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는 성체성사를 “하늘나라로 가는 고속도로”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처럼 실제로 ‘하늘나라에 이른 이’가 되어, 곧 성인 반열에 오를 예정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6월 22일)을 앞두고, 성체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복자가 되었고 9월 7일 시성을 앞두고 있는 카를로 아쿠티스의 삶과 성체 신심을 살펴본다. 성체 사랑한 평범한 소년,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이나 ‘복자’라고 하면 흔히 특별한 성덕이나 위대한 업적을 지닌 인물을 떠올리지만, 1991년생인 카를로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소년이었다. 2006년, 15세의 나이에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피카츄’를 좋아하고 컴퓨터와 게임, 축구를 즐겼으며, 고양이와 강아지를 아끼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교회가 공식적으로 덕행을 인정하고, 두 건의 기적을 통해 시성이 확정된 인물이다.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간 이 소년은 어떻게 성인이 될 수 있었을까? 그의 생전의 말과 삶은 그 이유를 가늠케 한다. “태양 앞에 머물면 우리는 햇볕에 그을립니다. 하지만 예수님 성체 앞에 머물면 우리는 성인이 됩니다.” 카를로는 7살 때 첫영성체를 하면서 “내 삶의 계획은 언제나 예수님과 하나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후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 조배를 했으며 성체를 모실 때마다 “예수님, 편히 오세요. 여기가 당신 집이에요”라며 예수님과 대화했다. 또래 친구들과 첫영성체·견진성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성체의 중요성을 자주 전했다. 카를로는 성체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은 참 독특한 분이세요. 빵 한 조각에 숨어 계시거든요. 오로지 하느님만 이런 놀라운 일을 하실 수 있어요!” 이렇게 신앙에 열심이었던 카를로도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지순례는 마다했다. 성체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성지순례를 제안했을 때 카를로는 이를 거절하고, 도리어 “여기 성당들에도 감실이 있고, 어느 때나 예수님을 만나러 갈 수 있다”면서 “성당 감실에 갈 때도 성지순례와 같은 마음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되물었다. 카를로에게 성체성사란 “예수님 시대에 사도들이 예루살렘 거리를 걷고 계시는 살과 뼈를 지니신 예수님을 직접 봤던 것처럼, 예수님께서 참으로 세상에 현존하시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 ‘성체 기적’ 알리다 카를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성체는 바로 예수님의 심장(예수 성심)”이라고 즐겨 말했다. 그러면서 란치아노의 성체 기적을 소개했다. 2002년 이탈리아의 대규모 가톨릭 행사인 ‘리미니 미팅’에 참석한 카를로는 성체 기적을 더 잘 알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2년 6개월에 걸쳐 교회가 인정한 136건의 성체 기적을 가족과 함께 조사했고, 각 기적의 사진과 내용을 정리해 전시물을 제작했다. 60×80cm 크기의 전시 패널 166개를 완성했고, 컴퓨터에 능숙한 카를로는 이 전시물들을 온라인 공간에 담았다. 10대 소년이 기획한 작은 일이었지만, 이 온라인 전시는 상상도 못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카를로의 성체 기적 전시회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전시로, 카를로의 모국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필리핀, 아르헨티나, 베트남 등 여러 나라 주교회의에서 전시를 공식 후원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비가톨릭국가 뿐 아니라 과달루페 성지, 파티마 성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와 성당에서도 전시가 열렸다. 특히 미국에서의 호응이 컸다. 미국에서만 100개 이상의 대학교, 거의 1만 곳의 성당에서 카를로의 전시회가 열렸다. 비록 카를로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뜻은 ‘카를로 아쿠티스의 친구들 협회’(Associazione Amici di Carlo Acutis)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협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www.miracolieucaristici.org)에서는 전시 내용을 세계 여러 언어로 접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책으로도 엮여 더 널리 퍼졌다. 바티칸 시국 교황 대리인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의 머리말과 함께 출간된 이 책은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됐으며, 우리나라에도 「하늘나라로 가는 비단길 – 성체 기적의 발자취를 따라서 1·2」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빵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앞두고, 전북 김제 들녘에서 특별한 밀 수확이 있었다. 단순한 곡식 추수가 아닌, 성체의 첫걸음이었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대표 심상준 아모스)는 6월 11일 제병을 만드는 데 사용할 우리 밀 품종 ‘고소밀’을 수확했다. 