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종영 드라마 <열혈사제2> 이어 영화 <검은 수녀들> 개봉 앞둬 ‘상선벌악’ 도구로 차용될 뿐, 가톨릭 정신은 부족해
최근 가톨릭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가 잇따르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2월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2>와 24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수녀들>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열혈사제2>는 사제와 형사가 공조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범죄 드라마다.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제가 조직의 보스로 위장 잠입해 국내 마약 카르텔을 소탕한다는 내용으로 2019년 방영된 전편 <열혈사제>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 방영됐다.
영화 <검은 수녀들>은 수녀가 구마 의식을 통해 악령을 쫓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5년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동원한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이자 스핀오프 영화다.
가톨릭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 등이 흥행하는 가운데 교계 전문가들은 해당 작품들을 관람할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작 <열혈사제>와 <검은 사제들>이 서울대교구 홍보국을 비롯해 교계의 자문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과 달리, 후속 작품들의 경우 공식적인 자문 없이 제작됐다는 한계점을 지녔다.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준(니콜라오) 신부는 “가톨릭을 단순 소재로만 삼은 작품들은 가톨릭은 물론 사제의 역할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는 만큼 시청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 신부는 “<열혈사제2>와 <검은 수녀들>의 경우 가톨릭 소재와 인물이 등장할 뿐 가톨릭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며 “작품의 주인공이 신부 또는 수녀가 아니라 타 종교의 인물이라도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 등 종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 김민수 신부(이냐시오·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는 ‘대리 만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김 신부는 “대중은 해당 작품들에서 ‘악한 자는 벌을 받고, 결국 선한 자가 승리한다’는 정의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현실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힘을 빌려 해결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가톨릭이 정의의 편에 설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성직자와 미사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선교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보는 한편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 신부는 “정의 실현을 위한 방법으로 가톨릭이 차용될 뿐 교회의 복음을 찾아보기는 어렵고 극중의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면서 “이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폭력도 괜찮다는 합리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잘 식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