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세계 빈곤 퇴치의 날 맞아 북토크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는 세계 빈곤 퇴치의 날(10월 17일)을 보내며 10월 26일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북토크를 개최한다. 북토크에서는 빈곤과 청소년에 대한 책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의 저자 강지나 씨가 이야기 나눔에 나선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가난을 둘러싼 겹겹의 현실에 관한 철저한 해부이자 날카로운 정책 제안인 동시에,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발견해 내는지에 관한 가슴 시린 성장담이다. 25년 경력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 작가는 빈곤가정에서 자란 8명의 아이들과 10여 년간 만남을 지속하면서 가난한 청소년이 청년이 되면서 처하게 되는 문제, 우리 사회의 교육과 노동 그리고 복지가 맞물리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탐사했다. 북토크는 강 작가가 기록한 가난과 성장의 시간들에 관하여 듣고,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문제인 까닭에 관하여 서로 나누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 신부는 “빈곤의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인간 존엄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연대와 공동선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은인들의 도움 모이면, 이웃을 살릴 수 있습니다”

치료는커녕 식량조차 없는 상황 응급치료로 생명 구할 수 있어 미얀마 내전 발발 3년 반째, 미얀마 시민들은 여전히 의료혜택 밖에 놓여 극통을 참기만 하고 있다. 그들의 이웃인 우리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2019년부터 신장 결석, 뇌수막염으로 고통받는 카렌주 실향민 나풰파우(47) 씨는 2021년 쿠데타 이래 진통제를 구하기는커녕 산과 숲으로 피난을 다니고 있다. 당장 수술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비용을 마련할 길도 없어 오늘도 신음하며 하루를 버틴다. 같은 난민촌에 머무는 나웨(54) 씨 역시 위궤양과 고혈압 환자지만 약값, 병원비를 벌 길이 없다. 5명 식구 모두 수입이 없어, 툭하면 며칠씩 굶게 돼 병세는 악화하고 있다. 이렇듯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폭격을 피해 수시로 도망치느라 의료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나풰파우 씨와 나웨 씨가 사는 메솟시 인근 서쪽 바흐타 마을 사람들은 공습이 시작되면 숲이나 강가로 대피하고,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마을에는 도로가 없어 긴급상황에 시내로 대피할 수 없다. 우기에는 교통편도 없어 걸어서 이동해야 해 환자들은 더더욱 발이 묶인다. 지뢰도 곳곳이 숨겨져 있어 매일 긴장의 연속이다. 미얀마 군부는 소수민족 저항 세력의 합세를 막기 위해 민간인과 무장단체를 가리지 않고 탄압하고 있다. 난민촌은 불안정한 거주 조건과 부족한 식량 때문에 영양 상태도 악화하고 있다. 건강이 좋지 못한 미얀마인들은 제때 치료받을 의료환경도 없고 치료비도 없다. 미얀마 난민촌에서 치료가 시급한 이들은 세 분류로 구분된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며 건강이 악화하는 이들 ▲만성질환을 치료받지 못해 악화하는 이들 ▲기습과 공습으로 부상당한 이들이다. 산속에서 장기간 피신하느라, 응급치료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는 병조차 죽음의 병이 된다. 청결과 위생도 박탈당한 상황에 설상가상 식량도 부족하다. 주민들은 농장에 채소와 가축들을 키우지만 언제 마을이 초토화할지 모른다. 언제 폭격이 있을지, 군인들이 올까 두려워 인근 밭이 심어둔 곡식도 수확 못 한다. 공습에도 불구하고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서북원 베드로 신부)은 미얀마 현지 협력단체 YPD(Young People for Development)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함께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의료 훈련을 통한 지역 이동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YPD 활동가 수타이 쿤차나쿨(Suthai Khunchanakol) 씨는 “피난민들이 의사, 간호사를 쉽게 만날 수 없고, 약을 사려면 태국 국경까지 넘어야 하는 현 상황 타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장 서북원 신부는 “많은 분이 후원하고 도와주신다면 생사를 뒤로 하고 많은 의료인력이 적절한 치료와 처방을 제공해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현장 치료가 가능해진다”며 많은 나눔과 기도를 간청했다. ※ 후원: 신한 140-007-193205 예금주 (사)한국희망재단

2024-10-20

“사형제 폐지라는 시대적 사명 다해야”

