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축성생활의 날 특집] 축성생활, 어떻게 분류할까?

이형준
입력일 2025-01-20 15:04:20 수정일 2025-01-21 11:28:55 발행일 2025-01-26 제 342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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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형태로 ‘축성생활회’·'사도생활단'…삶의 형태에 따라 ‘봉쇄 수도회’·‘활동 수도회’로 구분

축성생활자(봉헌생활자)라고 하면 흔히 수도회·수녀회에 입회한 수도자를 떠올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교회가 말하는 축성생활은 더 자세하게 나뉜다. 어떻게 설립됐느냐에 따라, 삶의 양식과 활동성에 따라 나뉘는 축성생활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교회에 봉사하며 복음 선포와 실천에 앞장서오고 있다. 교회가 말하는 축성생활자의 분류와 성격을 알아보고, 교회 내에서 이들의 활동과 영성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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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의 성 베네딕도 요셉 수도원 수도자들이 수도원 피정 중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선교회는 수도회가 아닌가요? -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

우선 교회는 축성생활자를 단체의 설립 형태에 따라 일반적으로 축성생활회(institutes of consecrated life)와 사도생활단(societies of apostolic life)으로 나누고, 이에 더해 교회가 공적으로 인준한 은수자·동정녀들도 축성생활자에 넣는다. 이 분류를 적용해 한국교회에서 활동하는 축성생활자들도 큰 틀에서 나눠볼 수 있다.

축성생활회는 보통 수도회라고 부르는 단체들이다. 이들은 수도규칙과 회헌·회칙에 따라 설립·승인되고, 입회자는 ‘수도 서원’을 해야 한다.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남자 축성생활회로는 예수회,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살레시오회, 가르멜 수도회, 성 베네딕도회, 프란치스코회 등 35개 수도회가 있다.

축성생활회는 사도좌 설립 수도회(교황청 설립 수도회)와 교구 설립 수도회로 나뉜다. 국내 수도회 중 그리스도 수도회,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등 6개 수도회가 교구 설립 수도회로 분류된다. 다만 2020년 11월 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의교서 「은사의 진정성」(Authenticum Charismatis)을 발표함으로써 교구가 수도회를 설립하고자 해도 교황청의 사전 승인을 반드시 받도록 했고, 교회법이 개정된 바 있다.

사도생활단은 「교회법」 제731조에 따르면 “수도 서원 없이 그 단에 고유한 사도적 목적을 추구하고 고유한 생활 방식에 따라 형제적 생활을 공동으로 살면서 회헌의 준수를 통하여 애덕의 완성을 향하여 정진하는 단체들”이다. 사도생활단이 수도회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수도 서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과달루페 외방 선교회, 메리놀 외방 전교회,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등이고, 한국교회 내엔 8개 사도생활단이 있다. 즉 사도생활단은 엄밀히 말해 수도회와 구별된다.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 은수자와 동정녀 외에도 그리스도왕직 재속회, 성모 카테키스타 재속회 등 ‘준 수도자’들도 축성생활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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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시간 전례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은수자로서, 또는 세상과 함께 - 봉쇄 수도회와 활동 수도회

축성생활회를 삶의 형태에 따라 봉쇄 수도회(수도승적 삶, Vita Monastica)와 활동 수도회(활동 사도직 삶, Vita Apostolica)로도 나눌 수 있다. 보통 수도회라고 하면 세속과 완전히 단절된 은수자로서의 삶을 주로 떠올리지만 적지 않은 수도회가 봉쇄적 성격과 활동적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들을 준 관상 수도회라고 부른다.

작은형제회 호명환(가롤로) 신부는 “정주와 기도, 공동체적 삶에 중심을 두고 살아가는지(수도승적 삶), 교회에서 인준해 준 특별한 사도직 활동에 초점을 맞춰 살아가는지(활동 사도직 삶)에 따라 차이점이 있을 뿐, 사실 수도회들은 모두 사도직 활동에 투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도승적 삶을 대표하는 베네딕도회도 사도직 활동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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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6일 오후 성모마리아방문봉쇄수녀원 특별 희년 미사에서 이한택 주교가 수녀들에게 성체를 분배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호 신부는 “실제로 현대 교회에는 봉쇄 수도회보다 활동 수도회가 훨씬 많다”며 “활동 사도직 수도회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예수회 영향이 큰데, 수도승적 삶이 공동 기도와 공동의 일로 하느님 나라 건설과 세상을 위한 기도에 집중한다면 활동 사도직은 실질적으로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며 복음을 선포하는 데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수도회들은 봉쇄, 활동 가릴 것 없이 교회 내에서 주어진 사명을 각자의 여정으로 끊임없이 쇄신하고 반성한다. 한국 가르멜 수도회는 지난해 한국 수도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수도회가 오직 봉쇄 수도회로만 인식되는 편견을 되짚고 활동 사도직 사명을 확인하는 등 쇄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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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밥차를 운영하며 청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는 인보성체수도회 수녀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이 중요

축성생활자들은 교회법적인 축성생활자 구분을 사실 개별 지역교회 모두에 완전히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교회가 말하는 재속회는 주로 준 수도회적 성격을 띠지만 한국교회에서 재속회는 수도회 후원자로서 성격이 좀 더 짙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은 재속회를 수도회 중 하나로 이해한 반면, 「수도생활교령」은 재속회를 “수도회가 아니다”(11항 참조)라고 못 박기도 했다. 교회 공식 문헌 간에도 재속회의 성격을 설명하다 혼동을 일으킨 것이다.

동정녀와 은수자 등의 개념도 수녀회를 비롯한 수도자들과 삶의 성격이 유사하다. 또 앞서 살펴봤듯이 축성생활자들은 수도승적 삶과 활동 사도직 중 오로지 한 측면만 가지고 있지 않다. 이처럼 실제 축성생활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몇 가지 분류로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호명환 신부는 “그래서 프란치스칸 수도회들은 교회가 분류하는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를 ‘복음적 삶의 수도회’(Vita Evangelica)라고 칭한다”며 “물론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사도직이 나오겠지만 핵심은 수도승적 삶도, 활동 사도직 삶도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을 경험하고 나누는 삶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