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우리농과 함께 생명 밥상 차려보세요”

몸과 마음이 풍성하길 기원하는 한가위. 올해는 생명 살림 농부가 수확한 농산물들과 함께 땅과 밥상, 사람이 모두 건강해지는 명절을 보내면 어떨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 준비한 한가위 선물 꾸러미를 소개한다. ■ 한우 지역·자가 농사 부산물을 먹고 자란 한우는 네 종류의 세트가 준비됐다. 국거리와 불고기로 구성된 정육 세트는 15만4600원, 양지와 국거리, 불고기로 구성된 특선정육 세트는 16만1400원에 판매한다. 스테이크 세트와 등심 세트도 각각 24만300원, 21만87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예약 마감은 9월 5일 오전 10시. ■ 한돈·육가공식품 한돈 선물 꾸러미는 무항생제 한돈 부위를 엄선했다. 아울러 산소 포장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삼겹살, 보쌈, 불고기, 장조림 고기로 구성된 한돈모듬선물세트는 6만1600원, 떡갈비·매운떡갈비·표고떡갈비·동그랑땡까지 총 1.4kg로 구성된 떡갈비선물세트는 3만3400원에 판매한다. 한우사골곰탕선물세트, 고기곰탕선물세트, 도가니탕선물세트도 각각 1만4400원, 2만2600원, 2만1200원에 판매한다. 공급일은 9월 14일까지다. 전주교구 대광목장에서 생산한 유기농유제품 세트는 6만7000원, 유기농치즈 세트는 10만1000원에 판매한다. 예약마감은 9월 5일 오전 10시다. ■ 과일 우리농 과일은 화학비료, 항생제, 호르몬제, 3대 금지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정직하게 키워냈다. 광주대교구 임성섭·윤범석 농민이 수확한 사과 5kg은 각각 6만1600원(특대), 5만3900원(특), 4만6200원(대)이다. 춘천교구 마용하·이대봉 농민의 사과도 각각 6만9900원, 6만4300원, 5만8600에 판매한다. 배는 광주대교구 박기성 농민이 수확했다. 상과 특1호 상품이 5만3900원, 5kg 대2호 상품은 4만6200원이다. 사과의 공급일은 미정으로 우리농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곶감도 전주교구 농민이 정성스레 준비했다. 대봉곶감 10개가 1만8100원, 흑곶감 선물 세트는 4만8100원에 판매한다. 광주대교구 지리산농원에서 만든 잣호두 세트는 7만600원, 마산교구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에서 만든 딸기잼·무화과잼·귤잼 세트는 3만300원, 딸기잼과 무화과잼 세트는 2만200원에 판매한다. ■ 더덕·버섯 황토에서 자란 3년근 무농약 더덕도 한가위의 풍성함을 더한다. 광주대교구 이국원 농민이 재배한 더덕선물은 총 6개 세트로 구성, 3만7000원부터 13만8600원까지로 다양하다. 백화고와 흑화고 세트는 각각 12만5000원, 6만6200원. 표고슬라이스와 분말로 구성된 표고분말혼합1호는 3만2400원에 판매한다. 표고절편 200g도 3만83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공급일은 9월 14일까지다. ■ 수산·건어 수산물 역시 자연의 섭리를 따른 방식으로 수확하고 말렸다. 진도 바다에서 3년 이상 키워낸 전복은 4만9200원부터 6만8100원까지 5가지 세트로 구성했다. 전복 세트의 예약마감은 9월 9일 오전 10시다. 이밖에 고등어 선물세트가 5만5000원, 제주옥돔 6미로 구성된 선물세트가 12만2000원, 제주갈치 4미로 구성된 선물세트가 18만5000원에 판매된다. 수산물 선물세트 예약마감은 9월 5일 오전 10시다. 가정에서 쓰임새가 많은 건어물도 다양한 세트로 준비했다. 국멸치, 꽃새우, 파래김, 건미역 등으로 구성된 되살이 선물세트는 총 4종류를 판매한다. 황태선물세트도 3만7800원, 5만400원, 7만1400원 세 가지로 준비했다. 광주대교구 해양수산에서 내놓은 바다선물꾸러미도 다시마, 볶음멸치, 국물멸치, 구운김 등으로 풍성하게 준비했다. 건어물 공급일은 9월 14일까지. ■ 임산물·가공 마삼교구 이경희 농민은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씨를 뿌려 유기농 산양산삼을 키웠다. 한가위 할인가로 만날 수 있는 산양산삼은 5년근 5뿌리 7만9000원부터 9년근 42만 원까지 준비했다. 산양산삼 예약마감은 9월 5일 오전 10시. 우리농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홍삼도 한가위 선물로 추천한다. 홍삼봉밀절편과 홍삼농축액, 홍삼액은 물론이고 활록녹용엑기스도 판매한다. ■ 기름·양념·생명쌀 화학농약과 비료 없는 건강한 땅에서 키워낸 주잡곡과 생명농산물로 만든 양념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만드는 음식에 생명력을 더한다. 매실고추장·찹쌀고추장·양념깻잎·전통된장·전통쌈장·전통간장으로 구성된 성가정선물세트 6종은 5만3500원, 4종은 3만5600원에 판매한다. 찰보리·찰흑미·오색찹쌀·15곡으로 구성된 우리농잡곡모음도 두 세트가 준비됐다. 유기농 발아현미·발아흑미·발아오색혼합으로 구성된 미실란들녘세트도 2만5400원, 4만4800원 두 세트가 판매된다. 전주교구 꼬숨기름세트와 안동교구 은혜농부들의 기름세트도 9월 14일까지 공급된다. ■ 차례상·가공 추석 다과상에 빠질 수 없는 송편과 한과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가공식품들은 모두 우리농 생명쌀과 우리밀로 만들었다. 송편은 생송편과 생모싯잎깨송편, 단호박녹두송편, 백미깨송편, 흑미녹두송편을 판매하며 찹쌀산자(1만2900원), 차례상약과(1만1000원), 우리밀약과(6200원), 찹쌀유과(4800원)도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한 한과가 들어간 나드리 한과 540g도 3만2500원에 만날 수 있다. 우리밀로 만든 전병선물모듬(대) 2만5300원, 찹쌀모나카선물모듬은 1만3900원이다. 공급일은 9월 14일까지. < 주문방법 > 한가위 선물 꾸러미는 공급일 기준 2일전 오후 1시에 주문이 마감된다(신선물품은 사전마감 2일전 오전10시). 주문은 전화(02-2068-0140), 팩스(02-727-2279), 온라인(www.wrn.kr)을 통해 가능하며 우리농 상설나눔터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 우리농 상설나눔터 > ▶ 명동직매장(서울 중구 명동길80 가톨릭회관) ▶ 서초협동조합(서울 서초구 효령로 47길 32) ▶ 한강협동조합(서울 용산구 이촌로 300) ▶ 인천답동(인천 중구 우현로50번길 43, 1층)