제병 전용 밀의 체계적 재배와 수확이 제병 전용 재배 단지에서 처음 구현된 사례다. 한국교회는 1991년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며 국산 밀로 제병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우리 밀은 수입 밀에 비해 제병처럼 얇고 균질한 반죽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박력분용 품종인 고소밀을 개발했고,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가 이를 제병 생산에 맞춰 재배한 것이다. 고소밀은 색이 밝고 단백질과 글루텐 함량이 낮아 과자용으로 적합하고 추위에 강해 국내 전역에서 재배할 수 있다. 특히 제병 제조에 필요한 얇고 균일한 반죽에 적합한 품종이라는 게 심상준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수확은 한마음 영농조합(대표 장수용)과의 계약 재배를 통해, 농촌진흥청의 재배 설명서에 따라 비료의 양과 토양 상태까지 정밀하게 관리된 단지에서 이뤄졌다. 심 대표는 “이 밀이 제병용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어 작년 말 파종 때부터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키웠다”고 전했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는 이에 더해 2024년 전국에 네 곳의 우리 밀 전문 제분공장을 세웠다. 밀가루의 입도나 제분 방법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는 특성을 고려해 제병에 최적화된 밀가루 가공 전문 시설을 갖춘 것이다. 고소밀은 제분공장에서 제병 맞춤형 밀가루로 가공된 후 전국 가르멜 수녀원에 공급된다. 가르멜 수도자들은 농부들이 정성껏 수확한 우리 밀가루에 기도와 정성을 담아 만든 제병을 전국 성당에 보낸다.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와 한마음 영농조합, 가르멜 수녀원은 향후 제병 전용 재배 단지를 확대하고, 고품질 우리 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심상준 대표는 “고소밀 수확은 제병을 만들기 위한 농산물 재배를 넘어 농민과 수도자, 유관기관 등 교회 공동체의 협력과 정성을 보태 신앙과 생명, 우리 농업의 가치를 지켜가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급률은 2%를 넘지 못한다”며 “국산 밀로 만든 제병이 더 많은 신자에게 알려진다면, 우리 밀에 대한 신뢰와 소비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5년 희년을 맞아,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 ‘아.지.트’가 새롭게 단장한 ‘희년버스’로 다시 거리에 나섰다. 아지트는 안나의집(대표 김하종 빈첸시오 신부) 산하 성남시 남자단기청소년쉼터에서 운영하는 이동형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이다. 김하종 신부는 “희년 버스가 아이들이 희망의 문을 향해 들어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6월 11일, 보라색 외관의 희년버스와 그 옆에 설치된 붉은 천막은 많은 청소년으로 북적였다. 휴대전화도, 자극적인 놀이도 없었지만, 천막 속 아이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작고 낡은 천막 안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희망을 마주했을까? 희년 버스 타고 온 희망 “아지트에 오면 힘을 얻어요. ” 1년째 매주 아지트를 찾고 있는 정민재(18) 군은, 우울증으로 힘들던 시기에 이곳에서 다시 삶의 희망을 붙들었다. 6월 11일 오후 5시, 야탑역 1번 출구 앞. 빨간 천막에 가장 먼저 도착한 그는, 아지트에서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선생님이 건넨 간식을 먹으며, 뒤이어 온 친구와 소소한 일상을 나누었고, 6시 무렵 도착한 봉사자 선생님에게는 이성친구에 대한 고민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 그가 이곳에서 발견한 희망은 단순하지만 깊었다. “제 말을 편견 없이 들어주고, 믿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그 사실이 민재 군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천막을 세운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10개 테이블이 모두 채워졌다. 어떤 중학생은 학원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들러 간식만 먹고 돌아갔고, 한 고등학생 커플은 봉사자 선생님에게 타로카드 상담을 받았다. 24살 청년은 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 파견된 상담 선생님과 한 시간 넘게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중생 6명은 두 시간 넘도록 웃고 떠들며 천막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지트의 천막 안에서는 누구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신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긴 성적도, 집안환경도, 외모도 묻지 않는 공간이다. 대신 “요즘은 어떤 게 좋아?”, “언제 가장 행복해?” 같은 질문이 오가고, “네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따뜻한 말이 건네진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는 민재에게 한 봉사자 선생님이 해준 “네가 찍은 사진, 정말 멋지다”는 그에게 사진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안겨줬다. 