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 인권마저 제한하는 제도…“개선 신속히 이뤄져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 취임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겠다고 발표한 공약 중에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주민 추방을 개시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국내에서도 이주민들의 불안한 지위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1935항에는 “인간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또는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에서 기인하는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주민들이 국적을 이유로 차별당하거나 권리를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확고한 입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8월 28일 교황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미국 활동가들과 만나 “이주민을 몰아내려는 행위는 중대한 죄”라고 말했지만, 국내 이주민들도 법적 제도 미비로 인해 다양한 불이익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주민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입국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이주민들의 자녀 등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제약하는 대표적 제도는 ‘고용허가제’이다. 2003년 8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2004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최대 10년 동안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지만 한국에 정주(定住)하는 것까지 허락하지는 않는다. 또한 10년 동안 일하면서 본국에 있는 가족과 만나기는 현행법상으로 무척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직하려면 고용주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그 횟수도 3회로 제한돼 있다. 고용주에게 임금체불을 비롯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절대적 약자인 이주노동자가 대응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런 현실에도 정부는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의정부교구 ‘이주민 특성화 본당’인 동두천본당 주임 이종원(바오로) 신부는 “고용허가제가 확대되면 이주노동자들의 안전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이주노동자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자 이웃이므로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2021년 통계에 의하면 국내 결혼이민자 17만5000여 명 가운데 결혼이주여성은 13만7000여 명이다. 결혼이주여성은 한국 남성과 결혼을 목적으로 한국에 이주한 여성으로 정주가 허용되는 외국인이다. 결혼이주여성이 증가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3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됐고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결혼이주여성 당사자의 특성과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특히 가정 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나, 이혼으로 체류 자격을 상실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에 처했을 때 결혼이주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지원 제도가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종교계와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장기체류하고 있지만 미등록 상태인 이주아동에 대한 구제대책도 긴급하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최상훈 라파엘 신부)와 인권단체들이 지난해 11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을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것은 법무부가 2021년 4월 마련한 ‘국내 출생 불법 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이 올해 3월 31일까지 시행되는 한시적 대책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탁건 유엔난민기구 법무담당관은 “체류 자격이 없더라도 장기간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아동에게는 일정 기준에 따라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정책이 인도주의적 고려에 부합한다”며 “법적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국제인권법상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정규화’(Regularization) 정책을 국가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미숙아 합병증 앓는 아기 키우는 누엔타홍다오 씨

“아가야, 엄마 보고 싶었지? 아프고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주렴. 나중에 엄마가 품에 꼭 안아줄게. 우리 행복한 가족이 되자. 엄마가 정말 미안해, 미안해….” 애써 눈물을 참으며 건넨 엄마의 기도와 진심이 아기에게 전해졌을까.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던 가냘픈 남자 아기는 힘겨운 모습이었지만 고개를 돌려 엄마의 눈을 쳐다보며 생긋 웃어 보이기도 했다. 1월 9일 부산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자신의 아기를 면회한 엄마 누엔타홍다오(35) 씨는 “그저 제 탓인 것만 같아 아기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에요”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베트남 출신인 누엔 씨의 아기 ‘누엔득만’은 지난해 9월 경남 창원의 병원에서 임신 34주 4일, 체중 1.34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8일째 되던 날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과 피부 발진, 혈소판 감소 증상을 보여 경남 양산의 대학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괴사성 장결장염’ 진단을 받게 됐고 급속하게 온몸의 상태가 악화됐다. 지난해 10월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아기는 ‘회장루수술’, ‘공장간연결술’ 등 고난이도의 수술을 받은 끝에 현재 위기를 넘겼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받고 있다. 엄마 누엔 씨는 지난 2015년 베트남에서 결혼 소개 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경기도 양주시에서 신혼 생활을 했다. 하지만 사랑 없이 결혼한 결과였을까? 자신을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정도로만 여기는 남편과 시댁의 정서적 학대 속에 행복할 수 없었고, 결국 2018년 이혼했다. 이후 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미등록 외국인이 된 그녀는 경남 창원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베트남 출신 남성을 만나 아기까지 가지게 됐지만, 임신 사실을 알리자 남성은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린 채 자취를 감췄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 누엔 씨는 결국 아기를 혼자 낳기로 결심했고, 공장에서 일을 계속하다 출산을 앞두고 퇴직했다. 누엔 씨는 고향 베트남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월급 중 100만 원 이상을 고향으로 꼬박꼬박 송금했다. 그랬던 그녀였지만 아기의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력했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못하는 아기의 치료비는 누적 1억 원을 넘어섰다.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지인과 몇몇 단체에서 일부 치료비를 지원했지만 태부족인 상태다. 그래도 누엔 씨는 아기를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그동안 저를 위해 도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 거예요. 아기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아기가 다 나으면 집에 빨리 데려가서 안아주고 싶어요. 베트남 가족들도 한국으로 와서 함께 웃으며 살 수 있을 그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 성금 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1월 15일(수) ~ 2025년 2월 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5-01-19

