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행사 열린다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회장 류제수 바오로, 지도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 이하 한가농)는 6월 1일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교정 성당에서 ‘제13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전국 20개 지역 가톨릭 농아선교회 농아인(듣거나 말하지 못하는 사람) 신자들과 청인(들을 수 있는 사람) 봉사자 등 700여 명의 참가자는 이날 행사에서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화합과 친목을 다진다. 농아인과 청인 모두에게 유익한 강의도 열린다. 한국교회 두 번째 농아인 사제 김동준 신부(갈리스토·서울대교구 에파타본당 보좌)가 ‘나의 삶과 신앙’을 주제로 강연하며, 수어에 능통한 청인 사제 박희전 신부(루케치오·작은형제회)는 그림을 활용해 ‘명화로 보는 성모님의 생애’ 주제 강의를 한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퀴즈 형식의 추첨 행사도 열린다. 강의는 수어로 진행되며 한국어(소리 언어)로도 통역된다. 오전 11시에는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 주례 미사가 봉헌된다. 전국 가톨릭 농아선교회에 소속됐거나 농인 사목에 동참하는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다. 전국 21개 농아선교회가 연대하는 한가농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산하 전국 단체로 교회와 사회에 농아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취하며, 농아인 복음화와 복지 증진에 힘쓰고 있다.

범사회복지계, 대선 앞두고 ‘5대 복지 정책’ 제안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회장 정성환 프란치스코 신부, 이하 한종사협)는 국내 사회복지단체들과 함께 5월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범사회복지계’ 차원의 정책 의제를 제안했다. 공동 기자회견은 한종사협 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사회복지연대,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등이 연대해 사회복지계 공동의 목소리를 담은 자리로 의미가 깊다. 범사회복지계는 이날 “사회복지 서비스의 주요 현안과 정책이 이번 조기 대선에서 최우선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며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모두가 존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5대 정책 의제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5대 정책 의제는 ▲선진국 수준의 복지 예산 확대 및 복지 인프라 구축 ▲생활위험 극복을 위한 사회보장 수준 확보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체계 구현 ▲사회복지사 권익 향상을 위한 근무환경 보장 ▲사회기반시설 확대 및 규제 정비 등이다. 한종사협 정재동 부회장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복지를 국가 운영의 중심 과제로 삼을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5대 핵심 정책 의제를 중심으로 실질적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복지서비스 관련 규제 법령을 전면 재정비하고 뉴딜 사회기반시설을 확대해 사회복지시설 확충과 지역 편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사회복지계는 향후 대선 후보자와의 면담, 정책 제안, 공약 반영 촉구 등 실질적인 연대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범사회복지계는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강선우 의원을 만나 「범사회복지계정책연합 정책제안집」을 전달했다. 한종사협에는 한국카리타스협회, 기독교대한감리회, 구세군대한본영, 대한불교조계종, 원불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6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혈소판 감소증과 대장암으로 고통받는 한혜정 씨 가족

