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한마음으로 교황 추모, “삶으로 보여준 참된 신앙의 길 따를 것”

이승훈
입력일 2025-04-28 09:41:38 수정일 2025-04-28 09:58:07 발행일 2025-05-04 제 3440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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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 교구·예수회 등 추모미사 봉헌…분향소 찾아 영원한 안식 위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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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주교좌명동대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에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전국 각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추모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국 각 교구는 주교좌성당 및 교구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미사’를 거행했다.

서울대교구는 4월 24일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가 공동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 조그라포스 대주교(한국명 조성암),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호르헤 엔리케 발레리오 에르난데스 주한 코스타리카 대사, 한홍순 전 교황청 대사를 비롯한 성직자, 수도자, 신자 2400여 명이 함께해 깊은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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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미사 중 정순택 대주교가 강론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정 대주교는 강론 중 “교황님께서는 즉위하신 이후 우리에게 참된 신앙의 길을 몸소 보여주셨다”며 “생전 늘 언제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겸손히 부탁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하자”고 미사에 참례한 모든 이들과 함께 교황을 위해 기도했다.

가스파리 대주교는 추도사를 통해 “교회를 환대와 자비의 장소로, 신자 모두가 희망의 표징이 되도록 이끄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우리의 마음속에 간직할 것”이라며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보편 교회를 위해 봉사하도록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불러주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교황 프란치스코를 맡겨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정교회를 대표해 미사에 함께한 조그라포스 대주교는 “교황님의 지극한 순수함과 주님의 고통 받는 형제들을 향한 사랑은 우리 모두의 행동과 봉사에 있어서 선한 본보기가 됐다”며 “교황님 영혼의 안식을 기원하고 기도하며, 가톨릭교회 형제자매들에게 따뜻한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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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교구 사제단, 신자들이 4월 23일 주교좌계산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우세민 기자

대구대교구는 4월 23일 주교좌계산대성당에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24일 주교좌범어대성당에서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주례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조환길 대주교는 “교황님은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 작은 이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이라는 복음 정신을 그대로 실천했던 분”이라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땅히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이라고 말했다. 조 대주교는 이어 “교황님은 유언에서 마지막까지 이 세상에 평화와 형제애를 호소하고 당신을 봉헌하신다”며 “우리가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동시대에 살았고 그분을 뵐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고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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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광주대교구는 교구장 옥현진 대주교 주례로 교구청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광주대교구 홍보실 제공

광주대교구는 4월 25일 교구청 성당에서 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를 주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추모미사에는 전임 교구장인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사제, 수도자, 신자 등 400여 명이 참례했다.

옥현진 대주교는 강론에서 “교황님께서 2014년 방한 중에 보여주신 모습은 사람에 대한 존중과 경험 그 자체이셨다”며 “이제 우리는 교황님이 보여주신 모범에 따라 살아가야 할 책무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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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성 이냐시오 성당에서 봉헌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미사에 참례중인 신자들. 이형준 기자

교황의 출신 수도인 예수회에서도 추모 미사가 마련됐다. 예수회 한국관구(관구장 김용수 파스칼 신부)는 4월 24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성 이냐시오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김용수 신부와 서강대학교 총장 심종혁(루카) 신부 등 예수회 사제 50여 명을 비롯해 서강대학교 교직원, 신자 등 400여 명이 참례했다.

김용수 신부는 강론에서 “교황님께서는 예수회 설립자인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성인이 보여준 삶의 모범을 따라 선종하시는 그날까지도 예수님과 깊이 일치하는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셨다”며 “교황님이 묻히시길 원하신 성모대성당도 이냐시오 성인이 사제품을 받고 첫 미사를 봉헌한 곳”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어 “또한 교황님은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 수련을 당신 말씀과 행동을 통해 충실히 살아내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참례자들은 특히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회 한국관구를 방문했던 생생한 기억을 떠올렸다. 김 신부는 “교황님은 한국 예수회 사제들에게 ‘성직자이기 이전에 양 냄새 나는 사목자로서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며 “실제로 교황님은 몸소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가 위로의 사명을 수행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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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신자들이 주교좌명동대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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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각 교구가 마련한 분향소에는 수만 명의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3만여 명의 신자들이 방문, 교황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23일부터 25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시간 추모미사와 연도를 바치고, 분향소를 운영해 온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도 2만 명 이상의 신자들이 미사참례와 연도, 분향으로 교황을 위해 기도했다. 또 청주교구의 분향소에는 2800여 명이, 마산교구의 분향소에는 27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각 교구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많은 이가 방문했다.

25일 주교좌명동대성당의 분향소를 방문한 박영숙(헬레나·79·서울 태릉본당) 씨는 “양 냄새 나는 목자의 모습으로 온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신 교황님께 신자로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분향소를 찾았다”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낮은 이들 곁에 함께하신 교황님의 모습을 저희도 본받아 살아가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특별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