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성공회, 정교회를 포함한 가입 교단 그리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함께하는 이 협의회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교파 사이 신앙의 친교를 도울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도 가톨릭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의(WCC)의 회원 교단이 아니지만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에는 정식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한국에서 전개된 일치운동의 역사를 이어받은 신앙과직제협의회는 매년 일치주간의 기도회와 23회에 이른 일치포럼, 신학생 교류, 피정과 순례, 음악회와 문화제 등 뜻깊은 활동을 벌여 왔다. 여기에는 가톨릭과 여러 개신교회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은 신자 대중으로 확산되지 못했고 교파들 사이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개신교회와 신자들의 절대 다수는 보수적이고 가톨릭교회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비우호적이다. 가톨릭신자들 역시 개신교와 개신교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
공통적인 것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흔히 한국 개신교인들의 가톨릭에 대한 인상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교회 모습에 머물러 있다.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용적인 가톨릭신자들이 유독 개신교인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신교 목사나 신자들이 가톨릭 기관이나 사제, 수녀, 신자들에게 ‘서자(庶子)’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교파 사이에 이런 간극이 존재하는 한국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편안하게 서로를 만나고 가능하면 함께 기도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공익단체 ‘이음새’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파주 예술인마을에 있는 전시장 겸 유리화 공방인 ‘유리재’에서 만나 예술과 삶을 이야기하고 점심을 먹는 모임을 부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식사 후에는 근처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들러 잠시 침묵기도를 하고 헤어진다.
우리는 또 매달 둘째 금요일 저녁, 가톨릭과 개신교 몇몇 단체들과 함께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를 드린다. 떼제의 노래와 침묵을 곁들인 이 기도회에는 연령과 국적이 다양한 여러 교파의 신자 80여 명이 모인다. 지난해 9월 이곳으로 옮겨 오기 전까지는 예수회센터에서 평화기도를 했다. 제대 쪽을 바라보며 모두 한 방향으로 앉아서 드리는 단순소박한 묵상기도 안에서 많은 이들은 ‘이미 이루어진 일치’를 경험한다.
그리스도교 교파들 사이에 교리와 전통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를 하나로 모아 주는 것들이 나누는 것들보다 더 많고 중요하다. 분열되고 쪼개진 이 한반도에서 화해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예수님은 지상의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이 하나가 되기를 기도하셨다. 세상이 믿을 수 있도록.
글 _ 신한열 프란치스코 수사(떼제공동체 수사·공익단체 이음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