“결핍 속에서 감사함 느끼는 순간, 하느님 발견했죠”

‘도전’마저 아름답게 추억하는 젊은이다운 굳센 마음은 어디서 주어진 걸까. 어쩌면 도전이야말로 영혼이라는 나무를 자라게 하는 ‘물’(양분)이 아닐까? 예수회 마지스청년센터(책임 김정현 요셉 신부, 이하 마지스)는 8월 13일부터 20일까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서울 WYD)와 국제 마지스 대회를 준비하는 첫걸음으로 참가 청년 20여 명과 함께 ‘2024 제주마지스대회’(이하 마지스 대회)를 펼쳤다. 일상 속 놓치고 있던 영적 성장을 찾아 순례자가 된 청년들은 일상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낯설고 다양한 도전을 마주했다. 한여름 뙤약볕마저 불사한 7박8일 여정을 통해, 메말랐던 영혼을 ‘물’(도전)로 촉촉이 적시고 왔다. 예수회는 선교 역사 안에서 뿌리내려 온 본회 영성을 청년들에게 체험하게 하는 장으로 마지스 대회를 열어오고 있다. 올해도 청년들은 이냐시오 영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매일의 기도 루틴을 따르고, 매일 20㎞씩 걷는 고된 일정을 소화했다. 대회의 꽃은 중간에 3박4일간 체험지로 파견돼 낯선 상황 속에서 도전을 받는 ‘체험’ 기간이었다. 각각의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소규모로 흩어져 그곳에 몰입해 살아남는 일종의 서바이벌 체험과 같았다. 이번 대회 참가 청년들은 각각 ‘순례팀’과 ‘생태팀’으로 나뉘어 현장에 투입됐다. 생태팀 청년들은 생태적 삶을 고민하는 농부의 농장에 가서, 농막에서 지내며 밭일을 돕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음식을 해 먹는 지속적이고 생태적인 생활문화를 경험했다. 일상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도전은 ‘결핍’이 돼 청년들에게 다가왔다. 참가 청년들은 30℃가 넘는 폭염 속에 행군하며 낡은 순례자 숙소로 잠자리를 옮겨 다녔다. 농가의 창고에서 다 함께 지내며 일손을 도울 때는 흙바닥 위에서 잠을 자야 했다. 물도 부족하고 식량도 부족한 채로 모든 순간을 함께 맞닥뜨리고 헤쳐 나가야만 하는 체험이었다. 모든 체험은 청년 코어팀 봉사자들이 이끌었고, 이들은 같은 도전 속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식별하고 결정하는 소명을 수행했다. 결핍은 청년들이 진정 삶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묵상하도록 이끌었다. ‘공동체’였다. 청년들은 자신이 바라는 자기 역할과 실제 능력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고민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순례자들’이라고 부르며 다독이는 가운데 ‘함께’라는 아름다운 가르침이 아로새겨졌다고 입을 모았다. 순례팀 리더 안유주(로사리아) 씨는 “순례자로서, 그리고 함께 걷는 벗들을 이끄는 길잡이로서 친구들 발의 무게를 제가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이 미안했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애틋해진 그 모든 순간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공동 리더 조민수(클라로) 씨는 “무더위 속에서 오히려 자신에 집중하며 그간 놓쳤던 것들을 숙고하게 됐다”며 “모두가 이렇게 변화하고 새로운 힘을 얻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생태팀 리더 백가영 씨는 “비신자인 자신을 있는 그대로 환대해 준 공동체가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자연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친구에게도 빚지며 살듯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고민하는 충만한 시간을 선물받았다”며 웃었다. 이번 마지스 대회는 국내 체험이었지만, 참가 청년들에게 낯선 외국에서의 체험만큼 깊이 있는 체험이 됐다. 지난해 포르투갈 마지스 대회 참가자였던 유선재(미쉘) 씨는 “함께 자고 먹으며 공유하는 감정과 마음이 곧 서로에게 위로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핍 속에서 더 감사하게 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하느님을 발견했다”며 “그때 우리가 비로소 하느님 영광을 위해 매 순간 자신을 투신하는 청년 사도로 거듭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 예수회 마지스청년센터는 마지스청년센터는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라는 예수회 모토에 따라, 이냐시오 영성을 따라 사는 청년 사도직을 ‘더욱 더’(라틴어 Magis) 넓혀가고자 2013년 설립됐다. 젊은이 침묵피정, ‘모하기’(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 프로그램, 청년 토크 등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냐시오 영성을 소개하는 활동을 해왔다. 마지스는 2019년 예수회 보편적 사도적 선택 중 하나가 ‘젊은이들의 희망찬 미래여정 동반하기’로 결정되면서 보다 더 영신수련을 기반으로 한 활동에 집중해 청년들을 동반하고 있다. 가장 큰 활동 두 가지는 젊은이 침묵피정과 ‘마지스서클’이다. 젊은이 침묵피정은 청년들이 한 단기간 침묵 피정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하느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동반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며, 교구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 ‘가톨릭 청년 침묵 피정’이라는 이름으로 위탁 진행하기도 한다. 마지스서클 참가자들은 6개월~1년간의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양성을 통해 이냐시오 영성 요소를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직접 체험한다. 개별 영적 동반을 받고 자기성찰 습관을 들이며, 자연스럽게 이냐시오 영성에 맛을 들이고 다함께 체험을 떠난다. 현실 속 다양한 상황에서의 영적 식별이 무엇인지 부딪히며 배운다. 올해 진행된 마지스서클 2기는 이냐시오 영성 배움터부터 활동 봉사, 2024 제주마지스대회와 체험까지 모든 과정을 청년 봉사자들인 코어팀과 함께 기획·진행했다. 청년들이 직접 미리 양성받은 내용을 토대로 이냐시오 영성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마지스 사목자들은 팀을 정기적으로 만나 개인 영적 면담, 매달 공동체 나눔 등을 꾸준히 동반했다. 마지스에는 청년 사목자가 3명 있다. 책임 김정현 신부, 정다운(안젤라) 씨, 홍찬미(글로리아) 씨다. 이들은 각자의 특색을 살린 고유한 소그룹 모임 운영, 사목에 대한 의견 교환, 수다를 나누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며 ‘함께 걷는’ 신앙 공동체의 예시를 선사한다. 청년들은 젊은 평신도 청년 사목자들이 영적 동반, 신앙프로그램 운영 등을 주체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 경험이나 의견을 개진하는데 자신감을 얻는다. 김미소진(마리아) 씨는 “‘마지스 공동체 안에서 터득한 시선의 변화가 나도 모르게 평범한 일상에도 물들어 간다”며 “일상 모든 순간이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관상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배기현(카타리나) 씨는 ‘각자의 영적 성장과 고유한 하느님 체험에 마지스 공동체가 깊은 관심을 갖고 개별적으로 동반하기에, 약함이나 부족함 속에서 하느님의 온전함을 체험한다“며 웃었다. 김 신부는 ‘마지스는 청년들 삶에 맞닿은 하느님을 발견하는 ‘영신수련의 일상화’를 전하고자 한다”며 “마음속 어떤 움직임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 모호해 두려움과 압박감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큰 영적 해방, 평화의 체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9-08

