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주 노동자’ 삶 비추다…「딸기 이론」

제2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산문 부문 수상자인 김숨(모닌느) 소설가가 새 장편소설 「딸기 이론」을 펴냈다. 전쟁으로 터전을 잃은 디아스포라 난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각장애인 등 사회의 그늘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문학으로 품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여성 이주 노동자의 삶을 조명한다. 소설은 한 통의 긴 편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편지를 쓰는 이는 한국의 한 비닐하우스 딸기밭에서 일하는 미얀마 출신 여성 노동자 ‘샤빼’, 편지를 받는 이는 그와 함께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 노동자 ‘보파’다. 보파는 체류 기간이 지나 미등록 신분이 된 노동자로, 딸기밭 안에서도 가장 낮은 자리에 놓인 인물이다. 작가는 샤빼의 편지를 통해 딸기로 시작해 딸기로 끝나는 이주 노동자의 시간을 따라간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에 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빚을 내면서 익힌 ‘아름답다’ 같은 한국어는 딸기 앞에서 쓸 일이 없다. 어릴 적 선생님이 말한 “행복은 영혼의 훌륭한 행위를 통해 얻어질 수 있다”는 문장을 떠올리며 딸기 따기가 훌륭한 행위가 되기를 바라지만, 하루의 끝에 이들이 돌아가는 곳은 폐가를 개조한 숙소다. 그렇게 같은 일상은 5년, 10년 그 이상 이어진다. 샤빼와 보파의 삶에는 각자의 고국이 겪어 온 폭력의 역사도 겹쳐진다. 샤빼의 고향 미얀마에는 군부 쿠데타와 내전의 상처가 남아 있고, 보파의 고향 캄보디아에는 인구 4분의 1이 희생된 ‘킬링필드’의 기억이 드리워져 있다. 작가는 두 인물을 통해 가난한 나라의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한국 농촌의 노동력으로 불려 오고, 또 어떤 이름으로 지워지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책은 이들을 불쌍한 존재로만 그리지 않는다. 샤빼와 보파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노동자이면서도, 욕망과 질투, 분노와 희망을 지닌 한 사람이다. 소설의 첫 문장 “나는 한 사람으로 왔어”는 이주 노동자가 단순히 노동력이나 숫자가 아니라, 고유한 역사와 감정을 지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한다.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소설 속 세계는 묻는다. 인간이 인간을 파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살아갈 것인가. “보파,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이 발견됐대. 지구와 146광년 떨어진 그 행성은 딱 한 번 관측됐는데 쌍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지구와 닮았다고 해. 지구 어딘가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파괴하고 있어. 그리고 지구 어딘가에서는 인간이 우주를 들여다보며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찾고 있어. 친구가 되기 위해서.”(212쪽)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5면

김민정·남영희 작가, 갤러리1898서 개인전 연다

김민정(다니엘라) 작가와 남영희(리오바)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린다. 김민정 작가는 제1전시실에서 ‘그:리우다’를 주제로 25점의 그림을 선보인다. 전시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결국 ‘그리움’을 표현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품 속 그리움은 단순한 향수나 결핍보다 신앙 안에서 경험한 위로와 사랑,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한 소중한 순간들을 환기한다. 대표작 <기다림>은 우리가 완벽한 모습으로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하느님을 나타낸 작품이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그리움은 우리를 사랑으로 이끄는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고, 각자의 마음속 그리움을 조금 더 선명히 새기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2전시실에서는 ‘사랑받는 자, 리오바 남영희’가 마련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이후 반세기 가까이 작업을 이어오다 건강상의 이유로 붓을 내려놓게 된 작가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전시는 ‘우울: 청색시대’, ‘기억 연작’, ‘기억: 저무는 시절’, ‘선과 몸으로’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작가의 화업을 시기별로 조명한다. 대표작 <기억(Memoria)>(2015)을 포함해 총 25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딸이 기획하고, 외손자가 디자인에 참여해 온 가족이 함께 만든 사랑의 기록이기도 하다. 작가는 기억이 흐려져도 한 삶이 남긴 선과 색은 여전히 곁에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4면