제22회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사형 제도 폐지 종교·인권·시민 단체 연석회의가 국회와 정부를 향해 “생명 존중의 가치를 되새기고 사형제도 폐지라는 시대적 사명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포함된 사형제도 폐지 종교·인권·시민 단체 연석회의는 ‘대한민국에 죽음의 문화가 설 자리는 없다, 사형제도 완전히 폐지하라’를 주제로 10월 10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만큼 사형제도의 존속은 범죄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폭력의 악순환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며 “제22회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사형이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아무런 실질적 역할을 하지 못하며,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는 점을 명확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정부가 생명 존중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깊이 새기고, 사형제도 폐지라는 시대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사회는 2007년부터 대한민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제15대 국회부터 제21대 국회까지 총 9개의 사형제도 폐지 특별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24-10-20

[사형제도 Q&A③] 유족들이 사형을 바란다고요?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3. 사형제도 폐지는 흉악범만을 생각하고 범죄로 돌아가신 피해자의 가족들은 생각하지 않는 거 아닌가요? 유가족들은 범인이 사형 집행되기를 바랄 것 같아요. 너무 흉악범 인권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요? A.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사형제 폐지 운동과 함께 범죄 피해자 가족을 위한 경제적, 심리적 지원은 물론 정기 모임 등을 통해 치유를 돕고 있습니다.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을 뜻하는 순 우리말 ‘해밀’은 매월 1회 자조모임을 마련해 서로의 상처를 돌봐주고 있습니다. 특히 해밀은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팔순 노모, 육순의 처, 그리고 3대 독자인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고 루치아노 씨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고 루치아노 씨는 유형철이 사형당하지 않도록 탄원서를 내 세상을 놀라게 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고 루치아노 씨는 탄원서를 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우리 가족을 죽였는가, 왜? 둔기로 머리를 쳐서 어머니는 눈이 빠져나오고, 아내는 아침에 먹은 해장국이 전부 토해져 있었어요. 범인을 잡아서 찢어 죽이고 싶었는데… 막상 범인이 잡히고 나니까 저도 알 수 없는 마음의 변화가 일었어요. 가족의 죽음을 똑같은 죽음으로 되갚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의문이 들었어요.… 다른 분들, 그로부터 피해를 보신 가족들이 나를 보면 저 정신 나간 또라이 같은 짓을 한다고, 왜 자기 부모, 처자 죽인 놈을 용서하느냐고 책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쩔 겁니까. 길이 서로 달라 그렇겠거니 하고 기다릴 수밖에요.” 15년 가까이 교정 사목에 힘썼던 이영우(토마스) 신부가 해밀을 만들었습니다. 이 신부의 노력 덕분에 국내 최초로 교도소에서 사형수와 피해자 가족들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이 신부는 이 과정에서 “사형이 모든 유족에게 근본적 해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고통받는 유족이 있다면, 섣불리 ‘가장 센 형벌’을 제시하기 전에 해결책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 신부는 “울면 운다고 웃으면 웃는다고 욕먹는 게 유족들의 삶”이라며 “남은 가족마저 해체되고 꽁꽁 숨어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외면하면서, 사형만이 유족들을 위하는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다뤄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범죄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온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모든 유가족들이 범죄자가 사형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사형이 집행된다고 해서 죽은 자녀가 다시 살아오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희생자와 유가족을 또 만드는 게 옳은 일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유가족도 계십니다. 저지른 벌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 똑같은 행위로 돌려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2024-10-20

피해자 인격 파괴하는 ‘딥페이크 범죄’ 엄벌해야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의장 이선화 체칠리아, 담당 박민재 미카엘 신부, 이하 서가대연)는 9월 27일 ‘딥페이크’ 범죄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연대 성명문을 발표했다. 각 대학교 가톨릭학생회와 서가대연 의장단 및 일꾼은 ‘어둠의 행실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로마 13,12)를 주제로 한 성명문을 통해 “신앙 속에서 기술의 악용으로 인격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정부와 사회 각계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서가대연은 성명문에서 “개인의 존엄과 권리에 대한 침해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딥페이크 범죄는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심각성이 있다”며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있다면 지원 방도가 마련되고 사회가 함께 방책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딥페이크 범죄와 관련해 교육 현장에서는 확인된 신고 건수만 343건에 달하고, 다수 대학에서 피해자가 발생했고, 군대에서도 24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가대연은 기술 규제를 위한 노력, 매체 규제와 윤리 확립을 촉구했다. “기술의 오용을 억제할 장기적 방안이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 및 관련 기관에 엄정한 수사와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어 “인간과 공동체가 매체 이용의 목적이 돼야 한다”(「커뮤니케이션 윤리」 21항 참조)며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메신저 분야에 적절한 규제책, 인식 개선과 교육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끝으로 서가대연은 “가톨릭 학생을 필두로 모든 신앙인이 연대해 비인격적인 범죄에 맞서도록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모상’(창세 1,27)인 한 사람의 인격을 침해하는 범죄에 적실히 대응하는 노력으로 우리 사회가 이러한 범죄를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2024-10-13