“저축은 꿈도 못 꾸고, 벌던 돈은 병원비로 다 나갔는데 이제는 저까지 아파서 병원비도 감당할 수 없어요. 일상생활도 힘들지만 얼른 다시 일해야 해요. 가족 모두 건강해지고, 집다운 집에서 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청주교구 대소본당 한혜정(미카엘라·61) 씨는 올해 1월 혈관이 파괴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혈소판 감소증 진단을 받았다. 혈관이 터지면서 온몸에 멍이 생긴 한 씨는 통증으로 인해 일할 수가 없어 직장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식당 종업원으로 6년 넘게 주말에도 일하며 가족들의 병원비를 마련하던 한 씨였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처지다. “몸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상태”라는 것이 한 씨의 현실이다. 한 씨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임대한 땅에 임시로 지은 8평 규모의 조립식 컨테이너다. 보증을 잘못 서 살던 집에서 쫓겨난 뒤 마련한 임시 거처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데다 도로변이라 차량 소음으로 밤잠 설치기 일쑤다. “차가 지나다닐 때면 집이 울릴 정도라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작은 공간 탓에 물건을 정리해도 늘 어수선하고, 요리하면 온 집안이 음식 냄새로 뒤덮인다. 한 씨의 남편과 아들, 딸 역시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딸 박장은(스텔라·31) 씨는 12년 전 대학 1학년 때 신장암과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투병하며 학업을 마치고 대학원까지 진학했지만 병이 재발해 학위를 받지 못한 채 학자금 대출만 남았다. 박 씨의 꿈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얻어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투병 생활의 여파로 혈관이 기형적으로 변해서 걷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조금씩이나마 일을 하며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한 씨의 배우자 박재형(61) 씨는 대장암 1기로 용종을 6개월에 한 번씩 제거해야 하는 희귀성 질환을 앓던 중 신장으로까지 암이 전이됐다. 병이 발현되기 전에는 인삼 농사를 대규모로 지었지만, 지금은 농지를 3분의 1로 고추 농사만 이어가고 있다. 아들 박해인(야고보·34) 씨도 만성적인 허리 통증과 수면 무호흡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력으로 아버지와 같은 희귀성 질환이 발병했다. 밤마다 호흡기를 차고 자야 하며, 평생 대장 용종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박 씨는 공장에 출근하며 치료비를 보태고 있다. 버는 돈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오는 한 씨 가정이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농사용 차량과 생활용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중교통 여건이 열악해 병원에 가려면 차가 있어야 하지만 그 차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몸이 성치 않지만 한 씨는 주일마다 미사에 참례하고, 본당 구역회 반장과 성모회 활동도 하고 있다. 한 씨는 “죽이시는 것도, 살리시는 것도 모두 하느님의 뜻”이라며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전했다. 대소본당 주임 남정우(안셀모) 신부는 “오랜 투병 생활로 가세가 기울어진 한 씨 가정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며 “가족의 투병을 간호하며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해 온 한 씨마저 투병 하게 되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 2025년 5월 21일(수)~2025년 6월 10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4면

“청년 남성은 우파?”…편견 벗어나 이해의 폭 넓히는 자리 마련

일부 2030세대 청년 남성들이 최근 우경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들이 보수적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진보 정당과 이들의 정책, 586세대로 대표되는 기성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과 강한 거부감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는 5월 17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우리 시대의 청년은 왜 우파가 되었는가’를 주제로 콜로키움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국면에서 극우화된 일부 청년 남성이 사회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청년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송경호 연구원(연세대학교 정치학과 BK21교육연구단 박사후연구원)은 발제에서 “청년 남성들은 안보 이슈에서는 보수적이지만 경제·노동 이슈에 대해서는 오히려 다른 연령층보다 진보적인 경향도 보인다”며 “이들의 보수화가 단순히 전통적 이념 스펙트럼의 ‘우클릭’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전통적 보수가 권위에 복종하고 기득권 구조를 옹호한다면, 청년 우파들은 반대로 권위에 대한 반감, 기득권 엘리트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청년들이 현재의 기득권층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상은 과거에 기득권층에 반발했던 진보 엘리트”라고 했다.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이우창 조교수는 “취업난 등 현실 앞에 좌절한 청년 남성의 진보 진영 이탈은 2018년경 추진된 정부의 여성친화 정책 등에 대한 반발로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하지만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로 이 양상이 확연히 드러나기 전까지 진보 진영은 청년 이탈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이들의 불만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탈을 우경화, 즉 보수적 가치에 대한 지지로 바로 연결 지을 수 없고, 오히려 이들은 보수 진영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발제자들은 청년 남성들의 요구를 공적인 담론의 영역으로 이끌어 올 정치적 대표자의 부재와 극우 유튜버들의 등장이 청년들 중 일부를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몰았다고 봤다. 또한 정치권이 이와 같은 청년 남성들의 불만을 이용해 ‘혐오의 정치’로 표심을 노린 점도 에둘러 비판했다. 다만 발제자들은 한국 청년 남성들의 정치적 양상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도 인정했다. 또한 극우 청년 남성들과 단순히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청년 남성들을 한 부류로 볼 수 없다는 등의 한계도 지적했다. 콜로키움에 참가한 작은형제회 JPIC 위원장 양두승(미카엘) 신부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젊은 청년들의 성향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는 자리를 통해 이해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었다”며 “평소 교회가 구체적으로 잘 다루지 않던 주제로 콜로키움을 마련한 예수회와 사목자를 비롯한 평신도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을 분석하고 소개한 발제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6면

