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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서울 순교자현양위, 「기해·병오박해 자료집」 발간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욥 주교, 이하 현양위)가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 100주년을 맞아 「기해·병오박해 자료집」을 발간했다. 현양위가 지난해 발간을 결정했던 「기해·병오박해 자료집」은 79위 시복 100주년 기념일인 7월 5일 오후 3시 서울대교구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봉헌하는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 100주년 기념미사’ 중에 봉정할 예정이다. 미사가 열리는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는 79위 순교자 가운데 41위가 순교한 성지이자, 단일 성지로는 가장 많은 수의 순교자가 성인품에 오른 한국 최대의 순교성지이기도 하다. 1925년 7월 5일 교황청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 시복식은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국 천주교회가 보편교회 안에서 그 독립적 존재를 인정받았던 중요한 사건이었다. 「기해·병오박해 자료집」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 정부기관에서 작성한 공식 기록물 중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관련 내용을 발췌해 번역하고 정리한 첫 사례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형조, 포도청 등에서 오간 지시문, 보고서, 신문(訊問) 기록 등 정부 차원의 공식 문서를 바탕으로 구성해 기존의 증언 중심의 사료와는 차별화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한문 원문과 번역문을 동시 수록해 한문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는 일반인은 물론 한국교회사 연구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념미사 후에는 1925년 열린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시 ‘Anima Mundi’(세상의 영혼) 개막식이 열린다. ‘세상의 영혼’ 전시는 1925년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제약 속에서도 ‘조선 천주교회’가 독립적인 주체로서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참가한 사실을 조명한다. 바티칸 민족학박물관의 협조 아래 당시 ‘조선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조선의 문화적, 민족적 특징이 담긴 출품작들을 통해 조선 말기의 시대적 정황과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조선의 모습을 되짚어볼 예정이다. 1925년 희년을 맞아 비오 11세 교황이 개최한 바티칸 선교박람회는 이전의 서구 중심 박람회와는 달리, 각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 행사였다. 이를 통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인식을 널리 퍼트리며 전 세계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공존을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현양위 부위원장 원종현(야고보) 신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순교자들의 신앙을 다시금 되새기고, 「기해·병오박해 자료집」 간행이 한국교회사 연구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4면

서울대교구 민화위, 한반도 평화 위한 과제 모색…“美·日 교회와 협력 필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설립 30주년을 맞아 6월 22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영성센터에서 기념학술회의를 개최하고, 30년 역사 속 남북 관계의 변화를 살펴보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모색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는 제1발표 ‘서울대교구 민화위 30년의 교회사적 의미’에서 “광복 50주년을 맞아 민족화해위원회를 결성한 서울대교구는 북한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나누고자 노력을 경주하는 등 남북 관계 악재 속에서도 기본적인 사업들을 꾸준히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조 신부는 서울 민화위가 3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더욱 많은 사제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하고, “연구와 교육 분야에 있어 현대의 사회학·통계학적 연구와 병행해 과거의 생각과 옛 연구 내용을 다시 검토하는 역사적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태균(가브리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제2발표 ‘지난 30년 남북 관계의 변화, 희망과 좌절: 교회의 고민과 과제’에서 “남북 관계는 국가적 차원과 민족적 차원이 공존하는 동시에 협력적·대결적 관계도 공존한다는 특징이 있어 진보와 보수 정부를 기준으로 남북 관계를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30년 동안 남북 관계가 변화하는 흐름에 작용한 동인과 관련해, “북한 내부 문제와 더불어 남한과 북한 사회가 통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가 달라진 측면이 있다”면서 “북미 관계와 한중 관계 그리고 미국 내 공화당과 민주당 정책에도 남북 관계는 영향을 받아 왔다”고 분석했다. 단절된 남북 교류에 대해 ‘조급할 필요 없다’는 견해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가 모두 존재하는 상황을 언급한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고 지적하면서 “남북 교류 재개를 위해서는 학술 단체들의 역할과 스포츠 행사 개최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변진흥(야고보)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자문위원은 제3발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우리 교회의 역할과 과제’에서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먼저 개괄한 뒤, 남북한 ‘두 국가론’이라는 잠정적 현실 앞에서 교회의 과제를 살폈다. 변 위원은 “2010년 5·24조치 이후 실질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은 중단됐고, 북한도 이제는 인도적 지원 방식을 거부하고 있어 한반도 두 국가론에 맞는 접근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위원은 이어 “재북(在北) 교회의 교구장 서리 체제는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한시적 조치이므로 한국교회는 긴 호흡으로 교황청과 북한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포함해 교구장 서리 체제를 진단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교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미, 북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미국·일본 주교회의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2면