서울우리농, 30주년 기념 ‘씨앗에서 숲까지 나무 심기’ 행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회원 및 가족들이 지구를 살리며 생명밥상의 토대를 다지는 시간을 보냈다. 서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승현 베드로 신부·이하 서울 우리농)는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씨앗에서 숲까지 나무 심기’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 우리농 30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행사는 우리농 회원 및 가족, 우리농 본당 생활공동체 활동가 50여 명이 함께했다. 1978년부터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돼 오던 곳을 2002년 공원으로 재개장한 노을공원은 땅 아래에 여전히 쓰레기가 남아 있다. 쓰레기 위에 고밀도폴리에틸렌 필름을 덮고 흙을 채웠지만 생태계가 온전히 순환되지 못했던 공원. 자연과 땅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이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식물이 자라자 새가 날아들고 생태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서울 우리농은 죽음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직접 변화시키는 데 힘을 보태고자 30주년 행사로 나무 심기를 기획했다. 노을공원시민모임과 함께한 이날 행사는 생분해 주머니에 가래나무 씨앗과 흙을 담아 키우는 ‘씨드뱅크’를 만들고 유기농 방식으로 씨앗부터 키워낸 3년생 참나무(도토리나무)를 심는 작업을 함께했다. 가파른 산비탈에서 구덩이를 파자, 각종 쓰레기들이 삽에 걸려 작업이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농 회원들은 작은 묘목이 훗날 지구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 구슬땀을 흘리며 나무를 심었다. 이날 나무 심기 행사 최연소 참가자였던 김지은(루이제·8) 양은 “내가 도토리나무를 심어서 지구가 숨을 쉬고 공원이 좋아진다고 하니 힘들지만 기분 좋게 나무를 심었다”라며 “내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는지 나중에 꼭 보러 오고 싶다”라고 말했다. 서울 우리농 본부장 이승현 신부는 “인간이 배출한 쓰레기로 인해 탄소가 많이 생산됐던 이곳에서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할 수 있는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자 나무 심기를 기획했다”며 “자연 안에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생태사도로서의 활동을 고민해 보는 하루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4-10-13

[사형제도 Q&A②] 생명권 박탈 정당화하는 사형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2. 사형제도 폐지는 너무 흉악범 인권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요? 범죄자에게 벌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이렇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도 나와 있는 것이잖아요. A. 헌법상 기본권 제한은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 예외적으로 제한이 가능합니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법률에 제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 내용은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사형제도는 생명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생명권이라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합니다. 사형은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해 그 사회적 존재를 영구히 말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형벌입니다. 국가가 사형이라는 제도로 흉악범의 생명권 박탈을 정당화하는 것이지요. 국가는 생명권 보장의 의무가 있습니다. 1948년 국제연합(UN)은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국가가 생명권 보장의 의무가 있음을 선포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유다인 학살 등으로 전 세계에 만연한 인권 침탈을 반성하고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자유와 평등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30개 조항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세계인권선언 제3조에는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합니다. 생명에 대한 권리는 사람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인권이며 사형은 비인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형벌입니다. 또한 사형을 형벌로 적용하다 보면 사형이 일반인에게 심리적으로 이에 익숙하게 돼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경시하는 문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사형제도는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형벌제도입니다. 사형제도가 그동안 응보형으로 그 기능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국가의 형벌권으로 비록 흉악 살인 범죄자라고 해도 그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생명 그 자체로 봤을 때 생명권의 침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흉악범죄자에게 벌을 줘야 한다면 사형이 아닌 대체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2024-10-13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불의의 사고로 힘든 시기 보내는 김태윤 씨

