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11월, 전남 함평군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고구마가 길거리에서 썩어갔다. 당시 고구마 값이 크게 오르면서 농협 측은 수매값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고 농민들이 고구마를 팔지 않고 기다렸으나 농협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농협은 약속했던 양의 40%만 사들였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자식과 같이 키운 고구마를 모두 버려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타들어 갔다.
하지만 힘없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은 없었다. 유일하게 그들의 손을 잡아준 곳이 교회였다. 광주 계림동성당에서는 당시 윤공희 대주교 주례로 기도회가 열렸고, 사제와 농민들은 농협의 태도를 규탄하고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이들의 함께한 기도는 농민들의 억울함을 푸는 열쇠가 됐다.
50여 년이 지났지만 농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농사짓는 어려움은 가중됐고, 각종 수입산 먹거리로 길든 입맛은 우리 농산물을 찾지 않는 원인이 됐다. 이제 목소리조차,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진 농민들 곁에서 손을 잡아 준 것은 여전히 교회였다.
10월 20일 열린 수원교구 상현동본당의 상현달장. 가톨릭 농민이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에서는 농산물뿐 아니라 희망이 오갔다.
흙때 묻은 농민의 손으로 전한 농산물은 농촌과 농민을, 우리 땅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살리며 농사짓는 이들에 대한 감사함도 남았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공존의 가치를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상현달장에서 사고판 희망은 하느님 나라를 만드는 기름진 거름이 되고 있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