[인터뷰] 미수습 전사자 유해 발굴과 영원한 안식 위해 기도하는 이충호 할머니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위패봉안관에 갈 때마다, 어딘가 묻혀 있을 오빠의 유해를 하루라도 빨리 찾아 양지 바른 곳에 모셔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이충호(제노베파·93·수원교구 군포 용호본당) 할머니는 해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6·25전쟁 중 전사했지만 75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해를 찾지 못한 오빠 이종호 씨 영혼을 위해 더욱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오빠가 1948년 육군사관학교 8기생으로 입교한 뒤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1950년 11월 26일, 강원도 양구·화천 전투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나중에서야 듣게 됐지요. 아직까지 유해를 찾지 못해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것이 여전히 가슴 깊은 한으로 남아 있어요.” 이 할머니는 오빠의 유족이라고는 이제 자신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생각에 위패를 모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는다. 혼자 힘으로는 어려워 아들이나 손자녀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꼭 발걸음을 옮긴다. “좁은 공간에 무려 10만4000여 명의 미수습 전사자 이름이 검은 오석에 빼곡히 적혀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전사자 유해를 발굴했다는 소식이나 수습한 유해가 최고의 예우 속에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장면을 뉴스에서 접하면, 우리 오빠를 비롯해 수많은 미수습 전사자 유해도 하루 빨리 찾아 정성껏 비석을 세우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이 할머니는 미수습 전사자들이 한국교회와 사회에서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섭섭함도 토로했다. “성직자들과 정치인들이 국립묘지에 찾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미수습 전자사 위패봉안관에 모셔진 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혈육이 아니라고 이렇게 무관심해서는 안 되지요.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분들임에도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 교회와 사회가 더욱 합당한 예우를 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21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김주영 주교, “갈등 해결 위해 ‘희망’ 잃지 않아야”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시몬) 주교는 202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6월 25일)을 맞아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평화의 순례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고, 광복 80주년이 되는 올해 한반도 갈등 해소와 평화 정착을 기원했다. 김주영 주교는 “광복은 1948년 한반도의 분단으로 완성되지 못한 독립으로 남아 현재까지 아픈 역사로 이어지고 있고,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벅찬 마음으로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단을 아파하며 살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이루는 데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고민해 줄 것을 당부한 김 주교는 “2, 3년 전부터 이어진 남북한의 대치와 갈등은 멈출 줄 모르는 시계추와 같았고, 지난 해에 적대적으로 주고받은 무인기와 전단지, 오물 풍선은 서로 증오심만 키웠다”면서 “우리는 일상의 평화가 얼마나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문단 삭제 가능)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는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는 ‘불신과 갈등의 늪’이었다는 한국 보건 사회 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한 김 주교는 “실제로 거리와 광장뿐 아니라 국회와 사법 기관에서도 이해와 대화보다는 혐오와 비방으로 뒤엉킨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서적 내전 상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그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지난 겨울부터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분단 동안 쌓인 이념의 갈등을 압축해서 보여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주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폭력과 증오가 아닌 평화와 화해의 길을 이룩하고자 했던 모든 이를 기억하며, 한반도 분단이 남긴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거두어 낼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모든 갈등을 이겨 내는 첫 걸음은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루빨리 한반도에 갈등이 해소되고 평화가 깃들기를 함께 기도하며, 평화를 지키시는 주님의 제자가 돼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평화의 순례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2면

