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성탄대축일에 의무적으로 고해…3년 이상 판공 거르면 냉담교우 분류
한국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신자들에게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참회와 화해를 통해 일상을 돌아보며 주님의 부활과 성탄을 준비하는 것이다. 반면 정해진 기간에 의무적으로 성사를 봐야 한다는 부담은 참여 비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판공성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며 부담을 덜고 기쁜 마음으로 부활을 기다리면 어떨까.
Q. 다른 나라에도 판공성사가 있나요?
A. 판공성사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박해 시기에 신앙을 점검하고 하느님과 보다 가까운 신앙생활을 하고자 했던 신앙 선조들의 노력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있다. 천주교 신자가 지켜야 할 네 가지 법규인 ‘성교사규’(聖敎四規)는 ▲주일과 의무 축일을 지키고 미사에 참례할 것 ▲지정된 날에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킬 것 ▲해마다 한 번은 고해성사를 받을 것 ▲1년에 한 번 부활시기에 영성체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 법규에 나오는 고해성사가 판공성사다.
사제 수가 적었던 박해 시기와 박해 직후, 공소의 신자들은 1년 중 2번 사제를 만날 수 있었다. 봄과 가을에 사제들이 공소를 방문하는 판공 때다. 세례성사는 사제를 대신해 평신도가 집행할 수 있었지만, 성체성사, 병자성사, 그리고 고해(판공)성사는 사제 없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당시 신자들은 애타게 이 시기를 기다렸다. 판공 때 공소를 방문한 사제들은 신자들이 그동안 신앙생활을 잘 지켜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일종의 교리시험을 실시했다. 시험을 본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받고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판공은 ‘힘써 노력하여 공을 세운다’(辦功)와 ‘공로를 헤아려 판단한다’(判功)는 의미를 모두 사용한다.
Q. 판공성사는 대림·사순 시기에만 드려야 하나요?
A. 판공성사 기간 이후에 고해성사를 하는 신자들도 판공성사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는 2015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판공성사 기간에 성사를 받지 못하더라도 신자들이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유연성을 부여한 조치다.
고해성사의 의무에 대해서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에는 “모든 신자는 일 년에 적어도 한번은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해야 한다. 이 영성체는 원칙적으로 부활 시기에 이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를 재의 수요일부터 삼위일체 대축일까지로 연장하고 있으므로 이 때에 맞춰 판공 고해성사도 집전해야 한다.”(제 90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2항에서는 “부활 판공성사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위의 시기에 받지 못한 신자는 성탄 판공 때나 다른 때에라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판공성사는 교회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신앙생활 지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소속 본당이 아니어도 상황에 따라 타 본당이나 몇몇 교구에 설치된 상설고해소를 방문해 성사를 볼 수도 있다. 이 경우 판공성사표에 해당 본당이나 상설고해소의 도장 날인 혹은 서명 등을 받는 방법으로 판공성사를 본 사실을 확인받은 후 소속 본당에 제출하면 교적에 정상적으로 기입된다.
판공성사를 3년 이상 거르면 냉담교우로 분류되므로 판공성사에 성실히 임해야 하며 판공성사 기간에 가깝게 고해성사를 이미 보았거나 특별한 사유로 판공성사를 보기 힘든 경우에는 본당 사제와 미리 상의해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코로나19 팬데믹 때 고해성사를 보지 않고 사죄를 받았는데요. 언제 일괄 사죄가 가능한가요?
A. 교회법 제961조는 “개별적 고백 없이 한꺼번에 여러 참회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죄가 베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두 가지 예외를 두고 있다. ▲박해나 전염병, 전쟁이나 긴급한 재해 등의 위급한 상황에서 사제가 참회자의 개별적인 고백을 들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을 때 ▲‘중대한 필요’가 있을 때, 즉 많은 수의 참회자들이 있고 한 사제나 여러 사제가 적절한 시간에 참회자의 고백을 들을 수 없으며, 참회자가 자신의 탓 없이 오랜 시간 성사의 은총과 영성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 일괄 사죄가 가능하다. 두 번째 경우와 관련해 일괄 사죄가 베풀어질 수 있는 상황인지의 여부는 교구장 주교가 판단한다.
현재 한국교회에서는 부활 성탄 판공이 일괄 사죄의 이유에 해당되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일괄 사죄를 허락하고 있지 않다. 이는 “큰 축제나 순례 때 있을 수 있는 참회자들의 회중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고해 사제들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한 필요로 간주되지 아니한다”(「교회법」 961조 1항 2호)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험으로 개별 고해가 어려웠던 2020년 사순 시기 때 각 교구는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를 권고했다. 교황청 내사원에서도 같은 해 3월 20일자 교령을 통해 ‘실제 상황의 심각성’ 때문에 ‘개별 고백을 먼저 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신자들에게 일괄 사죄를 베풀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는 일괄 사죄에 대해 “전시나 천재지변, 또는 많은 사람이 갑자기 동시에 죽을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죄를 사할 수 있다. 그 밖의 경우에는 교구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제96조)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다수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예외적으로 일괄 사죄를 진행한 것이다.
Q. 판공성사를 받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판공성사를 받기 전에 먼저 자신의 죄를 알아내기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이 지은 죄를 천천히 알아낸다. 그리고 고해성사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통회(痛悔), 즉 내가 지은 잘못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내가 되는 과정에 얼마나 해가 됐는지 헤아려 봐야 한다. 통회가 판공성사의 중요한 요소인 이유는 죄의 고백했더라도 통회하는 마음이 없다면 죄를 용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통회를 한 뒤에는 다시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결심인 정개(定改)가 필요하다. 죄를 범하지 않고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이웃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갈 것을 결심한다. 그리고 나서 고백을 할 수 있다. 가능한 자세하게 고백해야 하며 교회법에 따르면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가벼운 죄도 고백하기를 권장한다.(988조 2항) 끝으로 고백을 들은 사제의 충고와 명하는 기도·선행을 실천한다.
교회법은 참회자의 자세에 대해 “그리스도교 신자는 고해성사의 구원의 치유를 받기 위하여 자기가 범한 죄를 물리치고 자기 자신을 바로잡을 결심을 하여 하느님께로 돌아갈 마음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87조)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