고문에도 당당했던 어린 순교자…부모 굳건한 신앙 물려받은 덕분

선교사 10명을 포함한 한국교회 103위 성인은 모두 순교자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 생명을 내놓고 목숨을 바친 것이다. 이들 중 유대철(베드로) 성인의 나이는 당시 13세였다. 성인은 옥에 갇힌 아버지 유진길(아우구스티노) 성인과 여러 순교자가 보여준 영웅적인 모범에 감복해서 어린 나이에도 순교를 각오했고 스스로 관헌을 찾아가 결국 순교의 면류관을 썼다. 조선 시대 평신도들의 자발적 신앙 노력으로 시작된 한국천주교회는 시작과 함께 혹독한 박해를 견뎌냈다. 이 과정에서 순교한 이들은 1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부지기수가 이름도 없이 스러졌다. 기록에 남은 이는 20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초와 형벌을 이겨내며 하느님을 드러낸 신앙 선조 중에는 유대철 성인처럼 죽음 앞에서도 굳건한 믿음을 고백하고 믿음을 지키려 애쓴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 “믿고 말고요. 제가 하느님을 버릴 줄 아세요?” 전 세계 성인(聖人) 관련 사이트(CatholicSaints.Info)의 ‘어린 성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유대철 성인은 어려서부터 천주교에 입교해 부친을 본받아 열심한 신앙생활을 했다. 어머니, 누나의 반대와 괴롭힘 등 가정의 박해 속에서도 하느님을 저버리지 않았고 지극한 효성을 보이며 그들의 회개를 기도했다. 1839년 기해박해로 많은 신자들이 잡혀가는 모습을 보고 순교의 열망을 지니게 된 성인은 자수했지만 배교를 강요받았다. 힘든 형벌과 고문에도 신앙을 굽히지 않자 한 형리가 구리로 된 담뱃대로 허벅지 살을 뜯어내며 “이래도 천주교를 믿겠느냐?”고 했다. 이에 성인은 “믿고 말고요. 그렇게 한다고 제가 하느님을 버릴 줄 아세요”라고 답했다. 화가 난 형리가 불에 달궈진 숯덩이를 입에 넣으려 하자, “자요”라며 입을 크게 벌려 형리들을 놀라게 했다. 총 14차례의 신문과 고문, 100여 대의 매, 40대의 치도곤을 맞아 피투성이가 됐음에도 성인은 평온을 잃지 않고 기쁜 표정이었다고 한다. 형리들은 배교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몰래 목을 졸라 죽였다. 이 바르바라 성녀도 기해박해 때 15세 어린 나이로 순교했다. 독실한 교우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두 이모 밑에서 자랐던 성녀는 체포돼 ‘어린 것이 요물이다'하여 혹독한 형벌과 고문을 당했다. 끝까지 배교하지 않아 포도청에서 형조로, 다시 포도청으로 송환되며 훨씬 가혹한 고문이 가해졌어도 꿋꿋이 참아냈다. 성녀는 그런 가운데서도 함께 갇힌 어린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다가 기갈과 염병, 고문의 여독으로 옥사했다. “내 목을 자른다면 나는 천주께로 가겠죠” 선교사들이 보낸 편지에서도 당시 어린이들의 어른 못지않은 굳은 신앙심을 들여다볼 수 있다. 리델 신부(1830-1884)는 안드레아라는 신자 집에 피신 중 그의 딸 12살 안나와 동생들이 나눈 대화를 듣고 이를 편지에서 언급했다. 리델 신부가 다블뤼 주교의 순교 소식을 안드레아 내외와 나눴고, 이를 엿들은 어린 자녀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한 것을 이번에는 리델 신부가 들은 것이다. 안나가 “우리도 붙잡아다가 ‘천주를 버려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지를 자르겠다’고 말할 거야.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자, 동생은 “난 이렇게 말할 거야.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나도 아빠처럼 할 거고 천주를 버리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내 목을 자른다면 나는 천주께로 가겠죠.’” 안나는 두 남동생을 껴안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다 함께 치명하는 거야. 그래서 아빠랑 엄마랑 신부님하고 같이 천국에 갈 거야.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천주님께 기도를 잘해야 해'. 그 사람들이 우리를 아프게 할 거거든. 머리털이며 이도 뽑고, 팔을 빼고, 커다란 몽둥이로 때릴 테니까.”(1866년 12월 23일자 리델 신부가 가족들에게 보낸 서한) 안나와 두 동생은 이미 순교를 각오한 것이다. 1864년 11월 15일 베르뇌 주교(1814~1866)가 성영회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천주의 수난에 함께 하지 못해 슬퍼하는 12살 소녀 사연이 나온다. 고해성사를 보러왔던 이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하느님을 섬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죄를 짓느니 차라리 천 번이라도 죽겠다’고 하자 몽둥이로 심하게 두들겨 맞았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이웃의 비신자 여인들이 와서 아버지에게 ‘더 이상 신앙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 매질은 중지됐다. 하지만 소녀는 고통에 비명을 참지 못했던 것과 비신자 여인들이 아버지에게 한 약속에 자신이 항의하지 못했던 것에 마음 아파했다. 여기서 소녀를 힘들게 했던 것은 매를 맞는 아픔이 아니라, 자신을 도와준 여인들이 고마우면서도 ‘천주를 버릴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나약함이었다. 천주에 대한 소녀의 태도는 당시 조선 신자들의 평범한 신앙을 대변한다. 위앵 신부(1836~1866)는 1865년 쓴 편지에서, 언어를 배우며 지내던 집의 주인 딸 14살 데레사 이야기를 한다. 데레사는 위앵 신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꽃들을 심어 놓았다. 여기서 어린 소녀가 보기에도 안쓰러웠던 선교사의 삶이 그려진다. 들꽃을 꺾어 신부님만을 위한 비밀 정원을 만들었던 소녀의 정성은 목자의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위로해 주었을 것이다. 위앵 신부는 순교의 피로 신자들 사랑에 보답했다.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동생들이 아버지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과 어머니 이성례(마리아) 복자가 순교하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믿음을 지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때 14세였던 둘째 아들 의정(야고보)은 감옥에 가끔 드나들며 어머니가 형장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형장에 따라오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그는 옥에서 작별 인사를 했고 ‘하느님 계명을 부지런히 지키고 형제간에 서로 화목하고 사랑하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의정과 어린 동생들이 동냥으로 구한 돈 몇 푼과 떡을 망나니에게 내밀며 “우리 어머니가 아프지 않게 단칼에 하늘나라로 가게 해주세요”라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상속되는 신앙 「근세조선정감」에는 “천주교인들은 장을 맞고 피부가 낭자하게 터지는데도 ‘내 몸에서 혈화(血花)가 나니 장차 천당에 오르겠다’고 환호하고, 어린아이들도 부모를 따라 천당에 오르기를 원했다”고 기록돼 있다. 유대철 성인이 아버지 유진길 성인의 신앙을 보고 순교를 자청했던 것처럼, 리델 신부가 피난했던 집 안나와 동생들이 ‘아빠처럼 천주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 같이 박해 시기 어린이들의 신앙은 열심했던 부모들에게서 이어진 것이었다. 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성태(요셉) 신부는 “부모의 신앙은 자녀에게 상속되는 것이고, 자식의 신앙 됨됨이는 부모의 모습이기도 하다”며 “신앙은 그렇게 본보기가 되는 것임을, 또 유산처럼 전수되는 신앙의 속성을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고 전했다.

