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놓인 민주주의, 향후 방향은?’ 제25회 가톨릭포럼 열려

12·3 비상계엄 사태는 특정 정권의 돌발적 결정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 통치관과 제도적 허점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회장 강무성 티모테오, 지도 최광희 마태오 신부)는 6월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5회 가톨릭포럼을 열고 ‘다시 쓰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포럼에서는 민주주의의 퇴행과 파시즘화, 언론의 책임, 교회의 사회적 사명 등 다양한 시각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짚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은 민주주의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가?’ 제목의 발제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은 국민주권에 대한 부정이자 명백한 공격”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권력욕과 시대착오적인 대통령관이 빚어낸 퇴행”이라며 “낡은 사고와 관습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민주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직자는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무적 존재'로 보며 공적 복무의 정신으로 마인드를 전환해 새 정부의 ‘국민주권정부’를 완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후기 파시즘 사회를 넘어, 대한민국 대전환’ 제목의 발제에서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한국 사회가 ‘후기 파시즘’에 가깝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6개월의 침묵 속에서 확인된 것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파시스트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구조는 전형적인 파시즘의 형태로 이는 한국 교육의 현실과도 일치한다”며 “교육 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잠재적 파시스트만 길러내는 길”이라고 우려했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치닫게 된 데에는 언론의 보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김창숙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언론은 정치인 간 싸움을 중계하거나 자극적인 발언만을 보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시민 사회의 갈등이 격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과 정당 정치를 다루는 정치 보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 과정과 방식을 바꾸는 주체로서의 언론이 대통령, 정당, 정치인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시민을 취재의 중심에 둔다면 민주주의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동호(안드레아) 신부도 토론에서 “교회의 사회적 사명은 카리타스 실현"이라며 “교회는 민주주의를 존중하지만 무비판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와 정쟁을 구별하지 못하는 현실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회옥 명지대학교 교수는 계엄의 구조적 원인을 “제도정치가 조율하지 못한 정치의 실패”로 분석했다. 정 교수는 “안정적 다당제가 되도록 선거제도와 정당·국회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든 계엄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편하고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당 등록 요건을 완화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후(프란치스코) KBS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이날 포럼에는 주교회의 홍보국장 임민균(그레고리오) 신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최광희(마태오) 신부, 부국장 진슬기(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안재홍(베다) 회장 등이 참석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면

찬양 사도들, “현 성가 저작권 규정 개선 필요”

주교회의가 2016년부터 개정해 시행해 오고 있는 성가 관련 저작권 사용 규정이 “생활성가 작곡가 등 창작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성경 등’을 인용할 경우 일부든 전체든 관계없이 창작자가 아닌 주교회의가 저작권을 소유하게 되며, 등록 절차 또한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되는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찬양 성가 창작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주교회의가 국내 저작권법과 관련 판례를 반영해 규정을 재정비하고, 전문적인 저작권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같은 문제 제기와 개선 제안은 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가 주최하고 가톨릭찬양사도협회가 주관한 가운데 6월 28일 열린 ‘찬양 문화 생태계, 길을 묻다’ 포럼에서 나왔다. 포럼에서 김정식(로제) 작곡가는 “비영리 목적의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성경 구절을 가사로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복잡한 가사 저작권 협의, 불분명한 정산 기준 등은 실질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며 “교회 출판물에 곡이 실릴 때 창작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심지어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포기하게 되는 구조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 영성지도 유상우(광헌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현재 주교회의의 규정을 종합하면 성가 창작자가 성경을 인용한 가사를 쓸 경우 저작권과 관련한 모든 복잡한 과정을 개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게다가 승인 주체를 ‘교회 권위’, 표기 기준을 ‘적절하게 표기’라고 하는 등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포럼에서는 2023년부터 생활성가 등의 작사 저작권이 작사한 창작자에서 ‘CCK’(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변경됐으나, 이 사실이 창작자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찬양 창작자들이 성가책이나 악보집을 발행할 때 복잡한 저작권 문제와 유통 등을 일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기관이 현재로서는 없는 현실, 각 교구가 고육지책으로 통일성 없이 개별 성가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현실적 어려움으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복잡한 문제가 교회 내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부족함에도 무리하게 규정을 적용한 결과라고 봤다. 생활성가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과 반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찬양 사도직 전반에 대한 교회의 깊은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 강훈(바오로) 협회장은 “발제에서 다뤘듯이 찬양 사도 선배들이 대중 성가 작곡을 시작한 지 50여 년이 지났음에도 찬양 성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아직도 다수의 개신교 성가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작곡가는 “교회가 저작권과 관련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정당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수립하고, 신학적·전례적 검토는 신뢰와 애정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교회가 더 많은 음악적 실험과 표현의 여지를 열어주고 전례 정신 안에서 감성적 깊이와 영적 울림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음악 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6면