건축가 사제가 읽어 주는 「르네상스 성당」

저자 강한수 신부(가롤로·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장)가 2025년 본지에 연재했던 「르네상스 성당 스케치」를 재구성한 책이다. 또한 저자의 전작 「로마네스크 성당」과 「고딕 성당」에 이은 중세 유럽의 성당 건축 완결판이기도 하다. 시대는 자신의 믿음을 건물로 구현한다. 르네상스 시대, 인간은 처음으로 수학적 비례와 고전의 언어로 신의 공간을 설계하려 했다. 하늘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성으로 하늘의 질서를 해독하고 재현하려 한 것이다. 그 야심과 아름다움, 그리고 좌절과 타협의 기록이 「르네상스 성당」에 담겼다. 저자는 14세기 피렌체부터 16세기 베네치아와 알프스 너머까지 이어지는 약 300년의 르네상스 여정을 건축가의 생애와 그들이 남긴 성당을 축으로 따라간다. 책은 단테와 조토가 피렌체에서 다가올 르네상스 시대의 씨앗을 뿌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피렌체 대성당 돔, 브라만테와 라파엘로, 미켈란젤로가 차례로 손을 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과 팔라디오가 베네치아 석호 위에 세운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르네상스 건축의 핵심 장면들을 건축물의 설계 원리, 건축가의 인간적 면모와 함께 엮어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알프스를 넘어 프랑스, 영국, 독일이 르네상스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다룬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중동의 건설 현장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2017년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고대·중세 건축사 연수를 받았다. 이러한 이력 덕분에 책은 거장들의 분투기를 담으면서도 건축 기술과 신학적 의미가 한 문장 안에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둥의 비례와 돔의 구조를 설명하면서도 그 공간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 안에 들어선 사람이 무엇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는지 놓치지 않는다. 유럽 성당 여행을 앞둔 독자에게는 공간을 읽는 눈을 길러주는 안내서가 되고, 서양 미술사와 문화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르네상스라는 시대를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만나는 입문서가 된다. 교회 전례와 성당 내 공간의 관계를 아는 독자라면 그 서술에서 한 겹 더 깊은 맥락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강 신부는 이에 대해 모르는 독자도 독서가 막히지 않도록 그 경계를 세심하게 조율한다.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5면

“한여름 밤 음악 축제…피아노·첼로 선율에 담긴 신앙 즐겨 볼까요”

여름밤을 수놓을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 축제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다. 각 축제에서는 성녀 힐데가르트 폰 빙엔과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는 7월 31일까지 더하우스콘서트의 ‘2026 줄라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프랑스의 빛’을 주제로 마련된 페스티벌에서는 7월 28일 피아니스트 소냐 바흐가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Vingt Regards sur l'Enfant-Jésus)〉 전곡을 연주한다. 이 작품은 피아노 독주를 위한 20개의 묵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연작곡이다. 각 곡은 독립된 악장처럼 구성됐다. ‘성부의 시선’에서 시작해 ‘성모의 시선’, ‘성자의 시선’, ‘십자가의 시선’ 등을 거쳐 마지막 ‘사랑의 교회의 시선’으로 끝맺는다. 단순히 종교적 분위기를 지닌 곡이 아니라, 피아노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성모 마리아, 십자가 등 신앙의 주제를 통해 하나의 묵상으로 묶은 작품이다. 12세기 독일의 베네딕도회 수녀원장이자 교회학자였던 힐데가르트의 곡은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8월 18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는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첼리스트 아나스타샤 코베키나는 8월 22일 리사이틀을 통해 힐데가르트의 〈오 잎이 무성한 가지여(O frondes virga)〉 등을 연주한다. 이 곡은 본래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전례적 성격의 라틴어 성가다. 힐데가르트 연구 자료에 따르면 원곡은 성모 마리아를 위한 시편 후렴으로, 성모 마리아를 ‘꽃피는 가지’에 비유하고 새벽빛의 이미지와 연결한다. “나약한 우리를 악습에서 풀어 달라”는 간청도 담겨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 성가의 선율이 첼로로 연주된다.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2026 클래식 레볼루션’이 이어진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은 9월 3일 프란츠 리스트의 작품들로 리사이틀을 꾸민다. 그 가운데 〈순례의 해 제2권 이탈리아〉 중 제7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은 단테의 「신곡」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신곡」의 지옥과 천국, 죄와 구원에 대한 상상력을 음악으로 풀어낸 곡으로, 지옥의 문과 고통받는 영혼들, 비극적 사랑, 천상적 빛의 이미지가 피아노 선율로 재해석된다. ‘소나타풍의 환상곡’이라는 부제처럼 엄격한 형식보다 자유롭고 환상적인 전개가 두드러진다. 이들 공연은 전례음악은 아니지만, 신앙이 예술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돼 왔음을 보여 준다. 중세 수도원의 성모 찬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한 20세기 현대음악, 단테의 구원 서사에서 출발한 피아노 환상곡이 관객들을 여름밤 공연장으로 초대한다.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4면

