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다가온 새해, 희년을 보내며

박정연
입력일 2025-02-06 11:45:04 수정일 2025-02-10 13:54:13 발행일 2025-02-09 제 342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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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인형

                                                    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지난 주일 저녁 청년 미사 중 부주임 신부님의 강론에서 류시화 시인의 <소금인형>을 들었다. 이날 복음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 관한 복음이었다. 신부님께서 들려주신 소금인형 이야기는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소금인형이 대상을 향해 다가서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바다는 우리가 이해하려고 하는 대상이자 세상을 말한다. 

소금인형이 바닷물을 통해 녹아내리는 모습은 우리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소금인형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교훈은 소금인형이 바다라는 대상에 자신을 희생하며 내어놓는 것은 흔적도 없이 녹아내려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사랑과 이해이며 대상과의 일치이다.

묵상 중 요즘 나는 어떤 모습, 어떤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신앙인으로서 신앙인답게 떳떳한 신앙 활동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말이다. 더 나아가 오늘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있어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개인의 안위와 행복만을 좇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을 해본다. 잘 알려진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와는 반대로 위로하기보다는 위로받기만을 바라고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기만을 바라며,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기만을 바라는 건 아닌지 말이다.

소금인형의 이야기처럼 상대방과 세상을 잘 이해하려면 온전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나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하며, 이해할줄도 사랑할줄도 알아야 한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서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고 말씀하셨다. 

성모님의 말씀처럼 일꾼들은 시키는 대로 하였고 예수님께서는 평범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켜 주셨다.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평범한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각자 모두에게 각기 다른 은사를 주셨다. 하느님께서 주신 은사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훌륭하다.

2025년 희년을 지내면서,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안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하느님 사랑에 감사하며 신앙인으로서 잘 살아가는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글 _ 김지헌 다니엘(서울대교구 동작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