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 참가자로 책임감 느낀 시간…시노드 여정은 이제 시작”
지난 10월 27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대장정을 마쳤다.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두 회기에 걸쳐 3년여 동안 진행된 시노드에 한국교회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전 회기를 참석했다.
11월 7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교계 기자들을 만나 소회를 밝힌 정 대주교는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하고 “시노드는 모두가 함께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는 여정이기에 서로 존중하고 경청하면서 우리 안에 하느님의 뜻이 있는지 성령의 목소리를 같이 식별해 나가자”고 말했다.
대의원들, 최종 문서에 긍정적
“한국에서 혼자서 참석했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는 정 대주교는 “또 교회 전체가 새로운 시노드 교회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회의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이번 시노드는 첨예한 주제들이 논의된 자리로도 시선을 모았다. 특히 제1회기에는 여성 부제, 성소수자 문제 등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제2회기에서는 의안집에서 이런 민감한 논란 주제들은 제외했지만, 특별 이슈에 대한 연구 그룹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정 대주교는 “여성 부제 서품 등 특정 문제들이 중요하지 않아서라든가 아니면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틀에서 우리가 모두 시노드 교회를 향해 가는 걸음을 옮기고자 하는 의미”라며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내용들은 10가지 주제로 선정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10가지 주제는 동방 가톨릭교회와 라틴 교회, 가난한 자들에 귀 기울이기, 디지털 문화, 시노드적인 관점에서의 사제 양성, 여성 부제직 등을 포함한 교회 내 여성 역할, 교회일치 등을 포함한다. 정 대주교는 “대의원들은 회의 중 10개 주제 가운데 관심 있는 그룹을 찾아 진행 상황을 듣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0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회기 본회의를 마치며 투표로 승인된 최종 문서를 제출받고 승인했다. 정 대주교는 “대의원들이 최종 내용을 검토하고 항목당 찬반 의견을 들어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것이 최종 문서로 정리됐다”며 “한 달여 동안 함께 나눈 내용들이 잘 담겨 있으면서도 표현들도 평이하게 읽히도록 정리돼 있어서 대체로 대의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저 반복 정도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찬반 지침 내용이 없다’ 등 내용을 다소 못마땅하게 여기는 대의원들도 소수 계셨지만, 논의한 내용들 상당수가 포함돼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회심을 통한 교회의 변화와 쇄신 강조
“최종 문서에는 ‘회심’(conversion)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 정 대주교는 “이런 밑그림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선교하는 시노드가 될 것인가’라는 문제가 최종 문서에서 가장 큰 핵심”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깊게 일치하며 이를 바탕으로 이웃과의 일치, 참여, 증거와 선포를 이루는 과정에서 서로가 성령 안에서 대화하고 경청하고 존중하며 성령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식별해 가는 것이 요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교구나 본당, 단체가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새롭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투명성’과 ‘책임 있는 설명’, ‘평가’”라고 말한 정 대주교는 “재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모든 행정적인 것이나 일 처리 등을 투명하게 해 나가야 하고 직권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으면 그에 대한 배경이나 지향점을 공동체에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투명성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2021~2024년 모든 회기 참석…"역사적 순간 함께해 감사"
최종문서는 ‘교회 변화와 쇄신’ 강조
본당 사제의 이해·관심·의지 중요
신자들과 나누며 실현 방법 고민해야
통상 세계주교시노드가 폐막하면 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가 발표되는 것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후속 권고를 내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정 대주교는 “대의원들의 승인이 마치자마자 교황님이 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최종 문서를 승인 발표하셔서 굉장히 놀라웠다”며 “그 자체가 시노드적인 결정이라는 반응 속에 환영의 박수가 나왔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교황님의 최종 문서 승인은 전 세계 모든 본당에서 모여진 내용들로 구성된 최종 문서가 모든 신자들의 풀뿌리 신앙과 의견을 담으면서 그 안에 성령의 음성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신 것으로 이해됩니다. 굉장히 특별하고 의미 깊은, 시노드적인 교회의 한 모습이 구현된 것으로 봅니다.”
시노드에 대한 관심 지속돼야
한국교회 교구나 본당 등 사목 현장에서 이 내용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조치가 필요할까. 정 대주교는 “최종 문서가 현재 번역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자들이 시노드적인 교회 정신을 함양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본당 신자들이 이를 숙지하고 나누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본당 사제들의 이해와 관심,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 대주교는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이 지난 9월 열렸고 앞으로도 계속 개최되는 것처럼, 교구나 본당 사제들이 시노드 중요성에 대한 이해와 관심으로 신자들을 독려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그래서 모든 신앙인이 ‘시노드 교회가 무엇인지’, ‘선교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심 가지며 같이 나누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주교는 “교구 시노드나 본당 시노드 등 크거나 작게 시노드를 준비해서 직접적으로 시노드를 경험해 보는 시도도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난관이나 도전, 숙제들이 없지 않다. 예를 들면 최종문서 77항은 교회 식별 과정과 의사결정 과정, 더 나아가 평신도 남성과 여성이 교구와 신학교를 포함한 교회 기관의 책임있는 위치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관련해서 정 대주교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남녀 평신도들이 신학교나 다른 기구에 책임 있는 자리를 맡는 것이 현실적으로 간단하지 않아서 더 연구하고 찾아봐야 하는 부분이지만, ‘어떻게 하면 평신도의 역량을 교회 안에서 좀 더 풀어낼 수 있는가’라는 종합적인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은 어려운 ‘숙제’라고 볼 수 있다”며 “한 번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거기에는 우리의 회심이 필요하고 교회 전체의 어떤 새로운 노력들, 즉 의식의 변화 등이 요구되기에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같이 걸어가는 모습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회심이, 변화가 요청됩니다. 2025년 희년의 주제가 ‘희망의 순례자’입니다. ‘희망’과 ‘순례’, ‘선교’ 등을 키워드로 삼아 신년을 맞으며 시노드 교회를 향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