“한국 사회, ‘일상’에서부터 갈등 해소 노력해야”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평화 교육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시몬 주교)는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와 공동으로 6월 12일 수원교구청 2층 대강의실에서 ‘202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갈등과 평화교육’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분단국가가 안고 있는 사회 갈등의 유형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평화 교육의 방향성과 교회의 역할을 함께 모색했다. 통일연구원 박주화 연구위원은 제1발제 ‘갈등심리와 평화 교육’에서 한국 사회 갈등의 근본 원인을 분단이 낳은 이분법적 사고와 ‘관용이 결여된 확신’에서 찾았다. 박 위원은 정치적 요인, 민족·문화 간 긴장, 일상 속 집단 간 갈등 등으로 갈등 유형을 구분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갈등은 ‘고착화된 갈등’(untractable conflict)이라는 특징을 지니며, 이해관계의 충돌을 넘는 집단의 정체성, 역사적 기억, 감정적 구조와 일상의 신념 체계에 깊이 뿌리 내린,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갈등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갈등 유형을 한반도라는 특수한 지형에서 검토한 박 위원은 “사회에 필요한 평화 교육이, 분단으로 인한 불편함과 제약조차도 명확히 언어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추상적 당위나 도덕적 수사만을 반복하는 공허한 설교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고착화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평화 교육 전략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 ▲체험과 성찰을 결합한 교육 방법론 활용 ▲공감과 비판적 성찰의 균형 있는 발달 ▲학교를 넘어 사회와 종교기관으로 확장하는 평화 교육 등을 제안했다. 특히 사회 갈등이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교회가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겸손과 성찰의 자세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평화 교육이 실효를 거두려면 거시적 담론에서 벗어나 구체적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함세정 박사는 ‘단순한 해답 벗어나기: 지금, 여기의 평화 교육을 위한 전환’ 주제 발제에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하려는 ‘새’의 시선이 아니라, 문제의 현장에 깊숙이 위치한 ‘벌레’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한국 사회 평화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함 박사는 한국 사회와 교회가 평화 교육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역시 “‘지금 여기’의 현장을 쉽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평화 교육의 답을 미리 정해 놓거나 수학 공식처럼 정형화시킬 것이 아니라, 갈등 현장에서 ‘현재성’을 만들어 나가며 평화 교육을 추동하고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역시 전체 토론과 질의응답에서 “인간성을 점점 잃어 가는 사회에서 가까운 이웃을 존중하지 못하면서 평화 교육이나 통일 논의를 할 수는 없다”며 “평화는 내 주변에서부터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학 전공자인 손서정(베아트릭스) 박사 또한 “한 개인 또는 집단 차원에서 평화로웠던 상태가 다른 개인과 집단 차원으로 옮겨 가면 폭력적인 모습을 띠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진단하고 “평화는 구체적인 관계성 안에서 교육해야 하며 인간의 실질적인 삶과 평화를 연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1면

평양교구 신우회, 분단·전쟁 아픔 간직하며 ‘남북 화해’ 기도

한국천주교회는 매년 6월 25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며, 1945년 해방과 함께 시작된 분단의 현실과 6·25전쟁의 아픔을 기억한다. 이 날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분단의 상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평양교구는 한국전쟁의 비극을 가장 깊이 간직한 교구다. 교구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평양교구는 지금도 살아 있는 교구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그 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다. 교구 역사 이어가는 ‘평양교구 신우회’ 평양교구의 역사를 보존하고 이어가려는 신자들이 있다. ‘평양교구 신우회’ 회원들이다. 현재 서울대교구 장긍선(예로니모) 신부가 지도신부를 맡고 있다. 평양교구 신우회는 1949년 11월 6일, 남북 분단 이후 서울로 내려온 평양교구 출신 신자들이 명동대성당에서 결성했다. 초대 지도신부는 평양교구 중화본당 주임을 지낸 고(故) 강현홍(요한 사도) 신부였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으로 월남한 신자들도 많아지면서 ‘평양교구 신우회 부산지부’도 설립됐다. 설립 당시부터 평양교구 신우회 회원들은 명동대성당에서 정기 미사를 봉헌했고, 지금도 매월 넷째 주 수요일 오전 11시 명동대성당 문화관 소성당에 모여 미사를 이어가고 있다. 설립 76년이 흐르며 평양교구 신우회는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6·25전쟁 이전에도 명동대성당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신자들이 정기 미사에 참여했고, 전쟁 이후에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남하한 평양교구 출신 신자들이 더해지면서 신우회는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1세대 신자 대부분이 선종했고, 생존해 있는 소수 역시 고령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는 그 자녀 세대를 중심으로 매월 약 10여 명이 정기 미사에 모이며 교구의 신앙과 전통을 조용히 이어가고 있다. 82년간 이어진 ‘평양교구 봉헌문’ 비록 단체의 규모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평양교구 신우회의 상징과도 같은 신심 활동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정기 미사 후 바치는 ‘평양교구 봉헌문’이다. 회원들은 미사 후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이 봉헌문을 자주 바치며, 여전히 살아 있는 평양교구의 역사와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평양교구는 1927년 3월 17일 서울대목구로부터 분리돼 평양지목구가 설정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943년 3월 현재 하느님의 종으로 시복이 추진되고 있는 홍용호(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가 제6대 교구장으로 부임했다. 홍 주교는 같은 해 5월 1일 ‘평양교구 봉헌문’을 반포했다. 당시 그는 교구 내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에게 공식 예식과 매일 미사 후 그리고 가정에서도 이 봉헌문을 바치도록 독려했다. 이는 일제에 의해 교구장을 비롯한 메리놀 외방전교회 선교사 전원이 구금, 추방되는 어려운 시기에 신자들이 기도로 결속해 신앙을 지켜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해방 이후 공산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평양교구 신자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교구 주보인 예수성심께 ‘평양교구 봉헌문’을 바쳤다. 평양교구 신우회 회원들은 현대어로 일부 문구를 다듬은 봉헌문을 현재까지도 계속 바치고 있으며, 이는 2027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앞두고 그 신앙의 맥을 지금까지도 충실히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7년 교구 설정 100주년 향해 장긍선 신부는 “2027년 평양교구 설정 100주년을 앞두고, 2026년에는 「평양교구 100주년사」 발간과 함께 홍용호 주교가 생전에 남긴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편찬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주년을 계기로 평양교구 신우회의 활동 역사 또한 새롭게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장 신부는 특히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교황님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나 북한 청년들을 서울에 초청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희망을 잃지 않고 남북 화해와 일치를 위해 꾸준히 기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느님의 뜻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일이 실현될 수 있다”며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양교구 신우회 전구호(막시미노·71) 총무는 “1세대 회원들은 젊은 시절 열정적으로 활동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90대가 되어 정기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안타까움을 표하고 “그분들의 자녀 세대가 일상 속에서 신우회 활동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12면