민재의 친구 진형준 군은 아지트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2025년, 아지트에는 ‘희년버스’를 타고 온 희망이 조용히, 그러나 깊이 번지고 있었다. 예수님 여정과 닮은 아지트 활동 이동형 아웃리치(Outreach)는 청소년 밀집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위기 상황에 처한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상담과 심리검사,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활동이다. 쉼터나 기관에 스스로 오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찾아가는 돌봄’이다. 청소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방과 쉼터를 통해 오랜 시간 청소년을 도와온 김하종 신부는, 거리의 위기 청소년을 외면할 수 없었다. 2015년, 직접 거리로 나가는 아지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예수님은 성당을 지어놓고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으셨어요. 이스라엘 전역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기쁜 소식을 전하셨죠. 청소년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아지트 활동은 예수님의 여정과 닮아있습니다.” 아지트는 현재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 ▲야탑역 ▲신흥역 ▲경기도 광주시 경안동행정복지센터 등을 찾아간다.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이동형 아웃리치에 참여한 청소년은 총 6299명. 하루 평균 120~140명의 청소년들이 아지트 천막이나 버스를 방문한다. 이곳을 찾은 청소년들은 간식 등 먹거리뿐 아니라 특성화 교육, 심리상담, 의료상담, 기초생활 물품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 동안 진행된 아지트의 상담은 1856건에 이르렀고, 필요한 경우 청소년의 상황에 맞는 유관 기관과 연계해 추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 현재 아지트는 ▲성남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WITHUS ▲성남시청소년쉼터(일시·중장기) ▲소아청소년상담센터 공감 ▲청소년자립지원관 등 43개 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아지트를 찾은 청소년들은 가장 먼저 이용 신청서를 작성한다. 이름과 연락처 같은 인적사항뿐 아니라 가출 여부, 현재 처한 상황을 함께 묻는 문항을 통해 위기 청소년 여부를 선별하고 필요한 지원을 신속하게 연결한다. 올해에만 아지트를 통해 발굴된 위기 청소년은 240명이다. 야외에 설치되는 붉은 천막 옆에는 늘 보라색 ‘희년버스’가 함께한다. 날씨가 좋지 않아 천막을 설치할 수 없는 날에도 청소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희년을 기념해 더 큰 버스로 교체했고, 내부 공간도 보다 쾌적해졌다. 기존에는 간이 칸막이였던 상담 공간도 문이 설치된 독립 공간으로 바뀌었다. 버스 입구에 걸린 ‘희망의 문’ 이미지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나를 지켜주는 어른은 없다’고 느껴온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어른들을 만나 희망을 향한 문을 열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이름도 ‘아지트버스’에서 ‘희년버스’로 새롭게 바뀌었다. 김하종 신부는 “아지트는 몸과 마음의 상처로 아파하는 거리의 청소년들을 위한 치유의 야전병원이자 내 목소리를 가져본 적 없는 친구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의 공간”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희년을 선포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씀하신만큼 아지트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 후원 계좌 농협 301-0121-1372-01(예금주 성남시남자단기청소년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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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일상’에서부터 갈등 해소 노력해야”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평화 교육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시몬 주교)는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와 공동으로 6월 12일 수원교구청 2층 대강의실에서 ‘202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갈등과 평화교육’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분단국가가 안고 있는 사회 갈등의 유형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평화 교육의 방향성과 교회의 역할을 함께 모색했다. 통일연구원 박주화 연구위원은 제1발제 ‘갈등심리와 평화 교육’에서 한국 사회 갈등의 근본 원인을 분단이 낳은 이분법적 사고와 ‘관용이 결여된 확신’에서 찾았다. 