[인터뷰] 순교에서 증거자의 시대로…「양들이 있어 나는 걸었네」 펴낸 류한영 신부

“저는 조선에 들어온 후 한 번도 휴식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7월 한 달 동안만 같은 집에 머물러 있었을 뿐이고 언제나 시골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습니다. 중국에서 서울까지 여행한 것을 빼고도 1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5천 리를 걸어 다녔습니다. 저는 이처럼 긴 여행과 이 모든 고된 일을 하면서도 하느님의 은혜로 건강은 늘 좋았습니다.”(최양업 신부가 도앙골에서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1850년 10월 1일자 편지) 한국교회 두 번째 사제이자 12년 동안 조선 각지를 누비며 신앙을 전한 ‘땀의 순교자’.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1821~1861) 신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의 생애와 업적은 명성에 비해 신자들에게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류한영 신부(베드로·청주교구 성사전담)가 펴낸 「양들이 있어 나는 걸었네」는 최 신부의 생애와 영성을 신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 대중서다. 그는 “사람들이 신부님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름 석 자 정도만 아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연구한 내용을 알기 쉽게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출간 계기를 설명했다. 책은 최양업 신부가 스승 선교사들에게 보낸 서한과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그의 유학과 사제서품, 거듭된 조선 입국 시도, 귀국 후 교우촌 사목과 선종까지의 여정을 따라간다. 가계도와 연표, 유학로와 조선 입국로, 교우촌 분포도 등을 수록해 그의 생애를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교우촌을 찾아다닌 사제의 모습뿐 아니라 통번역가와 교육자로서의 면모도 비춘다. 부제품을 받고 홍콩에 머물던 최 신부는 페레올 주교가 프랑스어로 작성한 「기해·병오박해 순교자들의 행적」 가운데 기해박해 순교자 73위의 행적을 라틴어로 번역했다. 이 자료는 교황청에 전해져 훗날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에 밑거름이 됐다. 한글 교리서와 「천주가사」를 보급하고, 신분과 성별을 넘어 모든 이를 하느님의 자녀로 대한 모습도 담겼다. 류 신부는 1998년 최양업 신부의 서한을 신학적으로 연구한 것을 시작으로 26년 넘게 그의 삶을 살펴왔다. 1999년 청주교구 배티 순교 성지에 부임해 양업교회사연구소 관장 등을 지냈고,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로 시복시성 추진 실무를 맡았다. 그는 배티 순교 성지에 부임한 뒤 어느 날 성지 경당에서 “제가 최양업 신부님의 유업을 잘 잇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했지만, 당시에는 자신이 이어야 할 유업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류 신부는 “신부님은 홍콩에서 순교자들의 행적을 번역해 교황청에 전했다”며 “주교회의에서 시복시성 업무를 시작한 뒤 신부님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부님의 보이지 않는 이끄심이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시성 추진 과정과 전망을 담았다. 류 신부는 실무자로서 경험한 성덕 심사와 2016년 가경자 선포 과정을 설명하고, 올해 3월 최양업 신부의 전구로 보고된 치유 사례가 교황청 시성부 의학자문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의미도 전한다. 류 신부는 최양업 신부의 시복이 한국교회에도 새로운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기초를 순교자들이 쌓았다면, 이제 그다음에는 평생 복음을 실천한 이들의 성덕을 발견하는 ‘증거자의 시대’가 와야 합니다. 그 문을 열 첫 인물이 최양업 신부님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었던 신부님의 삶은 우리에게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5면

“다른 방식으로 ‘종교와 인간’ 표현한 두 거장 만나요”

