장 감사한 점이다. 똑같은 부분을 읽었는데도 각각 다른 부분에서 감동하고, 그 말씀을 본인의 삶에 녹아낸 나눔을 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고 반성해야 할 점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한 주 동안 삶 속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며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나누고, 청년들 앞에서 다짐하노라면 앞으로의 한 주를 준비하는 자세를 다잡게 된다는 것이다. 김예은(율리아 빌리아르) 회원은 “글을 읽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과정에는 한 사람의 삶과 행적이 묻어나기 마련”이라며 “자신만의 해석과 고민 등을 서로 나누는 포맷으로 운영되다 보니 자연스레, 빠르게 끈끈한 친교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사회참여를 병행하면서는 그동안 서로 나누며 성숙하게 키운 신앙이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으로 뿌려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자기 행동을 성찰하고 반성한 후에 아이들을 만나기에, 보다 성숙한 자세로 아이들과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씀으로 정화하고, 아이들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그의 표현대로다. ■ 실천하는 기쁨 청신연의 ‘함께하는’ 사회참여는 돈보스코청소년센터 아이들과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과의 ‘라포르’(믿음의 관계) 형성에 걸리는 시간이 가장 적고, 또한 깊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평일에 센터에서 아이들의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주거나,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돌봐주거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등 각자의 삶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각자의 삶에서도 사회참여를 계속하는 이유는 모종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머리(지성)로 닿은 사랑에 가슴(실천)이 따라붙었을 때 솟는 기쁨 때문이다. 한 회원은 센터 아이의 견진성사 대부가 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중 올해 살레시오회 생활지표해설서의 내용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9살의 요한 보스코 성인에게 “주먹다짐으로 하지 말고 온유와 사랑으로 아이들을 네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성모님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아이에게 “그동안 주먹다짐, 폭력에 에너지를 썼다면 이제는 그 에너지를 남을 위하는 데 써보라”고 얘기해주는 과정에서 벅찬 감정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어떤 부분에서는 실천이나 나눔이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회원들은 “혼자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옆에 있는 신부, 수사, 청년들과 함께하며 용기를 가지고 시도할 수 있다”고, “이러한 시도 끝에 실천하는 나눔과 사회참여기에 우리에게 더욱 값지다”고 고백한다. 그 경험이 다시금 의지를 고무시키고,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키우며, 또 다른 나눔과 실천을 시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성하윤 신부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책을 읽고 사회참여를 하는 것은 회원들이 가족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한 보스코 성인의 카리스마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천으로 책 너머의 영성을 실현하고 싶은 청년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전했다. ◆ ‘살레시오청소년운동’은 살레시오청소년운동(Salesian Youth Movement, SYM)은 다양한 경유로 남녀 살레시오회를 알고 그 안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청년들이 요한 보스코 성인의 영성과 교육방침에 따른 영적 성화의 길을 걷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영성운동이다. 청신연을 비롯해 SYM 아래 청년 그룹들은 해당 영성을 통해 자신들의 삶 안에서 공동체로 말씀, 성사, 친교, 사회참여를 살아가며 정직한 시민, 선량한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다. ▲ 마고네프렌즈: 살레시오 대림동 수도원에 적을 두고 있는 SYM 그룹으로, 아동 보호 치료 시설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서 청소년들의 종교적, 교육적, 전례적 동반의 사도직을 수행한다. ▲ 아프레사누아: 온라인 기반 SYM 그룹으로,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에 살레시오회 소속으로 참여했던 청년들이 주를 이루어 구성됐다. 청년들이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는 특성에 따라 주 1회 온라인 모임으로 강의 나눔 및 서적 나눔, 생활 나눔이 주를 이룬다. 그 외에도 월 1회 모임, 분기별 모임을 통해 소속감을 고취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도직을 실행한다. ▲ 탈리타쿰: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수녀회 관구관에 적을 두고 있는 여성 SYM 그룹으로, 월 2회 모임을 가지며, 6호 보호처분 여자 청소년 치료 시설 ‘마자렐로센터’에서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FGPS(Friend Give Peace with Sisters): 살레시오수녀회 관구관에 적을 두고 있는 10대 초중반 청소년으로 구성된 SYM 그룹으로, 토요일 격주로 모임을 가지며 영어로 살레시오 영성을 학습하고 심화해 스스로 봉사활동을 구성·실행한다. ※ 문의 010-9630-1988, symkorea@sdb.kr 성하윤 신부

2024-08-25

어르신의 추억에 청년 재능 녹이니…"세대공감 샘 솟아요!"

