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목숨을 걸고 정의를 외쳤던 아모스

최용택
입력일 2024-06-05 수정일 2024-06-11 발행일 2024-06-16 제 3397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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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 제작된 아모스 성인의 프레스코화. 바티칸 미술관 소장

중세 영국의 비인간화를 비판한 「유토피아」의 저자인 토마스 모어(1478~1535)는 영국인들이 존경하는 대법관이었다. 이미 왕비를 6명이나 폐위시키고 대부분 처형시키는 불의한 군주였던 헨리 8세가 다시 왕비인 캐서린과 이혼하고 궁녀와 결혼하려고 하자 토마스 모어는 국왕이라도 국법을 어기면 안 된다고 하며 결국 대법관직을 사직했다. 헨리 8세는 믿었던 토마스 모어를 런던탑에 가두었고 결국 반역죄로 몰아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이때 단두대에서 했던 토마스 모어의 말이 영국인들 사이에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평소 유머를 즐겨하던 토마스 모어는 관리에게 “목은 잘리더라도 죄 없는 수염은 다치지 않게 해주게”하며 여유를 보였다. 그는 죽기 전 시편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고 저의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54,4)를 마지막 기도로 바치며 장렬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토마스 모어의 정의와 용기는 지금도 영국인들의 기억과 그들의 삶 속에 살아있다.

트코아의 목양업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아모스는 어느 날 이스라엘이 몰락하는 환시를 보았다. 이스라엘의 전 지역이 망하고 불바다가 되어 백성들은 곤욕을 치르고 임금과 관리들은 포로로 잡혀간다는 내용이었다. 하느님은 아모스에게 자신의 말을 백성에게 전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아모스는 평생 양을 치고 나무를 가꿔서 먹고사는 무식하고 능력도 없는 일개 농부의 말을 누가 귀담아듣겠냐며 부르심을 거절한다. 그러자 하느님은 아모스에게 당신의 말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심부름꾼이 되어 달라며 계속 설득했다.

아모스는 어쩔 수 없이 하느님의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 아모스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사실 이스라엘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시기였다. 그러나 물질이 풍요해질수록 정신은 타락하여 사회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지도자나 백성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특히 지도자들은 술과 여자에 빠져 흥청거리며 정치는 뒷전이었다. 사회의 지도층이 썩고 부패하자 물질주의의 나쁜 물이 종교에도 물들어 갔다. 물질의 풍요가 극성을 부려 지도층이 부패할수록 일반 서민들은 더 착취당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힘 있는 자들이 마음대로 서민들을 착취하여 백성들의 고통은 커져만 갔다.

아모스 예언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당시의 이스라엘의 위선과 잘못에 대해 엄하게 고발했다. 종교도 예외가 없었다. 이런 아모스의 예언은 당시의 지도층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었다. 결국 사제들은 아모스를 몰아내기 위해 모함과 공격을 감행한다. 지도자는 무엇보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아첨은 지도자에게 우선 듣기는 좋지만 결국 모두 파멸과 멸망으로 이끈다. 어떤 공격과 모함에도 아모스는 당당했다. 보잘것없는 신분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던 아모스야말로 참된 예언자였다. 아모스는 목숨을 걸고 특별히 정의를 강조했다. 아모스같은 예언자는 오늘날에도 꼭 필요한 인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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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