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별로 다른 묵주기도의 신비 반드시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나 매일마다 부여된 영적인 ‘색깔’ 함께 묵상하며 걷는 자세 필요
환희의 신비는 월·토요일, 고통의 신비는 화·금요일, 영광의 신비는 수요일·주일, 빛의 신비는 목요일. 아마 예비신자 교리 때, 혹은 묵주 기도를 배우는 다른 때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묵주 기도는 요일마다 각각 묵상하는 신비가 나뉘어 있습니다.
그래서 더러 “월요일에는 꼭 환희의 신비만, 화요일에는 고통의 신비만 바쳐야하는 건가요?”하고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드리자면 꼭 요일에 배정된 신비만을 바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왜 굳이 신비마다 요일을 정해둔 걸까요? 정해두긴 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는 묵주 기도의 요일 배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이 점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2002년에 묵주 기도에 ‘빛의 신비’를 새롭게 제정하실 때 발표하신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 기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교황님은 교서에서 새롭게 추가한 ‘빛의 신비’를 추가해서 각 신비의 요일 배분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따로 상세하게 설명하시면서 묵주 기도의 요일 배분이 왜 중요한지 가르치셨습니다.
교황님은 “요일 배분은, 전례가 전례 주년의 다양한 시기를 여러 색으로 채색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요일마다 영적인 ‘색깔’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비유하시면서 “전례에서 그러하듯이,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인 주일을 중심으로 한 그리스도교의 한 주간은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들을 거쳐 가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고 강조하십니다.(38항) 전례처럼 신자들이 묵주 기도를 통해 같은 신비를 묵상하면서 일주일 마다 예수님이 살아가신 신비를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묵주 기도는 그저 성모송을 10번 외우면 되는 기도가 아닙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묵주 기도를 두고 “요약된 복음”이라고 칭송하셨는데요. 교황님은 권고 「마리아 공경」에서 “동정녀의 잉태와 예수의 유년기 시절의 신비들로부터 파스카 신비의 절정 곧 복된 수난과 영광스러운 부활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구원 사건들이 조화 있게 연결돼 있고, 성령 강림 날 태어난 교회와 이 세상에서의 일생을 마치시고 영혼과 육신이 하늘나라로 올림을 받으신 동정 마리아에게서 나타난 파스카의 결실이 총망라돼 있다”면서 “로사리오(묵주) 기도는 복음적인 기도”라고 말씀하십니다.(44~45항 참조)
묵주 기도는 성모송을 외우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기도가 아니라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삶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일 묵주 기도의 4가지 신비 전체를 다 바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바쁜 일상에 쫓겨 그러기 어렵지 않으실까 합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제안에 따라 매일 요일에 맞는 신비를 묵상하며 묵주 기도를 바쳐보면 어떨까요? 그 여정을 통해 우리의 한 주간을 예수님의 삶으로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