박 위원은 정치적 요인, 민족·문화 간 긴장, 일상 속 집단 간 갈등 등으로 갈등 유형을 구분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갈등은 ‘고착화된 갈등’(untractable conflict)이라는 특징을 지니며, 이해관계의 충돌을 넘는 집단의 정체성, 역사적 기억, 감정적 구조와 일상의 신념 체계에 깊이 뿌리 내린,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갈등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갈등 유형을 한반도라는 특수한 지형에서 검토한 박 위원은 “사회에 필요한 평화 교육이, 분단으로 인한 불편함과 제약조차도 명확히 언어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추상적 당위나 도덕적 수사만을 반복하는 공허한 설교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고착화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평화 교육 전략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 ▲체험과 성찰을 결합한 교육 방법론 활용 ▲공감과 비판적 성찰의 균형 있는 발달 ▲학교를 넘어 사회와 종교기관으로 확장하는 평화 교육 등을 제안했다. 특히 사회 갈등이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교회가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겸손과 성찰의 자세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평화 교육이 실효를 거두려면 거시적 담론에서 벗어나 구체적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함세정 박사는 ‘단순한 해답 벗어나기: 지금, 여기의 평화 교육을 위한 전환’ 주제 발제에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하려는 ‘새’의 시선이 아니라, 문제의 현장에 깊숙이 위치한 ‘벌레’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한국 사회 평화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함 박사는 한국 사회와 교회가 평화 교육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역시 “‘지금 여기’의 현장을 쉽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평화 교육의 답을 미리 정해 놓거나 수학 공식처럼 정형화시킬 것이 아니라, 갈등 현장에서 ‘현재성’을 만들어 나가며 평화 교육을 추동하고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역시 전체 토론과 질의응답에서 “인간성을 점점 잃어 가는 사회에서 가까운 이웃을 존중하지 못하면서 평화 교육이나 통일 논의를 할 수는 없다”며 “평화는 내 주변에서부터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학 전공자인 손서정(베아트릭스) 박사 또한 “한 개인 또는 집단 차원에서 평화로웠던 상태가 다른 개인과 집단 차원으로 옮겨 가면 폭력적인 모습을 띠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진단하고 “평화는 구체적인 관계성 안에서 교육해야 하며 인간의 실질적인 삶과 평화를 연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안동교구, 최양업 신부 선종지 진안리성지서 시복시성 염원

안동교구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 선종 164주년 기념일인 6월 15일 경북 문경 진안리성지에서 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주례로 ‘희망의 순례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시성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당초 교구는 신앙대회를 계획했지만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지역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교구민·이웃들과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미사를 봉헌했다. 권 주교는 강론을 통해 “최양업 신부님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쉼 없이 길 잃은 양들을 찾아 나선 ‘길 위의 목자’이자 ‘땀의 순교자’였다”며 “여러분 모두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에게 시복시성의 은혜가 내려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시성을 위한 전구 기도의 날을 맞아 전구 기도를 통한 치유의 은총과 기적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영성체 후에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가 교구에 보낸 메시지를 사목국장 황영화(마티아) 신부가 대독했다. 가스파리 대주교는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사도적 열정은 시련 속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서로 아끼며 살아가는 안동교구 신자들의 신앙 속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며 “신부님이 하루빨리 복자품에 올라 온 교회의 공경을 받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이날 미사 중에는 최양업 신부 서한 필사자 150여 명이 필사본을 봉헌하고 권혁주 주교의 축복장을 받았다. 또 프랑스 가수 클레르 시몽(Clarie Simon)이 ‘사명’을 독창했으며 교구 문경지구 성가대 아마레(AMARE)와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수녀들이 ‘희망의 순례자들’을 합창했다. 예비신학생과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수련 수녀를 위한 축복기도와 십자가 수여식도 열렸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안동 가톨릭 미술가회와 가톨릭 문인회가 최양업 신부를 주제로 제작한 작품들도 전시됐다. 작품들은 7월 15일까지 안동교구청에서 전시된다.

