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주님과 교회 위해 헌신한 생애…이제 하느님의 집으로

이승환
입력일 2025-04-21 17:09:44 수정일 2025-04-23 11: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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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오전 7시35분 선종…청빈과 개혁의 상징으로 지구촌 모든 이 존경과 사랑 한 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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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부활 담화 발표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포프 모빌을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교황은 이날 군중들을 축복하고 오후에는 미국 밴스 부통령을 만나는 등 일정을 이어갔으나 이튿날인 21일 오전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OSV 

4월 21일 오전 7시35분 88세 일기로 선종
청빈과 개혁의 상징으로 14억 가톨릭신자와 지구촌 모든 이들의 존경 받아
20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도 베드로 광장 군중에 축복
마지막 부활 담화에서 “전쟁 중단과 세계 평화”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 오전 7시35분(로마 현지시간) 선종했다. 향년 88세.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는 4월 26일 오전 10시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주례, 추기경·주교·사제단 공동집전으로 거행된다. 교황의 유해는 유언에 따라 로마 성모대성당에 안장된다.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작부터 끝까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자, 첫 번째 예수회 출신이었다. 가난과 평화를 상징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게서 영감을 받아 처음으로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했다.

교황은 즉위 초기부터 교회 개혁을 강하게 추진했고, 교황청의 구조와 재정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성직자 성추행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등 기존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가톨릭교회의 문화를 쇄신하는데 앞장섰다.

또한 교황은 사회적 약자와 주변인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강조했다. 2016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제정하고 이주민과 난민의 권리 옹호를 위해 노력했다. 인권과 평화, 생태 위기, 경제 정의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거침없이 내놓은 교황의 발언과 호소는 가톨릭교회를 넘어 전 세계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특히 2015년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지구 환경 보호와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는 문헌으로, 종교계를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칙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생태 위기를 도덕적 책임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지속가능성과 생명의 존엄을 강조한다.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 역시 그의 주요한 개혁 방향 중 하나였다. 그는 여성의 교회 내 역할 확대와 존엄성 회복을 강조하며, 처음으로 여성에게 교황청 부서의 고위직을 맡기는 개혁을 단행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잦아진 교황은 아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4월 20일 그의 마지막 부활 담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온 세계에)에서 세계의 평화를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성 베드로 광장을 돌며 신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뇌졸중에 이은 심정지로 선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신자들과 지구촌의 많은 이에게 사랑과 헌신의 삶을 모범적으로 보여줬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기고 있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교회와 인류에게 큰 영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