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에서 성인으로…하느님 향한 회심으로 생명의 삶 얻어
회개는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것
강도질·매춘 죄에 빠졌었지만
죄 뉘우치고 하느님께 돌아가
새로운 삶 살게된 성인들처럼
늘 회개하며 하느님께 나아가야
성 바오로는 사울인 시절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러 다마스쿠스로 가던 도중 갑자기 하늘이 번쩍이는 것과 동시에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라는 말을 듣고 눈이 먼다. 이어 그는 회심한 뒤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 후 세례를 받는다.(사도 9,1-18 참조) 1월 25일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이다. 이렇게 극적인 회심의 기적을 체험한 성인으로는 바오로, 아우구스티노, 마리아 막달레나 등이 널리 알려졌다. 이외에도 하느님 은총으로 회개 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성인은 누가 있는지 회개의 의미와 함께 알아본다.
회개란 ‘하느님 중심으로 사는 것’
회개는 마음을 바꾸는 것이며 ‘하느님께로 돌아섬’ 또는 ‘하느님께 되돌아감’을 뜻한다. 이는 특히 고해성사 안에서 이루어진다. 고해성사의 단계 중 하나인 통회는 완전한 뉘우침과 불완전한 뉘우침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완전한 뉘우침은 하느님에 대한 참사랑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 죄로 인해 하느님을 아프고 슬퍼하게 된 것에 대한 뉘우침이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다른 사람의 상처와 피해보다는 그저 벌이 두려워 뉘우치는 경우는 불완전한 뉘우침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 앞에서 지옥이나 연옥이 무서워 참회하는 것은 불완전한 뉘우침이며, 하느님의 선하심에 누를 끼친 것에 대한 참회는 완전한 뉘우침이다.
회개의 시기는 사순과 대림이 대표적이다. 사순 시기와 대림 시기 사제의 제의 색은 보속과 회개를 의미하는 보라색이다. 부활과 성탄이라는 큰 축제 전에 하느님과 화해를 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판공성사라는 제도를 두어 특히 냉담 교우들의 회귀를 촉진한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발현 때마다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셨는데, 특히 세계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한 기도를 당부하셨다. 1846년 프랑스 라 살레트에 발현한 성모님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죄인들의 화해자’라 밝히고 “회개하고 잘못을 뉘우쳐 하느님과 화해하라. 내 말을 잘 들으면 축복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루치아 수녀는 파티마 성모님의 셋째 비밀인 1917년 성모님의 발현에 대해 “성모님께서 오른손으로 천사를 향하여 광채를 방출하시자 그 불꽃은 사그라들었습니다. 천사는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참회하라, 참회하라, 참회하라!’”라는 장면을 봤다고 밝혔다. 또 성모님은 프랑스 루르드에 1858년 발현해 “회개하라. 회개하라.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땅에 입을 맞추어라”라고 말하며 기도와 보속, 생활의 회개를 당부했다.
범죄자에서 성인으로 통회하다
평범한 삶을 살다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데, 강도질하다가 참회하고 주님 품으로 돌아간 성인들이 있다. 성 란델리노(686년경)는 범죄자였지만 사실 어릴 적부터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는 프랑스 바폼 교외의 보에서 귀족으로 태어나 캉브레의 주교 성 아우트베르투스(669년경)에게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주위의 아첨과 유혹에 빠져 쾌락의 삶을 살다가 쫓겨나고 만다. 그는 나쁜 친구들을 사귀면서 도둑질과 강도질을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중 한 명이 갑작스레 사망한 일을 계기로 자신의 길을 다시 생각하고 참회한다. 성 란델리노는 돌아온 탕자가 돼 성 아우트베르투스에게 되돌아갔고, 과거를 보속하며 사막의 은수자가 됐다. 그 후 성인은 로브 수도원, 크레스팽 수도원 등을 설립했다.
성 란델리노보다 더 악명 높은 강도의 우두머리였던 성 파테르무시오(363년경)도 회개해 은수자가 됐다가 순교의 길을 걸었다. 성인은 한 독실한 그리스도인 여인의 집 지붕 위로 올라가 도둑질을 하려다가 잠이 든 뒤 꿈에서 “죄를 그만 짓고 회개하여라”고 명령하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 길로 그는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돼 성인 반열에 올랐다.
창녀에서 성녀로 회심하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마태 21,31)고 하신 예수님 말씀대로, 속된 생활을 하다가 참회한 여인들이 있다.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421/530년경)는 원래 부모에게 그리스도 신앙을 배운 신심 깊은 소녀였다. 그런데 세상에 휩쓸려 집을 나와 알렉산드리아로 간 뒤 17년 동안 매춘을 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성 십자가 현양 축일에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하려는 순례자들을 따라가 그들을 유혹해 몸을 팔며 지낸다. 하루는 그들을 좇아 주님 무덤 성당에 들어가지만 어떠한 힘에 막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그녀는 두려움을 느끼고 하느님의 거부를 알아차린다. 성당 밖 이콘을 향해 간절히 용서를 구하며 회개한 성인은 평생 참회하며 고행자로 살겠다고 결심한 뒤에야 성당으로 들어서고, 그 후 광야로 나아가 성 조시모(560년경)를 만나 그에게서 성체를 영한 뒤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안티오키아의 무희이자 매춘부였던 성 펠라지아(457년경)가 하루는 교회 앞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에데사의 성 논노(471년경) 주교의 설교를 들었다. 이에 마음이 끌린 그녀는 다음 날 다시 성 논노 주교를 찾아가고, 최후의 심판에 대한 주교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회개한다. 성 논노 주교에게 세례를 받은 성 펠라지아는 다시 이전의 화려하고 방탕한 삶으로 돌아가라는 악마의 유혹을 받지만 기도와 십자가 표식으로 이겨냈다. 그녀는 자신의 전 재산을 주교에게 주어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 그 후 남장을 하고 안티오키아를 떠난 뒤 고행하며 은둔해 ‘수염 없는 수도자’로 알려졌다.
시리아에서 태어난 사마리아인 성 에우도치아(2세기)는 사창가 여인으로 살다가 갑작스레 병에 걸렸다. 그러자 그녀와 함께 방탕한 생활을 하던 주변 친구들은 모두 떠나가 그녀는 혼자 남게 된다. 회복 후 한 지역에 정착한 성인은 자신을 환대하는 참된 이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그녀를 교회로 인도해 세례를 받게 한다. 지난날을 회개한 성인은 모든 소유물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고 금욕 생활을 하다가 트라야누스 황제의 박해 때 순교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