전국 신학생들, 노동 현장 목소리 ‘경청’

한국 사회 노동문제에 관심 있는 전국 각 교구 신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노동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과 연대하며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을 몸소 체험했다.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는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교육관에서 노동사목 전국 신학생 연수 ‘죽은 지구에는 일자리도 없다’를 개최했다. 이번 연수는 노동 문제뿐 아니라, 기후 위기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까지 조망하고 성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연수 둘째 날인 25일 신학생들은 세종호텔을 상대로 고공농성 중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지부장을 비롯해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최철한 사무국장,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 등을 만났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부당한 정리해고, 노조 가입자에 대한 차별, 고용 불안 등 구체적인 현실을 증언하며 입장을 생생히 전달했다. 신학생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농성이 노동자의 요구를 사회에 알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더 널리 연대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며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만남 후, 이들은 롤링 페이퍼에 연대의 메시지를 담아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며 응원했다. 최철한 사무국장은 “신학생들이 농성의 의미와 노동자들의 고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국 사회의 기억 속에 잊히고 만다는 절박함을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토크콘서트’에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조합 임원들이 방문해 노동자들이 받는 비인권적 대우와 그러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의 경영·구조적 실태를 알렸다. 특히 2020년대 이후 새로운 노동·인권 문제로 떠오른 배달 노동자,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등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았다. 노동자들과의 만남 외에도 이번 연수에서는 ▲기후 위기 시대의 노동과 정의로운 전환 ▲사회교리 관점에서 본 기후위기와 노동의 미래 주제 전문가 강의도 마련됐다. 올해 연수는 인천, 부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함께 준비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6면

서울 생명위 “생명 수호 여정 20년, 새롭게 복음 전하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생명위)는 6월 28일부터 이틀간 서울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피정의 집에서 ‘2025년 본당 생명분과 정기연수’와 ‘생명위 설립 20주년 기념미사’를 개최했다. 생명위 부위원장이자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6월 29일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생명위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과 생명을 위한 여정이라는 고통과 희망 속에서, 생명의 복음을 새롭게 전하는 공동체라는 새로운 20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생명 수호는 어떤 이념이나 운동이 아닌 복음 그 자체이며, 십자가 위에서 생명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미사 중에는 서울대교구 본당 생명분과 서봉흠(요셉·서울대교구 하계동본당) 교구 대표가 2011년부터 생명 운동에 헌신한 공로로 정순택 대주교 명의의 감사패를 받았다. 또한 생명위 전임 사무국장 지영현 신부(시몬·서울대교구 압구정1동본당 주임)와 생명위 연구위원 이동호(프란치스코) 신부가 축하 자리를 함께했다. 미사 전 연수에서는 본당 생명 분과의 생명 수호 활동 역량을 강화하고자 생명위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강사들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가정형 호스피스 바로 알기 ▲환자와 가족의 영적 돌봄 등 주제로 강의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4면