의정부평협, 여성 사목회장 간담회 개최

의정부교구가 교구 여성 사목회장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평신도 여성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앞으로의 교구 사목 방향에 반영하기로 했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고진철 라우렌시오)는 6월 11일 교구청 회의실에서 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와 사제, 교구 여성 사목회장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 사목회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이 사목회장을 맡는 것이 흔치 않은 현실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극복 과정, 그리고 봉사 안에서 느낀 기쁨과 보람을 나눴다. 아울러 여성 리더십의 강점과 전망 등 폭넓은 주제를 공유했다. 덕정본당 차순자(미카엘라) 사목회장은 “그동안 한 번도 여성이 사목회장을 맡은 적이 없는 본당이어서 신자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신자분들도 이제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무엇보다도 기도로 큰 힘을 얻어 지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발산본당 박미경(세라피나) 사목회장은 “신자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데 있어 여성 사목회장의 장점이 드러난다”며 “평일 미사 후 신자들이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의 사정을 섬세하게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참석자들은 본당에서 종종 요구되는 보수 공사나 건축 관련 업무처럼 여성에게 생소한 분야는 남성 신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손희송 주교는 “교회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다”며 “여성의 리더십 확대는 우연이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는 갈등을 넘어 화합을 이루는 공동체로서 사회에 ‘본보기’를 제시해야 한다"며 "여성 사목회장님들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신앙 감각으로 주님 안에 하나 되는 본당 공동체를 잘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서울평단협 생명가치존중세미나…“인공지능에 대한 올바른 신앙적 접근법은?”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사제 김연범 안토니오, 이하 서울평단협)는 6월 14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2025 상반기 생명가치존중세미나’를 열었다. 서울평단협 가정생명위원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는 ‘교회의 생명윤리와 인공지능에 대한 신앙적 접근’을 주제로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가 강의했다. 박 신부는 인공지능의 정의와 종류, 생성형 인공지능의 작동 방식과 장·단점을 소개하고, 「인공지능에 대한 로마 선언」과 교황청 신앙교리부·문화교육부가 발표한 「옛 것과 새 것」 등 인공지능에 관한 교회의 입장과 가르침을 전했다. 박 신부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관계적 지성의 지평 안에서 고려해야 하고, 인간적인 모든 것에 대한 감사를 새롭게 해야 한다”면서 “‘마음의 지혜’는 기술을 인간 중심적으로 활용하도록 인도하고, 인류를 궁극적 목적지인 행복과 하느님과의 완전한 친교로 이끌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안재홍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바야흐로 인공지능 대홍수 시대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강조한 바 있듯이, 인공지능 사용에는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인공지능은 가톨릭교회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

진료소로 변신한 성당…이주민 위해 열리는 ‘행복마을’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충청남도의 외국인은 15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약 7%로, 전국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충남 논산에는 성당을 울타리 삼은 이주민 지원 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논산 행복마을’이다. 6월 15일 충청남도 논산부창동성당(주임 김창선 안드레아 신부).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나눔을 하는 행복마을(촌장 임인식 요한)이 열렸다. 현장은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과 봉사자들로 북적였다. 임인식 촌장은 “논산뿐 아니라 충청도 전역에서 매월 100명 가까운 이주민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행복마을은 2017년부터 대전 포콜라레와 대전교구 가톨릭 간호사회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주일 성당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내과·치과·물리치료·한방 진료와 미용 봉사를 제공하며, 교구 사회복지국 산하 푸드뱅크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나눈다. 마을은 포콜라레 창시자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의 가르침과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라는 복음 말씀을 토대로 이주민을 향한 사랑 실천에 목표를 두고 있다.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대전모이세 전담 이성진(다미아노) 신부는 “행복마을은 어려운 이웃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사례”라며 “우리 손이 닿는 곳까지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한 사람의 어려움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을 가진 이주민들이 성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교우들이 모국어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각 나라 사제들을 모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복마을을 찾은 이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주민을 위한 보다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13년째 거주하고 있는 파키스탄 국적의 샤자한(바오로·논산부창동본당) 씨는 “고물가 시대에 행복마을은 큰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한국어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이 많지만,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정작 턱없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표했다. 