2024-09-08

십자가, 악의 세력 물리치고 인류 구원하신 주님 상징의 표지

9월 14일은 예수님이 못 박히신 성 십자가를 공경하고 묵상하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이다. 성 헬레나(250?~330년)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성 십자가(보목)는 전 세계 여러 성당에 나눠 안치돼 있다. 보목은 우리나라 가톨릭목포성지 산정동준대성전, 갑곶순교성지, 절두산순교성지에도 있다. 성 십자가의 역사와 의미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있는 보목에 대해 알아본다. 성 십자가 공경의 역사와 의미 예수님이 못 박혀 돌아가신 성 십자가 공경은 4세기 초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뒤부터 시작돼 692년 트룰라눔 교회 회의를 통해 강화됐고 787년 제2차 니케아공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9월 14일로 고정됐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에는 세 가지를 기념한다. 첫 번째는 성 헬레나가 십자가를 발견한 것, 두 번째는 335년 9월 14일 예루살렘의 예수님 무덤 자리에 세워진 부활 대성전을 콘스탄티누스 대제(272~337)가 봉헌한 것, 세 번째는 629년 헤라클리우스 황제(575~641)가 페르시아인들에게서 예수님이 실제로 못 박혔던 십자가의 일부를 탈환한 사건에 대한 기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통해 악의 세력을 이기셨기 때문에 십자가는 신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십자가는 수치나 실패의 표지인 형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승리와 구원의 표지로 다가온다. 성 헬레나가 찾은 성 십자가 전설에 따르면,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황후 성 헬레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못 박히셨던 십자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 320년에서 345년 사이에 골고타 언덕에서 몇 개의 십자가를 발견한다. 그중 하나는 병자들의 치유를 돕는 데 특별한 효과를 보였고 다른 하나는 죽은 청년을 되살리기까지 했다. 이 두 개가 바로 회개했던 우도의 십자가와 예수님의 성 십자가로 여겨졌다. 성 헬레나는 성 십자가를 셋으로 나눠 하나는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에게 보내고, 하나는 예루살렘의 주교인 성 마카리오(335년경)에게, 남은 부분은 로마로 가져왔다. 성 헬레나는 로마의 자신의 궁전 안에 있는 방 주위에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유물들을 안치하기 위한 성 십자가 예루살렘 성당을 지었다. 당시 성당 바닥은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흙으로 덮었다. 성당은 몇 번의 개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고 현재에도 보목 일부와 예수님이 쓰셨던 가시관에서 나온 가시 등 성유물이 모셔져 있다. 보목이 안치된 우리나라 성지 전 세계 여러 곳에 흩어진 성 십자가 조각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보목이 안치된 성지는 광주대교구 가톨릭목포성지 산정동준대성전과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이다. 가톨릭목포성지 산정동준대성전(주임 윤영남 시몬 신부)의 주보는 성 십자가 현양이다. 제대 아래 유리벽 안쪽으로 모셔져 있는 보목은 1963년 교황청이 “한국천주교회의 발전을 기원한다”며 한국으로 오는 멕시코 과달루페 선교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과달루페 외방 선교회 초대 총장 에스칼란테(Alonso Escalante) 주교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는 다시 1962년부터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원 헥톨(Diaz Hector) 신부에게 전달됐고 2018년 광주대교구에 증여됐다. 보목은 주님 수난 성금요일과 성 십자가 현양 축일에 조배를 위해 유리 밖으로 꺼내진다. 보목을 대할 때는 몸이 불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 십자가에 큰절 혹은 깊은 절을 권하고 있으며 장궤틀을 이용하는 묵상도 좋다. 주임 윤영남 신부는 “보목 앞에서 묵상하면 십자가라는 약함으로 우리 모두를 구원하는 힘을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더 와닿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며 “십자가 현양은 예수님의 죽으심뿐 아니라 부활도 상징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목은 갑곶순교성지(담당 민동규 다니엘 신부)에 가도 볼 수 있다. 성 십자가 조각은 성지 기념성당 제대 옆 유리관 안에 안치돼 있다. 이 보목은 전 인천교구장 고(故) 최기산(보나파시오) 주교가 1999년 주교 서품을 받을 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20~2005)이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평생 목걸이에 담아 보목을 소지했던 최 주교는 2016년 선종 일주일 전 갑곶순교성지에 맡겼다. 성지 담당 민동규 신부는 “우리는 보목 앞에서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신 주님’, ‘십자가에 매달리신 주님’, ‘만남의 십자가’ 이 세 가지를 묵상할 수 있다”며 “특히 십자가의 세로 모양은 하느님과 사람의 연결, 가로는 사람의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데, 가로와 세로가 만나는 시간이라는 한 점에서 하느님과 사람의 만남을 묵상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절두산순교성지(주임 원종현 야고보 신부) 보목은 박물관 학예실에서 관리 중이다.

2024-09-08

[이웃종교 만남] 8일까지 불교문화엑스포…28일 국제선명상대회

한국 불교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대형 행사가 9월에 연이어 열린다. 9월 5~8일 대구 엑스포(서관1홀)에서 열리는 ‘2024 대한민국불교문화엑스포’는 불교 문화유산이 풍성한 대구와 경북 지역의 풍부한 불교 자원과 광범위한 인프라를 활용해 전통 불교문화 산업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열린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서울에서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렸고 8월 8일에는 부산에서 ‘2024부산국제불교박람회’가 열린 바 있다. 올해 대한민국불교문화엑스포는 불교신문사와 BBS불교방송이 공동주최, 불교 문화산업 관련 140여 개 업체가 총 211개 부스 규모로 참여해 다채로운 불교 문화상품을 소개한다. 또 불교문화 대중화를 위해 특별전 ‘도심 공양간’, 문화·예술전 ‘불교 문화전’, ‘불교 예술전’ 등 상시 전시프로그램이 마련되고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엑스포가 풍성한 전통 불교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문화축제라면 9월 28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2024 불교도 대법회(국제선명상대회)’는 선(禪)명상 프로그램의 대중화를 통해 국민 정신 건강을 증진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마음의 평화, 세계평화’를 주제로 열리는 국제선명상대회를 통해 일반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선명상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이날 대회에서는 현장에 참석한 승려와 재가자 등 약 3만 여명이 선명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명상 전문가들과 함께 직접 지도에 나선다. 조계종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이나 장소의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5분 명상’을 제안한다. 이후 제안된 선명상 프로그램을 조계종 산하 사찰과 선원에서 템플스테이를 활용해 보급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스마트폰 앱, 인쇄책자 등을 활용해 널리 알릴 계획이다.

