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바로 눈앞에…‘빛의 거장 카라바조&바로크의 얼굴들’ 展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바조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 ‘빛의 거장 카라바조&바로크의 얼굴들’ 전시가 11월 9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카라바조는 빛과 그림자의 강한 명암 대조를 사용한 테네브리즘의 창시자다. 또 사실주의 기법을 최초로 사용해 바로크 예술사의 시작이자 현대 예술의 시작을 알린 화가로 알려졌다. 정적이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르네상스 화풍과 달리 마치 대상이 눈앞에 있는 듯한 현실 같은 그림을 그렸다. 이는 당시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반종교 개혁정신과 맞물리면서 교회와 대중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됐고, 그가 구축한 화풍은 바로크 예술의 거장인 루벤스,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등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시는 카라바조가 13세에 이탈리아 북서부 롬바르디아에서 수련을 시작해 20대에 로마와 나폴리에서 명성을 얻고, 이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38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따라 총 7개 섹션으로 나뉜다. 특히 이탈리아 유명 미술관 우피치미술관이 소장한 카라바조의 주요 작품들이 소개된다. 예수가 겟세마니 동산에서 본시오 빌라도의 로마 병사들에게 체포되는 순간을 묘사한 <그리스도의 체포(The Taking of Christ)>와 가톨릭 종교개혁의 상징이 된 <성 토마스의 의심(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을 포함해 <묵상하는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 in Meditation)>,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David with the Head of Goliath)>, <성 세바스티아노(Saint Sebastian)>, <황홀경의 막달라 마리아(Mary Magdalene in Ecstasy)>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카라바조의 라이벌로 불린 안니발레 카라치를 비롯해 오라치오 로미 젠틸레스키, 구에르치노 등 동시대 화가들의 작품 총 57점이 걸린다. 해외 반출이 엄격히 제한되는 카라바조의 작품 전시는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관, 이탈리아관광청,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의 후원으로 성사됐다.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은 “이번 전시는 16세기와 17세기에 활동했던 카라바조의 화풍을 따른 후예들을 일컫는 ‘카라바제스키(Caravaggeschi)’의 작품으로 더욱 풍성하게 구성됐다”며 “이탈리아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자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전시 기간 : 11월 9일~2025년 3월 27일 ■ 관람 시간 : 10시~19시(입장 마감 18시,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성인(19~64세) 22,000원, 청소년(13~18세) 17,000원, 어린이(37개월~12세) 14,000원

2024-11-10

「신앙의 중심에 있는 생태 환경」…자연 세계에 관한 신학적 관점 종합

그리스도론, 성령론, 삼위일체론, 종말론, 성찬례 등 신앙의 여러 주제를 생태적 시각에서 두루 다루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칸 신학자인 성 보나벤투라 신학의 관점에서 생물 다양성을 살펴보는 부분이 새롭다. 호주 애들레이드대교구 소속 사제였던 저자 데니스 에드워즈 신부는 신학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과학 지식의 대화 그리고 생태 신학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신학자였다. 자신을 ‘자연 세계의 신학자’라고 말했던 그는 1980년대 초부터 세상을 떠난 2019년까지 생태 신학에 관한 저술에 전념했다. 특별히 교회의 교의 전통에 깊숙이 몰두한 특징이 있다. “창조의 의미에만 초점을 두는 생태 신학은 불충분하며 오히려 하느님의 창조 활동과 구원을 위한 육화 활동 모두를 포괄하는 전체 이야기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런 배경에서 에드워즈 신부는 자연주의에 관한 신학에서 삼위일체, 성령, 지혜, 그리스도론에 관한 교의들에 주목했다. 초창기에는 칼 라너의 작품들이 큰 영향을 주었지만, 이 외에 이레네우스, 오리게네스, 카이사리아의 바실리우스, 아타나시우스, 보나벤투라, 토마스 아퀴나스, 또 50년 친구인 엘리자베스 존슨을 포함한 현대 여성 신학자들도 신학과 관련한 중요한 대화 상대로 삼았다. 이 책은 자연 세계에 관한 그리스도론적, 성령론적 관점을 종합한 것이다. 에드워즈 신부는 책을 저술한 의도에 대해 “나는 생태 환경이라는 주제가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비본질적이며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그 중심에 있는지, 어떻게 그리스도교 신앙의 삼위일체적 깊이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 바 있다. 「찬미받으소서」는 앞서 저자가 제시했던 과제를 받아들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대학 수준 입문 강좌에서 사용됐던 책은 성찬례, 그리스도교 영성, 생태적 행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실생활에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다. 생태 신학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그것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활발해지도록 영감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옮긴이의 글에서 이다한 신부(스테파노,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프란치스칸 신학자인 성 보나벤투라 신학의 관점에서 생물 다양성을 살펴본 부분은 박사 학위 논문 주제를 선정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 신부는 “이 책을 통해 한국 교회 안에서 생태 신학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가 더 커지고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변화, 교회와 사회와 세상의 변화, 곧 생태적 회심이라는 결실을 보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2024-11-10

