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자비의 기도

박정연
입력일 2024-09-26 수정일 2024-09-29 발행일 2024-10-06 제 341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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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80대였던 우리 부부는 2015년부터 ‘자비의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남편 요셉 할아버지는 옛날 할아버지 때부터 북한 평강에서 성당에 다니셨고, 나는 관면 혼배를 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자비의 기도’의 시작은 새로 오신 회장님이 같이하자고 하셔서 참석하기 시작했는데, 교중미사 후에 다시 모여 오후 3시에 성당에서 1시간 30분 동안 기도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농사일이 바쁜데도 미사 후에 집에 오셨다가 다시 3시에 가셔서 ‘자비의 기도’를 하시고 오셨답니다.

그렇게 1년쯤 기도를 다니시다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병원에 20일 입원하셨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물론 지병은 있었지만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집중 치료실에서 중환자실을 오가면서 치료했지만, 81세의 고령인데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어쩔 수가 없으니까요.

새벽 4시20분. 식구들이 모여 바치는 기도 속에서 남편은 운명하셨습니다. 연령회장님께 새벽같이 연락하니 즉시 찾아와 주시고 신부님께도 연락을 드려서 새벽 5시 30분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신부님은 먼저 도착해 계셨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알 수 없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셉 씨는 좋은 날 돌아가셨답니다. 무슨 뜻인가 했더니 신부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분은 하늘의 문이 열리는 날 돌아가셨습니다.” 그날은 11월 2일 위령의 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항상 긍정적으로 살면서 남을 도와줄 때는 열심했던 사람이라고 할까요. 친구도 좋아하고 주머니가 비어 있어도 항상 허허 웃으면서 걱정 없는 사람처럼 살았답니다. 남편이 돌아가신 후 못 해준 것만 떠오르고 이제 와 생각하니 미안한 생각만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다 결혼해 나가서 살고 혼자 농사를 지으며 살다 보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기도를 하고 40분 정도 걸리는 ‘자비의 기도’도 바쳤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는 매일 같이 기도했는데 돌아가시고 나서는 혼자서 매일 바쳤습니다. 그 후 우울증도 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생각하고 기도도 더 열심히 하면서 구약성경 필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다 써갑니다. 다니엘서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니 지금은 기쁘게 살고 있습니다. 우울증도 멀리 가 버리게 되었습니다. 아침기도를 할 때 할아버지는 항상 초를 켜놓고 기도하셨습니다. 나도 초를 켜 놓고 기도하면서 기도 중에 눈물도 납니다.

어느 날 “보고 싶다. 요셉 씨” 했더니 이게 웬일인가요, 꿈에 가끔씩 오십니다. 와서 옆에서 주무시고도 가시고 마치 여행 갔다 온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살아오신 것 같아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보고 싶다 하면 왔다 가시는 것 같아 든든합니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기도가 저절로 나옵니다. 또 어떤 때는 내가 혼잣말로 “당신은 빽도 좋아. 저세상에 가서도 면회도 올 수 있네”하면서 감사기도를 했답니다.

매일 아침 ‘자비의 기도’를 바치면서 친척과 지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몸이 아파 수술을 받은 첫째 딸을 위해 치유를 청하는 기도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성당에서 꽃꽂이 봉사도 하고 매일 미사도 참례한답니다. 건강해져서 직장도 잘 다니고 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사랑해요. 예수님 사랑해요. 성모님 사랑해요.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글 _ 김종숙 데레사(의정부교구 적성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