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들려주는 200년 십자군 전쟁의 ‘진짜 얼굴’…균형잡힌 시각으로 전쟁사 통찰 박승찬 지음/400쪽/2만5000원/오르골
‘신께서 그것을 원하신다’는 미명 하에 시작돼 여덟 차례나 반복된 십자군 전쟁은 중세 시대를 쇠퇴시키고, 동로마 제국 즉 비잔티움 제국을 몰락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0년에 걸쳐 지속된 전쟁의 이유는 무엇이고, 현대를 사는 우리가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전통주의적 해석에 따르면, 십자군 전쟁은 중세 시대에 그리스도교를 수호하는 서유럽의 십자군이 당시 유럽을 위협하던 ‘이슬람 세력’과 충돌해 벌인 전쟁이다. 성지 예루살렘을 뺐고 또 빼앗기며 세계 역사상 가장 길고 치열하게 이어진 전쟁이다. 하지만 이를 이야기할 때, 잔혹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거나 서구 또는 이슬람 중 어느 한쪽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십자군 전쟁에서 배우는 평화를 위한 지혜’를 부제로 한 책은 중세철학 전공자인 저자가 객관적인 관점에서 들려주는 십자군 전쟁의 ‘진짜 얼굴’이다.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십자군 전쟁사를 살피며 이 전쟁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서구와 이슬람의 기록을 망라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200년 십자군 전쟁을 통찰한다.
전체 9장으로 구성된 책은 전반부에서는 십자군 전쟁의 시기별 양상을, 후반부에서는 십자군 전쟁의 의미를 살핀다. 1~2장에서는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만행, ‘가짜 뉴스’의 폐해,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점령의 역사 등을 다룬다. 3~4장에는 2차 십자군 전쟁과 3차 십자군 전쟁에서 드러난 이슬람의 반격과 살라딘 및 사자심왕 리처드 등 리더십이 돋보이는 두 영웅 이야기를 담았다. 5장에서는 4차 십자군 전쟁에서 드러난 인간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6장에서는 예루살렘 순례권을 찾아온 신성로마 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 프란치스코 성인 등을 비중 있게 쓰고 있다. 7~8장에서는 십자군 전쟁으로 바뀐 세계의 판도, 또 서구와 이슬람의 입장 차이에 대해 알아본다. 마지막 9장, 고(故) 차동엽(노르베르토) 신부의 저서 「무지개 원리」 제목에서 차용한 ‘십자군 전쟁을 통해 배우는 무지개 원리’에는 십자군 전쟁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집약됐다. 이 제목은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저자 박승찬(엘리야) 교수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혐오가 만연한 전쟁 양상도 십자군 전쟁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십자군 전쟁에서 역설적으로 얻게 되는 지혜로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지혜와 교훈을 얻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