“부모 없다는 낙인…두려움 대신 깡으로 꿈 꾸죠”

“보다 많은 실패와 고난의 시간이, 비켜 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조용필 <바람의 노래> 중) 흐린 하늘 틈으로 해가 살짝 비친 1월 11일 서울 응암동.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이사장 전주희 바오로 수사)이 운영하는 아동양육시설 꿈나무마을의 초록꿈터 대강당은 이 곡으로 중창 연습 삼매경인 남자 자립준비청년 9명의 화음이 너울대고 있었다. 애티를 벗은 굵직한 목소리들의 주인공은 바로 ‘꿈나무마을 남성중창단’(지휘자 최윤성 프란치스코). 노랫말대로 “지난 어둠을 포용하고 다가올 삶을 사랑하길” 한목소리로 다짐하며, 싸늘함뿐이던 한겨울 휑한 터를 ‘꿈’으로 채워놓고 있었다. 이렇듯 재단은 자립준비청년들이 꿈꾸게 하기 위해 2024년 3월 중창단을 창단했다. 구체적 자립 지원사업도 중요하지만, 꿈꿀 기회도 없는 청년들의 내면을 치유하는 예술교육의 힘을 믿었다. 중창단에서 청년들은 서로 호흡을 맞추며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늘 스스로 ‘보호받기만 하는 무력한 존재’로 여기던 낮은 자아 존중감을 깨고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성취감을 맛본다. 습관적 무력감으로 뭐든 쉽게 포기하던 청년들은 “이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고 답해온다. 연습을 펑크내거나 중도 하차하는 일도 없어진다. 실제 자립준비청년은 자신을 붙잡아줄 끈끈한 인연도, 또 자신이 애착할 사람도 없어 삶조차 포기하기 쉽다. 2023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는 자립준비청년 응답자 중 46.5%가 자살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 전체 청년의 4배를 넘는 수치다. 중창단은 청년들이 다 같이 어우러지면서도 한 명 한 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해준다. 7월 창단공연에 이어 열린 12월 공연에는 140여 명의 관객이 대강당을 꽉 채웠다. 단체 생활만 해오며 무언가의 일원으로만 살아왔던 청년들은 주인공으로 우뚝 서며 비로소 자신을 깨고 나온다. “이렇게 진지하고 멋있을 거면서 왜 감추고 있었어.” 방에서 게임만 하던 한 청년은 마침내 방 밖으로 나와 말끔한 셔츠와 넥타이 차림으로 미성(美聲)을 선보였다. 지원 프로그램에조차 참여하기 싫어하던 청년도 단원들과 어우러져 13곡의 단체곡 악보를 통째로 외워 멋지게 노래했다. 무대 뒤에서 교사와 신부들은 “꿈꾸는 그 모습만으로도 감동이었어”라며 눈물을 찍었다. “늘 주눅 들어 사람들과 벽을 세우게 하던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워졌어요.” 단원들은 이렇듯 “우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더는 발목을 잡지 않는다고, 그래서 마음껏 꿈꾸게 된다”고 말한다. 중창단을 시작하며 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한 단원 이지효(스테파노·26) 씨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내가 작은 실수만 해도 ‘부모가 없어서 그래’라는 낙인이 늘 따라다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제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도 툭툭 털어버리는 강건함이 싹텄다”고 말했다. “그 편견들도 어쩌면 제가 스스로 만들어낸 두려움일지도 몰라요. 또 아직도 그 편견을 지닌 사람들이 나타나도 상관없어요. ‘꿈이 있는 한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깡’이 생겼으니까요.” ◆ 인터뷰 - 중창단 청년들과 동행하는 최윤성 성악가·좋은문화연구소 김한욱 대표 “단원들에게 ‘깡’을 걸 심어주는 게 저희 목표죠.” 이런 마음으로 중창단 창단 이래 매주 토요일 2시간씩 단원들에게 레슨을 주고 각각 지휘자, 반주자이자 실무진으로 동행하는 두 ‘삼촌’이 있다. 바리톤 최윤성(프란치스코) 성악가, 사회적 문화예술 기획 및 교육 연구를 하는 좋은문화연구소의 김한욱(다윗) 대표다. 가톨릭대 음악과에서 함께 연구 활동을 하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다. 최 성악가는 오래전부터 공연비 10%씩 저금해 꿈나무마을에 기부해 왔다. 금전적 지원을 넘어 청년들에게 직접 헌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살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꿈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친구들이 남자 목소리를 들을 일이 매우 드물다고 들었어요. 남자 어른의 빈자리도 채워주면서, 전문가로서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예술 쪽으로 계발해 줘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죠.” 화음을 좋아하는 청년들과 사랑 많은 삼촌들의 만남이라 죽이 잘 맞았지만, 청년들 삶에 드리운 그늘 때문에 신경도 많이 써야 했다. 청년들은 가끔 사회적 상식이 부족할 때가 있었다. 때문에 가벼운 설득, 부탁조차 각자 다르게 수용하고 마음의 상처로까지 받아들이는 일도 있었다. 김 대표는 “점점 변화하는 청년들을 지켜보는 보람은 모든 노고를 상쇄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지원사업을 알아보는 등 노력하고, 아픔을 젖히고 나오는 모습이 큰 감동”이라고. “이렇게까지 따뜻하게 대해줬던 사람이 없었다고, 약도 확 줄일 만큼 우울증이 나아졌다고 카톡을 보낸 친구도 있어요. 세상에 원망뿐이어도 할 말 없을 친구들인데 너무 대견하잖아요. 그래서 요즘 입버릇이 됐어요. ‘너희 하나도 안 불쌍해’라고요.” 끝으로 최 성악가와 김 대표는 “외국에 가볼 일이 없는 청년들이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게 해외 공연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 후원 문의: 010-8728-8859 최윤성

