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미국인 여성 목숨 끊어 스위스교회, 위험성 경고 나서
[취리히 OSV]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에 이용되는 장치인 ‘사르코’(Sarco) 캡슐을 작동시켜 60대 중반 미국인 여성이 처음으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스위스 북부 샤우프하우센주 경찰은 9월 24일 사르코 캡슐을 이용해 자살을 조장하거나 방조한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사르코 캡슐은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간 뒤 덮개를 닫으면 버튼을 눌렀을 때 생기는 일을 안내하는 자동음성이 나오고 실제 스스로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주입돼 몇 분 안에 사람은 잠에 빠져 들고 곧 숨을 거두게 하는 장치다.
미국 CNN 방송도 9월 24일 사르코 캡슐로 처음 목숨을 끊은 여성은 64세로, 면역 체계에 심각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언론 보도를 접한 스위스 주교회의 의장 펠릭스 그뮈르 주교(바젤교구장)는 25일 스위스 가톨릭 미디어 웹사이트를 통해 “사르코 캡슐은 자살을 너무 쉽게 하도록 허용한다”며 “다른 조력자살과 달리 사르코 캡슐은 의학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으라고 요청해 왔는데 완화의료는 사람을 의학적, 심리학적, 존재론적으로 온전히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가족, 사목자와 소통하고 완화의료와 인간적인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조력자살’을 일정한 요건하에서 처벌하지 않고 있으며, 조력자살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들도 지정돼 있다. 하지만 스위스 정부는 사르코 캡슐의 법적 허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