한반도 평화 기원한 故 조성만 ‘통일 열사’ 추모 행사 열린다

1988년 5월 15일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양심수 석방’, ‘남북 공동올림픽 쟁취’, ‘한반도 평화와 통일’ 등을 외치며 24세의 나이로 할복 투신한 고(故) 조성만(요셉) 열사의 37주기 추모 행사가 열린다. 가톨릭평화공동체(대표 권일찬 요셉), 가톨릭공동선연대(대표 백정석 가누도), 사단법인 저스피스(이사장 김지현 유스티노), 함께 걷는 예수의 길(위원장 이원영 프란치스코) 등 7개 평신도 사회단체는 5월 15일 오후 7시 명동 가톨릭회관 1층 소성당에서 상지종(베르나르도·의정부교구) 신부 주례로 ‘고(故) 조성만 요셉 형제를 기억하는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이어 5월 17일 광주광역시 망월동에서 ‘천주교 사회단체 광주 순례’ 행사를 개최한다. 광주 순례 중에는 망월동 구묘역에서 조성만 열사와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묘지를 참배하고, 이요한(요한 사도·광주대교구) 신부 주례로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사’를 봉헌한다. 당시 서울대학교에 재적 중이었던 조 열사는 명동본당 청년연합회 산하 가톨릭민속연구회에서 활동하며, 민주화와 통일에 헌신했던 신앙인이었다. 그는 유서에서 “분단의 시대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남북 공동올림픽이 성사돼야 하며, 통일을 가로막는 군사정부와 미국의 반민족적인 행위를 막아야 한다”며 “척박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님께서 고행 전에 느끼셨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입력일 2025-05-14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시민 여러분께’ 성명서 발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마르코 신부, 이하 사제단)은 5월 6일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시민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를 규탄했다. 사제단은 “이재명 허위사실유포 2심 무죄 판결을 전원합의체로 끌고 와 7만 쪽에 달하는 소송 기록을 외면하고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한 일은 대법원장 조희대가 주도하고 대법관 10명이 공모한 ‘사법쿠데타’”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제단은 “우리는 그날 대법관 열 명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다”며 “사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하는 문제에 상관하지 말라”고 밝혔다. 또한 사제단은 “종종 악이 선을 죽일 때도 있었지만, 선은 죽지 않고 다시 살아서 악에서 우리를 구원한다”며 “모두가 힘을 보태 우리의 양심으로 저들을 욕심에서 구원하고, 사법부의 난동을 막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성명서 전문.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시민 여러분께 “우리는 그날 대법관들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습니다.” 1. 내란수괴가 파면되고 가까스로 제21대 대선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민주주의 회복과 안정을 기대하게 된 주권자들 머리 위에 느닷없이 불화로가 쏟아졌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너무나 사소한 두 마디를 구실로 ‘허위사실유포’라는 희대의 죄를 씌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자 한 것이다. 대법원장 조희대가 주도하고 대법관 10명이 공모한 판결을 시중에서는 사상초유의 ‘사법쿠데타’라고 부른다. 이의를 달기 어려운 명명이다. 이로써 아무리 원통하고 억울해도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순순히 감옥으로 걸어가던 존중과 승복의 전통은 끝이 났다. 대법원 스스로 자초한 비극이다. 2. 1심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의 항소이유서를 검토한 2심이 무죄로 판결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소부에 배정됐던 해당 건을 전원합의체로 끌고 와서 무려 7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소송 기록을 외면한 채 무엇엔가 쫓기듯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상고기각’ 곧 무죄를 예상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악했다. 상식의 눈으로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먼저 ‘당선무효형’이란 말 그대로 당선자에게 해당하는 일인데 검찰과 법원은 낙선자에게, 그것도 “우리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는 식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중형을 뒤집어씌웠다. 사실 그 형벌은 숱한 감언이설로 세상을 속인 당선자의 차지여야 했다. 하지만 검찰과 대법원은 시종 엉뚱한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우려가 더 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상식적인 진행을 예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고등법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판 기일을 잡았다. 후보등록이 끝나서 공식선거 캠페인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5월 15일이다. 국회에서 법원행정처장은 피고의 권리와 절차에 따르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최종 판결이 대선 이전에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억지를 부려온 사법쿠데타 세력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을 따를 리 만무다. 사법농단에 이어 사법쿠데타를 저지른 세력의 목표는 분명하다. 당선이 거의 확실한 야권 후보를 낙마시켜 윤석열이 버튼을 누른 내란을 완결 짓겠다는 것이다. 3. 조희대를 정점으로 하는 사법쿠데타 세력이 빼앗으려 하는 것은 누군가의 피선거권 하나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주권자의 선거권 박탈이 최종목표다. 