2025-01-19

“대체 형벌 도입해 사형 폐지 국가로 나아가자”

사형 제도 폐지 종교·인권·시민 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인권에 기반한 사형 제도 대체 형벌을 도입해 사형 폐지 국가로 나아가자”고 12월 30일 밝혔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비롯한 15개 단체로 구성된 연석회의는 대한민국 마지막 사형 집행 27년을 맞아 이같은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석회의는 “사형 제도는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며, 정치적 목적으로 또는 은폐·조작되거나 잘못된 증거·증언 등으로 오심이 내려진 경우 정정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며 “교정 교화의 기본 목적인 재사회화를 불가능하게 하며, 제도 자체의 잔혹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 연합(UN) 고문 방지 협약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여덟 번 국회가 새로 열리고 총 열 건의 ‘사형 폐지 특별 법안’이 발의됐지만 21대 국회까지 발의되었던 아홉 건의 법안들은 모두 해당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임기 만료 폐기됐다. 이에 연석회의는 “15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국회가 열릴 때마다 빠짐없이 발의되어 열 번째에 이른 사형 폐지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며 “사형 제도 폐지 대체 형벌에 대한 시민 사회와 종교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2025-01-12

영화 <소리여 모여라>,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적 현실 조명

조선학교를 지키는 이들의 노력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신자들을 찾아왔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베드로 신부)는 1월 4일 일산 에피파니아 청년센터에서 <소리여 모여라> 특별시사회를 열었다. <소리여 모여라>는 일본에 남아 있는 조선학교가 받는 정치적·사회적 차별 속 조선학교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기획하고 재일동포 3세 박영이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의 제목은 일본 문부과학성 앞 조선학교 차별반대 집회 ‘금요행동’에서 조선대학생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여 모여라 노래여 오너라>에서 따왔다. 시민모임 손미희 공동대표는 이날 특별 시사회에서 “일본과 한국 간 역사적 문제를 다루는 NGO 포럼에서 조선학교 문제를 접했는데, 다른 주제와 비교해 사회의 관심이 부족해 보였다”며 “일본인 중에서도 조선학교를 위해 힘쓰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사회에도 이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시사회 참석자들은 조선학교가 처한 현실이 예상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는 것을 목격했다. 영화는 2013년 일본 아베 정부가 시행했던 ‘고교무상화 조선학교 배제 정책’과 2016년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조선학교 보조금 삭감 정책 등을 다뤘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계획적인 차별 정책과 더불어 일본 지역사회에 퍼진 혐한 감정에 퇴출될 위기에 처해 있는 조선학교 현실도 상세하게 담았다. 영화는 위기에 굴하지 않고 조선학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조선학교 출신 교원들의 노력도 조명한다. 또한 조선학교에 쌀을 지원하는 ‘평화우호쌀 운동’ 등을 해오며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 역사를 반성하고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일본 국민과 정치인들이 조선학교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희망도 전했다. 강주석 신부는 “영화는 일본 내에서 조선학교를 돕고 지지하는 분들도 있음을 알려준다”며 “이런 측면에서 한·일 청년들이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며 동북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 있는 우리 연구소가 평화 피스쿨·오키나와 평화탐방 등 연구소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분들과 함께 시청하고자 시사회를 마련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영화 시청이 끝나고 손미희 공동대표와 조선학교의 현실에 대해 영화에 담기지 않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리여 모여라> 제작위원회는 영화를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일반 극장가 상영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25-01-12

