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특집] 출소자 신앙 공동체 ‘성모울타리’…함께 생활하며 미사와 피정으로 영적인 삶 유지 노력
“저희는 출소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빵을 만들며 생활하고 있는 작은 신앙 공동체입니다.”
‘성모울타리 공동체’ 하용수(종삼 요한) 원장이 신자들 앞에서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느닷없이 “저는 도둑 출신입니다. 도박과 마약에도 중독됐었습니다”라고 자신의 과거를 소개했다. 하 원장이 숨기고 싶었을 과거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주님께서 저를 악습에서 치유해 주셨습니다.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그때 주님께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주님, 저와 같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알 수 있도록 열심히 선교하겠습니다.’” 경남 양산시 동면 석산리에서 출소자 30~40명의 형제가 함께 살아가며 열심히 기도하고 빵을 만드는 신앙 공동체, 성모울타리 공동체를 소개한다.
사활을 건 홍보 활동
“내가~ 밤 길을 가고 있을 때~ 누군가~ 등불 밝혀 두는 이~ 있음을 생각하니~.”(김정식 <예수 내 작은 기쁨>)
성당을 가득 채운 잔잔한 기타 소리와 호소력 짙은 음성이 신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로제리오) 씨와 테너 송봉섭(요한) 씨가 결성한 ‘듀오 메타노이아’가 11월 24일 대구대교구 구암본당(주임 나경일 펠릭스 신부) 주일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찬양을 선사했다. 노래가 끝나고 김정식 씨가 말했다.
“성모울타리 공동체는 우리 사회에서 자칫하면 가장 가난하고 소외되기 쉽고 또 힘든 그런 공동체일 수 있습니다. 모쪼록 도움의 손길을 주십시오. 본당 신부님께서 여러분과 공동체 사이에 사랑의 다리를 놓아주셨습니다. 건너가시는 것은 여러분 선택의 몫입니다.”
성모울타리 공동체에게 본당 홍보는 그야말로 사활(死活)을 건 활동이다. 함께하는 직원들 월급을 책임져야 하고, 무엇보다 현재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진 억대의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자립을 돕기 위해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가 후원 활동을 허락하면서, 하용수 원장은 매주 전국 본당을 다니며 성모울타리 공동체 후원을 독려하고 빵을 판매하고 있다. 듀오 메타노이아와 생활성가 가수 신상옥(안드레아) 씨도 하 원장과 동행하며 찬양 봉사로 공동체를 돕고 있다.
신상옥 씨는 “신자들이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찬양을 하고 나면 마음이 열린다”며 “하느님께서 저를 이 자리로 불러주신 이유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만들고 판매하는 빵은 100% 우리밀과 친환경 재료들로만 생산된다.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 비쌀 법도 한데, 오히려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 호두과자, 단팥빵, 도넛 …. 그중에서도 롤케익은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최근 판매하기 시작한 어묵과 청국장도 호응이 좋다.
전국 본당 찾아가 홍보하며 빵 판매 및 후원 요청
부채 상환 등 재정 어렵지만 희망 잃지 않고 주님께 의탁
하지만 공동체는 본당에 후원 활동 허락을 요청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곤 한다. 하 원장이 말했다. “본당에서는 ‘황창연 신부님(베네딕토·수원교구 성 필립보 생태마을 관장)께서 도와주시지 않느냐’는 말씀부터 하십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지나고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성모울타리 공동체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성당을 찾아다니며 빵 판매를 해왔는데, 그만 성당들이 문을 닫고 만 것이다. 그때 황창연 신부가 공동체 돕기에 발 벗고 나섰다. 황 신부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공동체를 소개했고, 단 한 번 방송으로 빵 7000만 원어치 주문이 들어왔다. 그 뒤로도 2년여 동안 황 신부는 공동체가 어려움 속에서도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이제 공동체는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지만, 지금도 황 신부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
어두움을 딛고 만난 하느님
“자신의 본모습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하느님께서는 여러분 각자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고 사랑하십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모두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12월 4일 성모울타리 공동체 양산 보금자리에서 김현우 신부(바오로·인천교구 사회사목국 부국장)가 형제들의 피정을 지도했다. 김 신부의 인도로 형제들이 마음 깊은 곳 아픔을 꺼내놓고 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안수가 이어졌다. 한 형제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공동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매주 화·수요일 미사와 피정 자리를 열고 있다. 하 원장 자신이 만난 하느님을 형제들도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직 우두머리로 생활하던 하 원장은 아내의 부탁에 못 이겨 1990년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우연히 참가하게 된 성령쇄신 세미나에서 하 원장은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게 됐다. 그야말로 ‘회심’(回心)이었다. 하 원장은 이후 출소자들을 성당으로 인도했다. 지금까지 하 원장을 통해 세례받은 출소자들이 500여 명이나 된다.
부산 매장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이현수(베드로) 씨는 “한동안은 피정 내내 왜 여기 앉아있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지만, 어느 날 성령을 체험한 뒤로는 어서 빨리 피정 시간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 원장의 뜻에 공감하며 전국의 사제들이 양산을 찾아 미사를 집전하고 성령쇄신 피정을 지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공동체와 인연을 맺어오며 지도사제를 맡고 있는 이창수 신부(야고보·대구대교구 가창본당 주임)는 “영적인 힘이 이분들 삶의 바탕이며 가장 큰 힘”이라며 “이름 그대로 성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기도하며 각자 과거의 삶을 쇄신하고 훨씬 더 영적인 삶을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용수 원장은 “주님께서 함께하시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믿는다”면서 “앞으로도 복음 말씀대로 주님만 믿고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저는 대장암 말기에다 폐섬유증까지 앓고 있는데도, 주님만 생각하면 모든 병이 녹아 없어지는 듯 힘이 납니다. 과거를 딛고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여러분의 도움이 간절합니다.”
※ 문의 : 010-5085-0023(하용수 원장)
※ 후원 : 농협 351-0809-8853-93(예금주 성모울타리)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