2024-09-08

[성미술 작가 다이어리] 정미연 작가

묵주기도 책으로 시작한 성화 대학 졸업 후 박대성(바오로) 화백과 결혼하고, 친정엄마를 모시고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8남매 중 막내라 그런지 엄마에 대한 마음이 무척 각별했거든요. 그러나 엄마와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묵주기도 책을 발견했어요. 낡아서 곳곳이 너덜너덜해진 기도 책에는 딸과 사위, 손주 등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 이름과 기도 시작 날짜 등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이 책이 마치 엄마 그 자체인 것 같은 생각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외국에는 가죽 표지의 성경책을 대를 이어 물려주곤 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튼튼한 제본으로 만들어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기도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 바람은 2009년 시인 신달자(엘리사벳) 선생님의 글과 제 성화로 「성모님의 뜻에 나를 바치는 묵주의 9일기도」(성바오로출판사)라는 책을 만들면서 결실을 맺게 됐습니다. 정교회 대주교님과의 만남 묵주기도 책 성화를 준비하면서 감수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우연한 기회로 한국정교회 초대교구장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1929~2022)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티리오스 대주교님은 서양화이면서도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저의 성화를 보시며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의 재회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2010년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께서는 바오로 사도 관련 신문 연재 기획에 참여하시면서, 저에게 성화 연재를 제안하셨습니다. 그리고 성화 작업을 위해 그리스와 터키로 성지순례를 떠나자고 하셨습니다. 성지순례는 저에게 더없는 영광의 시간이었습니다. 묵주기도 책과 수도원 기행 등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하느님께서 저를 훈련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주보 표지 성화를 그리는 경험으로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2015년(나해)에는 서울대교구, 2017년(가해)와 2018년(나해)에는 대구대교구, 2019년(다해)에는 전주·원주·제주교구 주보 표지에 ‘그림으로 읽는 복음’을 실었습니다. “고통 봉헌은 곧 순교” 주보 그림에 매달려 지냈던 시간이 끝나고 전국 순회전을 계획하던 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계획을 취소해야만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시대에 무언가 메시지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500호 크기의 대작 ‘현존’입니다. 팬데믹으로 힘든 경험을 하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메시지와 위로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던 중 뭔가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주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투병 생활이 제게 큰 전환점이 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특히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의 마지막 만남은 저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대주교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시기에 수술과 항암치료를 겪으셨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대주교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많이 야위신 대주교님은 “아픔이 올 때마다 십자가 주님의 고통을 떠올리며 기쁘게 아픔을 봉헌하는 것이 순교정신”이라고 오히려 저를 위로하셨습니다. 대주교님의 말씀이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메시지인 듯, 순교는 성화 작가로서의 제 앞날에 새로운 화두가 됐습니다. 영광스러운 부활 항암치료가 끝난 뒤 전주교구 박상운(토마스) 신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전주교구 권상연성당의 성물을 모두 제 작품으로 꾸미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제 몸이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오히려 “작가로서 그런 명예스러운 일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며 저를 응원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며 흙을 만지는데, 눈물이 쭉 흘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주님과 대화하는 심정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십자가를 만들 때는 이제까지의 관념을 모조리 부수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계셨던 분의 목이 빳빳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고개를 숙이게 했고, 골수에 박힌 가시와 탈골된 팔, 구멍난 몸을 표현하려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제 작품을 보고 많은 분들이 “아프고 난 뒤의 작업과 이전 작업에서 깊이의 차이를 느낀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이 작업들을 하면서 내내 주님께서 제게 기쁨을 주셨기에, 정말 기적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무명순교자를 위한 진혼곡 권상연성당 성물 봉헌에 이어 또다시 순교자와 만났습니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관장 원종현(야고보) 신부님께서 저를 초대하셨거든요. 주님께서 예비하신 무슨 특별한 뜻이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원 신부님께서는 목이 잘려 한강에 던져진 8000여 명의 절두산 무명 순교자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순간 순교자들의 마음이 제 안에 물밀 듯이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이분들을 기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월 15일 시작한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초대전 ‘무명순교자를 위한 진혼곡’은 10월 27일까지 계속됩니다. 이번 전시 역시 하느님의 계획 안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느님의 계획은 저뿐만 아니라, 작품을 접하는 여러분 모두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저와 작품으로 소통하고, 특별한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작가는 효성여자대학교(현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Art Student of League에서 수학했다. 1995년 서울 세검정본당 기공 기념 전시를 시작으로 2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숙명여대 박물관, 서울대교구청, 여산성지, 김수환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 등에 성물을 봉헌했다. 남편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은 옥관 문화훈장을 수훈한 한국화의 거장이다.

2024-09-08

[이웃종교 만남] 종교계, 저출산 극복 위해 발벗고 나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종교계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종교계는 최근 저출산 문제에 대해 각 분야와의 협력을 다지는 한편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혼인과 가정의 긍정적인 가치를 다지고 건전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이 정부와 민간에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을 통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사회 각층과 긴밀한 저출산 대책 수립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11월 3일 국내 7대 종단과 함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종교계 협의체’를 발족한데 이어 종교계 방송사들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민간에서도 나서 8월 23일에는 경제6단체가 금융계, 학계, 방송계, 종교계와 함께 민간 주도 ’저출생 극복 추진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정부와 민간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종교계와의 협력 관계를 추진하는 것은 혼인과 가정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강화해 근본적으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교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종교계는 가정 친화적인 삶의 여건이 조성되도록 하는데 노력하는 한편 젊은이들의 만남과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조성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진행하는 ‘나는 절로’ 프로그램이 이색적이다. 최근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불교는 ‘만남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TV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빗댄 명칭인 ‘나는 절로’로 이름을 바꾼 후 참가자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불교는 3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나는 절로’, 대학생 대상 ‘청춘 템플스테이’, 신혼부부와 예비부부를 위한 템플스테이 ‘절로 갈까’ 등 다양한 형태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7월 11일 ’인구의 날‘에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개신교계에서도 저출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회는 7월 8일 열린 상임회의에서 회원 교단들이 ’저출생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실제적 대안 마련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3월에도 대표회장 목회서신을 통해 “한국교회가 더욱 강력한 결혼과 출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단 차원에서의 대책과 함께 여러 교회와 단체에서 젊은이들 간의 만남과 소통의 장 마련 프로그램들을 실시한다. 인스타그램 9만 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개신교 매거진 채널 ‘러브그로우레터’의 단체 소개팅 프로그램 ‘러브 코이노니아’와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의 ‘러브 인 갓’ 등이 유명하다.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거나 교회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돌봄 활동에 나서는 교회들도 늘어나고 있다. 원불교의 저출산 극복 프로그램은 종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와 (사)마음과 마음(소태산마음학교)은 7~10월에 4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24 원불교 다시살림 캠페인-저출산 극복편’ 4가지 프로그램으로 청년연애감수성 회복캠프 ‘피어올라 마음학교’, 세대소통 마음공부 ‘원하모니 마음학교’, 은혜로운 원불교 커플맺기 ‘다붓다붓 맞선캠프’, 슬기로운 부모되기 ‘원플러스원 부모교육’ 등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가족 구성원 전체를 돌보는 종합적 접근이 눈에 띈다. ‘피어올라 마음학교’는 청년들의 올바른 만남을 위해, ‘원하모니 마음학교’는 결혼하거나 결혼 예정인 자녀를 둔 (예비)어머니를 대상으로, ‘다붓다붓 맞선캠프’는 결혼 적령기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육아와 출산의 재인식을 위한 ‘원플러스원 부모교육’도 유익하다.