제19회 종교사회복지대회 개최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회장 강석진 사관, 이하 한종사협)는 지난 12월 26일 서울 신수동 케이터틀에서 제19회 종교사회복지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는 상호협력과 헌신적 노력으로 사회복지 활동에 힘써 온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4대 종단 사회복지계 인사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대회에서는 각 종단 사회복지계 기관 인사 23명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그중 천주교 기관에서는 3명이 수상했다. 마산교구 사회복지회 정소라(스텔라) 팀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최승아(실비아) 계장은 서울특별시장상을,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 김현주(안나) 차장은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장상을 받았다. 또 한종사협 증경회장이자 26대 회장을 역임한 묘장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은 그간 종교계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기울여 온 수고를 치하하는 공로패를 받았다. 대회는 2024년 1년간의 종교계 사회복지 활동을 돌아보며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그간 노고를 격려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속적 지원과 상호협력을 앞으로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서울특별시,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관계자들도 참석해 격려사와 축사를 하며 한종사협의 행보를 응원했다. 또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앞서 종교계의 전망과 활동 방향, 과제를 제시하는 기조 강연도 펼쳐졌다. 강연은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김용익 이사장이 맡았다. 돌봄과 미래는 노인과 장애인 부양을 가족이 아닌 국가와 지자체, 전체 사회가 나누어 맡는 ‘전국민돌봄보장’ 실현을 목표로 사회적 확산과 동참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종사협 회장 강석진 사관(구세군대한본영 사회복지부 부장)은 “오늘날 저출산·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청년실업, 고용불안 등 사회적 위기로 많은 이가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한국 사회복지 발전에 헌신해 온 종교계 사회복지 현장 관계자들과 수상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에는 활발한 소통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 평화를 지켜 나가는 데 우리 종교계 사회복지가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2025-01-12

결혼·육아가 지옥? 반생명적 인식 부추기는 대중매체 만연

“아내는 평소 무조건 아침 9시가 넘도록 자고 있어요. 아이 등원에 늦는다는 전화가 와 깨우면 ‘그건 네 사정이잖아’라고 하죠. 그것 때문에 매일 싸워요.” 결혼과 육아를 지옥으로 표현하는 TV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신 생활 혹은 돌싱 라이프를 긍정적으로 다룬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약 10개의 결혼과 육아에 부정적인 TV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이러한 TV 프로그램들은 대중의 가치관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미디어의 속성에 의해 사람들의 결혼과 육아에 대한 인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혼인율과 출산율은 모두 하락세이다. 2013년 32.3만 건이었던 혼인 건수는 10년 뒤인 2023년 19.4만 건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떨어졌으며 기혼여성 중 무자녀 비중은 2010년 4.4%에서 2020년 8.4%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에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부 갈등 TV 프로그램이 결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64%로 긍정적이라는 응답(16%)의 4배에 달했다. 육아 문제를 다룬 TV 프로그램이 출산과 육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72%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 9%의 8배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TV 프로그램 축소를 주장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부부 갈등 TV 프로그램은 46%가, 육아 문제 TV 프로그램은 58%가 현재보다 줄어들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어서’가 38%, ‘과도한 설정이나 편집으로 현실을 왜곡해서’가 31%로 조사됐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총무 진효준(요셉) 신부는 “최근 부부 갈등과 양육의 어두운 면만을 집중 조망하는 TV 프로그램들은 혼인의 이점보다는 문제점만을 부각하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말씀하신 ‘죽음의 문화’를 또 다르게 양산한다”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때문에 자극적으로 연출된 것이 다반사이지만 방송을 시청하는 미혼자들과 출산을 준비하는 이들은 이것이 혼인의 현실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 신부는 이어 “대중매체는 ‘죽음의 문화’가 아닌 ‘생명의 문화’를 확대하며 혼인과 출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사랑의 기쁨」 39항에서 제시된 ‘일시적인 문화’를 언급하며 “‘일시적인 문화’를 넘어서는 혼인의 ‘평생 서약’은 함께 나이 들어가며 서로를 돌보고 힘이 되어주며 ‘생명의 문화’를 창조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2025-01-05