‘제1회 떼이야르 드 샤르댕 연구회 학술 심포지엄’ 개최

프랑스 출신 사제이자 과학자였던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예수회, 1881~1955)의 자연과 하느님 이해를 학술적으로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 떼이야르 드 샤르댕 연구회(회장 오수영)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최영균 시몬 신부)는 6월 2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제1회 떼이야르 드 샤르댕 연구회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오수영 회장은 제1발표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학사상 입문: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에서 샤르댕 신부가 사제이면서도 인간 진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신앙적 사명에서 20년 이상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연구했다고 소개하며, 샤르댕 신부의 사상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가 어떤 목적으로 집필됐는지 설명했다. 오 회장은 “샤르댕 신부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경험적으로 규정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썼다”며 “인간은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의 자리 또는 중심축에 위치해 있어 우리가 사람을 참으로 이해한다면 실제로 우주를 이해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 샤르댕 신부의 사상”이라고 말했다.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곽진상(제르마노) 신부는 제2발표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그리스도론’을 맡아 “샤르댕 신부가 본 하느님은 형이상학적이거나 추상적인 관념도 아니고 막연한 원리 속에 계신 분도 아니라 지금 세계 안에 살아 있는 실재, 물리적인 것 속에 현존하는 하느님”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하느님의 숭고한 뜻은 모든 인류와 만물을 포함하는 집단적, 공동체적 구원”이라며 “전통적인 신앙을 보존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던 샤르댕 신부에게 신앙을 보존한다는 것은 신앙을 다시 살리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전 전주교구장 이병호(빈첸시오) 주교는 제3발표 ‘떼이야르 눈으로 본 AI 현상’에서 “AI의 등장은 과학계와 사람에게 던져진 전대미문의 충격”이라고 규정한 뒤 “샤르댕 신부는 AI를 내다본 혜안을 지니고 있었으며, 진화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원동력, 수렴자 그리고 흔들림 없이 진화가 진행되도록 힘을 주는 이로서 신이 개입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4면

신앙인 공직자들, “복음적 정의와 사랑 실천 다짐”

공직에 종사하는 신앙인 20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가정과 직무 안에서 복음적 정의와 사랑을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행안전부 로사리오회(회장 황명석 프란치스코)는 6월 28일 전남 나주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제40회 대한민국 가톨릭공직가족 피정대회’를 개최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창세 32,28) 주제로 열린 대회는 전라남도 향주삼덕회(회장 강영구 다미아노)와 나주시 성우회(회장 김민석 사무엘)가 주관하고 광주대교구와 목포가톨릭대학교(총장 윤빈호 루치오 신부)가 후원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오전에 광주대교구 나주순교자기념성당을 순례하고, 오후에는 광주가톨릭합창단의 공연을 비롯한 문화행사를 관람했으며, 목포가톨릭대학교 총장 윤빈호(루치오) 신부의 피정 강의를 들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도서, 음반, 포토박스 등 다양한 체험 부스도 마련돼, 전남의 농·특산물 홍보와 함께 참가자들이 신앙과 지역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개회식에는 명창환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윤병태 나주시장, 이재남 나주시의회 의장, 이규현 전라남도의회 윤리위원장 등이 참석했며, 장엄미사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주례로 나주·함평지구 사제 20여 명이 공동 집전했다.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원을 청하는 많은 시민, 주민, 군민, 모든 사람에게 성실함으로 응대하자"며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겸손하게 그들을 대해 주라"고 당부했다. 이어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 중에 예수님께서 함께 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도움을 청하는 예수님의 모습으로 찾아온 분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예수님의 민원을 처리해 주는 마음으로 공직에 임해달라"고 전했다. 2026년도 ‘제41회 대한민국 가톨릭공직가족 피정대회’는 인천광역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3면

