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트럼프의 주교황청 미국대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용택
입력일 2025-01-22 17:24:33 수정일 2025-02-03 11:11:22 발행일 2025-02-09 제 342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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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5월 24일 교황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CNS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다른 수단으로 지속하는 정치’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일부 사람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반대로 외교를 ‘다른 수단으로 지속하는 전쟁’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이는 그가 지난해 말 주교황청 미국대사로 브라이언 버치를 지명한 사례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우파 성향 단체 ‘가톨릭유권자’(CatholicVote) 회장인 버치는 ‘교황 비판자’로 잘 알려져 있어, 회의론자들은 그가 교황과 협력하기보다는 교황을 비판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버치는 현 교황에 대해 여러 차례 의구심을 표명했다. ‘폴리티코’(Politico)는 버치의 대사 지명에 관한 기사에서, 지난해 11월 버치가 X(구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을 언급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판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문제 삼으며, 교황의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언급은 그저 ‘계략’이라는 반대자들의 주장을 오히려 입증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징벌적이고 복수심에 가득 찬 교황의 패턴은 그가 말하는 자비와 동반의 도구로서의 역할과 모순된다”고 말했다. 또한, 2015년 교황이 “가톨릭신자는 토끼처럼 번식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은 전통적인 신자들에게 모욕감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또 버치는 교황이 라틴어 미사를 제한하면서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인 태도를 보이는 결정을 조롱하는 게시글을 X에 올렸다. 아울러 버치는 동성 커플 축복을 승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 결혼과 성에 대한 가톨릭 교리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버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래 교황직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도 언급했으며, 다음 교황은 실망감을 불식시키고 교회를 전통적인 ‘도덕적 명료성의 목소리’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요지는 분명하다. 여러 면에서 버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팬이 아니다. 그의 주교황청 미국대사 지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동안 교황과의 관계에서 대립을 예상하고 있으며, 강경한 입장을 취할 인물을 원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먼저, 소셜 미디어나 케이블 뉴스에서 그가 한 발언이 더 형식적이고 신중한 맥락에서의 톤과 반드시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사로서 버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발언을 훨씬 더 절제된 태도로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는 특정 교황에 대한 생각과는 별개로 교황직 자체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둘째, ‘광고 안의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논할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순조롭고 화기애애하다는 허울 좋은 모습을 투영하려고 하지 않는다. 버치를 지명한 것은 자신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 셈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진지하게 대해 오히려 교황에게 칭찬을 보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과거 대통령들은 교황의 특정 입장에 반대하더라도 교황청이나 가톨릭교회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의견 차이를 다룰 만한 성향을 가진 대사를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가톨릭 유권자들, 특히 버치와 같은 입장을 공유하는 유권자들이 자신을 지지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이는 주요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교황청에 굽신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고, 교황청이 좋든 싫든 여전히 중요한 기관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첫째,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인 기록을 가진 인물이 외교관의 기본 임무인 다리 놓기 역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버치는 대사의 역할을 소위 ‘전달의 장’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할 수 있지만, 전문 외교의 핵심인 협력과 비공식적인 교류를 증진시키는 데는 실패할 수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과의 의견 차이를 숨기지 않기로 한 결정이 반대편에서도 유사한 반응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교황청은 일반적으로 외국 정부와의 의견 차이를 표현할 때 신중을 기하며, 보편적 원칙이라는 폭넓은 용어로 논쟁을 완화시키는 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이 절제를 보이지 않는다면, 교황청은 역시 더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미국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소프트파워’로서의 교황청과의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앞으로 4년 동안 어떻게 상황이 전개하느냐에 따라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혼란을 진정시킬 누군가가 필요할 것이고, 불을 지피던 선동가(firebrand)인 버치가 과연 분쟁을 진정시키는 방화대(firebreak) 역할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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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