인천교구,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기도회’

“앞으로 어떤 대통령도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해서는 안 되며,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함을 대내외에 선포하고,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쌓아 올려진 민주주의가 더 굳건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교회가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이번 시국기도회를 계기로 선포합니다.”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지훈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이하 정평위)와 교구 사제단은 12월 23일 답동주교좌성당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교구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교구 정평위와 사제단은 헌법재판소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을 이어가기 위해 이날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를 지향으로 한 묵주기도에 이어 교구 총대리 이용권(베드로) 신부가 주례한 시국미사로 이어졌다. 신자들은 보편지향기도를 통해 ▲교회를 위하여(세상과 함께하는 교회) ▲정의로운 세상을 위하여(헌정질서 파괴자 회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하여(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 ▲우리 모두를 위하여(민주주의를 수호한 국민)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교구 사무처장 김일회(빈첸시오) 신부는 시국미사 강론을 통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됐음에도 윤석열은 역사 속 권력자들이 그랬듯 다시 돌아오겠다고 호언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파괴한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5)‘라는 말씀을 따라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주의 회복, 새로운 사회의 시작을 위해 기도하자”고 전했다.

2025-01-05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온 가족이 지적장애로 생활고 겪는 공충구 씨

“집에 보일러가 없으니까 춥고, 겨울에는 더 추워요.” 집안에서도 늘 외투를 입고 생활한다는 서영자(다비다·51) 씨는 차가운 바닥을 매만지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공충구(로렌스·62) 씨와 서 씨는 이제 갓 성인이 된 두 아들과 함께 낡은 목조 한옥에 살고 있다. 1929년에 상량한 이 집은 보일러도 없이 아궁이에 불을 때야 방 정도만 난방이 되는 농가 주택이다. 급한 대로 샌드위치 패널을 두르긴 했지만,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 씨 가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정신지체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래도 장애 정도가 약한 공 씨가 빌린 땅에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팔거나 품팔이를 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가전도, 가구도 주변 교회나 복지기관에서 얻은 것들이고, 먹거리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어려움이 더 커졌다. 2024년 3월에 누전으로 화재가 나 창고가 전소했기 때문이다. 이 화재로 생업인 농사에 꼭 필요한 농기구들을 모두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집을 무상으로 빌려줬던 친척이 급히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내놓으면서 새로 집도 구해야 할 상황이 됐다. 서 씨는 “집에도 불이 옮겨붙어서 큰일 날 뻔 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기절할 것 같고 떨린다”고 화재 당시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적장애 때문에 금전 감각이나 생활력이 약하다 보니 집을 구할 여력이 없었다. 품팔이를 하고도 제 몫을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수확량도 급감해 농약과 비료값도 다 못 갚을 형편이다. 주위의 도움 없이는 집을 구하기는커녕 당장의 생계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런 공 씨 가정의 어려움을 알고 인근 택배회사 사장이 아들이 물류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움을 주고자 돈을 보내주기도 했고, 주변에서 일시적인 후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장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공 씨 모르게 아들이 모두 써버린 탓이었다. 그나마도 도움을 주던 이웃들이 통장을 확인하며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아들이 함부로 통장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지만, 이미 다 써버린 돈을 되찾을 길은 없었다. 안중본당 아산만구역 이남원(베로니카) 구역장은 “이상기후 때문에 올해는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도 수확이 적다는데, (공 씨 가족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미질도 안 좋고 수확량도 크게 떨어졌다”면서 “수확량이 적어 ‘속상하다’고는 말하는데 얼마나 손해가 났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다 보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 성금 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2월 25일(수) ~ 2025년 1월 1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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