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심으로써 하느님은 인간의 연약함과 고통을 깊이 껴안으셨다. 이는 곧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연대의 선언이다.
특히 올해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희망의 순례자’를 주제로 희년이 시작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년을 통해 “교회가 희망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을 강조했다. 이 사명은 우리 개개인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나아가 성탄의 기쁨이 개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공동체로 확산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할 수 있게 된다. 소외된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용서와 화해의 다리를 놓으며,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는 작은 걸음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희년의 주제인 ‘희망의 순례자’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순례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내적 성찰과 회개의 여정이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화려한 성취가 아닌 겸손과 나눔의 삶을 가르치셨다. 희망의 순례길을 걷는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이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는 구원의 사건임을 체험해야 한다.
올해 주님 성탄 대축일은 희망의 빛을 세상에 전하는 사명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희년의 은총 속에서, 교회 공동체는 물론 각 신앙인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하고 희망의 증거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헤매는 세상에 주님의 평화와 구원의 소식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