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지오 활동 68년째…마음에 주님 모시면 언제나 천국”

박효주
입력일 2025-05-21 09:44:45 수정일 2025-05-21 09:44:45 발행일 2025-05-25 제 344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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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94세에 쁘레시디움 단장 맡은 전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 허융자 씨
새벽 미사·묵주기도 100단 매일 봉헌하기도…교구장 명의 축복장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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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 94세 레지오 단장 허융자 씨는 “마음에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을 모시고 산다”며 “저절로 겸손하고 조심하게 되고, 그분들 마음에 드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94세라는 나이에 레지오 단장을 권유받았어요. 한사코 거절했지만 회합 시작 부분만이라도 맡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수락했죠.”

전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 허융자(헬레나) 씨는 올 초 레지오 마리애 ‘죄인의 희망’ 쁘레시디움 단장이 됐다. 고령에도 평소 왕성한 기도와 활동을 하는 허 씨였기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허 씨는 1957년 교구 전동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시작한 레지오에서 무려 68년째 활동하며 동료 단원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건강을 염려한 의사의 소견에 따라 몇 달 전 중단하긴 했지만, 허 씨는 입교 후 매일 새벽 미사를 참례했다. 성당에 허 씨의 지정석이 있을 정도였다. 또 다리 수술로 입원했을 때를 빼고는 레지오 회합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 사는 자녀를 방문했다가도 주 회합 참석을 위해 서둘러 집에 왔다. 이러한 근면한 활동으로 5월 17일 봉헌된 ‘교구 레지오 마리애 도입 70주년 기념 미사’에서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명의의 축복장을 받았다. 

성실한 참석 비결에 대해 허 씨는 “우리는 성모님의 군단인데 어떻게 레지오를 빠질 수가 있냐”고 반문했다. 젊은 시절 하루에 묵주기도를 100단씩 바쳤던 허 씨는 지금도 70단 이상을 바치고 있다.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면서도 개인 한 명 한 명을 다 기억하시는 성모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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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 94세 레지오 단장 허융자 씨가 5월 17일 ‘교구 레지오 도입 70주년 기념 미사’에서 축복장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허융자 씨 제공

허 씨는 늘 손에 쥐고 다니는 묵주에 대해 “특별히 아끼는 묵주는 없다”며 “묵주는 다 똑같이 거룩한 성모님께 기도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남편 때문에 힘들었지만 성모님께 모두 맡기며 버텼어요. 남편이 가끔 집에 올 때마다 정성을 다해 대접하니 결국 마음을 다잡고 80세에 세례와 견진까지 받았죠.”

허 씨는 신앙인의 모범을 보이며 60여 명의 입교를 도와 2014년에는 레지오 선교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건 남편 전교였다. 당시 현실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하루는 죽느냐, 사느냐 문제로 성당 성모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그때 허 씨에게 ‘피에타’ 상이 떠올랐다. 허 씨는 ‘내 고통은 성모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깨달은 후 성모님께 더욱 의탁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남편은 이따금 집에 들러 이혼을 요구했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발톱을 직접 깎아주고 밥상을 극진히 차려 줬다. 한 영혼의 구원을 위한다는 일념에서였다. 자녀들과 본당 신부·수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세례를 받은 남편은 이후 병자성사까지 받고 평안히 선종했다. 허 씨는 모든 것에 감사할 뿐이다.

“저는 늘 ‘지금이 천국이다’라는 말을 하며 살아요. 제 마음에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을 모시고 사니까요. 그걸 생각하면 저절로 겸손하고 조심하게 되고, 그분들 마음에 드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된답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