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를 보고 신앙인으로서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인간 창조 섭리를 다시금 숙고하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교황청을 배경으로 한 최고의 정치 드라마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황 선출에 따른 온갖 음모와 권력 투쟁에 대한 현상을 뛰어넘어 개인적으로 교황 선출 과정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가톨릭 신앙의 본질과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자세를 다시금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잔잔한 감응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이 영화 속으로 잠시 들어가 봅니다.
교황의 갑작스러운 서거 이후 교황청은 혼란에 빠집니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전 세계의 추기경 108명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시스티나 경당에 모입니다. 콘클라베(Conclave)라 불리는 이 과정은 신성한 의식이자 치열한 정치 싸움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는 경건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스캔들, 배신, 음해, 권력 다툼이 얽힌 선거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의미와 메시지를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권력의 속성입니다. 신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교황 선출 회의조차도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둘째, 도덕성과 인간의 나약함입니다. 신의 뜻을 따르려는 이들이 인간적인 욕망과 갈등에 휘말리는 모습을 통해 깊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셋째, 선택의 의미입니다. 한 사람의 결정이 전 세계에 미치는 커다란 영향력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교황 선출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인물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후보가 되고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져 ‘세상사가 거의 엇비슷하구나’, ‘이 또한 나약한 인간의 행태에 지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됩니다. 오늘날 이 땅에서도 대선이든 총선이든 처음 기대와는 달리 의외의 변수가 크게 작동한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습니까? 이 또한 하느님이 창조한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일 가운데 하나임이 틀림없다고 믿게 됩니다.
신의 인간 창조는 신비스러움 그 자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고 거스르는 일은 어리석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성소수자나 양성을 한 몸에 간직하고 태어남도 역시 신의 섭리라 믿어야 하겠지요. 하느님이 창조한 인간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특별한 목적이 있음에 분명하니까요. 이를 거슬러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수정하거나 강제로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하느님의 뜻을 역행하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믿습니다.
교우들 중에는 신부님과 수녀님 때문에 성당에 나오기 싫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제가 볼 때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알면 다쳐~”,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어쩌면 교황청의 교황 선출이나 본당의 상황, 그 어떤 것도 자신의 신앙을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는데 장애가 될 수 없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듯이 하느님에 대한 확고한 신앙은 어떤 구실과 핑계에도 뛰어넘을 수 있는 강력한 처방전임을 믿습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데살로니카 5,16-18)라는 말씀에서 확고한 신앙인의 자세를 찾고자 합니다.
글 _ 전재학(대건 안드레아, 인천교구 중3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