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앗아간 생업수단…몸도 마음도 피폐
“집에 보일러가 없으니까 춥고, 겨울에는 더 추워요.”
집안에서도 늘 외투를 입고 생활한다는 서영자(다비다·51) 씨는 차가운 바닥을 매만지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공충구(로렌스·62) 씨와 서 씨는 이제 갓 성인이 된 두 아들과 함께 낡은 목조 한옥에 살고 있다. 1929년에 상량한 이 집은 보일러도 없이 아궁이에 불을 때야 방 정도만 난방이 되는 농가 주택이다. 급한 대로 샌드위치 패널을 두르긴 했지만,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 씨 가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정신지체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래도 장애 정도가 약한 공 씨가 빌린 땅에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팔거나 품팔이를 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가전도, 가구도 주변 교회나 복지기관에서 얻은 것들이고, 먹거리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어려움이 더 커졌다. 2024년 3월에 누전으로 화재가 나 창고가 전소했기 때문이다. 이 화재로 생업인 농사에 꼭 필요한 농기구들을 모두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집을 무상으로 빌려줬던 친척이 급히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내놓으면서 새로 집도 구해야 할 상황이 됐다.
서 씨는 “집에도 불이 옮겨붙어서 큰일 날 뻔 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기절할 것 같고 떨린다”고 화재 당시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적장애 때문에 금전 감각이나 생활력이 약하다 보니 집을 구할 여력이 없었다. 품팔이를 하고도 제 몫을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수확량도 급감해 농약과 비료값도 다 못 갚을 형편이다. 주위의 도움 없이는 집을 구하기는커녕 당장의 생계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런 공 씨 가정의 어려움을 알고 인근 택배회사 사장이 아들이 물류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움을 주고자 돈을 보내주기도 했고, 주변에서 일시적인 후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장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공 씨 모르게 아들이 모두 써버린 탓이었다. 그나마도 도움을 주던 이웃들이 통장을 확인하며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아들이 함부로 통장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지만, 이미 다 써버린 돈을 되찾을 길은 없었다.
안중본당 아산만구역 이남원(베로니카) 구역장은 “이상기후 때문에 올해는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도 수확이 적다는데, (공 씨 가족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미질도 안 좋고 수확량도 크게 떨어졌다”면서 “수확량이 적어 ‘속상하다’고는 말하는데 얼마나 손해가 났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다 보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 성금 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2월 25일(수) ~ 2025년 1월 1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