“제가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건 단순한 열정만이 아니라, 누구나 삶에서 부단히 겪는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인생 선배들 이야기에 공감하고 싶다는 ‘열망’이었나 봐요.” 작가, 미술가, 일러스트레이터, 칼럼니스트… 글과 그림에 장래까지 꿈꿀 만큼 ‘진심’인 청년이 많은 건 이렇듯 글과 그림이 ‘누군가의 삶에 가장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장치기 때문이다. 청년밥상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이하 청년문간)은 이렇듯 글과 그림에 재능도 관심도 풍부한 청년들이 어르신들의 그림책과 자서전을 직접 쓰고 그려 선사하는 ‘세대공감잇다’ 프로그램을 2020년부터 매해 펼쳐오고 있다. 올해 참가 청년들은 세대 간 장벽을 뛰어넘는 ‘공감’을 어떻게 체험했을까. 사업 소개와 함께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세대’를 공동체로 ‘잇다’ 청년문간은 청년들이 창의적 도전을 멈추지 않게 디딤돌이 되어주려는 취지로, 어르신 자서전 만들기 활동을 먼저 해왔던 잇다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허현주 마리아 막달레나, 이하 잇다)과 함께 ‘세대공감잇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학업과 취업, 자기 계발에 쫓겨 윗세대와 소통할 일 없던 청년들은 어르신의 추억을 그림책으로 만들며, 경험해 보지 못한 어르신 세대 이야기를 접하며 공감할 수 있다. 또 어르신은 청년 세대에게 자기 삶을 나눔으로써 서로 마음으로부터 이해하며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청년(20~30대)과 어르신(70~80대) 사이의 세대도 함께하는 3세대 프로그램이다. 3~7월 매주 금요일 어르신과 청년, 마을활동가(중년)가 고루 섞여 어르신 인터뷰, 미니게임 등 함께 웃고 어울리는 통합활동, 그림책을 쓰고 그리는 작업에 함께했다. 이렇듯 세대 간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일까. “윗집에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가 아는 아이면 층간 소음이 덜 시끄럽게 느껴진다는 연구가 있어요.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가 뛰어다니기에 신경이 곤두서죠.” ‘요즘 것들’, ‘꼰대’ 등 표현으로 대변되는 세대 간 불협화음은, 서로 다가가 관계를 맺었을 때 싹트는 공동체 정신만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잇다 안혜영 사무국장은 “경청의 과정에서 ‘소통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소통하지 않았을 뿐이었구나’ 하는 희망적인 경험을 많이 만들어 가면 세대 간의 어려움은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문간 오현아 매니저는 “이렇듯 서로 다른 세대가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경험에 청년들이 구심점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일”이라고 전했다. ■ 만남이 피워낸 ‘공감’이라는 꽃 “사람과 사람이 벽을 넘어 이루는 만남에서라면, 주인공까지 감동시키는 글과 그림을 창작할 수 있을지 몰라.” 감수성이 영그는 청춘, 유독 많아지는 생각 속에 실마리를 찾아가고자 학창 시절부터 글쓰기에 맛 들인 청년이 많다. 자꾸 내면의 문을 두드리는 ‘나조차 설명하기 벅찬 무언가’를 형상화해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갈망에 사로잡힌 청년들은 미술인의 길을 걷는다. 먹고사는 걱정이 앞서지만, 이들이 펜과 붓을 놓지 않는 건 글과 그림이 곧 ‘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굳이 문인·미술인 진로를 택하지 않아도 “중학생 시절부터 하루 마무리는 그림일기 쓰기”라며 글과 그림에 애정을 표현하는 청년도 많다. SNS 부계정을 열어 작품을 선보이고 의뢰을 받아 그림을 그려주는 건 사람들을 웃게 할 뿐 아니라 참된 자아의 목소리를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처럼 자아실현에 충실할 수 있는 글과 그림 솜씨를, 어르신 그림책 자서전 7권을 손수 펴내 드리는 ‘나눔’에 어떻게 선뜻 공헌할 수 있었을까. 