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25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 당선 작가를 만나다

황혜원
입력일 2025-06-18 08:46:01 수정일 2025-06-18 09:37:21 발행일 2025-06-22 제 344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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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1898, 공모전 수상자로 양승원·이재행 작가 선정…7월 수상 기념 개인전 개최

서울 명동 갤러리1898(관장 진슬기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이 주최한 ‘2025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에서 양승원(글로리아·27·서울대교구 신천동본당)·이재행(유스티노·26·서울대교구 반포4동본당) 작가가 당선됐다. 두 작가는 오는 7월 갤러리1898에서 각각 수상 기념 개인전을 연다. 전시를 앞둔 두 작가를 만나 수상 소감과 전시 계획, 작품 활동에 영향을 끼친 신심 등에 대해 들었다.

■ 양승원 작가, “주님 향한 사랑이 성미술의 길로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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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원 작가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성미술의 길로 이끌었다. 앞으로도 신앙의 끈을 붙잡고 눈에 보이지 않는 종교의 신비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위로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황혜원 기자

도자기 공예를 공부한 양승원 작가는 도예 분야로는 공모전 첫 수상자다. 양 작가는 먼저 “성미술 분야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큰 상을 받아 얼떨떨한 동시에 계속해서 믿음을 갖고 작업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첫 번째 개인전을 여는 양 작가는 ‘손’을 주제로 한 15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도예와 가톨릭의 접점에서 출발한 전시로 ‘손’과 ‘흙’ 그리고 ‘기도’를 매개로 한 내면의 묵상을 보여 준다.

그에게 흙이란 내면의 신앙과 고민을 담아낸 그릇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흙은 불을 통해 단단해진다. 양 작가는 신앙과 믿음의 시간을 지나며 점점 정제되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기도하는 손을 나타낸 <손끝의 묵상>은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정성스러운 손길로 도자기를 만들듯, 기도할 때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데서 착안했다. 기도가 하느님께 닿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기도를 통해 뾰족했던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 묵상을 담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을 그려 낸 그는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따뜻한 말을 걸 수 있다면 커다란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작가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건 든든한 백이 있는 것”이라며 “언제나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 덕분에 일상에서든, 작업에서든 당당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성미술의 길로 이끌었다”면서 “앞으로도 신앙의 끈을 붙잡고 눈에 보이지 않는 종교의 신비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위로의 작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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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행 작가는 “신앙은 그림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가치”라며 “이미 완성된 가톨릭의 진리를 새롭게 풀어 담론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황혜원 기자

■ 이재행 작가, “가톨릭의 ‘뜻밖의’ 이미지 보여주고 싶었죠”

이재행 작가는 “좋은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 감사한 마음”이라며 “공모전 수상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었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성모님’을 주제로 한 전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약 20점의 아크릴 회화 등을 선보이는 그는 “성모님은 무한대로 확장 가능한 주제로, 역사적이면서도 초역사적인 성모님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거북이를 안은 마리아님>은 우리를 보호하고, 돌봐주는 성모님을 표현한 대표 작품이다.

이 작가에게 신앙은 그림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가치다. 한동안 무신론자가 되어 방황했던 시기와 불안했던 마음 등은 그를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이끌었고, 다시 하느님 앞으로 돌아오게 했다. 결국 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며, 오직 자신만을 믿으며 나아갈 때 진리에서 더욱 멀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는 현재 종교학과에 재학하며 종교와 인간을 깊이 탐구하고 있다. ‘그림’과 ‘신앙’은 내면에 가득 찬 질문을 세상에 자유롭게 던지도록 한다. 때문에 그에게 가장 기쁨이 되는 순간은 그림을 통해 주변과 세상에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 줄 때다.

이 작가는 “가톨릭은 이미 완성된 진리지만, 그럼에도 관습적인 것이 아닌 ‘뜻밖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그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담론의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일상의 주된 관심사인 그리스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싶다”며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든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양 작가의 전시는 7월 4일부터 13일, 이 작가의 전시는 7월 18일부터 27일까지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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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작업 중인 양승원 작가의 <손끝의 묵상>. 황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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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행 작가 <거북이를 안은 마리아님>. 갤러리1898 제공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