2024-09-08

[이웃종교 책] 「목사님의 택배 일기」

목회자와 사회운동가로 30여 년을 살아온 50대 개신교 목사가 택배 일을 시작했다. 2010년 경기도 광명에 교회를 개척한 저자가 빠듯한 살림에 보탬이 되고, 교인들의 일상과 더 가까워지고자 하는 것이 취지였다. 미로 같은 서울 가리봉동 골목을 누비며 베테랑 목사로서는 알 수 없었던 교회 밖 치열한 삶의 현장을 온몸으로 느꼈다. 목사로서 알지 못했던 세상사들을 경험하면서 저자는 종교와 종교인, 이웃, 그리고 땀 흘리는 노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1톤 트럭 가득 택배 상자를 싣고 골목길을 누비는 목사가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몸으로 하는 택배 일을 통해 깨달은 삶의 가치를 이 책 가득 담고 있다. 저자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간사 일을 시작해 최근까지도 시민단체 실무자로 일해왔다. 그는 택배 일을 하면서, 명분을 중시하며 살았던 자신에게 끼어 있던 거품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종교인으로서, 그는 사람들이 종교에 무관심하다는 투덜거림도 결국 종교가 이웃과 함께하는 삶의 현장에 같이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을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주일에는 양복 입은 목사로, 평일에는 조끼 입고 트럭 모는 택배기사로 살았던 경험을 통해 한 종교인이 치열한 세상에서 깨달은 삶의 이치와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만날 수 있다.

2024-09-08

[가톨릭계 대학 2025 수시 입학정보] 서강대학교

서강대학교는 202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1030명(57.9%)을 선발한다. 전형별 모집인원은 ▲학생부교과(지역균형)전형 178명 ▲학생부종합전형 일반 558명 ▲기회균형 85명 ▲서강가치 36명 ▲논술(일반)전형 173명이다. 서강대학교는 2025학년도부터 정부의 전공자율선택 확대 방침에 따라 자유전공학부(인문학기반, SCIENCE기반, AI기반자유전공학부, 총 3개)를 신설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강화한다. 수시모집에서 인문학기반자유전공학부는 △학생부교과(지역균형) 10명, △학생부종합(일반) 10명을 모집한다. SCIENCE기반자유전공학부는 △학생부교과(지역균형) 5명을 모집한다. 마지막으로 AI기반자유전공학부는 △학생부교과(지역균형) 5명, △학생부종합(일반) 10명을 모집한다. 자유전공학부 소속 학생은 성적이나 계열, 인원 제한 없이 희망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 자유로운 전공 선택의 기회가 보장된다. 학생들은 1학년 때 소속된 학부에 특화된 기반 과목을 우선적으로 이수하고, 2학년 진급 시 계약학과인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로욜라 국제대학 내 일부 학과 및 인공지능학과를 제외하고 원하는 전공을 주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다. 서강대학교는 최근 3년 동안 매년 전공이 신설되어 다양한 학문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 2024학년도에는 로욜라국제대학, 2023학년도에는 인공지능학과와 SK하이닉스와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신설되었다. 올해 수시모집은 자유전공학부 신설 외에 큰 변화가 없다. 모든 전형은 면접을 시행하지 않으며, 수시 학생부교과(지역균형) 및 논술(일반)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도 작년과 동일하며,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은 서류평가 100%로, 수험생 부담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 <학생부교과(지역균형)전형> 학생부교과(지역균형)전형은 178명을 선발한다. 지원 자격은 ‘국내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중 고등학교에서 4학기 이상 성적을 취득한 자로서 출신 고등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자’로 제한된다. 고교별로 최대 20명까지 추천할 수 있으며 전형 방법으로는 학생부 교과 900점(90%)과 학생부 비교과 100점(10%)을 모두 정량평가한다. 학생부 교과영역은 전 과목을 반영하며, 학년별 가중치는 없다. 비교과영역은 출결 사항만 반영하며, 구간별 반영점수를 따른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국/수/영/탐(사회/과학/직업-1과목) 4개 영역 중 3개 영역 각 3등급 이내와 한국사 4등급 이내이다. 