참가 청년들은 “사람 사이의 경계, 심지어 나 자신이라는 담장 밖을 넘는 ‘공감’이 무언가를 쓰고 그리게 이끄는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준달 어르신의 자서전 「세상 모든 꽃들에게」 창작에 함께한 최어진(세라피나·24) 씨는 “만날 길 없던 어르신들과의 교류 속에 새로운 작품 세계를 찾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회화를 전공하는 최 씨는 본질을 탐구하는 암울한 느낌의 그림을 많이 그려 작품 세계도 다소 그로테스크했지만, 어르신 삶의 이야기 그대로를 담아내려는 노력에서 밝고 예쁜 그림체가 나왔다. 최 씨는 어르신이 손주와 돗자리를 깔고 앉아 꽃을 탐구했던 추억 속 장면을 그렸던 것을 손꼽았다. 명절에나 뵙던 조부모님과 계곡에서 놀던 그의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작품에 몰두하느라 우울했던 최 씨의 그림체가 밝아질 수 있었던 건 이렇듯 어르신과 이뤘던 마법 같은 공감 덕분이었다. 길거리에서도 늘 마주치는 어르신들이지만 그전에는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졸업 전시처럼 ‘현생’(현재의 삶)에 집중하느라 정작 돌보지 못하던 존재들에게서 얼마나 깊이 있는 소통이 가능한지 눈떴다”고 말했다. 그런 최 씨가 가장 소중하게 뽑은 경험은 여느 참가 청년과 다르지 않다.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졌을 때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인간의 새로운 본질을 찾았다는”는 고백처럼, 벽을 넘어서 공감하자 찾아온 성장이다. ■ 공감 속 샘솟은 애정 처음에 청년들은 ‘라포르’(믿음의 관계)를 쌓는 데 집중했다. 청년들은 ‘너희 삶은 우리와 많이 달라 불편할 거야’라는 걱정으로 되려 어르신들이 거리를 뒀다고 추억했다. 그런 어르신들이 내밀한 이야기까지 털어놓기 시작한 건, 매주 함께 울고 웃으며 간식을 나눈, 자신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청년들 진심을 확인하면서였다. 박부례 어르신의 자서전 「오색 빛깔 추억 이야기」 창작에 함께한 이은수(22) 씨는 “고생의 상처 외에는 너무나 친숙한 삶이라 오히려 먹먹했다”고 회상했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식을 올렸던 이야기, 늦깎이로 야학에 다니다가 관둬야 했던 사연…. “익숙하지만 멀게만 느꼈던 일화들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자 소소한 희소식에도 경이로움이, 작은 굴곡에도 눈물진 아픔이 일렁였다”는 이 씨 표현대로다. 출판 분야에 꿈이 있고 “노년에 자서전을 쓰는 게 버킷리스트”라는 이 씨지만, 기나긴 삶을 원고지 15장 안팎의 소박한 문장으로 녹여 내는 일은 지난했다. 그런 청년들을 격려한 것도 어르신들이 선사하는 공감의 위로였다. 이 씨는 “배우지 못해도 글쓰기에 도전하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너희도 할 수 있어’라며 생기를 불어넣는 진심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도 모르게 예전과 달라졌다”는 공통된 고백대로 참가 청년들 마음에는 다름을 뛰어넘은 공감의 가치가 심어졌다. 한 청년은 자서전을 쓰던 추억을 떠올리면 “그냥 지나가던 어르신들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버스 행선지를 묻는 어르신에게는 ‘앱을 켜면 될 텐데’ 하기보다 온 맘으로 안내해 드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사장 이문수 신부(글라렛 선교 수도회)는 “이렇듯 청년들의 청년다운 재능과 개성이 세상에 공감의 가치로 기여할 수 있도록 청년문간은 다양한 사업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8-11

