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공급문제와 관련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정책토론회에 다녀왔다. 내용을 보면 공공임대주택은 거스를 수 없는 정책의 흐름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가가 취약계층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누군가는 세금 문제를 들고나오고 누군가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빈민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도 적진 않다. 일부는 임대주택 거주민들을 비하하거나 차별한다.
빈민사목위원장 나충열 신부는 이에 대해 “보이지 않는 벽이 공공(共功)을 적(敵)으로 만들고 있다”며 “부동산이 ‘상품’이라는 인식을 가지면서 주거권이라는 권리 자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주거를 인간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정부의 주택 공급도 안 좋게 본다는 말이다.
빈민사목위가 활동을 시작한 건 1987년부터다.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주거라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최소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울부짖었는지 목격했다. 주거는 단순한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최근 정치권에서 헌법에 ‘주거권’을 명시하는 헌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말했듯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 마련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자리’를 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지출하는 것을 꺼리는 듯한 모습은 아쉽다. 누군가에겐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지만 누군가에겐 절실한 삶의 안식처라는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정책의 방향이 바뀌지 않을까.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