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모두가 바다로 나갈 배

이형준
입력일 2025-02-12 09:04:52 수정일 2025-02-12 09:04:52 발행일 2025-02-16 제 342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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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역할은 안전한 항구에 정박해 있는 게 아니라 바다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가 2월 6일 해외선교사 파견 미사 강론에서 한 말이다. 당연한 말임에도 이날따라 새롭게 느껴졌다. 아빠스가 미사를 주례하던 제대 앞에 넘실거리는 파도 위를 떠가는 배가 선교사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설치돼 있어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른다.

배가 바다로 나아가지 못하고 항구에서 이끼만 낀 채 낡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안전할지는 몰라도 마냥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 선교사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를 배에 대입해 본다. 일단 ‘도대체 무슨 배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바다로 나가느냐 마느냐를 떠나 무슨 배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고민조차 안 하고 있었다. 당장 눈앞의 일상에 정신이 팔리니 삶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에 소홀해졌다. 마치 배가 당장 정박해 있는 자리의 불편함만을 걱정하고 토로하는 듯하다.

해외선교사 파견 미사에서 교육을 마치고 수료한 사제·수도자들 모습은 설렘과 떨림, 기대감과 두려움이 교차해 보였다. 가고 싶었던 선교지로 발령받은 선교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교사도 있는 듯했다. 하지만 어찌됐든 순명하고자 다짐한 모습은 똑같았다.

2025년 새해가 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하느님은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당신 뜻에 알맞은 역할을 준다고 한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선교사들처럼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배인지 알고, 나 자신이 나갈 바다는 어떤 바다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새해가 되길 다짐해 본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