프로라이프 유럽 방한…“피부색·언어 달라도 ‘생명 운동’ 펼치는 마음은 하나”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유럽 유일의 대학생 생명 운동 조직인 ‘프로라이프 유럽’(대표 마리아 체르닌)의 마누엘라 슈타이너는 “이 질문이 ‘태아는 생명입니다’라는 주장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연다”며 “우리가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일대 일로 생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이런 질문은 일방적으로 의견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 볼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생명 운동 노하우를 전했다. 지난 6월 18일 서울대교구청 회의실에서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프로라이프 유럽과 인천가톨릭대학교 프로라이프 동아리 ‘라비타’, 서울 의과대학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등 청년 약 30명이 모여 ‘생명 운동’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국경을 뛰어 넘어 열정과 경험을 나눈 것이다. 이 자리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가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 부대 행사로 마련한 ‘프로라이프 유럽과 한국 프로라이프 학생들과의 연계 워크숍’이었다. 이번 워크숍은 유럽의 ‘대화 중심’ 생명운동 방식과 한국의 ‘체험 중심’ 캠페인 방식을 서로 공유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자리였다. 프로라이프 유럽은 서울 생명위가 제정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분야 본상 수상 팀이다. 2019년 유럽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 창립한 단체로 공식 학생 봉사자 137명과 협력 봉사자 300명이 매주 생명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리아 체르닌 대표는 “유럽에서는 프로라이프 운동 참여자 대부분이 신자인 반면 한국 학생들은 종교적 배경 없이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한국 청년들도 우리나라만의 효과적인 생명 운동 방식을 소개했다. 라비타 송승표(알베르토)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부스를 열어 임부 체험복을 입어보거나 태아 퍼즐 맞추기 같은 활동으로 먼저 사람들의 흥미를 유도한다”며 “참가자들이 재미와 체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뒤, 우리가 설명을 보태 이해를 돕는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생명위는 6월 17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은 개최했다. 시상식에서는 프로라이프 유럽을 비롯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허준렬 교수(생명과학분야 본상) ▲포항공과대학교 장진아 교수(생명과학분야 장려상) ▲출판사 안온북스 대표 서효인 시인(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이 각각 수상했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서울대교구장 명의 상패와 상금 1억 원, 장려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패와 상금 3000만 원이 수여됐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3면

서울 순교자현양위, 「기해·병오박해 자료집」 발간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욥 주교, 이하 현양위)가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 100주년을 맞아 「기해·병오박해 자료집」을 발간했다. 현양위가 지난해 발간을 결정했던 「기해·병오박해 자료집」은 79위 시복 100주년 기념일인 7월 5일 오후 3시 서울대교구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봉헌하는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 100주년 기념미사’ 중에 봉정할 예정이다. 미사가 열리는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는 79위 순교자 가운데 41위가 순교한 성지이자, 단일 성지로는 가장 많은 수의 순교자가 성인품에 오른 한국 최대의 순교성지이기도 하다. 1925년 7월 5일 교황청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식은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국 천주교회가 보편교회 안에서 그 독립적 존재를 인정받았던 중요한 사건이었다. 「기해·병오박해 자료집」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 정부기관에서 작성한 공식 기록물 중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관련 내용을 발췌해 번역하고 정리한 첫 사례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형조, 포도청 등에서 오간 지시문, 보고서, 신문(訊問) 기록 등 정부 차원의 공식 문서를 바탕으로 구성해 기존의 증언 중심의 사료와는 차별화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한문 원문과 번역문을 동시 수록해 한문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는 일반인은 물론 한국교회사 연구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념미사 후에는 1925년 열린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시 ‘Anima Mundi’(세상의 영혼) 개막식이 열린다. ‘세상의 영혼’ 전시는 1925년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제약 속에서도 ‘조선 천주교회’가 독립적인 주체로서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참가한 사실을 조명한다. 바티칸 민족학박물관의 협조 아래 당시 ‘조선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조선의 문화적, 민족적 특징이 담긴 출품작들을 통해 조선 말기의 시대적 정황과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조선의 모습을 되짚어볼 예정이다. 1925년 희년을 맞아 비오 11세 교황이 개최한 바티칸 선교박람회는 이전의 서구 중심 박람회와는 달리, 각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 행사였다. 이를 통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인식을 널리 퍼트리며 전 세계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공존을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현양위 부위원장 원종현(야고보) 신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순교자들의 신앙을 다시금 되새기고, 「기해·병오박해 자료집」 간행이 한국교회사 연구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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