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목 어때요

[이런 사목 어때요] 서울대교구 목3동본당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

박지순
입력일 2025-01-17 13:08:49 수정일 2025-01-21 08:37:15 발행일 2025-01-26 제 342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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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주임 홍인식 신부 매주 주보 1면에 게재…신자들의 영적 성장 도와

서울대교구 목3동본당(주임 홍인식 마티아 신부) 신자들은 매주 성당에서 주보를 받아보면 1면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부터 읽는다. 주보 다른 면보다 훨씬 작은 글씨가 첫 면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어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를 매주 쓰는 홍인식 신부나, 읽는 본당 신자들이나 보통 정성이 아닌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1월 19일자 목3동본당 주보 1면도 어김없이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 119편이 첫 면에 자리했다. 2022년 8월 30일 목3동본당 제15대 주임으로 부임한 홍 신부는 같은 해 10월 16일자 본당 주보에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 1편을 실었다. 홍 신부는 1981년 2월 24일 사제품을 받고 44년여의 사제 생활을 마무리하고 올해 8월 은퇴를 앞두고 있음에도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를 한 주 한 주 집필하는 데 열과 성을 쏟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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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목3동본당 주보 1면에 매주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를 싣고 있는 홍인식 신부가 1월 16일 원고 집필을 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홍 신부는 “요즘 신자들은 점점 성경 읽는 것을 힘들어하고, 주보에 작은 글씨로 실은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를 꼼꼼히 읽는 신자도 얼마나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며 “읽는 신자들이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수라도 관심을 가지고 읽고 신앙과 삶이 변화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신부는 본당 사목에서 ‘주보’의 역할이 소홀이 인식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사제 생활 동안 늘 강조했다. 본당 신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사제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주보 지면은 사제와 신자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소중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홍 신부의 지론이다.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는 목3동본당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홍 신부가 사제 수품 후 3년 6개월간의 짧은 보좌신부 생활을 마치고 1984년 8월 당시 서울대교구 소속이었던 경기도 파주 금촌본당에 주임으로 발령받으면서 본당 주보에 ‘목자의 소리’를 실은 것이 시초다. 본당 주보가 일상적인 공지사항을 싣는 지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목자의 소리’는 시작됐다. ‘목자의 소리’가 현재의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로 지속되고 발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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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3동본당 주임 홍인식 신부가 일원동본당과 역삼동본당 주임 시절 쓴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를 신자들이 모아 엮은 책자들. 박지순 기자

홍 신부가 본당 주보에 오랜 세월 변함없이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를 실으며 신자들과 소통하고 신자들에게 성경을 읽는 맛과 기쁨을 전할 수 있었던 데는 1988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햇수로 25년 동안이나 서울대교구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전담신부로 헌신한 경험이 큰 뒷받침이 됐다. 이후 일원동본당과 역삼동본당 주임신부로 봉직하는 동안 매주 주보에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를 실었다. 주임신부로서 사목 단상을 실은 적도 있었지만 주로 평일 강론 내용 중에서 신자들의 신앙 성장에 꼭 필요한 내용을 압축하고 재구성해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를 집필하고 있다.

홍 신부가 목3동본당에 부임한 후 신자들이 미사 강론을 경청하는 모습이 확연해졌다.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는 냉담 중인 신자나 비신자 배우자에게 선교 도구로 선용될 뿐 아니라 일원동본당과 역삼동본당 신자 중 열렬한 애독자들은 홍 신부도 모르게 ‘마티아 신부의 사목이야기’ 글을 정성스럽게 책으로 엮어 홍 신부에게 헌정하기도 했다.

홍인식 신부는 “국가와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듯 본당 안에서도 언론은 중요하고, 그 중심 역할을 주보가 할 수 있다”며 “후배 사제들도 본당 주보에 신자들과 소통하는 글을 싣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