지원 전공에 따른 수능 응시영역 제한은 없다. 2024학년도 학생부교과(지역균형)전형의 최초경쟁률은 8.08대 1로 형성됐고,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여부와 충원율을 반영한 실질경쟁률은 1.47대 1까지 떨어졌다. 계열별로 보면, 인문, 인문·자연계열의 실질경쟁률은 1.07대 1, 자연계열은 2.13대 1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 – 공통> 학생부종합(일반/기회균형/서강가치)전형의 모집인원은 총 679명(일반 558명, 기회균형 85명, 서강가치 36명)으로 서강대학교 모집전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생부종합(일반/기회균형/서강가치)전형은 지원자격 충족시 모든 전형 간 중복지원이 가능하다. 서강대 학생부종합전형은 면접이 없고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적용되지 않으며, 100% 서류평가로만 선발한다. 졸업 연도와 상관없이 지원 가능하며, 2025년 2월 2학년 수료예정자 중 상급 학교 조기입학 자격 부여자(상급 학교 진학대상자)도 지원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의 사제, 현직 수도회 장상(총원장, 관구장, 지부장) 및 소속 가톨릭계 고등학교장, 한국예수회 소속 수도자의 추천을 받은 자는 36명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서강가치)전형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 지원자의 종교는 무관하며, 추천인 1명당 1명의 지원자만 추천 가능함) 2024학년도 학생부종합(일반)전형의 최초경쟁률은 14.07대 1로 형성됐고, 충원율까지 반영된 실질경쟁률은 5.38대 1까지 떨어졌다. 2025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 중 별도 제출서류(학교생활기록부 및 학생부대체서류)가 있는 경우 블라인드 절차가 추가됐다. 자세한 내용은 2025학년도 서강대학교 수시모집요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 서류평가> 서강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 항목은 학업역량(50%), 공동체역량(20%), 성장가능성(30%)을 두며 작년과 동일하다. 서강대학교의 교육목표는 특정 전공에 맞춰진 완성된 인재를 선발하기보다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해 잘 길러내는 것이다. 학업역량을 통해 단순히 학업성취도뿐만 아니라, 탐구능력, 융합능력, 창의적문제해결력을 갖춘 학생을, 공동체역량에서는 리더십과 소통, 협업능력,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아는 학생을, 성장가능성에서는 자기주도적이고, 다양한 경험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 전공에 부합하는 듯한 명칭의 과목 선택이나 관련 활동에 매몰되기보다 주도적으로 본인의 관심사를 확장하고 배움을 심화해가고자 노력하여 고등학교 3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개인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학생이 더 우수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서류평가와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은 입학처 홈페이지에 게재된 입학가이드북과 2025학년도 서강대학교 수시모집요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논술(일반)전형> 논술(일반)전형으로는 173명을 선발한다. 논술시험 80%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10%, 비교과 10%를 반영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국/수/영/탐(사회/과학/직업-1과목) 4개 영역 중 3개 영역 등급합 7이내이고 한국사 4등급 이내이며, 지원계열에 따른 수능응시영역 제한은 없다.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논술가이드북」에서 기출문제와 출제의도, 채점 기준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2024학년도 논술(일반)전형의 최초경쟁률은 112.59대 1로 형성됐고, 충원율까지 반영된 실질경쟁률은 36.03대 1이었다. 올해 서강대 논술시험은 11월 16일(토) 자연계열, 11월 17일(일) 인문계열이 실시된다. 수시모집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서강대학교 입학처 유튜브에서 지난 5월 진행한 ‘2025학년도 입학전형 설명회’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은 9월 10일(화) 오전 10시부터 9월 13일(금) 오후 6시까지다. 인문/자연계열 구분 없이 전 모집단위에 지원할 수 있으며, 모든 전형 간 중복지원도 가능하다.