하지만 그들의 쿠데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누구도 동의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궁금하다. 저들이 억지를 쓰고 떼를 부리며 시대착오적인 퇴행을 거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들만의 세상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물려주고 물려받던 특권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자 반미치광이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날 대법관 열 명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오늘까지 배우고 익힌 것은 오로지 각자도생이니 그저 자신의 안위와 사익에만 골몰한다. 나도 일하고 너도 일해서 너도나도 잘 살되 우리 모두 올바로 고르게 잘 사는 대동세상을 그들은 두려워한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모두는 하나에서 나온 하나이므로 서로 보살피는 ‘한살림’으로 대전환하는 것을 그들은 아주 끔찍하게 여긴다. 작년 12.3 비상계엄부터 최근 5.1 사법쿠데타에 이르기까지 판사 지귀연과 검찰총장 심우정, 권한대행 한덕수와 최상목 등이 온 국민을 기절초풍하게 만든 기괴한 일들은 그래서 벌어진 것이다. 4. 지금 수구기득권 카르텔은 이참에 민주주의 자체를 아예 멸절시키고자 일심단결, 사생결단의 기세로 달려들고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역사적 반동에 반격하자면 민주시민들 또한 사력을 다해서 싸워야 한다. 시퍼런 칼을 들고 와서 내 혈육의 목숨을 위협하는 강도를 대화나 타협으로 구스를 수 없다. 사법부의 난동을 막기 위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진 힘을 보태야 한다. 지난겨울도 그랬지만 앞으로 한 달 우리의 수고에 우리와 자식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 아울러 국회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데 맹수처럼 날래고 대범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법부에 명령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하는 문제에 감히 상관하려 들지 말라! 5. 역사가 우리를 망쳐놓는 것 같아보여도 그렇지 않다. 선과 악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종종 악이 선을 죽였지만 선은 결코 죽지 않았다. 선은 반드시 다시 살아서 악을 구원해주었다. 이것이 역사요 어쩔 수 없는 선의 운명이다. 우리의 양심으로 저들의 욕심을 구원하자.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29) 2025.5.6.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입력일 2025-05-07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지체장애 가족 돌보는 장애인 박준채 씨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 마음이 편해요. 가진 건 없지만, 작은 힘이라도 나누고 싶어요.” 광주대교구 월곡동본당의 박준채(베드로·58) 씨는 한 달 수입이 120여만 원뿐인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마저도 온전히 생활비로 쓰기 어렵다.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은 박 씨 자신,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아내,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들. 세 식구의 생계와 병수발을 모두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생계를 위해 스무 살에 광주로 왔다. 열 살 무렵, 병원의 잘못된 진료와 치료로 멀쩡하던 왼쪽 다리뼈를 억지로 맞추다가 염증이 생겼고, 이후 골수염으로 이어지면서 평생 한쪽 다리를 절며 살아가고 있다. 지체장애인인 그의 아내 공춘심 씨 또한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공 씨는 어릴 적 사고로 뇌병변을 앓게 됐다. 5년 전에는 무릎과 복숭아뼈에 물이 차면서 여러 차례 수술과 피부이식을 반복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고,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것 또한 힘겹다. 현재는 당뇨 합병증으로 피부가 곪아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막내아들 박종대(요한) 씨는 태어날 때 2시간 동안 숨을 못 쉬면서 뇌병변장애를 입었다. 보조장치 없이는 걷지 못하지만 종대 씨는 유쾌하고 따뜻하다. 그의 꿈은 발라드 가수다. 가수가 되기 위해 14kg을 감량하고, 노래 부르는 영상을 찍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종대박종대’에 올리고 있다. 박준채 씨의 가장 큰 걱정은 의료비와 생계비다. 세 식구가 한 달에 받는 기초생활수급비와 박종대(요한·22) 씨가 다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받는 월급은 6만9000원이 전부다. 그나마 4월부터 정직원이 되어 시급 1만1000원을 받게 됐지만,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박 씨는 “막내아들의 꿈을 위해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정부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조차 어렵다”며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를 집에 두고 밖에서 일을 할 수도 없다”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그는 9년 전 지인의 권유로 세례를 받고 신앙을 갖게 됐다.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이면 장애인과 독거노인, 이주노동자 가정에 반찬을 배달한다. 주일이면 교통·주차 봉사와 더불어 거동이 어려운 교우를 직접 차로 성당에 모시고 오고, 다시 모셔다 드린다. 월곡동본당 주임 이준한(토마스) 신부는 “박 씨는 성당에서 겨울엔 제설작업, 계절이 바뀌면 화단 정리처럼 남들이 꺼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본인의 장애와 배우자의 병환, 그리고 아들의 재활 치료를 해야 하는 그의 가정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 2025년 4월 30일(수)~2025년 5월 20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4면