제11회 가톨릭영화제 폐막…대상 <디-데이, 프라이데이>

제11회 가톨릭영화제(CaFF)가 10월 27일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가톨릭영화인협회(회장 이경숙 비비안나)가 주최하고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주관한 가운데 ‘조화로운 삶(Good Life)’ 주제로 열린 영화제에는 단편경쟁부문 643편, 사전제작지원부문 49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단편경쟁부문 대상은 이이다 감독의 <디-데이, 프라이데이>가 수상했으며, 우수상은 김영준 감독의 <고양이 통역기>, 이경호 감독의 <혼자>, 이민화 감독의 <백차와 우롱차>가 받았다. 관객상은 신은섭 감독의 <꽃들도>, 배우 인기상 스텔라상은 영화 <고양이 통역기>의 강애심 씨, 심사위원 특별상은 최진욱 감독의 <머리카락 우주>로 선정됐다. 또한 사전제작지원부문 대상은 오은영 감독의 <연희와 동희>에게 돌아갔다. 대상을 수상한 이이다 감독은 “광주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가 1984년 광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걱정이 많았는데 이 영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폐막식에서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준(니콜라오) 신부는 “행복보다는 불행과 불안이 많은 시대에 우리 각자의 삶을 충만하게 채우고, 이를 통해 평화로운 날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영화제 주제를 정했다”며 “관객들에게 영화제가 ‘조화로운 삶이란 이런 것 아닐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가톨릭영화인협회는 보편적이고 영성적인 영화로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매년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제12회 가톨릭영화제는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The Way to Hope)’을 주제로 내년 10월 열릴 예정이다.

2024-11-10

“은총 앞에서 침묵하십시오”…성 에디트 슈타인의 메시지

현대인의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숨 가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해야 할 일들과 온갖 걱정거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일과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피로에 지친다. 잠시 시간을 내어 묵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에디트 슈타인 성인(십자가의 성 데레사 베네딕타)은 이런 이들에게, 일상을 거룩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아주 잠깐이라도 침묵하며 마음 깊은 곳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했을 때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유다인 집안에서 태어나 무신론자이자 철학자로 살다가 예수의 데레사 성녀 자서전을 읽고 가톨릭으로 개종했던 에디트 슈타인은 이후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했으나 게슈타포에 체포돼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에서 눈을 감았다. 성인은 이런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여러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이 책은 그 안에서 중요 내용을 발췌한 「내적 침묵으로 향하는 길」의 개정판이다. 진리 탐구와 이웃 사랑, 인간 존재의 의미, 교회 생활, 고통과 죽음 등에 대한 통찰을 포함해서 성인의 핵심 사상이 모두 담겼다. 무엇보다 하루를 어떻게 주님의 은총 안에서 보낼 수 있는지를 성인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묵상하도록 이끈다. 매일의 삶을 통해 자기 내면을 돌아보며 영적 성장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아닐 수 없다. 성인은 “깊은 영성, 겸손, 경청, 온유, 지혜 등의 덕목을 갖추려면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은총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은 은총을 향해 우리 자신을 활짝 여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내려놓고 오로지 하느님 뜻에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 영혼 전체가 하느님 손안에 받아들여질 준비가 필요하다. ‘자기 비움’과 ‘침묵’은 그렇기에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각 글은 짧고 간결하다. 쉽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음에도 글 하나하나에 담긴 메시지에서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랑의 가장 내적인 본질은 ‘내어놓음’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사랑을 위해 창조하신 피조물들에게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십니다. 기도는 인간의 영이 담당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과업입니다.”(48쪽) “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분께서 내 곁에 계시다는 것을 압니다. 이 사실은 나에게 평온함과 힘을 줍니다.”(62쪽) 성인은 ‘영원하신 하느님과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좋은 방법’에 대해 ‘매일 묵상과 영적 독서를 하고, 미사에 참례하며 신실한 신앙생활을 이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모두에게 이 방법이 유익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최대한 실천하는 것’이다. 글을 엮은 뱅상 오캉트는 “성인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영성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며 “그 길은 우리가 매일 ‘주님 안에서 사는 것’이며, 그분께서 우리 마음 안에 사시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4-11-10

「현실 인식과 시대정신」…20주기 맞은 구상 시인 색다른 문학 세계 첫 선

고(故) 구상 시인(요한 세례자·1919~2004) 20주기 기념사업으로, 그가 쓴 글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미발굴 작품들이 세상으로 나왔다. 기존에 발간된 구상 시인 전집이나 총서에 묶여 있지 않은 산문과 사설 등 그가 초기 활동에 남긴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담겨 있다. 책에 실린 내용은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한명수(미카엘) 씨가 십수 년 동안 수집해온 작업 결과의 일부다.(본지 2024년 1월 14일자 21면 보도) 책에는 구상 시인의 미발굴 시와 산문, 평문, 사설, 대담 등이 구분 지어 실려 있다. 각 작품 앞에는 발표 배경과 관련 내용, 작품 뒤에는 한 시인이 쓴 평론 등이 첨부돼 있다. 1948년 ‘상화시비’(尙火詩碑) 제막식에서 헌시를 낭독하는 구상 시인의 모습, 구상 시인의 친구였던 화가 이중섭(1916~1956)이 담배 은지에 그린 그림 등 색다른 장면도 만날 수 있다. 한 시인이 구상 시인의 미발굴 작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구상 전집’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훗날 구상 시인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이뤄진다면 그 작업에 필요한 기본 자료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한 시인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한 시인은 “저보다 구상 선생님을 더 좋아하시는 학자들이 제가 발굴한 자료들을 토대로 그 의미와 가치를 현재에 되살릴 수 있는 작업들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저는 그저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데에는 구상 시인의 제자 이진훈 시인(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의 공로가 크다. 한명수 시인의 작업을 알게 된 이 시인은 구상 시인으로부터 함께 배웠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76학번 동기들과 선후배들의 힘을 모아 발간 기금을 마련했다. 이 시인은 발간사를 통해 “구상 은사님은 1976년부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강의를 시작하셨고, 76학번 제자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쏟으셨다”며 “이 책이 구상 시인의 문학과 사상은 물론 영성(靈性)을 연구하는 데 큰 보탬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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