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에서 거리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이 동절기 한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응급구호활동’이 열렸다. 예정된 시각 전부터 주민들은 앞다퉈 토마스의 집에 몰려왔다. 오전 11시가 되자 요셉의원 앞은 물론이고 그 뒷골목 1호선 전철이 지나는 철도 옆까지 줄이 늘어섰다. 마치 ‘오픈런’을 보는 듯했다.
통제가 쉽지 않아 보였다. 대부분 주민이 질서를 지켰음에도 모두가 평화롭지는 않았다. 누군가 새치기를 시도했는지 이따금 고성이 오갔다. 봉사자들은 골목을 오가며 줄을 정비하고 싸움을 중재해야 했다. 한 봉사자는 취재 온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선을 확실히 정해야 두 번 세 번 구호 물품을 받아 가려는 사람을 막을 수 있어요.”
이들에겐 남들의 시선이 중요치 않아 보였다. 시선을 신경 쓴다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보였다. 이날 받게 될 점퍼와 떡, 핫팩이 더 중요했다. 다투고 싸우는 모습은 거칠고 힘겹게 살아온 삶을 투영하고 있는 듯했다.
사회의 무관심은 취약계층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더 강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 ‘빈민’은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자들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많이 접했다. 하지만 몇 가지 논리로 획일화시키기는 것 자체가 이들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
이날 만난 주민 일부가 무료로 나눠주는 구호 물품에 왜 욕심 아닌 욕심을 부리는가를 생각해 본다. 어째서 따뜻한 옷 가게에서 옷을 고르지 못하고 이 추운 데서 줄을 서게 됐는지 사정은 잘 모른다. 그래서 섣부른 판단은 접기로 했다. 대신 빈민을 좀 더 들여다보고, 그들의 마음에 관심을 더 가지기로 다짐한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