서울·수원·의정부 정평위 등 14개 단체,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사’ 봉헌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며 청하오니 우리에게 올곧은 정치 지도자를 다시 허락하시고 그이가 우리와 함께 상처 입은 이들을 싸매어 주고,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며, 평화로운 나라에 살게 하소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와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종관 펠릭스 신부),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재영 요한 세례자 신부), 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마르코 신부), 사단법인 저스피스(이사장 김지현 유스티노), 함께 걷는 예수의 길 등 14개 단체와 시민들은 4월 2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주례로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이번 미사는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생긴 혼란과 갈등을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극복하고, 무너진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 세우며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마련됐다.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정의와 평화 등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광장에서 함께 해주신 시민들에게 감사드리며 이제는 12·3 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의 길로 나아가자”며 “신앙인이자 애국시민으로서 화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성찰하며 각자 삶의 터전에서 필요한 벽돌 하나씩이라도 쌓아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선진국이란 부유하고 강한 군대가 있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 특히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도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이자, 청소년들이 꿈을 꿀 수 있고 정직하게 노력하면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나라”라며 “이러한 민주주의가 보장될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단이기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생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훈기(안드레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 한동수(요셉) 변호사 등 외빈도 참석해 민주주의 회복과 화합을 위해 기도했다. 2019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역임했던 한동수 변호사는 인사말에서 “대검찰청 시절 불의한 검찰 집단과 맞서 싸울 때 그들의 협박과 공격이 두려웠지만 이냐시오 영성의 두 깃발을 묵상하며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며 “교회가 기득권이 아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저에게 맡겨진 길을 기쁘게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사’는 5월 한 달간 대구·경북, 부산·경남, 대전·충청·강원, 호남 등 전국을 순회하며 봉헌될 예정이다.

발행일 2025-04-30 제3441호 6면

“교회·시민 사회 연대해 생명안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는 4월 2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제29회 가톨릭 ‘교회와 세상’ 강연회를 열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렸다. ‘우리 모두의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해’ 주제로 열린 강연회는 교회가 시민 사회와 연대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마련됐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의미’에 대해 강연한 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 오지원(이보네) 변호사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을 겪으며 피해자 권리 보장과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 예방을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생명안전기본법은 시민들의 보호받을 권리,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등을 보장하고, 국가의 책무와 독립조사기구 설치 의무를 명시해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 되풀이되는 참사를 예방한다”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전했다. 이어 “생명안전기본법은 시대적 과제로 모든 시민의 존중받을 권리와 안전권을 위한 법”이라며 “법 제정과 더불어 재난의 악순환을 끊고, 인간다운 사회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참사의 아픔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슬퍼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안전기본법과 시민 참여’를 주제로 강연한 4·16재단 운영위원장 박래군 씨는 “한국은 부정부패로 인해 벌어지는 과거형 재난과 기술 발전, 기후 변화 등이 초래하는 미래형 재난이 결합한 재난이 발생하는 다중 위험사회”라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생명안전기본법을 법제화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로 시민들이 재난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생명 존중 문화와 안전한 사회로 향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민 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는 교회처럼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국민의 생명·안전·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 참사와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 등의 기본사항을 규정한 법이다. 법안은 ▲안전권의 법제화 ▲독립적 조사 기구 설치 ▲피해자 권리 보장 ▲정보 공개 및 시민 참여 ▲안전 영향평가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제정 논의가 시작돼 2020년 11월 처음으로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3월 10일 제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상태다.

발행일 2025-04-30 제344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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