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회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 창설 141년 만에 한국에서 첫 총회

우세민
입력일 2025-01-20 13:44:55 수정일 2025-01-21 13:01:52 발행일 2025-01-26 제 342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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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3일 왜관수도원서 총회…신임 총재 하비에르 아빠스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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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 하비에르 아파리시오 수아레스 신임 총재 아빠스가 1월 19일 거행된 축복식 중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박현동 아빠스와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우세민 기자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창설 14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총회를 열고, 연합회 소속 21개 수도원을 대표하는 신임 총재 아빠스를 선출했다.

연합회는 1월 15일부터 23일까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수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문화영성센터에서 개최한 제23차 총회 중 투표를 거쳐 18일 하비에르 아파리시오 수아레스 신부(Fr. Javier Aparicio Suárez OSB·55·독일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수도원)를 신임 총재 아빠스로 뽑았다. 하비에르 신부는 다음날인 19일 오후 4시 왜관수도원 대성당에서 전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주례 예식을 통해 아빠스로 축복됐다.

하비에르 신임 총재 아빠스는 “연합회 모든 회원들이 중요하고 또 앞으로도 저에게 중요하다”며 “당연히 그 모든 공동체에 방문하고 현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합회 회원들에게 “교회가 우리에게 봉사하도록 맡기는 일들을 능동적으로 열심히 해나가자”라고 당부했다.

1969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하비에르 총재 아빠스는 1994년 7월 23일 사제품을 받고, 1999년 독일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수도원에 입회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라바날수도원 설립에 참여했던 하비에르 총재 아빠스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이곳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독일로 돌아온 이후 2021년부터 연합회 선교담당총무로 봉사하던 하비에르 총재 아빠스는 이번 총회를 통해 연합회 총재 아빠스로 피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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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 회원들이 1월 19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대성당에서 거행된 하비에르 아파리시오 수아레스 신임 총재 아빠스(앞줄 왼쪽에서 여덟 번째) 축복식 후 주례를 맡은 김희중 대주교(하비에르 총재 아빠스 오른쪽)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세민 기자

연합회가 독일 이외 지역에서 총회를 개최한 것은 1884년 창설 이후 처음이다. 연합회는 당초 이 기간 동안 왜관수도원에서 연합회 소속 수도원 아빠스와 원장이 참석하는 상급 장상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총재 아빠스로 2000년부터 소임을 해 왔던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재 아빠스(Abbot Jeremias Schroder OSB)가 2024년 9월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 수석 아빠스에 당선되면서, 왜관수도원에서의 회의를 연합회 총회로 바꾸고 신임 총재 아빠스 투표를 진행했다.

예레미아스 수석 아빠스는 “새로운 총재 아빠스님께서는 성 오틸리엔 연합회의 경험과 지식, 수도승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세계 곳곳 수도 생활에 기여하실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기뻐하고 하느님께 대한 헌신과 우리의 소원, 공동체와 사명에 대해 새롭게 하는 날로 삼도록 하자”고 말했다.

◆ [인터뷰]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 하비에르 신임 총재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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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아파리시오 수아레스 총재 아빠스는 “어떤 어려움에도 희망을 간절히 바란다면 반드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세민 기자

141년 전통을 가진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21개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연합체다. 1909년 한국에 진출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뿌리이기도 하다.

총회에 모인 연합회 장상들의 투표로 1월 18일 연합회 신임 총재 아빠스에 선출된 하비에르 아파리시오 수아레스 총재 아빠스는 “매우 형제적인 분위기 안에서 선출이 이뤄졌다”며 “무척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현대 가톨릭교회는 물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 인공지능의 발달 등 다양한 도전과 맞닥뜨리고 있다. 하비에르 총재 아빠스가 맞이할 문제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비에르 총재 아빠스는 어떤 상황에서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시대를 살든지, 수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부르심이 그리스도께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해야 하고, 기도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오늘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연합회 역사상 독일 이외 지역에서 처음 총회가 열린 한국에서 총재 아빠스로 선출되고, 아빠스 축복식까지 치른 하비에르 총재 아빠스. 한국은 그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라바날 델 카미노라는 수도원에서 왜관수도원 소속 인영균(클레멘스) 신부님과 5년간 함께 살았습니다. 그때 인 신부님과 산티아고를 순례하는 한국인들을 통해 한국 문화와 영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유럽과 한국의 차이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 차이가 오히려 관계를 더욱 깊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왜관 수도공동체와 다른 나라 수도공동체들이 서로 긴밀하게 교류하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특별히 정기 희년과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는 한국교회에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시대의 징표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어떤 어려움에도 불평 대신 희망을 간절히 바란다면, 반드시 희망을 찾게 될 것입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