‘평양교구 신우회’가 갖게 하는 꿈

꼭 13년 전이던 2012년 6월 ‘평양교구 신우회’ 총무로 일하던 김만복(로사) 씨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80세였다. 평양에서 기차 한 정거장 거리인 평안남도 서포에서 태어난 분이다. 6·25전쟁 중 1950년 12월 7일 대동강을 건너 월남해 남대문시장에서 평생 장사를 하며 건실하게 살았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자택에서 만났을 때, 서포와 평양이 함께 나오는 위성 지도를 손에 들고 어릴 적 고향과 성당에서 생활하던 모습을 생생하게 설명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13년 만에 평양교구 신우회를 다시 취재하며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평양교구 1세대 신자들은 대부분 선종했거나 생존해 있어도 외부 활동은 어렵다고 한다.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문화관 소성당에서 매월 넷째 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평양교구 신우회 정기미사에는 자제들 위주로 10명 정도가 모이고 있다. 평양교구 신우회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외형적으로 작아진 것보다 더 큰 변화는 한국 사회가 갖는 통일에 대한 당위성과 열망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평양교구 신우회를 지도하는 장긍선(예로니모) 신부가 “제일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했던 말이 크게 다가왔다. 분단 80주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남한과 북한이 한 민족, 한 나라였고 그렇기에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사실조차 낯설게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거부하는 청년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평양교구 신우회는 교회 안에서 분단과 6·25전쟁의 아픔을 가장 크게 안고 있는 단체다. 평양교구 신우회를 바라보며 남과 북이 다시 만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하나의 나라가 되는 꿈을 꾸게 된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23면

원주교구 평협, ‘창조질서 보전’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 나서

원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박창건 마카엘, 이하 원주 평협)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상임이사 백학현 베드로 신부, 이하 사회복지회)는 5월 27일, 자원순환 전문기업 ㈜바라임팩트(대표 강인곤 요한 세례자)와 ‘기후위기 취약계층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자원순환 실천 네트워크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식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열렸으며, 신앙 안에서 창조질서 보전의 소명을 실천하려는 교회와 기업이 손을 맞잡고 지속 가능한 환경보전 활동과 이웃사랑을 동시에 실천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협약에 따라 ㈜바라임팩트는 교구 내 투명페트병, 알루미늄 캔, 폐지 등의 수거, 운반, 판매, 데이터 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원주 평협과 사회복지회는 각 본당과 신자들, 그리고 사회복지회 산하 기관과 단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원순환 운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교육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교구 입장에서는 수거 관련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주교구는 기존에도 주로 투명페트병 수거활동을 했지만 이번 협약을 통해 수거 품목을 알루미늄 캔, 폐지는 물론 나아가 노트북, 휴대폰과 같은 폐디지털기기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백학현 신부는 “이번 협약은 개별 본당이나 시설 단위에서 이뤄지던 자원순환 활동을 교구 차원에서 체계화하고, 전문기업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따라 환경을 보호하고, 그 결실로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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