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거짓과 중상모략으로 권력욕을 채우려 했던 디오트레페스

최용택
입력일 2025-07-02 11:53:10 수정일 2025-07-02 11:53:10 발행일 2025-07-06 제 344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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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네덜란드에서 발간한 ‘요한의 셋째 서간’을 담은 <이니셜 D>. 하버드 미술관 소장

오래전 본당에서 사목할 때 주일학교 교사 한 명이 찾아와 “신부님, 제가 이번에 결혼하는데 신부님이 한번 만나주시겠어요?” 하고 요청했다. “왜?”라고 물어보니, 그는 “친척에게 소개 받은 배우자가 흠잡을 것은 없는데, 또 한편으로는 아주 마음이 끌리지도 않아서요”라고 답했다.

“대학병원 의사인데 6개월째라 바쁘고 시간이 없어 병원에 찾아가서 몇 번 본 것이 다였어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마음이 조금 개운치가 않아요”라면서.

사목 경험이 많이 없던 나는 쉽게 조언을 내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과 더 깊이 상의해 보라고 다독여 보냈는데, 지금도 후회가 되는 일이다. 그 교사는 마지막 끈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나를 찾아왔을 것이다.

그가 이야기한 결혼할 남편은 아무 직장도 없는 사기꾼이었다. 여자 쪽으로부터 돈만 갈취하려는 목적으로 벌써 여러 번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결혼 전 탄로가 나서 집안에 난리가 났지만, 결혼식을 안 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교회는 성령께서 이끌어주지만 동시에 인간의 공동체이다. 그래서 지상의 공동체인 교회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지닐 수밖에 없다. 교회는 지금도 구원을 향해 나가며 끊임없이 회개해야 하는 공동체이다.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교회는 크고 작은 인간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초대교회 때부터 성경을 잘못 해석해 신자들을 오류로 이끈 이단자들이 문제였다. 지역 교회의 책임자가 자신이 멋대로 성경을 해석하여 신자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거나, 원로가 보낸 서간을 무시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요한의 세 번째 편지 안에는 특히 교회 내에 분쟁과 분열을 일으키는 디오트레페스를 지적하는 내용이 있다. 디오트레페스는 교회 안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교회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정통적인 교회의 권위조차 인정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신자들을 현혹해서 분열을 일으키고 중상모략을 일삼았다. 그 이유는 자신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공동체든지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는 공동체를 위하는 척하지만, 구성원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하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한다. 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전통적이고 상식적인 규율조차도 무시하고 조직 내 파벌을 조성한다. 그러면 자연히 공동체는 분열되어 반목과 대치를 일삼는다.

권력이라고 하면 정치인들을 떠올리지만, 우리의 모든 삶 속에 권력욕이 깊이 작용한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공동체에 있다면 그 공동체, 특히 교회는 더 치명적이다. 권력 지향의 사목자는 교회와 신자들을 지배욕과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일치는 본질이고 생명과 같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위해 한 마지막 기도에서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라고 기도했던 이유를 묵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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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