현재 논산시의 이주민 대상 한국어 교육은 1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선착순 4개 기업에만 제공돼, 7000여 명이 넘는 이주민이 거주하는 현실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소규모 사업장의 이주민은 지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봉사자들은 행복마을이 널리 알려져 보다 많은 이주민이 혜택을 받기를 희망했다. 20여 년간 의료봉사한 황관옥(프란치스카·대전교구 유천동본당) 간호사는 “이주민들은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병원 방문을 주저한다”며 “행복마을은 미등록 이주민도 안심하고 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원 30주년’ 대전교구 성모의 마을…“하나되는 공동체로”

대전교구 성모의 마을(시설장 남금숙 수산나 수녀)은 6월 10일 충청남도 논산시 상월면 선비로 1166 현지에서 ‘서로 존중하며 사랑으로 하나되는 공동체’ 주제로 개원 3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 주례로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성모의 마을 장애인과 직원을 비롯한 행사 참가자들은 30년을 넘어 앞으로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성모의 마을은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 성 프란치스코 수녀회(원장 김석화 효임 골룸바 수녀)가 1995년 설립한 중증장애인 재활·돌봄 공동체다. 수녀회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복음 말씀과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성인의 희생과 사랑의 영성을 실천하고자 성모의 마을을 세웠다. 한정현 주교는 축사에서 “설립 당시 대전교구장이셨던 고(故) 경갑룡(요셉) 주교님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성모의 마을이 지금의 터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30년이 흘러 지금은 66명의 장애인과 50명의 직원이 동고동락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가족 공동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과 지자체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노후 시설을 보수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드린다”며 “성모의 마을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모든 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린다”고 전했다. 남금숙 수녀는 인사말에서 “공동체 가족들, 자립해 지역사회로 나간 이들, 이미 선종한 가족들까지 기억하겠다”며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기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 이콘 동호회 작품전시회 개최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주임 양장욱 베드로 신부) 이콘 동호회(회장 전중정 마리아, 지도 서성훈 바오로 신부)는 6월 13일 성당 1층 로사리오 카페에서 이콘 축복식을 거행하고 18일까지 제5회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2018년 9월 출범한 이콘 동호회는 이콘이 교회의 소중한 자산이자 ‘기도의 그림’임을 알리고, 작업 과정에서 개인 지향 기도와 피정을 마련하는 등 회원들의 신심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이콘은 그리스어로 ‘모상’, ‘형상’을 뜻하며, 신앙과 성경의 내용을 표현한 성화로 제2차 니케아공의회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콘 동호회는 <예언자 엘리아>, <만딜리온>, <자비의 성모>, <전능자 그리스도>, <구원의 십자가> 등 작품 15점을 선보였다. 이콘을 올해 처음 접한 박민경(엘리사벳·청담동본당) 씨는 “이콘 선생님께서 작품 제작 기간 동안 개인 지향 기도를 바칠 것을 권유해서 매일 기도를 드렸다”며 “이콘 덕분에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졌고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진희(일리나·청담동본당) 씨는 “이콘을 제작하는 것은 수련 과정과 같다”며 “수사님들이 묵상하는 것처럼 작품 내용을 묵상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당은 현재 이콘을 비롯해 마리아 전례무용, 도자기, 수필 등 24개 동호회를 운영하며 신자들이 문화 활동으로 신앙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힘쓰고 있다. 양장욱 신부는 “이콘 제작 과정에서의 묵상과 기도는 깊은 신앙 여정”이라며 “10주년까지 활동을 이어가면서 신자들이 이콘으로 신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동호회원들을 격려했다.

‘수도자·청년’ 함께하는 시간…“오세요”(OSEYO) 개최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고 있는 남·녀 수도회가 청년 세대와 친교를 나누고 신앙을 증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회장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회장 나현오 현오레지나 수녀)는 오는 9월 20·21일 양일간 충청남도 천안의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오세요’(OSEYO)를 개최한다. 대상은 비신자를 포함해 39세 이하 미혼 청년 200명, 축성생활자 200명 총 400명이다. ‘오세요’는 ‘Open Space Every YOuth’의 줄임말로, ‘교회 청년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축성생활자들의 마음 자리’를 의미한다. 의미에 걸맞게 청년과 수도자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함께 숨을 고르며 이야기를 나누고 하느님을 바라보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세부 일정은 ▲토크콘서트 ▲수도자 빌리지 ▲성시간과 고해성사 ▲함께 걷는 엠마오 ▲미사 등으로 구성됐다. ‘축성생활의 해 청년위원회’는 “축성생활자들과 청년들이 ‘숨’을 고르고 신앙생활의 본질과 의미를 되새겨 이들이 주님을 향해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 서로 관심과 사랑을 나누도록 주제와 일정을 정했다”며 “삶의 방향을 묻는 이들, 신앙 안에서 쉼을 찾고픈 이들이 길을 찾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모집 기간은 6월 30일까지며, 축성생활자 모집은 오는 7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선착순으로 받는다. 참가비는 7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