2024-09-08

“생산과 소비 속도 줄이면 유익한 진보와 발전 이끌 수 있어"

핵발전, 4대강 개발, 신공항 건설, 케이블카 설치 등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여러 사업에 교회는 매번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개발로 인해 당장은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누릴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파괴된 자연은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한 채 결국 더욱 많은 것들을 빼앗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인상적이고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룩했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되었으며 많은 생명체의 생명과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간이 기술과 힘으로 자연을 착취한다면 “괴물을 만들어낸 뒤 우리를 배반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자연을 착취한 발전, 괴물을 낳다 서울시는 8월 9일 개발제한구역 일부를 해제해 신혼부부 주택공급을 늘리고,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세대의 시급한 주택문제 해결 등 미래세대의 주거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서울환경연합은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 공원 녹지 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남산의 곤돌라 사업, 탄천파크골프장 개발, 하천 제방의 나무를 베어내고 카페를 만드는 수변감성도시 사업 등을 지적하며 “오세훈 시장은 공원 녹지를 꾸준히 파괴해 왔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월 9일 서울시청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미래세대를 위해 서울 근교에 녹지공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지만, 저출생 문제, 주거문제가 자연환경 보존만큼이나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며 “그린벨트 중 이미 훼손된 곳, 녹색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한 곳에 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무는 지구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그린벨트를 확대해 녹색도시로 탈바꿈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1979년 29㎢였던 그린벨트를 2020년 415㎢로 확대했다. 그 결과 여름 기온이 최대 4도까지 낮아졌다. 반면 한국의 산지는 위기에 처했다. 1974년 이후 바다를 매립해 국토를 1650㎢ 늘리는 동안 각종 개발로 인해 산림 3430㎢가 사라졌다. 67.2%였던 산림률은 62.7%로 떨어졌다.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괴물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집이 없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주택개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부흥할 수 있는 케이블카 설치, 싼값에 편리하게 전기를 만들어 내는 핵발전. 인간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개발논리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힘 그리고 그 의미와 한계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 지속가능한 발전, 어떻게 가능할까? 꾸준히 핵발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 온 한국교회는 2013년 10월,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발간하고 핵기술에 대한 입장을 집대성했다. 당시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베드로) 주교는 ‘우리는 생명을 선택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 “우리나라도 자손들의 생명권 문제라는 각도에서 핵 문제를 논의한다면 근본적으로 탈핵, 비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주교는 “핵발전은 예를 들어 도시인들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농어촌인들이 생명권을 짓밟히는 등 불의와 비윤리적인 문제점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하고 인간을 죽이고 퇴보시키는 것은 결코 발전이 아니라고 밝혔다. 아울러 “끊임없는 이윤추구의 구조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새로운 문명의 출발을 이어가야할 때”라며 현대사회의 최대 과제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강조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과도 연결된다. 교황은 “더 나은 세상과 전체적으로 더 높은 삶의 질을 이뤄 내지 못하는 기술과 경제 개발은 발전으로 볼 수 없다”며 발전의 개념을 새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산과 소비의 속도를 줄이면 개발이 뒤처지는 것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진보와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 교황은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기적으로 볼 때 또 다른 경제적 이익을 낳을 수 있는 투자가 된다”며 “시야를 넓혀서 보면 혁신적이고 환경에 덜 영향을 미치는 다양화된 생산 방식이 유익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191항)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황은 삶의 질이라는 더욱 폭넓은 의미에서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발전 방식을 찾으려는 용기와 책임, 지성을 발휘하는 것이 더 고귀하다고 강조하며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길 권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는 것은 강생의 믿음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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