여름방학을 앞두고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 볼 만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조선 왕실과 천주교가 만난 역사, 그리고 성당 예술에도 발자취를 남긴 한국 현대도예 거장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남미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한국과 서양의 역사, 예술,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주요 전시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가톨릭 문화의 영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두 거장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종교와 인간, 시대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빚어낸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2023)와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이다.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은 풍만한 형태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보테로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2015년 국내 전시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와 드로잉, 조각 등 총 112점을 선보인다. 보테로의 작품 세계는 풍만하고 과장된 듯한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보테리즘’에 바탕을 둔다. 이는 단순한 왜곡이 아니라 삶의 여유와 풍요를 드러내려는 그의 미학적 태도다. 보테로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그림은 삶에 대한 찬미이자, 현실의 고단함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전시는 변주, 라틴 아메리카, 종교, 투우, 정물, 서커스 등 6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특히 종교 섹션에서는 보테로 특유의 종교적 상상력과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보테로는 생전 “자신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가톨릭 문화가 주를 이루는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교회의 성화와 이미지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성화의 도상을 차용하면서도 특유의 과장된 형태와 유머로 이를 새롭게 풀어냈다. 엄숙한 종교 도상은 그의 화면 안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바뀐다. 주요 작품 <콜롬비아의 성모>는 국가를 하나의 인격처럼 바라보며 그 존재를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눈물은 당시 사회의 고통을, 초록색 열매는 그럼에도 이어지는 삶의 힘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인간적인 온기로 성인의 모습을 표현한 <성 게르트루다>, <성 도로테아>, <성 카실다> 연작과 <이 사람을 보라>, <잠자는 추기경>, <신학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8월 30일까지 열린다. 한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보테로보다 약 200년 앞서 살았던 고야의 세계를 조명하는 ‘스페인의 거장, 고야: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가 열리고 있다. 보테로가 인간과 삶, 종교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냈다면, 고야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시대의 어둠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전시는 빛과 어둠, 이성과 광기,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던 고야를 조명하며, 화려한 궁정화가에서 ‘어둠의 화가’로 변모해 간 그의 세계를 보여 준다. 그의 냉철한 시선은 종교와 사회의 그늘까지 향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판화 연작 <카프리초스> 80점이다. 이 작품들은 당대 스페인 사회를 풍자하며 성직 사회의 위선, 인간의 탐욕과 허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런 점에서 <카프리초스>는 오늘의 교회와 사회를 함께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카프리초스> 원작과 미디어아트 등으로 구성됐으며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4면

이효정 작가·이예진 작가 갤러리1898서 개인전

이효정(아델라이드) 작가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개인전 ‘비단에 그린 성화 첫걸음’을 개최한다. 전시는 제1전시실에서 7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 작품에는 관람객들이 각자의 아픔 속에서도 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심을 기억하고, 작은 위로와 격려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30여 년간의 냉담을 딛고 다시 하느님을 향해 첫걸음을 뗀 작가 스스로의 고백이기도 하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우리나라 전통재료인 비단과 석채를 활용한 전통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대표작 <성모님과 함께>는 15세기 서양 성미술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벨기에 헨트 성 바보 성당의 <헨트 제단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그림 속 매를 주님의 말씀을 따르고자 하는 신앙인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전시에서는 이를 포함해 총 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예진 작가는 같은 기간 제3전시실에서 ‘Lux in Tenebris: 존재 속의 빛’을 갖는다. 전시는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요한 1,5 참조)는 말씀에서 시작됐다. 비신자인 작가는 천주교 성물을 연구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빛의 의미와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촛대를 전면에 내세운다. 촛대는 인간의 시선을 이끄는 전례적 매개체이면서 동시에 빛이 머물고 드러나는 자리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단순한 시각적 현상인 ‘빛’이 아닌,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의 희망을 드러낸다. <Paschal Candle>, <The Eighth Light> 등 15점을 전시한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4면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제1회 스페이스 성북 성미술 소품&굿즈전’ 개최 “K-성미술 알린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한국의 성미술을 세계 청년들에게 알리기 위한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7월 1일 서울 성북동 스페이스 성북에서 ‘제1회 스페이스 성북 성미술 소품&굿즈전’을 개막했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9월 5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WYD를 1년여 앞두고 한국교회 미술가들이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수성을 담은 성미술 소품과 생활용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한국을 찾을 세계 청년들에게 한국 성미술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신앙을 일상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전시에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가톨릭 미술가 57명이 함께한다. 김선옥(아델리나) 작가의 천 묵주, 김윤숙(엘리사벳) 작가의 한지등, 오광섭(다미아노) 작가의 청동 성수대 등 다양한 재료와 형식의 성미술품이 전시된다. 도자, 한지, 청동 등 한국적 질감과 현대적 조형 감각이 어우러진 작품들을 통해 성미술이 성당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일상의 기도 자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올겨울 제2회 소품전을 열고, 2027년 WYD 기간에도 한국 성미술 소품과 굿즈를 소개하는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그 첫 번째 프로젝트다. 박혜원(소피아)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은 “작가들이 제작한 아름다운 성미술과 생활용품을 가까이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미를 통한 복음화’를 실천하고자 한다”며 “한국의 우수한 성미술을 통해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아름다움을 가까이하는 일은 일상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게 하고, 신앙 안에서 영적인 위안을 얻도록 돕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4면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