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 부각한 성미술과 일상에서 마주한 ‘사람’ 주제 3월 23일까지 김종영미술관
원로 조각가 임송자(리타)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김종영미술관(명예관장 최종태 요셉)이 2025년 첫 전시 ‘임송자 초대전’을 통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60여 년을 조각가로 살아온 작가가 특별히 기억하는 인물과 사건을 조형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로, 그녀의 삶과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순교자>, <십사처>, <예수부활상> 등을 비롯한 가톨릭 성미술 작품과 사람과 인체를 소재로 한 작품 두 부문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1980년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에 가입한 후 십자고상, 성모상, 십자가의 길, 순교자 기념비, 성인상, 예수 성심상 등을 제작하며 성미술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제작한 <순교자> 두 점과 1998년 브론즈로 제작한 후 다시 금색 칠을 덧입힌 <십사처> 연작 등의 작품은 작가의 대표적 종교 작품이다. 성미술 속에서 한국적인 면을 부각해 우리만의 멋을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두상과 흉상, 전신상 등 인체 부문에서는 로마 유학 시절 만들기 시작한 <현대인> 연작부터 <내가 만난 사람>, <손> 등 최근 작품까지 총망라했다.
전시의 모든 작품은 ‘사람’을 주제로 한다.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나는 어디서건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며, 느껴지는 삶 속에서 얻어진 소소한 이야기로 내 작품의 주제를 삼는다’고 밝혔다.
<현대인>을 포함해 모든 연작은 삶 속의 수많은 만남 가운데 마음에 특별히 다가온 인물과 사건을 조형한 것으로, 작가에게 삶의 의미가 되는 ‘일상의 만남’을 살필 수 있다.
두 점의 석상을 제외하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모두 흙과 밀랍으로 만들어졌다. 흙을 붙여 형상을 만드는 소조(塑造) 작품들로, 도구를 통해 깎아 만드는 작업과 다르게 흙과 밀랍을 손수 배합하고, 재료와 교감하며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흙으로 빚어낸 작가의 삶에 관한 성찰과 독백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40년 서울에서 태어난 임 작가는 1963년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1976년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로마미술아카데미아, 로마시립장식미술학교 등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1980년 로마 산 자코모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고, 1999년 가톨릭미술상 본상, 2000년 김세중 조각상, 2004년 이중섭 미술상, 2006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전시는 3월 23일까지 김종영미술관 1~3전시실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무료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