“빨리 나아서 식구들이랑 야구장에 꼭 가고 싶어요.” 김태윤(토마스모어·59) 씨가 스스로 일어설 수도 없을 정도로 몸이 쇠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장루(배변주머니)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선천적으로 중증 지적장애를 지닌 김 씨는 사실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다. 그럼에도 이토록 희망에 차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장애인 거주시설 ‘바다의 별’ 식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바다의 별에 입소하게 된 것은 2009년. 길거리에 노숙하면서 거리에 버려진 음식 등으로 연명하던 김 씨를 지자체가 발견해 바다의 별에 인계했다. 무연고자에 지적 장애를 지니고 거리를 헤매오던 김 씨에게 바다의 별은 가족이 돼줬다. 김 씨는 바다의 별에 함께하는 신부나 직원을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시설 종사자나 시설에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형제처럼 여기면서 삶에 희망을 쌓아왔다. 이들과 함께 이따금씩 야구장을 찾는 것이 김 씨에게는 더없는 행복이었다. 또 장애를 딛고 직업 훈련을 받으면서 착실히 통장에 저금하는 것도 김 씨의 즐거움이었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 7월 23일 갑작스럽게 난 교통사고는 김 씨의 일상을 산산이 무너뜨렸다. 특히 복부의 온 근막은 물론이고 소장과 대장이 파열돼 수술, 그리고 재수술을 거듭해야 했다. 50일가량을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맸다. 천만다행으로 생명은 건졌지만, 건장하던 체격이 반쪽이 될 정도로 근육이 손실되고 외소해 졌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마치더라도 평생 남는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지만, 김 씨는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생명을 건진 기쁨도 잠시, 곧 치료비의 무게가 김 씨를 짓눌렀다.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입원 기간도 길었던 탓에 병원비만 5800만 원이 나왔다. 운전자의 사정으로 보험처리도 불가능해 병원비를 온전히 김 씨가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김 씨의 통장에 잔고가 800만 원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업 훈련센터에서 일하며 받은 월 16만 원을 아끼고 아껴 착실히 모은 돈이었다. 바다의 별에서도 김 씨의 병원비를 지원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돈을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다.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아 계속 병원 신세를 져야 하고, 대장이 회복되면 장루를 복원하는 수술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병원비는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바다의 별 남윤희(마리스텔라) 운영지원팀장은 “워낙 위험하다는 소견이 커서 장례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밝은 모습으로 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내년에 건강한 모습으로 회갑잔치를 하실 수 있도록 회복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장기 치료가 필요해 많은 분들의 따듯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0월 2일(수) ~ 10월 22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4-10-06

[사형제도 Q&A①] 사형제도가 범죄를 억제한다고요?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1. 사형제는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 아닌가요? A. 우리나라는 1997년에 사형을 마지막으로 집행한 후 지금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사형제가 아직 유지되고 있기에 현재 사형규정은 총 149개, 그중에 법정형으로 사형만을 선고하고 있는 절대적 사형규정도 16개에 달합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 형벌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관련해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의에 부합’이 58.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응분의 대가’가 42.7%, ‘흉악범죄 억제에 유효한 제도’라는 답변이 40.4%로 뒤를 이었습니다. 잔혹한 범죄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면서 불안함을 느낀 국민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실질적인 근거가 있을까요? 유엔이 1988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와 살인 억제력을 조사한 결과 “본 연구는 사형 집행이 종신형보다 더 큰 억지력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전반적 증거는 (사형의) 억제력 가설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 근거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형제도와 범죄억제력과의 관계가 있다고 증명하지 못한 것입니다. 2018년 4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에서 국제앰네스티의 사형폐지팀 고문인 키아라 산조르지오는 사형을 폐지한 국가의 통계를 통해 사형이 폐지됐다고 해서 이전의 사형에 준했던 범죄가 다시 증가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인규 규모가 유사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1973년 이후 35년간의 살인율을 비교한 결과 1990년대 중반 사형제도를 폐지한 홍콩과 높은 사형 집행율을 보유한 싱가포르 사이에 살인율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형 집행 및 선고가 역대 최저치에 이른 미국의 경우 1992년 10만명당 9.3건의 살인사건에서 2011년에는 4.7건으로 거의 절반(49%)이 감소했으며 196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 미국에서는 사형을 사용하는 주의 평균 살인율이 그렇지 않은 주보다 높습니다. ▲캐나다에서는 2016년의 살인사건이 사형이 폐지됐던 1976년에 비해 거의 절반 가량으로 떨어졌습니다.(1976년 인구 10만 명 당 3.0건에서 2016년 1.68건) 이처럼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서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고 해서 흉악범죄가 증가했다는 통계는 없고 우리나라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이지만 흉악범죄가 증가했다고 할 통계도 없습니다. 사형제도의 범죄억지력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는데, 사형에 처해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죄를 저지르는 흉악범들이 사형당할 것을 미리 걱정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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