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내 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너무너무 많이 했어요.”
10월 23일 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마련한 ‘이태원 참사 2주기 유가족 간담회’. 나눔을 하던 한 희생자 어머니가 이 말과 함께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탓이 없는 지옥을 살아가는 사람의 호소라 더더욱 서글펐다.
그날 성경에서 욥의 이야기를 읽었다. 욥 또한 자기 잘못도, 하느님의 잘못도 아닌 지옥을 살았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다. 전세사기 피해자, 임금을 빼앗긴 이주노동자, 성폭력 피해자…. 수많은 욥이 우리 사회 곳곳에, 모양만 다른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욥의 친구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아는 것이 전부인 양 욥의 고통을 설명하려 했다. 비슷한 아픔으로 냉담 중인 지인은 “알지도 못하는 고통을 감히 설명하려 들고, 참아내야 할 과정쯤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말, 말, 말’ 때문에 하느님까지 미워졌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설명하려 드는 태도는, 고통에 근사한 이름을 붙이는 철학자 같을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십자가를 함께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는 신앙인답지는 않겠죠?”
평소 상담하는 한 신부님의 이 말씀이 큰 위로가 됐다. 신부님은 “고통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는 성자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서로 공감하고 편이 돼주라는 말씀이었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서 이유 없이 고통받고 돌아가셨다. 어떤 이유도 설명도 힘을 잃고 마는 그 절망의 심연에서, 똑같이 아프셨던 하느님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그저 손을 잡아주시지 않을까. 일단 나부터, ‘공감하시는 하느님’을 닮은 신앙인이 되겠다는 마음이 강렬해졌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