풋풋함 넘치는 찬양 열정, 공동체 ‘세대 공감’ 이끌다

“젊은 친구들과 우리 어른들이 서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함께 주님을 찬양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늘 차분하게 바치던 교중미사에 청년들만의 ‘활기’라는 빛깔이 더해졌달까요.” 주일인 7월 14일, 언제나처럼 오전 10시 인천 도화동본당(주임 양주용 바오로 신부) 교중미사에 참례한 윤경옥(사비나·64)씨는 “청년들이 전례에 동참하고 노래 찬양을 한 오늘 주일미사 덕분에 ‘다시 젊어진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는 열정’을 선물 받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교중미사는 청년 전례단과 밴드가 해설, 독서, 보편지향기도와 찬양을 맡는 ‘찬양미사’로 봉헌됐다. 정형화한 일반 교중미사 전례와 다른 청년들의 활기찬 찬양법이 분심을 일으키지는 않았을까. 우려와 달리 윤씨 등 참례자들은 “오히려 청년들과 덩달아 뜨겁게 하느님을 찬양하고 한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본당은 이렇듯 ‘젊은이다운 뜨거움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청년들의 미사를 더 많은 신자와 나누고자 이날 교중미사 노래 찬양에 청년들을 동참시켰다. 저녁 6시에 따로 청년미사를 봉헌하는 그들이 단절을 넘어 어른들과 신앙 안에 소통을 이루게 하는 취지다. “고령화하는 교회에서 가려져 있는 청년들에게 우리(어른)들이 얼마나 응원하는지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세대 간 단절 봉합의 첫걸음”이라는 주임 양주용 신부의 뜻대로다. ‘교중미사는 엄숙해야 한다’는 일각의 편견에도, 본당은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청년들과 어른들이 만나는 미사를 준비했다. 공동체 화합에는 청년들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26일 교중미사는 엄마와 딸이 반주를 하고 아빠와 아들이 복사를 하는 ‘가족 미사’로 봉헌했다. 그날 교중미사를 찾은 많은 신자가 “성가정의 훈훈한 사랑을 통해 본당 교우들의 소중함도 되새기게 되고, 오히려 상투적인 미사 참례 습관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늘의 태양은 못 돼도, 밤하늘 달은 못 돼도,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등불 되리라.”(생활성가 ‘하늘의 태양은 못 되더라도’) 청년들은 세대와 무관하게 많이 알려진 곡들로 찬양 노래들을 선곡했다. 배민우(노엘) 청년회장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하게 하느님을 찾는지 어른들께서 잘 이해하실 수 있는 메시지가 내포된 곡들”이라고 밝혔다. 화답송은 기도문 낭독이 아니라 “내가 너와 함께 항상 있단다, 두려움에 떨지 마라”하는 가사의 생활성가 ‘임마누엘’을 불렀다. 영성체 후 묵상곡으로는 갓등중창단의 ‘눈물이 흘러도’를 불렀다. 파견 성가 뒤에는 특별히 퇴장 성가로 “어느 곳에 있든지 나는 주를 향하리라”는 가사의 ‘주만 바라볼찌라’가 울려 펴졌다. 성당을 나서던 신자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찬양에 집중하고 환호 섞인 박수를 보냈다. 포용해 주기보다 분심부터 호소하는 어른들에 대한 경험은 청년들을 주눅들게도 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드럼, 키보드, 기타가 곁들여진 청년 밴드의 소리가 미사에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배민우 청년회장은 “이번 미사를 준비하면서도 ‘혹시라도 역효과를 가져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지해 주는 어른들이 더 많다는 걸 알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몇 년 만의 교중미사 준비로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본당 분과장들은 “늘 보여주던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청년들의 찬양은 언제나 기대된다”고 도닥였다. 김상수(요한 사도) 청년부회장은 “청년미사 후 신부님께서 ‘어떤 어른께서 너희를 도와주셨다’면서 ‘끝나고 저녁이라도 사 먹으라’고 쌈짓돈을 건네주시기도 했다”며 “액수가 아니라 그 마음에서 늘 묵직한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조부모가 손주들의 재롱을 좋아하듯, 갈라진 세대들이 하나가 되는 우리 본당의 미사는 오히려 어르신 신자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특별히 준비하는 율동 찬양처럼 새로운 형태의 세대 공감 미사도 펼쳐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2024-07-21

[가톨릭 청년 단체를 찾아서(9)]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생활성가 밴드 ‘유빌라떼’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생활성가 밴드 ‘유빌라떼’(단장 이인호 미카엘·지도 홍웅기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그 이름대로 ‘찬양’(Jubilate)을 통해 하느님을 전하고자 1998년 결성됐다. 보컬,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을 맡은 청년 단원 7명은 바쁜 일상에도 한자리에 모여 청년부 주최 행사, 지구 연합 미사, 본당 미사 등 찬양이 필요한 어디든 찾아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말씀을 전달하고 있다. 주로 청년 생활성가집 수록곡들을 선곡하지만 유빌라떼만의 스타일로 편곡한다. 매해 연말은 직접 콘서트를 기획하고 펼친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전공자들, 취미로 하는 비전공자들이 하느님 찬양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모여 서로 존중·배려하는 분위기는 유빌라떼만의 강점이다. 전공자들은 답답한 점을 지적하기보다 자상하게 가르쳐 주고 비전공자들은 그 진심에 힘입어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또 오히려 전공자들이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 음악 전공자인 건반 담당 이예나(로사) 단원은 “통통 튀는 반주, 매력적 음색을 가진 보컬들의 하모니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고, 소름 돋을 만큼 매력적인 음악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공과 상관없이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갖추고 우리만의 특별한 음악을 만들고자 서로 경청하는 단원들이 너무 멋지다”며 웃었다. “음악만을 연주하는 게 아닌,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유빌라떼”라는 활동 정신은 단원들의 신앙을 더욱 두텁게 한다. 보컬 담당 천송이(안나 로사) 단원은 “늘 성호경으로 시작하는 수요일 저녁 8시 합주처럼, 각자 본업을 마치고 돌아와 하나가 되는 소소한 기도의 순간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위로로 메아리쳐 돌아온다”고 고백했다. 올해로 27년째를 맞이한 유빌라떼는 악보대로 반주하기보다 신선한 코드 진행, 장르 전환으로 성가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밴드로 성장했다. 단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생활성가 보편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이인호 단장은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성가로 청년들에게 성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감동, 위안을 주는 단체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홍웅기 지도신부는 “유빌라떼는 오랫동안 청년 성가 공연, 연구 등 활동으로 더 기쁘고 새롭게 생활성가로 주님께 나아가는 밴드”라고 말했다. 이어 “미사와 공연 안에서 2배의 기도를 하는 단원들은 언제나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한다”며 많은 청년의 관심을 부탁했다.

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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