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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직제, 창립 10주년 선언문 발표

이승환
입력일 2024-12-23 수정일 2024-12-23 발행일 2025-01-01 제 342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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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치유하고 세상의 일치,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해 나아가는 구원의 여정 이어갈 것”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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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는 12월 16일 창립 10주년 선언문 ‘교회의 일치를 통해 세상의 일치로’를 발표했다. 사진은 9월 4일 서강대 성이냐시오성당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기도회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김종생 목사, 이하 신앙과직제)는 12월 16일 창립 10주년 선언문 ‘교회의 일치를 통해 세상의 일치로’를 발표하고, “지난 10년간 교회의 일치를 통해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세상의 일치와 치유, 회복을 위한 구원 여정을 이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선언문에서 신앙과직제는 “가깝게 사귀고, 함께 공부하며, 함께 행동하고, 함께 기도해 온 지난 10년의 여정에서 하나의 세례 안에서 같은 신앙을 고백하며 기뻤고, 같은 신앙의 다른 표현을 발견하며 겸손히 서로 배웠다”며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같은 그루터기에서 뻗은 수많은 가지이기에 교회의 일치로 나아가는 길은 교회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길임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신앙과직제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시대의 표징’을 바르게 분별하고, 응답하고, 변화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며 “신앙과직제의 다음 10년은 교회의 일치를 통해 깊어진 사랑으로 분열을 치유하고 세상의 일치, 그리고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해 나아가는 구원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우리 안의 가장 가난하고 작은 자를 사랑하며, 나그네를 조건 없이 환대하고, 자연을 자매 형제로 돌보는 우리의 하나 된 모습과 사랑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가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알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창립 10주년 선언문 전문.

2024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창립10주년 선언문

교회의 일치를 통해 세상의 일치로

“나는 여러분에게 새 계명을 주겠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십시오. 여러분이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여러분이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요한 13,34-35)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1) 2014년 5월 22일, 당신이 끝까지 사랑하신 사람들이 하나 되게 해 달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를 기억하며,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를 창립했습니다. 가깝게 사귀고, 함께 공부하며, 함께 행동하고, 함께 기도해 온 지난 10년의 여정에서, 하나의 세례 안에서 같은 신앙을 고백하며 우리는 기뻤습니다. 같은 신앙의 다른 표현을 발견하며 겸손히 서로 배웠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같은 그루터기에서 뻗은 수많은 가지이기에, 교회의 일치로 나아가는 길은 곧 교회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길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이루는 일치는 세상의 일치를 위한 것임도 알게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큰 위기의 격랑에 빠져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었고,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분열, 그리고 차별과 혐오가 넘쳐 났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민주권을 짓밟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과 내란 행위로 온 국민이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테러와 전쟁의 광풍이 몰아쳤고, 기후의 급격한 변화는 기후 위기로 악화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파국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지구 행성에 거주하는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가 이 거대한 파괴의 힘 앞에 위태롭습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시대의 표징’을 바르게 분별하고, 응답하고, 변화를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표징은 서로를 돌보지 않는 각자도생의 ‘사회 위기’와, 인간 중심의 이기적 산업 성장의 문명이 초래한 ‘생태 위기’입니다. 특히 인류세(Anthropocene) 서사가 드러내듯이 인간의 탐욕과 생태적 죄는 모든 지구 생명의 안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지구가 파괴된다면 교회가 설 자리는 어디일지, 구원의 희망은 어떤 의미일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시대의 표징은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생명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주님, 우리의 찬미를 받으소서’라고 기도드리는 곳은 주님께서 만드신 세상 속에서입니다. 교회는 세상을 위해 있고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가 가르쳐 주시고 보여주신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세상으로부터’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주님과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의 다음 10년은 교회의 일치를 통해 깊어진 사랑으로 분열을 치유하고 세상의 일치, 그리고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해 나아가는 구원의 여정이 될 것입니다. 우리 안의 가장 가난하고 작은 자를 사랑하며, 나그네를 조건 없이 환대하고, 자연을 자매 형제로 돌보는 우리의 하나된 모습과 사랑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가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알게 하겠습니다. 주님, 우리를 당신의 자비로 이끄소서!

2024년 12월 16일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직제협의회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